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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인칼럼]"경기도는 조사를 멈추고 철수하라"

    [경인칼럼]"경기도는 조사를 멈추고 철수하라" 지면기사

    감사관·경찰·검사 직무는 공익을 추구한다그런데 '보복·표적'이 붙으면 심각해 진다대상자 '극단적선택'도… 남양주사태 보며 4년전 '李지사의 주장' 반추… 낯설고 당혹 조사·수사·감사는 공익을 추구한다. 경찰은 범죄로부터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 감사관은 나라 곳간이 새는지, 탐관오리가 없는지 눈을 부라린다. 검사의 녹슨 칼은 직무유기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여기에 '표적'이나 '보복'이란 수식어가 붙으면 문제가 생긴다. '청부'는 더 심각해진다.수년 전 수사를 받던 대기업 사장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지난 정권의 적폐수사 대상이 된 전직 군 장성은 검찰청사에서 몸을 던졌다. 피의자가 억울하다며 격하게 반발하거나 최악을 택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법을 고치고, 사람을 바꿔도 수사나 감사가 공정하지 않다는 세간의 인식은 좀체 불식되지 않는다. '왜 나만 갖고 그래'란 말은 그래서 여전히 의미심장하다.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광화문 광장 천막에서 일주일 넘도록 단식농성을 한 적이 있다. 2016년, 성남시장 시절이다. 그는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을 두고 지방자치에 어긋난다며 반발했다. 때마침 경기도의 특별감사, 검찰의 승마장 인허가비리 수사가 이어졌다. 막사로 간부들을 불러 "부당한 감사와 수사에 응하지 말라"고 하명(下命)했다. 지방자치 죽이기에 항거하자 정부가 행정력과 검찰을 동원해 압박한다는 거다.조광한 남양주시장은 지난달 경기도 조사반에 "조사를 멈추고 철수하라"고 요구했다. 감사장에 피감기관장이 난입한 초유의 사태다. 도는 11월 중순부터 3주간 일정으로 시와 산하 공공기관에 특별조사를 벌였다.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사업자 선정 불공정 행위 등 대상이 폭넓다. 조 시장은 조사 후반까지 1인 시위와 기자회견을 하며 "보복 감사 중단하라"고 외쳤다.이 지사는 "불법행정과 부정부패 청산에 여·야나 내 편 네 편이 있을 수 없다"고 한다. 부정부패 의혹은 당연히 감사해야 한다는 게 소신이라고 했다. 잘못이 없으면 감사를 거부할 필요도, 방해할 이유도 없다는 거다. 도청 감

  • [경인칼럼]거리두기 시대의 집과 생활문화

    [경인칼럼]거리두기 시대의 집과 생활문화 지면기사

    코로나19 위기로 강요당하는 새 일상 '집콕'자족시설에서 '복합공간'으로 역주행 초래부작용 속… 도시·국가·세계로 동심원 확장대면 중요 문예생태계도 변화 효율 지원을집으로! 코로나19 위기가 강요하고 있는 새로운 일상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집의 내부를 의미하는 메인 로고와 '모두를 위해' 집에 머물러 달라는 재택 슬로건을 게시하기도 했다. 감염확산을 막기 위한 집으로의 피난현상을 국민들은 '집콕'이란 신조어로 부르고 있지만 실은 누구도 원치 않는 가택연금(軟禁)이요, 자발적 '위리안치(圍籬安置)'이다. '숙소'에 불과했던 집이 졸지에 복합공간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그동안 집은 침실로서 휴식공간으로 축소돼 왔다. 전통사회의 집, 특히 농촌사회의 집은 공동의 노동, 식사, 휴식과 놀이, 양육, 탄생과 죽음, 질병의 치유 기능을 갖추고 있는 자족적 공간이었지만 그 같은 기능들은 차츰 공장과 일터, 학교, 병원, 식당과 같은 '사회적 집'으로 '이양'돼 왔다. 집은 더이상 육체의 확장, 삶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수익성이 높은 투자 대상으로 인식되었다. 집이 가지고 있던 본질적 가치는 무시되고 교환가치로만 측정되기 시작한 것, 이러한 현상은 물신사회에서 모든 사물과 인간이 겪어야 하는 운명이라고 할 수 있으나, 부동산 가격 폭등과 전세난과 같은 고질적 사회문제를 초래한 원인이기도 하다.팬데믹 이후의 가족이 모두 집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사회에 양도했던 집의 기능을 회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준비되지 않은 갑작스러운 '재택' 생활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온 가족이 한 공간에서 일하고 식사하고 휴식까지 함께 해야 하니 불편이 따를 수밖에 없다. 낮에는 비어 있던 집이 사무실로, 온라인 학습장으로, 식당으로, 문화공간으로 바뀔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이 같은 공간의 역주행은 마을과 도시, 국가와 세계라는 더 확장된 공간 단위에서도 동심원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재외국민들은 귀국하고, 시민들도 이동을 최소화하고 집과 집 근처로 행동반경을

  • [경인칼럼]수도권매립지를 떠도는 유령

    [경인칼럼]수도권매립지를 떠도는 유령 지면기사

    朴시장의 전략 '대체지 확보'로 생각했는데사전조율도 없이 자체매립지 발표 주객전도예전 김포·영종 해안매립장 계획에서 단서인천 안떠날 진실에 일갈… 자충수? 승부수?지난해 9월 이른바 '투 트랙' 전략을 들고 나올 때부터 아슬아슬했다. 그래도 대체 매립지 확보가 대전제이겠거니 생각했다. 자체 매립지 조성은 압박의 수단이라고만 여겼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경계가 흐려졌다. 급기야 1년 만에 주객이 전도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12일 박남춘 시장이 인천시만의 자체 폐기물매립지 조성과 소각장 증설 계획을 공식발표한 이후의 상황은 익히 아는 바다. 야당은 물론 같은 당 국회의원과 기초지자체장들까지 분노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심지어 자신의 지역구를 물려받은 의원조차 사전조율 없이 후보지를 발표했다고 비난한다. 아무리 봐도 자충수다. 왜 박 시장은 이렇게 스스로를 외통수로 몰아넣는 것일까. 왜 이렇게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일에 정치적 명운을 거는 걸까.어쩌면 아주 오래전 신문기사에서 단서를 얻을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1987년 9월 19일 동아일보 6면 머리기사다. '정부는 경기도 김포·영종지구에 1백50년 이상 매립 가능한 2천4백만 평 규모의 수도권 대단위 해안매립쓰레기장을 건설키로 했다. 환경청이 18일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최종확정한 '수도권 쓰레기광역해안매립계획'에 따르면 1단계로 김포지구의 간척농경지 6백10만평을 사들여 89년부터 쓰레기장으로 사용하고, 2단계로 영종도와 강화군 길상면 사이 공유수면을 92년부터 사용한다는 것.(중략) 영종지구 매립장은 내년에 영종도 앞바다를 쓰레기 매립예정지구로 고시, 92년부터 1백20년 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후략)'.여의도 면적의 6배가 넘는 '6백10만평 김포지구'는 계획대로 진행됐다. 예정지구로 남겨져 있는 제4매립장까지 포함해 1천979만㎡에 달하는 지금의 수도권매립지 전체 규모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반면 김포지구 3배 크기로 1992년부터 2112년까지 120년 사용 계획을 세웠던 영종도와 강화도 사이 공유수면

  • [경인칼럼]일자리와 주주자본주의

    [경인칼럼]일자리와 주주자본주의 지면기사

    코로나 불황에 취준생 황량 들판 허수아비 인적투자 줄이고 주주가치 극대화 기업 탓1970년대 신자유주의, 이러한 논리에 날개경영인 단기성과 매몰땐 富양극화 더 심화올가을 취업시즌이 끝나가고 있다. 벽두부터 코로나19와 힘겨운 싸움으로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채용할 겨를이라도 있었는지 의문이다. 취업준비생들이 추수 끝난 들판을 지키는 허수아비 신세는 면해야 할 텐데 안타깝다.항간에서는 코로나 백신개발 낭보에 일자리 회복을 기대하는 눈치이나 예단은 금물이다. 기업들의 직원 채용방식이 수시채용으로 전환하는 터에 다른 곳에서 신입사원 연수(?)를 마친 경력직을 선호하고 있는 탓이다.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뻐꾸기처럼 기업들이 인적자본 투자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인구감소에도 노동시장의 과잉공급이 화근이다. 한때 전국의 공단도시마다 동네 강아지들도 만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고 너스레를 떨 정도였는데 그 많던 일자리들이 모두 어디로 사라졌는지? 갈수록 위력을 더하는 주주행동주의가 배경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시카고대학의 밀튼 프리드만 교수가 1970년 뉴욕타임스 매거진에 기고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윤을 높이는 것'이란 칼럼을 계기로 주주가치 극대화가 주목되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경제 불황에 따른 기업의 성과 저조로 주주들의 불만이 커진 것이다. 기업경영의 최우선 순위는 주주들의 몫인 배당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경영학에서 주주는 '잔여청구권자'로 규정하고 있다. 상장기업들은 성과분배에서 경영자, 노동자, 공급업체, 채권자, 지주 등 여타 이해관계자들이 우선이고 꼴찌 차례가 배당으로 잔여부분이 없으면 주주들은 헛물만 켠다. 불경기일수록, 기업의 경영실적이 나쁠수록 주주들의 사기가 위축되는 것이다.프리드만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때문에 비용이 상승하는 것도 그릇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자유주의는 주주가치 극대화 논리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1970년대 후반부터 한국, 대만, 멕시코 등 선발 개도국들에 대한 개방 압력이 점증했는데 선진국들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장부터 해외이전을 획책했다. 그 와중

  • [경인칼럼]정치양극화 극복,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경인칼럼]정치양극화 극복,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면기사

    거여 선거공학적 정책에 친문으로 세력화 야 무능·존재감 상실… 양당제 균형 무너져자제·관용·사과·반성 '정치혁신'이 없다면한국사회도 치유 불능의 분열 몰고 갈 수도절차적 민주주의는 자유롭고 평등한 상태에서 정기적으로 치러지는 선거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그리고 예측불가능한 선거결과의 불확실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는 대통령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부 서울지역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을 앞서는 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서울시장 선거는 민주당이 우세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현재의 정당시스템으로는 시민의 이해를 적절히 조정하고 사회균열을 조율해 낼 수 있는 기능이 작동할 수 없다.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를 점하고 있는 여당의 수적 우세와 무능하고 존재감을 상실한 보수야당이 정립하는 사실상의 양당제에서 정치적 균형이 상실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년 4월의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당은 재산세나 주식양도소득세 등 정부 정책조차 선거공학적 관점에서 접근함으로써 정책과 이념의 일관성을 상실하고 있다. 또한 민주당 의원들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에 도전한다는 논리로 검찰의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의혹사건 수사를 정치수사·정치행위 프레임으로 설정하고 있다. 여당과 추미애 법무장관이 대검찰청의 특수활동비를 쟁점화하는 행태도 같은 맥락이다. 여당 의원 누구도 친문이라는 이름으로 세력화된 집단적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이러한 정치양극화는 한국사회를 치유불가능한 분열로 몰고 갈 수 있다. 당파적 적대감이 지속되는 한 어느 세력이 선거에 승리하더라도 정치가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사회의 원심력만을 부추기게 될 것이다.미국의 바이든 후보가 당선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불복으로 인한 미국 내의 심각한 양극화의 골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국제사회의 주도권 회복은 요원한 길이 될 것이다. 바이든 후보가 승리 확정 언론보도 후 당선인 명의의 첫 성명에서 "분노와 거친 수사를 뒤로 하고, 국가로서 하나가 될 때"라며 통합과

  • [경인칼럼]철 지난 유행가, 분도론(分道論)

    [경인칼럼]철 지난 유행가, 분도론(分道論) 지면기사

    전국에서 거세게 불고 있는 '재결합 바람'"의기투합 수도권 넘어서자" 당찬 목소리천년역사 쪼개자는 것은 '실사구시'보다'위인설관' 앞서는 주장… 세상이 달라졌다중국 당나라는 왕도(王都) 주변을 경현(京縣)과 기현(畿縣)으로 나눠 통치했다. 이후 경기(京畿)는 수도 인근 지역을 뜻하게 됐다. 고려 현종은 1018년 개성부를 폐지하면서 주변 12현을 '경기'로 구획했다. 천 년 경기의 시발이다. 충청(충주+청주), 전라(전주+나주), 경상(경주+상주), 강원(강릉+원주)이 지명에서 유래한 것과 다른 연유다.의정부지역 국회의원이 '경기도를 남북으로 갈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행정안전위의 경기도 국감장에서다. 북도 설치 관련 여론조사에서 찬성(46%)이 반대(33%)를 앞선다며 "도민의 이익은 도민이 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도지사는 '현 단계에선 바람직하지 않다'고 발을 뺐다. 직설을 피한 화법(話法)은 여당 의원에 대한 예의와 존중일 것이다.경기 분도는 도세(道勢)가 급성장한 1980년대 후반 주창됐다. 한수(漢水) 이북에 대한 차별과 홀대론이 발원이다. 1992년 김영삼 당시 대통령 후보가 공약으로 내걸면서 급물살을 탔다. 이후 선거철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했으나 30여 년 지나도록 별 진척이 없다. 경제·사회·정치 비용에 상응하는 수익 창출에 회의와 의문이 여전한 때문이다.북부에서 철 지난 유행가를 부르는 사이, 인천에서는 서부 지역을 합치자고 한다. 부천·시흥·김포시를 통합해 500만 명 인구를 가진 제1 광역시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발상이다. 분도론에 휩싸인 때에 통합을 실현하지 못하면 도시통합은 영영 불가능하다고 불을 지른다. 분열의 틈새를 파고들어 반사이익을 챙겨보자는 속셈이다.도의 변방 인천은 1980년 '직할시(현 광역시)'로 승격했다. YS의 가신(家臣) 최기선 시장의 주도로 강화군과 김포 일부가 인천으로 강제 편입됐다. 지역민들의 의사를 묻는 변변한 여론조사도 없었다. 강화 출신 기업인은 요즘도 '왜 우리가 인천이냐'고 한다. 잊을 만하면 어

  • [경인칼럼]영웅서사와 사회심리

    [경인칼럼]영웅서사와 사회심리 지면기사

    노력없이 일확천금 바라는 심리 경계하듯영웅신화 같은 대이변 기대하는것 비정상암울한 현실 영웅환상 기대 '비극의 맹아'퇴행적 심리이용 또한 '몰역사적 기만행위'위대한 신과 영웅의 이야기인 신화도 생로병사의 운명을 벗어나지 못한다. 신화의 대표적인 양식은 영웅의 일대기를 담은 영웅서사(Heroic narratives)이다. 영웅은 비범하게 태어나 성장하며 위기와 고난을 극복하여 마침내 부족이나 집단의 염원을 성취하는 인물이다. 이 영웅서사는 특수한 사회문화적 배경을 기반으로 생성되기 때문에 지역을 넘어 확산되기도 하고, 뼈대만 남아 앙상해지는가 하면 가뭇없이 사라지기도 한다.신화는 상상력의 소산이지만 실은 스토리텔링의 산물이다. 고려의 건국영웅신화는 왕건의 선조 6대들의 내력과 자취를 다루고 있는데 대부분 기존의 전래 설화들을 개작한 것이다. 2대조인 작제건 신화의 핵심모티브는 괴물퇴치담, 용녀혼인담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 이야기는 인천 백령도 배경의 거타지 설화를 주인공만 작제건으로 바꾼 이야기이다. 조선의 건국신화에 해당하는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 역시 조선왕조 건국의 정당성을 찬양하기 위해 세종의 여섯 할아버지들의 행적을 중국의 고공단보를 비롯한 건국 영웅들의 고사와 비교하여 찬양하는 서사시이다. '용비어천가'는 훈민정음으로 쓰여진 최초의 책이라는 언어학적 의의가 크고 경천근민(敬天勤民)의 주제의식, 비유와 상징과 같은 문학적 구성요소는 주목할만하나 신성성이나 경이감을 주는 이야기로 회자되지는 않는다.신화는 공동체의 기원과 운명, 혹은 신비로운 자연현상이나 환경을 초월적 존재에 의거하여 설명하려는 고대인의 상상력이 낳은 담론체계이지만, 과학기술이 진보한 근대에서도 '신화적' 이야기는 만들어지며 또 '신봉'되기도 한다. 임경업 장군(1594~1646)은 병자호란 때의 실존 인물이지만 청나라를 치기 위해 바다를 건너다 식량이 떨어지자 가시나무 어살(漁箭)로 조기를 잡는 기적으로 연평도를 비롯한 서해의 어민들에게는 조기잡이의 신으로 숭배되었다. 어살은 임경업 장군이 고안한 것이 아니

  • [경인칼럼]라면의 기억

    [경인칼럼]라면의 기억 지면기사

    학창·군대·기자 시절 맛있게 먹었던 추억배고픔·결핍 채워주는 가장 원초적인 마법인천 어린형제에겐 치유하기 어려운 '악몽'어른들의 잘못 '일생의 트라우마' 어쩔건가해운대에서 '국민학교(현 초등학교)'를 다녔다. 자주 물난리가 났다. 도시의 배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서였다. 만조와 집중호우가 겹치면 시장통과 주변 일대가 물에 잠겼다. 학교에선 수재의연금을 모았다. 우리 반도 성금으로 라면 세 박스를 샀다. 가장 피해가 컸던 아이가 그날 이후 등교하지 않았다. 남은 라면 한 박스를 우리 집 다락에 보관했다. 전기공사업 면허를 따내겠다며 어른들이 밤낮없이 출타 중인 까닭에 혼자 끼니를 해결해야 할 때가 많았다. 아무도 급장의 비밀을 몰랐다. 아주 오랫동안, 다락의 그 수재의연금 라면까지 포함해 정말 지겹도록 라면만 먹었다. 맛있는 음식도 질릴 수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중학교 2학년을 마치고 서울로 전학했다. 결혼한 큰누나 집에 얹혀산 지 삼년만이었다. 보광동 비탈진 동네에 어른들이 살고 계셨다. 서울 학생들은 까만 운동화나 구두를 신고 다녔다. 궁리하다 신고 있던 청색 운동화에 검정색 페인트를 칠했다. 덧칠하고 연탄아궁이에서 말리길 서너 달 했더니 끝내 '킹콩' 가죽신이 됐다. 깔깔 놀려대던 친구들과 함께 야채튀김을 얹은 라면을 사 먹었다. 지금의 서울지하철 4호선과 경의중앙선 이촌역 부근이었다. 배를 채운 우리는 삼각지를 지나고 남영동을 거쳐서 남산 소월로를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라면으로 바꿔먹은 버스회수권의 대가가 너무 컸다. 라면은 우정이란 걸 그때 처음 알았다.마지막 학기를 남겨두고 휴학했다. 왕십리의 후배 자취방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며 해를 넘겼다. 2·12 총선을 앞두고 DJ가 귀국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국내에선 YS가 신군부정권에 홀로 맞서고 있었다. 휴학 중인 대학생들이 1월에 대거 입영통보를 받았다. 논산훈련소에서 훈련병들은 기표한 용지를 일일이 중대장에게 보이고 투표함에 밀어 넣어야 했다. 그곳에서 증기로 익힌 라면을 처음 맛봤다. 밥 찌는 기계에 라면사리를 차곡차곡

  • [경인칼럼]복비 손질 불가피한데…

    [경인칼럼]복비 손질 불가피한데… 지면기사

    복덕방은 주역의 '생기복덕'에서 유래했다풍수지리따라 주거 정해야 복·덕 믿음때문요즘 11억원 아파트 중개수수료만 1천만원집값연동 탓 폭등세… 요금체계 개편 절실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다 보니 익숙하던 풍물과 풍습들이 사라져도 놓치기 십상이다. 동네 어귀 혹은 후미진 골목길을 지키던 복덕방이 그중 하나이다. 마을 어르신들의 봉놋방이었으나 외지에서 온 나그네들의 길잡이이자 어두운 밤길을 지키는 든든한 파수꾼이었다. 반투명의 얇은 양면괘지 사이에 먹지를 대고 작성한 부동산 거래계약서는 새털처럼 가벼웠지만 은은한 묵향(墨香)이 한층 가치를 더했다.우리 조상들은 집터와 묏자리를 정하는데 유난히 신경을 많이 썼다. 이사 날짜는 무조건 '손 없는 날'로 정하는데 이날은 사방에 잡귀들이 없어 아무 곳으로 가도 탈이 없기 때문이었다. 가옥을 소개해 주고 구전을 받는 복덕방(福德房)은 주역(周易)의 생기복덕(生氣福德)에서 유래했다. 풍수지리에 따라 주거를 정해야 복(福)과 덕(德)을 얻는다는 믿음의 소치이다.언제 복덕방이 출현했는지에 대해서는 정설이 없다. 송종복 (사)경남향토사연구회 회장은 조선일보의 종합잡지 '조광(朝光)' 1937년판을 근거로 구한말에 몰락한 3명의 노인들이 생계유지 목적으로 가옥중개업을 시작한 것이 효시라고 주장했다. 조선후기 서울에 인구가 늘어나면서 주택거래가 빈번해지고 이를 계기로 가옥매매를 알선하는 복덕방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던 것이다.최근 부동산 중개수수료가 너무 비싸다는 불만들이 잇따르고 있다. 손님들은 "등기확인에다 집 보여주고, 계약서 날인에 입회하는 것이 고작인데 수수료가 보통 몇 백만원"이라며 소태 씹은 표정이다. 서울에서 11억원짜리 아파트를 매매하면 중개수수료만 1천만원인 것이다. 이 아파트를 2017년에 구입했더라면 중개료는 200만원이었다. 당시 시세는 5억5천만원으로 수수료율이 0.4%였으나 지금은 시세가 급등해 0.9%(9억원 이상)로 높아진 때문이다. 복비가 3년 만에 무려 5배나 폭등한 사례이다. 수수료가 집값에 연동되는 구조인 탓이다.10억원이 넘는

  • [경인칼럼]한국정치와 나훈아

    [경인칼럼]한국정치와 나훈아 지면기사

    추미애 장관 아들사건 편들기·공세적 태도文정부 '기회 평등·공정·정의' 공허한 구호분명한 소명의식·신념… 정치에 대한 갈구'나훈아 평범한 말'에 시민들 주목하는 이유가수 나훈아씨가 추석 특집 공연에서 남긴 메시지는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이 그저 한껏 멋을 부리려고 한 말이라고 하기에는 짙은 여운을 남겼다. 그가 공연 출연료를 받지 않았다는 점과 KBS에 출연하면서도 그 방송에 하는 쓴소리라고 해석될 수 있는 말, "삶의 모가지를 잡고 끌고 가지 않으면 끌려간다" 등의 메시지는 가슴을 울리는 말들이다. 그의 "내가 살아오는 동안에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을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다"는 말에도 한국정치의 구태와 퇴행을 성찰하게 하는 감동과 영감이 묻어 나왔다. 일부 정치인들은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僞政者)가 생길 수 없다"는 말에도 아전인수격 해석과 함께 그에 대한 예찬으로 숟가락을 얹기도 했다. 그의 말에 대한 과도한 유추나 해석이 오히려 그의 진의를 왜곡할 수 있겠지만 추미애 장관 아들 휴가 특혜의혹사건과 북한에 의한 공무원 피살 사건 등에서 여권 정치인들이 보여 준 발언과 강퍅한 행태는 나훈아와 묘한 대조를 이룬다.검찰이 추 장관과 아들 서모씨, 최모 전 보좌관에게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지만 사건을 둘러싼 파장은 가라앉지 않는다. 추미애 장관 아들 관련 사건은 지난해 조국 사태와 맞물리면서 사회정치적으로 정의와 공정의 문제를 상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추 장관 측이 받아든 법률적 면죄부와는 별개로 여야의 논란은 국정감사에서 쟁점이 될 게 뻔하다. 추 장관은 인사청문회와 국회에서 아들 휴가와 관련하여 '어떠한 지시나 관여를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번에 걸쳐 했고, 검찰 수사 결과 보좌관에게 지역대 지원장교의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아들에게 연락하라는 말과 함께 본인도 보고를 받았다는 사실도 밝혀졌다.전화번호를 알려준 게 지시가 아니라는 추 장관의 말은 상식 영역에서 판단하면 될 문제다. 이번 사건에서 추 장관이 애초에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