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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계양산에서 부른 정조의 노래 지면기사
정조 임금이 김포의 장릉을 참배하고 부평과 인천, 안산을 거쳐 수원에 있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참배한 행차는 꽤 알려져 있다. 또 정조가 활을 쏘았다는 어사대와 활을 쏘고 난 뒤에 손을 씻었다는 욕은지(浴恩池)에 대한 이야기도 인천에 전해지고 있다. 백발백중의 활쏘기 실력으로 문무 겸전했던 정조가 부평의 관리들과 활을 쏘고 시상도 했던 모양이다. 이 행적은 계양구의 부평초등학교 교정에 표지석으로 남아 있어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그런데 정작 잊고 있는 것이 있다. 정조가 부평과 인천을 지나면서 계양산과 소래산 풍경을 읊은 두 편의 칠언절구다. 계양산 노래에서는 계양산의 아름다운 산빛을 묘사하고 온 고을에 풍년이 들기를 기원한 뒤에 앞으로 백성들이 잘살고 공평한 정사를 펼치고 이어나갈 사람이 누구인가를 물었다.(桂陽山色極嬋娟 百里秋登上上田 民富政平斯可矣 誰能更續武城絃) 이 시는 정조의 뛰어난 언어 감각과 순발력도 나타나 있다. 부평(富平)이라는 지명은 본래 넓은 들판이라는 정도로 해석되는 지명이다. 정조는 지명에다 '민부정평(民富政平)', '잘사는 백성과 공평한 정치'라는 정치적 과제와 이상사회의 비전을 부여한 것이다. 부평은 그만그만한 땅이름이 아니라 정조의 통치철학과 이상사회를 내포한 개념어로 승격한 것이다. 그리고 '무성현'의 고을 '현(縣)'자를 악기의 줄을 의미하는 '현(絃)'으로 바꾸어 표현한 것도 절묘하다. 악기의 줄은 예악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문화정치를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래산 군자봉 아름다움에 감탄해 남긴 詩'어진 정치' 구현할 숨은 군자 간절함 담아내 정조는 서얼이나 지방선비, 중인이나 농민과 같은 신분이 낮은 소민(小民)을 보호하는 나라인 '민국(民國)' 건설의 이상을 실현하려 했다. 노비제도 개혁 정책과 농촌경제를 살리기 위해 선진적인 농법과 농업경영을 실험했다. 궁을 떠나 행차할 때마다 연도에서 마주친 백성을 가까이 불러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없는지를 직접 묻고 해결하기도 했다. 이 시의 '백성을 잘 살게'라는 구절은 백성을 굶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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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공간의 정치학 지면기사
시간과 공간은 우리 삶과 생활에 영향을 주는 핵심 요소다. 시간은 시간대로 공간은 공간대로 우리 일상 속에 있다. 그런데 시간도 공간도 다른 한편으로는 문화이며 정치다. 전 근대시대 우주의 시간인 달력은 오직 황제의 소관이었고, 공간 또한 철저하게 정치와 이념에 따라 조성됐다. 전 근대사회의 도시공학이자 공간의 정치론으로 '주례' '고공기(考工記)'를 꼽을 수 있다. 우리의 서울, 한양도 이 '고공기'에 따라 만들어졌다. '고공기'를 보면, 도성의 공간은 좌묘우사(左廟右社)와 전조후시(前朝後市)가 원칙이다. 군자남면(君子南面)이라 해서 왕성을 남향으로 짓고, 왼편에는 종묘를 오른편에는 사직단을 두었다. 그런가 하면 한양 도성의 사대문도 음양오행론에 입각해 명명됐다. 한양의 정문인 남대문은 남쪽을 뜻하는 글자인 '예(禮)'자를 따서 숭례문으로, 동대문은 동쪽을 뜻하는 '인(仁)'자에 풍수적 비보 차원에서 갈지자를 추가하여 흥인지문으로, 서대문은 서쪽을 뜻하는 '의(義)'자를 따서 돈의문으로, 북대문 역시 북쪽을 뜻하는 '지(智)'자를 따서 홍지문으로 그리고 한양의 정중앙에 위치하여 시간을 알려주던 종각은 중앙을 의미하는 '신(信)'자를 취하여 보신각으로 이름을 지은 것이다. 서울은 물론 경복궁이나 미국의 백악관 등 모두 그 나라, 그 사회의 정치철학을 반영하고 있다. 공간의 정치학이 작동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를 놓고 숱한 논란이 있었지만 그 논란과 별개로 모두가 다 합당한 이유가 있어 현재의 모습으로 조성된 것이다. 또 대통령 집무실도 집무실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 나라의 정치철학과 국격을 보여주는 상징이기 때문이다. 한양 도성 사대문 음양오행론 입각해 명명용산 이전 합리적인 선택이었는지 아쉬움 그런 청와대가 갑자기 시민의 휴식처로 탈바꿈됐다. 윤석열 대통령 측에서는 이를 공약 사항이며 탈권위 소통 행보의 일환이라 밝히고 있으나 국민들의 다수는 청와대를 방문해 보고 싶어 하면서도 동시에 이 집무실을 옮길 필요까지 있었는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이 청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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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정치 양극화 비용 지면기사
세계를 경악케 했던 지난해 1월 6일 미국 연방의사당 난입사건에 대한 진상조사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지난달 26일 미 하원 특별위원회는 다음 달 중에 공청회를 개최해서 11월 중간선거 이전에 최종보고서를 배포하기로 결정했다. 수천여 명의 미국 판 태극기 부대원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증 작업을 저지하고자 워싱턴DC의 민주주의 성지(聖地)에 난입하는 과정에서 경찰 1명과 시위대원 4명이 사망했다. 백인우월주의가 비호감 선거로 표출되면서 미국의 자부심을 짓밟았다.지난 3월 9일에 치러진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선거는 잡음 없이 마무리되었다. 0.73%p의 근소한 표차로 석패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개표종료 직후에 즉각 패배를 선언한 것이다. 1년 전의 미국 대선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미국처럼 역대 최악의 비호감 선거가 아니었기 때문일까?모 유명 시사주간지가 지난달 중순에 심층 분석한 여론조사에서 "한국 정치의 정서적 양극화와 정책선호도는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나 비호감 당파성은 미국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결론을 맺었다. 한국 유권자들의 정치적 양극화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이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특정 후보가 싫어 상대 후보를 지지하는 성향이 강했다. 특히 20대 유권자들의 정치적 편향성이 더 선명했다. 내 편이 아니면 평생 동지라도 서로 간의 말 섞기를 꺼리는 실정이니 말이다.글로벌 시장경제 붕괴·부의 불평등 늘어나정치지형까지 변화… 韓, 국가재정 큰 타격 청년세대들의 우리 사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미국 미시간대학 부설 비교조사연구소의 '월드 벨류 서베이' 조사결과가 눈길을 끈다. 1981년부터 5년마다 한 번씩 세계 100여 국가 사람들의 가치관 등을 조사해서 발표하는데 한국의 16∼24세 1천200명 대상의 7차 조사(2016∼2020년)에서는 '노력을 해도 성공하지 못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20.8%로 20년 전보다 무려 2.5배나 높았다. 2차 조사(1990∼1994년)의 경우 동일한 질문에 대한 한국 청년들의 응답 비율은 8.4%였다. 같은 질문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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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신구 권력 모두에게 절제의 규범이 필요하다 지면기사
5년 전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헌법 절차에 따른 탄핵과 파면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그 여파로 문재인 정권이 탄생했다. 주권자의 일반의지에 의한 헌법 제1조의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주권재민의 민주주의 이론이 정치공간에서 그대로 실현되어 정권교체를 가져왔다. 그 정권이 닷새 후면 윤석열 정권과 임무를 교대한다.문 정권 임기 초반의 적폐수사는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았고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취임사는 듣는 이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그러나 구호는 실현되지 않았다. 조국 당시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기용은 검찰개혁이라는 문 정권의 공약과 맞물리면서 진영간의 극단적 대결을 가져오고 그 여파는 민주화 이후 최초로 10년 주기의 정권교체설을 무력화시켰다. 그 앙금은 윤석열 당선인의 취임을 닷새 앞둔 현재 새로운 양상의 진영 상호간의 대치로 구체화하고 있다. 문 정권과 윤 당선인의 '통합' '협치'는 정치적 수사로도 인용되지 않는다.20대 대선의 표차가 불과 24만표였고, 대선 직후의 지방선거는 양측의 교착의 구조적 원인을 제공하지만 양쪽 정권의 행태는 한국정치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퇴임하는 대통령이 차기 정권에 대해 비판적 발언을 반복해서 발신하고, 후임 정권은 현재 정권을 '독재와 권위주의 권력의 마지막 대통령'이라는 독설을 서슴지 않고 쏟아낸다. 퇴임·후임 정권, 서로 비판 서슴없이 쏟아내대통령 집무실·검수완박·인사청문회 격돌 신구 권력의 갈등이 이 정도로 첨예한 적은 없었다. 문 정부 초의 적폐수사의 잘 벼린 칼이 정권을 향하자 검찰권력은 악마의 상징이 됐고, 결국 정권의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되는 상황을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아이러니'라고 표현했다. 2019년 이후의 정치상황은 구성의 치밀함이 내장된 한 편의 정치소설과 다름없다.'지는 권력'과 '뜨는 권력'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갈등하고, 검수완박·국무총리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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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공정'과 '상식'을 다시 묻는다 지면기사
'스티브 유'는 가수 유승준(45)의 다른 이름이다. 미(美) 국적을 얻어 병역을 피했다 2002년 이후 국내 입국이 막혔다. 2003년 지인 부친상 때 잠시 귀국했으나 더는 기회가 없었다. 비자발급이 번번이 불허되자 소송을 내 2020년 승소했다. LA 영사관은 이후에도 사증을 발급하지 않았다. 스티브의 사익보다 공익 가치가 더 중하다고 본다. 이달 말 총영사를 상대로 한 소송이 선고를 앞두고 있으나 결과는 미지수다. 20년도 넘었는데 너무 가혹하다는 동정론에, 국방의 의무를 저버린 대가(代價)란 주장이 맞선다.한국사회에 뒤끝 고약한 3대 비리가 있다. 입시, 병역, 취업이다. 양형에 실정법보다 국민정서법이 앞선다. 청와대 비선 실세 딸이 명문대에 특례 입학했다, 모녀가 국정 농단의 주범으로 몰렸다. 뒷배라는 대통령은 탄핵을 당했다. 문재인 정부 법무장관에 임명된 조국 전 서울대 교수는 자녀 입시비리로 낙마했다. 주작은 없었다고 버텼으나 여론은 나빠졌고, 진영으로 갈린 찬반시위가 극렬했다. 수년 사이 장관 후보자 여럿이 자녀 문제로 불명예 퇴진하거나 임명되지 못했다.'검수완박' 파고에 가렸으나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자녀 문제는 가볍지 않다. 입시와 병역문제를 관통한다. 경북대병원 부원장과 원장 시절 자녀 2명이 경북대 의대에 편입했다. 아들의 경우 논문 작성에 관여한 교수가 면접관이 돼 평가를 매겼다. 대학은 특별전형으로 대구·경북대학 출신을 50% 넘게 뽑았다. 교육부와 대구시가 권고한 지역 인재 할당은 30% 이상이다. 이 전형은 4년간 이어지다 지난해 폐지됐다. 정호영 후보자 아들·딸 꼬리 문 의문 부호조국 前장관의 "부정 없었다" 판박이 양상 청문회를 앞두고 속보가 이어진다. 아들이 불합격한 이듬해 지역 인재 특별전형이 신설됐다. 딸은 특정 고사실에서 만점을 받았다. 아들이 함께 썼다고 이름을 올린 논문에서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공저자 가운데 유일한 학부생이다. 검찰에 고발한 경북대는 논문 기여도가 20%에 못 미친다고 밝혔다. 현역복무 판정을 받은 아들은 경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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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투표율의 사회학 지면기사
제8회 지방선거가 40 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투표일 전후에 관심거리로 부상했다가 곧 사라지는 '계절성' 화제가 있다면 투표율이다. 투표율이 선거 캠페인 끝 무렵에만 관심 대상이 되는 것은 후보자별 지역별 세대별 투표율이 당선의 유불리를 가늠하는 지표이기도 하거니와 투표 당일 지역별 투표율이 시시각각 보도되어 이목을 집중하기 때문이다. 인천은 경기도와 함께 각종 선거에서 전국적 투표 경향을 대표하는 지역으로 주목받는 한편 투표율은 저조하다는 '불명예'도 안고 있다. 20대 대선에서도 인천시의 투표율은 74.8%로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15위를 기록해서 투표율 '만년 꼴찌'라는 자조 섞인 평가를 받았다. 인천보다 낮은 투표율을 기록한 시·도는 제주(72.6%)와 충남(73.8%)뿐이었다. 한편 지난 7대 지방선거의 투표율에서도 인천의 투표율은 55.3%로,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가장 낮게 나타나 인천시에서는 투표율 제고를 위한 대책기구를 만들기도 했다. 우리나라 투표 참여 美·獨·英 비해 높은 편불참 원인은 명분·이유 절실하지 않기 때문 그런데 투표율이 정주의식이나 시민의식의 부재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 많지만 그 근거는 분명하지 않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인천과 비슷하거나 더 낮은 투표율을 보인 부산이나 충남, 제주도의 경우를 정주의식이나 지역정체성 부재로 설명하기 어렵다. 인천시민들의 투표율과 관련 조사보고서에서 '선거에 대한 관심도'가 투표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으나 이 역시 근본적 투표율 요인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복합적 결과를 지적한 것에 가깝다. 정주의식 요인론은 동어반복에 불과하고 계몽주의적 대책으로 귀결되기 십상이므로 차라리 객관적 요인을 찾는 것이 낫다. 투표율은 높은 것이 좋겠지만 그렇다고 투표율이 낮다고 비난하거나 자조할 이유는 없다. 투표권은 유권자의 권리이지 의무가 아니다. 투표에 참여하여 의사를 밝히는 것만큼 투표하지 않는 것도 의사 표시의 하나로 간주되어야 한다.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정치 행위에는 투표 불참과 기권이 이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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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수화(手話)를 배워보자 지면기사
지금 우리는 엄청난 축복 속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이를 모르고 있거나 의식하지 못할 뿐이다. 정말 그런가. 불교의 '사십이장경'에 이런 말이 나온다. '사람 몸 받기 어렵고 사람 몸을 받는 중에도 남자 되기 어렵고 비록 남자가 되었을지라도 육근을 완비하기가 어렵다(得爲人難 旣得爲人 去女卽男難 旣得爲男 六根完具難)'. 지금 보면 다소 성 차별적인 언사로 볼 여지도 있지만, 이 말의 본의는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이 어려운데 사람으로 태어난 것을 큰 축복으로 생각하고 또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온전한 몸으로 태어나는 것이 어려운데, 사지 육신이 온전하게 태어나 살고 있으니 이것이 어찌 큰 은혜가 아니겠는가, 그러니 매 순간을 긍정하며 행복한 줄 알고 살라는 것이리라.우리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으나 사실 이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이가 아프거나 편도선만 부어도 밥을 제대로 먹을 수 없고, 위장병이 나도 정상적인 식사가 어렵다. 또 퇴행성관절염이나 척추협착증만 와도 걷는 일도 어렵고 난감한 일이 된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을 보면 병마로 고통을 받는 분들이 참 많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고 지금의 나를 돌아보면 나는 얼마나 다행인가, 앞으로 불평 불만하지 말고 무리한 욕심을 부리지 말고 살자 다짐하곤 한다. 그러면서 일상에서 말하고 보고 듣고 밥 먹고 잠자고 걷고 하는 당연한 일들이 실로 당연하지 않은 어마어마한 축복임을 깨닫게 된다. 평소엔 장애인 편의시설 관심없이 지나쳐어쩌다 점자책 등 접해도 무심하게 넘어가 그러나 이러한 깨달음은 잠시의 각성일뿐 살다보면 이를 까맣게 잊게 된다. 그러다가 누가 큰일을 당하여 문병, 문상을 가면 다시 이런 깨달음과 순간의 반성이 찾아오곤 하나 이내 다시 긴 망각 속에 빠져들고 만다. 우리가 일상에서 반복하는 행동하고 머무르고 앉고 눕고 말하고 침묵하고 움직이고 멈추는 일(行住坐臥語默動靜)이 큰 축복이요, 행복임을 알아 무리한 욕심 내지 말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사는 삶의 지혜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올해 아카데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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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코로나19 검사 하지 말걸 지면기사
지난달 중순에 필자 부부는 시내에서 볼일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탔다. 이날은 평일인데다 낮 시간대여서 승객들이 적어 우리는 버스 뒤편의 좌석에 앉아서 각자 휴대전화를 뒤적거리며 시간을 죽였다.몇 정거장 지났을 때였다. "내가 걸린 것 같아. 그런데 아직 검사 안 받았어"란 나직한 말소리가 귓전을 스쳤다. 우리 바로 뒷좌석 반대편 창가에 앉아있던 60대(?) 아줌마 승객이 누군가와의 통화 중에 한 말이었다.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마스크에 가려진 그녀의 얼굴빛이 어두웠다. 그러나 "당신 코로나 환자냐?"고 물어볼 수도 없고. '내가 너무 오버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버스 창문을 조금 열고 마스크 끈을 조였다. 그 아줌마와의 불편한 동승(同乘)은 이후 30여분 동안 계속되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부부에게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다. 집사람이 먼저 코로나19에 걸렸고 필자는 다음날에 확진판정을 받았다. 목구멍이 따끔거리고 가슴이 답답해지며 두통이 심했다. 그 와중에서 휴대전화는 질병청과 보건소로부터의 공지사항들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한마디로 문자폭탄이었다. 몸도 못 가눌 지경이었지만 워낙 중대한 전염병에 걸렸으니 공지내용들을 하나둘씩 읽다가 순간 화가 치밀었다. 정부의 금족령으로 약 한번 제대로 못쓰고유명 달리한 수많은 생령들 떠올리면 화가 나 관내 보건소에서 보낸 재택격리통지서에 격리기간과 격리장소(자택)를 지정하면서 격리명령을 위반할 경우 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처벌을 할 수 있다는 문구가 눈에 띈 것이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소상공인들 살린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팔을 걷어붙인 정부가 오히려 대면활동을 자제하고 예방주사를 맞는 등 국가의 명령에 충실히 따른 소시민들을 겁박하는 느낌이 든 것이다.투병생활이 본격화되었다. 집안에는 우리 부부 2명뿐이라 다른 식구들에 대한 전염 우려가 없어 다행이었으나 치료약이 문제였다. 병원에서 코로나 검사받을 때 처방받은 해열제를 열심히 복용했지만 효과가 신통치 못했다. 보건소에서 지정해준 담당병원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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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청와대 이전의 정치학 지면기사
1987년 민주화 이후 이명박 후보가 당선됐던 17대 대선과 탄핵으로 치러진 19대 대선을 제외하고 대선은 항상 박빙으로 결론났다. 15대 대선은 1.5%p 차인 39만표 차이로 승부가 갈렸고, 16대 대선 역시 2.3%p 차인 57만표 차이에 불과했다. 20대 대선 결과가 0.73%p 차인 24만표 차이에 불과한 것을 감안해도 선거 직후 신구 권력의 파열이 전방위에 걸쳐 여과없이 노출된 적은 없었다. 여러 사안 중에 역시 대통령 집무실 이전 이슈가 갈등의 발화점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회동이 어렵사리 성사되어 문 대통령이 이전 예산 협조를 약속했지만 여전히 난관이 많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이슈가 시민의 평균적 여론과 유리된 채 진행한다면 이 문제가 윤석열 정부 초기의 국정 동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윤 당선인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직후인 오는 6월1일 지방선거가 있다. 지방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란 주민자치정치의 의미가 크지만 회고적 투표로서 정권평가의 의미를 갖는다. 정권 출범 후 불과 한 달도 안 되는 시점에 치러지는 선거는 결정적 잘못이 없는 한 비록 승리한 쪽에 표를 던지지 않았던 유권자도 새로운 정권의 국정 운영에 힘을 실어줄 개연성이 높으므로 집권여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얼마든지 다른 결론이 날 수도 있다. 민심이 얼마나 이슈에 탄력적으로 반응하는지는 이번 대선에서도 입증이 됐다. 시민 소통·제왕적 권력 탈피, 尹 당선인 의지여론 살피거나 현 권력과 협의 흔적 안 보여 시민과 소통하고 제왕적 권력에서 벗어나겠다는 윤 당선인의 의지는 여러 번 천명됐고 그 일환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선의의 목적과 의도가 반드시 해피엔딩을 결과하지만 않는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여러 정책 수립과 집행 과정에서도 노정됐다. 윤 당선인이 광화문에서 용산으로의 집무실 변경에 관해 여론을 살피거나 현재 권력과 협의한 흔적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이는 제왕적 대통령 타파와 소통을 강조한 공약과 썩 잘 조응하지 않는다.민주주의는 다수 지배의 원리가 구현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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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과이불개(過而不改) 지면기사
지난 9일 밤, 인천 부평거리에서 정체불명의 남성이 투표함을 나르다 시민들에 둘러싸였다. 신분을 밝히라며 투표함의 출처를 묻자 "공무집행방해 말라"고 큰소리쳤다. 전국 개표가 시작된 즈음이다. 경찰이 출동했으나 외려 감시원을 윽박지르다 SUV 차량에 투표함을 싣고 사라졌다. '투표함이 왜 노상에서 목적지를 잃었는지', 의문은 풀리지 않는다.사전투표장을 찾은 확진·격리자 투표지는 소쿠리, 라면 상자, 비닐쇼핑백에 던져졌다. 유권자가 자신의 투표지가 어떻게 투표함으로 전달되는지 알 수 없는 황당한 일이 반복됐다. 특정 후보에 날인된 투표지를 받아든 유권자는 묻고 따지다 '난동을 멈추라'는 꾸짖음을 들었다. 선거 전, '소쿠리 투표'는 직접·비밀투표 원칙에 위반된다는 내부 의견은 무시됐다.제주와 부천선관위에선 사전투표함과 투표지 뭉치가 사무국장실에서 발견됐다. 투표함을 지켜야 할 CCTV는 신문지로 가려졌다. 명백한 상시 감시규정 위반 행위다. 서울서 사전투표한 유권자가 투표일 춘천에서 다시 투표지를 받는 놀라운 일도 발생했다.거리 현수막에 '살아있는 소가죽을 벗기는 세력'이란 저속한 표현이 등장했다. 2년 전 총선에서 '내로남불'이 특정 정당을 떠올리게 한다며 불허 처분한 선관위가 표현의 자유 운운하며 얼굴을 바꾼 것이다. 상대가 '쌍욕, 불륜 심판하자', '전과 4범은 안됩니다'로 대응하면서 흙탕물이 됐다. 사전투표 부실관리로 중앙선관위 우환 심각여당, 지선 혼란 예방 선관위원장 유임 주장 선거 내내 이해 불가한 사고가 속출하면서 투표관리 수준이 수십 년 전으로 후퇴했다는 개탄들을 한다. 심판이 한쪽 편을 거드는 것도 모자라 선수로 나서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다. 소셜네트워크와 사내 게시판에 비판 글이 올라오자 비아냥과 조롱으로 응수했다. 무능과 무책임에, 정치 편향적이고 오만하다는 비난들을 한다. '선관위가 이래도 되느냐'고.사전투표 혼란으로 촉발된 선관위의 우환(憂患)이 심각하다. 전국 선거사무를 총괄한 중앙선관위 사무총장과 사무차장은 자리를 비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