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sight

어떤 뉴스를 찾아 드릴까요?

AI 브리핑은 때때로 실수할 수 있고 잘못된 정보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오피니언

경인칼럼

칼럼니스트 전체 보기
  • [경인칼럼] '가이샤의 것' 혹은 자율

    [경인칼럼] '가이샤의 것' 혹은 자율 지면기사

    가이샤의 것은 가이샤에게! 바리새인들이 로마황제인 가이샤(Caesar)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은지 그른지를 물어 예수를 딜레마 논법의 함정에 빠트리려는 질문에 대한 예수의 답변이다. 로마 황제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다고 하면 친로마파로 낙인찍어 매장시키고 반대로 바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면 반로마파로 몰아 로마당국에 고발해서 예수를 제거하려는 음모였다. 여기서 예수는 "가이샤의 것은 가이샤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바치라"고 답한다. 로마황제에게는 국법대로 세금을 내고 하나님께는 율법대로 번제를 올리라는 말이다. 세속적 의무와 종교적 의무를 명쾌하게 분리함으로써 바리새인이 쳐놓은 딜레마를 분쇄한 예수의 논리는 정교분리, 국가와 교회 혹은 사회와 종교적 진리를 분리하는 비유로도 유용하다.지난 11월, 연상호 감독의 6부작 드라마 '지옥'이 넷플릭스를 달구었다. '오징어 게임', '마이네임', '갯마을'에 이은 흥행작이었다. 드라마 '지옥'은 지옥에 대한 인간의 공포심을 이용하여 세상을 통제하려는 종교집단과 그 광기의 포로가 된 사람들을 다룬 공포영화다. 느닷없는 지옥행 고지(告知)를 받은 사람들은 공황에 빠지고, 고지받은 사람을 지옥사자들이 살해하는 '시연(試演)' 장면들은 시청자들을 긴장시키고 시선을 화면에 묶어 놓는다. 새진리회와 같은 신흥종교와 심판 대행자인 '화살촉'이 폭력으로 세상을 지배하게 된다. 극 중 지옥 사자의 외형이나 '시연' 장면은 저승사자의 모습이 아니라 조직폭력배들의 난동에 가깝기도 하고, 기괴함을 넘어 우스꽝스럽기도 한데 이 설정은 지옥 사자의 정체를 재난의 은유로 해석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으려는 의도일 수 있겠다. 지옥 실현되길 바라는 '권선징악'적 상상은'공정' 아닌 불공정 세상에 대한 분노로 촉발 이 드라마의 이야기들은 지옥행 고지라는 재난을 맞닥뜨린 사람들이 겪는 천차만별의 혼란상으로, 영문도 모른 채 공포에 떨다가 죽어가야 하는 억울한 피해자들이 있고, 피해자를 돕기 위해 목숨을 걸고 돕는 사람들도 있다.

  • [경인칼럼] 명언, 명문장들에 대한 성찰

    [경인칼럼] 명언, 명문장들에 대한 성찰 지면기사

    성공한 인생이란 무엇인가? 찬란한 업적·성공·권력·다복한 가정·돈·건강 등도 빼놓을 수 없겠지만, 죽을 때 후회하지 않는 삶이야말로 가장 성공한 인생이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영원히 기억될 많은 명언들을 마음속에 품고 사는 마음의 풍요를 꼽고 싶다. 우리는 과연 인생과 세상에 귀감이 되고 빛을 밝혀준 얼마나 많은 명언들을 기억하며 또 간직하고 사는가.'법구경'·'노자'·'장자'·'논어'·'성경'·'탈무드'·'대종경' 등 세상에는 수많은 말씀과 명언들을 담은 경전들이 있다. 뿐인가. 위대한 정전급 고전들을 보면 무릎을 치며 탄복할만한, 또는 일순간 정신이 번쩍 드는 멋진 명문장들로 가득하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라든지 셰익스피어의 희곡작품들 속에서도 의표를 찌르고 세상사를 날카롭게 꿰뚫는 명문장, 명대사들로 가득하다. 사회 일각선 '정권 바뀐들 별수 있나' 회의론다르다 해도 '해 아래 새로울게 없음'이 본질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안나 카레니나'의 러시아 원어는 모르겠고, 이 말의 영역(英譯)은 'All happy families are like one another; each unhappy family is unhappy in its own way'이다. 예전에는 그냥 멋진 문장이었는데, 살아보니 세상살이를 정확하게 짚어낸 명문이 아닐 수 없다. 이를 풀이하면 사람, 가정이 행복을 느끼는 이유나 조건은 비슷한데, 불행의 이유는 저마다 다르거나 스스로를 불행에 빠뜨리는 상황은 다르다는 것이다. 행복은 잘 모르겠지만, 불행의 이유는 단순하거나 일목요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그런가하면 최근에는 '모든 사람은 타인이며, 누구도 자신이 아니다'는 마르틴 하이데거의 일구가 마음에 와 닿았다. 지낼 날보다 지낸 날이 더 많은 나이가 되다 보니 나도 어느새 사람들 속에서 홀로 살고 있다.또 '스물 세 살이오. 삼월이요, 각혈이다'란 이상의 자전적 소설 '봉별기'(1936)의 첫 문장도

  • [경인칼럼] 난임 시술비 전액을 국비로

    [경인칼럼] 난임 시술비 전액을 국비로 지면기사

    세계인구 증가세가 거침이 없다. 1999년 60억명에서 10여년 만에 70억명을 돌파하더니 최근에는 80억명에 근접하고 있는 것이다. 1초에 약 4명의 아이가 탄생하는 지경이다. 유엔은 향후 20년 이내에 세계인구수가 100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구온난화와 식량난, 생물다양성 상실과 분쟁, 고령화가 걱정이다.인구감소는 또 다른 고민거리이다. 세계 합계출산율이 1950년 4.7명에서 2.4명으로 60여년 만에 반토막 난 것이다. 합계출산율이란 여성이 가임기간 동안 평생 낳을 수 있는 자녀 수를 의미한다. 합계출산율이 인구증가율 제로 수준인 2.1명을 밑도는 나라 수가 90개국 이상인데 조지아, 폴란드, 루마니아, 그리스, 스페인 등 33개국에서는 인구수가 줄고 있다.경제가 성장할수록 인구증가는 둔화한다.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지고, 결혼시기도 늦춰지는 것이다. 그러나 고령인구 비중이 높아지면서 경제활동인구 감소로 생산력이 줄고, 전체 소비가 감소하면서 투자유인도 추락한다. 복지비용 증가에 따른 국민들의 세금부담 증가가 기업들의 해외이전을 자극해 경제기반이 점차 약화된다. 인구증가보다 인구감소가 더 위험한 법이다. '미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토머스 프레이 다빈치연구소 창업자는 '미래의 가장 큰 위기는 인구감소'라며 한국, 일본, 중국, 브라질, 태국, 이탈리아, 러시아, 우크라이나, 폴란드, 스페인을 포함한 23개국 이상은 2100년까지 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지난해 한국 합계출산율 0.84명 '세계 최저'난임 인구도 23만여명 15년만에 배로 증가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선진국(OECD) 평균인 1.63명의 반토막에 불과한 0.84명으로 세계 최저를 기록했다. 연도별 출생자 수가 지난 2000년 63만여명에서 지난해에는 27만여명으로 20년 만에 무려 56.5%나 감소한 것이다. 정부는 2006년부터 저출산, 고령화대책에 200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은 곤두박질했다.지난 6월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030년에 진도 9.0의 인구 대지진 발

  • [경인칼럼] 정치 담론이 사라진 기형적 대선

    [경인칼럼] 정치 담론이 사라진 기형적 대선 지면기사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서 대한민국이 거의 모든 영역에서 세계 '톱 텐'국가에 진입했다고 했다. 국민소득 3만2천 달러, 경제규모 세계 10위, 안보분야에서도 세계 7위의 군사 강국, 과학·한류·복지 등에서도 결코 글로벌 스탠더드에 뒤지지 않는다. 아직도 부문에 따라 갈 길이 멀지만 선진국에 진입했거나 문턱에 있는 대한민국의 위상은 괄목할만하다.그러나 저출산, 심화되는 부동산과 자산의 불평등, 사회적 양극화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의 심화, 노동과 자본의 대립, 세대와 젠더 문제 등에 기인하는 구성원 간의 원심력 증가 등이 선진국 시민이라는 사실과 괴리를 느끼게 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는 한 세계 10위권의 위상을 지속하기 어렵다. 결국 정치가 사회 각 부문의 갈등과 대립을 조정해 나가지 않으면 국운 상승기의 대한민국의 앞날은 장담할 수 없다. 李·尹, 승자독식 대통령 권력 분산엔 함구네거티브·정치공학 난무 모두 패자될 수도 대선이 진행 중이지만 지금의 정치구조를 개혁하자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이재명, 윤석열 후보는 약속이나 한 듯이 현재의 승자독식 대통령 권력에 대해서 함구하고 있다. 지금의 대통령제는 장기집권과 군사독재를 종식시키고 직선제를 관철시킨 절차적 민주주의의 공고화에 기여했다. 그러나 1987년 13대 대선 이후 7번의 대통령 권력이 있었고 3번의 정권교체가 있었지만 대통령의 퇴임 후 불행이 구조화되는 형국이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현행 대통령제가 갖는 구조적 모순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과거 대선에서는 87체제의 수명이 다했다는 자각과 함께 헌법 개정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이 화두가 되곤 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정당체제를 개혁하고 과도한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킴으로써 양대 진영의 극한 대결을 종식시켜야 한다는 당위마저 끼어들 틈이 없다.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과 고발사주 의혹 사건은 핵심 인물에 대한 수사 없이 마무리될 것 같다. 이재명 후보가 특검 수용 의사를 밝혔으나 여야 모두 각자의 셈법에 따라 특검이

  • [경인칼럼] '개미지옥(地獄)'

    [경인칼럼] '개미지옥(地獄)' 지면기사

    2016년 말, 남경필 경기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격하게 충돌했다. 성남시가 추진하는 청년 배당, 무상교복, 공공산후조리원 '3대 무상복지사업'을 두고서다. 남 지사는 강하게 비판했고, 경기도는 법원에 판단을 구했다. 정부부처와 협의를 거치지 않아 절차를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2년 뒤 선거에서 남 지사에 승리한 이재명 지사는 출근 첫날, 대법원 제소를 취하하라 지시했다.새 도지사의 취임 초 행보는 상징하는 의미가 크다. 4년 임기 도정 철학과 기조를 알려주는 나침반이 된다. 공직자들은 새 인사권자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긴장하고 집중한다. 그런데 첫날, 첫 행보가 전임자 흠집 내기와 자신의 명예회복을 위한 전리품 챙기기였다. '시민 복지를 위해 시행한 정책을 제소한 건 지방정부의 정책결정권을 침해하는 복지 후퇴이자 지방자치 훼손'이란 비난은 덤으로.일산대교 무료 통행은 20일 천하가 됐다. 사업시행자 지정을 취소하는 공익처분으로 공짜통행을 강행했으나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재판부는 공익처분 행위가 '일산대교(주)에 참고 견디기 어려운 유·무형적 손해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사업운영자의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려면 공익처분은 집행정지돼야 한다고 판단한 게다. 이재명표 일산대교 통행료 징수 오락가락운전자들 희롱당한 느낌이라는데 '道 집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10월 말 지사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날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 공문에 서명했다. 지난봄 이 후보는 해당 지자체장들과 함께 일산대교 요금소 앞에서 위력시위를 했다. 통행료 인하라면 모르나 전면 무료화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득보다 실이 많다는 의견엔 귀를 막았다. 외려 마지막 만찬 테이블에 '공짜 메뉴'를 올린 것이다. '지사 찬스'에, 표심과 통행료를 바꿔먹는 매표행위란 비판이 거셌다.도(道)는 집요하다. 무료 통행이 재개되도록 협조하라며 운영자를 윽박지른다. 60억원짜리 임시통장을 흔들면서 손해 없도록 하겠다 유인을 한다. 다른 손으론 본안소송 카드로 협박한다. 통행료를 받는 운

  • [경인칼럼] 인곡 배정국

    [경인칼럼] 인곡 배정국 지면기사

    출판사 백양당(白楊堂) 대표 배정국(裵正國)의 생애가 일부 복원되었다. 도쿄외국어대 야나가와 요스케의 '백양당 연구'(2018)덕분이다. 백양당은 해방 직후인 1946년부터 1950년까지 '상허문학독본'을 비롯한 이여성의 '조선복식고', '이상선집' 등 30여권의 단행본을 간행한 출판사였다. 백양당은 조선문학가동맹의 행사를 주관하거나 기관지를 발행하였으며, 임화의 시집 '찬가', 설정식의 '종', 김기림의 평론집 '시론'등을 출간했다. 약산 김원봉과 의열단 활동을 기록한 '약산과 의열단'은 배정국이 제안하여 박태원이 집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양당의 주요 출판물의 제호나 장정은 그의 손을 거쳤는데 전통문양을 활용한 능화판을 사용하였다는 점에서 출판문화사에서 평가를 받고 있다.필자는 1920년대 인천의 문화운동을 살펴보면서 제물포청년회 간부였던 배정국의 존재를 확인하였으면서도 그가 백양당 대표였다는 사실을 지난해에야 확인했으니 지역 연구자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배정국의 아호 인곡(仁谷)도 인천을 염두에 둔 작명으로 짐작되거니와 그의 서울에서의 활동도 인천에서의 사회활동의 연장선에서 이뤄졌던 것으로 보인다. 배정국의 인천지역에서의 활동은 1920년대와 1930년대 중반에 걸쳐 있다. 그는 1923년 제물포청년회 대표로 활동하는 등 문예운동과 체육보급 운동을 전개했던 주역이었다. 출판사 백양당 대표였던 그의 생애 일부 복원제물포청년회 활동 등 문예·체육보급 주역 배인국은 인천 서경정(西京町)에 백양당(白楊堂)이라는 양복점을 창업하였으며 기미취인점도 운영하였던 것으로 확인된다. 당시 '인천에서 제법 양복을 맞도록 지어주는 집'으로 '백양테라(테일러)'를 제일 먼저 거론할 정도로 상당히 이름난 양복점이었다. 1935년 배정국은 일본인 중심의 인천상공회의소에서 이탈하여 조선인 상공인 중심의 단체 결성에 나선다. 그가 인천상공인 대표로 나설 수 있었던 데에는 백양당 양복점 외에 미두(米豆)나 금융분야에서 성공을 거두었던 것으로 짐작된다.1936년께 배정국은 활동무대를

  • [경인칼럼] 한류문화의 빛과 그늘

    [경인칼럼] 한류문화의 빛과 그늘 지면기사

    한류(韓流) 바람이 거세다. '겨울연가' ·'대장금'·'도깨비'·'기생충'·'BTS'·'블랙 핑크'·'오징어게임' 등 지난 1990년대 이후부터 한국의 대중문화는 전 지구적 존재감을 끝없이 강화해왔다. 1990년대 후반 동아시아에 한국 TV드라마들이 인기를 끌면서 한류는 글로벌 시장의 초국가적 문화상품으로 성장했다. 한류란 K팝·K드라마·K뷰티 등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되는 한국 대중문화를 가리키며 여기에 이를 동경하고 배우려는 현상까지 포괄하는 말이다.한류는 원래 중국에서 생긴 말이다. 중국의 '인민일보'에서 한국대중음악과 드라마에 열광하는 현상을 한풍(韓風), 한조(韓潮)라 비판하면서 이에 열광하는 자국민을 '하한쭈(哈韓族)'라 지칭하고 이 모든 현상을 총칭하여 '한류'라 명명했던 것이다. 때마침 불어 닥치기 시작한 신자유주의의 물결 속에서 1993년부터 한국정부는 세계화를 기치로 내걸고 문화가 가진 경제적 부가가치와 중요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가령 1995년 김영삼 정부의 '영화진흥법'이라든지 1999년에 제정된 '문화산업진흥법' 등이 단적인 예다. 안팎의 조건이 잘 맞아떨어지면서 한류는 동아시아의 차원을 넘어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 디지털 플랫폼들을 기반으로 마침내 한류(the Korean Wave)라는 초국가적 대중문화로 도약했다. 1990년대 후반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번진 드라마들이 한류 1.0이라면 디지털 플랫폼들을 기반으로 한 최근의 콘텐츠들은 한류 2.0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치열한 경쟁속 문화산업 이끄는 내공 축적기득권영향 없이 실력 갖춘 콘텐츠만 생존그러면 한류의 인기 비결은 무엇이며 세계를 주도하는 이 압도적 현상은 어디에서 유래하는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대략 이렇게 정리해볼 수 있겠다. 첫째는 지역적인 것과 글로벌한 것을 잘 융합한 혼종성(hybridity), 둘째는 강한 호소력과 보편성, 셋째는 치열한 경쟁 시스템에서 다져온 우리 문화산업의 적응력과 응용력 등을 꼽을 수 있다.첫째와 둘째가 콘텐츠의 영역이라면, 세

  • [경인칼럼] 살맛 나는 세상의 조건

    [경인칼럼] 살맛 나는 세상의 조건 지면기사

    서울의 모 장례식장에서 상주 A씨가 모친상을 치르면서 고인이 즐기던 음식을 제사상에 올리기 위해 인근 음식점들에 주문했다가 황망한 경험을 했다. 한 식당에서는 닭볶음탕 1인분을 무료로 제공했으며 다른 분식집 사장은 손수 된장찌개를 싸들고 빈소(殯所)로 찾아와서 유가족을 위로하는 편지와 조위금까지 전달한 것이다.지난달 주요 일간신문에 소개된 내용이다. 한 문상객이 상주에게서 전해 들은 미담(美談)을 사회관계망(SNS)에 올린 것이 발단인데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거짓말이다", "요즘 이른바 훈훈한 사연으로 '돈쭐'나는 음식점들이 많아서 그걸 노린 마케팅이 아니냐"는 등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돈쭐'이란 '돈'+'혼쭐'의 변형된 신조어로 '혼쭐이 나다'라는 원래 의미와는 달리 정의로운 일을 한 가게의 물건을 팔아주자는 의미이다.기자 B씨가 해당 음식점들을 찾아 직접 확인한 결과 이 식당 주인들은 상주는 물론 유가족들과도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 유족의 애통함을 이용해서 매출을 올리려는 얄팍한 상술도 아니었다. 얼마 전에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나서 상주를 위로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사연을 접한 젊은 네티즌들은 "아직 세상은 따뜻한가 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사람의 작은 선행이 주변 사람들에게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진정한 가치를 확인시켜준 것이다. 사회적 자본 부정적 측면보다 순기능 더 커한국, 사회자본지수 세계 23위 '고단한 삶' 자본의 종류에는 통상적 의미의 물질적 자본과 인적 자본 그리고 사회적 자본이 있다. 사회적 자본은 아직 개념 정립이 덜 된 상태이나 대체로 사람들이 서로 만나서 대화하고 행동하는 가운데 발생하는 신뢰와 사회단체 참여(네트워크), 사회규범, 사회구조 등 사람들의 사회적 관계를 통합한 개념으로 물질적 자본, 인적 자본처럼 생산활동을 증가시키는 중요한 경제적 자원이다. 미국 하버드대학 로버트 퍼트남 교수는 사회적 자본을 사회구성원 상호 간의 이익을 위해 조정과 협동을 촉진하는 규범, 신뢰, 네트워크 등으로 정의했다.사

  • [경인칼럼] 진영의 정치가 선거를 왜곡시키고 있다

    [경인칼럼] 진영의 정치가 선거를 왜곡시키고 있다 지면기사

    1992년 14대 대선 이후 15대 대선부터 지난 19대 대선까지, 2007년 17대 대선을 제외하곤 보수 대 진보의 대결은 간발의 차로 승부가 갈렸다. 15대 대선은 1.52%p 차로 진보 승리, 16대 대선 역시 1.96%p 차로 진보의 승리, 17대 대선은 보수가 큰 표차로 이겼지만, 18대 대선 역시 3.94%p 차이에 불과했다. 19대 대선은 문재인 후보가 41.09%를 얻어 2위인 홍준표 후보의 24.04%와 차이를 벌렸으나 보수 대 진보의 구도로 볼 때 보수 진영인 홍준표 후보, 안철수 후보의 21.42%, 유승민 후보의 6.76%를 합치면 52.22%, 진보 진영은 문재인 후보와 진보 후보인 심상정 후보를 더한 표가 47.26%로 역시 박빙의 승부로 볼 수 있다.내년 대선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 진영 대 진영의 첨예한 대결이 예상된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적대적 공생으로 정치적 이기주의를 충족해 온 양대 진영은 보수와 진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이념과 가치를 지향하는 세력이 아니다. 오로지 이익과 이해를 공유하는 직업적 정치집단일 뿐이다. 대선 국면에서 유권자의 기억에 남는 잔상은 무엇인가. 정치기술자들 갈라치기로 지지자 결집 나서유권자는 적대적 정치 공고화 수단으로 전락 대장동 개발 특혜의혹사건과 고발 사주 의혹사건이 대선 이슈를 빨아들이고 검찰 수사가 대선 정국을 지배하는 선거가 되고 말았다. 이는 여야 정당들에서 다른 후보보다 흠결이 많고 문제적 이슈의 중심에 있는 인물들이 주도권을 차지하고 유권자 역시 적대와 증오의 정치에 편승한 지지 성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선거공간에서 정책과 이념은 의미를 갖지 못한다.선거에는 정당, 정책, 인물, 구도 등의 변수가 승패를 좌우한다. 어떠한 변수가 보다 지배적인가는 선거 당시의 정치상황과 각 요인 간의 관계에서 결정된다. 그러나 선거구도, 이른바 프레임은 선거 전체를 관통한다. 내년 대선의 프레임은 정권교체론 대 정권유지론이다. 정권 획득을 두고 쟁투를 벌이는 권력투쟁이 선거이기 때문에 지극히 정상적 구도이지만 재작년 조국

  • [경인칼럼] '강천보 해체 말라'

    [경인칼럼] '강천보 해체 말라' 지면기사

    2006년 7월16일, 이기수 여주군수는 남한강 제방과 군청 상황실을 오가며 밤을 지샜다. 취임 3주가 지나지 않아서다. 강 수위가 한계치인 11m에 근접하면서 저지대는 이미 잠겼고, 전역으로 번질 기세였다. 다행히 장대비는 잦아들었고, 다음날 범람 위기에서 비켜났다. 그해 여름 여주엔 홍수경보와 주의보가 연이어 발령돼 공포지수가 극에 달했다.경기도 변방 출신으로, 도청 국장과 고양 부시장을 지낸 이기수는 민선 군수에 당선돼 금의환향했다. 30년 넘는 공직 경험을 살려 고향에 봉공(奉公)하자 다짐했다.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팔당상수원을 위한 거미줄 규제에 묶여 지역경제는 엉망이었다. 지역을 옥죄는 수도권정비법과 상수원보호법은 기초단체장이 어찌할 도리가 없는 철벽이었다. 수년 주기(週期) 홍수피해는 설상가상. 1978년, 1990년 대홍수는 중·장년 주민에 악몽이 됐다. 4대강 정비사업후 여주에선 수해걱정 덜어주민 "환경부, 보철거 수순 밟으면 강력투쟁" 여주 읍내를 관통하는 남한강 제방은 낮고, 하상이 높아 우기에 취약했다. 지천과 지류로 역류해 저지대가 잠기는 수해가 반복됐다. 군수가 됐어도 해결 방도가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언론 인터뷰에서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주민들이 해마다 물난리를 걱정해야 하는 작금의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했다. 수해 현장을 찾은 야당 대표와 도지사에 홍수방지 예산을 달라 사정하면서 안되면 군비를 몽땅 쓰겠다며 생떼를 썼다.2년 뒤 이명박 정부는 22조원이 넘는 예산으로 4대강 정비사업에 나섰다. 남한강엔 이포보, 여주보, 강천보가 설치됐다. 강 준설로 골재(모래) 5천만㎥가 채굴될 것으로 추정됐는데, 이포보~강천보 구간에서만 3천100만㎥를 파냈다. 사업이 끝난 2013년 이후 여주 관내에 대규모 침수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지역에선 수해 걱정은 덜었다고들 한다.이달 중순, 강천보 앞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환경부 장관 방문에 맞춰 주민과 지역단체가 시위를 벌인 것이다. 환경부는 이날 DB하이텍, OB맥주, SK하이닉스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