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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부정청탁 금지법'시대 공직자 등의 자세 지면기사
민원, 비공식 루트 통하지 말고 공개적으로 제기법규 위배된 요구 계속땐 인내심 갖고 경청해야 법 정착되려면 민원인·공무원 지혜로움 필요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한 달여가 지났습니다. 이 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세인들의 관심 밖에 있다가 시행을 앞두고 갑자기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되다시피 하였습니다. 법률 제정의 취지나 의미를 되새기고 이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정착시키는데 지혜를 모으기보다는 서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에서부터 전 국민을 범죄자 취급한다는 불평까지 매우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었고, 급기야는 '란파라치'라고 불리는 고발꾼의 이야기가 언론에 오르내리는 형국이 되었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 법의 제정취지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연고주의, 온정주의로 인해 쉽게 청탁하는 관행을 부정의 시작으로 보고, 부패 빈발분야를 특정하여 그 분야의 부정청탁행위를 제재하고, 이를 통해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는 데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청탁(請託)'이라 함은 '청하여 남에게 부탁함'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사회생활에서 어떤 일을 남에게 부탁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비슷한 말로 '청원(請願)이 있습니다. 역시 사전을 보면 '일이 이루어지도록 청하고 원함' '(법률용어로) 국민이 법률에 정한 절차에 따라 손해의 구제, 법령의 개정, 공무원의 파면 따위의 일을 관공서 등에 청구하는 일'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청탁의 본래 의미와 상관없이 '청탁'에는 부정적이고 음습한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습니다. 위 법률도 금지된 청탁행위를 규정하면서, 법령에 위반한 행위를 요구하는 것을 상정하고 있습니다.부정청탁금지법은 선진국의 부패방지법제가 취하고 있는 '절차적 규제'방식을 채택하지 않고, 부정청탁의 유형까지 열거한 '내용적 규제'방식을 채택하였다는데 이는 가히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반부패입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직자 등이 부정한 청탁을 받은 경우에는 소속 기관장 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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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박대통령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지면기사
부패·양극화·도덕적 해이·정치 실종… 불안감만우병우·최순실 비호 등 더 큰 부메랑으로 올 수도 정치·권력운용 방식 전환만이 난국타개 단초 마련20대 총선이 끝나고 6개월이 지났다. 여소야대 국회는 협치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였으나 결과는 참담하다. 사드 배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 미르와 K 스포츠 두 재단의 이른바 비선실세 개입 정황, 집권당 대표의 단식과 국정감사 파행, 백남기 씨 사망을 둘러싼 책임 규명 등의 국면에서 정치는 철저하게 실종됐다. 노무현 정부 때의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기권 과정을 두고 또 다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가 당시 비서실장이었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휘발성이 강한 사안으로 커지고 있다. 당연히 모든 이슈를 빨아들일 또 하나의 거대한 블랙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선을 의식한 지지층 결집에 이만한 이슈도 없다. 한국정치의 문법이 그렇다. 그러나 이러한 블랙홀의 정치공학이 정권 주변의 의혹들마저 덮으리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민심에 대한 심각한 난독(難讀)이다. 대한민국은 국내외적인 미증유의 위기 앞에 아무런 방패없이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는 형국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을 급기야 '지옥'에까지 비유하며 북한을 자극하고 있다. 북한 핵의 실전배치는 이제 코 앞이다. 미국은 실질적인 자국 안보의 위기를 느끼고 있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론은 그래서 마냥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한반도 상황이 안정되게 관리되지 못하고 비등점을 향해 치닫는 상황이다. 각자도생으로 치닫는 사회적 연대의 붕괴, 임계점을 향해 치닫는 양극화와 격차의 심화, 기득 엘리트의 도덕적 해이와 권력을 농단하는 '비선실세'의 의혹은 민심의 이반으로 나타나고 있다. 집권 핵심에 기생하여 나라를 좀먹고 있는 무리의 권력 사유화와 농단을 방치하는 야당도 공범이다. 부정의하고 부조리한 의혹의 핵심을 파헤치지 못하는 야당의 무능은 청와대 엄호가 존재가치로 보이는 여당의 친박 핵심과 같은 무게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당나라 후기 시인인 허혼(許渾)의 시 중 '산에 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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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문화영향 평가제와 도시정책 지면기사
특정 정책으로 주민권리 침해등 폐해 사전 방지지자체, 지역밀착형사업 추진땐 제도 적극 활용문화계·주민간 도시개발 정책 갈등 최소화 가능최근 법제화된 '문화영향평가제도'는 개발위주의 정책과 문화적 가치의 모순을 완충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주목할만하다. 지금까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개발정책은 대부분 경제성장 패러다임에 근거한 것이었다. 성장 위주의 개발 정책은 국민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적 가치를 훼손하고 파괴해왔다. 이에 대해 경고와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지만 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문화적 영향을 고려한 공공정책의 수립과 실행을 통해 정책의 사회적 수용가능성과 효과성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선진적인 제도로 평가된다. 아직 문화영향평가제는 제도상 개선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지자체나 문화계의 이해는 충분치 못해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영향평가제는 2013년에 제정된 '문화기본법' 제5조 제4항에 근거한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계획, 정책, 사업, 제도가 문화적 관점에서 국민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평가하여 부정적 영향을 미연에 방지하고 문화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정책의 문화화'를 통해 문화 가치의 전 사회적 확산을 위한 제도이다. 문화영향평가제의 도입으로 문광부의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 국토부의 '행복주택프로젝트' 등 9개의 정책에 대한 문화영향평가 시범사업을 진행해왔다. 그리고 2016년부터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을 문화영향평가센터로 지정하고 전국 지자체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 가운데 문화영향평가가 필요한 정책을 선정하여 영향평가를 지원하기 시작하고 있다. 문화영향평가제는 국가나 지자체가 추진하는 정책과 사업이 해당 지역의 문화경관, 유무형문화유산, 문화다양성, 지역주민공동체와 생활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주민들의 문화 향유와 참여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평가한다. 이로써 특정정책으로 인한 지역주민들의 문화적 권리의 침해나 문화경관의 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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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인천N방송은 실패했다 지면기사
문화·콘텐츠사업을 경제·산업적 접근 '잘못된 출발'동네 유튜브를 글로벌 유통플랫폼 처럼 '과대 포장'市, PP전환·시청자미디어센터 참여 등 해법 찾아야"10월 7일 인천방송발전을 위한 토론회를 갖습니다. 패널로 꼭 참석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인천N방송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인천테크노파크 본부장은 우리 센터 발전협의회 14명 위원 중 한 분이다. 인천N방송의 향후 운영방안을 놓고 전문가들이 모여 토론을 한단다. "난 사실 이 센터장님처럼 인천N방송에 비판적인 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그래서 꼭 참석해주길 바랍니다." 아쉽게도 일정이 겹쳐 모레 열리는 토론회에는 참석하질 못한다. 대신 이 지면을 빌려 생각을 보태고 싶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천N방송은 실패다. 정부와 인천시가 적지 않은 사업비를 투입했지만, 기관장이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지만, 운영진이 의욕을 활활 불태웠지만, 실패했다. 콘텐츠가 없고 보는 사람이 없다. 인천N방송은 미래창조과학부의 방송통신융합 공공서비스 시범사업이다. 인터넷 인프라에 소규모 방송서비스가 결합된 형태다. 채널을 무한정 확장할 수 있다고 해서 그렇게 이름 붙여졌다. 당초 이 사업의 목적은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정보 제공, 동호회와 교회 등과 같은 비개방적 이용자그룹을 위한 소규모 방송서비스 제공,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홈쇼핑서비스 제공에 있었다. 한 지역 울타리 안에서 그 지역의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이 필요한 정보와 콘텐츠를 편리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동네 유튜브'의 역할과 기능을 하도록 설계됐다. "태생적으로 소박한 콘텐츠 유통 플랫폼"(2015년 11월 4일 경인칼럼 'KBS 인천지역국이 필요한가?')인 것이다. 인천N방송이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데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작용했다. 첫째, 처음부터 번지수가 틀렸다. 인천N방송은 하나의 문화현상이며, 콘텐츠 지향 사업이다. 그런데 엉뚱한 프레임으로 접근했다. 시의 주관부서가 창조경제를 담당하는 경제정책과였다. 지금도 신성장산업과가 담당한다. 문화현상과 콘텐츠사업을 경제적·산업적 관점에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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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예견된 서민주택 정책 실패 지면기사
도시형생활주택, 전·월세 가격 여전히 '천정부지'구도심 주거환경 더 나빠지고 주민갈등 점차 증가 '가격대비 삶의 질 높냐'는 질문에 입주자들 "글쎄요"올여름 가마솥더위는 특히 도시 서민들을 힘들게 했다. 급격한 도시화로 삼림이 크게 훼손되면서 열기를 식혀주는 기능이 약화된 데다 아파트와 고층건물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면서 도시의 '바람 길'을 막은 것이 결정적인 이유이다.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원룸타운 입주민들에게 올 여름은 악몽 그 자체였다. 10층 이상의 고층원룸들이 1m 간격으로 다닥다닥 붙어 통풍이 안 되는 데다 옆 건물에서 거실까지 훤히 들여다 보여 창문도 마음대로 열 수 없었다. 준주거지역이나 상업지역의 경우 건축법상 건물 간 이격(離隔)거리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민법 242조 1항에 의거 옆 건물과 50cm 이상 거리만 두면 얼마든지 건물을 신축할 수 있다. 일조권도 언감생심이다. 지난해 5월 정부가 상업지역에 적용되던 도로 사선제한 규제를 폐지한 것이다.도시형생활주택은 2009년 5월 이명박 정부가 전월세난 해소목적으로 도입한 새로운 주거형태이다. 저렴하면서도 편리한 생활공간을 단기간 내에 대량으로 공급한다며 도시에 한정해 재건축 규제를 대폭 해제한 것이다. 건폐율과 용적률을 완화해 20가구 이상 150가구 미만의 건축을 허용하고 단지형 다세대와 원룸형, 기숙사형 등으로 주거형태를 다변화했다.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에 의한 감리로 변경하고 분양가 상한제 적용에서도 제외했다. 주차장은 세대당 0.50~0.60대로 진입도로 폭 제한도 일반 공동주택의 6m보다 좁은 4m로 낮추었다. 준주택제도 도입했다. 오피스텔, 실버하우스, 고시원 등을 준주택으로 분류해 바닥 난방과 욕조 설치를 허용하는 한편 오피스텔은 전체 면적의 70% 이상을 업무공간으로 제한하는 규정도 없앴다. 2013년 '8·18 전월세 대책'을 통해 주거용 오피스텔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했으며 1가구 2주택 규제에서도 제외했다. 무리를 하더라도 반드시 서민주거안정을 달성하겠다는 각오였다. 고유가에 따른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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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사람의 죽음 지면기사
태산보다 무겁고 깃털보다 가벼운 죽는 동기의 가치수사대상자 죽음으로 억울함 알려 결백 주장하기도일생에 한번밖에 없는 '생 마감' 좀 더 신중했으면…사람의 죽음에는 그 원인에 따라 자연사와 사고사가 있고, 자살과 타살이 있다. 현행법상 자살행위는 범죄가 아니므로 자살하려다가 미수에 그치더라도 처벌되지 않는다. 그러나 타인으로 하여금 자살을 하게하거나(자살교사) 타인의 자살을 도와준 행위(자살방조)는 처벌된다. 자살의 원인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우울증이나 생활고, 직장인들의 경우 업무스트레스, 수험생들의 경우 정신적 압박등이 주된 원인으로 거론된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 국가 35개국중 최상위권에 속한다고 하니 아직도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감은 경제발전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중국 전한시대 무제때 역사가이자 '사기'의 저자인 태사공 사마천은 사람의 죽음에 대해 '사람은 한번 죽게 되어있다.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重於泰山), 어떤 죽음은 기러기의 깃털보다 가벼운 데(輕於鴻毛), 그 차이는 죽음으로써 지향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라고 말하였다. 이는 사람의 죽음에 대해 그 동기에 따라 그 가치를 다르게 평가한 것이다.역사적인 사례를 본다면 구한말 예조·병조 판서를 역임한 민영환은 1905년 을사조약 체결을 계기로 스스로 목숨을 끊어 일제침략에 격렬히 항거하면서 그 부당성을 널리 알렸다. 경비가 삼엄한 하얼빈 역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이토오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의 행위도 목숨을 내놓지 않고서는 생각할 수 없는 위대한 거사였다. 일본인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였음은 물론 우리민족의 자존심을 살려 대한민국 건국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역사에 길이 빛날 쾌거로 평가된다.중국 초나라 회왕의 신임을 받던 굴원은 급속히 팽창하는 진나라에 대한 대응책으로 합종설을 주장했다가 조정중신들과 뜻이 달라 실각한 후 우국충정에서 결국 멱라수에 투신하여 자살하였다고 한다. 그때가 기원전 3세기경 5월 5일로 오늘날 단오절의 기원이 된 것으로 널리 알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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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핵과 사드의 정치학 지면기사
한·미, '사드=북핵 방어용' 논리로 중·러 설득 실패김정은 무모한 도발 막을 수 있는 '中 영향력' 여전전략적이고 유연한 사고로 대외적 위기 대처해야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사드 배치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여야 영수회담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은 사드 배치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한미의 사드 배치는 되돌릴 수 없는 결정으로 보인다. 주한미군 사드 배치의 정치학은 군사적으로만 접근할 수 있는 1차 방정식이 아니다. 군사와 안보는 같은 개념이 아니다. 군사적 관점은 재래식, 비대칭 등의 군사력 비교에 근거한다. 그러나 안보는 정치·경제·외교·군사의 모든 면을 고려해야 하는 개념이다. 1차원적인 군사적 관점에서 사드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미국과 중국의 패권주의의 상징이라는 정치외교적 관점은 북핵 못지않게 중요한 개념이다. 강 대 강의 군사적 대치의 심화는 미·중간의 갈등으로 이어지고 한반도의 긴장 수위는 임계점을 향해 치닫게 될 것이다. 사드가 북핵 방어용이라는 한·미 정부의 논리는 시진핑과 푸틴을 설득하지 못했다. 중국은 사드가 미국과 중국의 상호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에 의한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을 깬다고 보고 있다. 한·미가 아무리 사드를 북핵과 미사일 방어용이라고 해도 중국은 미국이 동아시아의 패권을 위해 미사일 방어체계(MD)를 구축하려 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드 배치 반대를 '대안없는 정치공세'로 규정했다. 새삼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의미할지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사드 배치 결정 이후 박 대통령의 사드 관련 중·러 등과의 정상회담에서 보인 태도는 전략적이지 못하다. 스스로 운신의 공간을 좁히는 전략적 우를 범할 개연성을 높일 뿐이다. 굳이 우리가 나서서 사드 배치를 주장할 필요가 없다. 중국의 인식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한 미군의 사드 배치는 한미동맹에 의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소극적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 군사·외교·경제 등 한국의 전략적·안보적 이해에 부합한다.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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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시민의 권리로서의 문화예술 지면기사
문화권, 모든국민 차별없이 창조·활동·향유할 권리선언 넘어 '국가에 의해 보장되는' 사회적 기본권정부·지자체, 시민 문화예술 활동 집중 투자해야한국의 문화정책, 특히 문화관련법의 정비는 선진국도 부러워할 만한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2013년 말에 제정된 '문화기본법'이 대표적이다. 2014년부터 시행된 법이 한국문화정책사의 중요한 분기점으로 평가되는 것은 '문화영향평가제', '문화진흥기본계획수립', '문화정책전담연구기관지정', '문화권' 등의 획기적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화권(文化權)'의 개념을 법률적으로 정의하고 이를 모든 국민의 권리로 명시하고 있어 향후 정부와 지자체 문화정책의 일대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문화가 국가발전과 개인의 삶의 질 향상에 가장 중요한 영역의 하나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국가와 지자체는 문화가치를 우리 사회 영역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문화기본법'에서 문화권(文化權)은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인종, 세대, 지역,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나 신체적 조건 등에 관계없이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자유롭게 문화를 창조하고 문화 활동에 참여하며 문화를 향유할 권리로 규정되었다. 문화적 권리(cultural right)의 개념의 유래는 국제적으로는 유네스코 세계인권선언(1948)에서 비롯된 것으로 국내에서는 '문화헌장'(2006)에서 공식적으로 언급된 바 있다. 그러나 국가의 법으로 명문화된 것은 '문화기본법'이 처음이다. 그러나 시민을 문화정책의 대상에서 문화예술활동의 주체로 전환하고 있는 '문화권'의 중대한 의미가 우리 사회나 문화현장에서 충분히 공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유감이다. 법조문에 한자어를 병기하지 않은 탓인지, 아직도 대표적인 인터넷 포털이나 법률 용어사전에도 검색되지 않고 있다. 광속의 사이버 공간에서도 여전히 '문화권'은 공통의 문화적 특징을 공유하는 영역을 의미하는 '문화권(文化圈)'의 개념으로만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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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우리는 고래보다 열등하다 지면기사
약한쪽에 연민 느껴 보호해주려는 혹등고래 마음기절한 택시기사 놔둔채 골프백 챙겨 떠난 사람들도덕적 의무까지 법으로 강제하는 사회돼야 하나단단하게 뭉쳐있던 마음의 무장을 풀어놓은 토요일 오후는 TV보기에 딱 좋다. 지난 주 역시 마찬가지. 이 채널 저 채널 기웃거리다 EBS에서 방황을 끝냈다. 해외의 고품격 다큐멘터리를 보여주는 '세계의 눈'은 그 시간대 딱히 볼 게 없는 대한민국 오십대 남자들에게는 제격이다. 책 읽는 수고로움 없이 게으른 자의 지적(知的) 허기도 제법 채워준다. 그런데 그날 방송한 '고래들의 전쟁'은 여느 토요일 나른한 시선으로 시청하던 다큐멘터리와는 사뭇 달랐다. 남쪽 열대의 바다에서 새끼를 낳은 고래들은 봄이 되면 새끼를 데리고 대장정에 오른다. 목적지는 북쪽 베링해. 적도 부근 바다에서 출발해 두 달 동안 5천km를 헤엄치는 긴 여정이다. 그때쯤 베링해에는 고래들의 먹이인 크릴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이 크릴의 향연을 즐기기 위해 고래들은 그 먼 길을 마다않는다. 베링해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150개의 섬으로 늘어선 알류산 열도를 통과해야 한다. 섬과 섬 사이 폭 10km의 좁은 해협 '유니맥 패스'는 고래들이 베링해로 들어가는 지름길이다. 이곳으로 혹등고래와 귀신고래들이 몰려드는데 이들을 노리는 또 다른 고래들이 있다. 바다의 최종 포식자인 범고래 무리다. 머리 좋고 사나운 녀석들은 해협의 길목을 지키며 새끼 고래들을 노린다. 절반 정도의 새끼들이 이곳에서 희생된다고 한다. 화면에는 수십 년간 고래를 관찰해온 과학자들조차 미처 보지 못했던 광경이 펼쳐졌다. 어미를 잃은 채 홀로 유니맥 패스를 통과하려던 새끼 귀신고래가 범고래 무리들에게 당하려는 찰나 한 떼의 혹등고래 무리가 새끼 귀신고래를 구하기 위해 울부짖으며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것이 아닌가. 예닐곱 마리로 각각 무리지은 혹등고래와 범고래들은 치열한 육탄전을 벌였고, 마침내 범고래들이 퇴각했다. 몇 해 전에는 혹등고래가 범고래 무리에게 쫓기던 물범을 자신의 지느러미 위에 태운 채 뒤로 누워 20분 동안이나 헤엄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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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청산 시급한 삼베 수의문화 지면기사
우리 고유문화 아닌 일본의 한국 식민통치 유산한민족 충효사상 폄훼하기 위해 강요한 불순 의도유족들 악덕 상혼에 시달리고 정부는 수수방관"집에 강아지를 키우는데 식구들이 예뻐하니까 자기도 사람인줄 안다." 모 애견마니아의 전언이다.반려동물시장이 뜨겁다. 국내의 반려동물 수는 2천만 마리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핵가족화와 고령화, 1인 가구 등이 증가한 때문이다. 경제난까지 겹치면서 애완동물이 사람들의 빈자리를 훌륭하게 메워주고 있는 것이다. 농협경제연구소는 반려동물산업이 2015년 1조8천억 원에서 2020년에는 무려 6조원으로 전망했다. 최근에는 반려동물과 소통하는 동물교감사, 동물매개치료 심리상담사,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등이 유망직종으로 뜨고 있다. 동물장례식장이 점증하면서 동물용 삼베수의 가격도 천정부지이다. 애견들이 자신을 사람으로 착각할 수도 있겠다 싶다. 삼베수의가 우리 고유의 문화가 아니라는 주장은 충격이다. 최연우 단국대 전통의상학과 교수는 삼베수의가 일본의 한국에 대한 식민통치 유산이라며 조속한 청산을 주장했다. 근거로 1474년(성종5)에 완성된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를 들었다.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이벤트행사인 관혼상례의 경우 고려 이전까지는 일정한 형식이 없어 불교식, 유교식 혹은 지역별, 가문별로 제각각이던 것을 조선정부가 유교교리에 근거해 신분별 표준예법을 확정한 것이다. 곽명숙 박사는 조선시대에 조성된 분묘들의 출토복식 중에서 삼베수의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며 최 교수의 주장을 실증적으로 뒷받침했다.조선시대에는 왕으로부터 일반 평민에 이르기까지 수의로 최고급의 비단이나 명주 등을 사용했다. 상례(喪禮)란 영원히 이승을 하직하는 고인에게 가족과 친지들이 지극정성으로 치루는 마지막 통과의례여서 사자(死者)를 혼례 때처럼 성장(盛裝)시켰던 것이다. 실학자 이덕무는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서 여성 망자의 경우 "예전에는 시집올 때 입었던 옷을 소렴(小殮)에 사용하기도 했다"고 기록했다. 혼례복을 수의로 입는 것을 미풍양속으로 치부하는 등 생시(生時)의 복식을 수의로 사용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