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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대졸 백수 400만명 지면기사
대졸 백수들이 400만명을 넘는단다. 대졸 백수라는 단어의 어감이 최근 졸업자를 말하는 듯 착시를 불러와 당혹스러운 수치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대학(전문대 포함)을 갓 졸업한 청년부터 60세 이상까지 포함된 통계다. 대졸 이상 학력을 가진 비경제활동인구는 올 상반기 월평균 405만7천833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만2천명 늘어, 1999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상반기 최고점을 찍었다. 전체 비경제활동인구는 올해 상반기 총 1천616만6천명인데 대졸 이상 비율이 처음으로 25%를 넘어섰다. 대학 진학률이 이미 70%를 넘어선 마당에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청년들은 졸업과 동시에 '백수 입학'이다. 입시경쟁을 뚫고 대학을 입학하자마자 취업 준비를 시작해도 그렇다. 재학생들은 백수가 두려워 졸업을 미루니, 휴학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지 오래다. 올 5월 기준으로 휴학한 적이 있다는 비율은 46.8%, 대학 졸업 소요 기간도 4년 3.8개월로 역대 최장이다.청년들은 첫 직장을 잡기까지 평균 11.5개월을 백수로 지낸다. 지난해보다 1.1개월 또 늘었다. 대졸 이상은 8.3개월, 고졸 이하는 1년 5.6개월이다. 이중 3년 이상 걸린 '취업 삼수생'이 9.7%나 된다니 취업의 벽을 실감하게 된다. 어렵게 취업에 골인해도 10명 중 3명은 1년 이하 계약직이다. 시간제 근로 비율도 23.4%로 최고 수준이다. 60%는 첫 월급이 200만원 미만으로 박봉에 쪼들린다. 월 200만~300만원은 35.2%, 300만원 이상은 5.1%뿐이다. 첫 일터에서 사표를 던지는 이유 중 45.5%가 열정페이·근로조건 불만족이라니 수긍이 간다.대졸 청년들은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찾느라 백수 생활을 감수한다. 실력과 운으로 좋은 직장에 들어가도 행복은 잠시뿐이다. 정년을 한참 남겨둔 선배들이 등 떠밀려 은퇴하는 모습에서 불안한 미래를 직감한다. 조기 퇴직자 앞에 열린 100세 시대는 축복이 아니라 악몽이다. 정년퇴직의 행운을 누려도 100세를 누리려면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할 사람이 태반이다. 올해 상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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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캔돈'(CAN豚) 열풍 지면기사
삼겹살이 포장만으로 MZ들이 열광하는 신상품으로 변신했다. 국내 1위 돈육 브랜드 '도드람한돈'이 이달 초 출시한 '캔돈'이다. 캔에 담은 돼지(豚)고기라니, 상품명 자체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직관적이다. 최초의 자부심이 담겼다. 전 국민이 삼겹살 소믈리에인 삼겹살의 나라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던 포장 방식에 소비자들이 홀딱 빠졌다.캔 모양의 페트(PET) 용기에 생삼겹살을 담은 '캔돈'의 장점이 대단하다. 기존의 사각형 합성수지 용기는 유통과 소비 과정에서 구겨지거나 포장 랩이 찢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대형마트에서 대용량으로 포장 판매하는 삼겹살은 소비하지 못해 냉동실에 처박히기 일쑤였다. 캔에 담으니 모든 불편이 해소됐다. 한 캔에 삼겹살 300g이니 캠핑장과 가정에서 필요한 만큼 구매해 당일 소비하기 쉽고, 이동시 보관도 간편해졌다. 포장만으로 유통과 소비에 혁신을 일으킨 셈이다.각종 SNS 커뮤니티에 MZ들의 캔돈 체험 영상이 즐비하다. 반응은 열광적이다. 1, 2인 가구가 대다수인 MZ세대 주거 형태와 찰떡 궁합인 신상이란다. 나홀로 캠퍼들은 '캔돈'으로 캠핑의 신세계가 열렸다고 호들갑이다. 삼겹살이 가능하니, 모든 육류와 부위가 캔으로 포장될 날이 머지 않았다. 이제 고기 구매 기준이 중량에서 캔 단위로 바뀔 수도 있다.캔돈을 히트 시킨 '도드람한돈'은 이천에서 시작한 경기도 향토 기업이다. 1990년 이천의 13개 양돈 농가가 도드람양돈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사료업체와 유통업체의 횡포에 지친 양돈 농가들이 생산·도축·가공·유통 전 과정을 직영하기로 결단한 것이다. 조합 이름은 이천 도드람산에서 따왔고, 정관 3조에 조합 주 사무소를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경충대로 1931'로 명기했다. 조합 경영에 이천 축산인의 명예를 걸었다.13개 양돈 농가의 독립 선언 30여년 만에 조합은 3조원을 훌쩍 넘는 연매출을 기록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지역의 명예가 걸린 '도드람' 브랜드의 가치에 걸맞은 품질 유지에 정성을 바친 결과일 테다. MZ세대를 사로잡은 '캔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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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시대의 상징, 김민기 지면기사
"…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타오르고/한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김민기는 서울미대 2학년 재학 중이던 1971년 양희은이 노래한 '아침이슬'의 작곡가로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아침이슬'과 함께 '상록수'는 반독재 집회와 시위 때마다 광장에 울려 퍼졌다. 김민기는 천재적 감수성으로 삶을 은유했건만, 투쟁의 상징이 됐다. 군부 독재정권은 그의 노래에 반정부 딱지를 붙였다. '아침이슬'을 포함해 '친구', '꽃피우는 아이', '저 부는 바람' 등 총 10곡의 자작곡이 수록된 한국 최초 싱어송라이터 음반 1집은 판매금지 1호의 영예(?)를 안았다. 김민기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념의 경계에서 추앙과 박해를 동시에 받았다.1973년에는 김지하의 희곡 '금관의 예수' 극음악을 작곡했고, 1977년 군 만기제대 후에는 부평의 한 봉제공장에 취업했다. 이어 노동자들의 처참한 현실을 담은 노래굿 '공장의 불빛'을 발표했다. 1984년 민중가요 노래패 '노래를 찾는 사람들'을 결성해 프로젝트 음반을 내기도 했다. '운동권 노래의 대부'라는 수식을 어느 순간 운명처럼 받아들였는지 모른다. 30대의 김민기는 민통선 소작농으로, 탄광 광부로, 김 양식장 잡역부로 살았다. 세상 낮은 곳에서 '앞것' 뒤에서 일하는 묵묵한 '뒷것'의 책임을 다했다.1991년 40세부터는 대학로 소극장 '학전'을 개관하고 공연 연출가로서 혼을 쏟았다. 전 배역 공개 오디션이라는 파격 시스템은 '학전'을 실력파 배우의 산실로 만들었다. 김윤석·황정민·설경구·조승우·장현성은 '학전 독수리 오형제'로 불리기도 했다. 1994년 초연해 15년 동안 4천회 이상 무대에 올린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기념비적 작품으로 기록됐다. 돈 안되는 아동·청소년극에도 소명을 이어간 '학전'은 재정난으로 33년 만인 올해 3월 폐업했다. 학전에 대한 '책임 있는 미련함'은 김민기 정신으로 영원히 회자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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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칠월의 문학 지면기사
칠월이면 떠오르는 시가 있다. 이육사(1904~1944)의 절창 '청포도'가 그러하다. "내 고장 칠월은/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로 시작하는 이 작품에서 화자가 고대하며 기다리는 청포를 입은 손님이 육사의 정치적 멘토이자 독립투사였던 윤세주(1900~1942)임을 밝히는 연구도 있다. '청포도'는 당시와 고전에 해박했던 이육사의 소양을 고려하면 당시의 영향이 스며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두보의 시 중에 "맑고 푸른 강 위를 나는 새는 더욱 희고/푸른 산의 꽃이 타는 듯이 붉구나/이 봄이 가는 것을 또 보게 되니/어느 날 고향에 돌아가리오"라는 오언절구가 있다. "강벽조유백(江碧鳥逾白)"으로 시작하는 이 시는 기와 승에서는 푸른색과 흰색 그리고 푸른 산과 붉은 꽃을 등장시켜 색조가 선명하게 대비되도록 하는 기법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당시는 처음 기와 승에서 풍경을 제시하고 전과 결 부분에서 화자의 감정과 의도를 드러내는 경정(景情)의 구조를 보여준다. 이육사의 '청포도' 또한 푸른 청포도와 청포(靑袍) 그리고 은쟁반과 하얀 모시 수건처럼 색조를 대비시켜 둔 다음, 정치적 동지를 기다리는 시인의 속마음과 의도를 드러내고 있어 역시 당시의 '경정 구조'를 계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이육사의 '청포도'와 호응을 이루는 시가 한 편 더 있으니 김달진(1907~1989)의 '청시(靑 枾)'가 그것이다. '청시'는 푸른 감이라는 뜻인데, 그가 '시인부락'의 동인으로 활동하며 1940년에 펴낸 같은 제목의 시집도 있다. '청시'에서 말하는 6월은 음력일 가능성이 높아 양력 7월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푸른색이 보여주는 청량함과 짙푸른 생명력이 인상적이다. 그런가 하면 배수아의 소설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1995) 역시 색채 이미지를 잘 활용한 문제작이다.푸른색은 칠월의 색이다. 그러나 연일 계속되는 폭우와 장마 속에 간간이 존재감을 과시하는 난폭한 더위는 칠월의 푸르름과 계절의 낭만을 즐기지 못하게 하는 위협요인이다. 충남의 수박 재배 산지가 60% 이상 침수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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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인천시 '상상플랫폼' 지면기사
파리 올림픽의 최대 화제는 센(Seine)강이다. 올림픽 역사상 최초의 수상 개막식 무대이자, 일부 수상종목 경기장인데 최악의 수질로 국제적인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강물에선 악취가 나지만 강변엔 문화의 향기가 그윽하다. 오르세미술관 덕분이다. 파리 3대 미술관으로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과 '만종'을 비롯해 신고전주의와 인상파 대가들의 작품들이 즐비하다. 센강의 경기장보다 미술관을 찾는 올림픽 관광객이 훨씬 많을지도 모른다. 1973년 문 닫은 기차역이 1986년 미술관으로 부활했다.서구에선 용도와 수명이 다한 공공시설이 세계적인 문화시설로 재탄생한 사례가 허다하다. 영국 브리스톨 대영제국박물관 역시 철도역사였다. 런던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의 변신은 더욱 극적이다. 템즈강변의 낡은 화력발전소 내부를 리모델링했다. 피카소부터 백남준까지 근현대 작가 작품을 한데 모아 놓으니, 단번에 세계적인 현대미술의 성지가 됐다.우리에게도 철거와 보전 사이에서 고민이 깊은 근현대건축물이 즐비한데 성공적인 리모델링 사례는 빈약하다. 국회의사당, 중앙청,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쓰인 조선총독부 건물은 결국 철거됐다. 서울 한복판에 일제의 상징을 리모델링해 유지할 수 없었다. 반면에 서대문형무소는 일제에 저항한 순국선열의 얼을 되새길 역사관으로 태어났다. 구서울역사는 복합문화시설로 보전됐지만 유무형 문화콘텐츠는 부실하다.인천시가 지난 19일 상상플랫폼을 개관했다. 1978년 인천내항 8부두에 건설된 아시아 최대의 곡물창고(폭 45m, 길이 270m)를 인천시가 복합문화 관광시설로 리모델링했다. 인천시가 2016년 철거 대신 리모델링을 결정한 이유는 도시재생이었다. 기능이 축소된 인천내항과 인근 지역 쇠퇴를 막을 문화부흥의 중심에 상상플랫폼이 있다.문화의 힘은 강력하다. 오르세미술관과 테이트 모던은 쇠락한 지역을 세계적 핫플레이스로 변신시켰고, 광명시는 폐광산을 리모델링해 도시의 보석으로 만들었다. 상상플랫폼이 인천 구도심 재생의 중심이 되려면 대표적인 문화콘텐츠가 있거나, 상상플랫폼 자체가 문화적 잠재력을 발휘해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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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여성 청소년의 월경권 지면기사
월경을 월경이라 부르지 못한 시절이 있었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가임기 여성의 자연스러운 생리적 현상인 월경을 부끄럽고 숨겨야 하는 것처럼 인식했다. 생리대 광고 카피에서조차 월경을 '그날' 또는 '마법'이라고 에둘러 표현한 이유다. 비단 우리나라뿐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플로(flow·흐르다)이모가 찾아왔어', 프랑스에서는 영국군이 붉은 군복을 입었다는데서 유래해 '영국 군대가 상륙했네', 네덜란드에서는 '토마토 수프가 너무 익었어'라고 표현한다. 이외에도 딸기주간, 체리데이, 대자연의 날, 안네, 달의 꽃, 달의 은혜 등등 나라별로 월경을 일컫는 별칭이 5천개가 넘는단다.2016년 사회적 충격을 던진 '깔창 생리대' 사건 이후 월경이라는 단어가 세상 밖으로 뛰쳐나왔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황급히 생리대 지원사업을 내놨다. 그해 여성가족부에서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을 위해 생리용품을 지원했다. 낙인효과 우려에 2019년부터는 바우처 지원사업으로 전환했다.전국 광역지자체 중에서는 경기도가 2021년 최초로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보편지원'을 시작했다. 지난해 17만4천여명에 이어 올해부터는 외국인 여성 청소년까지 총 22만3천여명에 월 1만3천원(최대 연 15만6천원)이 경기지역화폐로 지급된다. 도내 21개 시·군 11~18세 여성청소년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에서 접수 중이다. 인천광역시도 지난 2022년부터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3년째 18세로 한정하고 있다보니 "보편 지원이 아니라 차별 지원"이라는 지적이다. 시의 당초 계획대로 2025년까지 인천지역 11~18세 여성 청소년이 경기지역과 동등한 월경권을 보장받아야 마땅하다.여성은 13세 전후 초경 후 약 30~40년 동안 월경을 한다. 초경이 시작되고 평균 한 달에 5일 40년간 월경을 한다고 볼때, 여성 한명이 평생 동안 사용하는 생리대는 1만개에 달한다. 그만큼 생리대는 여성의 건강과 삶의 질을 좌우하는 필수불가결한 생필품이다. 특히 여성 청소년기에 '월경 빈곤'에 처한다면 학습권과 행복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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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절대퇴사맨'의 비애 지면기사
지난해 한 일본 샐러리맨이 온라인에서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발단은 X(옛 트위터)에서 '절대퇴사맨'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45세 남성이 '오늘의 저녁식사'라며 올린 사진 한 장. 김 가루를 뿌린 밥 한공기에 반찬은 매실장아찌 1개와 계란말이뿐인 사진에 "달걀은 사치품"이라고 썼다. 이어진 글이 대박급 반전이었다. "20년 이상 이런 생활로 저금이 9천300만엔을 넘었다. 이젠 뭘 먹어도 맛있다."절대퇴사맨은 50세 이전 은퇴를 인생 목표로 정하고 안정적인 은퇴 생활 자금 1억엔을 모으기 위해 자린고비가 됐다. 의·식·주 지출을 극단적으로 줄이고 저축과 투자에 전념했다. 파이어족은 전세계 월급쟁이들의 꿈이지만, 각박한 현실 때문에 이룰 수 없는 꿈이기도 하다. 절대퇴사맨은 그 꿈을 이루려 은퇴 전 인생을 포기했다. 절박한 집념으로 이룰 수 없는 꿈에 접근한 그에게, 그처럼 할 수 없었던 샐러리맨들의 응원과 격려가 쏟아졌다."엔저가 지속되면 파이어족은 무리가 아닌가 한다. 21년간 무엇을 위해 열심히 (저축을) 해왔는지, 정말 무의미한 삶이었다." 절대퇴사맨이 1년 만에 우울한 심정을 X에 올렸다. 1억엔으로는 파이어족의 삶을 유지할 수 없다는 자조인데 애처롭다. 엔화 가치는 역대 최저다. 1억엔의 가치가 떨어졌다. 물가도 올랐고 오를 것이다. 그가 20년 넘게 통장에 입금한 돈을 자본주의 경제가 야금야금 훔쳐갔다. 50세에 은퇴해 1억엔으로 평균수명을 살려면 평생 밥 한 공기에 장아찌만 먹어야 할 수도 있다. 그도 모자라 일자리를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절대퇴사맨의 우울증은 자본주의 사회 임금노동자들의 절망을 대변한다. 양극화된 노동시장의 한편에 몰린 절대 다수의 노동자들은 임금을 모아 노후를 준비하는 일이 불가능하다. 노동자의 잉여 자본은 물가가 다 잡아 먹는다. 자본과 자원을 독점한 거대 금융·기술 플랫폼의 노동 착취는 집요하다. 공산주의는 빈곤의 평등으로 망했다면, 자본주의는 빈부의 양극화로 위기에 처했다. 인류의 역사는 배부른 소수와 배고픈 다수의 동거를 용인하지 않았다.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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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106번 새벽 버스 지면기사
새벽 4시, 106번 버스 첫차를 타는 사람들이 있다. 일용직 근로자·미화노동자부터 경비원·새벽시장 상인까지. 금세 만원이 되고 몸을 부대끼며 한바탕 출근 홍역을 치른다. 이들은 버스가 신호 대기에 걸리기라도 하면 지각하면 어쩌나 전전긍긍이다. 남들이 출근하기 전에 부지런히 일을 시작해야 하는 이들의 애환을 싣고 버스는 달린다.의정부 가능동에서 도봉산역을 지나 서울 종로 5가까지 왕복 45.2㎞를 오가는 106번 시내버스 노선은 지난 1971년부터 운행한 '서민 노선'이다. 서울 시내버스 중 가장 오래된 노선이다. 버스 18대가 12~15분 간격으로 하루 평균 1만여명을 실어 나른다. 그런데 지난달 서울시로부터 오는 8월 3일 폐선하겠다고 통보받았다. 당장 발이 묶일 서민들은 막막하다. 의정부 시민들은 폐선 철회 탄원서를 내고 피켓까지 들었다. "53년 동안 일상에 뿌리 깊게 내린 '시민의 발'이자 지역사회의 일부분"이라고 호소한다.서울시가 폐선을 예고한 노선은 106번만이 아니다. 542번(군포 부곡~서울 신사)·704번(양주 장흥~서울 중구)·773번(파주 교하~서울 은평)·9714번(파주 교하~서울 중구)까지 총 5개 노선이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서울시는 "한정된 예산과 차량 여건을 고려해 신설 노선을 만들려면 기존 노선의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서민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대체노선을 마련할 때까지라도 유예해야 마땅하지 않은가."그냥 아주머니, 그냥 청소하는 미화원일 뿐입니다. 존재하되 그 존재를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함께 살아가는 분들입니다. 이분들이 그 어려움 속에서 우리 같은 사람을 찾을 때 우리는 어디에 있었습니까." 2012년 생전의 노회찬은 '6411번 버스를 아십니까'라는 명연설을 남겼다. 탑승객을 일컬어 태어날 때부터 이름이 있었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 투명인간들이라며 아픔에 공감했다.의정부시는 예산이 부족하다며, 경기도는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대체 노선 마련에 머뭇거린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올 3월 한 인터뷰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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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찰스 다윈과 여름휴가 지면기사
세계적인 여행기 3편으로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찰스 다윈의 '비글호 항해기', 레비스트로스의 '야생적 사유'를 꼽을 수 있다. 이 중에서 찰스 다윈(1809~1882)의 '비글호 항해기'가 주목을 끈다. '비글호 항해기'는 인류사회 사고의 패러다임을 바꾼 '종의 기원'의 전사(前史)이기 때문이다.'항해기'는 1831년부터 1836년까지 비글호를 타고 세계 일주하면서 쓴 다윈의 일기다. 5년 136일간의 대장정을 거치면서 남미와 태평양 일대 원주민들의 삶과 풍물을 담아냈고, 이 과정에서 유럽인들이 이곳에서 저지른 악행이 드러나기도 한다. 다윈의 비글호 승선은 우연이었다. 피츠로이 비글호 함장은 출항 전 동승할 박물학자를 찾았다. 박물학자의 주임무는 함장의 말벗이 되는 일이었다. 긴 항해를 책임진 함장이란 직책은 외롭고 스트레스가 많은 자리여서 전임 함장들이 긴 항해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는 경우가 빈번했기 때문이다.다윈은 1828년 목사가 되기 위해 케임브리지 대학에 입학했다 핸슬로 교수의 식물학 강의를 듣고 자연과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비글호 측에서는 먼저 핸슬로 교수에게 동승을 요청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다윈에게 연락이 갔다. 인류사의 패러다임을 바꾼 '종의 기원'과 그 전편인 '비글호 항해기'는 이런 우연에서 시작됐다.다윈은 1831년 12월 27일 비글호를 타고 영국의 데번포트에서 출발하여 우루과이·파타고니아·아르헨티나·칠레·브라질·갈라파고스 등을 항해하면서 영국 팰머스 해안으로 돌아오기까지 전 과정을 18권의 항해 일기에 담았다. '종의 기원'의 탄생 배경이 되는 갈라파고스 제도 방문은 17장에서 상세하게 묘사된다. 남미 등지의 원주민들과 인디오들의 풍습과 생태 등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다윈은 군주제가 없는 평등한 사회일수록 문명이 발달하지 못하는 역설을 목격하기도 한다.여름 휴가철을 맞아 인천국제공항이 인산인해다. 주말 국적 항공사를 이용한 누적 승객수가 4천756만명으로 역대 최다였다. 해외여행이 대세라 하지만, 해외여행은 고사하고 휴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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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최저임금 1만원 지면기사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12일 2025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했다. 올해 시급 9천860원에서 1.7% 올린 인상률은 미미하지만, 1만원 대 최초 돌파라는 심리적 파급력은 만만치 않다. 1988년 462.5원으로 제한적으로 도입된 최저임금은 다음해부터 전면 실시됐다.1993년 1천원을 돌파(1천5원)한지 30여년 만에 1만원을 넘겼으니 얼핏 보기엔 굼벵이 같다. 그런데 경향신문 지난해 4월 보도대로면 1993년 1천569원이던 짜장면 평균 가격이 2023년 6천361원으로 30년간 4배 상승했다. 비슷한 기간 10배 오른 중국집 종업원 최저임금에 비해, 사장님의 짜장면 가격은 4배 오르는데 그친 셈이다.최저임금 1만원 돌파에 전국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인상률 보다 진한 공포를 체감하는 배경이다. 짜장면 재료 가격들도 30년 동안 최소 4배 이상 뛰었을 테다. 30년 이상 짜장을 볶고 면을 뽑아 중국집을 유지했다면 장사의 신으로 칭송할만하다. 그럴 리 없다. 종업원 대신 가족이 홀 서비스를 하고, 주방장 대신 사장님이 웍을 잡는다. 사장님 가족의 노동과 영혼을 갈아넣어야 짜장면은 '서민 가격'을 유지한다.반면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1만원 돌파 보다는 올해 늘어난 금액 170원에 화가 난다. 1시간 노동해봐야 햄버거 세트메뉴 하나도 사먹을 수 없다고 분통을 터트린다. 최저임금 노동자가 300만~500만명이니 외면할 수 없는 항변이다. 최저임금 1만원에 사장님은 걱정이 태산이고 노동자들은 울화통이 치민다.영세사업장과 음식점의 사장님과 노동자는 최저임금 사업장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동지들이다. 최저임금 결정 때마다 입장이 갈리지만 평소에는 서로의 처지를 가장 잘 아는 동병상련자들이다. 남는 것 없어도 최저임금을 맞춰주는 사장님을, 최저임금으로 버티는 노동자를 서로 걱정해준다.최저임금과 상관 없는 대기업 노사 위원들과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현장에서 몸을 부대끼며 서로의 처지를 잘 아는 최저산업의 사장님과 노동자는 최저임금 결정 구조에서 빠졌다. 이들이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하면 서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