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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논단]86세대에 대한 단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줄잇는 죽음

    [월요논단]86세대에 대한 단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줄잇는 죽음 지면기사

    지금 바라는건 '민주 vs 반민주' 아닌정치 민주화에 '경제 민주화' 탑재민생정책에서 우위를 증명하는 것'극악 현실' 바꾸려는 사명감 있다면이전 정치인들과 다름을 보여줘야얼마 전부터 일명 86세대가 비판의 표적으로 떠올랐다. 나는 그네들이 386세대니, 486세대니 요란하게 스스로를 치장해 나갈 즈음부터 냉소를 보내고 있었다. 생물학적 연령으로 따지건대, 60년대 태어난 이들이 80년대에 대학 다녔던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그 앞에 붙이는 30대, 40대라는 숫자도 그저 젊다는 사실의 강조일 뿐, 생물학적 연령의 조합에 불과한 의미 없는 명명일 따름이다.물론 명명이 작위적이라는 이유로 인해 냉소해 왔던 것은 아니다. 주지하다시피 1980년대에 우리 사회는 민주화 측면에서 커다란 성과를 거두었다. 당시 대학생들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겠으나, 노동계·종교계의 활동도 적극적이었으며, 시민들의 호응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런데도 30대가 된 학생운동권 출신들이 굳이 자신들을 386세대라 규정했던 까닭은 민주화 성과를 배타적으로 독점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다 보니 그네들은 어떠한 시대정신도 세대 규정 속에 담아내지 못했다. 예컨대 긴급조치와 맞섰던 정신을 담아낸 긴조세대라는 명명과 비교해보라. 86세대란 명명의 경박성은 이로써 명확해진다.70년대에 태어난 나는 90년대 상반기에 대학을 다녔다. 그때 술자리에서 많이 불렸던 노래 가운데 하나가 김호철 선생의 '잘린 손가락'이다. "잘린 손가락 바라보면서 소주 한 잔 마시는 밤, 덜컥덜컥 기계소리 귓가에 남아 하늘 바라보았네./ 잘린 손가락 묻고 오는 밤, 시린 눈물 흘리던 밤, 피 묻은 작업복에 지나간 내 청춘 이리도 서럽구나." 작업하다가 손가락이 잘렸는데 그저 소주잔으로 아픔을 달래야 하는 형편이라니. 노래를 부를 때마다 내심 다짐하였다. 이러한 현실만큼은 바뀌어야 한다, 바꿔야 한다.하지만 삼십여 년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도 노동현장은 변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11일 충남 태안의 화력발전소에서 김용균씨가 컨베이어 롤러에 빨려

  • [월요논단]실패와 다른 시작

    [월요논단]실패와 다른 시작 지면기사

    이제 검찰 개혁마저 흔적으로만 남아사회 상층부 이들의 막강한 힘에변죽 울리다 정치권력 논의로 사라져실패는 '더 큰 상처·과제'로 돌아와 불공정 이기려면 시민정신 회복해야사법 개혁은 이미 철 지난 노래가 되었다. 법원 개혁은 진작 끝났지만 이제는 검찰 개혁마저 그저 흔적으로만 남을 것이다. 그동안의 법조개혁 파동을 거치면서 뼈저리게 알게 된 것은 우리 사회가 너무도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사실이다. 사회 상층부에 자리한 이들이 지닌 막강한 권력과 도저히 근접할 수 없는 그들만의 울타리가 이렇게도 강고하다니. 그에 비하면 조국 가족이 누렸다고 말하는 특권 따위는 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이 사회는 법의 이름을 빙자한 기득권 사회며, 자본의 횡포를 법과 제도의 이름으로 지켜가는 사회란 사실을 잊고 있었다. 법이 지켜야 할 비례성의 원칙 따위는 고사하고, 이를 넘어 우리 사회의 공정성이란 결국 허상에 지나지 않음을 가슴 아프게 느끼게 된다. 공고한 대학 서열과 그 이후 얻게 될 사회적 권리와 이익에 비춰보면 단순히 대학 입시과정에서 공정을 말하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가. 여기에 기회의 평등이란 없다. 끝없이 확대되는 자본 불평등과 세습되는 자본주의 체제를 둔 채 결과의 정의를 말하는 것은 얼마나 헛된 일인가. 재벌에 대한 판결과 노동자에 대한 손배소 기소에, 임대료와 최저임금 논쟁 그 어디에 과정의 공정함이 자리하는가. 전관예우는 법조계뿐 아니라, 고위 관료들과 기업 임원을 비롯한 이 사회의 기득권층에는 변하지 않는 기본 사양이 아닌가. 공정을 말하는 그 입이 너무도 우습다. 검찰총장에게 개혁을 요구하는 대통령의 그 말이 공허하게 느껴지는 것은 착시일까. 임금님이 벌거벗었다고 말하면 가짜 뉴스가 된다. 자본이 주는 한 줌의 풍요에 취해 그들만의 결탁과 독점을 보지 못한 탓이다.사법개혁은 변죽만 울리다가 곧장 그들만의 정치권력 논의로 사라진다. 사법개혁은 결국 울타리 안의 권력게임이 되었다. 정치권은 시민을 위한 개혁이 아니라 그들의 이익을 위한 개혁을 말하다가 이제는 총선으로 관심이 쏠렸다. 무엇을 위한 정치권력

  • [월요논단]중국의 BATi와 토론토 그리고 인천의 AI

    [월요논단]중국의 BATi와 토론토 그리고 인천의 AI 지면기사

    中, 2030년 모든 AI분야 최고 꿈꿔관련 특허 출원·논문수 '세계 1위''인천형 AI시대' 만들기 위해선인력 양성·연구소 파격적 지원슈퍼클러스터 구축에 힘 모아야'인공지능(AI) 정부가 되겠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인공지능 콘퍼런스에서 강조한 말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 역시 AI의 출발점인 '데이터 3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데이터 3법으로 불리는 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정책 전환에 필수적인 법률이기 때문이다. 내년 예산도 4대 혁신성장 분야에 올해보다 50% 증액된 15조9천억원, AI와 데이터 등에 6조7천억원을 투자한다. 그렇다면 인천은 AI사업에 얼마나 투자하고 있을까. 스마트 산단으로 선정된 남동산단에는 7천여개의 기업 중 80%가 소재·부품·장비 분야 기업이다. 2020년부터 4년간 총 5천76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하여, 융·복합 신산업 스마트산업단지로 조성한다. 2022년까지 스마트공장 1천개와 AI, IoT, 빅데이터 등의 시스템 구축에 495억원을 투입한다. 하지만 AI시대로 성큼 나아가야 할 시점에 검찰은 AI를 적용한 '타다'를 불법으로 기소했다. 녹슨 잣대로 미래를 막아서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일본의 수출금지, 미국의 관세 장벽을 보면서도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타다'를 불법으로 판단하는 시각에는 AI시대를 어떻게 선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없다. '타다'와 택시업계의 갈등은 법제도와 정책의 문제로 풀어야 할 사항이다. 검찰이나 법원이 판단할 사항이 아니다. 이미 수많은 직업과 기업들이 기술변화에 의해 사라졌다. AI와 로봇 시대는 더 가혹한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AI와 빅 데이터 그리고 로봇시대를 주도하기 위해 선진국들은 사활을 걸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가공할 미래를 예감하기 때문이다. IMD가 지난 9월 발표한 한국의 디지털 경쟁력은 세계 10위이다. 지식, 기술, 미래준비, 로봇 등 종합평가에서 작년보다 4단계나 상승했다. 세계 1위는 미국이고, 싱가포르가

  • [월요논단]알릴레오를 어떻게 봐야 하나?

    [월요논단]알릴레오를 어떻게 봐야 하나? 지면기사

    1인미디어 유튜브든 기존 언론이든영향력 걸맞은 책임요구 받는것 당연1967년 함석헌의 '언론 게릴라전'전통적 취재문법 벗어나지 못하는 2019 언론 공정성·윤리 재검토 필요오래전 일이다. 1967년 당시 박정희 정권에 통제되지 않았던 동아일보마저 '신동아 사건'으로 흔들리면서 신문기업이 정권의 영향력에 편입됐고 한때 일간지를 능가하는 판매부수를 기록하기도 했던 종합잡지 '사상계'도 철저한 탄압으로 위기에 직면했었다. 종교언론인 함석헌은 국가권력의 대항언론에 대한 탄압이 본격화되고 미디어가 시장의 논리에 지배되기 시작하자, 이제 대규모 미디어는 비판언론의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점을 파악하고 소규모 언론을 중심으로하는 '언론의 게릴라전'을 제안했다.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공영방송과 신문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자 기존 언론 대신에 새로운 대안언론들이 정치·경제 권력을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성급한 주장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후에 뉴스타파 등 대안언론이 등장했다. 당시 대안언론의 주력은 지상파방송이나 신문에서 일했던 기자나 피디였다. 그들은 공영방송과 신문에서 훈련된 철학과 문법으로 콘텐츠를 제작했다. 2012년, 2017년 대선에서는 정부가 공영방송을 통제하는 상황에 있었다. 팟캐스트 등 대안언론이 기존 언론과 결이 다른 콘텐츠로 상당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최근 구독자가 100만 명 넘는 유시민 이사장의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가 관심과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알릴레오가 기존 언론의 역할을 대신하여 언론과 검찰이라는 우리 사회의 선출되지 않은 권력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리란 기대가 크다. 1인 미디어가 기존언론의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는 섣부른 예측도 있다. 알릴레오는 기존 언론이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팩트 체크 기능뿐 아니라 여론조사보도나 한국 언론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짚어보고 있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장관 관련 의혹보도를 팩트 체크하는 과정에서 영향력이 강화됐다. 알릴레오 방송이 계기가 되어 전통적인 미디어가 인터뷰 대상의 진술 중 일부 내용

  • [월요논단]돼지 이야기

    [월요논단]돼지 이야기 지면기사

    돼지열병 감염원·경로 '불명확'가축전염병 '방역·살처분'만 반복 2010년 구제역 이야기 담긴 그림책'공장식 축산' 근본적 문제 지적해'동물복지 농장' 전환 확대 노력을열흘 동안의 라오스 학교도서관만들기 프로젝트를 끝내고 인천공항에 도착해 강화도까지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그런데 행선지를 말하고 나니 왠지 썰렁한 기운이 감돌았다. 택시기사님께서 "강화도는 좀 꺼려지니 택시비를 조금 더 달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기사님 말은 그사이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고 초지대교 입구에 소독시설이 설치되어 있는데, 여기를 지나면 자동차에 소독약이 뿌려지면서 차가 지저분해져 지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막상 강화도에 들어와 보니 초지대교에 설치된 방역시설 외에는 그 어떤 변화도 느껴지지 않았고 그저 평범한 일상들로만 보였다.아프리카돼지열병은 1910년 아프리카 케냐에서 발병하여 유럽을 거쳐 마침내 우리나라까지 온 바이러스로 돼지들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다. 우리나라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된 것은 불과 한 달 전인 9월 17일께로 경기도 파주, 연천에 이어 김포와 강화도까지 번졌다. 이 전염병균은 백신도 치료제도 없을 뿐 아니라 돼지와 돼지류에 급속하게 번지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치사율이 거의 100%라고 한다. 그래서 정부는 가능한 남쪽으로 번지는 것을 막고자 감염지역의 모든 돼지들을 '살처분' 했다. 강화도도 마찬가지로 강화도에 살고 있는 모든 돼지는 살처분됐고 심지어 애완으로 키우는 돼지가 한 마리 있었는데, 그 돼지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감염 경로를 야생 멧돼지로 보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감염원과 감염경로가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야생멧돼지 실태를 관리하는 환경부도 가축전염병관리를 담당하는 농림축산식품부도 방역을 실시하는 시·도와 시·군·구 등 지자체도 명확한 원인분석도 없이 일단은 바이러스성 아프리카돼지열병을 퇴치하고자 방역과 살처분으로 전파경로를 차단했다. 문제 발생 후, 우선적으로 전파경로를 차단하는 것은 당연히 중요한 일인데 문제는 그다음 단계가 없다는

  • [월요논단]A급 전범 사사카와 료이치와 연세대의 아시아연구기금 그리고 류석춘

    [월요논단]A급 전범 사사카와 료이치와 연세대의 아시아연구기금 그리고 류석춘 지면기사

    ICSA, 위안부문제 부정 日극우단체설령 포섭된 학자들 주장일지라도기금·수혜관계 투명하게 밝혀져야유력인사 연루됐어도 멈춰선 안돼보편적 인권가치 지켜져야하기 때문"직접적인 가해자는 일본이 아니다.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었다." 류석춘 연세대 교수가 망언을 쏟아내었다고 한다. 소식을 들었을 때 그러려니 했다. 그는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아시아연구기금 사무총장을 역임한 인물이 아니었던가. 류 교수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이를 마녀사냥으로 규정한 '류석춘 교수의 정치적 파면에 반대하는 연세대학교 재학생 및 졸업생 일동' 명의의 대자보가 붙었을 때도 그럴 만하다고 여겼다. 1995년 아시아연구기금을 유치하여 지금까지 뚝심 있게 운영하고 있는 학교가 연세대이기 때문이다. 유치 당시 설치기금은 100억원 가량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아시아연구기금을 출연한 단체는 일본재단(Nippon Foundation, 사사카와재단)이고, 일본재단의 설립자는 사사카와 료이치(笹川良一)다. 사사카와 료이치는 '가미카제 특공대'를 창안하고 국수의용항공대를 창설한 인물이다. 태평양전쟁이 끝난 뒤 A급 전범으로 3년 간 수감되었던 그는 이후 재력을 축적하여 1962년 사사카와재단을 설립하였다. 이후 사사카와 료이치는 재단을 통하여 세계 유수 대학에 기금을 제공하면서 일제의 전쟁 범죄를 미화시키는 한편, 일본 역사의 왜곡을 조직적으로 지원하였다.일본재단의 기본 성향은 1997년 결성된 일본의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하 새역모)과의 관계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을 듯하다. 새역모는 일제의 근대 침략사에 대해 반성하는 자국 역사학계의 경향을 자학사관으로 규정하면서, 이를 극복하겠노라고 조직된 단체다. 물론 그 극복이란 일본 극우파 논리의 마련 및 확산이다. 당시 사사카와재단은 새역모의 자금줄 역할을 담당하였고, 현재 일본재단의 이사장 사사카와 료헤이(笹川陽平, 사사카와 료이치의 3남) 및 평의원들은 여러 방면에서 극우적 발언을 공공연하게 쏟아내고 있다. 일본재단 평의원이 새역모 정신을 이어가는 단체에서 활동

  • [월요논단]또 다른 기회

    [월요논단]또 다른 기회 지면기사

    최우선 과제 '검찰개혁' 자명한데왜 그 사실을 두고 대립하는 걸까숙제 안하고 푸는 방법 싸우는 꼴정치인이 못하니 또 '촛불든 시민'이 찬스 놓치면 정치 퇴행 불가피지금 이 순간 우리 사회의 가장 시급한 과제가 검찰개혁에 있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민주주의 정치체제가 실질적으로는 법에 의해 다스려진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가깝게는 87체제 이후 법을 독점해왔던 특정 집단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진작에 의제화되었어야 했다. 너무 늦은 숙제를 지금 마주하고 있다. 이런 인식은 광화문에서든 서초동에서든 일관되게 확인되는 사실이다. 그런데 왜 그 자명한 과제를 두고 대립하는 것일까. 문제는 도덕과 법, 정치란 범주를 혼동하고, 숙제에 집중해야 할 때 숙제를 푸는 방법으로 다투기 때문이다. 지금 가장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이 개혁임에도 숙제하기 싫은 학생은 연필 탓을 한다. 그러고 보니 연필이 못나기도 했고, 흠집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숙제를 미룰 수는 없지 않은가. 다른 연필 운운하는 순간 숙제할 시간은 지나간다. 범주오류에 빠지지 말자. 개혁해야 할 때는 개혁을 말하고, 품성을 말할 때는 품성을 논의하자. 이번 사태로 계급문제가 불거졌고, 세대 간 불평등이 문제라고도 말한다. 이 논의에 끼지도 못하는 이들이 문제라고 외치기도 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럼에도 아무리 옳은 말도 잘못된 자리에서 잘못된 방식으로 외치면 거짓이 된다. 해방의 외침 100년과 정부수립 70년을 보내고 있는 지금 우리 사회의 체제 전체를 되돌아보고 새롭게 방향을 정립하는 일은 우리에게 주어진 장기과제임에는 틀림이 없다. 한 사회가 성립된 지 100여 년을 향해 가면 당연히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교육과 사회 시스템, 경제와 법체제, 언론과 문화 환경을 되돌아보고 나아가야 할 미래를 향한 전망을 되새기는 일은 너무도 중요한 과제다. 가장 중요한 이런 전망을 위해 터전을 마련해야 한다. 그 토대가 이른바 적폐 청산이며, 사법개혁을 비롯한 최소한의 개혁이지 않은가. 지난 정권에서 비롯된 수많은 문제를 얼마나 해결했는가. 1

  • [월요논단]글로벌 도시의 품격과 영빈관

    [월요논단]글로벌 도시의 품격과 영빈관 지면기사

    외빈에 대한 예우·업무측면 수월관사없는 광역단체장 인천등 8곳'메카'로서 새로운 개념 고민 필요각국 영사관·문화원 설치 적극추진세계를 향한 '교두보 역할' 삼아야'글로벌, 해양, 역사, 평화, 항만, 주택, 균형, 행복, 건강, 시민'. '2040 인천도시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참여한 시민계획단이 선정한 인천의 미래 키워드이다. 현재 인천시는 시민이 원하는 미래를 만들자는 목표 아래 새로운 방식으로 도시계획의 밑그림을 만들고 있다. 물론 전문가들도 참여하지만 과거의 톱다운 방식과는 정반대인 셈이다. 6개의 생활권역별로 미래상과 핵심전략들이 제안되고 있다. 시민들이 상호소통하면서 지혜를 모아가는 집단지성의 모델이다. 제안 가운데 일부는 도시기본계획의 성격상 반영하기 어려운 것도 있다. 하지만 시민들이 원하고, 고민했던 것들을 미래의 비전으로 설정하는 과정은 매우 뜻깊다. 도시는 시민들의 참여 정도와 행동하는 수준에 따라 발전하고 변화하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시민들이 제시한 글로벌 도시란 무엇인가. 인천시는 2030년을 기준으로 세계 20위 수준의 도시브랜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표로서 도시주택, 교통물류, 안전환경, 복지의료, 산업경제, 교육, 문화관광 등 분야가 세계적 수준에 도달할 때 가능한 일이다. 인천에 대한 이미지와 시민들에 대한 평판도 역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그 시작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곳에서 찾아야 한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IMF 당시 최기선 시장의 결단으로 인천시장 관사는 현재의 역사자료관이 되었다. 그런데 최근 일제 강점기의 부윤관사와 과거 시장 관사의 활용계획이 다시 초점이 되었다. 원도심의 재생과 문화관광의 거점이 되는 지역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재평가하자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시장관사나 영빈관의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그를 반대하는 시민들의 시선 역시 곱지 않다.물론 자치단체장을 역임한 분들은 투자유치나 외빈을 맞이할 독립된 공적 공간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호텔이나 식당보다 영빈관이나 공관이 상대방에 대한 예우와 업무 측면에서 볼 때 긍정적이기

  • [월요논단]조국 장관 관련 단독보도, 문제 많다

    [월요논단]조국 장관 관련 단독보도, 문제 많다 지면기사

    한달간 14개 신문·방송 286건 달해정보출처, 검찰·업체·병원 등 다양특종경쟁 매몰돼 '의혹'만 던져줘직접취재·팩트·논리적 제시 필요진실추적 의무 소홀 뉴스 자제해야'조국 정국', '조국 블랙홀'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모든 이슈를 조국 장관 후보자의 검증보도, 가족보도가 빨아들였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수십만 건의 기사를 쏟아 냈다는 조국 관련 보도는 우리 언론에서도 보기 드문 사건이었다. 조국 장관과 가족들이 현미경 검증취재를 받아야 하는지는 차분히 따져 봐야 할 문제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일 임명됐지만 언론은 여전히 조 장관과 가족에 대한 전례 없는 보도를 계속 하고 있다. 검찰이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조국 장관과 가족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 일이 전례가 없었고 언론보도는 그것을 반영한 것이었을까? 그렇지 않다. 이미 조국 검증 보도는 넘치고 있었다. 검찰이 범죄 혐의가 있는 사안을 수사하고 언론이 장관급 공직자의 정책 전문성과 도덕성에 대한 검증을 하는 일은 당연하다. 그러나 검찰과 언론, 정당의 관계망 속에서 양산되는 조국 보도는 우리 언론의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조국 장관에 관련된 '단독보도'가 특히 문제이다. 단독보도 열풍은 신문, 방송을 가리지 않는다. 공영방송도 단독보도 열풍에 한 몫하고 있다. 시민언론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의 미디어모니터 결과에 따르면 8월 1일부터 9월 9일까지 7개 종합 일간지의 조국 관련 단독 보도가 185건이나 됐다고 한다. 방송도 단독보도가 100건이 넘었다고 한다. 조선, 중앙, 동아 등 보수신문과 관련 종편들이 압도적이었지만 다른 매체들도 적지 않은 단독보도를 쏟아냈다고 한다. 모니터대상 14개 신문·방송에서 한 달간 286건이 넘는 단독 기사를 냈으니 하루에 10건씩 내놓은 셈이다. 단독보도의 정보출처는 신문은 자유한국당과 검찰, 방송은 검찰과 자유한국당이 많았다고 한다.21일 나온 조국 관련 단독보도 몇 가지를 살펴봤다. [단독]추석 전 입원 후 퇴원… 병실 홀로 쓰며 '쉬쉬', '[단독]"정경심 처음

  • [월요논단]느리게 걸어가자

    [월요논단]느리게 걸어가자 지면기사

    문명의 이기들 편하고 필요하지만얽매여 살아 정작 중요한것을 잃어인터넷 없이 살고 종이·연필 쓰며걸어서 마트가기·채소 키워먹기…소소한 일로 삶은 더 단단해질 듯도서관 사무실이 새로 지은 옆 건물로 옮겨가면서 인터넷 이전 신청을 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에나 가능하다고 하여, 인터넷 사용이 필요할 때면 이전 건물을 왔다갔다 하면서 업무를 봤다. 불편했지만 일주일 정도는 참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일주일 후 인터넷을 이전 설치하러 온 기사는 기존에 사용하던 인터넷 선로를 사용할 수 없고 대규모 공사가 필요하니 다른 담당자를 연결해주겠다는 말을 남기고 가버렸다. 대규모 공사라는 말에 당분간은 인터넷을 편하게 사용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답답함이 느껴졌다. 그런데다 때마침 태풍 링링이 왔다. 강화도 전역은 정전되었고 빠르게 복구된 곳도 있지만 우리 마을은 6시간 정도 정전이 이어졌다. 정말 무인도에 고립된 느낌이었다. 막막한 상황에서 전화도 불통이 되었다. 전기, 인터넷, 전화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은 인터넷도 전화도 없던 어린 시절을 제외하고는 처음 맞닥뜨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도서관 프로젝트로 매년 방문하고 있는 라오스 오지에서도 이런 경험은 하지 못했었다. 어둠 속. 익숙하고 편리한 문명들 없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무심코 '커피라도 한잔 마셔야겠다.' 생각하고 일어섰으나 그것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렸다. 별로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에서 멍하니 앉아있으니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게 됐다. '이런 상황이 길어진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 '그렇다면 나는 제일 먼저 무엇부터 해야 할까?'… 이런 생각들을 이어가다 보면 더 답답해질 것 같지만 의외로 알 수 없는 해방감 같은 것도 느껴졌다. 문명의 이기들이 우리에게 편리함을 안겨주고 있고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꼭 필요하지만 한편으로는 거기에 얽매여 살아가며 정작 진짜 중요한 것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잠시 생각해보게 된다.정전과 통신 두절 속에 잠시 머물면서 그림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