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춘추칼럼
칼럼니스트 전체 보기-
[춘추칼럼] 대선 막판 변수: 단일화, 역단일화, 소단일화 지면기사
이번 대선은 과거와 많이 다르다고들 한다. 특히 당선 예측에서 더욱 그러하다. 과거 같으면 30일 전 앞선 후보가 대부분 당선이 되었지만, 대선 2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예측 불가다. 한마디로 이번 대선은 백중이면서도 혼란스럽다. 그럼 백중이면서 혼란스러운 이번 대선의 막판 변수는 무엇일까?대체로 선거는 정치세력간 구도로 고정표를 모으고 후보가 부동표를 더해 득표를 완성한다. 그리고 전체 득표 100을 기준으로 본다면 구도로 득표하는 것이 약 70%, 후보 득표가 약 30% 정도다. 그런데 이번 대선은 구도를 만드는 국민들의 정치성향 즉 보수 중도 진보가 약 3분의 1 비율로 황금률이라 할 수 있는 균형이 유지되어 더 이상 기울어진 운동장은 없다. 또한 정당 지지율에 있어서도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오차범위내에 있다. 이러다 보니 득표의 약 70%를 차지하는 구도 경쟁에서 백중이다. 그럼 후보 경쟁력은 어떠한가? 보통 후보에 대한 국민들의 검증은 후보의 정책이나 공약, 도덕성, 국정운영 등이지만 선거에서 정책이나 공약은 막판으로 갈수록 상호 수렴이 되어 변별력이 없어지고, 국정운영에서도 모두가 통합과 민주정치를 이야기하기에 역시 변별력이 없다. 결국 남는 것이 도덕성 검증이지만 현재 선두 두 후보를 보면 후보자와 배우자 관련 문제들이 데칼코마니와 같이 비슷하다. 그것도 긍정적인 측면 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더 그러하다. 그러다 보니 후보검증이 막판까지 정책이나 국정비전보다는 도덕성 중심으로 네거티브공방이 이어지고, 그것조차 승부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 대선이 막판까지 혼란스럽다.安 철회로 판세 '백중' 두후보 필요성 더 커져'윤석열과 安' 단일화는 반문에너지 이지만'安-李'·'李-김동연'은 비문정서 에너지 이와 같이 결판이 나지 않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선거판을 기울게 만드는 마지막 변수가 단일화다. 단일화는 백중을 이루고 있는 이념성향과 정당 지지율의 그 밑에서 끓고 있는 유권자의 운동 에너지다. 그리고 이 에너지는 여론조사에서 정권 재창출과 정권교체 여부로
-
[춘추칼럼] 봄날엔 할 일이 많다 지면기사
묵은 매화나무 가지에 꽃눈이 맺혔다. 혹한을 견딘 매화나무를 기특하게 바라보며 설레곤 한다. 매화 맑은 향기가 공중에 퍼질 땐 사는 일이 팍팍해도 우리는 얼마나 큰 위로를 받았던가. 하지만 봄이 올 때마다 나는 딸꾹질 하듯이 찾아오는 우울증에 짜증을 내고, 대인기피증으로 고립된 채 지내며, 해결해야 할 문제를 미루고 회피한다. 해질녘 핏빛에 잠긴 붉은 석양 아래 지친 새와 같이 깊은 피로에 사로잡힐 땐 스스로를 구제불능의 실패자로 여기고, 자주 통제력과 의욕을 상실한다. 우울증은 일조량이 준 겨울을 나면서 겪는 환절기 증후군이다. 뇌가 우울증에 잠식되면 사고의 균형을 잃고 모든 정보를 부정적으로 해석한다. '인지 왜곡(cognitve distortion)'에 빠져드는 까닭이다. 비현실적 사고에 과몰입하며 비관에 기울어 종종 자해나 자살 같은 나쁜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우울증 따위에 지는 것만큼 바보 같은 일은 없다. 그러니 나는 우울증으로 낙담하거나 허송세월 하지는 않을 것이다. 금싸라기처럼 반짝이는 햇빛 아래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는 금생의 시간은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가! 만물이 생동하는 봄날엔 노래하고 사랑하라짐승이든 사람이든 어린 생명에 자리 내주자 어린 날의 봄은 어디로 갔을까? 어머니가 반짇고리에서 찾은 골무를 끼고 구멍 난 양말을 꿰매는 동안 나는 어린 동생과 뒷동산에 올라 새 둥지를 찾아 돌아다녔지. 저녁 때 어머니가 작년에 거둔 청둥호박으로 끓인 호박죽 한 그릇을 얻어먹고 한 이불 아래 잠들었지. 호박죽 먹고 한 이불 아래 잠든 어린 형제는 재속 프란치스코 수도회 형제만큼 신실한 믿음을 갖진 못했지만 제 시간으로 무엇을 해야 옳은지를 가늠하는 어른으로 자라났지. 어머니와 아버지는 가랑잎처럼 이승을 떠났지만 세상은 그때보다 더 나아진 것 같지는 않다.천지간에 봄이 온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너무나 많은 이별을 겪고 맞는 이 봄날이 난생 처음 맞는 봄이 아니라고 슬퍼할 까닭은 없다. 씀바귀와 뿔남천에게 인사하자. 겨우내 추위에 시달린 길고양이에게도 인사하자. 청매화 몇
-
[춘추칼럼] 미래를 바라보기 지면기사
태어나 처음으로 달력에서 입춘이 언제인지 찾아보았다. 놀랍게도 벌써 지나 있었다. 아직 영하의 날씨인데 입춘이 지났다니 당황스러웠다. 무언가 앞서가는 기분으로 달력 앞에 섰는데 여전히 한참 뒤처진 나 자신을 발견했다. 다가오는 절기는 우수(雨水), 눈이 녹아 빗물이 된다는 시절이다. 어쨌거나 나는 달력에서 절기를 찾아본 이날을 기념비적인 날로 여기기로 했다. 나는 드디어 미래를 바라보았다.어디선가 해본 성격검사에서 제일 먼저 '과거지향적'이라는 말이 나왔다. 뻔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듣기 좋지는 않았다. 세상에서 더 높이 쳐주는 쪽은 '미래지향적 인간'이다. 한반도에 사람이 정착한 이래 언제나 올빼미형 인간은 아침형 인간에게 구박을 받았고, 대한민국이 공화국이 된 이후로는 언제나 과거만 생각하지 말고 미래지향적 시야를 가지라고 잔소리를 들었다. 과거지향적 올빼미 인간으로 살아오면서 나는 언제나 무언가 변명을 늘어놓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식물상태, 계절 관계 모른채 키워 큰 깨달음예전엔 비실비실해 영양제·물만 퍼부었다면 나는 과거지향적 인간이다. 나에게는 이미 일어난 일만이 실체다. 미래에 대해서는 '어찌될지 모른다'는 식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무언가를 기대하고 예상하고 계획한다는 것을 무용하게 여긴다. 한 친구가 아이들의 교육비, 식비, 연료비, 통신비 등을 생각하며 올해의 가정 예산을 짜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는데 내 눈에는 아라비안나이트의 요술램프를 문지르는 것처럼 신기하게 보였다. 내가 얼마만큼 먹고 무엇을 할지 미래의 일을 어떻게 안다는 말인가? 미리 계획을 세우면 그대로 하기 딱 싫어지는데.갑자기 스스로 미래지향성과의 첫 만남이라고 뿌듯해 하며 절기를 찾아보게 된 것은 내가 식물을 기르는 취미를 붙였기 때문이다. 집에 식물을 들이기 시작한 지는 어느새 2년이 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나도 남들처럼 집안에서 즐길만한 취미거리를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식물 가꾸기가 어느새 2년을 넘어 3년차에 접어들었다. 초보자의 손에 맡겨진 식
-
[춘추칼럼] 윤석열에게 이런 선택은! 지면기사
내게는 새해에 꾸는 꿈이 있다. 아니 우리 국민 모두의 꿈일 것이다. 진정 국민을 위하는 정부의 탄생을 지켜보는 것! 그러나 '찍을 놈이 없다'는 얘기가 도처에서 들린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후보들은 기존의 정치 문법을 버리고 새로운 정치 문화를 만들어 낼 수는 없는 것일까. 그동안 대통령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됨으로써 온 나라를 헤집어 놓은 폐해를 목격해 온 국민들은 지금 정권교체의 마법에 걸려 있다. 이 집단적 마법을 이용해 정치인들은 정권교체를 마법의 주문처럼 외치며 권력을 서로 차지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동안 수없이 정권교체를 해오지 않았던가. 이번에 정권이 교체된다 한들 대통령에게 또다시 권력이 집중된다면 무슨 소용인가.윤석열 후보는 정권교체를 위해 선거에 나섰다고 끊임없이 공언한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은 박빙이다. 정권교체라는 대의명분마저 어쩌면 선거 날의 운에 좌우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야권단일화'만이 정권교체의 확실한 길임을 수많은 여론조사에서 명백히 알려주고 있는데도 단일화에 선을 긋고 있다. 정권교체가 그의 진정한 소망일까? 국민들은 국가를 잘 이끌어 갈 비전을 바라며 정권교체를 말하고 있다. 정권교체는 포장일뿐 사실은 그 내용물에 마음을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들은 포장만 크게 외치는 윤 후보에게서 그 내용물을 보지 못해 불안해 하고 있다. 정권교체 외침 진심이라면 도박할 때 아냐안철수와 손 잡고 권력집중 폐해 끊어내야 과거 열렬한 지지를 받고 당선된 대통령들도 불행하게 물러났다. 이승만도 박정희도 전두환도 노무현도…. 대통령 권한의 비대화가 그 원인이었다. 오늘 문재인 정권의 문제도 권력 집중 때문 아닌가. 주체할 수 없이 넘쳐나는 권력으로 시장에 개입해 부동산이 폭등했고, 공수처라는 괴물기관을 만들었으며, 탈원전 고집으로 자연환경만 파괴했다. 현 정권의 힘이 분산되어 있었더라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발상은 아예 못 했을 것이다. 그냥 놔두기만 하면 잘 해낼 국민들이 아닌가!지금 국민들이 진정 바라는 것은 정권교체라기보다 권력의
-
[춘추칼럼] 대선 지지율 40%와 후보단일화 지면기사
이재명 지지율이 35∼40% 박스권이다. 윤석열도 지지율 회복에도 불구하고 40%를 확실히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아직까지 어느 후보도 승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여론조사에서 대선 승리를 위해 넘어야 하는 선은 40%, 45%다. 사실상 양자대결일 경우는 45%, 다자대결일 경우는 40%가 기준선이 된다. 실제 역대 대선 당선자의 득표율을 보면 13대 노태우 36.6%, 14대 김영삼 42.0%, 15대 김대중 40.3%, 16대 노무현 48.9%, 17대 이명박 48.7%, 18대 박근혜 51.6%, 19대 문재인 41.1%로 사실상 양자 대결이었던 16·17·18대 당선자 평균 득표율은 49.7%이며 나머지 4차례의 다자 대결 평균은 40.0%였다. 따라서 여론조사의 부동층을 감안하면 다자대결에서는 40%, 양자대결에서는 45%를 넘으면 이기는 선거로 본다. 그리고 이번 대선은 다자 대결이기는 하나 현재까지는 양자에게 표 쏠림 현상이 나타나 40%가 아니라 45%가 넘어서야 할 기준이다. 각 진영보다 중도 마음 얻어야만 40% 넘겨李 '40% 안되는 정권재창출' 넘어야 할 벽尹 '文 대통령 40% 높은 지지율' 극복 숙제'마의 40%대' 넘지 못하면 '단일화' 재등장 그럼 왜 40%가 그렇게 넘기 힘든가?첫 번째 이유는 대선 후보의 선거지지율은 상대평가이기 때문이다. 상대평가에서 당락이나 찬반을 결정짓는 기준은 50%다. 50%가 만점인 것이다. 반면 대통령 지지율은 국민 모두 아울러야 하는 절대평가지표이기에 100%(점)가 만점이다. 그래서 이재명 지지율 35∼40%를 대통령 지지율 40%보다 낮다고 비교할 수 없다. 오히려 이재명의 35∼40%대 지지율이 대통령 지지율 40%대보다 더 얻기 어려운 수치이다. 즉 대선 후보의 지지율 40%는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40%가 아니라 80%에 비교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그만큼 대선 후보들의 지지율이 힘들다.두 번째는 국민이 만들어 준 균형과 견제의 운동장이다. 87항쟁 이후 탄핵이나 국정파탄과 같은 특정시점을 제외하고
-
[춘추칼럼] 조간신문을 읽는 즐거움 지면기사
저 건너 숲에서 들려오는 아침의 소리는 파이프오르간 반주에 맞춘 합창 소리 같다.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지난 가을엔 안개 자욱한 풍경을 보고, 초봄엔 매화나무 가지에 꽃눈이 맺힌 걸 눈여겨보았다. 오늘 아침엔 숲 아래로 종 치는 걸 잊은 교회 첨탑이 보이고, 숲 위로 회색 구름 몇 장이 걸려 있을 뿐이다. 식탁에는 막 구운 빵 한 조각과 커피 한 잔, 방금 씻어 껍질째 사등분한 사과 한 알 그리고 조간신문. 나는 아침마다 사과 한 조각을 입에 넣으며 조간신문을 펼친다. 당신이 무엇을 먹는가를 말해다오. 그러면 당신이 어떤 인간인지를 말하겠노라.한 프랑스 에세이스트는 "이것은 모순적인 사치다"라고 말한다. 무엇이 모순적 사치란 말인가? 바로 아침 식탁에서 조간신문 읽는 일이다. 부지런한 신문배달원의 발걸음 소리와 함께 신문이 현관 앞에 떨어지는 소리가 고막을 두드린다. 새벽의 이 경쾌한 소리가 내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다. 아침 식탁 위에 펼친 조간신문엔 나라 안 흉악 범죄에서 먼 나라의 지진이나 홍수 피해, 피로 얼룩진 내전과 테러 소식이 난무한다. 세상의 죄악과 음습한 소식으로 소란스러운 조간신문은 아침 식탁의 고요함과 극단적으로 부조화를 이룬다. 우리는 종종 이 부조화의 간극에서 기묘한 느낌에 빠진다. 세상 소식 고요한 식탁에서 접하는 아침 재미오늘을 알고 내일을 예측하는 어려운 일 감당 나는 중학교 입학 무렵부터 조간신문을 읽었다. 그 시절엔 신문을 구독하는 집들이 많았다. 마당에 떨어진 조간신문을 주워들고 와 읽는 기쁨은 각별했다. 조간신문에서 연재소설을 읽고, 1968년 달 탐사선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소식을 접했다. 인류 중 최초로 달 표면에 첫발을 내디딘 닐 암스트롱이 남긴 "한 인간에겐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커다란 도약이다"란 말은 내 심장을 얼마나 빨리 뛰게 했던가! 나는 조간신문을 통해 세상 견문을 넓혔다. 지금 읽는 한자도 조간신문을 읽으며 익힌 것이다. 그 무렵 한 지방신문에서 중·고교 학생을 대상으로 '3·1문예상' 공모 단신을 찾아내고 시와 산
-
[춘추칼럼] 당신에게 웃을 용기 지면기사
늘 뜻대로 되지 않을지언정 새해의 희망과 다짐을 꼽아볼만한 즈음이다. 작년 이무렵에 쓴 일기를 보니까 다소간 축 처진 어조로, 어쨌거나 희망을 담아서, 다가오는 2021년에는 보고싶은 사람들을 마음껏 다시 만나고 싶다고 적었다. 외향성인 나에게 사회적 거리두기의 1년은 힘들었던 것이다. 몽골 여행을 가고싶다고 적은 부분은 지금 와서 다시 보니 그 순진한 바람이 너무 안쓰러울 지경이다.다시 1년이 흘러 코로나와 함께한 시간이 3년차에 접어들고 있는 요즘, 해외여행 같이 거창한 것을 섣부르게 바라서는 안 된다 치고, 작년에 바랐던 것의 절반만큼이라도 올해는 이룰 수 있을까? 야 오랜만이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하고 반갑게 안부를 묻는 친구들의 모임들 같은 것 말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올해의 소망으로 꼽았던 것들을 다시 떠올리기 힘들만큼 내 마음은 위축되었다. 그런 걸 바란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만 해도 어디선가 철없다는 비난의 소리를 들을 것처럼, 나는 주변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어느 날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주한 내 모습이 낯설어 보였다. 그렇다, 마스크를 깜박 잊고 나선 것이다. 동승자가 없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면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 마스크를 챙겨 나왔다. 몇분 안 되는 사이에 누가 타기라도 할까 조마조마했다.불안해하는 짧은 와중에도 나는 거울에 비친 낯선 내 얼굴을 흥미롭게 보았다. 집 밖에서 이렇게 얼굴을 가리지 않은 상태였던 적이 없어서 중요한 속옷을 입지 않은 것처럼 거북할 지경이었다. 복도나 엘리베이터 같은 밀폐된 공간이 아니라 개방된 실외에서도 마스크 착용이 필수라고 느끼는데, 그것은 감염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혹시라도 비난받을지 모를 가능성을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나에게 질병보다 더 두려운 것은 사회적 비난이다.일상회복은 해외여행·친구 만남만은 아냐낯선 사람들과 경계심 없이 이야기 나누며별 뜻없이 미소 던질 수 있었던 기억들이다 작년 이무렵 일기장 속의 나는 많은 사람들이 백신을 맞으면 코로나의 공격에서 다같이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언론의 분석기사를 기록하고, 백신의 빠른 개발에
-
[춘추칼럼] 야권이 바라는 정권교체의 길 지면기사
권력이 커갈수록 남용하려 드는 약한 인간들, 그들이 대통령이었다. 역대 대통령들은 그렇게 스스로 약자로 전락했다. 이 정권 들어서도 권력 남용의 그림자가 온 나라에 그늘을 드리웠다. 조국사태는 그 절정이었다.그때 한 사나이가 거대 권력에 맞섰다. 칼 한 자루의 검찰총장이 수천 자루 칼을 가진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다니! 현 정권은 모든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 권력 남용이 만들어 낸 것이 대선 후보 윤석열이다. 권력 남용에 진저리치던 국민들이 그를 열렬히 환영했다. 그 환영에 답하기만 하면 대선 승리는 떼놓은 당상이었다. 그 답은 대통령이 되어도 권력에 취하지 않으리라는 표징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지리멸렬한 야당 대신 그에게 희망을 걸었던 나는 그를 만날 때면 "윤 총장! 당신이 무식한 줄만 알면 대통령이 될 것이오"라고 직언을 했다. 검찰의 우물에서는 출중했다 해도 세상의 바다에서는 턱없이 부족할 터라 겸손하기를 바라서 일부러 강하게 주문한 것이다.그런데 그의 정치적 첫 거보는 국민의힘 입당이었다. 수십명의 의원들이 그를 에워쌌다. 목소리에서도 걸음걸이에서도 권력자의 그림자가 엿보였다. 대통령이 되면 또 어떤 권력 남용의 유혹에 빠져들지 국민들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가 세를 넓혀갈수록 그의 빛은 사그라들고 있었다.가슴 속에 품은 비전이 있다면 가득 차올라 그 비전을 내놓기에도 여념이 없을 터인데 정권 교체만 부르짖었다. 그것은 권력의 향방에만 관심을 두는 사람으로 비치어 오히려 정권 교체를 불가능하게 할 것 같았다. 입법, 사법을 장악한 여당이 집권하면 불의를 정의로, 거짓을 진실로 둔갑시키는 권력 남용이 또다시 행해질 것 아닌가."나는 윤석열" "나는 이재명" 하던 사람들요즘엔 "찍을 놈 없다"며 떨떠름한 표정들 나는 밤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절망하며 밤을 지새울 국민들도 스쳐 갔다. 나도 뭔가를 해야만 했다. 그러나 내게 무슨 힘이 있다는 말인가. 그러다 나도 힘에 의지하는 사람인가 의구심이 들었다. 내 가슴에도 비전이 있다면 힘이 있건 없건 뭐라도 할 수 있지 않
-
[춘추칼럼] 친박·친이, 대통령과 사면 그리고 윤석열 지면기사
보수정당에는 친박·친이라는 두 계보가 있다. 친박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따르는 정치인들이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화주의 성향 노선이다. 반면 친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따르는 정치인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신자유주의 성향 정치를 했다.이번 특별사면에서 두 전 대통령의 운명이 엇갈렸는데 52년생으로 형 만기가 2039년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특별사면이 된 반면, 11년이나 더 고령으로 2037년이 만기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제외되었다. 사면 이유로 박 전 대통령의 수형기간이 좀 더 길고, 건강이 나빴다고는 하지만 친이 입장에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사면 직후 여론은 박근혜 전 대통령편이었다. 27일 쿠키뉴스 데이터리서치조사에 의하면 박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65.2%가 잘했다(잘못했다 31.8%)고 한 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사면하지 않은 것에 대해 55.4%가 잘했다(잘못했다 39.3%)라고 했다. 왜일까? 혹자는 박 전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고, 여성이기에 연민의 정이 컸다고도 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친박과 친이의 정치노선 차이일 것이다. 박근혜, 국가와 민족 앞세워 국민행복 강조이명박, 개인 이익·냉혹한 경쟁체제 내세워 두 진영의 정치 노선의 차이는 두 전 대통령의 과거 선거 캠페인을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이명박은 약체 정동영을 상대로 시장경쟁 해법을 제시하면서 국민에게 '부자되세요'라고 하고 새벽 국밥집에서 욕을 들으면서 '경제나 살려라'는 캠페인을 펼쳤다. 반면 박근혜 캠페인은 강력한 경쟁자였던 문재인을 상대로 냉혹한 시장경쟁에 대해 '법치사회'·'원칙이 선 자본주의'·'패자부활전이 가능한 사회'·'국민행복'으로 맞섰다. 그 결과 이기기 쉽지 않은 선거를 이겼다. 두 사람의 선거캠페인을 비교해보면 이명박은 국가나 민족보다는 개인의 자유와 이익을 앞세우는 냉혹한 무한 경쟁체제 즉 신자유주의였다면, 박근혜는 국가와 민족을 앞세우면서 책임과 의무 그리고 국민 행복을 강조하는 공화주의에 가깝다. 한마디
-
[춘추칼럼] 배춧국과 동지 팥죽 지면기사
한 해의 끄트머리에서 속절없이 지는 태양을 전송하자. 겨울은 태양조차 차갑다. 펄펄 끓던 여름의 야만적인 태양이 식은 지 오래다. 지나간 날은 끔찍했다. 레몽 끄노는 "악마들이 달군 게 태양"이라고 그랬지. 광기와 대의명분으로 태양이 극렬하던 시대가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말똥 냄새가 나는 가을이 끝날 무렵 우리는 눈(雪)과 얼음, 소금과 후추, 양초 여섯 개를 위해 마련한 겨울 스웨터를 장롱에서 꺼내 입었다. 스웨터를 입으면 저녁의 스산함은 운명의 순간으로 빛난다. 겨울 황혼은 잘 구운 빵 같다. 그걸 보는 게 우리의 유일한 기쁨이라고 말해도 좋을까? 어쨌든 동생이 빵을 달라고 떼를 쓰지 않는 건 사실이다. 동생은 환절기마다 오는 우울증을 제 방식으로 잘 견디는 중이다.가을이 끝날 무렵 우리에게 낙담이 찾아들었는데, 그건 뉴질랜드산 마누카 꿀이 떨어진 탓이다. 그 대신 눈 속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산수유 빨간 열매들이 있음을 깨닫고 위안을 얻었다. 시들고 바스러지는 것들의 소리가 시끄러울 때 사소한 것에 상심한 기분은 함부로 방치된다. 한 해가 끝나는 것은 셰익스피어 400주기, 쓸모를 잃은 열쇠, 녹색 채소들, 일요일 저녁들, 빛나던 소녀의 미소가 주던 기쁨과 위안 없이 견딜 날들이 더 길어진다는 뜻이다. 어머니의 배춧국은 슬픔 달래주는 소울푸드팥죽은 아코디언 팔아서라도 꼭 먹어야 한다 나는 겨울마다 눈 내리는 오슬로에 가고 싶었지. 오두막집에서 눈 내리는 숲을 오래 바라보고 싶었지. 가끔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가문비나무 어린 가지들이 뚝, 뚝 꺾이는 소리를 듣고 싶었지. 나는 평생 오슬로에는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지. 오늘은 서리 맞은 저 들판의 한해살이풀들이 닳아빠진 무릎을 꺾고 주저앉은 풍경이나 바라볼 뿐이다.겨울에는 구절초, 꿩의비름, 도라지, 달리아의 전성시대도 끝난다. 당신도 더 이상 젊지 않다. 새해엔 당신의 얼굴에 주름이 늘고, 골밀도도 성겨질 것이다. 해가 지날수록 피의 고도(高度)가 낮아지고, 고아원의 복도에는 한기가 들어찰 것이다. 해마다 외양간에 매인 소는 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