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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춘추칼럼] 보수는 왜 스스로 대선 주자 못 만드나?

    [춘추칼럼] 보수는 왜 스스로 대선 주자 못 만드나? 지면기사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민주당은 10일 최종후보를 확정하고, 국민의힘도 8일 2차 경선을 통해 4명의 후보로 압축한다.그런데 역대 전통보수는 스스로 대권 주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대부분 과거 보수 대통령이나 후보는 외부에서 주요 경력을 쌓은 자산으로 대선 후보가 되었다.정치경력을 논할 수 없었던 건국 초기 이후 박정희·전두환·노태우는 군에서 주요 경력을 쌓았다. 김영삼도 보수와 대척점에서 민주화 운동을 한 이후 3당 합당을 했고 '脫군부 권위주의'로 보수의 권력을 연장시켰다. 대선에 2번이나 출마했던 이회창도 영입케이스다. 이명박은 대기업에서 만든 신화였다. 박근혜조차 당시 한나라당 내 착근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막상 대통령도 박정희의 딸이라는 후광이 컸다. 역대 대통령이나 대선후보들을 보면 하나같이 보수당에서 잔뼈가 자란, 다시 말해 보수당이 스스로 키우지 않았다. '보수의 가치' 논의없이 좌파공격만 보여줘스스로 수구교조화 돼 거의 종교집단 형태 이번도 그렇다. 작년 윤석열이 조국과 대치하면서 대선 후보로 부상되기 전까지는 국민의힘 중심 정권교체가 무망했다. 그런 분위기가 외부에서 윤석열과 최재형이 합류하면서 정권교체 분위기로 바뀌었다. 그럼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보수정당 정치인들은 보수를 주장해왔다. 그러나 막상 보수에 대한 이론까지는 아니더라도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담론이나 설명조차 잘 없다. 보수는 기존의 것을 지키는 것, 자유 우파, 또는 반공 정도로 뭉뚱그린 보수다. 보수가 무엇이며 보수의 가치나 도덕을 논하는 것은 어렵고 번거로우니 그냥 닥치고 좌파공격으로 보여줄 뿐이다. 그러다 보니 보수는 정치인마다 모호하고, 정치인마다 공격 좌표를 찍은 좌파가 다르다 보니 보수가 규정하는 좌파의 수도 점점 늘어난다.큰 정부나 국가주도정책도, 복지, 지역 균형발전, 평준화, 탄소제로·탈원전도 좌파다. 사회적 책임과 연예인 기부도 좌파다. 끝도 밑도 없이 좌파다. 그러다 박정희도 좌파다.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의 서울대 강

  • [춘추칼럼] 운 좋은 인생

    [춘추칼럼] 운 좋은 인생 지면기사

    며칠 새 가을 기운이 완연해졌다. 푸른 하늘은 명징하다. 구름은 한가롭다. 산기슭에 구절초 꽃은 하늘거리고, 물가에 무리를 이룬 어여쁜 여뀌는 가을의 전령 같다. 대기가 맑으니 가시거리가 한껏 길어진다. 서울 남산타워에서는 인천 바다가 눈앞에 있는 듯하고, 파주 통일전망대에서는 개성이 손에 잡힐 것 같다. 먼 풍경이 가까이 다가올 때 횡재를 한 듯 기분이 좋아진다. 살아서 이런 가을을 맞으니 나는 그럭저럭 운 좋은 인생을 산 셈이다. 아침에는 강낭콩을 넣어 햅쌀로 지은 밥에 갈치조림을 먹었다. 갈치와 함께 얼큰하게 조린 가을무가 달다. 가을볕 드는 창가에 앉아 가르랑거리는 고양이를 무릎에 앉히고, 붉은빛 도는 남천나무를 바라볼 수 있다면 운 좋은 인생을 살았다 해도 좋으리라. 해 질 녘 아이를 부르는 어머니, 기침하는 사람들, 입원한 혈액 투석환자들, 우체국에서 근무하는 남자, 젖 달라고 생떼를 쓰는 아기들, 사랑을 앓는 다정한 청년들이 있는 세상에서 우리는 먹고 마시며 사랑하고 기도하며 살아간다. 우리는 고슴도치가 아니라 사람으로 살아간다. 사람으로 사는 한 잔디 깎는 기계에 끼여 죽는 일은 생기지 않을 테다. 게다가 먼 고장에 인심이 후한 고모들 두엇이 살아 있고 그 고모의 딸들이 잘 웃는 처녀들이라면 세상은 더욱 살 만할 것이다.우리는 크고 작은 번민을 견디며 살아가듯삶이 늘 뜻대로 안되는것은 당신 잘못 아냐 어렸을 때 이웃에 진주가 고향인 아주머니가 살았다. 남편은 큰 요릿집에서 일하는 요리사였다. 그 아주머니와 어머니는 자매처럼 사이가 좋았다. 두 집 다 가난한 살림을 꾸렸는데, 가진 것을 자주 나누었다. 그 남편이 간혹 요릿집에서 남은 음식을 가져올 때는 우리 집과 나누곤 했다. 처음 먹는 생선요리였는데, 깜짝 놀랄 만큼 맛있었다. 그 집은 아들만 셋이고, 그중 한 애는 내 또래였다. 세월이 오래된 탓에 그 아주머니의 얼굴은 잊었지만 그 아주머니의 아름다운 진주 말씨는 잊지 못한다. 아주머니 목소리의 맑은 울림과 진주 말씨는 정말 좋았다. 귓가에 맑은 은종이 울리는 듯했다. 몇 년 뒤

  • [춘추칼럼] 인생은 육십부터인 이유

    [춘추칼럼] 인생은 육십부터인 이유 지면기사

    새해 초 여러 곳에서 주는 달력을 마다하고 하루하루 떼어내는 일력을 사다가 걸었다. 내심 올해는 일신일신 우일신(日新日新 又日新)해 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하루에 한 장씩 떼어내며 새로운 날을 살아보겠다는 각오는 작심삼일이 되고 말았다. 오늘은 한꺼번에 여섯 장을 떼어냈다. 시간이 빨리 흘러서일까 달력을 떼어낼 시간도 없을 만큼 바빠서였을까. 어느새 달력의 두께는 아주 얇아졌다. 절기상으로도 상강을 향해 달려가니 월동준비도 해야 하고 금세 새해가 올 것 같다.올해가 아직도 두어 달이나 남았는데 내가 새해 타령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내년이면 나는 육십이 된다. 내가 어떻게 육십이라는 나이를 먹지? 육십이라는 나이는 옆집 할아버지나 할머니에게 있을 나이이지 어떻게 나에게 육십이라는 나이가 오나. 이제 늙어갈 일밖에 없겠다고 인식하는 순간 덜컥 겁이 나고 두렵기도 했다. 나보다 먼저 육십을 맞은 사람들도 이런 심정이었겠지. 마음 성숙해지고 무슨 말에도 거슬림 없어인생중 한번은 은퇴, 100세시대 반갑지않아 육십을 맞이하는 게 이렇게 두려운데 사람들은 왜 인생은 육십부터라고 했을까. 나는 그 답을 찾아 나섰다. '논어 위정'편은 공자가 본인의 일생을 돌아보면서 회고하는 구절이 있다. 공자는 나이 십오세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삼십에 홀로 설 수 있었으며 사십은 불혹이라 하였고 오십에 지천명하였으며 육십에 이순하였고 칠십에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여도 법과 도덕에 저촉됨이 없다고 하였다.어느 구절보다 육십에 귀가 순해진다는 말의 뜻이 궁금해진다. 논어를 다시 꺼내어 읽어보았다. 송대 주희가 주를 달아놓기를 육십은 마음이 통하여(心通) 무엇을 억지로 하려고 하지 않았고 생각하지 않았는데도 그렇게 된 것을 아는 때라고 주석을 달아놓았다. 결국 마음이란 것은 육십이 되어야 성숙해지고 무르익나 보다. 그래서 사람들과 쉬이 마음이 통하고 누가 무슨 말을 해도 귀에 거슬리지 않나 보다.'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책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신영복 교수는 오랜 수감생활 동안 본인이 읽어온 동양고전을

  • [춘추칼럼] 윤석열, 그의 선거 전략은?

    [춘추칼럼] 윤석열, 그의 선거 전략은? 지면기사

    여권의 히어로였던 윤석열이 여권의 기피 인물이 되고 야권의 대표주자가 되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2년 전 내 사무실 건너 대검찰청 앞 도로는 '조국파'와 '윤석열파'로 나뉘어 아수라장이었다. 진보진영의 후광을 입은 검찰총장이 진보의 아이콘 조국을 수사하다니….윤석열이란 사람이 궁금해졌다. 나라를 위해 나선 것이라면 그에게 길거리의 지지와는 또 다른 위로가 필요할 것 같았다. 그러나 현직 검찰총장이 나를 만나주겠는가. 진심이 통했던 것일까. 어느 일요일 그와 찻집에 마주 앉았다. 내 궁금증에 그는 분명하게 답했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문재인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정권 내부의 환부를 도려내야 합니다. 대통령도 제 마음을 아실 겁니다." 현 정권이 올바로 가도록 수난의 길을 걷겠다는 그의 결의에 내가 오히려 위로받는 것 같았다. "전 정권 수사 때는 당신 역시 '정권의 개'인가 했는데 현 정권까지 수사하는 걸 보니 이제 '검사'로 보이는군요." 무례한 내 말에 화를 낼 법한데 그는 개의치 않았다. 그의 그릇이 작진 않은 듯해 한마디 했다. "앞으로 진보든 보수든 모두 힘들게 할 겁니다. 국민들만 보고 힘껏 나아가세요."정치 현실 무시할 수 없다며 세력확장 몰두'현실정치' 빠져들수록 지지율은 줄어들어 그 후 대통령이 불의한 내 편을 감싼다는 의구심이 커져 갔고 서울·부산 보궐선거로 국민들의 마음이 확인되었다. 만약 문 대통령이 윤석열의 정권 내부 수사에 협조했더라면. 문 대통령이야말로 내 편의 잘못에도 칼을 빼어 드는 공정한 대통령이라며 국민들은 얼마나 환호했을까. 그것은 문재인 정권의 성공으로 이어지고 "윤석열을 대통령으로!"라는 구호는 아예 생겨나지도 않았을 것이다.정권이 공격하면 할수록 거물이 되는 것을 우리는 수없이 봐왔다. 박정희의 탄압이 김영삼, 김대중을 거물로 만들었듯 문 대통령이 윤석열을 내치자, 현 정권 인사들은 무차별적으로 그를 공격했다. 윤석열을 키운 것도 바로 대통령이었다.요즘도 여권은 그에 대한

  • [춘추칼럼] 386은 왜 대선후보가 없는가?

    [춘추칼럼] 386은 왜 대선후보가 없는가? 지면기사

    1980년대 학생운동세력이 2000년대 본격적으로 정치에 진출하여 386으로 불렸다. 386세력의 정치권 진출과정을 보면 이들에 대한 기대도 컸기에 정치권 진입도 특혜를 받았고, 정치에 들어와서도 특별대우를 받아 원내에 쉽게 진입했다.어느덧 세월이 흘러 386세력은 586이 되었다. 그런데 이번 대선과정에서 50대 또는 60대에 진입한 586세력이 대중적 정치 지도자나 대통령으로 성장하지 못하면서 정치적 존재감이 흔들리고 있다. 특히 이들 세대는 베이비붐 세대로 세대 인구수가 역대 어느 시기보다 많기에 세대적 지원도 클 수 있었다. 그래서 당시 386세력의 등장을 보면서 첫 등장부터 창대했으니 현재 586에서는 당연히 더욱더 창대하리라 전망했다. 그러나 그러한 전망은 사라지고 있다. 정치권 등장부터 창대했으나 기대 사라져계몽적 사명감에 민심 대하는 태도도 달라 현재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의 차기 대선후보 경선이 진행 중이지만 각 당 어디에도 586 유력 대권주자는 없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2강을 형성하는 이낙연이나 이재명 모두 과거 학생운동권 386이 아니다. 국민의힘 후보 중에서 원희룡 등이 있지만 윤석열, 홍준표, 유승민 등 유력 주자에 밀리고 있다. 이는 386세력이 대중적 정치인으로 성장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그렇지만 386세력이 많이 진출한 민주당은 당과 정부에는 자리를 잡고 있다. 송영길 당대표나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이 그러하다. 그런데 이들의 위치는 대중적 정치인으로서 개인적 성취라기보다는 민주당이 여당이 되면서 민주당 내 관계에서 주어지는 측면이 크다. 이는 달리 말해 386세력의 집단적 성취다.김영삼·김대중은 이미 1970년대에 40대 기수론을 들고 나왔고, 61년생인 오바마는 2009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대통령을 하고 물러났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1977년생이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왜 386세대에서 대중적 정치인 또는 국가 리더가 나오지 않았을까? 이에 대한 다양한 진단이나 원인분석이 있어 왔다. 그러나 그 원인을 이들 386정치인의 민심 또는 여론을 대하는 관

  • [춘추칼럼] 가을밤에 생각한 것들

    [춘추칼럼] 가을밤에 생각한 것들 지면기사

    가을의 징후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난다. 매미소리는 잦아들고, 밤의 서늘한 기운을 품은 풀벌레 소리의 데시벨이 부쩍 높아졌다. 불을 켜지 않은 채 풀벌레들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는데, 그것은 마치 영원의 저쪽에서 보내는 신호 같다. 몸 안의 가장 작은 뼈인 추골, 침골, 등골 등을 통해 이 소리가 전달된다. 이 청각의 기적을 타고 가을밤의 쓸쓸함과 멜랑콜리가 몰려온다. 물론 내 상태는 항우울제인 프로작을 삼켜야 할 만큼 심각하지는 않다. 19세기 초 런던 거리에는 약 4만개의 가스등이 켜졌다. 헤드랜턴도 손전등도 없던 시절 작가 디킨스는 불면 때문에 축축한 습기와 안개가 짓이겨진 어둠이 유령처럼 떠도는 런던 거리를 쏘다녔다. 촛불과 고래기름을 써서 어둠을 밝히던 시대는 빠르게 지나갔다. 백열구가 나오고 산업사회로 진입한 뒤 인공조명들이 밤을 장악한다. 그리고 빛공해와 소음에 의해 밤은 잠식되었다. 이론적으로 인간은 밤하늘에서 3천개의 별을 식별할 수 있다지만 많은 별과 은하수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이에 따라 빛과 어둠의 순환주기가 깨졌다. 많은 양서류와 파충류들이 이것에 영향을 받아 생태적 교란에 빠졌다. 밤은 낮의 노동·근심으로부터 해방시켜줘달이 뜨면 고요·쓸쓸함·멜랑콜리를 맞는다 우리 영혼 깊은 곳에는 밤에 대한 원초적인 두려움이 깃들어 있다. 저 선사시대 인류의 뇌에 눌어붙어 있던 두려움이 유전된 탓이다. 밤마다 맹수들이 포효하고, 재앙은 어디서 덮칠지 몰랐던 시대에 밤은 지옥의 휘장이었다. 밤이면 소등과 통행금지가 시행되던 중세 때까지 밤은 약탈과 방화가 일어나는 위험한 시간으로 인지되었다. 악령들이 출몰하는 미지와 불가사의의 시간, 갖가지 범죄들이 들끓는 시간에 인류는 전전긍긍했다. "밤은 인간 최초의 필요악이자 가장 오래되고 가장 자주 출몰하는 두려움이다."(로저 에커치, '잃어버린 밤에 대하여') 현대에 와서야 밤에 덧씌워진 사악한 이미지가 벗겨지고, 인류는 밤의 두려움에서 해방되었다.밤은 어둠의 시간이다. 밤은 개와 늑대가 분별이 안 되는 땅거미 질 때 시작한다. 해 진

  • [춘추칼럼] 천년 음식을 만드는 스토리텔링

    [춘추칼럼] 천년 음식을 만드는 스토리텔링 지면기사

    현대인들은 출근길에 인터넷 뉴스 읽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포털사이트에서 뉴스를 주제별로 모아 놓으니 이곳에서 골라서 볼 수 있다. 오늘은 '학교도 이렇게 일찍 안 갔다'라는 인터넷 뉴스에 관심이 간다.우리가 별다방이라고 부르는 곳에서 제법 근사한 상품이 나오는 날이란다. 커피 300잔을 130만원을 내고 먹으면 받을 수 있는 여행가방이 있는데 어떤 사람이 그 돈을 다 지불하고 커피는 한 잔만 마시고 가방을 받아 갔다는 내용이다.무엇이 숱한 사람들을 별다방에 매달리게 하는가. 그 비밀은 이야기다. 이곳에 가면 어느 지점을 가더라도 똑같은 맛을 유지하고 매장이 넓어서 쾌적하며 응용소프트웨어를 깔면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 이것은 마케팅에서 말하는 스토리텔링이라는 것인데 '스토리의 과학' 저자 킨드라 홀은 "스토리가 있으면 저항이 사라지고, 음식을 먹어보지 않고도 그 음식점에 가고 싶어지고, 냄새를 맡아보지 않아도 그 향수가 사고 싶어지고, 스토리를 아는 사람들이 제품을 사랑하게 된다"고 말한다.기업에서도 생산하는 제품에 스토리를 입히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지갑을 열게 한다. 뿐만 아니라 스토리텔링은 제품뿐만 아니라 음식분야에서도 중요시되고 있다. 스토리텔링을 잘해서 천년을 살아 내려온 요리도 있으니 다름 아닌 동파육이다.소동파 詩 '저육송' 돼지고기 찬미 노래지만실제로는 동파육을 만드는 방법 읊조린 것 소식은 중국 북송대의 문인이자 철학자로서 우리에게는 소동파로 더 잘 알려진 인물이다. 당시 소식은 왕안석의 신법에 반대의견을 내면서 기나 긴 시간 유배생활을 하게 되는데 후베이성 황주(黃州)에 단련부사라는 보잘 것 없는 직책으로 좌천되어 5년간 머무르게 된다.그의 시를 보면 황주에서의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는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황주로 온 지 2년은 하루하루가 곤했다. 마정경이 내가 이렇게 사는 것을 불쌍히 여겨 군에 청하여 땅 몇 마지기를 얻어주어 농사를 지으면서 근근이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 땅이 너무 황폐해지고 가시덤불이 많

  • [춘추칼럼] 선(善) 자원론

    [춘추칼럼] 선(善) 자원론 지면기사

    선배 변호사와 함께 현장검증을 가게 되었다. "윤 변호사, 한 달에 얼마나 벌어?" 내 수입을 솔직하게 말했더니 "나보다 수입이 세 배나 많구먼!"하고 놀라는 것이었다. 부장판사를 지낸 그의 수입이 초짜 변호사인 나보다 훨씬 적다니…. 나도 놀랐다. 경력이든 인맥이든 내놓을 것 없는 나에게 그 선배가 비결을 물었다.판검사도 한 적 없던 내가 사무실을 열자 사람들은 브로커라도 써야 사무실 유지라도 할 거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개업한 지 한 달이 다 되도록 내 사무실엔 손님이 한 사람도 없었다. 법조 고위직 출신이나 브로커를 쓰는 사무실에 가보면 손님이 북적북적했지만 무슨 배짱인지 그런 변호사는 되고 싶지 않았다. '진실하게 대하면 돈 잘번다' 체험 또 체험착한 마음 가지면 세상 잘 살수 있다는 확신 그러던 어느 날 두 부인이 찾아와 남편들이 집행유예 기간 중에 더 큰 죄를 저지르고 구속되었다며 "석방시킬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 사건을 맡으면 직원 월급도 주고 월세도 낼 수 있었다.나는 분명하게 말했다. "남편의 죄가 커서 힘들겠습니다." 모처럼 찾아온 고객을 놓칠 것이 뻔했다. 한참 침묵이 흘렀다. 한 부인이 조용히 말했다. "변호사님! 이 사건 맡아주세요." 의아해 하는 나에게 그 부인은 말했다. "법무부 장관, 고위 법관 출신 변호사도 만났어요. 수임료만 많이 주면 석방시킬 수 있을 듯이 말했습니다. 내가 바보입니까? 나는 세운상가 일등 장사꾼입니다. 얼굴만 봐도 거짓말하는지 정직하게 말하는지 대번에 알 수 있어요. 변호사님은 믿고 맡길 수 있겠어요. 비용은 얼마 드리면 되나요?" 200만원이라고 하자 부인은 100만원권 수표 30장을 내밀었다. 어차피 선임료로 쓰려고 가지고 다닌 돈이라며. 1987년 당시 3천만원이면 강남에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엄청난 돈이었다. 나는 내가 말한 수임료만 받았다. 부인은 날마다 "돈이 더 필요하지 않으세요?"라며 전화로 물어왔다. 전 재산 700만원으로 전세 살고 있던 처지였지만 나는 끝내 그 돈을 받지 않았다. 다른 부

  • [춘추칼럼] 대선, 더 이상 기울어진 운동장은 없다

    [춘추칼럼] 대선, 더 이상 기울어진 운동장은 없다 지면기사

    과거 민주당이 선거에 패할 때마다 한 말이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이미 운동장이 기울어져서 민주당으로서는 선거에서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자기변명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정당지지율이 아니라 정치사회적 보수·중도·진보 이념성을 말한다. 따라서 민주당의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표현은 사회가 보수화 되었다는 의미다. 따라서 이는 민주당으로서는 개혁도 하고 최선을 다했지만 진보가 소수라서 선거에 졌다는, 달리 말해 패배의 탓을 국민에게 돌리는 논리였다. 그러나 보수로 기울어졌던 이념의 운동장이 박근혜 정부 탄핵을 거치면서 다시 진보우위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때부터는 보수 정당에서 반대 논리로 진보로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자신들의 선거 패배를 변명하기도 했다. 서울·부산 재보선·국힘 당대표 경선이후현재 보수·진보 격차 '3.2%p' 오차범위내 그럼 왜 정치이념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하는가? 이는 이념지표, 정당지표, 지지율·득표율을 나무에 비교해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나무에 비유하면, 이념지표는 뿌리, 정당지표는 줄기, 지지율이나 득표율은 과일에 해당된다. 따라서 자양분을 빨아들이는 뿌리가 튼튼하게 착근이 되어 있지 않으면, 비료나 영양분을 아무리 공급해도 수확은 빈약할 수밖에 없다. 줄기도 마찬가지다. 줄기가 튼튼해야 영양공급이 원활하고 많은 수확을 지탱할 수 있다. 따라서 여론에서 진보·보수 구도에서 밀리면 정당지지율도 밀리고 후보지지율 또는 선거 득표율도 밀리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기울어진 운동장 논리 그 자체는 틀린 말이 아니다. 과거 우리사회는 1987년 민주화 이전에는 보수 우위였다. 그러나 87체제 이후 차츰 보수와 진보가 균형을 이룬다. 90년대 한길리서치 이념 조사에 의하면 보수·진보가 25∼30%, 중도가 25% 내외로 보수·진보간 5%p 이상 격차가 벌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비율은 노무현정부까지 이어졌다. 그 결과 항상 대선에서 보수·진보진영간 경쟁은 박빙이었다. 이 무렵 이념의 구도를 국민이 만들어준 '황금률'이라 했다. 이

  • [춘추칼럼] 매너는 승리보다 더 값지다

    [춘추칼럼] 매너는 승리보다 더 값지다 지면기사

    스포츠는 인간의 신체가 감당하는 중력과 무게 그리고 속도의 한계를 시험한다. 운동선수들은 강건한 신체로 그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제 시간과 노력을 다 바친다. 그들은 근육을 단련하고 운동 기량을 가다듬느라 숱한 낮밤을 연습으로 지새운다. 운동선수에게 기량의 양질 전환은 혹독한 연습의 반복과 그 누적에서 나온다. 승리는 피와 땀과 눈물뿐만 아니라 자기 희생을 감당한 자, 즉 자기를 불사른 사람에게 주어지는 보상이자 그 열매다. 그런 까닭에 운동선수들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초극의 순간은 우리를 열광으로 이끈다. 지금 도쿄에서는 2020년 하계올림픽이 한창이다.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올림픽은 한 해나 늦춰졌다. 결국 올림픽은 무관중 경기로 열렸는데, 벌써 '최악의' 올림픽으로 꼽힐 만큼 탈도 말고 뒷말도 많다. 하지만 폭염과 여러 난관 속에서도 각 나라 선수들의 빼어난 기량과 집중력, 담대함, 열정은 감동 그 자체다. TV중계로 올림픽 경기를 관전하며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와 휴먼드라마에 가슴이 더워질 때마다 박수를 치는 것은 무더위마저 잊게 하는 즐거움이다. 젊음의 솟구치는 기개와 단련된 육체가 뿜는 열정과 흥분에 나도 모르게 휩쓸리는 게 싫지 않다.이동경의 악수 거절… 조구함의 배려·존중올림픽은 평화·우정 쌓는 '세계인의 축제'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은 이바라키현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질랜드와의 첫 경기에서 분패했다. 국민의 열망과 기대를 모은 우리 축구대표팀에게는 불운하고 아쉬운 경기였다. 우리나라는 1948년 이래 축구에서 뉴질랜드에 진 적이 없다. 그런 뉴질랜드에 패배한 선수들이 받은 충격과 아픔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경기가 끝난 뒤 뉴질랜드의 크리스 우드 선수가 패배로 어깨가 처진 이동경 선수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이동경 선수는 악수를 거절하고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그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혀 방송을 탔다. 아차, 싶었다. 이동경 선수는 나쁜 매너로 구설수에 오르며 비판을 받았다. 이겨야 할 경기에서 진 탓에 실망하고 기분이 나빴겠지만 이동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