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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8월 문어에게 배우는 지혜 지면기사
인간은 만물의 영장, 큰소리치고 살지만…보이지않는 세균·바이러스에도 맥을 못춘다때마침 다양한 생존법의 문어 다큐를 보며어려운 시대 나는 어떤 역량을 쌓아야할까지구상의 사람들은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다'라면서 큰소리를 치고 살았다. 그런데 요즘 큰소리를 치기는커녕 눈에도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로 인해 겪는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라는 책을 보면 2차 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 전시에 사망한 사람들 중에는 전투 부상으로 죽은 사람보다 전쟁으로 발생한 세균에 희생된 사람들이 더 많았다고 했다. 세균과 바이러스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밀집된 곳을 좋아하는데 우리는 산업화 도시화를 핑계로 점점 더 집단을 이루어 살고 있으니 균들은 늘 사람들 곁에 가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니 적(?)을 파악하고 싶지만 정작 그들은 우리 눈으로 볼 수도 없는 미물이다.우리의 아버지 세대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무엇이든 열심히 하면 잘 살 수 있는 시대였다. 그런데 지금은 열심히 사는 것은 기본이고 나를 향해 달려드는 다양한 적들의 공격을 방어하면서 살아야 하니 내 안에 어떤 능력을 길러야 이 시대를 살아낼 수 있을지 고민스럽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열심히 운동해서 몸 온도를 높이고 면역력을 증가시키는 일뿐인 듯하다.사회적 관계가 줄면서 컴퓨터를 통해 영화와 다큐멘터리 등을 보는 일이 점점 많아졌는데, 최근 한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바다에 사는 문어를 관심있게 보게 되었다. 내가 문어를 처음 본 것은 몇 해 전 정월 전남 완도의 전복 가두리양식장이다. 그때 양식장에 가서 전복을 가두어둔 틀을 들어 올렸는데 전복의 주 먹이는 놀랍게도 다시마였다. 비싼 전복을 먹을 필요 없이 다시마만 먹으면 되겠다 싶었는데 켜켜이 싸인 다시마 틈 사이로 문어가 전복을 먹고 있었다. 현지인 말에 따르면 완도에서는 전복보다 문어를 더 귀한 음식으로 친다는 것.문어는 단백질이 풍부해서 겨울에 먹을 수 있는 계절 별미인데 안동지역에서는 특이하게도 문어를 제사상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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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내 인생 최고의 보물 지면기사
변호사 일 접고 글쓰며 뮤지컬 만들기 시작손해 뻔한데 되레 풍요로운 삶이 나를 맞아비경쟁 가치로 가면 '경쟁가치는 덤'에 믿음네덜란드 친구 '경쟁없는 삶'에 자부심 갖길며칠 전 네덜란드에서 온 그를 처음 만났다. 한국에 왜 왔느냐고 물었더니 반도체에 회로를 넣는 첨단장비 업체인 유럽 본사에서 삼성에 기술 지원하러 왔다고 했다. 그 첨단장비가 없으면 삼성도 TSMC도 반도체를 못 만든다고 했다. 자기 회사는 세계 시장 점유율 100%라서 '경쟁자가 없다'는 말을 몇 번이나 강조했다. "경쟁자가 없다!" 그의 말에서는 자부심이 넘쳐났다. 그러나 기술은 발전하지 않는가. 언젠가는 그 회사에도 경쟁자가 생길 것이다. 당분간 경쟁자 없는 회사에 다녀도 저렇듯 의기양양한데 그가 언제나 경쟁 없는 삶을 살 수 있다면?나는 대학 졸업 후 어두컴컴한 고향 집 구석방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몇 년 전부터 사법시험 수석이니 최연소니 3관왕이니 하며 신문에 오르내리는 친구들을 보면 내 자신이 더욱 초라해졌다. 내가 뒤늦게 합격한들 친구들 뒷자리만 쫓아다닐 것 아닌가. 이미 경쟁에서 뒤처진 인생이었다. 법학 책을 펴면 머리만 아파 왔다.어느 날 집 안에 있던 낡은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가치에는 경쟁 가치와 비경쟁 가치가 있다'. 그 한 문장이 내 마음을 끌어당겼다. 돈, 권력처럼 경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쟁 가치는 이 세상에 한정되어 있는데, 아름다움이나 선함은 공기처럼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가질 수 있는 비경쟁 가치라는 것이다. 내가 1등을 차지하면 남이 못하는 것은 분명했다. 순간 나는 내가 갖게 되면 남이 갖지 못하는 경쟁 가치를 위해 발버둥 쳐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세상을 위해 유익한 일을 해도 남들 역시 얼마든지 유익한 일을 할 수 있다! 내가 미소를 보내도 누구나 미소 지을 수 있듯이…. 그러고 보니 나는 뒤처진 인생이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사람들에게 줄 것이 너무 많은 사람이었다.어릴 적 오르던 뒷산 바위를 찾았다. 먼바다에서 바람이 불어오고 물결에 반짝이는 햇살이 안겨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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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역사전쟁, 남침·북침 지면기사
정치 승리위해 모든 수단 정당화 그릇된 생각미래세대 교육까지 정쟁 도구화 더욱 안돼교육에 관여한다면 객관적 사실로 이뤄져야용어 혼란 잘못된 조사 정치프레임화 없어야2013년 6월11일 서울신문은 진학사와 함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2013년 청소년 역사인식'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9%가 6·25전쟁을 북침으로 응답했다는 결과를 보도했다. 이전에도 남침·북침논쟁은 있었지만 서울신문 여론조사가 마치 1차 세계대전에서 '사라예보의 총성'과 같은 트리거 역할을 했다.이 조사보도가 나가자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교육현장에서 진실이나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며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남침·북침 역사전쟁이 정치권에서 시작된다. 이렇게 시작된 역사전쟁은 전교조 교사가 북침을 가르쳤다는 주장과 함께 당시 국사교과서를 다양한 역사적 관점을 인정하는 '검인정' 대신 국가 단일사관에 의한 '국정'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논쟁으로 불붙었다.8년이 지난 올 6월에 데이터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국민들에게 당시 서울신문이 했던 같은 보기문항을 제시하고 6·25의 남침·북침 국민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선생님께서는 6·25전쟁이 남침이라 생각하십니까? 북침이라 생각하십니까?'로 물은 결과 남침이 54.5%, 북침이 33.9%, 기타 7.0%, 잘 모르겠다가 4.6%로 나왔다. 이어 질문을 달리해서 물어봤다. '그럼 용어가 혼란스러우시면 남한과 북한 중 누가 6·25전쟁을 일으킨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그 답은 '북한이 일으킨 전쟁'이 90.7%였다.2013년 당시에도 서울신문 조사가 잘못됐다는 반론조사가 있었다. 교육전문지인 희망교육이 서울지역 학생 1천499명을 대상으로 '6·25 한국전쟁은 누가 일으켰나'라는 질문에 답변 내용을 '북한이 한국전쟁을 일으켰다', '남한이 일으켰다'라고 제시하자 89.4%가 '북한이 일으켰다'고 답했다. 서울신문 조사와 완전히 상반된 조사가 나왔다.즉 '6·25전쟁이 남침인가 북침인가'로 질문하면 다수는 전쟁을 일으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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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콩국수를 먹으며 생각한 것들 지면기사
한가지 음식 만들려면 많은 과정·정성 필요빈곤 시달리던 때와 달리 요즘 먹거리 풍부생활방식도 빨라져 패스트푸드 자주 애용삶은 더 조악해지고 미각 즐거움 잃게될 듯무더위로 입맛을 잃는 여름철 한 끼 음식으로 콩국수 만한 게 없다. 콩국수는 봄가을에도 먹을 수 있지만 여름 콩국수만큼 그 진한 풍미를 느끼기는 어렵다. 콩국수 만드는 법은 단순하다. 백태콩을 찬물에 불려 한소끔 끓인 뒤 믹서에 간 콩국물에 국수를 말고, 채 썬 오이와 볶은 통깨, 삶은 달걀 반쪽을 갈라 고명으로 얹는다. 오이나 통깨가 없다면 열무김치를 얹어 먹어도 그 조합이 나쁘지 않다. 얼음을 띄워 차가워진 콩국수 한 그릇을 먹고 나면 더위쯤은 거뜬하게 견딜 수 있다.누구도 먹지 않고 살 수는 없다. 사람은 식물같이 광합성을 통해 스스로 영양소를 만들어낼 수 없는 탓에 생명 유지를 위해 외부 물질을 몸 안에 들여야 하는 까닭이다. 무언가를 먹는 것은 제 몸의 바깥에서 구한 물질을 몸 안으로 들여 몸의 일부로 바꾸는 일이다. 부자이건 가난한 사람이건 제 몸 안에 들인 음식으로 제 몸을 만드는 존재라는 점에서 사람은 평등하다. 음식은 생명 유지의 바탕이고, 건강과 삶의 질을 만드는 필요조건이라는 한에서 이것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넓고 크다."배추는 굵은 소금으로 숨을 죽인다/미나리는 뜨거운 국물에 데치고/이월 냉이는 잘 씻어 고추장에 무친다/기장멸치는 달달 볶고/도토리묵은 푹 쑤고/갈빗살은 살짝 구워내고/아가미 젓갈은 굴속에서 곰삭힌다/세발낙지는 한손으로 주욱 훑고//안치고, 뜸들이고, 묵히고, 한소끔 끓이고/익히고, 삶고, 찌고, 다듬고, 다지고, 버무리고/비비고, 푹 고고, 빻고, 찧고, 잘게 찢고/썰고, 까고, 갈고, 짜고, 까불고, 우려내고, 덖고/빚고, 졸이고, 뜨고, 뽑고, 어르고/담그고, 묻고, 말리고, 쟁여놓고, 응달에 널고/얼렸다 녹이고 녹였다가 얼리고//쑥 뽑아 든 무는 무청부터 날로 베어 먹고/그물에 걸려 올라온 꽃게는 반을 뚝 갈라 날로 후루룩/알이 잔뜩 밴 도루묵찌개는 큰 알부터 골라먹고/이른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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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여성들이여, 능력을 보여주세요 지면기사
국가는 남녀 구분없이 인재 적재적소 활용여성들도 잠재된 자신감·천재성 발휘해야세밀한 통찰력으로 다방면에서 제역할 담당불평등을 평등하게 바꾸려는 노력 '혁신 시작'법무부 대검 대변인과 서울중앙지검 공보관에 모두 여성이 발탁됐다는 소식을 뉴스를 통해 접했다. 검찰의 중간 간부 인사에서 여성 검사들이 약진했다는 것이다. 남성 지배적인 구조를 보여 온 법무부에서 이런 변화가 있었다니 그래도 세상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다.1980년대 필자가 대학을 졸업한 후 요리사가 되겠다고 중국음식점 주방을 자원해서 들어갔다. 조리사들은 모두 남성이었다. 환영해 주기를 바라지는 않았어도 들어가서 일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주방에 들어가는 첫날부터 그들은 텃세를 부리기 시작했다.주방보조 자리라서 무엇이든 씻고 닦는 일을 해야 하는 나에게 수도꼭지를 만지지 말라는 것이다. 왜 그러는지 이유를 묻자 "어디 여자가 주방엘 들어오느냐. 더욱이 대학을 나온 여자가 왜 남자들의 밥그릇을 빼앗으려고 하느냐"고 했다. 그들은 주방을 남성들만이 누릴 수 있는 벼슬자리 정도로 생각하는 듯했다.내가 대학을 다닐 때만 해도 한 과를 대표하는 학회장은 거의 남학생이었다. 어쩌다 여학생이 학회장에 출마하려고 하면 교수님께서 딸이 똑똑한 것은 좋지만 똑똑한 딸로 인하여 아들이 치이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신 걸 보면 교수님의 생각도 한 학과의 장은 반드시 남자가 맡아야 하는 것으로 인지하고 계셨다.3천년 전 '시경·소아·사간'에는 '남자 아이가 태어나면 마루에 누이고 옷을 제대로 입히고 장난감을 줘라. 우는 소리가 우렁차면 장차 귀한 사람이 될 것이니 빛나는 홍색 옷을 입혀 훌륭한 사람으로 자라게 해야 한다'라고 적었다. 하지만 '여자 아이가 태어나면 땅바닥에 누이고 장난감 대신 깨진 그릇 조각을 갖고 놀게 하여라. 아이가 자라면 복종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고 술 담그는 것과 밥하는 것을 의무로 여기고 조속히 배우자를 찾아서 시집을 가서 부모님의 근심거리가 되지 않게 하라'고 하였다. 남자와 여자의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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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치맥 축제를 기다리며 지면기사
치킨, 전기구이 이어 프라이드·양념 변신끼니·간식·안주 삼위일체 '대표 국민음식'코로나로 '대구 치맥축제' 올해도 못 열려빨리 대유행 끝나 다같이 모여 즐겼으면…"치킨 시켜라. 쿠폰 모아라. 이젠 치킨 타임. 벨이 울린다. 치킨이 왔다. 다린 내꺼다. 목은 니꺼란다." 빅뱅의 '판타스틱 베이비'를 패러디한 '판타스틱 치킨송'이라는 노래다.코로나19 대유행으로 외출, 모임이 어렵다 보니 음식 포장, 배달이 급격히 늘어났다. 요즈음 어지간한 음식은 다 배달이 가능하지만 그중 가장 많은 것은 치킨이 아닐까 한다.치킨, 찜닭, 삼계탕, 닭개장, 닭갈비, 통닭, 닭볶음탕, 닭튀김, 닭발, 닭똥집…. 닭이 없었다면 우린 뭘 먹고 살았으며 맥주는 뭐랑 마셨을까 싶을 정도로 닭은 이제 없어서는 안 될 '절대 식품'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10억마리 이상 닭이 도축되어 국민 1인당 한 해 평균 약 20마리의 닭을 먹는다. 세계적으로도 닭은 가장 많이 사육되고 도축되는 동물로, 매년 660억마리가 도축된다. 2~7위(오리, 토끼, 돼지, 양·염소, 칠면조, 소) 다 합쳐도 닭의 4분의1도 안 된다. 그리고 코로나19 대유행 후 닭의 희생은 훨씬 더 많아졌을 것이다.닭은 동남아시아 일대에 서식하던 야생 조류로 기원전 8000~6000년경 인류는 달걀을 얻기 위해 이 새를 마당에 들였다. 가축이 되면서 포식자로부터 보호받게 된 닭은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알 낳기에 쏟아부어 인류의 '달걀 자판기'가 되었다. 만성 단백질 부족에 시달리던 인류에게 닭이 전파되면서 닭은 인간의 주요 단백질 공급원이 되었지만 귀해서 닭고기는 알 못 낳는 폐계를 잡아먹는 정도였다. 그래서 프랑스 앙리 4세는 "백성이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씩 닭고기를 먹을 수 있는 태평성대 나라로 만들어라!"라고 하였고, 1928년 미국 대통령 후보 허버트 후버는 '모든 가정 냄비에 닭고기를'이라는 구호로 선거운동을 펼칠 정도였다. 하지만 1960년대 복합사료공장이 들어서고 기업형 닭 사육이 시작되면서 한 마리를 푹 삶아 약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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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이준석 이후 지면기사
어렴풋하던 2030정치 모습 서서히 드러나이들은 신자유주의경쟁체제서 교육 받아승자독식엔 부정적이고 공존과 공생 원해기성사회의 대응에 한국정치 지형 달라져국민의힘 대표 경선에서 예상대로 이준석이 대표로 당선되면서 2030정치가 현실화 되고 있다. 그와 함께 어렴풋하던 2030정치의 모습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헌정사상 초유의 30대 야당 대표 선출에 대해 국민의힘 뿐 아니라 민주당도 새로운 정치상황에 적응하기에 분주한 모습이다.서울과 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 이어 국민의힘 대표 경선까지 휩쓴 쓰나미라고 표현되는 2030정치의 실체는 무엇인가? 실제 2030세대의 유권자 수는 전체 유권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0%가 되지 않는다. 베이비부머 민주화세대가 2030세대였을 때는 2030세대만으로도 50%를 훌쩍 넘겼다. 따라서 당시에는 2030세대가 50%가 넘는 숫자의 힘으로 민주화를 요구하면서 정치판을 흔들었다. 그러나 지금의 2030세대는 30%도 되지 않으면서도 과거 민주화 세대의 2030시기와 같은 큰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가는 원인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준석 이후 한국정치는 어떻게 될까?결론적으로 말하면 현재 2030정치의 영향력이 큰 이유는 유권자 수가 많기 때문이 아니라 2030세대의 정치와 경제 그리고 사회에 대한 이들의 생각이나 가치관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관은 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중도층의 생각과도 유사하기 때문이다.2030세대는 대체로 초중고와 대학시절을 신자유주의 경쟁체제에서 교육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 2030세대는 경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경쟁을 받아들인 2030세대들은 경쟁에서의 공정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 경쟁으로 인한 승자독식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설사 그 경쟁이 공정하다고 해도 승자가 모든 것은 갖는 그런 결과를 원하진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은 공존과 공생하는 사회를 원한다.2030세대들은 정치적 화법도 다르다. 2030세대들은 기본적으로 자기주도학습으로 성장한 세대로 문제의 도출과 그 문제 해결을 위한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접근에 익숙하다. 그러다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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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 지면기사
살기 팍팍하고 괴로운 순간엔 '꿈이었으면'반대로 달콤함을 꾸는동안 '현실이길' 바라살다보면 '꿈 같고 생시 같은' 찰나 겪게 돼꿈은 또다른 생과 이면의 삶으로 안내하는것앙리 루소의 '잠든 집시'(1897)란 그림을 좋아한다. 화면 오른쪽 상단 푸르스름한 밤의 창공에 하얀 달이 떠 있다. 지평선 아래 갈색의 대지에는 집시가 악기를 옆에 둔 채로 곤하게 잠들어 있다. 잠든 집시에게 수사자가 다가온다. 이 기이한 환각 같은 집시의 꿈을 묘사한 단순한 구도의 그림에 내 무의식은 자극을 받는다. "비가 개인 날,/맑은 하늘이 못 속에 내려와서/여름 아침을 이루었으니/녹음이 종이가 되어/금붕어가 시를 쓴다."(김광섭, '비 개인 여름 아침') 이 맑고 깨끗한 여름 아침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건 꿈이 아닐까? 꽃 피고 새 울며, 못 속에 금붕어가 노니는 이 평화로운 아침에 맞는 오늘이 우리가 꾸는 긴 꿈 중 일부가 아닐까, 라는 생각에 빠진다.우리가 자는 동안 최소한 다섯 번 이상의 꿈을 꾼다고 한다. 기억하는 꿈은 극히 작은 일부다. 깨어나기 직전에 꾼 꿈만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수면 중 뇌에서 일어나는 일들 가운데 하나인 꿈은 '그림의 연쇄'로 이루어진다.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꿈은 뇌라는 스크린에 펼쳐지는 영화다. 이성의 영역이 아니라 비이성이 지배하는 무의식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꿈은 논리나 맥락이 없는 이야기로 무의식에 웅크려 있던 격정과 본능적 욕망이 활성화되는 것이다. 꿈의 재료는 낮 동안 활동할 때 겪은 경험들, 일화 기억들(episodic memory)이다. 때때로 영혼에 숨은 무의식적 힘들이 생생한 현실의 모습으로 나타난다.우리는 잠들지만 뇌는 잠들지 않는다. 우리가 잠에 빠진 동안 뇌는 쉬지 않고 활동을 이어간다. 수면은 기억 중추 영역인 해마에 기억을 응고시켜 고착시키는 데 꼭 필요한 과정이다. 이걸 '기억 굳힘'이라고 한다. 꿈은 수면 중 감각기관에서 온 각종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생리학자들에 따르면, 해마는 낮에 수용한 정보를 선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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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노인학대 예방의 날에 부쳐 지면기사
비전문가인데 노모 모신 경험에 강연 수락늙음은 한마디로 수분감소 모든 게 작아져신체·경제·정신적으로 미리 대비해야 한다일생의 경험 활용 좀 더 관대한 삶은 어떨까중년의 나이에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니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하다 보니 '중년', '노년'을 내세운 단체에서 간혹 강연 의뢰가 들어온다. 이번에는 '노인학대 예방의 날'에 기념 강연을 해달라고 한다.내가 노인 전문가도 아니고 노인에 관해 연구한 적이 없어 한참을 고민하다가 한 번 해보겠다고 했다. 그 이유는 내 어머님이 70이 되셨을 때부터 90으로 작고하셨을 때까지 어머님을 모시고 목욕탕에 다니면서 어머님이 늙어가는 모습을 지켜봤고 마지막 1년간 요양병원과 요양원에서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의 늙어감을 직접 봐왔기 때문에 노년에 대해서 몇 마디 할 말이 있을 것 같았다.늙어서 노인이 된다는 것을 한마디로 정의하라고 하면 나는 '수분감소'로 즉답할 것이다. 싱싱한 무가 수분이 빠지면서 구멍이 숭숭 뚫렸다가 결국 먹을 수 없게 되는 것과, 사람의 체중이나 머리의 크기가 늙어갈수록 점점 작아지고 줄어드는 현상은 결국 수분감소라는 현상에 의해 나타난다.구순이 되신 어머님은 내가 육십만 됐어도 하고 싶은 일을 모두 다 해보겠노라고 노래를 하셨었다. 어머님은 가시고 그의 막내딸은 그가 그토록 돌아가고 싶어 했던 육순을 눈앞에 두고 있다. 내 인생에 육십이라는 글자가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숫자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늙는다는 것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칠간 내가 늙는다는 것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맨 처음 떠오른 생각은 병에 걸리면 어떻게 하지, 치매에 걸리면 어떻게 하지, 기력이 없어져서 걸음도 못 걸으면 어떻게 하지 등등의 온갖 걱정과 불안이 엄습해 왔다. 학문적으로는 그러한 증상을 이미 노화불안이라고 칭하고 있는 것을 보니 늙음에 대한 불안은 나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었나 보다.2025년에는 우리나라의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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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아스피린 지면기사
아픔을 줄여주는 치료는 인류의 오랜 염원 1899년 출시 아스피린은 가장 많이 팔린 약만만찮은 부작용에도 치료에 유익 커 선택AZ도 피한다면… 코로나19 못 벗어날지도아픔을 줄여주는 약은 인류가 오래전부터 간절히 원했다. 옛사람들은 버드나무 껍질을 빻거나 즙을 내어 사용하면 통증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기원전 1500년쯤 기록된 이집트 파피루스 문서에 그 기록이 남아있을 정도로 오래되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출산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버드나무 잎 차를 산모에게 마시게 했다고 하며 히포크라테스도 버드나무 잎의 진통 효과를 알고 환자들에게 사용했다고 한다.하지만 버드나무 껍질은 맛이 쓰고 위장장애가 심하며 많이 먹으면 죽을 수도 있어서 약 성분만 추출하려는 노력이 계속되었다. 그 결과 19세기 초, 버드나무 껍질을 갈아서 생긴 침전물에서 약효의 주성분 물질을 추출하여 버드나무의 학명 살릭스(Salix)에서 가져와 '살리신'(Salicin)이라 하였다. 이후 더 순수하고 안정적이며 부작용 없는 약물 개발을 위한 연구 끝에 마침내 화학적으로 살리실산을 대량 합성하기에 이르렀지만 심한 위장장애와 고약한 맛 때문에 살리실산은 여전히 먹기 힘들었다. 1897년 독일 바이엘사 연구원 펠릭스 호프만은 류머티즘으로 고생하던 아버지를 위해 부작용과 역한 맛을 대폭 줄인 아세틸살리실산(Acetylsalicylic acid) 개발에 성공하였다. 아세틸의 'A'와 살리실산의 별명 스필산의 'spir'를 합하여 '아스피린'(Aspirin)이라고 이름 지었고, 1899년 특허 출시된 아스피린은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약이 되었고, 바이엘사는 세계적인 제약회사로 발돋움하였다.20세기 초 스페인 독감 대유행 때 아스피린은 독감 증상을 줄이는데 탁월한 효능을 보이면서 명약의 입지를 굳혔으며, 1969년 달착륙선 아폴로 11호 비행사를 따라 우주에까지 진출하였다. 하지만 오랫동안 아스피린이 왜 통증을 가라앉혀주는지도 모른 채 사용되다가 1971년 영국인 존 베인 박사가 작용 기전을 밝혀냈고 1982년 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