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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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남측은 독자성을 강화하고 북측은 경직성을 탈피해야 한다 지면기사
북한 '통미봉남' 전략 정세 반전 효과 미미올해 자력갱생·전략무기 '정면돌파전' 내놔文대통령, 신중 대응·선순환구조 발전 강조北 국제사회 일원화 남북관계 뒷받침 필수얼마 전 국내외 학자들과 현 한반도 정세에 대해 토론할 기회가 있었다. 지난해부터 학자들의 최고 관심사는 북한이 과연 핵을 포기하겠느냐는 것과 남북관계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느냐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8년 4·27 판문점 선언과 2019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하였다. 그리고 그동안의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은 이러한 북한의 핵폐기 의사를 전제로 전개되어 왔다. 그러나 핵 폐기의 순서, 방식 등 구체적인 협상에 있어서는 북미 양국은 서로가 만족할 만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디테일의 악마는 존재했고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의 결렬로 나타났다. 지난해 북한은 각종 미사일 발사를 통해 긴장을 고조시키고 실무협상을 거부하면서 미국의 결단을 압박했지만 구체적인 결과물은 없었다.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미국과의 관계를 풀어보려던 북한은 지난해 완전히 '통미봉남'으로 돌아섰다. 자신들이 주도권을 갖는 데 있어 한미관계를 벌리고 우리를 초조하게 하면서 미국과의 담판에 올인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를 결산하고 올해를 전망해 보건대 북한의 전략은 그다지 정세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반전시키는 데에는 효과적이지 못했던 것 같다. 연말 시한을 설정했지만 미국의 유연한 조치를 이끌어 내지 못했고 남북관계 역시 합의사항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북한이 내놓은 것이 '정면돌파전'이다. 북한이 예고한 새로운 길은 제재해제에 집착하지 않을 것이며 제재가 계속되더라도 버티는 자력갱생식 경제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국방력은 계속 강화하여 전 세계가 깜짝 놀랄 새로운 전략무기를 공개해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키겠다는 것도 지난 당 전원회의 결과에 나타난 북한의 전략인 것으로 분석된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한 반응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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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빨라도 너무 빠르다 지면기사
예전 궁핍할땐 너그럽고 과격하지 않았다고속도로 정상속도 주행이 신고감 이라니무조건 재촉보다는 자신을 살필 필요 있어인생도 조절하면 보이지않던 것이 보인다언제부터 우리가 이렇게 서두르고 조급해하는 사람들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오늘날 우리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 가운데 하나가 속도 제일주의, 조급증이다. 도무지 진득하지 못하다. 무엇이든지 빠르게 뚝딱 해치워야 직성이 풀린다. 참지를 못한다. 기다리지 못한다. 특히 남의 일에 관한 한 더욱 그렇다. 그리고는 쉽게 결론을 내리고 돌아서 버린다. 우리가 예전에도 그랬을까? 내가 살기 이전 세상은 모르겠거니와 내가 어려서 보아온 세상은 조금은 여유가 있고 그윽한 정취가 있었던 세상이었다. 궁핍한 가운데서도 타인에게도 좀 더 너그러웠으며 자신의 문제에 있어서도 오늘날 우리들처럼 과격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자신들도 모르게 이렇게 조급한 사람들이 된 것이다.우선 자동차가 달리는 것만 봐도 그렇다. 지난번 서울서 저녁 행사를 마치고 후배 시인이 운전하는 자동차 편으로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귀가한 적이 있다. 마침 밤이었고 그 운전자가 조심스럽게 운전하는 사람이라서 한껏 속도를 낮추어 한참을 달렸다. 많은 차들이 비껴서 달려갔을 것이다. 그런데 기름을 넣으려고 주유소에 차를 세웠을 때 경찰 한 사람이 다가와 후배 시인을 불러세우는 거였다. "지나가는 자동차 운전자들이 신고해서 왔습니다. 혹시 약주를 잡수셨습니까?" 그러더니 음주측정기를 들이댔다. 결과가 술을 먹지 않은 것으로 나오니 다시 물었다. "혹시 몸이 아프신 건 아닙니까?" 후배 시인이 그렇지 않다고 하니까 경찰은 몇 마디 조언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고속도로에서는 어느 만큼은 속도를 내어 달려주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자동차 운전자들이 신고를 합니다."나는 옆에서 들으면서 마음이 많이 착잡했다. 내가 보기론 정상적인 속도로 달리는 것 같던데 그것이 신고의 대상이라니! 그러니까 이것은 정상적인 것이 비정상으로 통하고 비정상적인 것이 정상으로 통하는 실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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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때는 와요" 지면기사
절망속 내일을 꿈꾸고 노래하는 것이 인간역사적 인물의 삶을 보면 '기다림의 연속'일상속 목표를 향해 타인과 협력하는 태도비난·저주 내려놓고 '좋은 언어'로 채우길새로운 해가 밝았다. 하루하루가 항상 새로운 날이지만, 해가 바뀌는 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오랜 세월 인류가 '시간'과 함께해온 까닭이다. 이렇게 새로운 해가 되면 사람들은 결심을 하거나 소망을 품는다. 결심이든 소망이든 결론은 모두 같은 지점을 향한다. 개인이나 공동체의 변화이다. 문제는 개인의 노력으로는 그러한 변화를 일굴 수 없을 때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할 수 없다면 그것이야말로 절망의 영역이다. 실제로 누군가는 그럴 수 있다. 죽을 것만 같은 고통이 새해가 되었는데도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면, 자신이 처한 상황이 절대로 변할 것 같지 않은 현실이라면, 절망하는 수밖에 무엇이 있겠는가. 그럼에도 인간은 꿈을 꾸고, 노래하고, 기다린다. 그것이 바로 인간이다. 그 기다림이야말로 지금까지 인류 역사를 이끌어온 가장 중요한 동력이 아니었을까. 역사 속 인물들을 보면 갑작스럽게 중요한 일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과정은 기다림의 연속이었음을 알 수 있다. 기다림은 포기나 판단중지가 아니다. 그것은 현실에 대한 직면을 뜻하며 나아가 내일을 모색하는 일이다. 현실은 우리를 가만두지 않는다. 강한 비바람으로 흔들거나 적신다. 이런 상황에서 가만히 서서 무언가를 기다리는 일은 쉽지 않다. 기다림은 단단해지는 일이다. 딱딱해지는 것이 아니라 단단해져야 한다. 단단함은 두껍고 튼튼한 껍데기로 포장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층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낸 결과이다. 기다림만이 단단함을 만들어낸다.기다림은 태도의 문제이다. 단순히 결심한다고 기다릴 수 있는 게 아니고, 소망한다고 기다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기다림은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상과 맞닿아 있다. 태도는 그 일상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결국 개인은 어떤 목표에 한 순간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을 통해 살아가고, 어느 순간 목표에 이르게 된다. 공동체의 변화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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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국정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지면기사
정부 부동산대책 反시장적 기본권 침해 소지여론조사 긍정 27% 불과… 국민 평가 냉정교육 공정성 강화 지시 '행정 독재' 경고도헌법정신·법절차 준수 민생·도덕성 회복을2019년 기해년 한 해를 보내면서 현 정부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우리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헌법정신과 법 절차가 잘 지켜지고 있는가? 정부는 집값을 잡기 위해 시세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서는 대출을 전면 금지한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은 헌법적 가치인 시장경제의 기본정신을 무시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충분한 상환 능력이 있는데 고가 주택이라는 이유만으로 재산 가치를 완전히 무시하고, 공급을 늘리는 대책 없이 수요만 잡겠다는 것은 반시장적이고 기본권 침해 소지가 크다. 더구나 경제부총리 말 한마디로 갑자기 대출을 금지한다는 것은 법 위반 소지가 있다. 이른바 '조국 사태'로 촉발된 교육 공정성 강화에 대한 대통령 지시에 교육부는 지난 11월 7일 2025년부터 자사고와 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관련된 사립학교 법인들은 "시행령 개정을 통해 끝내 폐지를 강행할 경우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이 능력에 따라 균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런데 백년대계인 교육정책을 국회 논의도, 사회적 합의도 없이 대통령 말 한마디에 시행령을 하나 바꿔 서둘러 추진한다는 것은 '행정 독재'나 다름없다. 국가의 교육정책은 정치적 중립성과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연구가 이뤄진 다음에 진행돼야 한다. 현 정부는 국가교육위원회·국가교육회의가 이런 뜻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검찰이 직권남용 혐의가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청와대는 정무적 판단과 결정을 일일이 검찰의 허락을 받고 일하는 기관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사실상 검찰이 조 전 장관에게 적용한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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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북한의 신년사 예상과 우리의 대응전략 지면기사
美엔 "적대정책 철회·제재해제땐 조치철회"남측엔 "美 눈치보면 더이상 대화·교류없다"한반도평화 프로세스 원칙적 입장견지 중요中·러·日과 1.5트랙수준 협력분야 개발 시급북한의 신년사는 한 해의 정책방향이 담겨있다. 2020년 신년사의 대미 부분에 있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에도 3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 및 미국에게 지난 연말까지 시한을 주었으나 미국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선제조치를 자신의 과실로서만 활용했다. 부득불 새로운 길로의 전환을 천명한다. 우리가 선의로서 취한 핵과 장거리미사일 시험 유예를 해제하고 다시 활동을 재개할 것이다. 우리는 단계적으로 조치를 확대해 나갈 것이며 앞으로 정세가 어떻게 바뀔지는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 있다. 우리의 자위적 국방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미국이 제정신을 차리고 적대시정책 철회와 제재 해제에 대한 입장을 내놓는다면 우리의 조치들은 다시 철회될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을 것이고 아무런 기간을 설정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의 갈 길을 갈 것이다. 우리는 미국 대통령의 재선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으며 미국의 어떤 대통령이 되어도 우리의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대남 부분에 있어, "2019년 남한이 대미굴종적 태도를 일관함으로써 한반도 정세는 격화되었다. 금강산 및 개성공단 재개 등에 기회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상전의 눈치나 보면서 기회를 저버렸다. 남북공동선언 이행이 미진한 것은 전적으로 남한의 책임이다. 지난해 북미관계 개선은 남한의 도움으로 된 것이 아니다. 북미 정상 간 신뢰에 따른 것이며 비핵화 협상과 관련하여 앞으로 남한 대통령은 더 이상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남한과 대화·교류를 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하다. 그러나 남한이 계속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외세의존적으로 나아가고 환경과 여건을 만들지 않으면 더 이상의 대화나 교류는 없을 것이다. 특히 한미연합훈련을 재개할 경우 9·19 군사분야합의서의 무효화와 함께 남북관계는 파탄날 것이다. 남한 보수 세력의 비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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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진정한 힐링 지면기사
지난한 삶에 즐거움 준다면 그것이 '힐링'그렇지 못하는건 자연에 못 가서가 아니라가난과 노동으로 휴식이 불가능 하기 때문차라리 책과 노는게 마음만은 부자가 된다별생각 없이 리모컨을 돌린다. 유독 자주 나오는 프로가 있다. 동시에 무려 다섯 개 채널에서 나온다. 하도 자주 나오니 조금이라도 보지 않을 수 없다. 드라마처럼 연속성이 없으니 부담도 없다. 이런 일이 몇 차례 반복되면 내가 자주 보는 프로그램이 된다. 나처럼 그 프로를 '자주 본다'는 분을 꽤 만났다.보면서도 스스로 이해가 안 된다. 대체 왜 저것을 보고 있는 건가? 도대체 재미라고는 있을 수가 없잖은가. 출연자는 달랑 두 명뿐이다. 예능인이 산속에 홀로 사는 나이 든 남성(아주 가끔 여성도 있지만)을 찾아가 2박 3일을 보낸다. 산속사람만 달라질 뿐 대동소이하다. 나물이나 약초나 버섯을 채집한다. 나무를 하거나 오르거나 옮긴다. 밭에 무엇을 심거나 풀을 맨다. 잡거나 낚시하거나 사냥한다. 그리고 푸짐하게 먹는다. 샤워라고 말하면 적당하지 않은 것 같은 목욕신도 툭하면 나온다. 산속인의 기이한 언행? 독특하시다는 것 말고 무슨 느낌을 가져야 되는 건지 모르겠다. 나는 그분들이 날것 연기를 참 잘한다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다. 자연 풍광의 아름다움? 글로벌한 자연이 등장하는 프로들에 비하면 참 소박한 풍경이다.모든 힐링(치유)을 표방하는 프로그램의 짜깁기 축약판이라고 할 수 있다. 소위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현대인들에게 힐링과 참된 행복의 의미를 전하는 프로그램'들 말이다. 세계를 찾아다니는 글로벌여행으로 유명한 두 프로그램도 3분 1은 오지를 찾아다닌다. 세계의 오지에서 산속인과 비슷한 이들을 만난다. 무수한 '먹방' 프로와도 궤를 같이한다. 밥 해먹는 장면만 떼어 보면 '세끼'류와 판박이다. 시골 가서 시골 사람 만나는 '고향'류와도 크게 다를 것 없다. 산속인이 힘든 일을 할 때는 '체험'류를 방불케 한다. 시련이야기가 꼭 나오니 '인생'류와도 상통한다. '동물'류 예능과 비슷한 장면도 적잖다.숱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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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무엇을 남길 것인가 지면기사
한달 남은 올해… 조직은 다양한 방식 평가수익은 수입·지출 비교 객관적 자료 추출성과 어떻게 볼 것인가는 간단하지 않아기관 목표를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 좌우열두 달 기준으로 올해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이맘 때가 되면 대부분 한 해를 정리하거나 마무리한다. 개인은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면서 얼마나 최선을 다해서 살았는지 살펴보기도 하고, 조직은 다양한 방식으로 성과를 살필 것이다. 조직도 그 성격에 따라 수익을 따져 평가하거나 성과라는 이름으로 평가를 진행하는 곳도 있을 것이다. 이때 수익은 수입과 지출 항목의 비교를 통해 객관적 자료가 추출된다는 점에서 나름 명확한 기준을 갖게 된다. 하지만 '성과'를 어떻게 볼 것인가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사람을 평가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일을 많이 한 사람과 가치 있는 일을 한 사람 중에서 어떤 사람을 더 높게 평가할 것인가. 이러한 기준은 조직이나 기관의 목표를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다.그런 점에서 공공기관, 특히 수익을 주로 창출하지 않는 곳에서 성과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일은 매우 어렵지만 중요한 일이다. 왜냐하면 그 기준에 따라 조직 운영과 사업 방식 등이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과거 공공의 문화 행사나 프로그램은 가능하면 많은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전국노래자랑'과 같은 행사를 떠올리면 된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므로 가장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고, 그 결론은 유명 연예인을 불러서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지금도 지역축제에 연예인이 빠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주민 참여가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행사와 프로그램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활동이 있을 수 있으며, 그러한 활동이 지역의 문화/예술 영역에서 중요한 성과가 측정되고 평가되어야 한다. 실제로 정책 차원에서도 문화/예술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과거 '행사'나 '프로그램' 중심에서 '일상' 혹은 '활동'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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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무엇을 위한 선거법 개정인가? 지면기사
기존 제도서 비례성 강화 '준연동형 …대표제'의석배분 복잡 유권자 선택권 훼손등 '한계'전세계 대통령제 나라서 채택한 경우 없어'신뢰회복' 같은 목표 위한 개혁 필요하다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이 27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민주당은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1' 협의체를 가동해 처리하려는 것 같다. 그러나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패스트트랙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 투쟁을 벌이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된 상황에서 극적으로 합의 처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사회의 제도는 규칙과 절차의 집합으로 구성원들의 상호 작용이 전개되는 틀을 제공한다. 한편, 선거제도는 정치 게임의 주요 기본 규칙으로 민주정치의 핵심인 대의 과정의 본질을 규정해준다. 따라서 선거제도가 어떻게 짜여 있느냐에 따라 대의 민주정치가 활성화될 수 있고, 반대로 퇴보할 수도 있다. 각 정당이나 후보가 얻은 득표를 의석으로 전환시키는 장치인 선거제도가 소수 득표를 한 정당이 다수 의석을 점유하면 민의를 의정에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해 대의 민주주의가 퇴보할 수 있다. 지난 2016년 총선에서 거대 정당들은 자신들이 얻은 득표보다 더 많은 의석을 차지했다. 가령, 더불어민주당은 정당 득표에서 25.5% 득표했지만 총 의석수에서 41%(123석)를 얻었다. 무려 15.5%의 보너스율(의석률-득표율)을 획득했다. 반면, 국민의당은 26.7%의 정당 득표를 했지만 실제 의석률은 12.7%(38석)에 불과했다. 거대 정당에게 유리한 기존 선거제도에서 비례성을 강화시키기 위해 고안된 것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하지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은 몇 가지 치명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무엇보다 의석 배분 방식이 너무 복잡해서 유권자의 투표 선택권을 훼손시킬 수 있다. 유권자는 자신이 던진 표가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알아야 의미 있는 투표를 할 수 있다. 가령, 기존 선거제도에서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 후보가 지역구에서 당선 가능성이 없으면 사표를 생각해 다른 정당 후보를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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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주한미군 주둔은 특혜가 아니다 지면기사
방위비 분담금 지원 29년동안 '10배' 증가美, 셀프 책정 내년 주둔비 44억6천만달러'부당한 요구' 한미간 특별협정 스스로 위배패권전략 전초기지화 의도 동맹가치 훼손지난 20일 한미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3차 협상이 결렬됐다. 협상은 서로 원하는 것을 주고받으면서 입장 차이를 좁혀가는 과정이다. 국가간 협상은 이해관계의 정도와 협상의지에 따라 합의되기도 하고 결렬되기도 한다. 동맹은 상호존중의 자세와 가치를 공유함으로써 일반 국가관계와 다르다. 미국은 다음 협상 날짜도 잡지 않고 협상장을 나가버렸다. 냉전시대 남북협상에서 북한의 행동에서나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은 이미 한국민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었기에 스스로 동맹의 가치를 손상시켰다.방위비 분담금의 개념은 주한미군 주둔 경비 일부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재정 지원을 말한다. 법적 근거는 주둔군지위협정(SOFA) 5조에 대한 특별조치협정 및 이행약정에 있다. 5조에는 '미국은 주한미군 유지에 따른 모든 경비를 부담하고,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에 필요한 시설·구역(토지)·통행권을 부담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한국이 부담해야 할 항목은 인건비·군사건설비·군수지원비 등이 핵심이다. 인건비는 주한미군사령부가 고용한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비용이다. 100% 현금 지원이다. 군사건설비는 막사·훈련장·환경시설 등 비군사시설에 사용되는 비용이다. 88%의 현물과 12%의 현금 지원이다. 한국이 계약권을 가진다. 군수지원비는 탄약저장·정비·수송·장비 물자·시설 유지 등에 사용되는 비용이다. 100% 현물이다. 미국이 계약권을 보유하고 한국은 승인권을 가진다.방위비 분담금 지원은 1991년부터 시작됐다. 이전에는 미국이 대부분 부담했다. 1991년 이후부터는 한국의 경제력 신장으로 지원 규모가 점점 증가되어 왔다. 1991년 1천73억원을 시작으로 2019년에는 1조389억원을 지원했다. 29년 동안 지원 규모가 10배 증가했다. 지원 비용 결정은 전년도 총액에 매년 소비자물가지수를 반영하고 인상률 상한선은 4%를 적용했다. 2020년도 미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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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기억하는 법 지면기사
같은 사람들 같은 일 겪은것 서로 다르게 말해특권층 '모르쇠'·'내로남불'로 잡아떼기 일쑤왜곡·조작·삭제 '복원' 스마트폰 기능 대단지난일 생각해 내는법 잃어버릴까 서글퍼져스무 살 때 강원도의 어느 호수 안에 있는 무슨 섬으로 엠티를 갔었다. '바퀴벌레 한 쌍'이라고 불리던 두 친구의 언약식을 치러주었다. 너무나도 생생한 추억이었다. 어이없게도 나만 그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동기들에 의하면, 우리는 그 곳에 엠티를 간 적이 없었다. 대학 다니는 내내 '언약식' 따위를 치러준 커플이 전혀 없었단다. 순전히 나만의 기억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나는 그 기억을 믿고 있다.그런데 만약 그것이 정말 없었던 일의 기억이라면? 아마도 공상이 하나의 이야기처럼 기억으로 자리 잡은 것일 테다. 꿈이었을 수도, 상상한 스토리일 수도, 망상일 수도 있다. 엠티 가서 언약식 하는 이야기, 얼마든지 공상할 수 있다. 내 바람의 변형이었을 수도 있다. 언약식 같은 특별한 체험을 해보고 싶었던 어쭙잖은 청춘의 간절한 몽상이, 시간이 지나는 동안, 실제 기억처럼 대뇌피질 어딘가에 박힌 것이다.또 다른 가능성이 있다. 내가 들었던, 보았던, 읽었던 장면들이 한 줄기로 꿰어져 내가 겪은 일로 둔갑한 것. 누군가에게 '바퀴벌레 한 쌍'으로 불리는 커플 얘기를 들었고, 어느 드라마에서 대학생들이 언약식 치르는 장면을 보았는데, 그것을 조합하여 내가 두 눈으로 직접 본 일로 믿어버리게 된 것이다.나만 이렇게 이상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확신하지만, 어쩌면 실제로는 없었던 일일 수도 있는 기억. 나처럼 극단적인 기억의 모순은 드문 일일지라도, 서로 다른 기억의 충돌은 흔한 일일 테다.남자들의 군대 얘기가 그토록 길고 격렬한 것은 기억의 불일치 때문인 경우가 많다. 수십 년 만에 만난 동창들 모임이 학교 때 얘기만으로 밤을 새울 수 있는 것은 기억들의 중구난방 때문이다. 분명히 같은 사람들이 같은 일들을 겪었는데 서로 다르게 기억하고 있다.흥미로운 것은 기억을 대하는 태도다. 나처럼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