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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트북]본래 이름 되찾은 '물치도'… 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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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본래 이름 되찾은 '물치도'… 새로운 시작 지면기사

    인천 동구의 작은 섬 물치도(勿淄島)가 100여 년만에 본래 이름을 되찾았다. 물치도는 개항기때 우리나라에 들어오려는 수많은 국가 군대의 주요 정박지로 사용됐다.물치도에 머물렀던 국가들은 저마다의 이름을 붙였는데 프랑스는 자국의 함대 이름을 따서 '보아제(boisse)', 미국은 나무가 울창하다고 해 '우디 아일랜드'라고 불렀다.지난 16일 국가지명위원회 의결 전까지 우리가 불렀던 작약도(芍藥島)는 일본식 이름이다. 1883년 개항 이후 이 섬을 매입한 일본인 화가가 섬의 형태가 작약꽃 봉오리를 닮았다고 해 붙인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의 내부 외교 문서에서도 물치도를 작약도로 표기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대동여지도(1861년) 등 조선 후기 지도에서 볼 수 있듯 '물치도'로 불렀다.지난해 동구 만석부두에서 만난 70대 주민은 "옛날에는 가족들과 배를 타고 작약도에 가서 피서를 즐기곤 했다"고 물치도를 회상했다. 당시 인천의 주요 관광지로 꼽힐 만큼 물치도도 좋은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본래 이름을 잃은 물치도는 대체로 외로운 시간을 보냈다. 한보그룹, 인천 해운업체 '원광', 진성토건 등 수많은 민간 사업자가 매입해 유원지 개발 등 관광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했지만 모두 실패하면서 수십년간 방치됐다. 최근 인천시가 매입해 공영 개발하기로 하고 유원지 기본 계획까지 수립했으나 올해 초 법원 경매를 통해 소유권이 또다시 민간 업체로 넘어갔다. 그리고 물치도는 일몰제에 따라 유원지 부지에서 해제됐다. 물치도의 운명이 다시 한 번 민간 사업자 손에 맡겨진 셈이다.이름을 되찾은 물치도는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다. 다시 태어난 물치도가 인천 시민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인천시, 동구 등 지자체가 지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민간 사업자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김태양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ksun@kyeongin.com김태양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 [노트북]티끌은 떼어내면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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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티끌은 떼어내면 그만 지면기사

    여당이 지난 13일 오전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에 장성근 변호사를 선정해 발표했다.몇 시간 지나지 않아 장 변호사가 n번방 사건의 주범인 조주빈에게 개인정보를 넘긴 영통구청 사회복무요원 강모(25)씨 사건을 수임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회자됐다.장 변호사는 사임계를 냈다. 짤막한 입장문도 전했다. 과한 관심에 잠시 휴대전화를 끄기도 했다.'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n번방 조주빈 공범 변호 논란' 기사가 쏟아지기 전 그는 "지방에서 일하던 사람도 중앙정부 일을 해야 우리 지역 후배 변호사들이 더 큰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n번방 사건을 변호했다는 악의적인 프레임이 장 변호사를 주저앉혔다. 그는 "공수처 출범에 조금이나마 영향을 미친다면 개인적으로 역사적으로 힘들다"며 당일 신속하게 입장을 정리했다.여당이 무책임했다. 더욱 세밀하게 살폈어야 했는데,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무엇이 부족하다는 것인가. 형사 재판에 나온 변호인과 피고인을 동일시하는 여론이 고유정 사건 때부터 짙어졌다. 바람직하지 않다. 변호인은 피고인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호자면서 법원·검찰과 함께 실체적 진실 발견에 기여 하는 공익적 지위를 가진다.정면돌파해야 했다. 여야, 좌우,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바른길을 찾으려고 수십 년을 고민한 그의 노력과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가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사무실 빌려주고 프린트도 마구 할 수 있도록 도와줬던 세심한 마음 등 추천위원 선정 배경을 더 자세히 알렸어야 했다.수원에 고등법원을 유치할 때 백방 뛰어다닌 유명한 '동네 변호사'도 장 변호사였다.'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는 성경 구절이 있다. 티끌은 떼어 버리면 그만이다. /손성배 사회부 기자 son@kyeongin.com손성배 사회부 기자

  • [노트북]'배신'의 정치, 그리고 '삐짐'의 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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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배신'의 정치, 그리고 '삐짐'의 의정 지면기사

    포천에서 전국 최연소 더불어민주당 여성의장이 탄생했다. 물론 '해당 행위' 논란에 따라 민주당 소속 의장은 이제 무소속이 됐다.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이번 이변은 '배신의 정치'가 만들어 낸 산물이다. 포천시의회 전체 7명 의원 중 5명이 민주당 소속이었고, 이중 민주당 3명 의원은 여성 의장이 된 의원과 전임 의장을 배제 시키고 의장단 구성을 논의했다.민주당 5명 중 3명의 의견만 일치하면 의총 결과를 만들 수 있고, 의총 결정이 사실상 의장단 선출이라는 계산이었을 테다. 결국 그들은 의장단을 '짬짜미'하는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의장단 선출에서 그들이 '왕따' 시킨 의원은 전국 최연소 여성의장이란 타이틀을 가지게 됐고, 여성의장을 지지한 민주당 소속 전임 의장은 '통 큰 결단'을 내렸단 박수를 받았다. 이뿐만 아니라 야당 의원들은 부의장과 운영위원장 자리를 꿰차는 실속을 챙겼다.결국 '배신의 정치'는 민주당에게 단 한 석의 의장단도 허락하지 않았다. '짬짜미'한 민주당 의원들은 이에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그래서일까. 의장단 구성 이후 첫 공식 행사인 현충탑 참배에 이들 중 단 한 명만 참석했고, 첫 원탁회의는 '짬짜미'의원 모두가 불참했다. 더욱 황당한 건 한 의원이 의장에게 "당신을 의장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까지 했다는 사실이다.시민 대표로 선출한 시의원들이 합법적으로 구성한 의장단과 의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발언은 시민을 무시하는 발언과 다르지 않다. 왜 이번 의장단 구성에 '통쾌'하다는 평가가 나오는지 '짬짜미' 의원들은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한다. /김태헌 지역사회부(포천) 기자 119@kyeongin.com김태헌 지역사회부(포천) 기자

  • [노트북]비정규직과 공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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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비정규직과 공정성 지면기사

    한국사회에서 '비정규직의 증가'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시점은 IMF 사태를 겪은 이후라고 알려졌다. IMF 이전에도 일용직 등 전일제가 아닌 고용 형태가 없었던 건 아니다. 다만, 정부가 비정규직의 종류 등을 분류하고 관련 통계를 조사하기 시작한 시점이 2000년대 초반인 점을 고려하면 IMF 이후 고용 시장의 유연화가 본격화된 셈이다. 한국에서 비정규직 일자리가 늘어난 배경에는 경제위기 등의 구조적 원인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의 비정규직은 외국과 다른 특징을 보인다. 임금 등 처우와 관련한 정규직과의 격차가 도드라진다. 통계개발원의 2018년 '한국의 사회동향'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 임금의 54.6% 수준이다. 영국과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은 시간제 일자리의 비중이 높은 편이지만 전일제 근무를 희망하는 비자발적 시간제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한다. 반면 한국의 비자발적 시간제 비율은 49.8%(2017년)였다.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과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을 추진했다. 그러나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로 정규직 전환 정책은 '공정성' 논란에 휘말리고 말았다. 정규직 전환과 관련한 사례를 취재하면서 논란의 초점이 '개인'에게 맞춰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비정규직들의 삶을 상대적으로 평가절하하는 여러 언행들은 정도를 벗어난 수준이었다.작금의 논란을 떠나 공공과 민간을 구분할 것 없이 사용자가 '싼값'에 비정규직을 써왔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과거 인천공항공사 전체 인력의 85%가량도 외주화 됐었다. 정책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정규직 전환이 기울어진 고용 시장의 구조적인 변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형평에 어긋났다면 비정규직이라는 존재는 과연 공정한 것인가.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야 할 때다. /배재흥 정치부 기자 jhb@kyeongin.com배재흥 정치부 기자

  • [노트북]인천시, 저어새 보호에 적극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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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인천시, 저어새 보호에 적극 나서야 지면기사

    "멸종위기종인 저어새 보호에 인천시의 관심이 더욱 필요합니다."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 박용목 원장의 말이다. 국립생태원은 지난 1일 인천 강화도에서 인공 부화해 기른 저어새 5마리를 세계 최초로 야생으로 돌려보냈다. 지난해 강화도 각시암 등에서 수몰 위기에 있던 알을 구조해 길러낸 저어새들이다. 박용목 원장은 이날 방사 현장에 모인 50여 명의 시민 앞에서 이같이 말했다.국립 생태연구기관 수장의 이 말은 가볍게 볼 만한 사안이 아니다. 인천은 저어새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저어새는 전 세계에 4천800여 마리 밖에 남지 않은 멸종위기종인데, 전체 개체의 약 90%가 우리나라에서 번식한다. 이 중에서도 80% 이상이 인천을 번식지로 삼는다. 지난해 국내에서 번식한 저어새 1천474쌍 중 약 83%(1천222쌍)가 인천을 택했다. 박 원장은 저어새의 고향을 지키는 일에 인천시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특히 주요 번식지인 인천 남동유수지는 인천시의 관심이 절실하다. 2017년 233마리의 새끼가 정상적으로 태어났던 남동유수지는 2018년 46마리, 지난해 15마리의 새끼가 태어나면서 번식률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너구리의 번식지 침입이 주된 원인이다. 인천시는 올해 번식지 주변에 전기철책을 설치해 너구리의 접근을 막았지만, 이번에는 저어새가 유수지 내 2개의 인공섬 중 1개의 섬에서만 번식을 하는 '미스터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남동유수지가 2017년의 '저어새 왕국' 모습을 회복하기 위해선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하나의 종이 멸종하면 연쇄 작용으로 100종이 넘는 생명체가 사라진다고 한다. 세계 각국이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에 등급을 부여하면서까지 지키려고 하는 이유다. 전 세계 중에서도 우리나라, 특히 인천을 택한 저어새에게 인천시가 할 수 있는 건 보호를 위한 관심이다. 국립생태원장의 말처럼 인천시는 저어새 보호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공승배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ksb@kyeongin.com공승배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 [노트북]'빌라 스와핑'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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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빌라 스와핑'을 아시나요? 지면기사

    요즘 거리를 지나다 보면 입주금 '0'이라고 적힌 신축 빌라 분양 현수막을 쉽게 볼 수 있다. 무주택자는 돈 한 푼 없이 100% 대출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매번 아파트 청약에 실패한 이들이 보면 솔깃할 만한 정보다.방법은 다양했다. '업계약'을 통해 주택담보대출(주담대)로 100% 입주금을 맞추거나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이용하는 방법, 그리고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전세대출)을 동시에 진행하는 편법이 동원된다. 업계약이나 신용대출을 받는 수법은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지만, 주택 매수자가 주담대뿐 아니라 전세대출까지 받을 수 있다는 건 전혀 모르던 내용이었다.방법은 이랬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각자 매수할 집을 담보로 주담대를 받고, 서로의 집에 교차로 전세 계약을 맺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추가로 전세대출을 받는 것이다. 사는 곳은 자기 명의의 빌라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런 과정에서 공인중개사와 분양 대행사 및 건축주, 법무사, 은행 직원까지 동원된다는 것이다. 필요한 서류는 공인중개사와 분양대행사 또는 건축주, 법무사가 작성한다. 그리고 공인중개사와 법무사가 잘 아는 은행 지점에서 주담대와 전세대출을 진행한다. 전문가들이 작성한 서류인 데다가 은행 직원까지 알면서도 승인하다 보니 대출은 어렵지 않게 완료된다.서류상에 문제가 없다 보니 단속도 어렵다. 게다가 100% 대출을 받기 위해선 위장전입을 해야 하는 위험부담도 따른다. 이른바 '빌라 스와핑'의 실체다. 지금도 수도권 일대 규제가 덜한 지역에선 무입주금 신축 빌라 분양이 성행하고 있다. 당연히 모든 신축 빌라가 이런 식으로 분양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려 놓는다'는 속담이 있다. 투기 심리를 악용하는 일부 몰지각한 이들에 대한 강력한 단속이 필요할 때다. /이상훈 디지털미디어센터 기자 sh2018@kyeongin.com이상훈 디지털미디어센터 기자

  • [노트북]원칙없이 열악한 상황 내몰리는 돌봄교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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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원칙없이 열악한 상황 내몰리는 돌봄교사들 지면기사

    "10년간 사명감 하나로 일했는데 지금은 한계에 달했습니다."취재를 하며 만난 돌봄교사들은 일반 초등학교 돌봄 전담사와 특수학교 방과후 종일반 강사 가릴 것 없이 열악한 환경 속에 더는 버틸 자신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정규 수업을 위한 등교가 중단됐을 때도 이들은 학교에 나와 아이들을 보살폈다.코로나19 확산 이후 돌봄교실을 운영한 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현장에는 제대로 된 원칙조차 없었다. 한 학교의 경우 정규 수업 일수를 월, 화, 수로 나눠 7~8명씩 등교하며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었으나 돌봄교실은 이 같은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15~20명 정도 되는 학생들이 한 반에 모여 있었다. 특수학교에서 긴급돌봄을 하고 있는 방과후 종일반 강사들은 하루 7시간 넘게 일하면서 아이들 점심 먹이는 것부터 화장실에 데려가는 것까지 모든 일을 맡고 있다. 하지만 돌봄교실 4개를 통틀어 지원되는 보조인력은 단 한 명도 없다. 아이들에게 한시라도 눈을 뗄 수 없는 강사들은 쉬는 시간 화장실조차 갈 수 없는 상황이다.돌봄교실이 원칙 없이 운영되면서 교사들은 자신이 속한 학교의 배려에 기댈 수밖에 없다. 한 돌봄교사는 "다른 학교는 학교장이 보조 인력을 지원하거나 교실 내 학생 수를 조정해 주는 등 도움을 주고 있으나, 대부분은 우리도 힘들다고 방관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이들의 처우는 학교에서 이들을 얼마나 '배려'하느냐에 따라 제각각이다. 교육 당국은 돌봄 교사들의 이 같은 고충에 대해 "지금은 그분들뿐만 아니라 학교 구성원 모두가 고통을 분담하고 있다"며 "인력을 모집해 지원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현장은 여전히 나아진 게 없다고 한다. 이들의 목소리를 단순히 민원으로 볼 게 아니다. 교육당국 차원에서 일관된 원칙을 정립해야 한다. /박현주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phj@kyeongin.com박현주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 [노트북]'국민방위군'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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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국민방위군'을 기억하라 지면기사

    고등학생 때 얘기다. 족히 180㎝에 90㎏은 나가 보이는 근현대사 선생님은 수업 때마다 셔츠를 팔꿈치 위까지 걷어 올렸다. 구릿빛으로 그을린 피부를 가진 그는 교과서를 덮으라고 하고 50분 동안 쉼 없이 얘기를 읊었다.대체로 '한'(恨)에 대한 말이었다. 일제 강점기부터 한국 전쟁, 민주화 운동으로 이어지는 역사를 들을 때면 가끔은 가슴이 울렁이는 기분을 느끼곤 했다. 건조한 숫자만 펼쳐지는 수리 시간보다 역사 수업이 더 뜨겁게 느껴졌다.그래서인지 근현대사는 따로 공부를 하지 않아도 성적이 잘 나왔다. 외울 필요없이 사건이 기억 속으로 박혀 들었다. 때는 참여정부 시절이었고, TV속 뉴스에선 '역사 바로 세우기', '양민 학살의 진실', '유해 발굴 개시' 같은 헤드라인이 지나갔던 것 같다.뜨거웠던 근현대사 선생님도 한국전쟁을 설명할 땐 말 대신 칠판 위에 화살표를 그렸다. 6월25일 갑자기 남침이 이뤄졌고(화살표는 아래로 향한다), 낙동강까지 밀렸다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하고(화살표는 위로 향한다), 중공군이 개입해 압록강부터 3·8선까지 전선이 밀린다(화살표는 다시 아래로 향한다). 그러다 정전이 이뤄졌다. 초등학생 때부터 봐왔던 익숙한 전개도였다.얼마 전 한국전쟁 당시 일기를 보게 됐다. 국민방위군 사건 기록이었다. 근현대사 선생님의 수업에서도, 미디어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였다.전쟁 중 정부는 급히 국민방위군을 모집했고, 이들에게 피복과 보급을 주지 않았고, 시설을 마련하지 못해 이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 굶거나 얼거나 전염병에 걸려 죽어갔다.일기를 읽으며 고등학교 졸업 십수 년 만에 다시 그 시절 교실로 돌아간 느낌을 받았다. 문득문득 응어리처럼 화가 치밀어 올랐다. 우리에겐 한국전쟁의 가장 큰 인권탄압 사건인 국민방위군 사건을 사과하고 교육하고 기록해야 할 의무가 있다. '늦은' 역사는 없다. '국민방위군'을 기억하라. /신지영 경제부 기자 sjy@kyeongin.com신지영 경제부 기자

  • [노트북]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복지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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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복지정책 지면기사

    며칠 전 필라테스 강사로 일하는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지난 4개월간 수입이 5분의 1 토막났는데도 정부와 지자체의 프리랜서 지원금을 받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사업주로부터 '급여 지급명세서'를 받아 소득 감소 여부를 증명해야 했는데, 근무했던 5곳의 사업장 중 일부는 문을 닫아 연락이 안 되고 일부 사업주들은 세금 등의 문제로 서류 발급에 소극적이었다고 했다. 다른 강사들도 '앞으로 이 일을 계속 해야 하는 상황에서 서로 얼굴 붉히지 말자며 넘어가자'는 식이라고 전했다.코로나19로 구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 지인은 최근 인천시가 추가 모집한 '청년드림체크카드'(구직 청년에 6개월 간 최대 300만원 지원)를 신청하려다 중도 포기했다고 했다.제출 서류만 무려 13가지였는데, 다른 건 넘어가더라도 타지에 사는 '컴맹' 부모님으로부터 가구 건강보험득실확인서 등의 각종 서류를 받는 과정이 너무 어려웠다고 했다.그나마도 '가난'과 '힘듦'을 증명하느라 수고를 들였던 친구들은 결국 높은 경쟁률로 심사에서 떨어졌다고 했다.이밖에 유흥업소 종사자란 이유로 무급휴직 지원을 못 받았다거나, 인천시가 지하도상가 임차인들의 대부료를 깎아 줬지만 상인들의 월세는 그대로란 사례도 들려온다.많은 전문가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제 양극화'가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인천시에서도 대규모 예산을 집중한 소상공인 대출 이자 지원은 저소득층의 부채 증가로 귀결될 거란 우려도 나온다.이런 상황에 우리의 복지 수준은 아직도 스스로 가난을 증명해야 하는 과정, 이를 선별하기 위한 공무원들의 고된 노고에도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포스트 코로나'를 갖다 붙여 온갖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는 가운데 QR코드를 활용한 서류 간소화 등 사각지대를 줄이는 '스마트 복지'로의 정책 재개편이 이뤄지면 좋겠다. /윤설아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say@kyeongin.com윤설아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 [노트북]비포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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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비포 코로나 지면기사

    온통 '포스트(Post·이후) 코로나'. 도대체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뒤 새롭게 다가올 세상에 대비하자는 말뿐이다.정치권과 기업인은 물론 정부마저 '한국판 뉴딜'과 같이 포스트 코로나에 맞춘 국가 차원의 정책을 내놓을 정도다.코로나19가 불러온 언택트(Untact·비대면) 사회에 순응해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일자리를 늘려 경제를 되살리겠다는 목적이다.이해는 한다. 코로나19 때문에 가게 문을 닫고 일자리를 잃은 국민들이 셀 수 없을 정도이고 우리 경제 상황이 얼마나 더 악화할지 모르기 때문이다.그런데 이렇게 비대면 중심의 포스트 코로나만 바라보다간 자칫 잃을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비포(Before·이전) 코로나다.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기 이전인 지난 1월 자유로운 '대면'이 가능했던, 평범했던 우리 일상.마스크 안 쓰고 편히 숨 쉬던, 사람들과 얼굴을 맞댄 경제 활동이 가능했던, 옆 사람이 기침 한 번 했다고 괜히 갖게 되는 불쾌감 따위는 없던 원래의 생활 말이다.무엇보다 비대면 중심 사회에만 치중하면 면대면 소통 없이 경제 활동이 불가능해 어려움에 처하게 될 사람들도 생겨날 수 있다.꼭 비대면 사회가 경제 활동에 직접적 영향을 주지 않더라도 서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면대면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은 당연지사다.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한 대책 마련을 소홀히 하거나 중단하자는 것이 결코 아니다. 포스트 말고 원래 우리가 살던 비포 코로나도 잊지 말자는 것이다.몸이 멀어지면 마음까지 멀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사회적 거리두기도 언젠가 끝나야 떨어지고 흩어진 우리 경제도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김준석 경제부 기자 joonsk@kyeongin.com김준석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