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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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노동 3권의 '오용(誤用)' 지면기사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대한민국헌법 제33조다.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노동 3권이라고 부른다.1948년 7월17일 제정 당시부터 헌법에 담긴 노동 3권은 '야만적 자본주의'에 대한 반성의 결과물이다.자본가가 노동자를 '노예'(奴隸)처럼 부리지 못하도록 대한민국 최상위 법인 헌법에 명시한 것이다.현장 상근직에 '체대 졸업자, 무술유단자 우대' 조건을 내건 노동조합이 있다. 한국노총 전국연합노동조합연맹 한국건설산업노동조합이다. 한국건설 노조는 현장에서 숱하게 불거지는 폭력·폭언을 견디는 참을성 좋은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기왕이면 체대 졸업자와 무술유단자를 채용하는 방향을 내걸었다고 했다.실제로 건설현장에 폭력·폭언이 만연하다. 폭력 행위로 사망한 노동자가 산업재해 인정을 받는 사례가 간간이 나오기도 한다.일자리 쟁취 투쟁 과정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노조에 "모가지를 따버린다"는 등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하는 협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건설노조 판에서 양대 노총으로 불리는 노조 집행부에서 다른 노조 집행부에 한 말이다.사용자와 노동조합은 헌법과 노동관계법의 기본정신에 따라 상호 이해와 신의성실의 원칙 아래 경영권과 노동 3권을 존중하며 공정한 자주적 규범을 확립해 회사 발전과 조합원의 권익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그런데 건설현장에 조합원을 밀어 넣기 위해 현장 주변의 주민들을 볼모로 삼아 '소음 고문'을 하고, 끝내 조합원을 현장에서 일하게 해놓고는 조합비를 받고 있다.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전문건설업체 직영 소속 직원도 노조에 가입하게 하고 조합비를 내게 한다.모여서 단체로 교섭하고 행동하며 자본가에게 대항하는 노동 3권을 노동조합 조직 자체의 존속에 오용해서는 안 된다. /손성배 사회부 기자 son@kyeongin.com손성배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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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매립지주민協과 경찰, 철저한 조사 필요 지면기사
최근 수도권매립지 주변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수도권매립지주민지원협의체'와 경찰 사이에 수백만원대 금품이 오간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다. 지난 1월 초 주민지원협의체 위원장이 협의체 단체복 목적으로 구입한 시가 60만원 상당의 골프 점퍼와 시가 10여만원 상당의 골프 가방 각 3개씩을 해당 지역 담당 정보 경찰에게 전달한 것이다.해당 경찰관은 '고가의 물품인 줄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전달 방식을 보면 과거 금품을 전하던 수법인, 일명 '사과박스'를 연상케 한다. 과거 현금 등이 담긴 사과박스를 다른 사람이 차에 실어주던 것처럼 해당 경찰관은 직접 차에 물품을 싣지 않고 차 키만 전달했다고 한다. 사람들의 눈을 피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물품의 액수를 떠나 전형적인 수법으로 금품을 받은 이 행위 자체가 적절했는지도 의문이다.인천서부경찰서는 자체 조사에 착수했지만, 조사를 시작한 지 불과 이틀 만에 징계에도 해당하지 않는 '직권경고'라는 조치에 그쳤다. 직무 연관성이 없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정보 경찰의 역할 중 하나는 범죄 첩보 수집으로, 해당 경찰관은 주민지원협의체의 범죄 행위를 감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 직무 연관성이 없다는 인천서부경찰서의 판단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직무 연관성이 없으면 수백만원의 금품을 받아도 되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공직자의 금품 수수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김영란법'은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경찰관 금품 수수에 솜방망이 처벌까지 겹치면서 경찰과 주민지원협의체를 바라보는 지역 주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오래전부터 지역 사회뿐만 아니라 인천지방경찰청 내부에서조차 두 기관의 관계가 지나치게 가깝고, 금품이 오간 사례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논란이 확산하자 인천지방경찰청 감찰계에서 조사에 착수했다. 단순히 이번 사안의 잘못만을 따진다면 지역 주민들의 신뢰를 얻기 힘들어 보인다. 이번 조사를 계기로 최근 수년 사이 이런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조사해 주민들의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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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모처럼 느낀 '국뽕' 지면기사
국뽕. '국가'와 '히로뽕(필로폰의 일본말)'을 합친 말로 지식사전엔 '국가에 대한 자긍심에 과하게 도취 돼 있는'이라 되어 있다. 2012년 한국의 한 기자가 미국 국무부 기자회견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아느냐?"고 질문한 영상이 온라인에 퍼지고 국뽕 논란을 빚으며 유명해졌다.위 질문이 어떤 논란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국뽕'이란 말은 부정이 아닌 긍정적 의미로도 쓰인다.영국에서 7년 넘게 생활하다 귀국한 한 유학생은 요즘 해외에서 한국이 최고라 불리우게 만든 'BTS(방탄소년단)'·'손흥민'·'기생충'에도 별 자긍심을 못 느꼈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19에 맞서는 한국을 보고나서 '국뽕' 맞은 느낌을 받았단다. 세계 어떤 다른 나라에 뒤처지지 않는 방역 수준은 물론 국민들의 시민의식 때문이다.지난 9일 하루에만 64명 확진자가 나와 이미 코로나19 유행이 퍼졌을 법한 분위기에도 런던 시내에선 마스크 쓴 시민을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한다. 당시 의료진·환자 외에 일반 시민은 마스크가 필요 없다고 한 영국 정부도 1주일 뒤에야 "불필요한 접촉과 여행을 피하고 펍(pub)과 영화관도 가지 말라"고 했다. 이탈리아는 전 국민 이동제한령마저 통제가 안 돼 군병력까지 투입했는데도 지난 21일만 627명이 코로나19로 숨져 누적 사망자가 중국을 뛰어넘을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반면 한국은 코로나19 대비에 예민했고 요즘엔 시민들이 수제 마스크를 만들어 서로 나누는 봉사활동까지 나섰다. 코로나19에 맞선 정부 대처 능력은 이탈리아가 모델로 삼으려 전담팀을 꾸린 데다 미국은 이미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를 모방했을 만큼 입증된 상태다.한국, 아니 우리나라가 하나로 뭉쳐 코로나19 완전 종식을 조금이나마 앞당길 수 있다면 과한 애국심이더라도 유학생이 모처럼 느낀 '국뽕' 한 방쯤 따라 맞아도 괜찮지 않을까./김준석 경제부 기자 joonsk@kyeongin.com김준석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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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경비업법, 근로환경 개선과 고용불안사이 지면기사
아파트에서 살기 시작한 이후 매일 아침저녁으로 보던 익숙한 풍경이 있다.고령의 아파트 경비원분들이 분리수거장에서 쓰레기를 정리하면서 지나가는 주민들에게 인사하는 모습이었다. 너무나도 익숙했던 모습이어서 경비원의 분리수거, 쓰레기장 관리 등 미화 업무가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어린 시절부터 봐온 자연스러운 모습이 잘못됐다는 사실은 최근에서야 알게 됐다. 경비원이 경비업무 외 미화업무 등을 하면서 업무가 가중되고, 아파트 주민들과 갈등이 빚어진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경비업법에 대해 알게 됐기 때문이다. 경비업법에서는 '허가받은 경비 업무 외의 업무에 경비원을 종사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하지만 내가 어린 시절부터 지켜봐 왔던 것처럼 현장에서는 재활용 쓰레기장 관리 등의 일도 경비원의 고유 업무로 정착된 지 오래다. 경비원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경비업법이 지켜져야 하는 것이 맞지만, 현장에서 고유 업무로 굳어져 버린 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경찰이 최근 공동주택관리업자에 대한 경비업법 적용 계도기간을 두기로 하면서 이 같은 딜레마는 그대로 나타났다.일각에서는 경비원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단속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는 반면, 주택관리업계에서는 단속으로 고령층이 대부분인 경비원들의 대량 해고가 예상된다고 주장하고 있다.경비원에게 경비 업무만 맡겨야 하는 상황이 되면 아파트 측이 전문화를 위해 젊은 경비원을 고용하거나, 인력을 줄이기 위해 첨단 경비시설을 도입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다.경찰은 경비원 대량 실직 우려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자 경비업법 적용 계도기간을 5월 말에서 12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경찰이 시간을 두고 행정지도를 하면서 대책을 모색하기로 한 만큼 경비업계, 주택관리업계, 아파트 경비원 등 관계인들의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현실에 맞는 공동주택 경비업무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길 바란다. /김태양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ksun@kyeongin.com김태양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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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불법체류자 아니고 미등록외국인 지면기사
독일 심리학자 볼프강 쾰러가 고안한 '부바-키키효과'는 기의와 기표의 결합관계는 자의적이라는 언어학의 기본 전제를 뒤집는다. 뾰족뾰족한 도형과 둥글둥글한 도형을 놓고 어떤 도형이 부바, 키키인지 정하라고 했더니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대부분 둥글둥글 도형을 부바, 뾰족뾰족한 도형을 키키라고 불렀다.존재 자체가 법에 어긋나는 사람들이 있다. 법무부는 이들을 '불법체류자'라고 부른다. 이주노동자 인권 단체들은 미등록외국인 혹은 미등록노동자라고 부른다. 일하러 온 이주노동자가 등록하지 않은 상태에 더 초점을 맞춘 표현이다. UN에서도 미등록 비정규 이주민이라는 표현을 권고하고 있다. 불체자라고 하면 무시무시한 범죄자를 떠올리게 되지만, 미등록외국인이라고 하면 시무룩한 약자가 떠오른다.지난 10일 오후 존재하지만 보호받지 못하는 미등록외국인을 만났다. '부바'스러웠다. 미등록외국인 체불임금 사건을 맡은 노무사로부터 '경찰 협박. 전화 주삼'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상황을 파악하고 급히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에 갔더니 마스크를 쓰고 후드를 뒤집어쓴 채 겁에 질린 태국 국적 미등록외국인 녹씨가 앉아 있었다. 로비에는 지역경찰관 2명이 '불체자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나와 있었다. 협박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미등록외국인이 범죄의 피해자가 되거나 범죄 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공무원이 이 외국인의 신분을 알았다고 해도 출입국 당국에 통보할 의무는 없다는 제도가 불법체류자 통보의무 면제제도다. 이 통보의무 면제제도에 근로기준법이 빠져있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급여를 받으며 자동차 부품을 만든 미등록 외국인은 보호사각지대에 놓인 실정이었다. 노동의 대가는 소중하다. 미등록외국인의 임금도 마찬가지다. 녹씨가 일한 공장 사장에게 미등록외국인은 사람이 아니라 도구였다. KBS 개그 프로그램의 유행어가 떠오른다. "사장님 나빠요." /손성배 사회부 기자 son@kyeongin.com손성배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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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당신의 일상은 안녕하십니까? 지면기사
"당신의 일상은 안녕하십니까?"며칠 전 부모님과 코로나19로 안부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십분 공감한 내용이 있었다. 특별할 게 없어 보였던, 조금은 지루하게 다가왔던 일상이 무척이나 소중한 것이었다는 작은 깨달음이었다.우리의 하루는 일일이 열거하는 게 무의미할 만큼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꽤 많이 달라졌다. 나의 건강뿐만 아니라 내 옆의 가족 혹은 친구, 직장 동료들을 걱정하느라 외출을 자제하는 게 어느덧 우리의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어린아이를 키우거나 노인을 부양하고 있는 집안은 옴짝달싹 못한 채 집 안에만 묶여 있는 신세일 테다. 모르긴 몰라도 그들은 '커피 한잔의 여유'와 같은 평범한 일상의 무언가를 지독히도 그리워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각자의 소중함을 미뤄두고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작은 조각이 되고 있다. 현장에서 감염병과 고군분투하는 의료인들을 보면서 대단함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는 우리도 감염병 사태 종식을 위해 주어진 '5천만 분의 1'만큼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물론 불안이 만든 빈틈을 파고드는 이들도 있다. 마스크 유통 과정에서 폭리를 취하려는 사람이 있고, 4·15 총선을 앞두고 코로나19를 정쟁의 도구로만 이용하려는 세력도 있다.또한, 자신의 일상이 너무나 소중한 나머지 감염병 확산 방지 활동에 비협조로 일관하는 단체도 있다. 이처럼 혼란을 부추기는 이들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 당신의 일상은 안녕하냐고. 언제쯤 일상의 평범함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안갯속이지만, 우리의 일상은 감염병을 극복하는 길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당신이 일상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게 바로 그 증거다. 지금 절실히 느끼고 있는 일상의 소중함이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가장 큰 동력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배재흥 정치부 기자 jhb@kyeongin.com배재흥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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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일상바꾼 코로나19, 정부 세심한 대책을 지면기사
시민들의 생활을 바꾸어 놓을 만큼 코로나19의 영향력이 막대하지만 정작 정부 대응은 아쉽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우려한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비롯한 각급 학교의 개학을 1주일 연기하자 일부 부모들은 자체 휴가를 사용해 아이들과 함께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시민들이 외부 활동을 자제하면서 소상공인들도 적지 않게 타격을 입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발표하는 확진자 동선을 날마다 확인하면서 갈수록 줄어가는 매출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용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38)씨는 "코로나19 확산 전과 비교하면 주말 기준 매출이 70% 이상 감소했다"며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면 가게 문을 열지 않는 것이 더 나을 지도 모르겠다"라고 토로했다.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7일부터 농협과 우체국 등 공적 판매처를 통해 일반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마스크를 하루에 350만장씩 공급한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마스크 구하기가 여전히 '하늘의 별 따기'다. 마스크 가격은 코로나19 사태 전과 비교하면 2∼3배가량 올라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일에는 학교들이 비축한 학생용 마스크를 대구·경북에 보내기로 하면서 학교 현장은 혼란을 겪고 있다. 앞서 교육부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감염증 관련 현황을 통제하려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교육부는 도교육청이 제공하던 코로나19에 따른 자가격리자 수, 학교와 유치원 개학 연기 현황 등을 지역 단위가 아닌 전국 단위 현황으로만 공개하도록 해 정확한 정보가 필요했던 학부모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시민 개개인의 보건 의식도 중요하지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 정부의 책임도 막중하다. 코로나19 추경안 편성 등 발 빠른 대책과 맞물려 시민들의 생활안정을 위한 세심한 행정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이원근 사회부 기자 lwg33@kyeongin.com이원근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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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수원시 거버넌스 행정 다시 한 번 기대한다 지면기사
48년 만에 상수원보호구역이 일부 해제된 수원 광교산 일대에 또 한 번 희소식이 들려왔다. 수원시가 국·도비로 확보한 예산 등을 광교산 일대 도시가스 공급 사업에 지원한다는 이야기였다. 상·하광교동 일대에 거주하는 70여가구는 도시가스 혜택을 받지 못한다. 개발제한구역과 상수원보호법 등 이중 규제로 인한 주택 증가가 불가해 경제성이 낮아 도시가스 배관을 설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주민들은 석유나 액화석유가스(LPG) 등을 사용해 난방과 취사를 해결하고 있다. 도시가스 공급이 주민들의 숙원사업이 된 이유다.최근 시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하광교동 산 57-2(반딧불이화장실)부터 상광교동 51까지 대략 5.3㎞ 구간에 도시가스 공급을 위한 중압관 설치 사업을 추진 중인데 조만간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설문 조사를 시행한다고 한다. 지난해 1월 염태영 수원시장이 신년기자간담회를 열어 "광교저수지 주변 마을을 지속 가능한 모범마을로 정착시키겠다"고 밝히던 모습이 떠올랐다. 광교산 주민들과의 상생을 외치던 시의 지원사업만 바라보던 주민들에겐 그야말로 오랜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면 오는 2023년 하반기에는 도시가스가 공급되는 광교산 보리밥집을 볼 수 있을 듯하다.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주민들의 의견도 들어야 하고, 사업 구간에 개인 소유의 '사도'가 많다는 점은 가장 큰 난관으로 꼽힌다. 하지만, 오히려 이 지역은 재건축 한곳이 많아 사도 보다는 공도가 많은 실정이다. 특히 주민 숙원사업이므로 극히 일부인 사도 문제는 시의 조건부 협의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드디어 첫발을 내디뎠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광교산 상생협의회'는 시의 대표적인 거버넌스(민관 협치) 사례로 평가받는다. 다시 한 번 기대를 걸어본다. /이상훈 디지털미디어본부 기자 sh2018@kyeongin.com이상훈 디지털미디어본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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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쌍용차 위기에 작은 촛불이 되길 지면기사
정초, 평택의 새벽은 차가웠다. 10년7개월 만에 회사 문을 밟은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46명의 마음도 그랬을 터다.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의 사무실이기도 한 카페 차차에는 새벽마다 회사로 돌아온 해고자들이 모였다. 10년 만의 출근을 앞둔 흥성거림 속에 부서 배치를 받지 못해 속을 끓이는 모습이 보였다.누구보다 이들과 가까웠을 수 있는 지역언론이지만, 지난 10년간 제대로 쌍용차와 해고자 문제를 다루지 못했다는 부채의식에 1월 한 달을 평택에서 보냈다. 해고 복직자를 시작으로 평택시청, 평택시민사회, 평택주민, 쌍용차의 명예 퇴직자, 쌍용차 직원, 쌍용차 연구자를 두루 만났다. 노동자와 회사라는 고정된 틀이 아니라 평택과 지역의 눈으로 쌍용차 그리고 해고자를 보고 싶었다. 그래서 발견한 것이 희망이었다면 좋았겠지만, 오히려 더 큰 어둠을 만났다.해고 복직자가 회사로 돌아온 2020년, 쌍용차는 10년 전보다 더 큰 경영상 어려움에 직면했다. 취재하고, 기사를 쓰며 기자가 희망과 해법이 아니라 어둠과 불안을 얘기해도 되는지 고민하고 고민했다.그래서 탄생한 기획물이 지난주 출고된 '희망의 그늘, 쌍용차 그리고 평택'(2월12·13·14일 2판 보도)이다. 취재를 통해 발견한 것은 '희망 없음'이었지만, 그래도 언론인으로서 사회와 독자에게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강박이 컸다. 한국GM 공장이 철수한 전라북도 군산을 찾아갔고, 세종시와 서울시를 오가며 우리에게 해답을 내려줄 사람들을 만났다. 그럼에도 여전히 탈출구는 명확하지 않다. 무엇보다 우려가 큰 건, 10년 전 '쌍용차 사태'의 아픔 때문이다.모쪼록 다가온 위기와 다가올 어려움 속에 우리 사회와 쌍용차 그리고 지역사회가 지난 10년의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을 솔루션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 '솔루션 저널리즘'에 노력했지만 취재팀은 확실한 답을 드리지 못했다. 해법을 찾는 긴 여정에 우리의 기사가 조그만 촛불이라도 되길 기원한다. /신지영 정치부 기자 sjy@kyeongin.com신지영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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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기차를 만들었는데 철로가 없다면 지면기사
"기차는 만들었는데 철로가 없는것 같다."선거법 개정으로 이번 총선에서 선거권을 얻은 인천의 한 청소년이 내뱉은 말이다. 경인일보는 선거에 대한 청소년들의 생각이 궁금해 선거권을 갖게 된 청소년 5명을 초대해 작은 좌담회를 열었다. 만 18세면 일부는 고3이거나 대학 신입생이다.학생들을 만나기 전 무슨 질문을 할지 고민하면서 선거권을 얻어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을 학생들을 상상했다. 하지만 정작 청소년들의 반응은 냉랭했다.입시에만 치우쳐 있는 고3 학생에게 어떠한 교육이나 사전지식 없이 갑자기 선거권만 준 것을 두고 "너무 준비가 안됐다"고 했다. 자신이 선거권이 있는지, 지역구라는 게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한 학생은 "마치 기차를 새로 만들었는데 철로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이 이런 생각을 갖게 된 이유는 충분하지 못한 정치교육이다. 대학입시 공부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현 교육체제에서 학생들이 그간 지역사회를 위해 누가 일했는지, 어떤 국회의원이 입법 활동을 활발히 했는지 알기 쉽지 않다. 청소년들은 첫 투표권인 만큼 누구보다 '바르게' 투표하길 소망했다. '진로' 과목처럼 '정치' 과목을 따로 만들어 지역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이나 정치인을 평가할 방법을 배울 기회도 필요하다고 했다. 4·15 총선까지 두달 동안 교육기관과 선거관리위원회의 역할이 매우 크다. 남은 기간 유권자든 비유권자든 교실에서 마음껏 정치 얘기가 오갈 수 있도록 교육을 펴야 한다. 아울러 총선 후보들도 청소년 표심을 얻기 위한 비현실적 공약을 남발하는 대신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는 '진짜 정치인'의 면모를 보여야 한다. 기껏 새로운 기차를 만들어 놓고는 철로가 없어 달리지 못하는 우스운 세상이 돼선 안된다. /윤설아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say@kyeongin.com윤설아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