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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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대리기사의 삶을 들여다보다 지면기사
"차 끊겼을 시간인데 뭐타고 다니세요?" "다 가는 방법이 있어요. 영업 비밀입니다."시작은 술자리를 마치고 귀가하면서 무심코 대리기사와 나눈 대화였다. 대리기사만 타는 셔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들만의 밤의 세계'에 관심을 갖게 됐다.마음먹고 들여다본 대리기사의 삶은 고단하고 애처로웠다. 1만원 대리비에서 중개업체 수수료와 프로그램 이용료, 보험료 등을 빼고 나면 손에 쥐는 것은 단돈 몇 천원. 500원짜리 어묵으로 밤새 끼니를 대신하고 한참을 기다리다 받은 콜이 취소될까봐 종종걸음 해야 하는 일상. 사랑방 역할을 하는 어묵 가판대에서 대리기사들에게 들은 각종 이상한 손님 후일담은 웃음이 나면서도 짠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수요는 대폭 줄어든 반면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줄어든 이들이 대리기사로 몰리면서 점점 단가가 낮아지고 있는 상황은 안타까움을 더했다.큰 틀에서 음주운전 예방이라는 사회적 안전 분야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대리기사들은 자신의 안전을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좁은 차 안에서 짧게는 30여 분에서 길게는 수 시간 취객과 함께 있어야 해 코로나19 전염 위험이 큰 데도 정부의 보호장구 지원 대상에 빠져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대리기사가 타는 불법 셔틀도 수년간 존재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은 그동안 없었다. 기사에 다루지는 않았으나 과점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중개 프로그램 제공업체의 갑질 등 점점 악화되는 대리기사 노동환경도 심각한 수준이다. 전국엔 약 20만명의 대리기사가 있다. 밤에 일하는 직업 특성상 편견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에 필요한 직업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우리 사회가 그동안 특수 직종 종사자가 처한 환경에 너무 무관심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 기자 doran@kyeongin.com김도란 지역사회부(의정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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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인천 뿌리센터, 뿌리산업 재도약의 시작점 지면기사
뿌리 산업은 소재를 부품으로 제조하고, 부품을 완제품으로 생산하는 기초 공정 산업이다.뿌리 산업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용어를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뿌리 산업의 역할과 중요성을 한 번에 표현하는 말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뿌리가 물과 양분을 흡수해 식물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처럼 뿌리 산업은 모든 산업에 근간이 된다.우리가 오늘날 사용하는 자동차, 휴대전화 등은 꽃과 열매라고 할 수 있다. 뿌리 산업이 있기에 자동차와 휴대전화가 만들어지고, 제품의 품질이 높아진다.사람들은 꽃과 열매에 집중할 뿐 뿌리에 시선을 주지 않는다.뿌리 산업은 사람들의 무관심, 3D 산업이라는 사회적 인식 속에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완제품을 만들어 조명받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하청 구조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인천시는 일자리 창출 지원 등 뿌리 산업 지원 정책을 펼쳤지만, 업계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자체가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이를 반영한 맞춤형 지원·육성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이야기한다.인천 뿌리 기술 업계의 바람을 이뤄줄 수 있는 게 최근 문을 연 인천 뿌리 산업 일자리 센터(이하 인천 뿌리센터)다.인천 뿌리센터는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와 기초 실태 조사를 진행하고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고용안정협의회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인천시가 그동안 펼쳐 온 어떠한 뿌리 산업 육성·지원 정책보다 기대가 크다. 인천 뿌리센터 개소는 인천 뿌리 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는 시작점이다. 인천시는 인천 뿌리센터 개소를 시작으로 맞춤형 지원·육성 사업을 체계적으로 펼치는 등 지역 뿌리 산업이 다시 한 번 꽃 피울 수 있도록 물과 양분을 아낌없이 줘야 한다. /김태양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ksun@kyeongin.com김태양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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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이천 산업재해 참사 모두 서툴렀다 지면기사
이천에서 큰불이 났다. 옥상에 고립된 노동자들이 있다고 해서 주정차금지 구역인지도 모르고 차를 세우고 1보를 썼다. 영통구청에서 3만2천원짜리 주정차위반 고지서가 날아왔다.노동자 38명의 숨이 멎고 10명이 다친 그곳에 유가족 70여명이 참사 한달을 기념하며 다시 찾아왔다. 그간 폴리스라인 너머는 기자들에게 미지의 세계였다. 포탄의 불바다가 지나간 것처럼 (주)한익스프레스 남이천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은 참혹했다.유족들은 절규했다. "살려내라"고 소리쳤다. 구호를 외치는 중간에 아들을 잃은 것으로 보이는 중년의 어머니는 온몸을 떨면서 흐느꼈다. 반대편 현장사무실에도 화재 당시 폭발로 떨어져 나온 건물 파편이 날아와 불을 냈다. 현장 간판은 길 건너에 뒤집힌 채 놓여 있었다.모두 서툴렀다. 소방은 초기 우레탄 유증기 폭발 화재로 추정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담배꽁초가 나왔다고 했었다. 기자들은 들은 대로 일단 썼다. 오랜만에 본 다른 언론사 기자들과 반갑게 인사를 하기도 했다. 눈치도 없었다.참사 이튿날 유가족들이 대기하던 모가면 실내체육관을 찾은 시공사 대표는 갑자기 무릎을 꿇더니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흐느끼다 도망치듯 빠져나와 잔디밭에 굴렀다. 시공사 대표가 누운 119 구급대 들것을 반삭발머리 남성이 붙잡고 "제대로 설명하고 가라"고 울부짖었다. 이 남성은 우레탄 뿜칠 작업을 하려고 이 현장에 머물렀던 매제와 하나뿐인 남동생을 잃은 유족이다. 한바탕 들것과 씨름을 한 뒤 체육관 앞 향나무 밑에 앉은 남성은 우레탄 작업을 하다 나온 유증기가 폭발하려면 사람이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고농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은 2008년 코리아냉동 물류창고 화재 이후 산업안전보건공단이 낸 연구서에 근거가 있었다.일터에서 난 불로 사람이 죽었다. 이 사건은 화재가 아니다. 산업재해 참사다. 폭발 굉음에 놀란 인근 축사 소들은 유산을 했다. 송아지 3마리가 이 산업재해 참사로 눈도 뜨지 못하고 흙으로 돌아갔다. /손성배 사회부 기자 son@kyeongin.com손성배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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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포천 '석탄발전소 반대'는 시민 목소리 지면기사
포천시가 장자산업단지 내 포천석탄화력발전소(이하 석탄발전소, (주)GS포천그린에너지)의 건축물 사용 승인을 미뤄오다 '부작위 위법행위 확인 청구 소송'에서 패소했다. 시는 판결 결과에 따라 석탄발전소 측에 건축물 사용 승인과 관련한 가부를 통보해야 한다.시가 소송에서 패소하자 일각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박윤국 시장을 공격했다. 발전소 측으로부터 소송을 당하면 패소가 예견되는데도 그간 허가를 내주지 않아 행정력을 낭비하고 소송비용을 더 물게 됐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들은 박 시장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지키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과연 진실일까? 포천 시민들은 수년간 석탄발전소를 반대하며 법원 앞에서 300일 가까이 "석탄발전소 가동을 중단시켜 달라"는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인 바 있다. 또 관내에서는 '석탄발전소 반대' 문구를 붙인 차량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이뿐인가. 석탄발전소 내에서는 그간 크고 작은 사고까지 발생했다. 폭발사고 등으로 근로자들이 사망하는가 하면, 발전소 내로 석탄을 싣고 드나드는 차량들로 인근 마을은 차량과 환경오염 위험에 노출돼 있다.그런데도 시민이 뽑은 시장이 석탄발전소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허가해야 하는 것일까? 석탄발전소가 그간 정상적 과정을 거쳐 왔더라도 새로운 문제가 확인됐다면 시장으로서는 최종 승인을 재검토해야 한다. 또 석탄발전소 허가 조건 중 하나였던 인근 공장의 '굴뚝 일원화'조차 마무리되지 않았으니, 오히려 쉽게 승인을 내준다면 그것이야말로 직권남용이 된다.이번 판결은 건축물 사용 승인을 내주라는 것이 아닌, 가부 결정을 하라는 것일 뿐이다. 시는 승인을 할지 거부를 할지 결정해 통보하면 된다. 모두의 예상대로 박 시장은 거부 결정을 내릴 것이고, 그때서야 '진짜' 소송은 시작될 것이다. 시민이 하나가 될 때 거대 기업을 상대할 힘도 생기는 법이다. 지금은 결과를 섣불리 예단하기보다 모두가 힘을 보탤 때다. /김태헌 지역사회부(포천) 기자 119@kyeongin.com김태헌 지역사회부(포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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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시험대에 오른 학교 방역, 어른들이 지켜줘야 지면기사
20일 고3 학생들을 시작으로 등교 수업이 이뤄지면서 학교 방역이 시험대에 올랐다.이날 각 학교들은 학생들에게 마스크 필수 착용 안내는 물론 투명 받침대 사용, 개인용 컵 사용 등 방역을 위한 만전을 기했다.교내 방역 지침에 따라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교육부의 방역 지침에 따라 교내에서도 거리 두기를 생활화해야 한다. 학생들은 식사를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교내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하며, 친구들과 급식실에서 옹기종기 모여 식사를 하는 대신 각자 자리를 지키면서 소위 '혼밥'을 한다. 급식 대신에 간편식으로 식사를 대체하는 경우도 있다.수업도 고3 학생들을 제외하고 온라인 수업과 교실 수업을 병행하고, 홀수 반과 짝수 반으로 나눠 등·하교 시간도 조정해 집단으로 좁은 공간에 밀집되지 않도록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기존에 학교 생활과 비교한다면 학생들은 불편을 감수하면서 당분간 학교생활을 해야 한다. 특히 입시가 코앞에 놓인 고3 학생들은 정상적인 교과 과정을 배우지 못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일부에서 신학기를 9월로 미루는 '9월 학기제' 논의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코로나19 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학생들만의 노력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기존 13일에서 20일로 개학이 연기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서울 이태원발 코로나19 감염 확산 사태도 결국에는 클럽에서의 기본적인 수칙을 지키지 않은 어른들로부터 비롯됐다.누구의 잘못을 탓하기 전에 감염병 예방에 전 국민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 최근까지도 길거리와 음식점, 주점에서 마스크 미착용 등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는 사례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전문가들은 집단 감염이 학교로까지 이어지면 우리 사회에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이원근 사회부 기자 lwg33@kyeongin.com이원근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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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사이버 모델하우스'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나 지면기사
코로나19가 전국을 강타하자 아파트 분양 현장에선 관행처럼 이어졌던 견본주택 개관이 사라지고 있다.비대면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등의 새로운 소비 경향인 '언택트' 방식이 분양시장에서 확산하는 모양새다. 대신 건설사마다 '사이버 모델하우스'를 내세우는가 하면 아예 유튜브 채널을 통한 분양 홍보에 열을 올리는 곳도 늘고 있다.사이버 모델하우스는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등의 기술로 실제 견본주택을 촬영, 온라인으로 현장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또 유튜브 채널을 통해선 전문 상담인력이 실시간으로 견본주택 내부를 촬영하며 설명하는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다. 대면접촉을 최소화함으로써 코로나19 확산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고, 모형도와 유니트 관람을 위해 외부에서 기다릴 필요가 없어 반응이 뜨겁다.다만, 가상현실이기 때문에 직접 느끼는 것과 차이가 있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실수요자라면 각종 옵션과 주의사항을 확인해야 한다. 이처럼 급작스런 변화에도 인기 지역에서는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수요자들도 이런 분위기에 적응하는 모습이다. 부동산정보 서비스 (주)직방이 청약 수요자 4천168명을 대상으로 사이버 모델하우스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는데 92%(3천835명)가 이용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업계에선 앞으로 사이버 모델하우스가 더 진화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한다. 한때 사이버 모델하우스 운영이 분양 성적에 불리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지만, 오히려 손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수요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동안 견본주택에서 일하던 상담사 등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이런 문제점은 해결과제다. /이상훈 디지털미디어센터 기자 sh2018@kyeongin.com이상훈 디지털미디어센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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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인천대 차기 총장 선임을 앞두고 지면기사
국립 인천대학교 제3대 총장 선출 절차가 막바지에 달했다. 인천대 총장추천위원회는 지난 7일 학내 구성원의 투표점수(75%)와 자체 평가점수(25%)를 합산해 점수순으로 최계운 명예교수와 박인호 명예교수, 이찬근 교수를 총장 후보자로 압축했다. 인천대 이사회는 이들 중 1명을 최종 선임해 교육부에 임명을 제청할 계획이다.이번 선거에서는 차기 총장이 학교의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구성원들의 요구가 컸다. 국립대로 전환하고 송도로 캠퍼스를 이전한 후 외적으로는 성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학생들의 중도 이탈률은 높고 학생은 물론 교수, 직원, 조교들의 학교에 대한 자부심도 여전히 낮다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이때문에 차기 총장에는 소위 '스펙'이 화려한 외부 인사보다는 학교의 속사정을 잘 알고 소통할 줄 아는 내부 인사가 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예비후보자 5명 모두 20년 이상 인천대에 몸담은 교수였던 점이 이를 반영한다.대외적으로는 지역사회 상생이라는 과제도 떠안았다. 인천대는 지난해 인천시와의 재산 협상에 따라 지역거점 대학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2027년까지 2천억원의 시 재정 지원을 받게 됐고, 도화동 제물포캠퍼스 부지도보다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송도 11공구 부지 일부를 조성원가에 받아 연구 중심 대학으로의 위상을 높일 기회도 열렸다. 대신 대학은 인천 시민을 위해 구도심 활성화, 평생교육, 지역사회 환원이라는 의무가 생겼다. 지역에 대한 이해와 소통, 이를 발판으로 한 대학 브랜드 제고 전략 등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지역 거점 대학으로 한 단계 도약을 앞둔 인천대의 차기 총장에 기대와 관심이 높다. 인천대 이사회는 이러한 대내외적 요구를 잘 인식하고 대학의 장기적 발전을 그릴 수 있는 차기 총장을 선임해야 한다./윤설아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say@kyeongin.com윤설아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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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반려동물 생명 위협하는 피마자 유박비료 지면기사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 '맹독성 유박비료 위험성에 대한 도톨이 아빠 6일간의 기록'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4년 넘게 키우던 반려견이 아파트 단지에서 산책을 하다가 피마자(아주까리) 유박비료를 먹고 죽었다는 내용이었다. 피마자 유박비료에는 독성물질인 '리신(ricin)'이 들어 있다. 동물이 피마자 유박비료를 먹으면 리신 중독으로 구토, 설사 등 증상을 보이다가 죽을 수 있다. 비료 모양이 사료와 비슷하고 고소한 냄새가 나서 강아지가 유혹에 넘어가기도 쉽다.얼마 전 피마자 유박비료의 위험성을 다룬 기사를 쓴 이후여서 안타까움이 더 컸다. 지난 3월 말 인천 미추홀구 도화지구 공원 녹지에 뿌려진 피마자 유박비료로 피해를 본 반려견 등은 다행히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려견을 키우는 주민이 피마자 유박비료를 발견하고 미추홀구시설관리공단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주의' 현수막이 뒤늦게나마 붙었기 때문이다. 주민이 피마자 유박비료를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도화지구 공원에서도 똑같은 피해가 발생했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농촌진흥청이 지난 2017년 피마자를 원료로 하는 비료의 리신 함량을 제한하고, 포장지 앞면에 '주의' 문구 표기를 의무화했으나 피해는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피해 사례는 계속 나오고 있지만, 시민들이 반려견과 자주 이용하는 공원과 아파트 산책로 주변에도 피마자 유박비료가 뿌려지고 있다. 많은 사람이 피마자 유박비료의 위험성을 모른 채 사용하고 있어서다.우리나라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천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피마자 유박비료 유통·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에게 반려동물은 어떤 것과도 대체할 수 없는 가족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피마자 유박비료는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얼마든지 많다. 가족 같은 반려동물이 희생되지 않도록 관계기관도 이제는 피마자 원료 사용 제한을 고민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김태양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ksun@kyeongin.com김태양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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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세월호를 지겹다고 하는 이들에게 지면기사
세월호 참사로 인한 죽음은 아직 멈추지 않았다. 언제까지 계속될지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지겨워할 수 없다.세월호 참사는 304명의 희생자를 낳았다. 끝이 아니었다. 참사 이후 6년이란 시간 동안 2차 피해는 늘어갔다.지난해 12월과 지난 2월 단원고 희생자의 아버지가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그들은 먼저 떠난 자식을 그리워하면서 생전에 더 잘해주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렸다. 앞선 2016년에는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민간잠수사 김관홍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2020년 4월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하는 시점이다. 배가 침몰하는 모습을, 구조되지 못한 수백 명의 승객이 죽어가는 모습을 생중계로 지켜본 남은 자들에게 주어진 책임이다. 누군가의 생명이 꺼져가는 것을 눈앞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무기력함은 이미 2014년 4월16일 경험했다. 또다시 죽음을 방치하는 건 무기력이 아닌 무책임일 뿐이다.각자 주어진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지겹다'고 말하는 유가족들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요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우리 사회는 유가족들의 트라우마를 '가족을 잃은 슬픔'에서 오는 정신적인 고통으로 지나치게 단순화한 경향이 있다. 유가족과 인터뷰 기반의 연구를 진행한 박지영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남은 가족들의 트라우마에 대해 "진상규명을 하지 않고, 운이 없어 죽은 걸로 만든 국가에 대한 좌절감이 생각보다 컸다"고 지적했다. 트라우마가 어디에서 왔는지, 본격적인 트라우마가 발현되기나 한 건지 우리 사회는 제대로 고민한 적이 없다.'공감 격차', 말 그대로 유가족들이 겪는 고통에 공감하지 못했다. 이젠 추가 희생자를 막기 위해서라도 세월호 참사를 이야기하는 유가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누군가의 죽음은 그 자체로도 지겨울 수 없기 때문이다. /배재흥 정치부 기자 jhb@kyeongin.com배재흥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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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포천은 원래 그래 지면기사
포천시가 박윤국 시장 당선 이후 실시한 지난해 국가권익위원회의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전년보다 2계단 하락한 4등급을 받았다. 내·외부 관계자들은 전년보다 포천시가 청렴하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공직자들에게 왜 그런지를 물으면 '포천은 원래 그래'란 대답이 돌아온다. 다른 시·군에서는 엄격하게 대처하는 행정 책임도, 공무원 품위 유지 위반도, 비상식적인 행동들도 모두 '포천은 원래 그래'란 말로 뭉개진다. 포천을 누가 '원래 그런 곳'으로 만들었을까.포천시가 올해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진행한 감사는 3건, 관계자는 4명이다. 1천여 공직자 중 불과 1%에도 미치지 않는 수치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여러 의혹과 논란을 보면 과연 감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문이 든다. ▲로컬푸드 금품수수 ▲법인카드 유용 ▲이권 개입 ▲부적절 골프 모임 등 크고 작은 의혹들이 시 안팎에서 꾸준히 나오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들에 대한 조치는 경징계에 불과하거나 '징계도 아닌' 훈계, 그도 아니면 '방관'에 그친다.공무원들의 각종 비위행위를 조사하는 감사담당관은 시장 직속 부서다. 모든 것을 시장에게 보고하고 처리하는 시장의 복심이란 뜻이다. 하지만 포천시는 공직 사회에서조차 감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내·외부 평가 모두에서 청렴도가 하락하는 것은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포천시는 전국 612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2019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에서 이웃인 동두천과 의정부 보다도 낮았다. 2등급을 받았을 때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포천시가, 4등급에는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못한 채 '침묵'한다. '포천 공직사회가 투명하지 못하다'는 여론을 이제라도 무섭게 받아들이고, 지난 과오를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더는 청렴한 다수의 공직자를 일부 비위 공직자들과 섞어 도매금으로 욕먹게 해서는 안 된다. 누가 할 수 있을까. 박윤국 포천시장의 결단만이 '포천은 원래 청렴해'란 말을 회자시킬 수 있다. 내년도 포천시의 청렴도 결과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