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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트북]세심한 근현대 역사교육 강화 방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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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세심한 근현대 역사교육 강화 방안 필요 지면기사

    지난달 가평청소년의회의 학생들은 일본 정부를 향해 '가벼운 사과보다 진정한 사과를 원한다'는 결의안을 발표했다. 결의안은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일본의 부당한 경제 조치는 이의 연장선상에 있다"며 "진정한 사죄는 일본의 부당한 경제 조치의 철회가 그 시작이 될 것이며 그 시작을 통해 우리는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는 초석을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결의안은 교육청에서 근대 역사에 대한 교육을 확대할 것도 요구했다.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알지 못하기에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다며 역사에 대한 바른 인식이야말로 학생들이 과거사를 바로 알게 한다고 강조했다.정부가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초·중·고등학교 역사 교육을 강화하기로 했지만 근본적인 대안들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이에 교육부는 초·중등학교가 개학하는 즉시 계기교육과 동아리·캠페인 등 체험활동을 통한 역사 교육을 활성화한다고 밝혔고 국민들의 동북아 역사 인식 제고를 위해 시민강좌 개설, 역사서적 개발·보급 등 교육·홍보를 다양화할 계획이다.하지만 현장에서는 근현대 역사 교육에 대한 보다 근본적이고 세심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역사 교육과정 내에서 근현대사 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이 사실상 줄어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사와 근현대사 과목이 통합된 이후 2009 교육과정에서는 전근대사와 근현대사의 비중이 5대 5였고 2015 교육과정에서는 6대 4 정도가 됐기 때문이다.2020년부터 중고등학생들이 배우는 2015 개정 교육과정도 고등학교의 경우 전근대사와 근현대사의 비율이 4대 3에서 1대 3으로 늘지만, 중학교의 경우 전근대사와 근현대사 비율이 5대 1로 도리어 축소되기 때문이다.경기도교육청은 서대문형무소와 제암리 교회 체험 활동을 비롯해 근현대사 체험학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학교에서 배우는 근현대사 수업과 학교 밖에서 배우는 수업이 상호 보완돼 학생들이 원하는 근현대사 교육이 이뤄지길 바란다. /이원근 사회부 기자 lwg33@kyeong

  • [노트북]과거사 청산과 천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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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과거사 청산과 천재교육 지면기사

    제때 청산하지 못한 역사는 어떤 형태로든 사회에 청구서를 들이민다. 청구서를 받아든 이후 선택지는 크게 2가지로 좁혀진다. 늦었지만 당장 비용을 치르거나, 불어나는 이자를 감수하고라도 정산 시기를 좀 더 늦추는 것. 시기의 차이일 뿐 비용을 떼어 먹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과거사 청구서'는 누가, 언제 썼는지도 불분명한 행운의 편지처럼 예기치 못한 시점에 또 한 번 날아들 것이기 때문이다.현재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한일관계도 과거사 문제를 무시해온 결과물이다. 가해자인 일본정부의 태도는 일일이 거론하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무책임하다. 광복 이후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에 대해 '청산'이라는 일관된 주장을 하기보다 일시적 '봉합'을 택한 한국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 최근 경인일보가 연속보도한 '천재교육 총판(대리점) 갑질 의혹'도 과거사 청구서와 관련 있다. 총판들은 천재교육 본사와 거래하면서 많게는 십수억 원대 빚이 생겼다고 주장한다. 채무가 생긴 배경에는 판촉비용 떠넘기기, 반품제한, 도서 밀어내기 등 본사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이 있었다는 게 총판 측 설명이다.천재교육은 총판들이 하는 대부분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면서 "마치 지금 있는 일인 것처럼 악의적인 주장을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천재교육의 말은 총판들이 주장하는 갑질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첨예한 한일관계 속에 "미래를 생각하자"면서 문제의 본질을 보지 않으려는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2일 총판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본사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고발하는 신고서를 접수했다. 공정위는 총판들의 호소를 귀담아 듣고, 천재교육의 잘못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건 이 모든 행위가 '제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사 진상조사단'과 같은 별도 조직을 만들어 제때 밝혀내지 못한 억울함을 뒤늦게 들여다보는 건 지금까지 쌓인 사건만으로도 충분하다. /배재흥 사회부 기자 jhb@kyeongin.com배재흥 사회부 기자

  • [노트북]답답함과 암울함… 그 선을 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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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답답함과 암울함… 그 선을 넘어야 지면기사

    #시선 1. 사람이 하늘인 세상! 녹두꽃이 만개한 세상! 최근 공중파에서 동학을 소재로 한 드라마 '녹두꽃'을 관심 있게 봤다. 비극적인 역사사건이어선지 드라마 전개상 갈수록 마음 한구석에는 답답함과 암울함이 깔렸다. 다행히도 결말은 희망을 남겨두고 드라마답게 끝맺는다. #시선 2. 영화 '기생충'에서도 답답함과 암울함이 밀려왔다. 영화 중간에 몹시 시선을 피하고 귀를 막고 싶었다. "저러다가 주인네 가족이 들이닥치면 어쩌나!" 조마조마한 마음을 도무지 가라앉힐 수 없었다. 다행히도 그 선을 넘지 않고 전개되면서 결말에서 선을 넘는다.개인과 사회 속에서 불안과 공포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불안과 공포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의 문제는 역사 속에서 찾는다. 갈등 속에서 혼란을 더 키워 스스로 망하거나, 그 선을 넘어 위기를 극복해 새 역사를 만들어 가기도 한다. 프랑스대혁명이 공화정에서 나폴레옹 1세와 3세의 제정시대로 암울한 전개가 그렇고, 반면 고대 그리스 페리클레스의 민주정치가 선을 넘어 위기를 극복한 사례가 아닐까 싶다. 현재 우리나라는 미·중, 한·일 무역전쟁 등 개인과 사회가 그 선 앞에 서 있다. 답답함과 암울함의 불안과 공포보다는 선을 넘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야 할 때이다. 작고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하자.여주시는 전국의 동학교도들을 척왜 농민항쟁으로 이끌었던 해월 최시형 선생을 모신 곳이다. 그리고 13도 창의군 의병 총대장으로 서울 진공에 앞장선 이인영 선생, 민족대표 33인으로 천도교 지도자였던 홍병기 선생, 임시정부 군무부장으로 광복군 창설의 주역으로 활동한 조성환 선생 등 정부로부터 공식 포상을 받은 독립유공자를 38분이나 배출한 충절과 의혈의 고장이다. 현실을 합리적으로 받아들이고, 역사의식과 독립정신으로 맞서야 한다.여주시청사 건물에는 74주년 광복절 기념 현수막이 내걸렸다. 안중근 의사의 손도장과 글귀 하나가 쓰여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약지를 자른 아픈 손으로 쓴 대한국인의 담대한 역사를 보라!" /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

  • [노트북]'경기도민 청원' 불발된 이재명 지사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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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경기도민 청원' 불발된 이재명 지사 답변 지면기사

    경기도가 '경기도민 청원'을 개설한 지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지지 5만명을 넘는 청원이 탄생했다. 도의회에서 의결된 '성평등 기본 조례 개정안'의 재의를 요구해달라는 청원이었다. 해당 조례가 법령에 위임되지 않은 의무를 부과하고 '양성평등'을 넘어선 '성평등'을 규정해 동성애를 옹호한다는 게 청원의 주장이었다. 도는 20만명 이상이면 정부·청와대 책임자가 직접 답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처럼, 5만명 이상 지지를 받은 청원에는 도지사 혹은 담당 실·국장이 직접 답변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7개월 만에 탄생한 첫 '5만명 청원'인 만큼 이재명 도지사가 직접 답변할지, 어떤 형태일지 눈길이 쏠렸다.'잠룡'으로 분류되는 이 지사의 정치적 위상, 종교단체의 강경함과 '동성애 옹호 시비'라는 이슈의 민감도 등이 맞물려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에서도 도민 청원을 통한 직접 민주주의 실현이 이 지사의 공약 사항이었기에 직접 답변을 점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앞서 비슷한 청원 사이트를 개설한 도내 기초단체에서 글·영상 등 형태는 다르지만 모두 요건을 넘긴 1호 청원에 대해선 단체장이 직접 답변을 내놨던 점도 기대감에 한몫을 했다.그러나 조례 개정안 공포일에 맞춰 6일 이뤄진 답변은 담당 실·국장의 명의로 이뤄졌다. 내용 역시 단순했다. 답변이 이뤄졌던 6일 이 지사는 휴가 중이었다. 답변도 명확했다. 잘못되거나 부족한 점은 하나도 없다. 다만 7개월 만에 어렵사리 탄생한 1호 답변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아쉬움이 남았을 뿐이다.두 번째로 많은 지지를 얻은 청원은 4천423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7일 종료됐다. 오늘도 많은 도민들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리는 와중에 과연 '경기도민 청원'의 존재를 아는 이들이 얼마나 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 속 두 번째 '5만명 청원'이 아직 멀게 느껴지는 가운데 청원에 직접 답변하는 이 지사의 모습 역시 아직 한참을 더 기다려야할 터다. /강기정 정치부 기자 kanggj@kyeongin.com강기정 정치부 기

  • [노트북]'혜택'과 '권리' 사이 드림파크 골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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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혜택'과 '권리' 사이 드림파크 골프장 지면기사

    "해도 해도 정말 너무하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드림파크 골프장 운영 방식을 두고 골프 동호인들 사이에서 나오는 얘기다. 취재를 하며 만난 사람들은 이 골프장이 과거 매립장을 활용해 만들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주민 혜택이 너무 과하다고 입을 모았다. 누구는 한 달에 수차례 골프를 치고, 누구는 수개월을 꼬박 추첨에 참여해야 한번 칠 수 있으니 말이다.드림파크 골프장은 일반인 부킹이 어렵기로 소문이 나 있다. '피크시간대' 경쟁률은 최대 1천대 1이 넘는다. 그도 그럴 것이 대중 골프장인 이 골프장에서 평일 일반인이 예약할 수 있는 몫은 전체의 약 45%에 불과하다. 절반 이상이 연 단체와 지역 주민 몫이다. 60여 개의 지역 연 단체는 주민지원협의체가 추천만 하면 연 단체로 등록된다. 하지만 공사와 협의체 어느 곳도 지역 단체에 실제 지역 주민이 몇 명이나 포함돼 있는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 매립지 영향 지역 주민들을 배려한다는 취지에서 지역 단체에 혜택을 주고 있지만, 정작 실제 주민은 '0명'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연 단체의 일반 추첨 경쟁률이 10대1이 넘는 점을 고려하면, 추천에 따른 무조건적인 지역 연 단체 운영은 특혜에 가깝다.매립지 운영으로 피해를 본 지역 주민들이 일정 혜택을 누려야 한다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시민들이 불만을 호소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불투명한 운영 방식이다. 드림파크 골프장은 국가 공기업이 운영하는 대중 골프장이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스스로가 모든 국민이 이용할 수 있는 '대중' 골프장이라고 밝히고 있다. 모든 국민이 혜택을 누릴 권리가 있다. 더는 특혜 논란이 있어선 안 된다. 지금이라도 지역 주민에 대한 '혜택'과 일반 국민들의 '권리' 사이 세부적 기준을 정해 투명하게 시행해야 한다. /공승배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ksb@kyeongin.com공승배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 [노트북]기획부동산 먹잇감 된 대형 개발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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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기획부동산 먹잇감 된 대형 개발사업 지면기사

    "도시개발사업 지구 인근 임야(산)를 샀는데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소유주만 100여 명이 넘어 재산권 행사도 못하고 있어요."각종 개발 호재 등을 미끼로 야산을 수백 필지로 쪼개거나 지분을 나눠 분양하는 '기획부동산'에 속아 시세보다 10배 넘는 가격에 땅을 매입한 A씨의 하소연이다.도시개발사업 등 대규모 개발 호재와 관련한 취재 전 실거래가 조사에 들어가면 늘 한 개 필지가 '지분거래'된 정황이 포착된다. 지분거래는 개발 호재 등을 앞세워 투자자들을 모집해 야산 등 쓸모없는 땅을 산 뒤 필지를 잘게 쪼개 많게는 수백 명에게 파는 전형적 '기획부동산 사기' 수법으로 악용된다. 이렇게 매입한 땅은 모든 소유주의 동의를 얻어야 처분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재산권을 행사하기 어렵다.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기준으로 화성 국제테마파크가 들어서는 송산면 고포리에서 올 1월부터 4월까지 총 713건의 토지거래가 이뤄진 가운데 374건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도 중송리에서 거래된 1천8건 중 478건이 하나의 필지가 수십 개의 공유지분으로 거래됐다. 제2 판교테크노밸리가 조성되는 성남 수정구 금토동의 한 야산도 지난 7월 현재 지분을 공유한 투자자만 3천900여 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 10곳 중 절반 이상은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부동산 업계에선 "도시개발사업이나 대기업 투자 소식은 기획부동산의 큰 먹잇감"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렇게 '바늘 가는 데 실이 간다'는 속담처럼 개발 호재가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기획부동산이 성행하고 있지만, 정작 이 같은 행위 자체를 단속할 수 있는 관련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경기도가 오는 30일까지 기획부동산을 대상으로 공인중개사법,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를 집중 조사 중이다. 과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이상훈 디지털미디어본부 기자 sh2018@kyeongin.com이상훈 디지털미디어본부 기자

  • [노트북]죽산 조봉암 60주기 추모식 참석한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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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죽산 조봉암 60주기 추모식 참석한 청년들 지면기사

    강화에서 나고 자란 죽산 조봉암(1899~1959)은 일제강점기 국내외에서 독립운동을 했다. 해방 이후 제헌 국회의원과 초대 농림부 장관을 지냈다. 조봉암은 2·3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이승만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이승만 대통령은 장기집권에 가장 위협적인 정치인으로 죽산을 생각했다. 조봉암은 1956년 진보당을 창당한 이후 간첩 누명을 쓰고 1959년 7월 31일 사형이 집행됐다. 헌정 사상 첫 번째 '사법살인' 희생자인 조봉암은 2011년 대법원 재심을 통해 간첩죄 무죄를 선고받고 복권됐다. 간첩으로 몰린 52년 동안 '금기어'가 된 죽산을 기억하고 명예 회복에 앞장선 이들은 죽산이 태어난 곳이자 정치적 기반이었던 인천의 사람들이었다.지난달 31일 오전 11시 서울 망우리 공원묘역에서 죽산의 60주기 추모식이 엄수됐다. 망우리 공원묘역은 행정구역상 서울 중랑구지만, 경기도 구리시와 맞붙어 있는 서울의 끝자락이다. 이날 인천, 경기, 서울지역에 장대비가 쏟아지면서 주요 도로 곳곳에서 차량 정체가 심했다. 행사 취재를 위해 인천 구월동에서 망우리 공원까지 차량을 타고 이동하는 데만 2시간 넘게 걸렸다. 인천에서 죽산을 기리기 위해 60주기 추모식을 찾은 수많은 이들이 이처럼 어렵게 죽산 묘역에 당도했다.올해 추모식에는 처음으로 '청년 조봉암'이라는 단체의 대학생 14명도 참석했다. 이들은 추모식에서 노래 '상록수'와 '홀로 아리랑'을 부르며, 평화통일을 지향한 죽산의 뜻을 잇겠다고 했다. 이제는 죽산이 '독재의 희생자'나 '이념 갈등의 상징'이 아니라 새 시대를 여는 청년들에게 '평화통일의 선구자'로 인식되고 있었다. 1919년, 21세의 조봉암은 강화도의 대서소(代書所)에서 일하는 평범한 청년에 지나지 않았다. 그해 강화에서 일어난 만세운동에 동참하고, 옥고를 겪으면서 일제강점기 엄혹한 현실에 눈을 떴다. 이번 60주기 추모식에서는 죽산이 자신처럼 "현실에 눈을 뜨라"고 청년들에게 외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pkhh@kyeongi

  • [노트북]세대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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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세대차이 지면기사

    최근 온라인상에 재미난 게시물이 돌아다녔다. 요즘 세대는 전화받는 손 모양이 다르다는 것으로, 사소한 동작 하나로 세대를 구분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유선전화 송수화기 모양을 흉내 내려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펴는 동작은 청소년들에게 생소할 수밖에 없다.기존에 보유하던 유선전화를 해지한 가구 비율이 지난 2012년 8.53%에서 지난해 26.86%로 급증했으며, 지난해 유선전화 미가입 가구는 전체의 44.24%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다.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영상통화에도 익숙한 세대로서는 과거의 정서를 공감하기 힘들다. 겪어본 이들만이 주황색 공중전화 상단에 남겨진 동전을 추억할 뿐이다. 그만큼 세대가 빨리 변했다.몇 세대 앞서 대한민국은 국권을 강탈당하고 수많은 국민이 일제에 고초를 겪었다. 그중에는 고향산천을 떠나 상하이와 난징, 항저우 등에서 투쟁하던 임시정부 독립운동가들이 있었다. 올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역사교육이 이뤄지고 있으나, 선진국 반열에서 부족함 없이 자란 세대가 늘어날수록 민족의 아픔에 공감하는 분위기는 점점 희박해질 것이다.얼마 전 김포교육지원청 주관으로 김포 학생대표 87명이 중국 항일유적지를 탐방했다. 교과서에서 접한 임시정부를 찾아 김구 선생 집무실을 둘러보고, 홍커우공원에서는 윤봉길 의사 의거 현장을 체험했다. 습도 때문에 체감온도가 48℃까지 치솟는 폭염 속에 학생들은 독립운동가들이 이역만리에서 얼마나 고생했을지 몸으로 겪었다.독립유공자 후손 노승연(통진중 3) 학생은 "난징 위안소 유적 진열관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상처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심했다는 것을 느꼈고, 조선혁명정치군사간부학교에서는 나라를 위해 열정을 불사른 이름 없는 독립운동가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며 "이국땅에서 돌아가신 분들께 참배하면서는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학생들은 탐방 마지막 날 어떻게 국력을 키워 설움을 당하지 않을지 열띤 토론을 벌였다고 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기자 wskim@kyeongin.com김우성

  • [노트북]기초문화재단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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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기초문화재단의 역할 지면기사

    얼마 전 출입하는 문화재단 담당자에게 문화재단의 역할에 대한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알고는 있었지만, 이 재단에서 최근 이렇다 할만한 좋은 콘텐츠를 발견하지 못해서다. 그렇다고 이곳 관계자들이 일을 안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자는 이 문화재단의 상황을 충분히 잘 알고 있다. 올해 시가 재정 문제로 행사·축제성 예산을 삭감하면서 그동안 운영하던 문화예술 사업에 비상이 걸렸다. 기존 진행하던 행사와 공연은 유지해야 하고, 예산은 줄었으니 질 좋은 콘텐츠를 기대하는 건 사실 논리적이진 않다.사정을 알고 있지만, 방문할 때마다 기획 공연과 새로운 사업에 대해 묻게 된다. 이곳에 있는 훌륭한 인적 자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풍부한 아이디어를 가진 문화예술경영 전문가들이 많지만, 여건상의 문제로 능력을 발휘하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늘 안타깝다. '지방 출자·출연기관'인 문화재단은 문화정책을 전문적·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자체가 조례 제·개정을 통해 설립한 기관이다. 쉽게 말해 문화예술경영 전문가를 고용, 지역 문화예술인에게는 교육과 공연 등의 기회를, 시민에게는 질 좋은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기초문화재단은 현재 경기도 내 15개가 설립돼 운영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들 중 몇몇 문화재단은 앞서 이야기한 문화재단처럼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인력, 예산 등의 문제로 운영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곳도 있고, 시에서 내려오는 소위 '택배사업'들을 안고 가다 보니 제대로 된 콘텐츠를 생산하지 못하는 곳도 여럿 있다.앞으로 도내 여러 지역에서 문화재단 설립을 계획 중이다. 가장 먼저 평택과 과천이 내년 1월 문화재단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이 두 곳이 기존 문화재단이 가진 문제점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운영을 놓고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특히 문화재단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이 두 곳 역시 특별하지 않은, 그냥 여느 지역에 있으니까 생겨난, 기능을 잃은 곳으로 전락할 수 있다. /강효선 문체부 기자 khs77@kyeongin.com강효

  • [노트북]풍년의 역설은 우리 모두의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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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풍년의 역설은 우리 모두의 숙제 지면기사

    수렵시대를 끝낸 인류가 농경사회에 접어들면서 풍년(豊年)은 모두의 바람이자 그 한해에 가장 큰 염원이었다.홍수가 들이닥치거나 가뭄으로 농작물이 바짝 마르면 그 나라를 대표하는 왕에게 비난이 쏟아졌다. 풍년이 들면 왕에게 감사했다. 즉 풍년은 왕이 갖춰야 할 필수 덕목이었다.이 때문에 인류는 풍년을 기원하는 제를 매년 하늘에 올렸다. 또 인류는 풍년 농사를 위해 해와 달, 별자리의 움직임을 연구했고 이는 곧 과학의 기초가 됐다.하지만 최근 들어 풍년이 농민들의 근심거리로 전락해 '풍년의 역설'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작황이 좋아 생산량이 늘어 공급이 증가하면 가격이 떨어져 농민들이 힘들게 땀을 흘려 키운 농산물이 제값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시대의 시장 논리상 공급과잉을 초래하는 풍년은 자연재해나 다름없는 셈이다.대표적인 사례가 올해 양파농사다. 양파는 올해 재배면적이 평년과 비슷했으나 강수량, 일조량 등 생육에 적절한 기상여건이 이어지면서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크게 늘었다. 소비처는 한정적인데 생산은 평년에 비해 17만t 정도가 늘다 보니 가격이 전년대비 절반가량 떨어졌다. 생산원가에 미치지 못하자 농민들은 아예 산지폐기를 단행하면서까지 공급량을 줄이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태다.이는 비단 양파에 국한되지 않는다. 마늘은 이미 같은 현상을 겪고 있고 배추, 무, 보리, 대파, 매실 등도 공급량 증가로 비상이다.농업은 우리 사회의 근간인 만큼 흔들릴 경우 전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하지만 농민이 해결할 수 있는 선은 이미 넘어섰다. 과거 풍년을 위해 과학이 발전한 것처럼 이제는 적정한 수급을 위한 고도의 예측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즉 풍년의 역설을 반복하지 않게 만드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소비자들도 힘을 보태야 한다. 공급과잉에 대한 당장의 해결 방안은 소비촉진밖에 없다. /황준성 경제부 기자 yayajoon@kyeongin.com황준성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