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경인칼럼] 국회 특권 포기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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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칼럼] 국회 특권 포기의 '역설' 지면기사

    사회 부조리·부패 도려내는 입법·제도화 '정치의 몫'정치가 '악의 축'으로 매도 될수록 회생불능에 빠져변혁 실종으로 연결돼 결국 기득권만 공고히 구축헌법 44조와 45조는 의원들에게 회기중에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구금되지 않을 권리와 직무상 행한 발언에 대해 국회 밖에서 책임지지 않을 권리를 부여했다. 이른바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이다. 국회의원의 '특권 내려놓기'가 정치권의 화두가 되었다. 200개에 달한다는 국회의원의 '특권'을 정비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보완·개선한다고 여야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19대 때 새누리당의 보수혁신특위와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치혁신실천위원회는 체포동의안 표결 의무화와 무단결석 의원 세비 삭감 등을 결의했고, 국회의원 특권방지법 제정, 국회윤리감독위원회 설치 등을 제안했지만, 관련법안들은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때 박근혜, 문재인 후보도 불체포특권·면책특권의 제한 등을 공약했다. 권력구조의 형태가 어떠하든 입법부는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구이며 구성원인 의원들도 헌법기관으로서 권한과 책무를 갖는다. 그러나 헌법기관으로서의 국회의원의 위상과 권위는 특단의 변혁이 없이는 회복 불가능으로 보인다. 정치가 '공공의 적'이 된 지 오래다. 정치불신은 정치적 냉소와 허무주의의 팽배로 연결되고 있다. 소득 격차는 계층 분화와 맞물리고, 이는 사회적 증오와 대립으로 귀결하고 있다. 배려와 관용은 '사치'가 되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와 세계화의 본질적 모순이라고 치부하기에 한국사회의 원심력의 증가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정치가 사회적 균열들을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각자도생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심화되고 확산되는 한국사회에서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은 경쟁의 대상이다. 경쟁이 공정한 룰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사람을 분노하게 한다. 배려와 양보, 관용과 공생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는다. 정치는 사회적 병리를 부채질하는 존재로 간주된다. 사실이 그렇다. 그러나

  • [발언대] 골든타임을 향한 소리없는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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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언대] 골든타임을 향한 소리없는 아우성 지면기사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고 이후 '골든타임'이라는 말은 우리사회 곳곳에서 쓰여지고 있다. 경제 회생, 정부정책 실효성 등 여러 분야에서 골든타임이라는 말이 쓰여지고 있지만 그래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곳은 아마 재난의 초기대응 분야일 것이다. 응급처치법에서의 심정지 환자 골든타임 5분과 '운명의 90초룰'이라는 항공사고 골든타임 등 분야별로 시간만 다를 뿐 각종 사건·사고에는 골든타임이 존재한다.하지만 주변에서 골든타임이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지 살펴보면 아쉬움을 금할 길이 없다. 지난 2015년 전국평균 구급차의 경우 출동 후 5분 이내 도착률은 48%, 소방차는 59%였다. 화재는 5분이 경과되면 연소 확산 속도와 피해면적이 급증하고 심정지 환자는 5분이 지나면 소생률이 급격히 줄기 때문에 소방당국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현실적으로 약 절반은 골든타임을 지키지 못한다.골든타임 확보를 위해 소방대원들은 출동 시 소음에 가까운 사이렌을 울리고 위험한 줄 알면서도 곡예 운전을 하지만,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하기까지는 여러 장애 요인에 부딪쳐 시간이 지체되기 일쑤다. 꽉 막힌 도로에서 소방차는 사이렌만 울릴 뿐 속도를 못내고, 심지어는 소방차가 지나가도록 다른 차가 양보해 준 자리에까지 끼어들기를 하는 얌체운전자도 있으며, 사고현장 인근에 와서는 골목길 불법 주·정차 등으로 더 이상 진입하지 못한 채 걸어서 현장으로 접근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장애요인들을 없애기 위해 과태료를 부과하고, 각종 캠페인을 통해 계도 활동을 하고 있지만 아직 그 효과는 미미하고, 대형재난이 발생할 때에만 골든타임이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순위의 상위를 차지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시민의식이 성숙해지며 예전에 비해 소방차에 양보운전이 늘긴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내 가족이 아픈 게 아니니까', '우리집에 불난 게 아니니까' 같은 개인적인 이유로 '길을 비켜달라고 아우성'인 소방차의 사이렌을 단순히 시끄럽기만 한 소음으로 치부해 버리지는 않고있는지 반성해야 한다.골든타임 확보를 위해 소방차와 같은 긴급차량에,

  • [자치단상] 변화는 '민심의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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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치단상] 변화는 '민심의 명령' 지면기사

    구태 정치·특권에서 벗어나 '민생 챙기라'는 특명시민 눈높이 맞춰 열린 시정 펼치는 책임정치할 때희망이란 믿음 하나로 변하고 행복한 도시 만들것시대가 부여한 변화! 이것은 민심의 명령이다. "풍요로움을 추구하다 절망하는 삶을 살지 말고 매일 아침 기쁨이 샘솟는 세계를 꿈꾸기 바랍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대통령이 재임 중 남긴 명언의 한 구절이다. 2010년 이후 5년 재임동안 그가 공식적으로 신고한 전 재산은 폭스바겐의 1987년식 비틀 자동차 한 대뿐이었다. 그는 평소 검소하고 알뜰하게 살면 내가 하고 싶은 데 쓰는 시간이 늘어나고 그것이 자유라고 했다. 그는 가난했지만 남미에서 가장 가난했던 조국 우루과이를 가장 부자 나라로 만들었던 시대정신은 바로 '국민을 섬기는 깨끗한 열린 정치'였던 것이다. 지금 우리 국민은 정치권을 바라보며 분노하고 있다. 그리고 어디선가 불쑥 무히카 같은 지도자가 나타나기만을 열망한다.2016년 대한민국의 시대 정신은 '변화'이다. 빈부격차의 변화, 특권의 변화, 세대 간 변화를 통한 더 행복한 대한민국의 번영이다. 나 자신 지난 선거를 통해 구리시장이라는 이 자리에 오른 것도 변화에 대한 유권자들 열망에서 비롯되었다. 즉 민심은 한 장 한 장의 투표용지를 통해 큰 파도를 일으키며 변화를 선택했고 미래를 향해 '바꾸라'는 준엄한 명령을 내렸다. 민심은 그렇게 '화'가 나 있었다. 더 이상 구태정치, 특권의 낡은 사고에 멈추지 말고 민생을 챙기라는 것이다. 세상은 천재지변을 일으키며 다양한 분야에서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인공지능 알파고가 바둑 천재 이세돌을 능가하고, 인공장기를 복제해내는 3D프린터, 사람 없이도 운전하는 무인자동차 등이 인간 기존 삶의 방식을 혁신하고 있다. 이제 정치도 지방자치도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순응해야 한다.시민의 편에 서서 특권을 내려놓고, 시민이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고, 시민의 눈높이에서 열린 정치, 열린 시정으로 책임 의무를 실천할 때다. 이를 위해 당장

  • [기고] 미시적인 미세먼지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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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미시적인 미세먼지 대책 지면기사

    2012년 10월 하순, 중국 북동부 지역에 극심한 스모그가 발생해 학교는 물론 도로와 주요 공항이 폐쇄된 적이 있다. 인구가 1천만 명이 넘는 하얼빈 시의 가시거리는 20m 이하였고, 헤이룽장 성의 모든 고속도로도 폐쇄되었다고 한다. 석탄과 디젤유 그리고 나무와 같은 화석연료를 태운 결과로, 크기가 2.5㎛(PM2.5) 이하의 입자상 물질의 농도가 ㎥당 1천㎎에 달했는데, 이는 세계보건기구의 최대 권장수준의 40배가 넘는 엄청난 수치였다. 이 같은 미세먼지는 일반인은 물론 어린이와 고령자 특히 호흡기나 심혈관계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국내 대기환경도 별반 다를 게 없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얼마 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한 2016년 환경성능 지수(EPI)에 따르면 국내 공기 질 수준은 전체 조사대상 180개국 중 173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공기 질의 세부 조사항목 중 초미세먼지 노출 정도도 174위를 기록해 꼴찌를 기록한 중국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몇 주 전 국내 최고높이를 자랑하는 123층 건물의 꼭대기에 오를 기회가 있었다. 대도시 전체가 둥그런 회색 띠로 둘러싸여 있는 걸 볼 수 있었는데, 마치 이런 현상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했다. 그나마 비교적 시야가 좋은 날이라는 안내인의 말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최근 국내에서 자주 발생하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중요한 환경문제라는 인식에 따라 정부는 지난 6월 3일 총리 주재로 열린 관계부처 장관 회의에서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을 확정, 발표했다. 친환경차 보급 확대, 경유차 관리 강화, 석탄발전소 미세먼지 저감 및 신산업 육성 등의 정책수단을 통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미세먼지 농도를 10년 내에 유럽 주요 도시의 현재 수준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과 실효성에 대해 적지 않은 의문이 제기되었고, 정부는 급기야 비판에 대한 해명자료를 내기에 이르렀다. 무엇이 문제였을까.먼저, 보다 철저한 진

  • [발언대] 112신고 가장 중요한 정보는 '신고자의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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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언대] 112신고 가장 중요한 정보는 '신고자의 위치' 지면기사

    경기청 종합상황실 통계에 따르면 7월 현재 경기청으로 접수되는 112신고 건수가 하루 1만 건을 넘는다고 한다. 신고내용 또한 "집 앞에 죽은 고양이가 있어 무섭다"는 신고부터 "찹쌀떡 장수의 찹쌀떡 판매 소리가 시끄러우니 해결해달라"는 등 매우 다양하다.굳이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 경찰의 직무범위'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경찰은 도움을 요청하는 국민에게 그 내용을 불문하고 최선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다. 때문에 112로 접수되는 모든 신고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112신고 총력대응 체계'를 구축하여 신고 접수 및 해결에 조직의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 속에서도 경찰의 강한 의지를 느낄 수 있다.하지만 경찰의 이런 노력과는 달리 112신고 시 최전선에서 출동하는 지구대 근무자인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현장 경찰관들은 '112신고 요령'을 모르는 국민들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낄 때가 많다./네, 경찰입니다.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 경찰이죠? 제가 맞았어요. 이사람이 절 때렸어요. / 네, 경찰이 바로 출동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계신 곳이 어디시죠? / 이 사람이 절 때렸어요. 제가 지금 붙잡고 있어요. 빨리 오세요 빨리. / 신고자분, 조금 진정하시고요. 신고자분과 가장 가까운 경찰을 신속하게 보내 드릴께요. 계신 위치가 어디시죠? / 여기 ○○동 이에요. 빨리 오세요 빨리. / 신고자분, 지금 눈앞에 보이는 큰 건물이 있나요? 간판 상호나 전화번호도 좋구요. 가까운 전봇대 일련번호도 좋습니다. 신속한 출동을 위해 정확한 위치를 좀 알려주세요. /이처럼 112신고를 하는 피해자들은 매우 흥분한 채 본인이 당한 피해 사실을 진술하기에 급급하지 정작 신고자의 현재 위치를 먼저 말할 생각은 하지 못한다.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상황실 요원이 흥분한 신고자를 진정시키고 '현재 위치'를 신고자로부터 이끌어 내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며 이는 결국 출동시간의 지체로 이어진다.신속한 출동은 112신고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다.대한민국 경찰은 출동 시간을 1분이라도 더 단축하기 위해 순찰차 신속배치시

  • [월요논단] 언론은 사회의 목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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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논단] 언론은 사회의 목탁 지면기사

    맑은소리로 어둠과 고요에 묻힌삼라만상 일깨우는 목탁처럼날카롭고 바른 눈으로 세상 비추며공명정대한 필봉으로 무지한 대중 일깨우는 언론으로서혼탁한 사회 등불되고 청량제돼야깊은 산중 호젓한 산사에서는 새벽 3시경 절 마당과 법당을 돌며 두드리는 목탁소리가 밤의 정적을 깨며 울려 퍼진다. 수도하는 도량을 깨끗하게 하는 의식인 동시에 잠들어 있는 천지 만물을 일깨우는 도량석(道場釋)이다. 청정한 도량을 여는 목탁은 박달나무 같은 단단한 통나무를 둥글게 다듬고 속을 파내어 만든다. 고요한 마음으로 두드리면 맑은소리를 내는 목탁은 욕심에 흐려지고 게을러진 사람들의 정신을 일깨우고자 그 생김새도 밤낮없이 눈을 뜨고 있는 물고기 모양을 본떠서 만든다.동이 트기도 전 새벽녘에 문간을 두드리는 또 하나는 조간신문과 함께 찾아오는 세상 소식이다. 30여 지면에 가득히 펼쳐진 나라 안팎 뉴스, 최신 정치·경제·과학 정보와 다각도의 논평, 화려한 컬러판으로 소개되는 문화·예술·스포츠 소식들이 현관 앞에 나날이 배달된다.조간이 배달되는 시간도 대략 새벽 3~5시경 인시 무렵이다.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 중에 사람이 깨어나는 시각이다. 하늘은 자시에 열리고, 땅은 축시에 열리며, 사람은 인시에 차례로 깨어난다는 옛 선조들의 말을 떠올리게 하는 시각이다. 사람을 깨우며 새 날을 연다는 점에서 속세의 조간신문과 산사의 목탁소리는 서로 상통하는 듯하다. 현대 언론은 사실 보도와 지식 정보의 전달, 논평과 비판을 통하여 무지한 대중의 눈과 귀의 역할을 하고 사회 여론 형성의 구심점이 된다는 점에서, 어두운 세상을 일깨워 수도 정진으로 인도하는 목탁의 울림소리에 비견되곤 한다. 신문은 속세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유용한 지식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목탁은 번다한 세상사에 지치고 흐려진 마음을 깨끗이 닦아 고요한 청정심으로 인도한다. 사회의 공기(公器)이지만 경쟁 사회 속에 하나의 기업으로서 살아남기 위해 언론이 당면한 문제는 높은 구독률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방에 난립하여 언론사 간 경쟁이 치열해진 오늘날, 대중들의 시선과 관심

  • [시인의 연인] 무자화(無字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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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연인] 무자화(無字話) 지면기사

    강물도 없는 강물 흘러가게 해 놓고강물도 없는 강물 범람하게 해 놓고강물도 없는 강물에 떠내려가는 뗏목다리 조오현(1932~)일상적 언어로 말하는 것 보다, 말해진 것이 많으며, 말해진 것 보다, 말할 수 있는 것이 더 많다. 우주적 관점에서 본다면 이성적 언어로는 해독하기 어려운 것들로 가득 차 있다는 측면에서 '이미 말해 온 것'보다 '아직 말하지 못한 것'들이 무수하다. 그렇다고 사물의 본질은 문자로 정리되고 언어로 말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깨달음의 세계는 말로 전할 수 없다"라는 '불립문자(不立文字)'의 경우와 같이 무자화(無字話)는 이미―없는 것을, 지금―있는 것으로 알고 호명하는 것과 같다. 당신은 태어날 때부터 스스로의 이름을 짓고 살아가고 있는가? 이름은 문자에 불과하고, 나라는 이름의 문자는 제도 속에서 편철된 것이라고 한다면, 당신이라는 실체와 고유한 삶도 없다. "강물도 없는 강물" 위에서 삶과 죽음이라는 '뗏목다리'를 타고, 우리도 모르게 '강물에 떠내려가는' 행방을 알 수 없는 오늘이 그렇다./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조오현(1932~)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 [조성미의 나무이야기] 고고한 품격이 돋보이는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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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미의 나무이야기] 고고한 품격이 돋보이는 자작나무 지면기사

    우리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을 오르다 보면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가 눈부시게 하얀 수피로 은세계를 만드는 자작나무이다. 마치 순백의 동화의 나라로 들어온 것처럼 감동적이고 탄성이 절로 나올 만큼 장관이다. 많은 사람이 자작나무 하면 영화 '닥터 지바고'속에 '라라의 테마' 음악이 흐르는 광활한 시베리아벌판의 자작나무숲을 떠올릴 것이다. 하늘을 찌를 듯이 줄지어 서서 눈처럼 새하얀 수피와 싱그러운 초록잎을 자랑하는 자작나무의 자태는 사계절 내내 아름답다. 봄, 여름의 푸른 숲에서, 황금색 단풍 옷을 갈아입은 가을에는 하얀 수피가 한층 더 도드라지며 겨울엔 흰 눈과 어우러져 고고하고 품격이 돋보인다. 그래서 자작나무를 숲의 귀족이요 나무들의 여왕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한대지방을 대표하는 나무인 자작나무는 북한이 남방한계선에 해당하며 우리나라에 있는 자작나무숲은 강원도 인제 원대리의 숲처럼 인공적으로 심어 조성한 것이다. 자작나무는 자작나무과에 속하는 넓은 잎 큰키나무로 높이 20m까지 자라며, 꽃은 4월에 피는데 암꽃은 위를 향하고 수꽃은 이삭처럼 아래로 늘어진다. 잎은 둥그스름한 삼각형 모양이며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톱니가 있다. 자작나무의 이름은 껍질을 태울 때 자작자작 소리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며, 한자로는 화(樺)로 쓴다. 자작나무 껍질은 기름기가 많아 불이 잘 붙고 오래가므로 호롱불로 살던 시대에는 불을 밝히는 재료로 많이 사용했다. 결혼하는 것을 화촉을 밝힌다고 하는데 화촉의 '화'가 바로 자작나무를 가리키는 것이다.얇은 종이를 여러 겹 붙여 놓은 것 같은 자작나무의 속껍질은 매끄럽게 한 겹씩 잘 벗겨지므로 종이를 대신해 그림을 그리거나 불경을 새기는 데 사용되어 왔다. 특히 여기에는 큐틴이라는 성분이 다른 나무보다 많이 들어 있어 잘 썩지도 않으며 벌레, 곰팡이와 습기에도 매우 강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보존이 가능하다. 국보 제207호 경주 천마총에서 발견된 천마도는 말의 안장 양쪽에 달아 늘어뜨리는 말다래에 그려진 그림인데, 자작나무 껍질을 여러 번 겹쳐 누빈 후

  • [춘추칼럼] 사람은 집을 만들고 집은 사람을 만든다
    칼럼

    [춘추칼럼] 사람은 집을 만들고 집은 사람을 만든다 지면기사

    어린시절 살던 집의 순례는 곧 '기억의 순례'아이들도 땅집 생활의 추억이 생생하다고 말해오두막이라도 마당만 있으면 공간 확장성 커져중고등학교 다닐 때까지 광주 도청 쪽 충장로 초입에 '오두막'이라는 이름의 식당이 있었다. 오두막처럼 작긴 했으나 이름에 걸맞지 않게 제법 고급스러운 식당이었다. 일본의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후미는 모든 집의 원형은 바로 오두막이라고 말한다. 필요 없는 공간을 하나씩 들어내다 보면 더 이상 들어낼 공간이 없는 지점에 도달하는데 그때 남는 것이 바로 진정한 집의 원형이라는 것이다. 그는 산기슭 비탈진 곳에 살림집으로 14평짜리 오두막을 짓고 살았다. 현대 도시 건축물에 큰 영향을 미친 르코르뷔지에라는 건축가 역시 자신만을 위한 별장은 4평짜리 오두막으로 지었다. 자연 속 삶을 추구했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도 4.2평짜리 오두막에서 살았다 하지 않던가.이 오두막들은 마을과 떨어져 있어 이웃과 더불어 혹은 식구들과 더불어 사는 집의 형태는 아니다. 다만 나에게 오두막은 전 국민의 반 이상의 주거 형태가 되어버린 아파트와 대별되는 지점에서 떠올리게 되는, 그래서 늘 갈망하게 되는 주거 형태이다. 나 역시 숨 막히는 아파트의 숲에서 종종 탈출하고 싶어 오래 전 서울 근교의 산 중턱에 여섯 평짜리 농막을 지었다. 건축가 유현준은 자신의 책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의 곳곳에서 한국형 아파트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고층 아파트는 우리에게서 머리 위의 하늘을 빼앗아 갔다. 이웃과 소통하던 골목도 없다. 아름다운 자연경관 주변을 아파트 단지로 차단함으로써 모두가 누려야 할 자연을 독점해가고 있다. 천장 높이는 2.25m로 모두 똑같아 답답하고 변화가 없다. 이불을 말릴 수 있던 발코니, 하늘이 보이던 발코니, 자연과 호흡하는 창구였던 발코니는 알루미늄 새시로 막혀 유리창 벽으로 변해버렸다.어디 그뿐이랴. 한밤중에 식구들끼리 맘 놓고 크게 웃을 수 없는 곳, 큰 소리로 노래할 수 없는 곳, 간짓대 세워 이불을 털어 말리고 그 이불 사이로 아이들이 숨바꼭질할 수 없는 곳, 일상에서 상처를

  • [풍경이 있는 에세이] 야마가타현 일한친선협회
    칼럼

    [풍경이 있는 에세이] 야마가타현 일한친선협회 지면기사

    일-중·일-대만 협회보다 취약동참자 늘면 활동도 활발해지고다양한 기획도 마련할 수 있어형제와 같은 관계 유지하며동아시아의 평화·발전 위해미래향한 전진 함께해야 할때붉은 루비 같은 사꾸람보. 야마가타현은 지금 일본 앵두인 사꾸람보 출하가 한창이며 한국 드라마 '오싱'으로도 유명하다. 또한 한국계 일본인으로 일한친선협회와 재일본 민단 야마가타 지방본부에 매년 거액을 기부해 우리 동포와 한일우호에 대한 애정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어른이 계신다. 2003년부터 일한친선협회를 재창설해 운영하며 영리나 명예 없이 다만 이웃 한국과의 친선을 유지하며 아시아 평화에 전력하고 계신 기무라 간지 회장이다. 그분이 야마가타현 신문에 기고를 했다. 그는 기고에서 "민족·문화의 뿌리를 본다면 일본과 한국은 형제 같은 관계이며 지금은 동아시아 평화와 발전을 위해 함께할 바로 그때"라며 현재의 양국관계를 꼬집는다. 그의 제언이 야마가타 현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이기를 기대하면서 일한친선협회에 동참을 호소하는 그의 제언을 좀 더 소개해 본다."한일 국교정상화 51주년이 되는 올해, 야마가타현은 한국과 청소년 스포츠교류를 하고 싶다. 한·일이 함께 미래를 향해 또 한 걸음 내디뎌야 할 때이다." 기무라 간지 회장은 올해를 한국과 일본이 함께 미래로 발걸음을 내디뎌야 하는 해라고 거듭 주장한다.현재 일한친선협회는 미래지향적 입장에서 양국의 우호 관계를 목표로 2003년에 설립됐다. 연례 총회 때 한국 요리교실을 통해 협회는 회원들을 모아 한국 방문 등 눈에 잘 띄지 않는 풀뿌리 교류운동을 계속해 왔다. 현재는 115개의 개인과 단체 명의 회원으로 구성되어 있다.과거 역사 인식과 영토문제로 인해 일본과 한국의 관계는 어려운 상황도 있었으나 현재는 반일감정을 가지고 있는 한국인은 적고 많은 사람이 매우 친절하다는 것이 실제로 느끼는 감정이다. 그래서 우호적인 양국관계의 상호발전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그는 또 현재 청소년 스포츠 교류를 실현하고 싶어한다. 야구, 축구, 탁구 등은 양국에서도 인기가 높아서 각 지방과 전국대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