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오늘의 창]인간의 정치, 동물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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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인간의 정치, 동물의 정치 지면기사

    유동인구가 많은 거리에 가장 목 좋은 곳, 정치인들의 '얼굴 꽃'이 피었다. 4·15총선을 앞둔 지금,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선거를 앞두고 분주한 풍경이 펼쳐지는 것은 비단 '사람의 세계'뿐 아니다. 봄이 되면 꿀벌도 선거를 한다. 새 여왕벌이 부화하기 전 1대 여왕벌은 일벌의 3분의 2를 데리고 새집을 찾는데, 그 과정에서 꿀벌의 민주주의가 펼쳐진다. 정찰벌들이 후보지를 보고 돌아와 '8'자 춤으로 보고를 하면 다른 벌들도 직접 장소를 확인해 새집을 고르는 데, 각각의 정찰벌들은 아무 눈치도 보지 않고 다수의 결정에 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또 인도네시아의 짧은꼬리원숭이도 각자 자신의 판단에 따라 수렵에 나설 무리의 대장을 뽑는데, 나이나 서열, 힘 등을 보지 않고 평등하게 리더를 선정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 밖에도 붉은 사슴이나 고릴라, 아프리카 물소 등도 다수의 의견을 수렴해 이동할 장소를 선택하는 등 무리의 안정을 위해 민주주의를 선택했다.인류는 민주주의가 수만 년의 역사 끝에 완성한 정치의 정수라고 자랑하고 있지만, 동물 세계의 민주주의도 뒤지지는 않는 것이다.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역마다 예비후보들이 앞다퉈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알리고 있다. 하지만 유권자들에게는 예비후보자들의 뜨거운 분위기가 전해지지 않는 듯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으로 인한 불안감. 또 그 불안감이 가뜩이나 위축된 우리 경제를 때리면서 아직 후보도 정해지지 않은 선거판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단 어쩌면 내 삶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하다 할 수 있겠다.그래도 유권자들의 눈과 귀가 선거에 열려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동물의 세계에서처럼 한 번의 실수가 공동체의 존립 자체를 흔드는 것은 아니어도 내 삶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이 정치고, 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창구가 선거이기 때문이다. 몇 자만의 검색만으로도 수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요즘, 단 몇 분만을 투자해서 나와 같은 꿈을 공유하는 후보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면 그만큼 보상이 큰 투자도 없을 것이다. /김성주 정치부

  • [오늘의 창]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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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궁금하다 지면기사

    "그래서, 어디래요?"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는 요즘 많이 듣는 질문이다. 지난달 31일에는 의왕시에 확진환자와 밀접접촉한 사람이 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접촉자는 자가격리된 채 감염 여부를 검사받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각자 지닌 불안의 정도에 따라 그가 어느 동네에 사는지, 어디를 돌아다녔는지 궁금해했다.확진자의 행적에는 더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밝혀진 행적에 따라 영화관이 상영을 중단하기도 하고 어린이집이 임시 휴원하기도 했다. 관련 정보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감염증에 관한 정보만으로도 벅찬데, 진짜와 가짜가 뒤섞여 무엇이 진짜인지도 궁금해해야 하는 지경이다.이 와중에 누군가 이런 걸 궁금해했다. 그 사람, 심정이 어떨까? 명절에 사촌과 식사를 했는데, 뒤늦게 사촌이 확진자가 됐고 자신은 접촉자가 된 심정. 직장 건물은 폐쇄됐다고 하고, 사촌은 의료원에 격리됐다는 소식을 듣는 심정. 내친김에, 정부가 마련한 전세기를 타고 중국 우한에서 아산으로 간 사람들도 궁금하다. '격리 수용 반대'라는 현수막이 걷히고 '#우리가 아산이다-아산에 잘 오셨습니다. 잘 계시다 아무 탈 없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시길 바랍니다'라는 SNS 게시글이 퍼져나가는 동안의 마음이 어떠했을지.요즘 들어 괜히, 퇴근길에 묵직한 어깨를 의식하며 이마를 짚어보게 된다. 손을 자주 씻겠다는 결심을 자주 하게 되고, 다중이용시설에서 화장실을 이용하고 손을 씻으려는데 비누가 없으면 화가 난다. 다들 그렇게 조금씩 예민한 채, 조심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늦은 밤, 의왕시 공무원이 이날 검사한 의왕시 거주 의심환자 모두 음성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다행이라고, 고맙다고 몇 번이고 말했다. /민정주 지역사회부(의왕) 차장 zuk@kyeongin.com민정주 지역사회부(의왕) 차장

  • [오늘의 창]자치분권 선도하는 광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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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자치분권 선도하는 광명시 지면기사

    "주민자치 활성화가 곧 자치분권 강화라고 생각합니다."자치분권 선도 도시를 선언한 박승원 광명시장이 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해 계획된 행보를 거듭해 주목받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2018년 7월에 취임한 이후 줄곧 '소통-시민 시정 참여율 제고-주민자치 활성화-자치분권 강화'라는 로드맵을 가동하고 있다.시민과의 대화 등 소통이 생활화되면 행정신뢰가 높아지게 되고 행정신뢰가 이뤄지면 시정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게 되면서 주민자치가 활성화돼 자연스럽게 자치분권이 강화된다는 의미다. 취임 2년째를 맞은 박 시장은 그동안 시민 500인과의 대화를 두 차례 가졌고, 매월 한 차례씩 각 동을 순회하면서 '우리 동네 시장실'을 운영하고 있는 등 시민들의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시민들과의 대화뿐만 아니라 공무원들과의 소통도 눈에 띈다. 시청에서 열리는 주간 주요업무보고, 확대간부회의 및 동장회의(매월 2회), 시정 발전 아이디어 발표(매월 2회) 등을 시 VOD시스템을 통해 생중계해 공무원들이 시청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지난해 1월에는 6급 이하 100명으로 '조직혁신팀'을 구성해 운영하는 등 공직사회에서 토론 문화가 정착되도록 힘쓰고 있다.시는 이와 함께 지난해 광명5·7동에서 주민자치회를 시범 운영한 데 이어 올해는 18개 동 전역으로 확대해 시행할 예정이다. 20~50명으로 구성되는 주민자치회는 주민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무에 대한 협의, 주민총회 개최, 마을축제 개최 등 자치 영역에서 수행하는 업무를 할 수 있다. 주민자치회 활성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주민세 되돌려주기' 사업도 올해부터 시행한다. 세대별로 연간 1만원씩 납부하는 주민세를 주민자치회 마을공모사업 예산으로 지원해 주민들의 삶의 질을 한층 높일 방침이다. 주민자치 활동이 안착하면 박 시장이 평소 강조하고 있는 '시민이 주인'이고 '시민이 시장'이라는 진정한 자치분권이 실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귀덕 지역사회부(광명) 부국장 lkd@kyeongin.com이귀덕 지역사

  • [오늘의 창]소멸위험지역 여주시의 행복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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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소멸위험지역 여주시의 행복론 지면기사

    지난해 11월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방소멸 지수 2019'를 공개하면서 전국 228개 지자체 중 지방소멸 위험 지자체 97곳을 발표했다. 소멸 위험 지역에 경기도 내 양평·가평·연천을 비롯해 시에서는 유일하게 여주시가 포함됐다. 저출생 고령화가 문제다. 여주시는 상수원보호구역 등 각종 규제로 기업이 못 들어오고 일자리가 없어 젊은이들은 도시로 떠난다. 남아있는 인구는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새해를 맞아 이항진 여주시장은 12개 읍면동 '시민과의 대화'와 마을회관을 찾아 주민들과 숙식을 함께하는 '1박2일 소통투어'에 나섰다. 나름 '여주시 행복론'을 제시하는 이 시장에게서 절실함이 느껴졌다. 1970~80년대 여주는 전형적인 농촌지역으로 '두레'와 '품앗이'로 함께 일하고, 함께 밥상머리에 마주 앉아 한 끼 식사를 해결했다. 모두가 가난했지만 함께해서 행복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행복한가. 소득불평등 1위, 가계부채 증가율 1위, 자살률 1위, 세계 156개국 중 행복지수 54위의 대한민국이다. 이 시장의 행복론은 사람이 중심되고 공동체가 회복되는 사회다. 이것이 여주시의 목표다.여주시 행복론을 위해 이 시장은 그는 지난 1년 6개월 동안 여주역세권 학교시설복합화와 경기도 최초 농민수당 60만원 지급(농가당), 그리고 지난해 12월 올해 본예산에 통과는 안됐지만, 강북 오학동과 강남 구도심을 연결하는 '문화예술교' 건립을 통한 도시재생사업이 2월 중 예비타당성 결과가 나오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공동체 회복 푸드플랜'과 '읍면동 시설 복합화'가 연계 선상에 있다. 이제는 이 시장이 추구해 온 '어르신 한 끼 식사'와 구조적 역할을 담당할 '농촌신활력플러스' 사업이 여주시 행복론의 요체인 셈이다. '농촌신활력플러스' 사업은 7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역 내에서 친환경 농축산물 생산과 가공·유통·판매 기반을 마련하고, 이를 건강하게 소비하는 먹거리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기대효과는 로컬푸드의 생산-가공-유통 순환체계 구축과 소비자

  • [오늘의 창]민족 최대의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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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민족 최대의 증후군 지면기사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이 순식간에 지나고 경자년 일상이 시작됐다. 올해도 어김없이 명절 증후군과 차례상 간소화 이슈, 연휴 해외여행 증가 소식이 뉴스면 한쪽을 채웠다. 그만큼 제례는 한국사회에서 무시하기 힘든 관습이다.농경사회와 비교해 가족 구성원 수가 줄고 주거형태나 식생활이 크게 변했는데도 여전히 상다리가 위태로워 보일 만큼 차례 음식을 준비하는 집이 적지 않다. 종갓집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구색은 맞춰야 하지 않겠느냐며 생전 당사자조차 즐겨 먹지 않던 음식이 올라오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뼈대 있는 종갓집들은 제사상을 최소한으로 차린다는 사실이 최근 들어 언론에 자주 소개된다. 한 종가는 제철 과일과 떡 등 5종을 넘기지 않는다고 한다. 이들이 공통으로 강조하는 건 조상을 기리는 마음이다.한밤중 제사를 지내다가 조상들 드실 동안 예를 갖춘다고 한 시간씩 바깥에 나가 대기하는 등 엄격한 사례도 간혹 있다. 상에는 수십 종의 음식을 어른 허리높이까지 쌓아놓는다. 어지간한 집안은 비슷하게 흉내도 못 낼 절차와 규모다. 이를 보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제사상은 어차피 약식이다.제사상 음식의 종류와 배치, 제사 순서 등은 어느 집안이 맞다 틀리다 할 게 아니라고 제례문화 연구가들은 입을 모은다. 각자 집안 상황에 맞춰 정성만 다하면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후손들이 스트레스 받고 반목해가며 차려낸 음식을 기쁘게 받아들일 조상은 없다. 그 수단이 차례상이 됐든 단순한 가족모임이 됐든, 일 년에 몇 번 후손들이 진심으로 자신을 추모해주기만 한다면 조상들이 예의를 따질까 싶다.여행 다녀온 사람들에게 언제가 가장 좋았냐고 물으면 '준비할 때의 설렘'을 많이 꼽는다. 명절은 정반대로 '준비하는 과정'이 가장 괴롭다고들 한다. 음식 준비에 따른 육체적 정신적 부담을 덜면 덜수록, 명절을 기다리는 고통은 설렘으로 바뀌어 갈 것이다. 4차산업 혁명을 운운하는 이제는 바뀌기도 해야 한다. /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차장 wskim@kyeongin.com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차장

  • [오늘의 창]드라마보다 더 드라마같은 경기체육회장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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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드라마보다 더 드라마같은 경기체육회장 선거 지면기사

    경기도체육회장 선거 투표가 종료된 지난 15일 오후 5시40분께 경기도 주요 언론사 취재진들이 경기도체육회 7층에 마련된 휴식공간에 모여 주고받은 얘기는 "선거 결과 안 나오는 게 의외의 결과라서 언론발표를 미루고 있는 것 아니냐. 경기도체육회장 선거관리위원회가 중심이 돼 당선무효 결정 등 대책 마련까지 하는 것 아닐까" 등 드라마 시나리오와 같은 우려였다. 전자투표 방식으로 당일 오후 5시까지 진행된 선거는 종료후 15분이면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전언이 있었기 때문이다.개표 결과 기호 3번 이원성 당시 후보자가 174표를 받아 당선됐고, 초대 민간회장을 주축으로 경기도체육회는 순항 가도에 오르는 듯했다.하지만 지난 19일 밤 11시께 선관위는 이 회장에 대해 '당선무효'·'선거무효' 등을 의결했다. 지난 14일 당시 후보자인 이 회장은 선관위로부터 불법선거사무소를 운영하지 말라는 '시정명령'을 통보받은데 대한 억울함을 주장하는 문자메시지를 선거인단에 배포했다. 이를 놓고 선관위가 '허위사실 유포'로 판단한 게 당선무효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검찰과 경찰도 피해자와 피의자를 직접 불러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구체적인 혐의 적용 여부를 판단한다. 그러나 선관위는 체육회장선거관리 규정에 적시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조직의 수장인 체육회장을 불러들이지도 않았다.선관위의 결정에 대한체육회와 취재진, 심지어 종목단체 관계자, 타 시·군체육회 관계자 모두 한목소리로 '선관위의 과도한 판단'이라고 지적하고 있다.아울러 선관위는 단 한 차례도 "당선무효라는 초유의 결정을 해 도민과 체육인에게 충격을 드려 죄송하다"는 말을 하지도 않았다.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선관위이지만, 체육인이라는 조직의 특수성과 여론 등 기본을 더욱 챙겼어야 한다. /송수은 문화체육부 차장 sueun2@kyeongin.com송수은 문화체육부 차장

  • [오늘의 창]재개발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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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재개발의 의미 지면기사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2020년 경자년 (庚子年) 신년 기자회견을 가졌다.기자회견 시작 전 회견장 안에서는 "싹 다 갈아엎어주세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라는 입에 착 달라붙는 가사의 신나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유산슬'이라는 예명으로 활동 중인 유재석이 부르고 있는 '사랑의 재개발'이다.대통령 기자회견을 처음 경험하는 입장에서 뜻밖의 분위기에 다소 놀라움과 함께 '왜 이 노래를 선곡했을까'하는 궁금증이 컸다. 분명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 노래를 통해 집권 후반기를 맞은 문재인 정부의 새로운 변화를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무수한 논란과 갈등 속에 지친 국민들에게 변화와 혁신의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을 것이다.문 대통령의 차분한 말투로 시작된 기자회견은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질문과 대통령의 대답이 이어지면서 온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켰다.그러나 국가의 정책 방향과 결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국민들의 생각과는 달리 현실을 외면한 듯한 인식에 결국 '말의 성찬'으로 끝나고 말았다는 부정적 평가가 일기도 했다. 대내·외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우리 정부의 대책이 그간 얼마나 실효를 거뒀는가 하는 물음에 대통령이 내놓은 답변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그래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평가가 50.9%를 기록하며 8주 만에 50%를 넘어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0일 나왔다.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국정 현안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전했지만 국정수행 평가에는 별다른 득이 되지 못했다는 것으로 보여진다. 문 대통령은 "임기 동안 전력을 다하고 임기가 끝나면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성공해야 나라가 부흥하고 국민이 행복해진다. 노후되고 불량한 주거지를 새롭게 바꾸는 재개발처럼 집권 후반기를 맞은 문재인 정부가 그간 미진했던 정책 수행에 대해 과감한 재개발에 나서는 '경장(更張)'의 새해를 맞이하길 바란다. /이성철 정치2부(서울) 차장 lee@kyeongin.com이성철 정치2부(서울) 차장

  • [오늘의 창]공부 못한다고 함부로 대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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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공부 못한다고 함부로 대하면 안된다 지면기사

    2020학년도 인천지역 평준화 일반고 고입 전형에서 312명의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성적이 나쁘다는 이유로 탈락해 특성화고나 섬지역 학교로 가야 할 처지에 놓였다. 전체 지원자의 1.7%의 비율인데, 탈락 학생과 그 학부모의 마음고생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없지만, 깊은 고민에 빠져있을 게 분명하다.학령인구는 꾸준히 감소했고 학교가 없어졌다는 말도 듣지 못해 탈락자가 계속 생기는 것이 납득이 안됐다. 2015년과 2019년 교육통계를 비교해 확인해봤다. 인천 고교 학생 수는 2015년 9만8천764명에서 2019년 7만8천401명으로 2만363명(20.6%)이 감소했고, 학교 수는 2015년 123개교에서 125개교로 2곳(1.6%)이 늘었다. 교원 숫자도 7천683명에서 7천694명으로 11명(0.1%) 증가했다. 교사와 학교가 늘고 학생이 2만여명이나 줄었는데 탈락자가 계속 나오는 걸 보면 학급당 인원이나 정원을 줄였다는 결론이 나온다. 실제 한 학급당 인원은 2015년 29.2명에서 2019년 24.01명으로 17.7%가 감소했다. 그런데 탈락학생 비율은 2015년 2.4%(545명), 2016년 0.9%(209명), 2017년 1.8%(373명), 2018년 1.9%(332명), 2019년 1.2%(229명)로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매년 일정비율 학생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인천시교육청이 성적 하위 1% 학생을 학교 경영을 위해 희생시키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 아쉬운 것은 교육청을 비롯한 지역사회가 이를 해결하려는 문제의식과 진정성 있는 고민, 노력 등이 너무나 부족해 보인다는 점이다.당장 내년부터 고등학교 모든 학년으로 무상교육이 확대된다. 고교교육도 사실상 의무교육화하는 중이다. 학생이 공부를 못한다고 배움과 진로선택의 기회를 교육청이 박탈하고, 학생을 학교 경영에 희생시켜선 안 된다. 공부 못하는 1% 학생을 함부로 대하는 건,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의 교육철학과 맞지 않는 것이다. /김성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ksh96@k

  • [오늘의 창]'백승수 리더십'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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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백승수 리더십'이 필요한 이유 지면기사

    요즘 TV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인기가 뜨겁다. 화제의 중심에는 백승수 단장이 있다. 비야구인 출신이라는 선입견을 극복하며 만년 꼴찌인 팀을 정상화시키는 그의 캐릭터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짜릿함을 넘어 희열마저 느끼게 한다. '백승수 리더십'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팀 내 간판타자인 임동규를 트레이드하는 과정에서 완벽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그동안 아무도 인지하지 못한 임동규의 문제점을 짚어내며 내부 직원들을 설득했다. 그러면서 임동규의 공백을 대체할 확실한 카드(강두기 영입)까지 제시하며 외부의 반발 여론까지 모두 잠재웠다. 그의 철두철미한 사전 준비와 치밀한 전략은 곧 그를 향한 신뢰로 쌓였다.최근 1호선 급행 전철 개편 이후 승객들의 반발이 거세다. 급행 운행을 확대해 더 많은 이용객들의 편의를 늘린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그 이면의 역효과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검토 과정이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2월 중순 이번 급행 전철 확대로 국민 편의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수도권 통근자들의 핵심 교통수단이었던 서울역 급행 노선이 폐지되는 점에 대해선 아무런 설명도 대안도 없었다. 결국 통근시간은 늘어났고 이용객들은 연일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의 반발은 예견된 수순이었다.반발 여론이 들끓자 한국철도공사는 긴급 TF팀을 꾸려 대안 마련에 나섰고, 결국 개편 열흘만에 기존 서울역 급행 일부 노선을 임시로 복원했다. 이용객들은 한편으론 다행이라면서도, 이럴 거면 왜 없앴냐는 냉소적인 반응도 보이고 있다. 신뢰를 주지 못한 데 따른 결과다.백승수 단장은 단순히 임동규를 내보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만큼 손실된 팀의 전력을 어떻게 메울지에 대한 전략도 동시에 세우면서 구체적인 해법을 찾았다. 국가의 정책을 계획하고 시행함에 있어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선 반드시 한 번쯤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대중교통과 같이 국민들의 생활과 직결된 부분이라면 더더욱이 그렇다./황성규 지역사회부(군포) 차장 homerun@kyeongi

  • [오늘의 창]인천유나이티드 '명예감독' 유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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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인천유나이티드 '명예감독' 유상철 지면기사

    유상철(48)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췌장암으로 투병 중인 유 감독이 인천유나이티드 구단에 사의를 표명했다. 새 시즌을 대비해야 하는 팀에 누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그에게 구단은 '명예감독'으로 예우했다.유 감독과 처음 마주앉아 대화를 나눈 것은 지난해 5월 20일 기자간담회에서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그가 조별리그 첫 경기 폴란드전에서 쐐기골을 터뜨린 뒤 포효하던 장면이 눈에 선했다. 인천의 새 사령탑으로 부임한 그는 하루 전 대구FC를 상대로 데뷔전을 치렀다. 결과는 1-2 패배. 인천은 이날까지 10경기 연속 무승(2무 8패)에 그쳤다. '골 가뭄'을 겪던 인천이 8경기 만에 상대 골망을 흔든 것을 그나마 위안으로 삼아야 했다.당시 유 감독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식사를 겸한 자리에서 숟가락을 뜨는 둥 마는 둥 했다. 인천 팬들이 자신을 썩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걸 알고 있었다. 직전 시즌 전남드래곤즈에서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그에 대해 호의적일 리 없었다. "감독 제의를 받고 고심이 컸을 것 같다"고 그에게 질문했다. 옆에 앉아있던 이천수 구단 전력강화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 팀 전력은 엉망이었다.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공수 밸런스가 무너졌다. 새로 데려온 국내외 선수들도 대체로 부진했다. 이들의 영입을 주도한 이 실장까지 코너에 몰렸다. 꼴찌로 추락한 이런 팀을 맡는 건 더군다나 지도자로서 실패를 경험한 유 감독에겐 도박이었다. 자칫 인천이 강등이라도 되면 "다시는 K리그에 얼씬도 못하겠죠"라고 특유의 밝은 미소를 짓던 그였다.유 감독은 끝내 '1부리그 생존' 약속을 지켜냈다. 인천은 지난해 시즌 '끝장 승부'의 마지막 상대 경남FC와 공방 끝에 비겨 승점 1 차이로 경남을 따돌리고 최종 10위로 1부리그에 살아남았다. 유 감독은 아픈 몸을 이끌고 선수들, 그리고 홈팬과 했던 약속대로 끝까지 벤치를 지키는 투혼을 발휘했다. 그에겐 아직 한 가지 약속이 남았다.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겠다는 그 약속이다. /임승재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