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오늘의 창]"속는 셈치고 또 믿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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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속는 셈치고 또 믿어봐?" 지면기사

    어찌됐든 여의도 시계는 돌고 돌았다. 몸싸움과 욕설이 난무하는 동물국회, 역대 최악의 국회란 오명을 뒤집어썼던 20대 국회가 막을 내렸다.임기 첫해 대통령 탄핵소추라는 사상 초유의 사건을 겪으며 '파란만장' 여의도 시대가 펼쳐진 이후 4년 동안 갈등과 반목의 연속이었다. 이른바 조국사태와 특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위한 패스트트랙 정국을 거치며 여야 분열은 국론 분열로까지 비화됐다.그러다 코로나19란 미증유의 위기사태가 국내는 물론 전 세계를 뒤덮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사투가 벌어졌다. 누구보다 선제적으로 적극 나서야 했던 정치권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민생관련 법안은 제대로 된 회의 한번 거치지 못하고 쌓여갔고 사실상 20대 국회 임기 만료일인 지난 20일 마지막 본회의에서 부랴부랴 의사봉을 두드렸지만 결국 1만5천여건의 법안이 폐기됐다.20대 국회 법안 처리율은 36% 수준에 그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오는 30일 21대 국회가 시작한다.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치러진 지난 4월 총선에서 180석 거대 여당의 탄생이란 결과에 국민들은 '기대반, 걱정반' 심정으로 국회를 바라보고 있다. 앞서 국회의장 비서실에서 21대 국회를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들은 '갈등과 분열 해소를 통한 국민통합'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그간 지긋지긋하게 반복돼 온 동물적인 국회 모습에 국민들은 늘 똑같은 마음이었다. 이번에 여야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제1호 법안으로 '일하는 국회법'을 추진하려 한다.그러나 경험칙에 비춰 시작도 하기 전에 벌써부터 회의감이 든다. 국민들은 '속는 셈 치고 또 믿어봐?'라며 여의도를 바라볼 것이다. 4년 여의도 시계는 또 돌아간다. 국난극복을 위한 정치권의 무거운 책임감을 잊지 말고 허투루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성철 정치2부(서울) 차장lee@kyeongin.com이성철 정치2부(서울) 차장

  • [오늘의 창]안산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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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안산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 지면기사

    먼 장래를 내다보고 세우는 큰 계획을 백년대계 (百年大計)라고 한다. 당장 급급한 방안을 모색하기 보다는 멀리 내다보고 오랫동안 이익을 거둘 수 있는 대책을 세우는 것으로, 교육이나 환경정책 같은 큰 사안에서 먼 훗날까지 고려해 세우는 계획을 말한다.안산시가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혼란을 겪고 있는 이 시점에서 백년대계를 실행하기로 했다. 돈이 없어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 없도록 하고, 학자금 대출을 안고 졸업을 하는 사회적 굴레를 끊기 위해 마련한 대학생 본인부담 등록금 반값 지원이 바로 그것이다.안산시는 코로나19 사태로 긴급생활지원금 지급, 방역, 마스크 지원 등 각종 지원사업을 벌이며 기존 예산을 수차례 재편성하는 등 긴축재정 중이다. 사정이 이렇자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지역 일각에서는 대학생 반값등록금 지원에 대한 반대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하지만 안산시는 오히려 지원을 확대했다. 올해 첫 대학생 등록금 지원부터, 당초 국민기초생활수급자와 장애인, 셋째 이상의 다자녀가정 대학생에서, 다자녀가정의 모든 학생으로 확대했다. 이렇게 되면 지원대상이 1천591명에서 4천700명으로 늘고 예산도 24억원에서 69억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예산 등 모든 역량을 투입해야 하는 것이 옳지만, 안산시의 미래를 이끌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사업을 외면하면 안된다는 것이 안산시의 설명이다. 또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이 있듯, 안산시의 많은 젊은 인재들이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아 훌륭한 인재로 자라나도록 지원하는 것도 행정관청의 역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전국 시 단위 자치단체로는 안산시가 처음 시도하는 대학생 등록금 지원사업이 코로나19 사태로 불투명한 미래를 준비하는 '사과나무'가 되길 바란다. /김대현 지역사회부(안산) 차장 kimdh@kyeongin.com김대현 지역사회부(안산) 차장

  • [오늘의 창]서해5도 어민울리는 '안전조업법' 수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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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서해5도 어민울리는 '안전조업법' 수정을 지면기사

    서해5도 어민들의 삶의 터전인 NLL(북방한계선) 해역은 한반도의 '화약고'라 불릴 만큼 남북 충돌이 잦았던 곳이다.긴장이 일상 속에 녹아 있는 서해5도 주민들의 가장 큰 숙원은 NLL 해역의 어업구역 확대와 야간 조업 연장이다. 지난 2018년 남북 판문점 선언 이후 그나마 조업 구역이 확대됐고 야간 조업 시간 또한 늘어났지만 이 곳 어민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서해5도 어민들의 바람을 외면한 채 오히려 조업 규제를 강화하는 법령이 오는 8월부터 시행돼 반발이 거세다. 8월부터 남북 접경 해역에서 조업 제한 조치를 어긴 어민을 처벌하는 어선안전조업법 시행을 앞두고 주민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어선안전조업법은 안전한 조업에 필요한 각종 사항을 규정하고 어업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지난해 8월 제정됐다. 이 법에는 서해5도를 비롯한 접경 해역에서 조업 제한 조치를 어긴 어선에 대한 벌칙 규정도 담겼다. 그동안 어민들은 조업한계선 등을 넘거나 군 당국의 통제에 불응하는 등 각종 제한 조치를 어기면 과태료나 행정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이 법이 시행되면 같은 행위를 했을 때 1년 이하 징역형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받는다.판문점 선언 이후 서해5도 해역에서의 조업 규제 완화를 기대했던 어민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해5도 주민들은 엄혹한 군사정권 시절에도 없었던 규제 법령이 만들어져 NLL 해역 조업이 더 위축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남북 평화를 지향하는 현 정권의 기조와도 반대된다는 주장이다.정부는 지난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 당시 서해5도에 사는 것만으로도 애국이라고 이곳 주민들을 한껏 추켜세웠었다. 아직 이 말이 유효하다면 어선안전조업법은 즉각 수정돼야 하는 게 맞다. /김명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boq79@kyeongin.com김명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 [오늘의 창]유종지미(有終之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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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유종지미(有終之美) 지면기사

    한번 시작한 일을 끝까지 잘해 끝맺음이 좋은 결과를 말하는 '유종지미'. 흔히들 '유종의 미'라고 많이 쓰인다.어쨌든 유종지미는 중국 전국시대 진(秦)나라 무왕(武王)이 세력이 커지자 점점 자만해져 처음 품었던 마음을 잃어버리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한 신하가 시경의 '미불유초(靡不有初, 처음이 있지 않는 것은 없고) 선극유종(鮮克有終, 끝이 있는 것은 적다)'을 이야기하며, "천하통일의 대업을 착실히 추진해 유종지미를 거둔다면 온 천하가 대왕을 우러러볼 것입니다"라고 간언한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유래를 설명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유종지미'가 아닐까?우리는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2020년의 봄을 잃어버렸다. 지난 1월 말 시작된 코로나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국민들은 정부 방침에 따라 마스크 착용, 철저한 위생관리 그리고 생활 속 거리두기를 지키고 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3개월이 흘렀다. 아직 끝은 아니다."80년을 살아가는데 지금 2~3년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문제가 돼?"라고 말하던 어느 영화 고등학생의 말에 친구는 "지금 2~3년 공부를 안하면 80~90까지 힘들게 살아가는 거야"라고 맞받아치던 장면이 떠오른다. 맞고 틀리고의 문제는 아니지만 친구의 조언처럼 지금의 사태를 정리하려면 지금은 하지 말라는 것은 하지 않아야 할 때다. 처음 시작했던 그 의지를 조금 더 이어가면 우리는 2020년 여름을 반갑게 맞이하지 않을까. /최규원 지역사회부(오산) 차장 mirzstar@kyeongin.com최규원 지역사회부(오산) 차장

  • [오늘의 창]존중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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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존중의 의미 지면기사

    "인증 셀카를 찍어서 올리라는 게 문제가 있다면 바꾸겠습니다." 청소 현장의 모습을 자신의 얼굴이 보이도록 셀카를 찍어 내부 단톡방에 올리도록 해 인권침해 논란을 일으킨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임대주택 위탁관리업체는 경인일보 취재 과정에서 이렇게 답했다. 그렇게 인증 셀카는 시행 10일 정도 만에 끝나게 됐다.인증 셀카는 청소가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다는 민원에 따라 관리를 강화하려던 업체 측의 판단에서 비롯됐다.60대가 대부분인 청소 노동자들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들은 빗자루, 걸레통과 함께 있는 상황을 자신의 모습과 함께 사진으로 찍어서 공유해야 하는 상황이 수치스러웠다고 했다. 그런 사진을 찍는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이는 것도 부끄러웠다. "남사스러웠다", "모멸감을 느낀다"는 표현도 했다. "왜 이런 걸 해야 하느냐"에 대한 노동자들의 질문에도 업체 측은 제대로 답변하지 않았다고 한다.업체 측이 요구한 인증 셀카는 인권침해 여지도 충분했다. 작업 현장에서의 셀카를 강요하는 건 개인정보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지위상 우위를 이용해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줘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현장 관리를 강화하겠다'며 내놓은 방안은 유야무야 없어지게 됐지만, 청소 노동자들에겐 치유하기 어려운 깊은 상처를 남겼다.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청소 노동자는 "서로 '존중'을 해주면 한 사람과도 오래 사귀고 정을 나눌 수 있다. 우리를 존중했다면 이런 결정을 쉽게 했겠는가"라고 했다.서로 존중하며 함께 문제점을 공유하고 대책을 찾았다면, 상처가 아닌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는 계기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높이어 귀중하게 대함'이라는 뜻의 '존중'은 국어사전 속에만 존재하는 단어여선 안 된다. /이현준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uplhj@kyeongin.com이현준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 [오늘의 창]80년대를 사는 정부과천청사관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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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80년대를 사는 정부과천청사관리소 지면기사

    정부과천청사를 둘러싼 2천284m 도로 관리자 찾기에 나섰다. 21세기 대한민국 정부에 도로관리자가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과천청사관리소, 과천시, 공무원연금공단의 주장을 듣고 관계 법령을 찾아 물어도 정확한 답을 얻을 수는 없었다. 정부가 과천청사를 세울 때 도로를 시에 기부채납 했어야 했는데 이를 해 놓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다.문제는 과천시민이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혹시라도 낡은 도로시설 때문에 누군가 다친다면 그는 정부기관들의 무책임한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 이 때문에 김종천 과천시장은 지난해 청사관리소장을 만나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기자는 취재하면서 그 이유를 직감했다. 청사관리소의 태도가 낡았다. 청사관리소 측은 사고 났을 때 배상책임을 묻자 "그때 가서야 도로관리청이 가려질 것"이라고 답한다. 언론이 매번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비판을 해도 한쪽에서는 대놓고 이런 답을 한다. 과천시는 지난해 청사관리소에 과천청사의 빈 부지를 무상임대해 주면 도로관리에 나서겠다는 제안을 했다. 이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이번엔 "전 국민이 낸 세금으로 보유한 청사부지를 과천시민에게만 빌려줄 수는 없다"고 답한다. 그러면서 중앙이 힘이 셀 때는 별말 없이 도로를 관리하다 이제 와 책임을 회피한다는 식이다. 정부청사가 있어 과천이 혜택을 본다는 말도 덧붙인다. 청사 때문에 내쫓긴 주민들이 들으면 기함할 이야기다.청사관리소는 1980년대에 멈춰 있다. 국민들은 2020년을 사는데 청사관리소는 아직도 중앙과 지방을 수직으로 놓던 시대를 살고 있다. 청사관리소는 40여년 전에 멈춘 시계를 재빨리 돌려 시와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 21대 국회에 입성한 이소영 당선자와 행정안전부도 해묵은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다. 문제를 인지하고도 다친 누군가가 배상받을 데가 없어 두 번 울게 된다면 그땐 중앙정부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권순정 지역사회부(과천) 차장 sj@kyeongin.com권순정 지역사회부(과천) 차장

  • [오늘의 창]송도시대를 맞는 인천항만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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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송도시대를 맞는 인천항만공사 지면기사

    인천항만공사 사옥이 중구 신흥동3가에서 송도국제도시로 이전한다. 인천항만공사 창립 15년 만의 일이다. 인천항만공사는 창립 이래 정석빌딩 건물 일부(1·2·5층, 6·7층 일부 등 총 6천939㎡)를 임차해 사옥으로 쓰고 있다. 인천항만공사는 조직·인력이 늘어나면서 사무 공간이 부족해진 데다, 임차료 부담이 커 새로운 사옥으로 옮기게 됐다고 이유를 밝혔다.인천항만공사의 사옥이 중구에서 송도국제도시로 이전한 것이 상징적인 일이다. 처음 인천항만공사가 중구에 자리를 잡은 것은 당시 인천항의 중심은 중구였기 때문이다. 1974년 개장한 내항이 벌크 화물, 2004년 문을 연 남항이 컨테이너 화물을 처리하면서 인천항 물동량 상승을 견인해 왔다.2015년 인천 신항이 개장하면서 인천항의 중심은 송도로 옮겨갔다. 지난해 인천항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의 58%를 신항에서 처리했다. 신항 배후단지와 남항 배후단지인 아암물류2단지 등 신규 배후단지와 인천항 크루즈터미널이 있다. 또한, 오는 6월에는 중구에 있는 1·2국제여객터미널이 송도국제도시로 이전해 문을 열 예정이다. 신규 항만 개발이 집중되고, 사옥이 이전됐기 때문에 인천항은 이제 송도 중심으로 운영된다.인천항만공사는 창립 15년 만에 송도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인천항만공사의 사옥은 송도국제도시로 옮겨가게 됐으나, 인천항만공사는 앞으로 중구 지역에도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이미 사옥 이전을 두고 중구 지역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이와 함께 인천항만공사가 추진 중인 '내항 재개발 사업'도 중구에서 진행되고 있다. 내항 재개발 사업은 노후화한 인천 내항과 주변 지역을 재정비하는 것인데, 우선 사업인 '내항 1·8부두 재개발사업'마저도 사업성 부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송도 시대를 맞은 인천항만공사는 송도지역 항만 개발에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랜 기간 인천항의 중심 임무를 수행했던 중구 지역에 대해서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 /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kjy86@kyeongin.com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 [오늘의 창]'덕분에 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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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덕분에 챌린지' 지면기사

    '덕분에 챌린지'가 화제다. 코로나19 대응 최전선에서 고생하는 의료진을 응원하기 위한 캠페인인데 '존경'과 '자부심'을 뜻하는 수화 동작 사진, 영상을 SNS에 올리면 된다. 1주일 만에 3천명이 넘게 참여했을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코로나19 사태가 안정세에 접어드는 가운데 의료진들의 헌신이 그 중심에 있었음을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는 방증일 터다.코로나19가 국내에 발생한 지 100일이 다 돼간다. 신규 확진자가 하루 10명 안팎으로 줄어들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고통은 확진자와 그 주변인에게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여전히 크다. 촘촘한 방역망에도 코로나19는 예기치 못한 곳에서 끊임없이 허를 찌르고 뒤따른 경제 위기로 생계에 직격탄을 입은 이들이 적지 않다. 공공 차원의 강도 높은 방역이 실시되고 자금 지원도 계속 이뤄지고 있지만 위기는 현재진행형이고 분노와 우울감이 사회를 잠식한다.화살은 공공으로 향하곤 한다. 낮밤도 주말도 잊은 채 방역 지원에 매진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대체로 비난이다. 왜 자금 지원이 빨리 이뤄지지 않는지, 왜 교회에서 예배를 보지 못하게 하는지, 그 와중에 왜 서버는 다운되는지 민원이 빗발치고 고성이 이어진다. 날선 민원에도 공공의 업이겠거니 하며 속으로 삭힌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사태에서부터 반년 넘게 비상근무 체제를 이어온 공무원에게 힘든 점을 물으니 "솔직히 안 힘들다고 할 순 없지만 괜히 유난 떤다고 할까봐 무서워요. 사실 공무원이 해야할 일 하는 건데 '철밥통인 너네가 우리 마음을 아냐'는 얘기만 들을 거 같기도 하고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날은 한 공무원이 과로로 숨진 다음 날이었다.모두가 벼랑 끝에 내몰린 힘든 시기다. 누구에게나 위로가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옆에 있는 누군가를 바라보기가 힘들 정도로 지쳐있는 때지만 당신 덕분에 또 우리 덕분에 어느새 이만큼 나아졌음을, 조금만 있으면 훨씬 더 나아질 것임을 잠깐이나마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덕분에 챌린지'가 더 넓게, 곳곳에 번지길 소망한다. /강기정 정치부 차장 kanggj

  • [오늘의 창]정우주택단지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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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정우주택단지의 봄 지면기사

    의왕시 내손2동의 정우단독주택단지는 1983~1984년에 조성됐다. 1989년 의왕읍이 시로 승격됐고 지난해 시 승격 30주년이 됐으니 꽤 오래된 마을이다.당시 행정구역상 시흥군 의왕읍 포일리였던 포일택지개발지구 4만5천여㎡ 부지에 단독주택 148채가 지어졌다. 완만한 경사를 이룬 마을의 골목길을 걸으면 담장 위로는 높게 뻗은 나무와 꽃을, 담장 안으로는 푸른 마당을 볼 수 있다.코로나19가 없었다면 봄날 더없이 고즈넉한 이 마을로 산책 오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라고 동네 주민이 알려줬다. 외관상 80년대 주택의 형태가 거의 그대로 남아있다고 말하는 주민도 있었다. 이 동네에서 오래 살아서 알고 있는 것이다. 20년 쯤 산 사람도 있고 10년 정도 산 사람도 있다고 한다. 5년 전쯤 아파트에서 살다 이 동네를 보고 당장 이사를 왔다는 사람은 아직 새 주민이다.이 마을은 2008년 내손가구역 주택재개발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2011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돼 조합 설립을 추진했지만 쉽지 않았다. 마을을 새로 만들자는 의견과 이대로가 좋다는 의견이 반반으로 나뉘어 대립했다. 의견의 차이가 변하지 않고 10여 년이 지났다. 감정의 골은 10년 만큼 깊어졌고, 정비되지 못한 마을은 속절없이 낡았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에 따라 재개발 일몰제가 적용돼 올해 정비구역 해제 여부가 결정된다. 앞으로 주민공람과 관계기관의 논의 등 절차가 진행될 것이다.의왕시는 올해 도시재생과를 신설했다. 10년 동안 대립한 주민들은 시의 이런 변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정비든 재생이든 오랜 대립을 끝내고 좋은 마을을 만들어서 잘 살아보자는 생각에는 대립이 없다. 올해 재개발 일몰제가 시작됐고, 시는 도시재생과를 만들었다. 내손가구역 주민들에게는 올해가 오랜 대립을 해소하고 이 마을에서의 풍요로운 삶을 이어나가는 길을 찾는 해가 되길 바란다. /민정주 지역사회부(의왕) 차장 zuk@kyeongin.com민정주 지역사회부(의왕) 차장

  • [오늘의 창]총선은 인기투표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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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창]총선은 인기투표가 아니야 지면기사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최대의 정치축제, 4·15총선이 끝났다. 한쪽에선 승리의 기쁨을, 한쪽에선 패배의 쓴맛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대부분 그렇겠지만 개인적으로 투표에 대한 첫 기억은 국민학생(!) 시절 반장선거다. 민주교육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세대인 만큼 반장 투표는 일종의 '인기투표'였다. 반장이 되지 못한 아이는 자신의 인기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걸 깨닫고 교실 한편에서 의기소침해졌고, 반대로 반장이 된 아이는 친구들에게 '사랑받은 대가'로 햄버거를 돌렸다. 그 당시 국민학생의 반장 선거와 대한민국의 총선을 비교하는 이유는, 이 둘의 차이가 너무나 크지만 때로는 혼동하기 때문이다. 그 당시 반장 선거는 인기투표에 불과했지만, 총선은 우리 사회가 갈 방향을 제시한다.사실 선거를 알리는 총성이 울릴 때 걱정이 앞섰다. 사상 첫 '팬데믹 선거'인 만큼 유권자 대부분은 후보자의 공약보다는 당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신없어 보여 4·15 총선이 단순한 '인기투표'로 전락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 말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우려와 달리 이번 총선은 28년만(국회의원 선거 기준)에 가장 높은 투표율이 알려주듯, 이번 총선은 여느 때보다도 큰 국민적 관심 속에 치러졌다. 단순히 인기투표가 아니었다는 것, 당선자의 뒤에는 그들이 제시한 공약과 비전이 공감을 얻었다는 것이다.개인적으로 수도권에서 미래통합당이 크게 패배한 이유는 인물경쟁력에서 밀려서가 아닌, '심판론'은 비전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심판론은 유권자로 하여금 '정쟁'을 떠올리게 했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은 인기투표에서 이긴 것이 아니다. 유권자들이 단지 '사랑해서' 민주당을 지지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부터 선거기간 유권자들에게 제시했던 공약과 비전을 현실화하는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문재인 대통령은 총선 결과와 관련해 "위대한 국민의 선택에 기쁨에 앞서 막중한 책임을 온몸으로 느낀다"고 말했다. 기쁨을 공유하는 모든 이들이 '막중한 책임'을 공유하길 기대한다. /김성주 정치부 차장 ks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