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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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지속 가능한 언택트 지원 이뤄져야 한다 지면기사
코로나19 여파로 우리 경제 전반이 예년과 달리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까지 고성장하던 산업경제는 코로나19 이후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동남아시장에 이어 유럽시장 공략에 성공하며 한류 문화의 중심에 서 있던 공연예술계는 더 이상 진일보 하지 못하고 멈춰 섰다. 나머지 분야 역시 상황은 마찬가진데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공연예술계의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공연이 연기되거나 중단되다 보니 연기자뿐만 아니라 무대와 음향 등 '백스테이지'에서 활동하는 근로자, 홍보물 제작업체 등의 일거리가 사실상 모두 끊겼다.다행히 경기도를 비롯한 각 지자체 산하 문화예술단체들이 최근 잇따라 언택트와 관련한 공연예술계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그나마 벼랑 끝에 몰렸던 공연예술계 종사자들의 숨통을 조금이나마 트이게 했다. 이에 공연예술계에서는 언택트가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문화예술을 되살릴 수 있는 하나의 방안으로 보고 있다.연극과 뮤지컬은 무관중 상태에서 제작된 영상물을, 전시관들은 온라인 전시관 개관을, 도자 분야 등은 온라인 판매에 각각 열을 올리고 있다.하지만 공연예술계에선 언택트의 한계도 엄연히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기존 대면 공연예술의 경우 입장권 판매 등에 따른 수익이 창출됐지만 언택트 제작물의 경우에는 별도의 입장 수익 없이 누구에게나 공개되다 보니 수익 창출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공연예술계의 주장이다.따라서 언택트 제작물에 대한 정액제 도입, 기업 광고 삽입, 고정적인 정부 예산 지원 방안 마련 등 문화예술계의 먹거리(?)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김종찬 문화체육부 차장 chani@kyeongin.com김종찬 문화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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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이제 박남춘의 시간이 필요한 때 지면기사
민선 7기 박남춘 인천시장이 임기 반환점을 지나고 있다. 취임 2년 '박남춘 호'를 '관중' 입장에서 평가한다면 공격수는 없고 수비수만 잔뜩 있는 축구 경기를 보고 있는 느낌이다. 수비수만 있다 보니 경기는 재미없고 피로감만 쌓인다. 응원하던 관중은 하나둘씩 경기장을 떠나고 골대를 지키는 선수들은 언제 골을 먹을지 조마조마하기만 하다.지난해 5월 붉은 수돗물 사태를 시작으로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태풍 '링링'을 거쳐 올해 초부터 우리나라를 덮친 코로나19와 최근 또다시 문제가 된 수돗물 유충 사태까지, 시민들과 인천시 공무원들의 사기는 이미 바닥을 쳤다. 축구를 보는 관중과 선수는 모두 지쳐 있다.원톱에 서서 관중들에게 무언가를 보여줘야 할 시장은 물론 말단 9급 공무원까지 모두 하프라인을 넘지 못하고 수세적인 방어에만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박 시장은 취임 이후 줄곧 기본이 튼튼한 도시를 만들겠다고 공언해왔다. 대권을 바라보는 이재명 경기지사나 지금은 고인이 된 박원순 서울시장과 달리 한눈팔지 않고 시정에만 전념한다면 언젠가는 시민들이 그 뜻을 알아줄 것이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최근 다시 터진 수돗물 유충 사태로 기본에만 전념하겠다던 박 시장이 체면을 구기게 됐다. 공격수 없이 수비만 하고 있는 팀이 이제 그 수비 조직력마저 흔들리고 있는 꼴이다.축구에서 골을 넣고 관중들을 향해 세리머니를 하는 선수에게 "저 사람 쇼하고 있네"라고 비아냥거리는 사람은 없다. 수비, 미드필더, 공격수가 조화롭게 역할을 할 때 골도 넣을 수 있다. 공격수가 '나는 쇼하기 싫으니 수비만 하겠다'고 나서면 팀 전체의 조직력은 무너지게 된다. 골 한번 넣지 못하는 팀을 누가 응원할 것인가.임기 반환점을 지나는 박남춘 시장이 하프 라인을 넘어 시정 전면에 나서야 할 때가 됐다. '화려한 개인기'로 지쳐 있는 관중과 선수들에게 근사한 골을 선사하기 바란다. 이제 박남춘의 시간이 필요한 때다. /김명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boq79@kyeongin.com김명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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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탁상행정(卓上行政) 지면기사
"현장의 얘기를 조금 더 들었다면 어땠을까요."최근 이야기를 나누게 된 한 의료기관 종사자의 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병원들의 환자분류와 발열체크 등을 담당하는 인력을 병원들에 지원하겠다며 '방역인력 지원사업'을 추진하는데,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내용이었다.대형병원의 경우 외래진료는 보통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진료를 보기 위해 이들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진료 시작 30분 전에, 이르면 1시간 전에도 와서 진료를 기다리기도 한다. 이들을 위해 병원들은 환자분류와 발열체크 등 업무를 7시 정도부터 시작한다. 진료가 끝나는 오후 5시 정도가 되면 외래환자의 발길이 끊긴다. 토요일에도 오전 8시부터 4시간 정도 외래진료가 있다. 그런데 건보공단의 '방역인력 지원사업' 내용을 보면 지원인력의 근무시간이 주 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돼 있었다. 그는 "근무시간을 조금만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하면, 전국적으로 5천400여명 규모의 지원인력을 병원들이 더욱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전에 현장 의견을 수렴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탁상행정(卓上行政)'은 현실적이지 못한 행정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탁상에서 행정을 좌우하는 비실제적인 것으로 말미암아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탁상행정을 펴는 당국을 비판하는 기사는 70여년 전 신문에도 등장한다. 정부·공공기관들은 이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정책 수립과정에서 시민이나 전문가들의 참여를 확대하고 있지만, 현실과의 괴리를 좁히지 못하는 정책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듯하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유명인사나 유행가도 새로운 세대에겐 낯선 존재가 되는 것처럼 탁상행정이라는 말도 언젠간 신세대에게 존재감 없는 낯선 말이 될 수 있을까. 의문이 남는다. /이현준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uplhj@kyeongin.com이현준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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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수도권매립지 종료 정책의 함정 지면기사
박남춘 인천시장이 민선 7기 하반기 3대 핵심사업 중 하나로 2025년 수도권매립지 종료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런 의지를 반영하듯 매립지 종료 추진단을 인천시 정식 조직으로 편성했고, 종료를 대비하기 위한 자원순환 정책도 준비 중이다. 자체 매립지 조성을 위한 공론화위원회의 정책 권고안도 7월 말이면 나올 예정이다.사실 수도권 3개 시·도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수도권매립지의 연장 책임에는 인천시도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 2015년 4자 합의 체결 이후 인천시조차 폐기물 배출량 감축에도 실패했고, 직매립 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도 미진했다. 따지고 보면 인천시도 한숨 돌린 셈이었다. 그래서 서울시나 경기도, 환경부도 어차피 매립지가 연장될 것이라는 안이한 태도를 보이는지도 모른다.그런데 상황이 바뀌었다. 인천시는 자체적으로 폐기물을 처리할 테니 서울시와 경기도도 알아서 처리하라는 강경 메시지를 보냈다. 일부 지역 주민과 정치권 반대를 무릅쓰고 소각장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그런데 여기에는 한가지 함정이 있다. 수도권매립지 폐기물의 절반은 건설폐기물이다. 건설폐기물은 사업장폐기물로 분류돼 발생자 처리가 원칙인데 수도권매립지의 반입 단가가 민간 처리시설보다 저렴하고, 반입 기준도 느슨하기 때문에 쓰레기가 몰리고 있다. 생활폐기물을 자체 처리하더라도 건설 폐기물은 그대로라면 반쪽짜리 종료에 그칠 수 있다. 건설폐기물 등 사업장 폐기물이 갈 곳이 없어 쓰레기 대란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수도권매립지 사용 연장의 목소리가 나올 게 뻔하기 때문이다.환경부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지금이라도 건설폐기물의 반입량 감축과 재활용 정책 강화 등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환경부가 매립지 연장을 위해 이런 상황을 알고도 애써 모른 체해 인천시 노력이 헛수고로 돌아가는 일이 절대 없어야 한다. /김민재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kmj@kyeongin.com김민재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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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정의가 강물처럼 흘러가는 사회 지면기사
'정의가 강물처럼 흘러가는 사회'.안양시의회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의 이메일에 붙여진 글귀다. 풀뿌리민주주의의 초석인 기초의원이 '정의'를 꿈꾼다는 데 반가웠지만 한편 씁쓸했다. 지금 안양시의회 민주당 의원 그 어느 누구도 정의를 말할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지난 3일 안양시의회 의장 후보자 정견발표에서 이상한 낌새를 포착하고 취재를 시작했다. 수없이 전화를 돌리자 어느 순간 접촉한 취재원에게서 민주당 의원총회 일지가 도착했다. '투표용지 기명위치 배번'. 지방자치법에는 너무도 명확하게 의장과 부의장 선거는 '무기명 투표'할 것을 정하고 있었다. 잘못됐다. 당의 뜻과 다른 이탈표를 막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위법한 행태를 확인하자 묵과 할 수 없었다. 첫 보도에 민주당 의원의 실명이 있는 일지 사진을 내지 않은 것은 의원을 망신주기보다 문제가 시정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적어도 민주당에게 그 정도의 기대를 했다.하지만 첫 보도 후 3주가 흐른 지금까지 민주당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그간 야당과 시민들이 문제를 지적하고 바로 잡을 것을 요구했다. 보도에 따른 파장이 이어지자 한 의원은 기자에게 "(덕분에) 의회가 시끄러워졌다"고 했다. 사과 대신 지금까지 기자에게 들리는 얘기는 왜 보도했느냐는 원망이거나, 관행을 왜 우리만 갖고 그러느냐거나, 위법이 문제가 아니라 내부고발이 문제라는 등 전혀 본질에 닿지 못했다. 반성이나 사과 대신 의석 3분의 2를 차지한 민주당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259회 임시회를 진행하며 16개의 조례를 모두 통과시켰다. 선의의 지지를 배반하는 순간이었다.여기 안양시의회 어디에도 정의는 없다. 모든 정의는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일반화를 싫어하지만 이것 외에 정의의 출발점이 어딘지 모르겠다. 진정 '정의가 강물처럼 흘러가는 사회'를 꿈꾼다면, 지금이라도 민주당 의원들이 정치인으로서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 표를 준 국민이 부끄러움에 고개 숙이지 않게 해 주길 바란다. /권순정 지역사회부(안양·과천) 차장 sj@kyeongin.com권순정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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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떠다니는 특급호텔' 크루즈의 몰락 지면기사
2018년 5월 인천항에서 출발해 일본과 대만 등을 들르는 크루즈에서 만난 한 여성 승객은 "친구들과 계 모임을 만들어 환갑 기념으로 크루즈 여행을 왔다. 꼭 한번 오고 싶어서 친구들이랑 1년 동안 돈을 모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지중해, 카리브해, 알래스카 등을 운항하는 초호화 크루즈는 아니었지만, 그 승객은 '버킷리스트'를 이룬 순간이었다.'떠다니는 특급호텔'이라 불리던 크루즈의 위상이 바닥에 떨어졌다. 코로나19 때문이다.올해 2월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이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가 벌어진 이후 크루즈는 '떠다니는 세균 배양접시'로 전락했다. 각국은 크루즈 입항을 거부했고, 글로벌 크루즈 선사들은 올해 10월까지 모든 크루즈의 운항을 중단하기로 했다.이제는 인천항에 정박 중인 크루즈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해외 입국자 임시생활시설로 활용하자는 제안까지 나왔다. '떠다니는 특급호텔'에서 '떠다니는 세균 배양접시'로 전락한 크루즈가 '코로나19 해외 입국장 임시생활시설' 신세가 될 처지에 놓인 셈이다. 이는 인천 영종도 임시생활시설에 격리 중인 해외 입국자들이 자가 격리를 위반하는 등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는 일이 계속 발생하자 생각해 낸 대안이다. 영종도 주민들은 임시생활시설 지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인천항만공사가 임시생활시설로 활용하기 위해 국내외 크루즈 선사들과 접촉해 보니 여러 선사에서 긍정적 답변이 나왔다고 한다. 크루즈를 임시생활시설로 활용하면 정부의 지원금이라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때 가장 저렴한 객실도 1인당 10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했던 크루즈 선사들이 몇 푼의 정부 지원금이라도 받으려는 것이다.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 크루즈 분야가 가장 늦게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크루즈가 '떠다니는 특급호텔'로 다시 비상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kjy86@kyeongin.com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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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오빠의 증언, 오빠가 모은 증거 지면기사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겨울날 아침, 귀가한 오빠는 거실에서 자고 있던 여동생을 발견했다. 그런데 동생의 얼굴에 폭행당한 흔적으로 보이는 멍든 자국과 입술이 터진 자국이 있었다. 동생은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말도 잘 못하고, 온전히 정신을 차리지도 못했다. 오빠는 '무슨 일을 당했구나' 직감했다.지난 8일 오후 인천지법 317호 법정에서 열린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3차 공판을 방청했다. 가해자들이 범행을 저지르고도 길거리에서 피해자를 마주치게 한 관련 당국의 안이한 대처 등으로 국민적 공분을 사게 해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4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사건이다.이날 공판에서는 증인신문이 있었다. 앞의 내용은 이날 증인으로 나선 피해자의 친오빠 A(20)씨가 법정에서 울먹이며 증언한 범행 직후 아침 상황이다. 동생이 성폭행당한 사실을 알았다. 세상의 어느 오빠가 가만히 앉아만 있을 수 있을까.이때부터 A씨는 동생이 누구와 술을 마셨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추적해 가해자를 찾고 경찰에도 신고했다. A씨는 동생의 산부인과 진단서를 받고 나서 피해를 확신했다고 한다.A씨는 사건 이후 인천의 한 원룸에서 가해자인 B(14)군과 C(15)군을 만나 범행에 관한 얘기를 듣고 녹취했다. 당시 A씨는 지인인 남성 2명과 함께 원룸을 찾았다. 법정에서 튼 녹취에는 가해자들이 범행 등을 털어놓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피해자 오빠 A씨는 이렇게 증거를 모았는데도,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들은 부실 수사 의혹으로 현재 감찰받고 있다.범행을 부인하는 가해자 1명의 변호인은 이날 법정에서 A씨가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진술을 받았다면서 녹취 내용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가해자 측은 A씨와 지인들을 감금죄 등으로 고소하기도 했다. A씨가 동생의 성폭행 피해를 입증하기 위해 모은 증거가 불법적인지 아닌지가 이번 사건의 또 다른 쟁점이다. /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pkhh@kyeongin.com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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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길 지면기사
경기도와 더불어 전국에서 가장 큰 광역단체인 서울시가 돌연 수장을 잃었다. 그가 유명을 달리한 지 수일째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서울시를 이끌어온 그의 갑작스러운 부재가 한동안 서울시정 전반에 큰 혼란을 줄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이견의 여지가 없을 듯하다. 제로페이, 그린벨트 유지 등 '박원순표 정책'이 표류할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는 이유다.그에 앞서 부산시가 시장의 중도 하차 사태를 겪었다. 마찬가지로 굵직한 공약들이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부산시도, 서울시도 새 수장을 선출하는 내년 4월 보궐선거까지 권한대행 체제여야 한다. 내년에 선출된 시장이 새 체제를 꾸린다 해도 그다음 해 6월에 지방선거가 있는 만큼 불과 1년 뒤 다시 새로운 인사에게 자리를 넘겨야 할 수도 있다. 혼란은 애꿎게도 시민의 몫이다.수장의 공백을 우려해야 하는 것은 경기도도 예외는 아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명 도지사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가 사실상 마무리된 가운데 이르면 최종 선고가 16일, 늦어도 연내에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선무효를 결정한 항소심 판결이 흔들리지 않으면 전국 최대 광역단체인 경기도 역시 수장 부재에 따른 혼란이 불가피하다.지방자치체제가 단단해질수록 각 지방정부 수장의 리더십이 갖는 무게도 커지고 있다. 논란도 적지 않았지만 이 지사 취임 후 경기도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최근 정치권에서 '사냥꾼'으로 비유되는 이 지사의 행동력이 그 중심에 있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벌써부터 대선의 전초전이 될 내년 4월 보궐선거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 경우에 따라 사이즈를 한층 키운, '슈퍼 재보선'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차기 대선에 대한 표심의 향방을 엿보는 선거가 될 터지만 1천360만 도민의 혼란을 밑바탕 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극은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 /강기정 정치부 차장 kanggj@kyeongin.com강기정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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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직원의 하루 지면기사
얼마 전 의왕시내 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과 외부 관리업체 직원과의 마찰을 다룬 기사를 썼다.4년째 일하고 있는 직원에게 입주민대표들 중 회장이 업무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시말서 제출을 요구했다.직원이 이를 거부하자 본사에 그의 해임을 요구했다.대다수 입주민 대표들이 이를 만류하고 오히려 회장의 해임을 의결했다.그러자 회장은 직원에게 개별 업무일지 작성을 지시하고 한 달 치 월급 중 수당을 제하고 지급했다.이후의 사정을 들어보니 회장은 직원의 약 4년치 급여지급 근거자료를 모두 수집해 검토 중이라고 한다.기사를 읽은 분들 중에는 '기사에 나온 그 아파트가 혹시 내가 사는 아파트가 아니냐'고 묻는 이가 있었다. 혹은 본인이 사는 아파트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다며 몇몇 일화를 들려준 이도 있었다.괴롭힘과 갑질에 관한, 익숙한 스토리였다. 그날 유독 그런 이야기가 자주 눈에 띄거나 귀에 들렸다.신체적·정신적 폭행을 당해 몸이 상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렸다는 안타까운 소식은 이따금 뉴스에 실린다.그러나 폭행까지는 아니더라도, 해고까지는 아니더라도, 절망까지는 아니더라도, 아파트 내 근로자들에게 위협, 급여삭감, 모욕은 만연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워낙 만연했기에 출구를 찾지 못하고 극단으로 내몰렸던 몇몇 사례만을 우리는 이따금 듣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우울한 하루를 보냈다.엊그제 다시 만난 그 직원은 수당을 받지 못한 데 대해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냈다고 알렸다. 퇴사하라는 꾸준한 압박에도 잘 버티고 있다.그는 계약기간이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다.아무래도 두 달 후에는 일을 못하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그러나 버티는 것은 여러 입주민 대표들의 지지와 응원 덕분이라고 했다. 나에게도 고맙다고 했다. 그 날은 조금 씁쓸한 하루가 됐다. /민정주 지역사회부(의왕) 차장 zuk@kyeongin.com민정주 지역사회부(의왕)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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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반환점을 돈 지방의회, 정치력 빛내야 지면기사
지방의회가 소란스럽다. 임기를 2년씩 나눠 전·후반기로 운영되는 데, 요즘 새로 원 구성 작업 중이거나 원 구성을 마치면서 생긴 잡음이 정리되지 않아서다. 사례로 보자면 어느 시의회에선 현직 국회의원이 자신의 지역구 내 시의원을 의장으로 만들기 위해 시의회 의원총회 현장을 지켜 빈축을 샀다. 또 어떤 국회의원은 시의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돌려가며 누군가를 의장으로 '지명'해줬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다니다가 특정 시의원이 후반기 의장이 되면 좋겠다고 던진 가벼운 말 한마디가 실제 시의회 의장선거 결과로 이어지면서 지방의회의 위상이 꺾인 사례도 있다. 통상적으로 후반기 원 구성은 치열할 수 밖에 없다. 다음 선거에서 다시 시민들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의원들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빛내줄 자리가 필요하고, 재선에 뜻이 없다 하더라도 정치인으로서 화려한 경력으로 임기를 마무리하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 불가피하게 발생한 잡음이라 하더라도 집 안에서 정리돼야 한다. 한집에 사는 가족끼리 정리돼야 할 문제를 조율 못하고 서로 반목하는 일은 벌어져서는 안된다. 또 친정 식구의 권위에 기대어 원하는 걸 얻겠다는 심보는 버려야 할 것이다.자치분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힘을 얻고 있다. 현 지방의회는 임기 시작부터 닥쳐온 일본의 경제침략과 코로나19 등 여러 위기에서 지역 특성에 맞는 대응책을 제시해 시민들로부터 그 기능을 인정받아서다. 하지만 스스로 권위를 무너뜨리고, 의원 간 반목만을 되풀이한다면 후반기 지방의회는 시작도 하기 전에 제 기능을 못하게 되지 않을까. 원하는 바를 얻되, 양보할 것은 양보하면서 구성원을 통합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정치력을 돋보이게 하는 길이다. 시민들에게 그런 정치도 못하는 정치인을 배출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면 지방의회 무용론은 언제든지 다시 고개를 들 것이다. /김성주 정치부 차장 ksj@kyeongin.com김성주 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