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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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민심에서 격리된 정치와 총선 지면기사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국내 확진자 수가 8일 0시 기준 7천134명에 달한다. 국민의 관심이 '코로나19'에 쏠리자 신문과 방송 등 모든 언론의 기사도 코로나로 도배되고 있다. '확진 비상', '병상 부족', '기업 위기' 등 사회·경제분야 모든 이슈가 '코로나19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모습이다. 실상이 그렇다. 지역사회는 이미 '셧다운' 상태다. 마스크 한 장 구하자고 수십m를 늘어선 줄 만큼 문을 닫는 상점이 늘고,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기업들의 아우성은 커져만 가고 있다.그야말로 '국난'이다. 하지만 역사를 돌이켜볼 때 국난이 덮칠 때면 늘 희망도 그 크기를 불려갔다. 지금도 그렇다.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힘을 모아 슬기롭게 대처하자고 강조한다. 대구·경북을 찾은 자원봉사자, 어려운 소상공인의 임차료를 낮춰준 건물주 등 사례는 넘쳐난다.이처럼 국난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 국민이, 아이러니하게도 정치권에는 '희망'의 눈빛조차 주지 않는다. 불신만 남은 듯하다. 왜일까? 국정을 논할 국회의원 300명을 뽑는 총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관심도 없다. 왜일까?얼마 전 만난 한 택시운전자는 "코로나19가 우리를 병들게 하는 바이러스라면, 정치인은 국민에게 상처를 주는 혐오의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전파자"라고 비약했다. 또 다른 시민은 "그들이 던지는 막말이 혐오를 조장했고, 그들만의 정쟁이 정치로부터 관심을 멀게 했다"고 성을 냈다.이들은 선거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낙하산 공천이니, 진흙탕 싸움이니 하는 것들이 이 시국에 국민의 안전보다 중요한 것이냐"고 따졌다.물론 그들의 말이 정답이라고 할 순 없다. 그러나 "이럴수록 국민은 정치를 멀리할 게 아니라 참된 정치인을 뽑아 국정을 맡겨야 하는 것 아니냐"고 정치권은 반박하지 못할 듯하다.이것이 바로 '민심'이라서다. 정치권은 민심으로부터 스스로를 격리시킨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때다. 민심이 삐뚤어졌다고 생각하면 그것을 되돌리는 것도 정치권의 몫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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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청정 안산 지면기사
중국발 코로나19 확산세 속에서도 전국에서 중국인 등 외국인이 가장 많은 안산시가 공격적 방역과 행정으로 청정지역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까지 확진자가 없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안산시의 단호하고, 강력한 방역정책은 성공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안산시는 지난달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가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하면서 주민들의 공포가 확산되자 즉시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 24시간 총력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또 중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특성을 고려해 관련 수칙 등을 중국어와 다국어로 제작해 원곡동 등 다문화특구를 중심으로 게재했고, 코로나 선별진료소에 중국어 통역관을 배치해 신속한 진료와 검사를 돕도록 했다.특히 최근 대학교 개강을 앞두고 중국인 유학생들의 입국이 시작되자 기숙사 격리 등 강력한 관리를 시행하고 있다.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들을 대학 측과 공동으로 격리·관리하고, 외부에서 거주하는 중국인 등 외국인 대학생들은 시 공무원과 1대1로 연계해 자가격리를 진행하고 있다. 외부 격리중인 외국인 학생들은 안산시가 최소한의 생필품을 구매 대행해주면서 최소한만 이동할 수 있도록 효율적인 관리를 하고 있다.안산시 거주 국내 대학생들을 위해서는 올해 처음 실시하는 대학생 본인부담 등록금 반값 지원 신청을 우편으로 대체했다. 직접 신청도 가능은 하지만, 시는 시민불안 등을 감안해 우편접수를 우선 권고하고 있다.여기에 대구에서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안산시는 안산~대구행 시외버스 2개 노선의 운행을 중단시켰다. 논란의 여지는 있었지만, 안산시는 코로나 종료 시점까지 대구행 버스의 운행중단을 강행했다. 대구 이외의 타 지역을 오가는 모든 시외버스에 대해서도 살균소독을 진행하고, 전담 방역반을 투입해 버스터미널에 대한 방역을 매일 실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윤화섭 시장이 성포동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직접 방제복을 입고 방역활동을 벌이며 강력한 대응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김대현 지역사회부(안산) 차장 kimdh@kyeongin.com김대현 지역사회부(안산)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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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5살 의붓아들 살해 계부 재판 방청기 지면기사
5살짜리 의붓아들의 온몸을 1m 길이 목검으로 20시간 넘게 100여 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계부 A(27)씨에게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지난 26일 인천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고은설)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 때다.A씨는 의붓아들 B(사망 당시 5세)군의 손과 발을 케이블 줄과 뜨개질용 털실로 묶고 때렸다. 집 안 화장실에 성인 크기의 대형 개와 함께 감금한 상태에서 수시로 때리기도 했다. 이날 결심 공판에서 A씨는 아동학대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살인의 고의성은 없었고, B군의 사망 가능성도 예견하지 못했다고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지난해 11월부터 이어진 A씨의 재판은 꽤 시끄러웠다. A씨는 국선 변호인과 다퉜다며 재판을 미뤄달라고 요청하고, 마이크 사용 문제로 재판장과 맞서기도 했다. 검사와 재판을 방청하던 취재진에게 막말을 퍼붓기도 했다. 결심 공판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구형 전 피고인 신문에서 A씨는 인천지검 백상준 검사의 질문에 계속 "듣지 않겠습니다"를 반복하며 검사의 말을 막았다. 재판장이 나서서 "검사는 질문할 수 있다"고 제지할 정도로 신경질적 반응을 보였다. 앞선 변호인의 질문에는 내내 울먹이며 대답한 모습과 정반대였다.A씨는 최후 변론을 통해 "살인을 인정하게끔 하려면 제가 죽여야 할 목표나 계획을 확실히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또다시 살인의 고의성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A씨는 "첫째 아들이 제게 했던 첫말이 '아빠'였다"며 "지켜주고 싶었는데 말로 표현할 방법이 없고 평생 죄를 뉘우치고 사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앞서 백상준 검사는 A씨가 경찰 조사를 마치며 자필로 '조금이라도 선처를 바란다'고 썼다고 밝히며 "입으로만 하는 반성"이라고 지적했다.자신을 처음 만난 어린 의붓아들이 "아빠"라고 불러줘 뭉클했다는 A씨. 그의 최후 변론을 '악어의 눈물'처럼 느낀 건 기자뿐이었을까. /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pkhh@kyeongin.com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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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의원님들의 호출 지면기사
"오라 가라 하는 국회의원들 때문에 정말 죽겠습니다."최근 사석에서 만난 인천시 공무원 한 명이 푸념하듯 말했다. 이 직원은 4월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사업과 관련해 하루가 멀다 하고 사무실로 불러대는 통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특히 도로, 철도, 건설 분야 등과 관련된 직원들이 집중적으로 '의원님'의 호출을 받는다고 한다. 대부분 중앙부처에 가로막히거나 주민 간 갈등, 예산문제 등으로 제대로 진척되지 않는 사업의 해결 방안을 찾는다는 게 의원님들의 주된 호출 목적이다. 지역구 표가 걸린 문제다 보니 규정이나 현재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다그치는 의원들도 꽤 있다고 한다.선거 이전에는 현안 해결을 위해 만나달라 사정해도 시간이 없다고 차일피일 약속을 미루는 의원님들의 돌변한 태도에 인천시 직원들은 쓴웃음을 짓는다.인천시의 한 직원은 "의원들은 그동안 사업이 진행돼온 프로세스 등은 무시하고 어떻게든 선거 전까지 일이 잘 풀리는 것처럼 보이길 원한다"며 "의원들의 민원 대부분은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최근 모 국회의원은 지금까지 아무 문제 없이 운영됐던 인천시청 브리핑룸 규정을 개정, 정치인들의 공약이나 예비후보 출마 회견 등을 할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출입 기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의원님들이 진짜 기자회견을 할 때가 없어서 목소리를 냈는지는 알 수가 없다.4월 총선이 코 앞에 다가오면서 인천 지역 국회의원들의 이런 백태가 속출하고 있다. 시험도 미리미리 준비한 사람이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투표일이 가까워지면서 다급해진 현역 의원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이런 '벼락치기 공부'로 피해를 보는 건 결국 인천시민일 것이다. /김명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boq79@kyeongin.com김명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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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건보 특사경 도입될까 지면기사
지난해 12월말. 경기도민생특별사법경찰단(이하 도민생특사경)이 지난 2016년 3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요양병원 이름을 빌려 67억원대의 부당진료비를 챙긴 운영자 등 6명을 적발했다. 이른바 사무장병원의 피해사례다.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 곳간서 빠져나간 재정 누수가 지난 2018년 12월 기준 2조5천억원에서 2019년 12월 현재 3조2천267억원으로 증가했지만 환수율은 여전히 5%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특히 이 같은 재정누수를 막기 위해 공단에 조사권을 부여하는 특사경 도입을 위한 법안은 지난해 2월 더불어민주당 송기헌(강원 원주시을) 의원 등 11인이 발의했지만 쟁점 법안으로 분류, 23일 현재까지 국회(법사1소위)에 계류중으로 개정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의료계의 반대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지속적으로 "일방적으로 의료기관을 단속하고 경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보험자와 공급자의 관계를 왜곡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법률개정을 놓고 공단과 의료계가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사이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공단이 밝힌 재정누수 피해액 규모는 최근 10년간(2019년 12월 현재 기준) 1천611개 기관에 3조2천267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징수율은 고작 5.5% 수준이다. 공단도 특단의 조치를 새롭게 들고 나섰다. 특사경이 도입을 위해 수사권 오남용 방지대책 등을 내놓았다. 의료계의 반대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 될 수 있다는 공단 내부 평인데 개정이 될지는 미지수다.건보 특사경 도입에 대해 지난해 4월 취재에 나선 기자에게 공단의 한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도둑놈을 잡자고 만드는 법인데 도둑 입장에서 무조건 안된다는 논리는 잘못됐다. 그 피해는 보험가입자인 국민의 몫 아니겠냐"고. /김영래 사회부 차장 yrk@kyeongin.com김영래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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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30년 역사상 '최대 위기' 한중카페리 업계 지면기사
"25년 전 웨이하이(威海)에서 인천으로 오는 '황금가교'(골든브릿지)호의 기적 소리를 시작으로, 한중 간 새로운 우정의 항해가 시작됐다."2015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비즈니스 서밋 축사에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연설한 내용 일부분이다. 한중 수교보다 이른 시기에 한국과 중국의 바닷길을 이었던 한중카페리는 한중 교역의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인천항과 웨이하이를 잇는 한중카페리는 한중 수교가 되기 2년 전인 1990년 9월부터 운항을 시작해 올해 30주년이 됐다. 하지만 올해 초 불어닥친 코로나19 여파로 한중카페리는 30년 역사 중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코로나19 여파로 한중카페리 승객 운항이 전면 중단됐기 때문이다.여객 운송 중단으로 한중카페리 선사들이 현금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한중카페리 선사 직원들이 교대로 월차 휴가를 사용하면서 버텨내고 있다고 한다. 한 한중카페리 선사 관계자는 "'죽겠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며 "관광업 특성상 어쩔 수 없지만, 한중카페리는 내부적인 문제가 아닌 대외적인 문제 때문에 위기에 빠지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한중카페리 선사 관계자의 말처럼 한중카페리는 그동안 한국과 중국을 둘러싼 여러 대외 여건에 따라 승객의 증감이 반복됐다. 최근에는 2017년 중국 정부가 한국 단체여행을 금지하면서 승객이 절반 아래로 감소하는 사태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한중카페리업계는 이 같은 위기를 계기로 더욱 성장했다. 일례로 사드 여파를 극복한 지난해에는 오히려 예년보다 이용객 수가 더 늘었다. 이 기간 한중카페리는 더 큰 규모로 선박을 교체하거나 여러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관광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여파가 올해 3분기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객 운항 중단 조치가 해제되더라도 승객이 곧바로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중카페리 선사는 사드 여파를 극복하면서 더 단단해졌던 것처럼 이번 어려움도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회로 만들 것이라 믿는다. /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k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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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감염병 대응 강화, 의지만으론 안된다 지면기사
"메르스 이후 우리나라 감염병 대응 체계가 많이 좋아진 건 사실이지만, 아직 부족한 게 많다." 최근 만난 한 대학병원의 감염내과 교수는 이런 말을 했다. 5년 전 메르스 사태가 직후 정책적 보완책들이 다양하게 제시됐는데, 주요 과제 중 하나였던 '중앙 감염병 병원,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이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정부는 메르스 사태 이듬해인 2016년 중앙 감염병 병원,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을 지정·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신종 감염병 환자 등을 전담 치료하는 전문 시설과 설비를 갖춰 감염병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가 컸다. 정부는 우선 국립중앙의료원을 중앙 감염병 병원으로 지정했다. 이후 국립중앙의료원 이전 예정부지에 음압격리병상 등 관련 설비를 갖출 계획이었지만 주민 반대, 행정 절차 지연 등 요인으로 설립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도 국공립 의료기관 중 3~5개를 설립·지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역시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당시 질병관리본부의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방안을 위한 연구결과'를 반영하겠다고 했는데, 이 연구엔 "인천과 제주도에는 많은 외국인의 출입, 그리고 공중보건 위기 시 해외동포의 대규모 입국에 대비하기 위해 (감염병) 전문병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 교수는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이 지연되면서 감염병 확진자를 전국에 분산된 국가지정 음압병실로 여기저기 보내야 하는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정부는 '2015 메르스 백서'에서 "메르스 숙주는 낙타가 아닌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라고 한탄하며 보건의료체계 개선을 요구하는 보건의료정책 전문가들이 있다"고 메르스 유행과 같은 국가적 위기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코로나19의 유행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감염병에 의한 위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의지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현준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uplhj@kyeongin.com이현준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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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스토브리그 지면기사
"강한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우리는 서로 도울 거니까요." 지난 주말 종영한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마지막 내레이션이다. 드라마는 프로 야구의 한 시즌이 끝나고 다음 시즌이 시작하기 전까지 각 구단과 선수 간의 계약 갱신이나 트레이드가 이뤄지는 이른바 '스토브리그' 내용을 다뤘다. 드라마 내용은 수년째 꼴찌를 하던 프로야구팀 드림즈에 새로운 단장이 부임하고 다음 해 가을 야구에 진출하는 것으로 나름의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드라마는 야구를 모르는 사람들도 재밌게 봤다고 평가하는 이들이 많다. 그 흔한 남녀 간의 멜로도 없었지만 야구 이야기를 중심으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성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기 때문일 것이다.우리는 늘 '강한 사람', '최고'를 강요받고 있다. 억대 연봉을 받는 프로야구 선수뿐 아니라 최고가 아니면 기억되지 않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예전의 한 CF에서 '세상은 1등만을 기억한다'는 문구가 유행했고, 이에 반항(?)이라도 하듯이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는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누구나 알고 있듯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1등을 할 수는 없다. 사람들에 대한 평가는 절대평가이기는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과 비교되기 때문에 누군가는 1등을 하면 누군가는 2등, 3등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누군가 "당신은 지금 몇 등입니까?"라는 질문에 "1등이요"라고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또 어느 분야에서든 1등이 되면 인생 전반이 행복할까? 그 1등을 지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발버둥 치는 그 삶이 그 사람에는 지옥일 수도 있다. 사람은 혼자서만 살아갈 수 없다. 1등도 좋겠지만 서로를 도우며 함께 행복해지는 삶 그런 과정에서 우리는 더 행복함을 느끼지 않을까? 우리는 서로 도울 수 있으니까요. /최규원 지역사회부(오산) 차장 mirzstar@kyeongin.com최규원 지역사회부(오산)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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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주황과 오렌지 지면기사
"주황색 가로채기" "우리는 오렌지색, 조금 더 비비드하다"4·15 총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지난주, 여의도 정가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일 중 하나는 때아닌 '색깔론'이었다. 안철수 전 의원이 이끄는 국민당(현재는 국민의당)이 당의 상징색을 주황색으로 정했는데, 이를 수년간 사용해오던 민중당에서 색이 겹친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민중당은 공개적으로 국민의당을 비난하며 포기를 종용했지만, 국민의당은 "색에는 소유권이 없다. 색도 조금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주황색은 3년 전에도 '색깔론'의 중심에 있었다.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당색인 파란색을 앞세운 경선 후보들 틈새에서 지금은 경기도지사가 된 이재명 성남시장이 주황색 어깨띠를 두른 채 선 것이다. 주황색이 민중당의 전신인 민중연합당의 상징색이었기에 이 지사가 해당 정당과 손을 잡았다는 억측마저 제기됐다. '색깔론'에 이 지사 측은 2004년 우크라이나에서 대선 부정선거를 시민들이 바로 잡은 '오렌지 혁명'의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오렌지 혁명처럼 해묵은 권위주의와 적폐를 시민의 힘으로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주황색에 담은 것"이라는 게 당시 이 지사 측 설명이었다.총선이 가까워지면서 여의도 정가가 한층 복잡다단해졌다. 색깔 논쟁에도 불구하고 주황색을 앞세운 국민의당은 창당에 속도를 내고 있고 빨강(자유한국당)은 밀레니얼핑크(미래통합당)로 재탄생한다. 녹색(옛 국민의당)과 하늘색(바른정당)을 더해 탄생한 민트색(바른미래당)은 총선을 앞두고 연두색(민주평화당)·진녹색(대안신당)과 하나 되는 모습이다.정작 유권자들의 마음은 어느 색에도 기울어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문재인 정부 집권 후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무당층 비율이 가장 높다는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번 총선이 그들만의 색깔 다툼을 넘어 시민의 힘으로 낡은 것을 바꾸는 오렌지 혁명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전망은 아직 회색이다. /강기정 정치부 차장 kanggj@kyeong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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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가장 인천적인 것 지면기사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연일 화제다.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봉준호 감독의 수상소감이 인상적이다. 함께 감독상 후보에 올랐던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이 했던 말이라고 봉 감독이 밝혔다.기생충이 해외 영화제에서 연이은 승전보를 울리자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했던 백범 김구 선생의 '나의 소원'도 재조명받고 있다. 오랜만에 '백범일지'를 펼쳐봤다.'나의 소원'은 백범일지 끝에 붙어 있는데 백범은 저자의 말을 통해 따로 쓴 이유를 밝혔다. 백범은 그가 스스로 믿는 '우리 민족의 철학 대강령(大綱領)'을 적어 각자의 민족 철학을 세우는 데 참고하기를 바란다며 이 글을 썼다. 그가 저자의 말을 쓴 1947년은 해방 이후 좌우의 대립이 극심하던 시기였다. 그래서 "모스크바를 우리의 서울로"라는 구호와 "워싱턴을 우리의 서울로"라는 구호가 극렬히 대립했다. 백범 김구 선생은 여기에 대고 "우리의 서울은 오직 우리의 서울이라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스콜세이지 감독의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봉준호 감독이 해외 진출을 위해 서양·백인으로 대변되는 주류 문화에 편승해 영화를 찍었다면 지금의 성공은 어려웠을 것이다. 그가 수상소감에서 충무로를 제2의 할리우드로 만들겠다는 말을 했다면 우리 국민의 열렬한 지지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백범은 '높은 문화의 힘'이 다른 나라의 철학에 끌리고, 저 민족의 철학에 끌려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인천시가 최근 500억원이 걸린 국내 최초의 '국제관광도시' 타이틀을 부산에 내주었다. 영종도를 '제2의 라스베이거스'로 만들겠다는 등의 휘황찬란한 계획이 있었지만,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흔들지 못한 것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인천의 인물이기도 한 백범 선생이 있었다면 "우리의 인천은 오직 우리의 인천이라야 한다"고 했을 게 분명하다. 가장 '인천적'인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김민재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