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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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조현병 지면기사
뜻도 모르고 하는 말을 들어주기란 역겹다. 어제 아침에도 TV에선 '검찰이 아무개 소환일자를 조율 중' '미국이 미·중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 중' 따위 말이 들렸다. '조율'이 뭔가? 악기의 소리를 표준음에 맞게 고르는 조음(調音)이 '調律'이고 오케스트라 막이 오르기 직전 무대 뒤에서 삑 빽 뿡 빵 음을 조정하는 게 조율이다. 律은 '법률 률'자지만 '音'이라는 뜻도 있어 '율려(律呂→音律)'라는 말이 바로 그것이고 예부터 음의 고저를 결정하는 표준으로 육률(六律)과 육려(六呂)가 있다. 그런 '조율'이라는 말이 엉뚱하게 잘못 쓰이고 있는 거다. 검찰이 아무개 소환 날짜를 조율하고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하다니! 조율이 아니라 '조정(調整, 調定)'과 '조절'이 적절한 말이다. 중국어엔 '조해(調解:탸오지에)'라는 말도 있다. 조정하고 중재한다는 뜻이다.또 하나 잘못 쓰이는 말이 '조현병(調絃病)'이다. 어제 TV에서도 조현병 환자에 의한 살인 참극이 끊이지 않는다고 했고 엊그제 동네 여자아이(8)를 자기 집으로 유인해 살해, 시신훼손까지 하고서도 죄를 모르는 인천의 17세 김 모 양도 조현병이라는 거다. 작년 5월 서울 강남역 부근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을 살해한 34세 청년도 같은 병이었고…. 조현병이 대체 무슨 병인가. TV에선 '환자의 정신상태가 현악기처럼 조율이 안 되는 증상'이라고 했다. 그 말대로 현악기 음률을 고르는 게 調絃이다. 絃은 악기의 줄이지만 '시위 현'자다. 활시위 弦(현)과 같은 글자다. 활시위가 너무 팽팽해도 느슨해도 안 되듯이 현악기 현도 같다. 그런데 그런 '調絃'에 어떻게 '病'자가 붙는가. 조현병이 아니라 '조현불능병, 조현불가증'이다. 정신분열증이 '조현병'으로 병명이 바뀌었다는 건 난센스다.세상은 정신질환자로 넘쳐난다. 정신병 인정 범위가 그만큼 넓기 때문이다. 북한 사이비 종교 광신도는 거의가 정신적 외상인 트라우마(trauma) 환자고 끝도 없이 중얼거리는 '정신적 반추(rumin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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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수첩공주' 지면기사
도쿄신문이 지난 1일 '수첩공주(手帳姬)' 기사를 실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된 주요 죄목이 삼성그룹 등 재벌 관련 뇌물죄고 그 결정적 증거가 바로 대통령 비서관의 수첩 기록이었다는 거다. 박(근혜) 용의자는 대통령이 되기 전 평소에도 회의나 면담 때마다 그 내용을 깨알처럼 수첩에 적는 습관이 있어 '수첩공주'라 불렸고 그런 습관을 이미 직권 난용(亂用→濫用)죄 등으로 기소된 안종범 전 대통령부(府→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 등이 그대로 따라해 열심히 메모해 왔다고 했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 구속영장이 각하됐다가 다시 발부된 것도 39권에 달하는 안종범 메모 수첩이 증거였다는 거다. '그러니까 수첩공주는 스스로 자신의 목을 맨(자기 도끼에 발등 찍힌) 결과를 불렀다'고 그 신문은 평했다. 그런데 구치소 수첩공주의 심경은 지금 어떨까.아사히신문은 또 지난달 7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1인족(一人族)의 선구자'라고 했다. '나 홀로 족' 선구자라는 거다. 요즘 한국에선 혼자서 파푸(밥)를 먹는 '혼파푸族'은 물론, 혼자서 수루(술)를 마시는 '혼수루족' 등 신조어가 생겼다고 했다. 그뿐 아니라 혼자 요헹(여행)하는 혼헹족, 홀로 캰푸(캠핑)하는 1인족을 위한 비지네스(비즈니스)도 성업 중이라는 거다. '한국의 취직 사이트 죠부(Job)코리아가 작년 12월 성인남녀 1천884명을 대상으로 1인 생활이 좋은 이유를 물었더니 40.6%가 타인 의식 없이 100%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라고 답했다'고 덧붙였고. 박근혜가 '나 홀로 족 선구자'라면 평소의 '나 홀로' 단련으로 수인(囚人)번호 503번 생활도 그리 외롭지 않을지도 모른다. 뉴욕타임스도 지난 1일 '한 끼 1,140원짜리 음식과 차디찬 마루방 매트리스의 감옥생활이 시작됐다'고 했지만.오늘 구치소 첫 검찰 조사다. 중국 CCTV도 어제 '한국 검찰, 박근혜 전 대통령 체포 후 첫 조사(韓檢方 朴槿惠前總統 拘捕后首次調査)'라고 전했다. 이제 곧 재판에 넘겨진다면 처벌은 어느 정도일까. 뇌물죄가 확정된다면 중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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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미치광이 김정은 지면기사
엊그제 미국 의회에선 '김정은이 미치광이(狂人)'라는 견해로 갑론을박을 벌여 강경파 의원 전원이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는 뉴스다. 궁핍한 인민을 강제노역에 내몰고 이복 형 등 가족까지도 무자비하게 살해하는 등 인권말살에다가 6차 핵실험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준비에만 미쳐 있는 김정은을 미국 의원들은 'maniac(미치광이), madman(미친 인간), crazy fat kid(미친 뚱보 아이), insane man(정신 빠진 사람)' 등 맹비난했다는 거다. 가장 관용적인 의원은 '미친 건 아니지만 미치광이 이론(madman theory)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라고 했고…. 그런데 그 미치광이를 떠받들어 맹종(盲從)하는 광신도들 광기는 또 어떤가. 하긴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치도 중국은 '미친 정치(狂政:쿠앙정)'라고 비하했고 매티스 국방장관 별명도 '미친 개(rabid dog)'였다지 않던가.역사 속 광인도 흔했다. 나치스 히틀러부터 광기 뻗친 광인이었고 연산군은 자다가도 정원으로 뛰쳐나가 괴성을 질러댔다. 모차르트도 폭음에다 광기가 번뜩였고 네덜란드 화가 고흐(Gogh)는 미쳐서 스스로 귀를 자르는가 하면 결국 자살했다. 노르웨이 화가 뭉크(Munch)의 '절규(The Scream)' 또한 광기의 표출이었다. 김동인의 단편소설 '광염(狂炎) 소나타'나 헝가리 광시곡(狂詩曲), 스페인 광시곡 광상곡(狂想曲)만 해도 '미칠 狂'자의 광시, 광상 아닌가. 그런데 광기와 우울증이 예술가의 창조적 천재성과 깊은 관련성이 있다는 건 거의 정설이다. 미국의 인지(認知) 과학자 스코트 카프만, 오스트리아 그라츠(Graz) 대학 정신과학자 안드레아스 핀크, 스웨덴 카로린스카 연구소의 시몬 크야가 등의 최근 연구 발표만 봐도 광기와 창조적 천재성과는 DNA 등 깊은 연관성이 있다는 게 공통적 결론이다.하지만 천재든 아니든 독재자가 미치면 사정은 전쟁의 광기로 표출된다. 미 의회 의원들이 염려하는 것도 '일반 정상인이 핵무기를 함부로 사용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지만 김정은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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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바른정당 미스터리 지면기사
합리적 보수 거듭나겠다는데 배신자 규정정치인들이 자신의 행위에 책임져야 하듯유권자도 제대로 된 정치위해 책임을 지자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의혹 제기는 숱하게 있었지만, 그 증거가 세상에 알려진 건 JTBC의 태블릿PC 보도가 최초였다. 더 이상 발뺌할 수 없었던 대통령은 그 다음 날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립니다"며 올림머리를 숙였다. 그날부터 언론은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한다. 기삿거리는 차고 넘쳤고, "최순실이 이런 일도 했다니!"라며 놀라는 일이 거의 매일 벌어졌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국민들은 국정농단의 공범인 박근혜를 더 이상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었기에, 광장으로 나가 대통령 탄핵을 외쳤다. 이 외침에 놀란 국회는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한다. 문제는 의석수였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의석수를 모두 합쳐도 탄핵안 가결에 필요한 200석에 미치지 못했기에,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에서 이탈표가 나와야 했다. 최순실게이트에 새누리당이 책임질 부분도 많았으니,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새누리당도 탄핵안에 찬성하는 게 옳았다. 그렇게 함으로써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건전한 보수로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 정치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었다. 하지만 새누리당을 장악한 친박세력은 전혀 그럴 뜻이 없었던 모양이다. 소위 비박세력의 도움으로 탄핵안이 통과되긴 했지만, 친박들은 여전히 대통령을 싸고돌며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은 추태를 일삼았다. 제정신이 박힌 의원들은 결국 새누리당을 나와 새로운 당을 만드는데, 그게 바른정당이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맹활약한 이혜훈·장제원·김성태· 하태경이 포진한 바른정당, 김진태와 성주의 이완영이 있는 새누리당, 구성원의 면면으로 보면 후자의 몰락은 시간문제로 보였다. 추가 탈당이 이어지지 않는 바람에 바른정당의 의석수는 33석에 그친 반면 새누리당, 즉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의석수 93의 거대정당이다. 게다가 바른정당의 지지율은 창당 초기보다 오히려 떨어졌는데, 현재 4.9%의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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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스타크래프트의 귀환 지면기사
전쟁에서 '3'이라는 숫자는 참 매력적인 수(數)다. 마치 '가위·바위·보'처럼 균형과 견제를 절묘하게 맞출 수 있어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는 물고 물리는 장기전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원리를 극대화한 컴퓨터 게임이 바로 스타크래프트(Star Craft)다. 1998년 발매된 이 게임의 배경은 먼 미래의 우주로, 지구에서 버림받은 범죄자 집단인 테란(Terran)과 집단의식을 가진 절지동물 저그(Zerg), 고도로 발달한 외계 종족인 프로토스(Protoss) 사이의 전쟁을 다루고 있다. 그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놀라운 전투화면과 절묘한 균형 때문에 스타크래프트 CD는 전 세계에서 1천만 장 이상이 판매됐으며, 이 중 40%인 450만장이 한국에서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한국 게임사는 단연코 스타크래프트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그전까지 게임하는 아이들은 '공부 못하는 아이'라는 낙인이 찍혔고, 게임 하는 어른들은 "애들처럼 게임이나 하느냐"며 핀잔 듣기 일쑤였다. 스타크래프트의 출현으로 인해 초고속 인터넷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PC방이 노래방 개수를 추월하기에 이르렀다. 프로게이머가 생겨났고, 장기나 바둑처럼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중계하는 전용 방송사까지 생겨났다. 게임 하나로 인해 엄청난 경제적, 문화적 파급 효과를 일으킨 것이다.그런 스타크래프트가 발매 19년 만에 초고화질(UHD)판으로 돌아온다. 미국 게임사인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최근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올여름 출시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리마스터 버전은 18 대 9 와이드 스크린이 가능한 4K UHD 지원, 한글패치 대신 정식 한국어 지원, 음향 성능 향상 등으로 기존보다 생생한 전투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이 소식에 30~40대 게임 마니아들은 요즘 밤잠까지 설치며 인터넷 상에서 스타크래프트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있다.그렇다면 한 시대를 풍미했던 프로게이머들은 요즘 무엇을 하고 있을까? '테란황제' 임요환(37)과 '폭풍저그' 홍진호(35)는 방송인으로 변신해 맹활약 중이고, '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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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2만7천500$ 지면기사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2만7천500 달러로 2만 달러 대에서 허우적거린 지가 10년째인데도 아직도 3만 달러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왜 3만 달러 선이 선진국 여부 바로미터인가. 금년 1월 현재 1인당 국민소득 랭킹 10은 1위가 룩셈부르크로 10만6천 달러고 2위가 리히텐슈타인 9만 달러, 그리고 스위스(8만)→노르웨이(7만2천)→모나코(7만)→아일랜드(6만6천)→카타르(6만1천)→아이슬란드와 미국이 5만8천, 덴마크가 5만4천 달러 순이다. 그렇다면 스위스~오스트리아 사이의 인구 9만인 입헌군주국 리히텐슈타인도 선진국이고 1.5㎢ 국토에 인구 7만인 모나코와 1만2천㎢의 석유 생산국 카타르도 선진국인가. 기타 이탈리아 반도 중부 산마리노(San Marino)와 유럽 남서부 안도라(Andorra) 등 소국도 국민소득은 높다. 그들 나라도 선진국이고?헷갈리는 게 있다. GNP와 GDP, GNI의 구별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바로 GNI(Gross National Income)라는 것이고 국민총생산이 GNP(Gross National Product), 국내총생산이 GDP(Gross Domestic Product)다. GNI는 일정기간 생산한 총 부가가치를 시장가격으로 평가해 합산한 소득지표고 GNP는 거주하는 나라에 상관없이 대한민국 국민의 생산 활동이다. GDP는 내국인 외국인 할 것 없이 대한민국 안에서 이뤄내는 생산 활동을 뜻하고. 그런데 우리는 왜 GNI 3만 달러 아래 중진국 함정에 빠져 있는가. 오랜 경제 불황 탓이다. 소득이 줄어 위축된 소비가 기업의 투자와 고용 저하로 이어지고 다시 소득 감소로 돌아오는 악순환에 빠져 있는 거다. 가계 빚만도 1천344조원으로 늘었고. 그런데 괴이한 건 주식시장의 상승하는 코스피 지수고 미국의 금리가 올랐는데도 환율은 하락하는 거다. 부자들과 대기업은 투자를 꺼려 돈을 쌓아 두고….총체적 위기다. 경제가 그런 데다가 OECD 국가 중 최저 출산율로 인구절벽이 코앞이고 노인 자살률 또한 부끄러운 세계 1위인 데다가 극심한 안보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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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중국인, 중국먼지 지면기사
사드 보복의 중국인이 얼마나 더티하고 쩨쩨한지, 비근한 예가 있다. 베이징의 톈탄(天壇)공원 화장실 화장지가 자꾸만 없어지자 공원 관리소가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사용자의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를 컴퓨터에 도입, 매회 화장지 한 장씩만을 사용토록 했다는 거다. 만약 같은 사람이 한 장을 더 필요로 할 경우 9분을 기다려야 한다고 지난 21일 CNN이 보도했다. 죄 없는 롯데에 대한 사드 몽니를 넘어 한국인 전체를 배척하는 그들의 2중 인격은 또 어떤가. 아시아판 다보스 포럼인 중국 보아오(Boao→博鰲:박오) 포럼이 지난 25일 베이징서 개막됐다. 그런데 쩡페이옌(曾培炎) 보아오 부위원장은 태연자약하게도 '더 역동적이고 더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 글로벌화를 공동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시진핑 주석의 언사가 그랬고 쩡페이옌이 그 연설문을 대독한 거다.시 주석은 보아오에 보낸 그 축전 연설문에서 한술 더 떠 '미국(트럼프)의 보호주의에 맞선 중국의 개방성'을 강조했고 장까오리(張高麗) 부총리도 연설에서 "중국 내 외국 기업은 자국 기업과 동등하게 대우받을 것"이라며 중국이 자유무역 수호자임을 자처했다. 그런 중국이 한다는 짓이 중국 내 롯데마트를 깡그리 폐쇄하고 롯데과자 눈깔사탕까지 수입을 막는다는 건가. 더구나 한국 관광 금지와 한국인 배척운동까지…. 그들의 두 얼굴 작태가 얼마나 한심한가. 게다가 중국발 미세먼지가 세계 최고 수준급인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82.1세)을 깎아내릴지도 모른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엊그제 또 우려했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죄야말로 막중하다. 촛불은 당장 그쪽부터 겨눠야 하고 국가 차원의 피해배상이라도 청구해야 옳다.그들은 먼지를 '진토(塵土:천투)' 또는 '진애(塵埃:천아이)'라 하고 '티끌 塵'자도 小 밑에 土가 붙은 간자(簡字)를 쓰지만 중국 쪽 '저 풍진'이 '이 풍진'으로 날아드는 건 참을 수 없는 고통이다. 부정맥 심근경색 동맥경화 고혈압 폐암에다 치매까지 유발한다는 게 중국 발 미세먼지다. 지겹다. 요새 매일같이 고통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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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오바마 ↔ 박근혜 지면기사
오바마와 박근혜 처지가 극과 극이다. 오바마는 지금 맨발로 구름 위를 사뿐사뿐 걷는 기분일지도 모른다. 유토피아, 무릉도원 체험이 한창인 거다. 대통령 중책, 트럼프 진영 도청 의혹, 의료제도 개혁 폐지 움직임 등 세속의 고뇌를 지난 1월 퇴임과 함께 훌훌 벗어던진 채 먼저 캘리포니아 주로 날아갔다. 일광욕과 골프를 즐기고 카리브 해의 영령(英領) 버진(Virgin)제도에서는 절친한 영국 실업가 리처드 브랜슨과 해양 서핑을 만끽하기도 했다. 뉴욕에선 브로드웨이 극장의 인기 록 밴드 U2의 보노와 오찬도 즐겼고 지난 중순엔 중부 네브래스카 주에서 원로 저명 투자가 워런 버핏과 오찬 후 다시 캘리포니아 주를 거쳐 하와이로 날아가 골프를 쳤다. 지난주엔 태평양 불령(佛領) 폴리네시아의 테티아로아(Tetiaroa) 섬으로 갔고…. 거기가 어딘가. 수려(秀麗)의 극치, 천국에 가장 가까운 섬이 바로 테티아로아고 미국 영화배우 말론 브란도(2004년 80세 별세)의 섬이다.말론 브란도는 1960년 영화 '바운티호의 반란(Mutiny on the Bounty)'을 타히티 섬 북측의 바로 그 테티아로아 섬에서 촬영했고 그 섬에 홀딱 반해 1966~67년 두 차례에 걸쳐 섬 전체를 사들였다. 그리고 대 만족, 1994년 출간된 그의 자서전에 적었다. '테티아로아! 기대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멋진 섬'이라고. 오바마가 그 섬에 한 달간 머물 예정이다. 그 섬의 유일한 호텔인 '더 브랜드(브란도)'는 숙박비가 1박에 2천 달러(약 220만원)다. 지난달 미국 출판사 펭귄랜덤하우스와 자서전 출판 계약금만도 6천만 달러(약 680억원)를 받은 오바마 부부에게는 한 달 호텔비 6만 달러쯤이야 새 발의 피일지도 모른다. 프랑스에선 또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모시자는 서명운동까지 벌어지는 판이다.그런 오바마와는 딴판인 박근혜는 지금 뭔가. 현직 대통령의 탄핵 파면만도 정신적인 극형 선고를 받은 격이거늘 어서 구속하라는 촛불 아우성과 함께 구속영장까지 청구됐다. 야당의 모 대권 경쟁자는 '박정희 묘 옆에 무덤을 파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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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인양된 세월호 지면기사
세월호를 미국에선 Sewol ferry, 일본에선 세우오루號, 중국은 歲月號로 적지만 세월호는 '가는 세월, 유수 같은 세월…'의 그 세월이 아니라 '世越號'였다. '世越'이 무슨 뜻인가. '세상을 넘는다, 초월한다'니까 죽는다는 소리다. 그런 배는 타지 말았어야 했다. 차라리 미인의 눈썹 같은 '細月'이었더라면 어땠을까. 요새 인양 관련 용어도 무슨 뜻인지 알고 듣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정조(停潮) 때'는 수위 변동이 없는 때, '소조기(小潮期)'는 작은 조기가 아니라 조수의 흐름, 곧 간만(干滿)의 차가 가장 작은 때다. '묘박'은 닻을 내리고 머무는 錨泊, '고박'은 단단히 묶는 固縛이고 선미 램프(船尾 ramp)는 자동차가 드나들도록 배 아래쪽에 혓바닥처럼 내민 장치다. 바지선(barge船)은 밑바닥이 편평한 화물운반선, 반잠수선(半潛水船)은 절반이 물에 잠긴 Semi submersible ship이고….봐도 못 보면 문맹이고 들어도 못 들으면 문롱(文聾)이다. 진도 그 곳 고유명사는 어떤가. 팽목항의 팽목이 '彭木'이라면 중국 쓰촨(四川)성에 팽현(彭縣)이라는 고장이 있듯이 彭은 '땅 이름 팽'자다. 진도군 조도면은 '鳥島面'이고 세월호를 집어삼킨 그 거칠고 사나운 물길인 맹골수도는 '孟骨水道'다. 그러나 바위가 거친 섬이라면 猛이 합당한 글자다. 동거차도(東巨次島) 서거차도도 '동 거차도' '서 거차도'로 떼어 발음해야 옳다. 어쨌든 만 3년 만에 인양된 세월호 잔해라니, 만시지탄이 있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세월호를 인양해 준 회사는 2015년 6월 '중국판 세월호' 둥팡즈싱(東方之星)호를 양쯔(揚子)강에서 인양한 상하이 샐비지(Salvage)다. 그 '동방의 별'은 승객 458명 중 겨우 12명만 구출됐고 세월호처럼 선장은 기관장과 함께 탈출했지만 신기하게도 중국은 그 후 조용하고도 고요했다.이제 세월호는 목포신항으로 옮겨지는 일만 남았다. 수습 안 된 9구의 시신부터 가족 품으로 돌아가기를 바라고 갖은 악성 루머와 화물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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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로큰롤의 대부 척 베리 지면기사
1985년에 개봉한 SF 영화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를 보면 주인공인 '마티(마이클 J. 폭스)'가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전 과거(1955년)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다. 미래에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될 사람이 한 악당의 방해로 사귀기 어렵게 된 것. 만약 두 사람이 맺어지지 못한다면 마티 자신도 태어날 수 없게 돼 절명의 위기에 빠진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은 댄스파티에 참가해 성공적인 첫 데이트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축하하기 위해 마티는 무대에 올라 일렉트릭 기타를 들고 신나는 로큰롤 곡을 연주하게 되는데 그 곡이 바로 'Johnny B. Goode'이다. 그 당시로선 상상할 수도 없었던 파격적인 곡을 선보이자 밴드의 멤버 중 한 명이 어딘가에 전화를 건다. 그리고는 "척(Chuck)! 자네 새로운 사운드를 찾고 있었지? 이걸 들어보라고…" 하며 수화기를 통해 마티의 연주와 노래를 들려준다. 여기서 등장하는 '척'은 로큰롤의 대부 척 베리(Chuck Berry)를 말한다. 말하자면 척 베리가 미래에서 온 아마추어 기타리스트의 연주를 우연히 듣고 로큰롤의 명곡인 'Johnny B. Goode'을 만들게 됐다는 재미있는 설정인 것이다.1926년 세인트 루이스의 한 성직자 가정에서 태어난 척 베리는 로큰롤의 개척자로 꼽히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위대한 기타 연주자였다. 청소년의 삶에 중점을 둔 작사와 기타 솔로, 쇼맨십을 통해 록 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사실 비틀스가 무명시절에 연주했던 곡들 대부분이 척 베리의 것이었다. 그는 고교 재학 당시에는 무장강도 혐의로 소년원에 가기도 했고, 1950년대 말에 여러 히트곡을 발표하며 영화 출현, 스타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등 인생의 굴곡도 많았던 사람이다. 1984년에는 그래미 평생 공로상을 수상했고, 1986년에는 레이 찰스, 제임스 브라운과 함께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지난 18일 90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국내외 대중음악계에서는 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