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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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592억 뇌물죄 지면기사
일본 언론이 이달 초 '수첩공주(手帳姬)' '1인족(一人族→나홀로족)의 선구자'라고 보도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돼 구치소에 수감된 지 17일 만인 17일 정식기소, 재판 절차만 남겼다. 핵심 죄는 삼성, 롯데 등 재벌들로부터 받은 592억원의 뇌물이라고 했다. 그밖에도 최순실 개인회사 등에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와 최씨에게 공무상 비밀문건 47건 제공 등 혐의가 모두 18가지란다. 그런데 왜 박근혜 재판을 대선 후로 미루는 건가. 대선은 대선이고 재판은 재판이거늘 그건 사법 독립성 훼손과 모독 아닌가. 어쨌건 재판 과정에서 592억원 뇌물이 사실로 확정될 경우 확 까무러칠 사람은 김영란법의 김영란이 아닐까. 공직자는 3만원 이상 식사, 5만원 넘는 선물만 챙겨도 걸려든다는 판에. 부산 건설업체 LCT로부터 50억원짜리 수표를 뇌물로 받아 작년 12월 구속된 전 청와대 정무수석 현 모씨라면 또 어떨까. '592억원! 별것도 아닌데!' 할지도 모르고….592억원 뇌물죄 등 18가지 죄목의 박근혜와 연루된 구속자만도 42명이란다. 하지만 박근혜 죄가 대한민국과 국민에 끼친 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대한민국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국격(國格)을 여지없이 땅바닥에 떨어뜨린 죄, 전 세계 외신에 흥밋거리 기사 감을 왕창 제공한 죄, 탄핵(3월 10일)으로부터 60일 이내에 보궐대선을 치르도록 함으로써 대 정치적 혼란을 일으킨 죄, 그리고 전 국민을 오랜 기간 창피하게 만들고 실망 분노 낙담 좌절 한탄케 하는 '大恨民國'으로 만든 죄, 침체된 분위기가 경제까지 덮쳐 숱한 실업과 파업, 파산 등 '恨國 窮民(한국 궁민)'으로 몰아간 죄 등은 상상조차 버겁다. 그 592억원 뇌물죄로 최종판결이 날 경우 형량은 무기 등 중형이 될 거라는 게 법조계 예상이다.중국에선 1억 위안(약 170억원) 이상 뇌물죄는 사형이고 그 집행도 지체하지 않는다. 시장 부시장이 뇌물죄로 사형집행을 당한 예도 여러 명이다. 나지브 라자크(Najib Razak) 말레이시아 총리의 7억 달러 뇌물수수 의혹이 제기된 건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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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트럼프 독트린 지면기사
'미국 제일주의'라는 트럼프의 강력한 주의(主義) 주장이 '트럼프 독트린(doctrine)'으로 굳어지는 추세다. 미국 대통령 독트린은 전통으로 이어진 지 오래다. 1947년 트루먼 독트린은 소련에 대한 강력한 외교정책이었고 1957년 아이크(아이젠하워) 독트린은 과감한 중동정책이었다. 1970년 닉슨 독트린은 또 미국의 평화전략이었고 조지 부시 독트린은 2001년 9·11 테러 후 대(對)아프가니스탄·이라크 등 선제공격 전략이었다. '먼로 독트린'도 있었다. 미국 여배우 마릴린 먼로가 아니라 제5대 대통령 제임스 먼로(Monroe)의 식민지화 반대와 내정불간섭 원칙주의였다. 그런데 트럼프 독트린은 강력한 실행이 특징이다. 엊그제 아프가니스탄 동부 IS 근거지에 강력한 폭탄 GBU-43을 투하하자 워싱턴포스트가 14일 즉각 'Can He Do That(그는 그걸 할 수 있다)'고 강조했듯이 대북 선제공격도 예외가 아니라는 거다.미군이 아프가니스탄 IS를 때린 폭탄은 별칭이 MOAB(mother of all bombs)―'폭탄의 어머니'로 한 방에 반경 500m 사방이 박살이 난다는 거다. 그런데 왜 '폭탄의 두목'도 아닌 '폭탄의 어머니'인지는 몰라도 그걸 실전에 처음 사용케 한 것도 트럼프 독트린이다. 그 1주일 전 미·중 정상회담 때는 '시진핑아 보라!'는 듯 시리아 공군기지에 토마호크 미사일(59발) 공격 명령을 내렸다. '한다면 한다'는 그 강력한 트럼프 독트린이 '앨라이(ally→동맹) 독트린'으로도 이어질까. 다시 말해 대북 선제공격도 가능할까. 16일 한성렬 북한 외무성 부상(차관)은 AP통신 인터뷰에서 흰소리 땅땅 쳤다. 'Ready for war if Trump wants it(트럼프가 원한다면 전쟁 준비는 돼 있다'고. 그는 그 이틀 전 일본 오키나와 카데나(嘉手納) 미공군기지에 4열종대로 늘어선 신예 전투기 편대 위용을 봤을까.하지만 트럼프 독트린이 중국이라는 장벽도 넘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저께 펜스(Pence) 미 부통령을 따라온 백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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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북한 태양절과 미사일 지면기사
북한이 왜 탄도미사일을 김일성 생일인 그저께가 아닌 어제 쐈을까. 만약 발사에 실패할 경우 축포가 아닌 '화포(禍砲)'가 될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나 다를까 실패했다. 그런데 김일성 생일이 언감생심 감히 '태양절'이다. 예수교 신도들에겐 12월 25일이 성탄절이고 불교 신자들에겐 음력 4월 초파일이 부처님오신 날 성탄절이듯이 김일성교 신자들에겐 그의 생일인 4월 15일이 성탄절이다. 그것도 보통 성탄절이 아닌 태양절인 건 예수 석가모니 공자 마호메트보다도 김일성이 더 위대하다는 뜻일 게다. 하기야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생일도 성탄절 반열에 올랐다. 그 신도들이 2012년 2월 24일 뉴욕 5번가에서 첫 잡스 성탄절 행사를 요란스레 벌였기 때문이다. 아무튼 김일성보다 위대한 위인은 역사상 없다는 게 김일성교 신도다. 사망 120만, 부상 300만~400만 명의 6·25전쟁을 일으킨 전범 김일성이 그들의 태양이라는 거다.'죽은 자식 나이 세기'라고 했다. 쓸데없는 짓거리다. 그런데도 해마다 김일성 태양절엔 광란의 축제가 요란하기 짝이 없다. 이번엔 김일성광장 군사퍼레이드까지 벌였고 밤엔 불꽃놀이까지…. 도대체 그 비용이 얼마나 될까. 중국에선 매년의 생일을 '작은 생일(小生日:샤오성르)' 또는 '흩어진 생일(散生日:산성르)'이라 하고 영어 big four(40세) big five(50세)처럼 10단위 큰 생일을 '정생일(整生日)' 또는 '정수(正壽)'라고 한다. 축하 의의가 더 크다는 거다. 그들은 '음수(陰壽:인서우)'라고 해서 저승의 부모 생일까지 챙긴다. 김일성 태양절 등 성탄절이 모두 '음수 축일' 격이다. 1994년 82세에 사망한 김일성은 2002년 생일이 90세 음수 태양절 하고도 整生日 正壽였다. 그날 기념금화 은화를 발행했고 중국은 5천만위안(약 80억원)의 축하금을 보냈다. 100세 생일엔 얼마를 보냈을까. 이번 105세 태양절엔 중국이 어떻게 했을까. 그 요란한 축하 행사를 CCTV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이 상세히 보도만 했을까 아니면 은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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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성명학과 훈민정음 해례본 지면기사
사람은 누구나 좋은 이름을 갖기 원한다. 예전엔 항렬 등을 따져 한자에 밝은 집안 어른들이 신생아의 이름을 짓곤 했지만, 요즘은 종교에 상관없이 작명소를 찾는 부모들도 많아졌고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하거나 부모들이 직접 성명학을 공부해 짓는 경우도 있다. 성명학 이론은 학파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 주류를 이루는 것은 한자와 한글의 오행(五行)을 따져 짓는 방법이다. 그러니까 일단 신생아의 사주를 오행으로 분석한 후 넘치거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주는 방법이다. 가령 어떤 아이가 한 여름에 태어나 화(火) 기운이 넘친다면 열기를 식혀줄 수(水) 기운이나 열기를 빼주는 토(土) 기운이 담긴 글자를 이름으로 쓰는 것이다. 반대로 목(木) 기운이나 금(金) 기운이 부족하다면 오행상 그것이 포함된 글자를 넣어서 중화(中和)를 맞춰주는 것이 성명학의 핵심이다.하지만 시중에 돌아다니는 작명책은 한글의 오행이 엉터리로 표기돼 있는 것이 허다하다. 현재 역술계에서 유통되는 상당수 작명책에는 'ㄱ(木)·ㄴ(火)·ㅇ(土)·ㅅ(金)·ㅁ(水)'으로 표기가 돼 있다. 이는 신경준이 1750년(영조26)에 작성한 '훈민정음운해(訓民正音韻解)'라는 책에 그렇게 표기돼 있고, 1938년 조선어학회에서 이를 단행본으로 만들어 공개하면서 이런 이론이 굳어지게 됐다. 그런데 1940년 훈민정음 해례본(간송본)이 안동에서 발견됐는데 여기에는 'ㄱ(木)·ㄴ(火)·ㅇ(水)·ㅅ(金)·ㅁ(土)'로 돼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ㅇ'과 'ㅁ'의 오행이 뒤바뀐 것이다. 한글을 직접 만든 사람들이 한글의 오행은 '이것이다' 라고 정의를 해놨는데, 신경준이 임의로 바꾼 것이다. 문제는 해례본이 발견됐으면 뒤늦게라도 작명책을 수정해야 하는데, 이를 고치지 않은 책이 엄청나게 유통됐고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성명학 공부에 몰두, 다른 사람 이름을 잘못 지어주는 역술인들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이렇듯 한글의 창제원리를 설명한 훈민정음 해례본은 우리의 생활과도 너무나 밀접한 소중한 문화 유산이다. 그런데 2008년 해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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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봄꽃 만발 지면기사
온 산야에 만발한 봄꽃. 그 중에서도 개나리와 진달래, 벚꽃과 목련이다. 노래만해도 얼마나 많은가. '진달래 먹고 물장구치고 다람쥐 쫓던 어린 시절에/ 눈사람처럼 커지고 싶던 그 마음 내 마음…'을 비롯해 '꽃피는 4월이면 진달래 향기…' '산에는 진달래 들엔 개나리…' '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병아리 떼 종종종 봄나들이 갑니다…' '개나리 우물가에 사랑 찾는 개나리 처녀…' 등. 소월의 시는 또 얼마나 짠한가.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 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하얀 달 소월(素月)의 고향은 그 영변 진달래꽃이 만개하는 평안북도다. 그는 일제해방의 기쁨도 분단의 비극도 모른 채 1934년 32세로 저승에 갔고 그 진달래꽃 영변은 핵 구덩이 죽음의 땅이 돼버렸다. 그의 영혼이 있다면 얼마나 슬플까.봄꽃의 여왕 목련, '나무에 핀 연꽃' 목련의 자태를 두고 가곡 '목련화'는 또 뭐라고 했던가.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희고 순결한 그대 모습 봄에 온 가인(佳人)과 같고…'처럼 내 사랑 가인이 목련이다. 이 땅의 봄꽃은 제주도 유채꽃→진해 벚꽃→서울 여의도 벚꽃 축제로 절정을 이룬다. 저 영변 약산까지도 지금쯤은 진달래 개나리 목련 벚꽃이 만개했으리라. 그런데 벚꽃 하면 좋아 못 견디는 게 일본인이다. 국화(國花)부터 벚꽃(사쿠라→櫻花:앵화)인데다가 일본열도의 벚꽃 축제는 요란하다 못해 거의 광적(狂的)이다. 다수 가수가 벚꽃 노래를 불렀고 지명에도 사쿠라이(櫻井) 시, 사쿠라지마(櫻島) 등이 있는가 하면 '櫻'씨라는 성씨까지 있다. 심지어 가을에 피는 코스모스까지도 그들은 아키 사쿠라(秋櫻)→'가을 벚꽃'이라고 부를 정도다.중국 발 황사와 미세먼지가 몰려와도, 세상이 아무리 험난하고 시끄러워도 막무가내 만개하는 봄꽃이라니! 저 신성한 부활, 저 어김없는 지상과의 봄 재회 약속 실현, 저 굽힘 없는 기개와 용기가 얼마나 가상한가. 부디 T S 엘리엇의 '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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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左 vs 右 지면기사
좌우 협력은 안 할 수가 없다. 신체 기능만 해도 좌우 두 눈으로 보고 좌우 두 귀로 듣는다. 좌우 콧구멍도 필요하니까 그리 뚫렸고. 숨도 좌우 폐로 쉬고 콩팥(신장) 두 쪽도 두 개라야 기능이 온전하다. 손과 발도 마찬가지다. 동양에 많은 오른손잡이와 서양에 흔한 왼손잡이는 좌우 한 쪽 기능이 뛰어나지만 그래도 좌우 협력은 불가결이다. 고환조차도 필요하니까 두 쪽일 것이고…. 중요하지 않은 듯 중요한 건 또 좌뇌와 우뇌 구실이다. 새도 한 쪽 날개로는 날지 못하고 새를 흉내 낸 비행기도 그렇다. 차도(車道) 역시 우측통행 또는 좌측통행 나라가 다르지만 그 반대쪽은 좌 또는 우다. 그런데 정당, 이념적 좌파와 우파―좌익과 우익만은 왜 반목, 헐뜯기만 하는 건가. 18세기 프랑스혁명 때 급진적 공화파인 자코뱅(Jacobin)당 의원들이 의석 왼쪽에, 온건 공화파인 지롱드(Gironde)당이 오른쪽에 앉았대서 생긴 말이 우익과 좌익이라지만 별나고 괴이하다.영어부터 웃긴다. leftish(좌경적인), leftism(좌익주의), leftist(좌파, 좌익)는 그렇다 치고 왜 left-footed(왼발잡이) 뜻이 '서투른'이고 left-handed(왼손잡이) 역시 '서투른, 어정쩡한, 애매한, 성의 없는'이라는 뜻인가. 고어(古語) left는 불길하다는 뜻도 있고 fell left out은 '소외감을 갖다'는 뜻이다. 심지어 left-off는 '내버린, 그만둔'이고 leftover는 '나머지, 찌꺼기'다. 식당서 먹다 남은 음식이 바로 leftover다. 그런 左와는 반대로 right(右)는 '옳다, 정의'고 right place는 '착한 사람'이다. 중국어도 左道(쭈어따오)는 '사도(邪道), 나쁜 길'이고 左的(쭈어더)은 '나쁜 짓, 가짜, 조악품'이다. 左見은 '잘못된 편견', 左計는 '잘못된 계획, 오산, 실책', 左癖(좌벽)은 '나쁜 버릇'이고. 일본어 左黨(히다리토)은 또 엉뚱하게도 '술꾼, 주당'이고 左官(사칸)은 미장이다.나쁜 뜻은 左자 돌림 어휘에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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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아사드와 김정은 지면기사
IS보다도 더한 살인마가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Assad·52)다. 그는 2011년 '아랍의 봄' 때 시리아에서도 반독재 투쟁이 번지자 탱크와 장갑차로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깔아뭉갰다. 그 후 반정부 세력은 확산, 오늘까지 내전으로 이어졌고 초기 희생자만 30만명이었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또 2011년 3월 이후 고문으로 인한 시리아 옥사자만도 1만7천723명이라고 작년 6월 밝혔고 아사드는 생화학무기까지 사용했다. 지난 주말 미·중 정상회담 때 미국이 시리아 공군기지에 토마호크 미사일 59발을 퍼부은 것도 생화학무기로 무고한 시민과 어린이들이 거품을 물고 눈이 뒤집히며 죽어가는 모습에 격분한 결과였다. 시리아는 2013년에도 반군지역을 사린가스로 공격, 1천400명이 숨졌고 2014~15년에도 몇 차례 화학무기를 썼다고 작년 8월 국제화학무기금지기구(OPCW)가 보고했다.하지만 북한 김정은이 이복형 김정남 암살에 쓴 VX는 시리아가 툭하면 살포하는 사린가스보다도 백배는 독하다. 아사드와 김정은은 닮았다. 아사드는 35세인 2000년 아버지 하페즈 알 아사드 대통령이 급사하자 1인 후보로 출마, 97.2% 지지율로 당선돼 오늘에 이른 영구 독재자다. 문제는 러시아다. 중국이 북한 핵을 감싸듯이 러시아는 아사드의 뒷방패 역할을 하고 있다. 중동에 세력 확장을 꾀하는 푸틴을 위해 시리아 서쪽 지중해 연안 타르투스(Tartous)항에 러시아 해군기지를 확보, 한 패가 된 거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극악무도한 아사드 정권에 동조하다니! 러시아어로 '뽀들라'→비굴하기 짝이 없다. 그런 러시아는 2013년 시리아 화학무기 사용을 터키 정부가 시신 부검으로 확인했는데도 근거 없는 비판이라고 했고 미국의 이번 시리아 미사일 공격도 '주권 국가 침략'이라고 비난했다.Syria 어원은 빛과 일출이다. 그 빛과 해돋이를 전쟁 먹구름으로 뒤덮고 있다면 김정은은? 6차 핵실험 준비에 미쳐 있는 그를 엊그제 미국 의회에선 maniac(미치광이), crazy fat kid(미친 뚱보 아이)라고 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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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겨울 백악관' 정상회담 지면기사
미국 남동쪽 끝, 젖소 유두(乳頭)처럼 불거진 땅. 한반도 크기의 3분의 2인 그 플로리다 주는 바다와 호반에다 아열대 과일이 넘쳐나는 숲의 평야로 요새 기온이 30도 정도인 천혜의 땅이자 세계적 관광지다. 팜비치(Palm Beach)는 그 주에서도 남단이고 그곳 트럼프 대통령 별장 '마라라고(Mar-a-Lago)'는 역대 미국 대통령이 겨울에 자주 찾는 곳이라 해서 '겨울 백악관'으로 불린다. 지난 주말 이틀 간 트럼프와 시진핑 미·중 정상이 역사적 회담을 한 곳도 거기였다. 패션 잡지 보그(Vogue)는 그들 옷차림부터 조명했다. 트럼프와 멜라니아 부부는 빨간 넥타이와 같은 색 드레스로 '중국의 색깔'을 존중한 것이라고 했고 시진핑 내외는 청색 넥타이와 남색(藍色) 드레스였다고 했다. 그런데 트럼프는 시종 웃음을 띤 채 시진핑보다는 부인 펑리위안(彭麗媛)부터 칭찬했다. '중국의 수뇌와 위대한 가수 부인을 맞아 영광스럽다'고. 하지만 시진핑 표정은 딱딱했다.공동성명과 기자회견도 없는 그 G2 최강국 정상회담 성과는 뭘까. 미국 언론은 '성과 없는 회담이었다'며 부정적이었고 일본 언론도 '북핵 억제책 등 구체적 성과 없이 그 심각성에만 의견이 일치했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더 부정적이었다. '트럼프가 북조선에의 압력 강화를 요청했지만 시진핑은 동조하지 않았다'고 했다. '유엔안보리 결의에 협력하자. 미국의 대북대화가 필요하다'는 상투적 원론만을 강조했을 뿐…. 그런 중국의 정상회담 평은 달랐다. '플로리다 주 중·미 원수 회담은 양국관계의 정층설계(佛羅里達州 中美元首會晤 兩國關係頂層設計)였다'는 게 8일 인민일보 논평이었다. 기타 언론도 긍정적이었고 마라라고 별장(海湖庄園)의 수려한 경관도 소개했다.트럼프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미·중 수뇌회담 결과를 전화로 알렸고 사드 문제도 언급했다지만 중국의 반응은 알려지지 않았다. 사드 보복을 멈추지 않는 중국의 속셈은 뭘까. 북한 핵을 부정할 게 아니라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자는 그 거다. 든든한 깡패 아우국가 북한을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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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레일라(Layla) 지면기사
비틀스의 기타리스트 조지 해리슨에게는 금발의 패션모델인 아내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패티 보이드. 조지의 절친한 친구였던 에릭 클랩튼은 패티를 보자마자 그녀에게 완전히 반해버리고 말았다. 에릭은 친구의 아내라는 것도 잊고, 노골적으로 패티에게 추파를 던졌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을 얻는 데는 실패한다. 이후 에릭은 괴로운 나날을 보내며 술과 마약에 빠졌다. 그러던 어느 날 에릭은 어렵게 조지를 만나 자기의 속마음을 털어놨는데, 의외로 조지는 별로 놀랍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 당시 조지는 자신의 아내보다 인도 음악에 푹 빠져서 인도의 전통 악기인 시타르(sitar) 연주에 여념이 없었던 것이다.그의 이런 태도에 더욱 용기(?)를 얻은 에릭은 패티에게 끊임없이 사랑의 메시지를 보냈고, 어느 날 '당신을 위해 만든 노래'라며 데모 테이프에 담긴 노래를 들려준다. 그 곡이 바로 '레일라(Layla)'다. 이 곡은 페르시아 문학 작품인 '레일라와 마즈눈(Layla wa-Majnun)'에서 영감을 얻은 것인데, 아름다운 여인에게 빠졌지만 그녀와 결혼을 할 수 없게 되자 미쳐버리게 되는 한 젊은이에 관한 이야기였다. 1970년 정식 공개된 레일라는 대중은 물론 평단의 호평을 받았고, 1992년에 어쿠스틱 버전으로 리메이크돼 이듬해 그래미상을 차지하기도 했다.에릭의 절박한 구애에 감동했는지 패티는 1977년 조지와 이혼하고 1979년 에릭과 두 번째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여기서 더 황당한 일이 일어나는데, 에릭의 결혼식에 조지가 참석해 축가까지 불러준 것이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자신의 아내와 바람을 핀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해 축가라니…. 하지만 에릭과 패티의 사랑도 1989년 파국을 맞게 된다. 에릭의 외도와 알코올 중독 때문이었다.비틀스의 수많은 명곡을 만든 조지와 '세계 3대 기타리스트'라 불리는 에릭의 아내로 살면서 숱한 화제를 뿌렸던 패티(73)가 한국을 찾아 사진전(ROCKIN' LOVE·4월 28일~ 8월 9일)을 연다. 1960년대 영국 런던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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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안철수 토네이도 지면기사
까마귀 싸우는 골의 백로, 여우 굴의 토끼 같던 안철수였다. 말도 조곤조곤 조심스럽고 고상한 남산골 선비 같았고 포은 정몽주 모친의 시조처럼 '청강(淸江)에 기껏 씻은' 귀하신 몸 기풍이었다. 2011년 박원순에게 서울시장을, 그 다음해 문재인에게 대선 후보를 양보하던 때만 해도 그랬다. 그런 그가 작년부터 확 달라졌다. 몸짓 태깔은 물론 말투와 스피치부터 바뀌었다. 목소리 톤이 올라갔고 강세 억양이 자유자재 아닌가. 뭔가 확 파겁(破怯)한 듯한 기백의 사나이가 된 거다. 이번 국민의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과 후보로 확정된 그는 더욱 무섭게 변했다. 변모 변성(變聲)이 과시 파격적이다. 안철수→강(强,剛)철수→독(毒)철수가 됐다고 했듯이 독기 뿜는 대 웅변가로 표변했고 '(문재인에게 양보하던) 5년 전보다 백만 배 천만 배 강해졌다'고 자처하듯이 포효하는 사자후가 놀랍다. 무섭도록 인간 진화를 한 것인가, 아니면 냅다 속물 정치가로 타락한 것인가. 아무튼 안철수 돌풍은 가히 토네이도(tornado)급이다. 저 멀리 지평선으로부터 시커먼 버섯구름을 비틀어 뿜어 올리며 다가오는 무시무시한 회오리바람이라니! 그런 바람이 우리말로 '용오름'이지만 일본에선 '다쓰마키(龍卷)', 중국에선 '룽쥐엔(龍卷)' 또는 '룽페이(龍飛)'다. 이무기가 용이 돼 하늘로 오르는, 곧 제위(帝位)에 오를 모습 아닌가. 우화등선(羽化登仙)-몸에 날개가 돋쳐 승천하는 신선이 아니라 용(제왕)이 되는 거다. 이 번엔 끝까지 철수 안한 안철수가 정말 그리 될 것인지 궁금하다. 그가 첨부터 '문재인과 안철수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천명한 절규도 맞을 듯싶다. '더 미운 후보냐 덜 미운 후보냐'의 별난 선택지도 이채롭고….그런데 문재인도 안철수도 당 후보 확정 연설에서 약속이라도 한 듯이 '국민 대통령이 되겠다'는 그 말만은 좀 그렇다. 너무 잘난 대통령이든 그렇지 못한 대통령이든 국민이 뽑지 않은 '비(非)국민 대통령'이라도 있었다는 소린가. 국민 타자, 국민 배우, 국민 가수, 국민 오빠와 여동생에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