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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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단오절 지면기사
잊고 사는 단오절―수릿날이 안타깝다. 씨름대회는 금년에도 열린다지만 남원 골 춘향이처럼, 혜원(蕙園) 신윤복(申潤福)의 그림처럼 그네 타고 창포물에 머리감는 아낙들 모습은 보기 어렵다. 임금님께 진상하던 단오부채야 그렇다 치고 액운을 쫓는 단오 부적을 문설주에 붙이고 단오 첩자(帖子)를 기둥에 붙이던 풍습도 명맥이 희미하다. 그런데 '뚜안우(端午), 뚜안양(端陽)'이라 부르는 중국의 단오절은 여전히 요란하다. 설(春節), 추석(中秋節)과 더불어 3대 명절로 꼽히는 단오절은 오늘~주말까지 쉬는 직장도 많다. 五月五日이 '午月午日'에 해당한다고 해서 '端午節' 또는 '端五節'이라 하고 五가 겹치는 날이라 '중오절(重五節)' 또는 '重午節'이라 부르는가 하면 양수(陽數)인 五가 겹치고 햇볕이 가장 강한 날이라 해서 '단양절(端陽節)' 또는 '오월절'이라고도 하는 등 명칭도 가지가지다.중국 한대(漢代) 문헌에 나오는 단오의 유래는 덥고 습한 여름날씨와 관련이 깊다. 건강을 보전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액막이 행사에서 비롯된 게 단오라는 거다. 그래서 중국에선 집집마다 대문에 창포와 쑥을 걸어놓고 역귀(疫鬼)와 마귀를 쫓는 이른바 '종규' 화상(畵像)을 그려 붙인다. '종규'의 종은 鍾, 규는 九변에 首가 붙은 글자로 양귀비와 노닐던 당나라 현종이 꿈에 봤다는 형상을 오도자(吳道子)를 시켜 그렸다는 사납고 흉악한 귀신 모습이다. 어른들은 또 웅황주(雄黃酒)―석웅황주(石雄黃酒)를 마시고 아이들은 몸에 액막이 향주머니를 단다. 단오는 초(楚)나라 시인이자 정치가인 굴원(屈原)과도 관련이 깊다. 부패를 척결하고 국시(國是)를 바로잡기를 여러 차례 회왕(懷王)과 경양(頃襄)왕에 상주했으나 모함에 걸려 유배를 갔고 멱라 강에 투신자살한 날이 바로 기원전 278년 음력 5월 5일이었다.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엔 단오절 풍습의 하나로 돌팔매싸움도 기록돼 있다. 장정들이 편을 갈라 깃발을 세우고 북을 치며 돌팔매 싸움을 벌이는 거다. 그런 거야 좀 과한 놀이지만 기타 단오절 미풍양속은 보전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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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복지문제 국민투표 지면기사
스위스가 성인 1인당 월 300만원씩 준다는 복지 국민투표를 부결시켰다. 실업급여, 노령연금 등과는 달리 무조건 그렇게 주겠다는데도 77%가 반대표를 던진 거다. 노동의욕 저하로 인한 실업자 양산, 세금 부담 말고도 국가경쟁력까지 걱정한 갸륵한 국민들이다. 그래서 1등 강소국(强小國) 아닌가. 복지 과다로 국가부도사태까지 부른 중남미 국가들을 비롯해 나라 재정이야 거덜 나도 알 바 없다는 듯 무상복지 잠꼬대에 빠진 나라에서 300만원 준다는 국민투표를 했어도 부결됐을까. 스위스는 국민투표 전문(?) 국가다. 인구 800만 명 중 10만 명 이상만 서명, 제안하면 국민투표 비용이야 어떻든 단행하기 때문이다. 2013년 3월엔 드높은 CEO 연봉을 제한하자는 국민투표를 67% 찬성으로 가결시켰고 2014년 5월엔 시급(時給) 22스위스프랑(약 2만5천원)의 최저임금 도입을 76% 반대로 부결시켰다.1년에 한 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스위스는 1992년 9월만 해도 ①알프스산맥에 무개(無蓋)화차 통과 터널 두 개를 뚫을 것인가 ②증권거래 때 물리는 인지세 폐지 여부 ③공공주택 존폐 여부 등 6건을 국민투표 한번에 몰아쳤다. 중국은 국민투표를 하지 않지만 '국민투표'라는 말 외에 '취엔민꿍쥐에(全民公決)'라는 용어도 있다. 전 국민의 공적 결정이라는 거다. 그렇다면 좀 크나큰 사안을 두고 그런 투표를 해야 하는 거 아닐까. 영국은 오는 23일 EU 탈퇴 여부를 가리는 국민투표를 단행한다고 했고 프랑스의 샤를 드골도 국민투표에 의한 대통령중심제 개헌으로 제5공화정(1958~69)을 출범시킨 후 중대 사안 때마다 국민투표로 위기를 돌파했다. 1986년 아일랜드의 이혼 낙태 합법화 국민투표 부결 또한 중대 사안이었다. 이탈리아의 마약 사용 합법화 결정(1993년)이야 좀 어이없었지만….그런데 레퍼렌덤(referendum)이나 플레비사이트(plebiscite)라 일컫는 '국민투표' 용어 자체부터 좀 우습다. 대선, 총선을 비롯해 그 어떤 선거도 국민투표가 아닌 비(非)국민투표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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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혐한시위 쫓는 시위 지면기사
일본 혐한(嫌韓)시위를 물리치는 시위에 가슴이 뭉클하다. '칸코쿠진 야다 이야다(한국인 싫다!), 타이쿄세요(물러가라)'라는 일본 극우단체의 이른바 '헤이토 스피치(hate speech→혐오 발언)' 시위대를 향해 '헤이토 스피치 유루사나이(혐오 발언 용서할 수 없다), 헤이토 스피치 야메테 카에레(혐오 발언 그만두고 돌아가라)' 등 피켓을 흔들며 외쳐대는 착한 일본인 시위대라니! 혐한 시위 격퇴시위를 주도한 재일교포 3세 최강이자(崔江以子·42) 씨가 그만 감격의 눈물을 쏟아냈다. 혐한 시위 격퇴시위는 5일 오전 일본 도쿄와 요코하마 인근인 카나가와(神奈川)현 카와사키(川崎)시 평화공원 앞에서 벌어졌다. 그런데 최강이자 씨가 가장 감동, 와락 눈물을 쏟게 한 헤이트 스피치 격퇴 피켓 구호는 무엇이었을까. 그건 아마도 '이쓰마데모 토모니 코노 마치데(언제까지나 함께 이 거리에서)'가 아니었을까.지난달 24일 헤이트 스피치 금지법안을 통과시킨 일본 의회는 그래도 모처럼 재일 한국인에게 관용적인 착한 일을 한 셈이다. 그러나 일본 극우단체뿐 아니라 일본인 심저(心底)엔 혐한 감정과 한국인을 깔보는(미쿠다스, 아나도루) 감정이 깔려 있다. 일본 식민지였던 한국, 아직도 선진국 문턱을 넘지 못한 수준을 멸시하기 때문일까. 2011년 11월 유엔을 방문한 아즈미 준(安住淳) 일본 재무상이 반기문 총장에게 90도 인사를 했다가 일본 네티즌의 뭇매를 맞았다. '그까짓 한국인에게 왜 그렇게 머리를 숙이냐. 자존심도 없냐'는 거다. 일본이 한국 등 아시아를 무시, 서구를 숭앙(崇仰)하는 정신의 뿌리는 깊다. 1868년 메이지(明治)유신 이전부터 '아시아를 벗어나 구미로(脫亞入歐)'를 외쳐댔고 '조선은 미개해 논할 가치도 없다'는 게 일본 돈 만 엔짜리 인물인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였다.이제 한국을 보는 일본인 눈도 많이 달라졌다. 그러나 동양의 유일한 서방(?) 7개국(G7) 중 하나인 일본의 콧대는 여전히 높다. 그런데도 대다수 일본인들은 양심적이고 겸손하다. '이 거리 여기서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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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충혼 오시는 날 지면기사
미국의 기념일은 조지 워싱턴 탄생일(2월 22일), Epiphany(구세주 主顯祭→1월 6일)처럼 붙박이로 정해진 날이 거의 없다. 부활절(Easter)도 그 날이 보름달이 아니면 다음 보름달 이후의 최초 일요일로 밀려 3월 21~4월 25일 사이가 되고 노동절도 9월 첫째 월요일, 어머니날도 5월 둘째 일요일, 추석 격인 추수감사절도 11월 넷째 목요일이다. 그런데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충혼(忠魂) 오시는 날이자 충성기념일인 Memorial Day(전몰장병기념일→현충일)마저 5월 마지막 월요일인 건 좀 불경(不敬)스럽고 불손한 듯싶다. 금년 '메모리얼 데이' 기념식(5월 30일 알링턴 국립묘지)의 오바마 대통령 연설이야 그럴듯했지만…. '군 최고사령관으로서 병력을 통솔하는 것보다 큰 책임은 없고 우리 병사들을 위험한 곳으로 보내는 것보다 엄숙한 책임은 없다'는.영국도 1차대전 휴전 기념일(Armistice Day)인 11월 11일 직전 일요일, '기억의 일요일(Remembrance Sunday)'이 현충일이지만 고정된 날이 아니다. 우리의 현충일이야 해마다 6월 6일이라 메모리얼 데이로 기억하기도 좋다. 다만 예수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악의 상징인 666 숫자를 연상케 해 좀 그럴 뿐이다. 아무튼 해마다 현충일만 되면 구슬픈 가곡 '비목(碑木)'과 모윤숙의 시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가 아니더라도 가슴이 저며지듯 아프다. 1950년 6월 25~53년 7월 27일 휴전까지 3년 1개월 2일 간의 골육상쟁 동족상잔(同族相殘)으로 생때같은 목숨을 조국에 바친 우리 국군 전사자만도 13만7천899명이다. 낙동강 최후 방어전선에서 꽃잎처럼 산화한 수백 명의 학도병, 자유대한을 지켜주기 위해 멀리 이국땅으로 날아왔다 전사한 16개 참전국 4만 용사의 넋은 또 어찌 위로하랴!'전우야 잘 자라' 노래를 아무리 불러준들 그들 충혼이 잠들 수 있을까. 하늘을 우러르며 땅을 치도록 북녘이 밉고 억울해 65년 66년 긴 세월 단 한 숨도 못자고 뒤척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서울 현충원 6·25 묘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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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대통령병 지면기사
우리에겐 인기가 없지만, 미국인들이 미국 33대 대통령 해리 트루먼에 대해 갖는 자부심은 매우 크다. 세계 역사를 바꿔 놓을 결정적인 순간에서, 대통령으로서 고뇌에 찬 결단을 내렸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누구에게도 전가하지 않았던 보기 드문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대통령 재임중 그는 2차 세계대전 종전, 일본 원자탄 투하, 이스라엘 국가 공인, 한국전 참전, 맥아더 경질 등과 같은 역사를 바꿀 시대의 굵직한 상황에 수없이 직면했다. 그때마다 그는 늘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은 책임을 남에게 전가할 수 없다. 세상 어느 누구도 대통령을 대신하여 결정을 내릴 수 없다. 그것은 대통령의 일이다." 실제 트루먼의 좌우명은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였다.한 나라의 운명은 지도자의 영도력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특히 위기 앞에서 지도자가 내리는 결단은 국가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을 때가 많다. 트루먼처럼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비교적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해 왔다. 영국과의 독립투쟁, 노예제도를 둘러싼 남북전쟁, 1· 2차 세계 대전 등 끊임없는 도전 속에서 대통령의 결단은 오늘날 미국을 초일류 강대국으로 만드는데 공헌했다. 요즘 우리 주변에 이런 어려운 대통령의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한 후 그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감으로 반총장이 타의 추종을 불허 하는 결과가 나오자 그냥 있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가 돌아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자천타천 출마가 거론되는 정치인들이 한 두 명이 아니다. 언론은 '대권 잠룡'이라며 스스럼없이 이들을 부추긴다. 오죽하면 '소는 누가 키워?'라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돈 안든다고 그냥 슬쩍 이름 한번 올려보겠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특히 자치단체장일 경우, 여론 호도(糊塗)가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결국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 또는 도민에게 돌아가게 된다.트루먼은 이런 말도 남겼다. '대통령은 호랑이 등에 탄 사람과 같다. 계속 타고 가거나, 떨어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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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여름철 치매환자 지면기사
현직 대통령이 치매환자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니다.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무가베(Mugabe) 대통령은 작년 9월 17일 의회 개막연설을 한다는 게 그만 그 이전인 8월 25일에 읽었던 일반교서 연설 원고를 반복해 읽어버린 망발을 연출한 것이다. 물론 대통령부(府) 사무처의 착오겠지만 그걸 무심코 되풀이해 읽는 망거(妄擧)라니! 하긴 그가 그럴 만도 했다. 작년 12월 시진핑 중국 주석의 국빈 방문 때 그와 다정히 손잡고 걷던 무가베는 91세, 금년 2월이 92세다. 그래서 고령 망령으로 사퇴 압력도 받았지만 그래도 그 정도는 치매 전 단계다. imbecility(우둔한, 바보짓)지 dementia(천치 백치) 단계는 아니다. 癡매라는 글자는 '어리석다'는 뜻이지만 일본에서도 바보 천치 백치로 통한다. 그래서 그 기피어(忌避語)를 순화시킨 말이 엉뚱하게도 '인지증(認知症)'이지만 중국엔 치매라는 말이 없다.글자야 같지만 중국에선 '어리석을 매'자가 아니고 '어리석을 태'자다. 따라서 치매가 아니라 '치태(츠따이)'고 거꾸로 '태치(매癡:따이츠)'라고도 한다. 허튼 소리도 '태화(매話)', 노망한 늙은이도 '태로한(매老漢)'이다. 어쨌거나 치매 진단법은 나날이 발전하지만 획기적 치료법과 특효약은 '아직'이니 답답한 노릇이다. 캐나다 앨버타(Alberta)대학 연구팀이 타액으로 알츠하이머 증상을 조기 진단할 수 있다고 워싱턴 국제알츠하이머병협회에 보고한 건 작년 7월이었다. 정상인 35명, 경도(輕度)의 치매환자 25명, 중증 환자 22명의 타액에서 무려 6천종의 대사물질을 분석했다는 거다. 환자의 후각 검사에 의한 조기발견도 2014년 7월 코펜하겐 국제알츠하이머병 학회에 보고됐고 간단한 혈액검사 진단법은 2014년 11월 일본 아이치(愛知)현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가 처음이었다.그런데 우리 치매환자 실종이 여름철에 많고 매달 700명이 실종된다니 문제다. 작년에도 9천여 명이 실종, 72명은 아직도 찾지 못했다는 거다. 특히 이사한 집을 남의 집으로 여겨 옛집을 찾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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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올림픽 연기설 지면기사
두 달 앞의 브라질 올림픽을 연기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일본 등 저명한 의사와 대학교수, 생명윤리학자 100여명이 27일 '이번 하계올림픽을 연기해야 한다'는 공개서한을 마거릿 챈(Chan→陳:천)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에게 보냈다. 연기하자는 사유는 바로 지카(Zika) 바이러스 때문이다. '브라질에 크게 번진 지카 바이러스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과학적인 전례가 없을 정도다. 그런 지카 바이러스를 차단하지 못한 채 올림픽을 강행한다는 건 지구촌 축제에 모여든 들뜬 기분의 인류를 지카 바이러스 모기의 먹이로 바치는 꼴이고 그런 심각한 리스크를 무릅쓰는 올림픽 강행은 비윤리적인 처사'라는 서한이었다. 그에 대해 '世界衛生組織(WHO)이 거절했다'고 29일 중국 CC(중앙)TV가 보도했다. '지카 바이러스는 이미 60개국에 번진 상태다. 올림픽을 연기할 수는 없다. 모두 모기와 섹스에 조심할 수밖에 없다'고.톰 프리든 미국 질병대책본부(CDC)장도 28일 '올림픽과 보건위생 문제 연계는 근거가 없다. 다만 가임(可姙) 여성의 이동 자제와 콘돔 사용 등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견해는 어떨까. 연기 불가 수사(修辭)가 강경하다. 연기를 주장한 100여 의사와 학자를 가리켜 'calamity howlers'라고 일축했다. '불길한 예언을 하는 사람들'이란 뜻이지만 howler는 짖는 짐승이다. 그러니까 어느 집 개들이 짖느냐는 그 소리다. 그런데 브라질과 미국 전염병 연구 팀이 지카 열과 뇌장애 관련성을 동물실험으로 증명했다. 새끼 밴 두 마리의 쥐 중 지카 바이러스를 주사한 쥐에서 태어난 새끼는 주사 안 한 쥐의 새끼와 현격히 달랐다고 했다. 체중과 대뇌피질 두께가 절반 정도로 발육이 부진했다는 거다. 이른바 소두(小頭症) 출산이 확실하다는 논문이 5월 11일자 영국 과학지 Nature에 실렸다.8월 올림픽이 문제는 문제다. 우리 선수단, 가기도 꺼림칙하고 안 갈 수도 없고….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하는 등 보건위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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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아프리카 지면기사
이런 우스개 얘기가 있다. 태초에 창조주가 진흙을 구워 인간을 만들 때 좀 덜 구워진 게 백인과 회색인간이고 지나치게 구워진 건 흑인, 알맞게 구워진 건 황인종이라고. 그런데 피부가 검다고 같은 흑인은 아니다. 북아프리카 인종만 해도 마사이(Masai)를 비롯해 간다(Ganda) 누바(Nuba) Soga(소가) 갈라(Galla) 로비(Lobi) 야오(Yao)가 다르고 남아프리카도 부시먼(Bushman)을 위시, 라카(Laka) 로지(Lozi) 바라(Bara) 소나(Shona) 인종이 다르다. 예수도 흑인이었다는 설이 있다. 금발 고수머리에 파란 눈의 백인이던 예수가 초콜릿 색 피부에 아프리카 전통의상의 모습으로 바뀌고 그런 벽화와 스테인드글라스(stained glass) 등으로 장식된 교회들이 미국 전역에 확산된 건 1990년대였다. 예수뿐 아니라 이브도 흑인이었다는 책은 그 무렵 파리에서 나왔다. 5개 대륙 인종 148명의 유전검사(micro satellite) 결과 그렇다는 건 1994년 과학 잡지 'Nature'였고….그런데 아프리카 하면 왜 '얼마나 아프리카'의 고통부터 상상케 하는 것일까. 태초에 지나치게 구워진 원초적인 아픔, 그런 상상이 아니더라도 왠지 섬뜩하고 안쓰럽다. Africa 어원은 아브라함 자손인 Afer에서, 또는 '아름답게 빛난다'는 라틴어 aprica, 식민(植民)을 뜻하는 페니키아어 afryguah 등 다수지만 분명치 않다. 서양인들이 아프리카로 부르기 전엔 리비아(Libya)로 불렸고 알제리 튀니지 등 북부 아프리카는 후기 로마제국의 속주(屬州)였다. 유럽에선 또 지중해 연안 지역만을 아프리카로 호칭했고 아프리카 대륙 전체가 아프리카로 불린 건 중세 말기였다. 아프리카 흑인에 가장 잘 어울리는 국명은 에티오피아(Ethiopia)다. 그리스어로 '햇볕에 탄 거무스름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케냐는 케냐(Kenya)산에서 왔고….그 에티오피아가 6·25 한국전쟁 때 한국을 도우려 참전, 121명이나 전사했다는 건 놀라운 일이었고 김일성과 3차례나 만났던 5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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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G7 서미트와 한·중 지면기사
지난주 G7 서미트는 일본 이세시마(伊勢志摩)에서 열렸다. 이세(伊勢)는 일본 옛 국명이다. 현 미에(三重)현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나라였고 '세슈(勢州)'라고도 불렀다. 현 지명은 미에현 이세시. 미에현은 도쿄 남쪽 오사카(大阪)와 나라(奈良) 부근인 킨키(近畿)지방 동쪽이고 이세시마는 이세시마국립공원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번 G7 정상회담은 그 이세시마국립공원 입구 카시코지마(賢島)에서 열렸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 캐머런 영국 총리, 메르켈 독일 총리,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트뤼도 캐나다 총리, 렌치 이탈리아 총리와 아베 일본 총리였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등 국제기구 총장 총재 전무이사와 12개국 원수도 초대됐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은 제외됐고 별 뾰족한 결의나 제안도 없이 끝났다. 이번 이세시마 G7 서미트는 준비 단계부터 문제였다. 서미트 준비에 쫓기던 지난 중순 도쿄 카스미가세키(霞ケ關)가 큰 혼란에 빠진 거다. 거기는 도쿄 치요다(千代田)구 사쿠라다몬(櫻田門) 남부 일대로 외무성 등 일본 관청 지역이다. 바로 그곳 외무성 중국 담당자 PC에 강력한 바이러스가 침입하자 '어디까지나 가정'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중국의 범행 같다'고 밝혔다. 남중국해 비난성명이 나올까 염려한 때문 아니겠느냐는 거다. 그러자 중국이 발끈했지만 문제는 지난달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이 주최한 G7 외무장관 회담으로 소급된다. 중국을 명시하진 않았지만 남중국해를 강력히 비난하는 내용이 성명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그에 격노한 중국 왕이(王毅) 외무부장(장관)이 기시다 장관을 베이징으로 불러 3시간 20분간 언쟁을 벌였다. G7도 좋지만 왜 이웃나라와는 삐걱거리는 것인가. 지난주 한·미·일 등 6개국 남해훈련 때는 한국의 독도함과 일본의 욱일승천기가 말썽이 됐고…. 그럼 2017년 G7은 어떨까. 미국의 괴물 트럼프와 EU에 회의적인 프랑스의 마린 르펜(LePen), EU 탈퇴를 주장하는 영국의 보리스 존슨 등이 참여, 그 모양새는 구겨질 것이고…. G20에 든 한국이 그나마 다행 아닐까. 오는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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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잘 가라! 19대 국회 지면기사
"한번도 물리적 충돌 없는 평화 국회였다." 19대 국회 더불어민주당의 마지막 원내대표를 지낸 이종걸 의원은 19대 국회에 대해 이렇게 일갈했다. 하지만 19대 국회는 정치학자들 사이에서도 연구해 볼 가치가 있는 특별한 국회로 기억될 것이다. 해머가 등장해 국회문을 부수고, 멱살을 잡고 난투극을 벌이는가 하면, 심지어 최루탄까지 가져와 본회의장에서 터뜨리는 역대 국회와는 달리 이 의원 말대로 너무도 '평화스런' 국회였지만 한 일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19대 국회가 이렇게 조용했던 것은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본회의에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할 수 있고 ▲국회 다수당이라 해도 의석수가 180석이 되지 않으면 예산안을 제외한 법안의 강행처리가 불가능한 '몸싸움 방지법' 일명 '국회 선진화법' 때문이다.하지만 '조용한' 그 자리에는 '막말'이 대신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2012년 5월부터 올해 1월 15일까지 국회회의록검색시스템과 주요 일간지, 방송 및 통신기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9대 국회에서 한 차례 이상 부적절한 발언(막말)으로 논란이 됐던 의원은 총 73명으로 네명중 한명이 막말을 했다. 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이 40명, 새누리당 26명, 국민의당 3명, 무소속 2명, 정의당 2명 순이었다. 갓 국회에 입성한 초선 의원도 35명을 차지했다. '막말'의 유형도 다양했다. 동료 의원에 대한 막말이 36회로 가장 많았다. 박근혜 대통령·노무현 전 대통령 등 전·현직 대통령에 대한 막말이 26회, 국무위원 혹은 공직자 및 공직후보자에 대한 막말은 22회였다. SNS 등 온라인을 활용한 막말도 19건, 일반 국민을 향한 막말도 11회에 달했다. 조사대상 13개 기관·단체 가운데 신뢰도가 꼴찌, 2015년 사회통합 인식조사에서 '신뢰하지 않는다'가 76.7%였던 19대 국회가, '최악의 국회' '무능국회'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남기고 오늘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그런 국회를 끝나는 날까지 아까운 지면을 통해 다시 논하는 이유는 단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