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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더 돋보일까 지면기사
"현 사회가 유위유망(有爲有望)한 내 머리를 마비시키게 하므로, 이것 저것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신다. 내게 술을 권하는 것은 화증도 화이트칼라도 아니고, 현 조선사회다." 빙허(憑虛) 현진건(玄鎭健)은 1920년대 우리 사회를 이렇게 '술 권하는 사회'(소설 이름)라고 진단했다. 일제(日帝) 강점기 암울한 현실에서 제대로 뜻을 펴지 못하던 수많은 지성들이 끝내는 술을 벗삼게 되고, 주정꾼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던 고통과 좌절을 그렇게 표현했던 것이다. 그 빙허가 아직 살아있다면 지금의 우리 사회는 무어라 진단할까. 혹 '명품 권하는 사회'라 할지 모른다면 지나친 비약이 될까. 지금 우리 사회는 명품 열기로 한창 뜨겁다. 가방 시계 옷 구두 가구 등, 심지어 학용품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명품들이 판을 친다. 메이커 이름도 갖가지다. 루이비통 까르띠에 페라가모 오메가 등 이루 다 열거하기도 어렵다. 말 그대로 명품이다 보니 가격이 장난 아니다. 한벌에 1천만~2천만원을 호가하는 옷, 2억원짜리 핸드백, 1억원이 넘는 시계를 비롯, 장난감 자동차나 곰인형 하나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금액을 치른다. 심지어 7만5천원짜리 연필, 14만원짜리 지우개, 33만원짜리 필통으로 구성된 명품세트 학용품이 일부 초등학생들의 인기를 모은다는 소식도 있다.명품이란 원래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 작품을 일컫는다. 하지만 요즘 소위 명품족들이 찾는 명품은 그런 게 아니다. 단지 값비싼 외제 사치품을 가리킬 뿐이다. 바로 거기에 문제가 있다. 일반적으로 소비가 있어야 경제는 활기를 띠게 마련이다. 그러나 아무리 '소비가 미덕'이라지만, 소비도 소비 나름이다. 고가의 외제 사치품 소비증가는 되레 나라 경제를 좀먹는다. 우리 기업의 매출증대 투자창출 고용증가 등에 악영향을 미칠 뿐이다. 국산제품의 시장 점유율을 낮추고, 무역수지를 악화시키는 주범 노릇을 하게된다. 더구나 기껏 열심히 번 돈으로 남 좋은 일, 즉 남의 나라 장사만 잘되게 해주는 꼴이 된다.그 뿐 아니다. 뭐니 뭐니 해도 명품을 지닌다는 건 그만큼 재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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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대받는 독립유공자 후손 지면기사
3월도 벌써 중순을 지났다. 겨울 잠을 자던 개구리가 꿈틀거리기 시작한다는 경칩을 지나 어느새 춘분이다. 이쯤이면 농민들이 보리밭 관리를 하고 새해 농사준비를 서두른다. 철새들은 따뜻한 남쪽을 떠나 북쪽의 제 땅으로 돌아 가고, 인간은 활동하기에 한결 가벼운 옷으로 갈아 입는 활기찬 계절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만세를 외친 역사적인 달이기도 하다.하지만 3월이 오면 오히려 춥고 쓸쓸한 사람들이 있어 걱정이다. 독립운동가 후손이 그들이다. 특히 정부의 특별조치로 지난해 중국에서 귀화한 이들은 마음이 상할대로 상해있다. 심사가 늦어지면서 유공자 후손으로서의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그나마 참을 만하다. 천덕꾸러기가 된듯한 분위기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는 것이다. 답답한 이들은 중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포기한 국적을 돌리는 것이 만만치 않아 정부의 빠른 후속 조치만을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어찌된 영문인지 이를 따져 보면 역시 정부 관련 부처의 경직된 업무처리가 말썽인듯 싶다.법무부는 1년2개월의 조사기간을 거쳐 이들을 독립운동가 후손으로 인정하고 귀화를 승인했다. 이들은 당연히 귀국과 함께 신원확인만으로 모든 절차가 끝날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국내로 들어 온 후 유족 입증자료가 부족하다며 보훈처가 같은 심사를 거듭하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이 기간동안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니 이들의 처지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독립유공자 후손에 대한 정부방침이 무엇인지 조차 가늠하기 힘든 행태다. 혹여 사안의 중요성에 비해 표면적으로 국민적 관심이 빈약하자 제쳐놓는, 양극화 현상이 여기서도 적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일본과 관련된 과거사 정리는 60여년을 끌고 있다. 위안부문제에대해 국제사회에서 나서고는 있으나 아직 일본의 망언 등 버티기로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기구인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지난해 제1기 친일·반민족 행위자를 확정한데 이어 최근 2기 1차 조사대상을 확정하고 관보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2009년 5월말까지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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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를 내세운 중국의 힘 지면기사
중국은 외환보유고나 수출입규모에서 전세계 최상위 그룹이다. 하지만 우리는 역사적 상황 때문이든 아니면 민족적 감정 때문이든 매우 가볍게 대하고 있다. 미국에 가기 위해 온갖 수모를 참아내고, 미국에 대해 갖는 일방적 애정과 영어로 상징되는 그들을 대접하는 태도와는 대조적이다. 반드시 그런 마음속에 터를 잡은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들은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중국의 고속성장을 그대로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그런 인식을 타파하기 위해 지난달 베이징에서 인하대 BK 사업팀을 이끌고,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하였다. 그 기회를 빌려 KOTRA·중국 로펌·기업·시장 등을 탐방할 기회를 가졌다. 한·중 지적재산권의 현황과 과제를 논하는 자리였고, 향후 6년간 BK사업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점검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본 중국의 변화와 성장 속도는 우리들의 지식과 예상을 훨씬 넘어서고 있었다. 내년 올림픽을 겨냥한 각종 공사는 물론이고, 중국의 법제도가 오는 10월 전국대표자대회를 기점으로 새로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물론 불법 복제와 지적재산권 침해의 대명사로 알려진 중국 '짝퉁'시장은 건재하고 있었다.그러나 외국기업과 지적 재산권 정책변화는 우리들에게는 우려할 만한 것들이었다. 2006년 기준 중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의 총계는 6천854억 달러에 설립비준 기업수는 60만여개다. 중국은 2001년 총연구개발비가 570억달러에, 박사취득자수가 이미 6천500명을 넘어섰다. 우리나라는 2005년 한해에만 6천115개 기업이 52억달러를 중국에 투자했다. 우리나라의 청년실업과 경제불황 요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알려주는 지표다. 그러나 중국은 자본투자가 아닌 기술투자와 노하우를 원하고 있었다. 최근 기술투자의 경우 조세제도의 예외를 인정하기로 한 것도 그런 정책의 일환이다. 산업기술 유출방지법의 4월 시행을 앞두고 고민하던 우리들은 중국이 핵심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선진국의 전유물로 알았던 지적재산권의 보호를 위해 중국이 적극 나서고 있었던 것이다. 국가핵심기술의 자주적 육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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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형 외톨이병에 멍드는 소시민들 지면기사
지난주 국민들은 윤장호 병장의 전사로 인한 충격과 걱정 속에 보내야 했다. 폭탄테러가 남의 나라 일쯤으로 치부되던 터에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전황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탓이다.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해야하는 비운(悲運)도 안타까우려니와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을 헤아리면 가슴은 더욱 저민다.그 와중인 지난달 27일 서울 강북에서 20대 젊은 처녀가 자기 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취업에 실패한 후 7년간 외부와의 단절 끝에 내린 선택이었다. 오죽 자신의 처지가 절박했으면 피붙이들에 씻을 수 없는 대죄(大罪)임을 알면서도 스스로 이승을 하직했을까. 이 사건에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자살이 급증하고 '이태백'이 별스럽지 않은 상황 탓이다. 그러나 결코 가벼이 넘길 사안이 아니다.최근 10대, 20대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사회적 자폐아, 즉 은둔형 외톨이들이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작년말 한국청소년상담원이 3천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초등학생 2.1%, 중학생 3.3%, 인문계 고교생 6%, 실업계 고교생 8.7%, 학교 밖 청소년 12.9% 등이 은둔형 외톨이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 실패 후 오프라인과의 접촉을 끊는 20대 젊은이들의 숫자도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심지어 백발이 성성한 중장년층 폐인(?)들도 자주 발견된다. 점차 고단해지는 삶을 감안할 때 사회적 자폐아들의 숫자는 더욱 불어날 것이 자명하다.사춘기 청소년들의 한때 방황은 애교나 멋 쯤으로 봐줄 수 있다. 문제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삶을 시작해야 할 20대 젊은이들이 스스로 폐인의 길로 접어드는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자폐아는 본인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자원낭비이다. 대안은 일자리 창출뿐이다. 그동안 정부 각 부처는 국가적 현안인 일자리를 창출한다며 경쟁적으로 그럴듯한 고용창출계획을 쏟아냈다. 지난 몇 년간 정부 각 부처가 동시다발적으로 쏟아낸 일자리창출계획에서 제시한 숫자들을 모두 합산하면 매년 44만개 등 2010년까지 총 227만개이다.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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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열들의 정열이 그립다 지면기사
요즘 고구려의 흥망성쇠를 주제로 한 TV 드라마들이 인기절정이다. 주몽과 대조영, 연개소문이 그것이다. 안방을 그 시대로 옮겨 놓은 것 같아 흥미진진하다. 말을 타고 광활한 대지를 달리는 주인공들과 그런대로 볼 만한 전투장면, 간간이 얽히고 설키는 인간적 갈등과 그 해결의 과정 등 과거와는 사뭇 다른 이야기 전개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끌어들인다.하지만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첩첩이 쌓인 난관을 굳은 신념과 의지로 타개해 나가는 극중 인물들의 지혜와 열정이다. 강한 카리스마와 함께 미래를 보는 탁월한 예지력에다 추진력, 여기에 인간미 넘치는 포용력을 지닌 주인공들이 만들어 내는 흡인력은 우리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만큼 극중 요소들이 우리의 현실정과 대비되면서 더욱 재미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난국을 헤쳐나가는 주인공들의 얘기에서 많은 것을 공감한다. 또 이들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고있는 지도 모른다. 고구려 창건 과정을 그린 '주몽'이란 드라마는 더욱 그렇다. '한나라 군을 물리쳐야 한다'는 목표에 매진하는 주몽, 이를 추종하는 다물군들의 의지, 강철검과 철갑옷을 만들어 내는 굳건한 장인정신과 신뢰를 통해 집단을 하나로 묶어내는 주인공을 보면서 우리는 이들을 부러워한다. 대조영도 마찬가지이다. 사실이건 아니건 간에 패망한 고구려 부활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대조영의 신념과 의지에 찬 모습은 오늘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런 내용은 연개소문도 비슷하다 하겠다. 특히 이들 드라마 이면에 깔려 있는 주인공들의 나라사랑과 위민정신은 우리에게 큰 감동을 준다. 거센 외세의 침입에 대항하는 나라사랑의 마음과 함께 도탄에 빠진 백성들의 삶을 편하게 하는 위민정신이 스며있기 때문이다. 주인공들이 난국을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도처에 배어 있으며 또 그 의지를 실천하고 있는 점이다. 이런 면이 이 드라마들의 인기를 상한가로 끌어 올린 근본 이유인 셈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 실정은 드라마와는 정반대여서 너무 안타깝다. 지도력 상실의 시대라 해야 옳을 것 같다. 국가의 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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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의 풍속도 지면기사
설을 앞두고 민족의 스승 안창호 선생의 일화가 잠시 스치고 지나간다. 이는 나라와 민생을 우선시한 선생의 삶이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선생이 약관을 갓 넘긴 젊은 나이 때 일이다. 미국으로 건너가 샌프란시스코에 자리를 잡은 선생은 동포의 옳지 않은 삶을 보게 된다. 크지도 않은 조그만 한인사회에서 동포들은 분열과 불신, 가난 등 누추한 삶을 살고 있었다. 선생은 먼저 비를 들고 더럽혀진 동포 집을 청소하는 것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한인 한사람 한사람이 곧 한국을 대표하는 사람이다'라는 것이 선생의 지론이었다. 이를 동포들에게 강조하고 실천하면서 동포사회는 그의 모범적인 삶을 따라 살게 됐으며, 1년 후에는 미국인도 감탄하게 됐다고 한다.선조들은 한해를 시작하는 날인 설을 상서롭게 여겨 근신하며 온갖 정성을 들여 맞이했다. 설의 유래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설은 '시린다' '사간다'라는 옛말에서 유래됐는데, '삼가다' 또는 '조심하여 가만히 있다'의 뜻을 갖고 있다 한다. 여기에 더해 농사가 근본이었던 농경사회에서의 새해 첫 시작은 축원을 드리는 매우 뜻깊은 명절로 여겼다. 온가족이 모여 복과 무병, 무사와 풍년을 기원하며 조심스레 한해를 시작했고, 조상을 살피고 덕담을 주고 받는 것은 빼놓을 수 없는 통과의례였다.이쯤에서 우리의 현실을 살펴보자. 복을 빌고 덕담을 나누며 조상을 찾아 뵙는 설을 잊고 사는, 잊으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여러 사연이 있겠지만 이 중 일자리를 잃고 고향찾기를 포기한 사람이 대표적일 것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물어 보면 대답하는 사람마다 이유와 책임져야 할 계층이 거의 같다. 정치권이다. 입은 민생을 얘기하면서 생각과 행동은 기득권과 정권창출에 맞춰져 있어, 이들이 말하는 민생은 믿음이 전혀 가지 않는다는 게 일반적이다. 개인적인 것을 제쳐 놓고 모든 것을 정치권으로 모는 것은 문제가 있겠지만 몇 년간 이어지는 일자리 감소에도 내논 대책은 이를 반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결국 정치권이 정권창출을 위한 목전지계만을 생각, 정작 해야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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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 터널에 갇힌 부모들 지면기사
지난 주말의 고향. 동네 입구에 큼지막한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대산읍 ㅇㅇㅇ씨 자제 ㅇㅇ대 합격. 고향을 떠난 지가 오래되어 현수막의 주인공이 정작 누구인지는 가물가물하다. 그러나 이웃을 축하해주는 동네 인심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일종의 편안함을 만끽한다. 사실 대학에 있다 보면 두 가지 부탁이 가장 많다. 하나는 급하게 병원에 가야 하는데 대학병원에 아는 사람 없느냐는 것이다. 행정체계가 달라 별 도움을 주지 못할 때마다 미안하다. 다른 하나는 대학입학 정보다. 성적이 얼마쯤인데 과연 가능한가 하는 문의다. 그러나 대학마다 입학기준과 반영비율이 달라 알 수 없다는 답변을 할 때마다 답답하다.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힘 빠진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대한민국의 진정한 백성이 되려면 고3부모를 거쳐야 된다는 말을 되새긴다. 그 때문일까. 아무리 가까운 사이일지라도 대학입학 여부를 먼저 묻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 되어 버렸다. 많은 부모가 내 자식이 천재 혹은 영재가 아닌가 하고 기대를 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대학입시라는 현실에 부딪히면 내 자식이 이 정도였던가 하는 자성과 함께 입시제도에 대한 불만이 쌓이게 된다. 대학에 입학시키기까지 우리의 부모들은 변화무쌍한 입시정책과 치열한 경쟁에 끝없이 시달린다. 사교육비 때문에 가계가 기울고, 자식의 입시스케줄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는 부모가 없다. 자식에게 공부 좀 잘 하라고 호통을 쳐 보지만 성적 때문에 가출한다거나 자살했다는 뉴스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렇게 키운 자식이 대학에 입학하지 못해 받는 스트레스는 감당하기 어려운 분노가 된다. 교육부의 3불 정책과 자율화의 이름으로 기형화된 대학의 입시잣대. 그 긴 고통의 터널을 겪어 본 부모들에게 남는 것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자식이 어느 대학에 입학했는가에 따라 부모의 능력을 판단하는 나라. 자식의 사교육비를 위해 부정을 했다던 공직자를 다시 되돌아보게 만드는 나라. 선진 국가에 필수적이라는 산업클러스터는 없어도 대치동의 대입 학원 클러스터·공무원 시험을 위한 노량진 클러스터·사법시험을 위한 신림동 학원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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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대학교수 지면기사
올 시즌 대학가의 스토브리그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근래 들어 메이저대학들을 중심으로 교수확보율 제고에 열을 올리는 까닭이다. 금년에도 상당수의 대학교수들이 직장을 옮겼다. 그 와중에서 수도권 모 대학의 촉망받는 젊은 교수 2명이 동시에 직장을 옮겼다. 한 교수는 월급이 너무 적어 도저히 생활하기가 힘들다며 일반 기업으로, 다른 한 교수는 연구 부담이 지나치게 과중하다며 다른 대학으로 각각 전직했다. 두 교수의 공통점은 계약제 교수이다. 계약제 교수란 연봉 및 근무기간을 계약으로 정한 교수로서 계약이 만료되면 다시 재계약하던가 아니면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는 교수로서 비정규직인 셈이다. 필자가 과문한 탓에 이 제도가 언제부터 국내 대학에 도입되었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분명한 점은 지난 외환위기 이후부터 보편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학령인구수는 점차 감소하는데 반해 대학수는 급증했다. 지방자치제 실시는 대학수 증가를 부채질했다. 글로벌라이제이션은 국내 대학들을 더욱 압박했다. 정부 또한 당근식 지원정책으로 대학의 변화를 강요했다. 차제에 대학들은 다투어 품질경영과 수익성 위주의 경영으로 전환했다. 신상품을 출시하는가 하면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한편 매출증대와 비용축소에 주력한 결과 대학들 또한 기업들처럼 현금보유율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계약제교수 숫자도 덩달아 급격하게 늘어났다. 비정년 교수 채용건수는 2004년 384명에서 2006년 상반기에는 837명으로 늘어나는 등 불과 2년도 채 못되어 2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이로 인해 2006년 4월 현재 196개 대학의 비정년 교원수는 2천268명에 이르렀다. 그러다보니 매년 재계약철만 되면 크고 작은 일이 빈발하곤 한다. 수년간 근무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사직해 대학들을 당혹스럽게 하는가 하면 부득이 재계약을 해야만 하는 교수들은 계약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머리털이 한 움큼씩 빠지기도 한다. 살아남느냐 혹은 탈락하느냐 그야말로 비정규직 교수들은 하루하루 피를 말리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러다보니 연봉 2천만원짜리 등 상식이하의 저임금을 받는 사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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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이 꿈꾸는 세상 지면기사
우리네 서민들에게는 요즘처럼 힘든 세상이 없다.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라는 경기불황이 서민들 삶을 옥죄고 있어서 그런가 보다. 그냥 노는 사람이 100만명을 넘어섰고 청년 백수들이 거리에 넘쳐나고 있다. 소득은 줄고 체감 물가는 천정부지이다. 계층간 양극화 심화로 상대적 박탈감은 그 어느 때보다 심해 민생이 도탄에 빠졌다는 말이 전혀 새삼스럽지 않다.서민들을 속타게 하는 것은 특히 물가 오름세이다. 연초부터 버스, 지하철, 철도 등 공공요금을 필두로 밀가루, 소주, 오렌지주스 가격이 대폭 오르거나 인상을 대기하고 있다. 그것도 최고 10%이상씩 오르는 것도 많다. 뒤따라 학원비, 중·고 수업료, 대학 등록금 등과 각종 사회보험료도 덩달아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물가가 자꾸 오른다고 서민들의 근로 임금이 인상되는 것은 분명 아닐텐데도 말이다. 오히려 소득은 줄거나 제자리 걸음할 가능성은 더 크다. 문제는 서민들의 근심이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의 일관성 없는 부동산 대책으로 다주택자들은 세금 폭탄을, 재산이라고는 달랑 집한채인 한가구 집주인들은 집값 폭락을 걱정하며 밤잠을 설치고 있다. 어렵사리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이들은 금리 인상으로 곤란을 겪고 있으며 집없는 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집값은 이미 천정부지로 올라있어 혼자 힘으로 집장만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어디 한군데 마음 편한 구석이 없을 정도이다.여기에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은 서민들을 더욱 곤혹스럽게 한다. 내수경기, 다시 말하면 서민경제는 찬바람이 쌩쌩이다. 오죽했으면 한 금융계 고위인사는 금년 경제를 임갈굴정(臨渴掘井)이란 사자성어를 사용하면서 경고했겠는가. 임갈굴정은 목이 마른 뒤에야 우물을 파는 것처럼 위기가 닥친 후에야 비로소 서두르는 상황을 경고하는 의미이다. 현 경제상황과 비교하면 아주 적절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가계는 소득이 줄고 있는데 빚이 사상 최대인 560조원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서민가계는 원리금 상환에다 세금과 사교육비 대느라 소비여력이 없다. 이는 내수침체의 원인이고, 부동산거품 붕괴와 맞물릴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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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깨어 있어야 하는 이유 지면기사
기원전 5~4세기 고대 그리스엔 소피스트(Sophist)라 불리는 일군의 철학자들이 있었다. 소피스트란 '지혜'를 뜻하는 그리스어 소피아(Sopia)에서 유래한 말로 현인(賢人) 또는 지자(知者)를 의미한다. 프로타고라스 고르기아스 히피아스 프로디코스 등이 당시의 대표적 소피스트들이다. 그들은 주로 수사(修辭)와 설득으로 상대를 감동시키는 기술을 가르쳤다. 사실 설득의 힘은 민주정치가 시행되던 당시 그리스에서 지위 상승을 바라는 사람들에겐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들은 '일신을 위해서나 국가를 위해서나 선(善)을 도모하고, 유능한 사람이 되는 길'을 가르친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그들은 다분히 양면적 속성을 지니고 있었다. 수사학이 민주정치 발전에 얼마쯤 도움은 됐지만,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소위 말 잘하는 이들이 자기 합리화를 위해 대중을 기만하는 행위에도 수사학이 이용됐던 것이다. 게다가 그들이 실제로 가르친 것은 '선이란 이런 것'이라는 지혜가 아니라, 선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면서 선한 자인 체 하는 기술만 가르친 데 불과했던 것이다. 그래서 소피스트를 '궤변을 일삼는 무리'라 하여 궤변론자라 부르기도 했다. 이같은 불합리를 밝혀낸 철학자가 다름아닌 소크라테스다. 따라서 "너 자신을 알라"고 외치던 소크라테스가 '청년들을 그릇된 이론으로 선동, 타락시킨 죄'로 독배를 마셔야 했던 것도 여기에 큰 원인이 있다 할 수 있다. 자신들의 허물을 드러낸 소크라테스가 소피스트들에겐 용서 못할 적일 수밖에 없었고, 또 그들의 궤변에 넘어가지 않을 재판관이 있을 리도 없었던 것이다.올해는 17대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해다. 비록 아직 11개월 정도나 남아 있지만, 차기 대선 예비주자들의 발걸음은 마냥 바쁘기만 하다. 저마다 국민의 환심을 사고 인기도를 높이고자, 거친 이전투구(泥田鬪狗)마저 서슴지 않으며 선거 분위기를 한껏 돋우고 있다. 여기에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제의까지 편승, 새해 들머리부터 나라 전체가 마치 용광로처럼 끓어오르고 있다. 으레 그렇듯 선거 정국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