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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우리와 다르다(?) 지면기사
1960~70년대 한참 배고프던 시절 많은 사람들이 살 길을 찾아 외국으로 갔다. 독일로 간 광부 간호사들을 비롯, 소위 아메리칸드림을 좇아 대거 미국으로 떠난 이들이 그들이다. 그들 대부분이 타국에서 찾은 일거리는 흔히 '위험하고(Dangerous) 지저분하고(Dirty) 힘들다(Difficult)'는 이른바 3D업종이었다. 국내에선 3D나마 찾기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가장 견디기 어려웠던 건 3D보다는 백인들의 차별과 멸시였다고들 한다.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온 황색인들을 백인들은 꽤나 별스럽게 여겼던 모양이다.그러던 우리도 좀 살만하게 되자 양상이 크게 바뀌었다. 아무리 열악해도 일자리만 있으면 좋겠다던 우리였지만, '언제 그랬나'싶게 3D라면 고개부터 내젓는다. 이런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게 바로 코리안드림을 좇아 대거 몰려든 외국인 근로자들이다.그런데 세상 인심은 참 묘한 것인듯, 그 옛날 우리가 타국에서 받던 서러움을 고스란히 그들에게 갚아주기로 작심이라도 한 것 같다. 그들이 가난한 나라에서 왔고 상당수 불법 체류자란 약점을 이용, 형편없는 저임금에 체불마저 다반사다. 상습 구타 성폭행에 하루 12시간 이상 중노동을 강요하기도 한다.농어촌 중심으로 국제결혼이 늘면서, 외국인 배우자 및 그들 자녀인 혼혈아에 대한 비인간적 대우 또한 심각하다. 외국인 신부들의 경우 대다수가 농촌을 기피하는 한국 여성들의 빈자리를 메워주고 있다. 그런데도 대부분 베트남 몽골 등 가난한 아시아 출신들이라 해서 멸시하는 경향이 짙다. 생긴 모습과 피부색이 다르고 우리 말이 서툴다며 따돌림 당하기 일쑤다. 심지어 가족간에도 따돌리고 툭하면 폭력을 휘두른다. 참다 못한 이혼이 부쩍 늘고 있다. 지난해만 4천쌍 가까이나 갈라섰다. 3년 전보다 4배나 늘었다 한다.국제결혼에서 태어난 혼혈아들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또래들 따돌림이 심해 어머니 고국으로 보내버렸다는 부모도 적지않다. 이런 분위기에선 이 아이들이 컸을 때 취업마저 어려울 거라며 벌써부터 걱정들이다. 지난해 4월 한국계 미국 프로풋볼(NFL)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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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지면기사
혈통은 과연 무엇일까. 평소 주어진 대로 살다 입양이라는 난제에 부딪히면서 한번쯤 생각하게 된다. 왜냐하면 입양의 구조가 해외에 더 치우쳐 있고, 국내 입양도 먹고 살만한 사람이나 사회지도층 인사보다는 중산층이하에서 많다는 사실에 놀랐기 때문이다. 20세기 들어서도 부의 상속과 혈통이 아직 뿌리 깊게 상존해 있다는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이는 우리나라의 양자제도에 뿌리를 두고 있다. 부계·모계의 양쪽 존중에서 부계친의 존중으로 기울어지면서 부계의 맏이로 혈통을 이었다. 한 예로 자식없는 맏형이 아우 집 마당에 멍석을 깔고 아들을 양보할 때까지 단식투쟁하는 것은 어느 가문이나 흔한 일이었다. 지금은 멍석을 깔지는 않지만 큰 집에 양자를 들이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러한 혈통주의가 아동의 복리증진이라는 측면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오늘날의 입양에서도 사회지도층을 중심으로 폭넓게 자리잡아 타 성의 입양기피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사회적 선진화와 통합을 막는 대표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국내 입양의 한계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해외입양 비율이 2003년 59.4%에서 2004년 57.9%, 2005년 59%, 2006년 58.8%로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내입양 분포도는 회사원이 536명(40.2%)으로 가장 높으며 뒤로 농·상업 등 자영업자 33.5%(446명) , 공무원 9.1%(121명) 등의 순이다. 사회지도층은 1.8%(24명)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해외입양을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한국인이 한국가정에 입양돼야 성장기 혼돈을 줄이고 더 나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에서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해외입양아는 성장기를 거치면서 두번 아픔을 겪는다고 한다. 한번은 해체된 가족을 잊는 과정에서의 슬픔과 피부색이 다른 이방인으로 살아가면서 겪는 정체성의 혼돈이다. 이를 극복하고 청·장년이 된 이들이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뿌리를 찾기 위해서다. 하지만 많은 해외입양아가 고국을 끝내 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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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인찍는 세상에서 생각난 사람들 지면기사
'경제대통령, 줄푸세, 대통합'. 정치면을 장식하는 단어들이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악덕투기꾼, 똥푸세, 배신자'로 간단하게 뭉갠다. 이미 미국·일본·중국을 양키·왜놈·떼놈으로 낙인찍은 그들인지라 탈레반과 부시를 암세포로 단정하는 댓글을 다는 데도 주저하지 않는다. 인터넷과 일상사의 표현만을 보면 우리들의 자존심과 위세는 가히 세계적 수준이다. 그러나 단칼로 상대방을 폄훼하는 낙인과 매도가 만들어내는 문제는 없는 것일까.김요한. 배구선수다. 그가 선수촌을 이탈했다고 해서 징계를 당했다. 국내경기 1년 출장정지. 친절히 징계 이유도 곁들였다. 병역혜택을 받고도, 정작 중요한 국제경기를 위한 훈련을 무단이탈했기 때문이란다. 말하자면 상대국을 이롭게 한 이적죄쯤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병역을 마치기 위해 단기훈련을 받겠다는 무단이탈의 명분은 매도되었다. '싸이'한테는 재입소를 명하면서, 김요한의 훈련소 입소는 특혜라는 논리. 국제경기가 국가의 안전보장보다 중요하다는 잣대를 보면서 묻는다. 국가 존립과 국민의 생명을 보장한다는 병역제도는 과연 무엇인가.반값 골프장. 농민이 토지를 출자하여 배당받고, 시행사가 자금을 조달해 골프장을 건설한단다. 절대농지 사수에 목을 매던 정부가 구차한 변명을 곁들이면서 왜 농지에 골프장을 세우는 것일까. 'FTA로 몰락할 농촌의 붕괴를 막고, 수출은 국가의 현실임을 고려한 고육지책이다'. 뭐 그런 상투적 답을 예상했다. 하지만 해외로 골프하러 가는 사람들을 잡기 위해 반값 골프장을 만든단다. 황당하다. 내가 아는 골퍼들은 값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외국을 가는 것이 아니었다. 아무튼 이제 시골의 내 친구도 살기 위해서 곡괭이와 쇠스랑 대신에 골프채를 잡아야 할 판이다. 그러나 값으로 골퍼를 낙인찍는 천박스러움과 토지를 농민들의 삶의 터전으로 보지 않는 그 무지함이 답답하다.김흔태와 박영수. 중국 칭다오의 한복판에서 제조업을 하는 CEO다. 김 사장은 한국에서는 한물갔다는 의류를, 박 사장은 공조기계를 만든다. 다들 어렵다는 중국에서 어떻게 성공했고, 그리고 버티고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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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2000시대의 빛과 그림자 지면기사
코스피지수가 2000문턱까지 육박, 우리나라는 사상 최초로 시가총액 1천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규모면에서 미국·프랑스·일본에 근접했다. 그럼에도 증시는 좀처럼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식기는 커녕 한여름 불볕더위마냥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도처에서 즐거운 비명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6년 동안 우리나라 주가가 197.5%나 상승하면서 최대 재벌 오너중 10명의 보유주식 평가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 정몽준 현대중공업 회장은 사상 최초로 3조원대 주식부자에 등극했다. 1천억원대 주식졸부들 수도 100여명이 훨씬 넘는단다. 심지어 14살에 불과한 전동엽(전윤수 성원건설 회장 아들)군도 1천억원 거부반열에 올랐다. 조금이라도 이름이 알려진 기업 대주주들의 주식평가액이 최소 수백억원이다. 이들은 '신의 자식'들인 만큼 막대한 부를 누리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문제는 평범한 소시민들도 증시활황대열에 동참, 사방에서 '억, 억'소리가 들린다. 증권사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익금을 쓸어 담느라 여념이 없으며 시중은행들도 '봉이 김선달'식 펀드판매로 희희낙락이다. 한달에 1억원이상을 버는 증권맨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증시에 올인하려 직장을 그만 두는 월급쟁이들이 생겨나는가 하면 가정주부들이 투자자금 조달을 위해 적금을 깨거나 사채시장 주변을 기웃거리고 심지어 전세금을 주식에 '몰빵'하는 경우도 발견된다. 투기와 작전·횡령·불성실공시 등의 사건이 잇따라 불거지고 '쪽박'을 찬 개미투자자들이 속출하고 있으나 이들은 모두 남의 나라 이야기다. 증권사에서 종류를 불문하고 아무 주식이나 사주면 그저 감지덕지일 따름이다. 콜금리 인상과 증권사 사장단들의 경계경보 등에도 불구하고 주식 계좌수는 하루 1만개씩 증가, 한여름 밤의 불나방처럼 '묻지마'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그러다보니 펀드수탁고는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증시광풍은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외 투자기관들이 경쟁적으로 장밋빛 청사진을 쏟아내는 터에 정부마저 하반기 경기를 낙관하는 때문이다.그럴수록 이 대열에 동참하지 못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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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의 미가 아쉬운 참여정부 지면기사
복 날씨 탓인지 요즘 들어 짜증나는 일들이 많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더욱 그러하다. 여야 불문하고 감탄고토식의 권력투쟁 행태가 치졸하고 음험하다. 야권은 검증을 이유로 마타도어식 헐뜯기와 음해로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 여권도 역시 마찬가지로 도의나 명분은 저버린 채 분당과 합당을 밥 먹듯 하고 있어 민생은 뒷전으로 밀린지 오래됐다.여기에 정부가 하는 모양새를 보면 화가 치밀 정도로 답답하다. 얼마남지 않은 정부의 정책에 신뢰를 보낼 국민들도 별로 없는데도 말만 많지 알맹이 없는 '갈지 자' 정책만 양산하면서 불협화음만을 조성하고 있다. 그동안 해온 정책을 잘 마무리하기도 벅찬 상태인데도 말이다. 이런 면에서 국민들로부터 눈총의 대상이 되고 질타와 비난을 받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문제는 서민을 대변한다는 현 정부의 정책들이 서민들을 더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갈수록 서민들의 삶이 각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체감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아 지갑의 두께가 한층 얇아지고 있으나 씀씀이는 커지고 수입은 제자리이다. 월급쟁이들은 이젠 만원짜리 지폐 한장으로 하루를 보내기도 벅찬 상태이다. 점심 값과 교통비, 약간의 잡비만 해도 이 금액을 훨씬 넘는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할 때 4만원이 기본 경비인 셈이다. 여기에 고정생활비와 통신비, 의료비, 각종 세금, 교육비 등을 고려하면 외식과 여행은커녕 적자생활을 면키 어렵다. 단지 빚만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셈이다. 그래서인지 주변을 보면 빚쟁이가 아닌 사람이 별로 없다. 마이너스 통장에다, 카드 빚까지, 쓸 수 있는 대출 자금을 몽땅 끌어모으는 것이 일과인 서민들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이 매달 되풀이 되면서 서민생활은 날로 피폐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정부의 판단은 딴 나라 사람들 같다. 경기가 과열이어서 식혀야 한다는 논리로 계속적인 금리 인상을 통해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흡수해야 한다는 식이다. 그러면 대출로 연명하는 많은 서민들은 어쩌란 말인가. 이미 이자폭탄 소리가 시중에 난무하고 있는 것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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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대신 갚아줄 수도 없고 지면기사
웬만한 이들은 으레 한 두개씩 지녔음직한 신용카드. 이의 등장은 아주 우연한 일에서 비롯됐다.시카고 출신 사업가 프랭크 맥나마라는 어느 날 식당에서 음식값을 치르려다 크게 당황했다. 지갑 속에 현금이 없었던 것이다. 즉시 집에 연락해 돈을 가져왔지만, 그때 경험에서 힌트를 얻어 만든 게 바로 사상 첫 신용카드 '다이너스 클럽'이다. 1950년 출발한 다이너스 클럽은 처음엔 주로 식당에서 사용됐다. 그러나 카드 한 장으로 거추장스런 현금의 불편을 덜 수 있음을 알게되자 차츰 그 대상이 넓어졌다. 8년 뒤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신용카드 2호를 기록했고, 1966년 매스터 차지사가 영업을 개시, 본격적인 신용카드 시대를 열게 된다. 우리 나라도 1978년 외환은행이 외환카드를 선보인 이래 숱한 카드회사가 성업 중이다. 신용카드는 편리한 점이 많다. 현금없이 물품을 구입할 수 있고 현금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세금이나 벌금까지 신용카드로 낼 수 있다.게다가 거래 내용을 투명하게 해 탈세 방지에도 한 몫 한다.하지만 부작용도 적지않다. 현금없이 거래가 가능하다 보니 지나친 소비를 자극하게 되고, 툭하면 현금 서비스를 받게돼 한 순간에 빚쟁이로 전락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TV드라마 '쩐의 전쟁'에서도 보았듯이, 카드 빚이 힘에 부치자 악덕 사채를 쓰게 되고, 사채업자에 시달리다 못해 목숨을 끊는 일도 벌어진다. 사채로 전환된 빚에 덜미잡혀 장기매매나 인신매매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요즘 카드사들의 회원 유치 경쟁이 재연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003년 카드대란 이후 금융감독원이 규제했던 길거리 모집이 슬그머니 재등장했다. 사은품 공세까지 펼친다. 인터넷시대답게 온라인상의 회원 모집도 기승을 부린다. 당연히 복수카드 소지자가 부쩍 늘었다. 4개 이상의 카드 소지자가 자그마치 752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복수카드는 대출이 많은 이들의 돌려막기에 쓰여 카드사와 가계 부실을 함께 불러오기 십상이다.카드사용 또한 급증한 건 물론이다. 사용 건수가 사상 처음으로 하루 평균 1천만 건을 넘어섰다.월간 사용액은 넉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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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와 민생 지면기사
희망보다는 걱정이 많은 요즘이다. 때걱정 거처걱정 없는 분이야 그래도 견딜만하지만, 장대비 소식에 매년 되풀이 해 물폭탄을 맞아 온 민초들은 걱정이다. 이들의 걱정은, 고쳤으니 올해는 괜찮겠지 하는 믿음에서 부터 시작한다. 여지없이 깨진 믿음이 한두번이 아닌 터라 마음 한구석엔 스스로 구난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종국에는 특별히 챙길 것도 없다는 데서 걱정을 넘어 또다시 믿음을 가져 본다.그런데 다시 살펴보면 대선이 6개월 여 남았다는 데서 불안함이 혓끝에 돋는다. 대선 주자들은 당연히 민생을 얘기하고 경제를 걱정할 것이며, 현 정권은 치적을 내세울 것이다. 다시 말하면 대선 승리를 위한 허세로 인해 재난우려시설(고난한 삶)을 살피고 정비하는 데는 시선이 가지 않아, 무너진 하천을 다시 고치는 등 눈에 보여 하던 일만 열심히 하는(목전지계) 것이 전부일 게 뻔하다. 민생은 물건너간 한해가 될 것이고, 다음 정권은 남의 탓하다 세월을 보내는 일이 되풀이 되는 것이 현실로 여겨져 왔다.이는 '네 탓'이 아닌 '내 탓이오'를 외칠 줄 아는 공동체적 열린 마음이 없어서 벌어지는 '민생의 형극(荊棘)'이다. 이스라엘 철학자 '마틴 부버'는 '너'와 '나', 즉 '우리'를 공동체로 정의하고 있다. 공동체로 책임과 의무를 다할 때 민족의 발전과 번영이 보장되며, 책임과 의무는 '열린 마음'의 바탕위에서 비롯됨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의 현실은 공동체(끼리)는 있으나 열린마음이 없는 듯 하다. 공동체만 있으니 민생이 고단하고 나라가 더 높이 날 수 없음은 필연이다.선조들은 민생 구휼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고 운영한 데서 공동체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관곡(官穀)의 진급(賑給), 사궁구휼(四窮救恤), 조조감면(租調減免), 대곡자모구면(貸穀子母俱免)이 그 것이며, '백성이 영농에 힘쓰도록 권장하고 각종 재해에 대해 사전·사후 방비하는 역농방재(力農防災)'사업은 금과옥조라 할 수 있다. 전정·군정·환곡 등의 제도는 관리의 문제로 후에 백성의 고혈을 짜는 제도로 변질되기는 했지만, 선조들의 백성을 위한 마음은 언제나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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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누구를 위해 일하는가 지면기사
'주택거래 신고지역에서 제외해 달라. 분양가 상한지역에서 예외로 해야 한다. 학교시설 무상기부는 법적 근거가 없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시민들의 주장 같기도 하고, 개발사업자의 주장 같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인천경제자유구역에서 터져 나오는 목소리다. 주소로 말하자면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이고, 목소리의 주인공은 경제청과 인천시다.최근 인천시는 주택거래신고지역에서 기존의 연수구는 포함해도 좋지만 송도동은 제외해 달라는 취지를 건교부에 전했다고 한다. 경제자유구역의 발전과 투자유치를 위해서는 연수구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200도 안되는 다리 하나를 두고, 지난 2년간 송도동의 폭등하는 아파트 값만을 쳐다본 연수구민들이다. 밤낮으로 청량산에 올라가 동네 아파트값이 송도 수준이 되기만을 기원했던 구민들이다. 그래서 주택거래신고제도는 찬물을 끼얹는 소식이다.그러나 정작 더 황당한 것은 주택거래신고의 주된 규제 대상인 6억원 짜리 아파트가 기존 연수구에는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이미 13년전에 입주한 아파트들인지라 잘 나간다는 아파트가 48평형에 5억원대다. 그런데도 평당 최고가격이 1천800만원대에 10억원이 넘는 아파트가 즐비한 송도는 제외해 달라는 것이다. 매매소식조차 끊긴 구도심의 중동구와 남구 구민들은 더 할 말이 없다. 2014년 아시안 게임과 명품도시를 외치지만 다가오는 장마철이 더 걱정인 그들이다. 구도심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비새는 천장과 넘쳐날 화장실의 오물을 걱정하는 시민들이다. 몇 년째 구도심 재생을 외치는 공무원이나 화려한 도시계획 도면만을 들고 다니는 개발사업자들에게 지친 시민들의 분노는 폭발직전이다.그 뿐만이 아니다. 최근 인천시교육청은 학교를 기반시설로 인정하여, 무상으로 기부해줄 것을 요청했다. 2014년까지 신도시 등에 필요한 학교가 140여개에, 예산은 대략 2조8천억원이라고 한다. 그러나 교육청이 손에 쥔 예산은 없다. 인천도시개발공사의 송도 웰카운티가 내년 3월 입주예정이지만 교육청은 단지내 학교용지도 매입하지 못했다. 궁여지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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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마을의 정치경제학 지면기사
관광학을 전공하는 모 대학교수가 최근에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과 함께 파주영어마을을 찾았다. 1년 전 방문했을 때의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던 탓이다. 레스토랑과 카페 등의 음식도 수준급일 뿐더러 외국인 종업원들이 영어로 서비스하는 모습을 접한 순간 유럽의 어느 도시에 온 듯한 착각이 들었었다. 해외 견학기회가 별로 없는 우리 학생들에게 국제화시대에 부합하는 최적의 견학코스로 판단했던 것이다.그러나 마을에 들어서면서부터 낭패스러웠다. 사람들로 한창 붐벼야할 시간대임에도 마을 전체가 썰렁했다. 또한 레스토랑이나 카페 등은 온데간데 없고 대신 자장면·돈가스·어묵 등을 파는 동네 분식점 수준의 음식점들이 새로 들어섰으나 그나마 개점휴업인 집들이 많았다. 황당하다 못해 학생들 보기가 민망스러웠다고 토로했다.국내에 영어마을 열풍을 몰고 온 파주영어마을은 시작부터 인기가 대단했다. 1천700억여원의 공사비를 들여 국내 최대규모의 초호화 집단교육시설을 조성, 마치 영국의 여느 다운타운을 통째로 옮겨놓은 듯했다. 그런 탓인지 개원과 함께 교육 참가를 희망하는 신청자들이 폭주, 한때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으며 심지어 자식을 캠프에 입소시키기 위해 학부모들이 '백'을 동원했다는 루머도 돌았었다. 당시 손학규 지사는 파주영어마을 개소 변(辨)으로 공교육 보완 및 사교육비 절감, 빈부격차에 따른 교육기회 불균형 해소, 해외유학수요 대체, 글로벌경쟁력 제고 등을 들었다. 덕분에 파주영어마을은 새로운 명물로, 경기도는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메카로 급부상하면서 경기도민들의 자긍심도 한층 제고되었다.그러나 파주영어마을은 개원 1년여 만에 애물단지로 전락, 경기영어마을사업이 총체적 위기상황에 직면했다. 당초 경기도는 전체 입소인원의 20%를 저소득층 쿼터로 규정하고 참가비 전액을 도비(道費)에서 지원했으나 실제 저소득층 자녀의 입소비율은 4.8%에 머물렀다. 빈부격차에 따른 교육기회 불균형 해소는 공약(空約)으로 확인되었다. 영어마을 수업료 또한 동남아에서 연수를 받는 비용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해외유학수요 대체효과도 없어 보인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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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 지면기사
연말에 5년간 국가의 장래가 걸린 대통령선거가 실시된다. 아직 후보가 확실히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국민의 이목을 끌기 위한 후보들의 노력은 백화제방이다. 일부는 달콤한 장밋빛 약속을 하고 있으나 그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이다. 아직 범여권 대권후보가 가시화하지 않고 있어 여권 후보가 내세울 공약의 강도는 지금으로서는 가늠이 어렵다. 그렇지만 이들이 앞으로 내걸 공약들도 거의 대동소이할 것으로 전망돼 그리 놀랄 만한 깜짝 대선 공약은 없을 것이란 짐작이다. 모두 국민과 국가의 장래를 위한 정책적 제안들일 거라는 데는 이의가 없다.하지만 우려되는 면도 적지 않다. 현재의 정치·경제·사회 상황이 별로 좋지 않아서 그렇다. 많은 문제점들이 곳곳에서 돌출하거나 잠복해 있어 언제 활화산 처럼 우리를 강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불경기, 양극화와 실업문제, 가계부채 등이 그것들이다. 청년실업자 수는 거의 200만명을 넘어섰다는 것이 정설이며 빈부격차는 더 이상 거론키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가계부채는 580조원을 넘어 조만간 6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니 전 국민이 빚쟁이라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닐 게다. 이런 점들은 대권후보들에게는 좋은 먹잇감이 분명하다. 해결을 빌미로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어서이다. 바꿔말하면 충격적이고 극단적인 정책과 공약을 들고 나올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얘기이다. 이런 공약과 정책은 필연적으로 대중인기영합주의인 포퓰리즘이 될 수밖에 없음이 자명하다. 따라서 이번 대선은 그 어느 선거보다 포퓰리즘의 경연장이 될 우려가 높다. 보·혁대결이 그만큼 치열해질 것이 명확해서이다. 보수층을 대변하는 한나라당 유력후보들의 공약만 봐도 이런 점이 벌써 엿보인다. 이명박 후보는 '7·4·7 신화'를 들고 나왔다. 7% 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경제강국을 건설하겠다는 뜻이다. 박근혜 후보가 내비치는 공약들도 비슷하다. 예를 들면 이 전 시장은 경부 대운하건설을, 박 전 대표는 철도페리 건설로 맞대응하고 있다. 둘 다 경제와 실용의 의지를 내세우지만 실현 가능성이 별로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