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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소득 2만달러인데 지면기사
"마른 논에 물 들어가는 것 하고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이 제일 보기 좋더라." 불과 몇 십년 전 가난을 숙명처럼 감수하던 시절, 어른들이 곧잘 하시던 말씀이다. 그 시절 우리는 "풀뿌리 나무껍질로 연명한다"는 말이 예사로울 만큼 대부분 민초들은 굶기를 밥먹듯 했다. "사흘 굶어 도둑질 안 하는 사람 없다"고 했듯이 이웃집 텃밭에서 감자 옥수수 등을 훔치다 들켜 망신을 당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지금의 '생계형 범죄'라는 게 바로 그런 것들이었으리라. 그러던 우리도 1960년대 중·후반부터 본격 시작된 경제개발로 차츰 생활의 여유를 찾게 된다. 해마다 닥치던 그 무서운 보릿고개도 1970년대 초반부터 통일벼를 재배하면서 서서히 사라져갔다. 거듭된 경제성장으로 불과 100달러에도 못 미치던 개인소득이 무려 200배 넘게 늘어 2만달러 시대가 됐다. 그리고 세계 10~11위의 경제대국을 자랑하게도 됐다. "가난은 나라도 구제하지 못한다"던 옛말이 말 그대로 옛말에 불과했음을 입증해 보였다 하겠다.그러나 개인소득 2만달러 시대가 무색하게, 아직도 사회 구석 구석에선 먹고 살기 위한 생계형 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다. 끊이긴커녕 근년들어 되레 늘어나는 추세다.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대형 할인점에서 생선과 김치 고무장갑 등을 훔친 70대 할머니, 임신 중인 아내와 세살배기 아들에게 먹이고 싶어 두부를 훔치다 들킨 20대 가장, 아기 분유값을 마련하기 위해 빈집을 턴 20대 부부 등등….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생계형 범죄가 2002년 4만852건, 2003년 4만2천100건이었으나 2004년엔 5만4천856건, 2005년엔 4만9천708건으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 한 통계에 따르면 2006년엔 전년 대비 50%나 늘었다고도 한다. 이런 추세라면 아직 통계를 보진 못했지만, 지난 한 해도 분명 늘지 않았을까 싶다. 더구나 벌금 낼 돈이 없어 노역형으로 벌금을 대신하는 소위 환형유치(煥刑留置)도 크게 늘고 있다. 환형유치 건수는 2003년 2만1천104건이던 것이 2004년 2만8천193건, 2005년 3만2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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戊子年에 요구되는 시대정신 지면기사
戊子年이 지닌 의미와 2008년의 시대정신은 일면 통하는 구석이 있다. 戊子에 경제와 생산, 가능성을 의미하는 풍요와 다산, 기회의 뜻이 달려 있는 까닭이다. 이는 선조들의 지혜로, 子(쥐)에서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모습을 끄집어 냈다. 쥐의 외형에서 보이는 더러움과 간사함보다 내면의 세계로 들어가 우리의 삶에 도움이 되는 풍요와 위험을 감지하는 예지의 능력을 찾아 내 인간세상에 부여하는 지혜를 발휘한 것이다. 또한 子와 음이 같은 滋의 뜻을 빌려 '무성하다' '싹이 트기 시작한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도 했다. 숱한 내우외환 등 난국을 극복하려는 선조들의 적극적인 자세가 긍정적인 사고를 만들어 내 오늘까지 이어지는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인간세상을 쥐에 견줘 회자되는 이야기가 많다. 인간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며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그 역사도 깊어 기록으로만 살펴도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신라시대의 일이다. 지금의 원주인 치악현에서 8천여 마리나 되는 쥐떼가 이동하는 이변을 신라본기 혜공왕 5년 기록에서 전하고 있다. 그 해 겨울 극심한 가뭄으로, 농작물 피해가 컸다고 한다. 해안 일부 도서에서는 수호신처럼 숭배했다는 기록도 있다. '쥐떼가 배에서 내리면 난파한다' '쥐가 없으면 배에는 타지 않는다' 등등 쥐의 예지력을 인간생활에 적용한 예다.새해 벽두 인간을 십이지에 비유하는 것은 띠에 얽힌 상서로움을 끄집어 내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쥐의 해도 예외는 아니지만 올해는 남달리 새겨 둘 의미가 있다는 데서 그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인간이 쥐에 부여한 상징성은 앞일을 예견하고 미리 대비하는, 그래서 풍요로운 삶을 누릴 줄 아는 지혜다. 풍요로운 삶을 위한 경제살리기가 이 시대의 정신이라는 데서 2008년 실천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쥐의 또다른 상징성으로 진정성을 말하고 있다. '쥐가 모자를 씹으면 재물을 얻게 된다' '쥐가 방안에서 쏘다니면 귀한 손님이 온다' '쥐가 집안에서 흙을 파서 쌓으면 부자가 된다' 등 쥐의 행동에서 얻는 결과물은 늘 같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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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과 박근혜 지면기사
이명박. 복과 운이 많은 대통령 당선자다. 한나라당 경선에서부터 대통령 선거일에 이르기까지 어려운 국면이 발생할 때마다 그에 대한 부정적 시비를 잠재운 사건들이 터졌다. 샘물교회의 아프가니스탄 인질사태. 그것은 박근혜 전 대표의 추월을 막아낸 예상치 못한 사건이었다. 신정아와 변양균 스캔들. 그것은 집권당을 초토화시킨 동시에 대선에서 도덕성 시비를 막아낸 사건이다. 그리고 선거 막바지의 서해안 기름 유출사태. 그것은 대통령의 위기관리 능력을 요구한 사건이었다.그 때문일까. 새롭게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이 폭발적이다. 이념주의보다 실용주의를, 부동산 규제보다 활성화 대책을, 평등주의보다 자율형 교육제도를, 세금폭탄보다 합리적인 조세정책을 기대하고 있다. 물론 당선자가 국민들의 목표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험하기만 하다. 그 첫 번째 시험대는 국무총리의 임명이 될 것이다. 여소야대의 국회와 실용주의 그리고 국무총리 잣대를 만족시킬 수 있는 인물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제18대 총선전략을 보여주어야 한다.그러나 공천권을 둘러싼 논공행상이나 한나라당의 재집권 전략과 연계될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 설정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일부에서 벌써 차기 대통령 후보로 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거론되는지 여야 모두 새겨야 할 대목이다. 반기문. 그의 차기 대권 가능성을 일깨워 준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대선이 장난이냐고 비판을 받았던 허경영 후보다. 그가 판문점에 유엔본부를 유치하겠다고 나서면서 유엔과 반 총장의 실체를 각인시켰다. '8번 찍으면 팔자 고친다'는 구호를 들고 나와 9만6천756표를 얻었다. 그러나 선거에서 떨어진 이후에 인터넷과 케이블 방송의 토론프로에서 더 인기다. 한 인터넷 홈피를 보면 하루 방문자가 7만명에 이른다. 대선기간 중 일부 엽기 사이트와 홈피에서 유행하던 그의 사이트가 계속 인기를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한심하다는 비난과 시원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해서 그의 홈피를 방문했다. 결혼 1억원·출산 3천만원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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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구기일(運九技一) 지면기사
'해찬들'이란 상표가 있다. 유명 식품전문기업 CJ제일제당의 대표적인 브랜드다. 한때 이 회사는 '해찬들'이란 상표를 다른 이름으로 변경할 것을 심각히 고려한 적이 있었다. 주부들간에 뜬금없이 "해찬들 상표만 봐도 울화통이 치민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이 회사의 매출이 줄어든 탓이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격이다.김대중 정부 출범 첫해인 98년 10월 당시 이해찬 교육부장관은 가히 혁명적인 교육정책을 내놓았다. 점수위주의 획일적인 대입전형이 학생들의 창의력을 떨어뜨리는 만큼 수능비중을 축소하고 학생생활기록부와 논술고사 등 다양한 자료를 최대한 반영해 특기와 적성 위주로 선발하는 내용의 '2002학년도 대입제도 개선안'이었다. 무시험특별전형 확대가 골자다. 특기 내지는 학교 공부만으로도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등 공교육 정상화 및 사교육비 부담축소, 그리고 대학의 서열화방지 등 부수적인 성과도 담보되었다.이를 계기로 항간에는 "시험 안보고도 대학 간다" 혹은 "한 가지만 잘하면 대학 간다"는 등의 인식이 팽배했다. 대학들은 경쟁적으로 기묘한 이름을 붙인 특별전형을 신설하면서 심지어 '미인대회 입상자'를 뽑는 경우도 등장했다. 학생들이 공부에 전념하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발표 3년후인 2002년의 대입수능시험성적은 예년에 비해 폭락했다. '이해찬 1세대'는 이렇게 해서 만들어졌다.더욱 기가 막힌 것은 수험생들에 대한 정시모집 입시지도였다. 수능 전국석차가 일절 공개되지 않은 터에 수능성적표에는 원점수 외에 등급·표준편차 등의 생경한 단어들이 등장하고 대학들마다 각기 다른 모집요강을 발표함으로써 혼란이 극에 달했다. 영역별 가중치는 뭔 소린지 가방끈이 짧은 학부모들은 벙어리 냉가슴이었다.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대입제도개혁을 한지 올해로 만 10년이 지났다. 긍정적 효과도 감지된다. 명문대 진학률의 수도권편중도가 많이 해소되었다. 내신성적만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수도 급증했다. 그러나 역기능은 더욱 심화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매년 전 세계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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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과 결정의 시점 지면기사
대통령 투표일까지 꼭 일주일 남았다. 그간의 대선은 여·야간의 BBK 진실공방으로 인한 정국의 혼탁함은 그 어느 대선보다 심했다고 해야 옳다. 후보들의 정책이라든지 아니면 자질·비전 등에 대한 검증 절차는 뒷전으로 밀린 채 온통 이분법적인 진실공방만이 있어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기에 대선후보들간의 짝짓기·합종연횡 등 세불리기와 같은 정치공학적인 역학구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 유권자들을 혼란의 구렁텅이로 몰고있는 실상이다. 현대 선거의 백미인 정책선거는 사실상 실종된 셈이다.어찌보면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으며 유권자들에게는 불행한 사태임에 틀림없지만 우리 유권자들의 바람은 단순하다. 한마디로 우리의 미래를 이끌 확실한 리더십과 비전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을 요구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는 그런 것이 없다. 물론 후보들이 주장하는 정책은 분명히 있고 비전도 제시하고 있으나 얼마나 많은 우리 유권자들이 이를 숙지하고 있는지는 미지수이다. 그만큼 선거외적인 요인들이 이번 대선을 지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유권자들의 희망이 산산이 부숴진 대선판이 된 꼴이다.이런 면에서 원칙은 사라지고 꼼수만이 난무한 선거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BBK사건의 공방만 봐도 그렇다. BBK주가조작으로 인한 피해자들이 5천여명에 이르고 있으나 이들에 대한 구제는 어떤 대선 후보들도 거론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그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을 자청하면서 시위에 나서겠는가. 누군가는 꼭 해결해야할 문제이지만 후보들은 외면하고 있다. 일부 후보들은 이런 것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니 그저 기가막힐 따름이다.검찰이 밝힌 BBK의 김경준 사건은 명확해졌다. 그는 사기꾼에 지나지 않는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는 피해자들의 돈을 챙겨 400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외국으로 빼돌린 것은 명확하다. 이런 사실은 감춰진 채 오직 누가 관련돼 있다는 등 아니면 검찰의 수사가 잘못됐다는 등 온갖 억측과 비방, 이전투구만이 있을 뿐이며 '…했다'는 설만 난무하고 있다. 네거티브 선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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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 구석이… 지면기사
수억원대 금품을 강탈당한 피해자와 강탈범 사이 신사협정(?)이 맺어졌다. "서로 신분을 알리지 말고 신고도 하지 말자"고. 지난 세기 마지막 해인 1999년의 일이다. 그해 7월 희대의 장기 탈옥수 신창원이 검거됐을 때 드러난 사실이다. 그보다 몇달 전인 그 해 3월 소위 고관 갑부집 전문털이범이 검거돼 밝혀진 내용 역시 가관이었다. 그는 분명 "고관 갑부들 집에서 어마어마한 액수의 금품들을 훔쳤다"고 자백했는데, 정작 피해자인 고관 갑부들은 한사코 "도적맞은 적 없다"고 강력히 부인한 것이다. 관대하다고 해야할지, 어이없다고 해야할지….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그 해의 백미는 이른바 '옷 로비 사건'이다. 내로라 하는 재벌총수 부인이 수천만원짜리 옷들을 구입, 소위 권력 실세 장관 사모님들께 바쳐왔다는 이 사건은, 그 해 내내 핵심 이슈가 됐다. 특히 관련 사모님들의 책임 떠넘기기식 '거짓말 대행진'은 캐면 캘수록 지독한 악취를 뿜어내며 흥미(?)를 돋우었다.20세기의 마지막 해를 장식한 낯 뜨거웠던 추태들로, 영원히 사라져 주기를 바랐던 대표적 사건들이었다. 당시만 해도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을 받은지 불과 2년밖에 안되던 때다. 여전히 기업들 도산이 이어지고 노숙자가 늘고, 먹고 살길이 막막해 멀쩡했던 가정들이 해체되는 등 백성들 고난이 극심했던 때였다. 그런데도 일부 고관 갑부들의 행태가 이랬으니 그 실망과 분노가 오죽했겠으랴. 이제 새 세기(21세기)에 들어선지도 8년이 됐다. 그리고 지금은 현 정부의 임기가 다 끝나가는 마지막 해 연말이기도 하다. 그러면 올 한 해는 또 어떤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졌을까. 아무리 더듬어 봐도 그 때(1999년)만큼 흥미진진한 사건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대신 그 때보다 몇갑절 더 심한 악취를 뿜는 추태들만 연이어 생각난다. 우선 모대학 유명 여교수의 가짜학위 파문과, 그녀와의 부적절한 관계가 드러난 청와대 정책실장의 염문이 잠시 흥미를 돋우는 듯했다. 하지만 그가 치정 유지를 위해 권력을 남용, 막대한 국가 예산을 부당 배정하는 등 비리를 저지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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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성찬 지면기사
말의 성찬(盛饌), 말의 계절이다. 5년마다 찾아오는 대선 때면 국민들은 나라의 새 일꾼을 뽑는다는 설렘과 자부심, 미래에 대한 청사진 등 신선함을 맛보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느낌은 잠시뿐 예나 다름없이 스트레스를 더 받는 것이 상례였다면 너무 심한 말일까. 많은 국민이 넘쳐나는 약속의 말에서, 말의 유희와 막말에서 우선 실망하게 된다. 아직도 자극적인 언어가 국민의 마음을 움직여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데 동의하는 분들로 인해 많은 국민이 스트레스를 받고, 많은 청소년이 우리말을 순화해 사용하기를 꺼려하고 있는데도, 시대어인 양 못되고 난폭한 언어를 거리낌없이 사용하는 현실이 안타까운 계절이다.대권을 꿈꾸며 17대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은 나름대로 공약을 내놓고 있다. 또한 유권자에게 자신의 정책방향과 공약의 특징을 각인시키기 위해 슬로건으로 정리하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공약(公約)을 실천하든, 공약(空約)으로 변질돼 폐기되든 그것은 나중의 일로 우선 제시한 정책에서 선택받고 싶어한다. 한데 이에 앞서 벌어지는, 대세를 선점하기 위한 기싸움이 가관이며, 공약발표 이후 벌어지는 립서비스와 상대의 공약을 공격하는 말의 전쟁도 볼 만하다.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말의 공방과 말의 학대로 우리말을 사랑하는 국민들을 불쾌하게 하면서도 당당하다.말은 살아 있는 생물체로 비유되곤 한다. 그래서 말에서 인격을 찾고, 인물 됨됨이를 살핀다. 또한 미래를 점치기도 한다. 이러한 말이 정치권에서는 용도폐기된 듯한 난감함을 경험하게 된다. 호소력있는 포장된 말의 톤이 비슷하며, 자가당착형 말의 풍토가 만연해서다. 국민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이러한 행태는 대선 정국에서는 더해, 신뢰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져도 그런 말을 하는 후보 중 한 분을 선택해 나라의 일꾼으로 삼는 일을 국민들은 한다. 어리석은 행위지만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람되나 가끔은 말을 계량화해 대권 도전자의 말을 점수로 환산하면 몇 점이나 될까? 늘 궁금하면서도, 국민들이 낙점한 대통령의 점수가 수준 이하로 나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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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민대장정과 로스쿨 지면기사
1997년 7월 1일 0시. 중국인들은 홍콩의 반환을 환호했다. 그러나 150년 동안 홍콩에 휘날리던 국기를 내린 영국인들은 눈물을 흘렸다. 선전(深 ).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형 자본주의를 학습한 장소로 잘 알려진 곳이다. 홍콩을 능가하는 컨테이너 터미널이 장관을 이루고 있는 신항만이자 우리식으로 표현하자면 경제자유구역이다. 광저우(廣州). 우리에게는 질병 사스로 알려진 도시다. 그러나 'Made in China'라는 이름을 붙인 수출상품의 3분의 1이 이 지역에서 만들어진다. 생각할 수 있는 물건은 모두 있다고 자부할 정도로 세계의 공장역할을 하고 있다.바로 이곳을 210여명의 인천시민들이 최근에 다녀왔다. 이름도 비장하다. '인천발전을 위한 시민대장정'. 상하이와 부산·광양에 이어 3번째다. 행사의 주최와 후원에 여러 단체와 기관이 앞장을 섰다. 그러나 행사를 성공으로 이끈 일등공신은 새얼문화재단의 지용택 이사장이다. 그의 열정과 사랑이 이번 행사를 가능케 했다는 총평이 결코 공치사가 아니었다. 7대의 버스로 시작된 투어에 참가한 분들은 인천에서도 뵙기 어려운 분들이었다. 강동석 전 건교부장관, 박호군 인천대 총장, 서정호 항만공사 사장, 오경환 신부, 이창구 인천행정부시장, 한광원 국회의원, 홍승용 인하대 총장, 기업대표와 시민단체 그리고 시민 등. 인천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자발적 참여한 분들이었다. 모래알 같다는 인천에서 이처럼 많은 분들이 각자 비용을 부담하면서 참여한 사실 부터가 기록될 만한 사건이었다.그동안 인천지역은 국가적 혹은 지역현안이 등장할 때마다 타 지역보다 응집력이 부족하다고 타박 받아왔다. 선거 때마다 지역주의가 망국병이라고들 하지만 색깔이 없어 탈이라는 하소연도 들었다. 그러나 인천의 시각으로 주장 삼각지를 둘러 본 전문가들과 시민들의 얼굴은 밝지 못했다. 홍콩 첵랍콕 공항의 물류 시스템과 선전의 컨테이너 터미널은 엄청나게 성장해 있었다. 과연 따라 잡을 수 있을까. 항만의 경우 중국에 추월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이 정도로 앞서고 있는지는 생각하지 못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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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스스로 구태를 벗어야 지면기사
"용서하라. 그러나 잊지는 마라."1941년 12월 8일 일본 전투기들에 진주만이 어이없이 기습공격을 당한 후 미국인들간에 자주 회자되었던 말이다. 이날은 마침 일요일이자 하늘마저 청명해 진주만의 수많은 군인가족들은 한가로운 주말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런데 별안간 400여대의 일본 전투기들이 요란한 굉음을 내며 하늘을 뒤덮는가 싶더니 주위는 순식간에 불바다로 변했다. 이날 기습으로 미국은 전함 18대, 항공기 177대, 인명 2천403명의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대다수 국민들은 10년전 외환위기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도 끔찍하다. 졸지에 실업자들이 무더기로 양산되면서 서민들의 심정은 공황 그 자체였다. 국내외 언론들은 연일 정부의 무능과 재벌들의 과욕에 화살을 퍼부어 댔으나 국민들은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국가부도란 초유의 사태에 직면, 남을 비난할 겨를이 없었던 탓이다. 오로지 난국타개만이 지상과제였다. 서민들은 맹목적이다시피 '금 모으기'운동에 참여했다. 훗날을 대비해서 애지중지 모셔두었던 금붙이를 자진 매각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아기 돌잔치를 치른 직후에 선물로 받은 돌반지까지 들고 나오는 젊은 부부들도 부지기수였다. 그럼에도 160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 대부분은 향후 국민들이 두고두고 갚아야할 빚으로 남았다. 이것으로 문제가 끝난 것이 아니었다. 국부(國富)의 대부분이 외국자본의 수중에 넘어가면서 더 많은 직장인들이 실업자로 전락했다. 구조조정과정에서 살아남은 자들도 편치 못했다. 노동시장 유연화니 연봉제니 하면서 간단없이 근로자들을 옥죈 때문이다. 덕분에 비정규직 근로자수가 급증하고 분배구조는 더욱 악화되었다. 목하 근로자들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사주(社主) 눈치 보기 바쁘다. '6·25 이래 최대의 국난'은 여전히 진행형인 것이다. 재벌들도 소나기를 피할 수 없었다. 대우그룹을 비롯한 30대 재벌의 3분의 1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으며 어렵사리 살아남은 재벌들에게는 모진 채찍질이 가해졌다. 차입경영, 문어발경영, 황제경영, 부당내부거래 및 분식회계, 편법상속, 정경유착 등의 해소요구가 그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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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전벽해를 꿈꾸며 지면기사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은 참 어렵다. 모든 사회적 역량이 한 곳에 결집돼도 힘든 일이어서 심한 진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렇더라도 우리 주변에는 새로운 미래를 위해 쉼없이 준비하는 이들이 많다. 과학자들은 연구소에서 늘 밤샘을 한다. 그리고 기술개발을 위해 헌신하는 발명가, 나라 살림을 잘 꾸리기위해 나서는 정치인 등도 나름대로 같은 목적을 위해 노력한다. 미래의 세상을 보다 삶에 유익하게 하기위해서일 게다. 산업혁명의 효시가 된 영국의 볼턴과 와트의 만남은 세상이 어떻게 변신하는가를 잘 일깨워주고 또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해 준다. 와트는 증기기관을 만든 발명가이며 볼턴은 그 발명품을 보급, 세상을 바꾼 미래지향적인 사업가이자 경영자이다. 이들의 만남은 당시의 세상을 확 바꿔버렸다. 증기기관이 산업혁명으로 연결되고 현재의 세상을 만드는 기초를 다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볼턴과 와트의 만남은 미지의 세상을 연 원동력이 된 셈이다. 하지만 와트는 누구보다도 큰 개인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그는 증기기관을 발명하기 위해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이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감수했어야 했으며 급기야는 회사의 파산으로 자살을 결심할 정도의 궁핍한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와트의 증기기관은 그 기계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본 볼턴을 만나면서 세기의 발명품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당시 증기기관을 생산할 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영국의 국왕 제임스 14세가 볼턴에게 "왜 힘들게 공장을 하려고 하느냐"고 던진 질문에 그는 단연코 "세상을 놀랍게 바꾸기 위해서요"라고 답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볼턴은 미래를 보는 혜안이 있었던 것이다.요즘 우리 사회는 대선이 한창이다. 각 정당의 대권 후보들은 제 나름대로의 국가경영 비전을 갖고 국민들을 설득하며 선택을 호소하고 있다.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곧 우리 나라가 선진국이 될 것이라는 착각이 들지만 많은 국민들은 이를 잘 믿지 않는다. 우리의 사정이 대내외적으로 그리 넉넉지 않아서이다. 한마디로 우리 앞에 닥친 어려움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심하다는 얘기이다. 유가와 원자재 값이 예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