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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쉽게 걷혀 그럴까 지면기사

    회사원 A씨는 수도권 한 도시에 사는 평범한 소시민이다. 매일 집에서 일터까지 오는데 승용차로 30~40분 걸린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그 두 배쯤 소요된다. 한 번에 오는 시내버스가 없어 중간에 갈아타지만, 곧바로 오지도 않는다. 시내 곳곳을 들르며 빙빙 돌아서 온다. 지루하기도 하고 길에 허비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 승용차로 출퇴근한다. 비슷한 처지의 직장인들이 꽤 많을 것 같다.그래도 그 정도는 조금만 바삐 움직이면 굳이 개인 차가 필요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개인 차가 없으면 도저히 삶을 꾸릴 수 없는 이들이 주변엔 훨씬 더 많다. 화물차 운전자들, 채소 등 갖가지 물품을 싣고 이 동네 저 동네를 누벼야하는 이동 상인을 비롯한 각종 영세상인들, 하루에도 수십곳을 찾아다니는 영업사원들, 분초를 다퉈 이 사람 저 사람을 만나야 하는 중소사업자 등등…. 헤아리자면 한이 없다.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가 무려 1천600만대로 세 사람당 한 대꼴이라지만, 이는 그만치 차가 생활필수품이라는 뜻에 다름 아니다. 오죽하면 집 없이는 살아도 차 없이는 살 수 없다는 말도 있다.그러나 차량 유지비 부담이 너무 버겁다. 보험료 수리비 등이야 그렇다 치고, 연료비가 너무 든다. 요즘처럼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뛰는 상황에선 허리가 휘다 못해 아예 꺾어질 판이다. 최근 국제 유가가 뛰면서 국내 유가도 몇 주째 치솟고 있다. 무연 휘발유값이 ℓ당 1천600원 가까이나 육박했다. 그런데 어이없는 건 이런 기름값의 60% 정도가 세금이라는 사실이다. 휘발유의 경우 ℓ당 526원의 교통세에 주행세 교육세 부가세까지 합치면 자그마치 880원에 이른다. 이쯤되면 주유소에 기름 넣으러 가는 게 아니라 세금을 내러가는 셈이 된다. 기름값이 뛸 때마다 국민은 유류세부터 내려달라고 아우성이지만, 정부는 언제나 마이동풍이다.지난 1998년 구조조정 재원 마련 차원에서 교통세를 대폭 올렸다. 그때 정부는 휘발유값이 ℓ당 1천200~1천300원을 넘을 경우 세금을 낮추겠다고 했지만, 좀처럼 지켜지지 않고 있다. 기껏해야 국내 휘발유값이 경제협력개발기

  • 치산치수 지면기사

    올 여름은 유달리 무덥다는 일기예보다. 장마전선도 평년을 앞서 찾아 온다고 한다. 그 것도 예년보다 길어 6월 중순 후반에 시작해 7월 하순 물러 가는 근 한달이다. 지난 수마는 다 치유했는지, 매년 되풀이 되는 물난리를 막을 방도는 있는지 걱정이다. 여기에 더해 국민을 편안하게 할 정책은 무엇인지 지도자의 정치철학 1호였을 치산치수가 궁금해 지는 계절이기도 하다.치산치수(治山治水)는 예부터 국가경영의 근간을 이뤄왔다. 민생에도 관련있어 정치의 요체로 비유되기도 한다. 중국의 고대국가인 하(夏)·은(殷)·주(周)나라는 치산치수로 국가 통치의 큰 터를 이뤘으며, 진나라도 치수에 성공, 강국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한해와 홍수예방에 성공하면 성군으로 칭송받았다. 대표적인 예로 영조를 들 수 있다. 한성부의 수해를 막기위해 준천사라는 기관을 설치하고 청계천의 준천역사를 크게 일으키는 등 치수에 많은 공을 들였다. 치산치수는 국가 지도자의 경영 덕목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이처럼 왕조시대 임금이 치산치수를 나라의 근본으로 삼은 것은 농경사회에서 찾을 수 있다. '농자 천하지대본'에서도 살필 수 있듯이 농경사회에서 땅과 물을 잘 다스리는 것은 부와 힘의 근원이며 그 근간에는 백성이 있었다. 치산치수는 민생의 안정을 의미하며 이는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일과 상통하기 때문이다.21세기 들어서도 치산치수는 국가지도자의 큰 덕목임에 틀림이 없다. 국민들의 삶을 편안하게 하는 복지사회로 가는 데 살펴야 할 분야가 많아 졌을 뿐 치산치수의 참의미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게 없다. 그래서 인지 요즘 대통령이 챙기는 일이 너무 많다. 취임이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이번 정권도 예외는 아니어서 국가균형발전을 시작으로 근자에는 언론통제까지 하고 나섰다. 그런데 많은 일을 벌이면서도 국민을 위한 치산치수의 요체(?)를 짐작하기가 힘들다면 필자만의 잘못된 판단일까. 오히려 국민의 심기만 불편하게 한 것이 더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많은 국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단연 최근에 벌

  • 포스코도 M&A 될 수 있는 세상 지면기사

    포스코. 대학생들이 가장 입사하고 싶어하는 회사다. 포스코의 Finex 공법은 100년 역사의 용광로를 대체하는 차세대 혁신공법이다. 그리고 세계최초로 상용화한 고난도의 차세대 제철 기술이다. 포스코는 우리나라 수출 비중 가운데 2.2%를 차지하고 있으며, 냉연강판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6.3%다. 그리고 고용인구만도 1만9천여명에 달한다. 그런 포스코가 정작 걱정하는 것은 M&A다. 연간 생산량 1억이 넘는 글로벌기업 아르셀로-미탈이 출현하여, 시가 총액 320억달러의 포스코를 적대적 인수·합병의 잠재리스트에 올려놓았기 때문이다.최근 포스코의 이구택 회장이 그 가능성과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M&A로 국내에서는 부실기업만 살 수 있다. 그러나 서구인은 멀쩡한 기업을 매일 건드린다. 외국기업의 적대적 M&A에 대해 우리처럼 무방비인 나라도 없다. 미국도 1980년대 중반 일본의 합병을 막기 위해 '엑슨-플로리어법'을 만들어 국가안보차원에서 승인받게 했다. 외환위기 때 투자유치를 위해 완전무장해제를 해버린 것이 문제였다."국민들이 묻고 있다. 만약 포스코에 대해 M&A를 시도한다면 그것을 막을 법적 제도적 장치는 있는가. 쌍용자동차가 IMF 이후 허무하게 중국으로 자동차 기술이 넘어간 것을 본 국민들인지라 우려의 폭은 깊다. 그러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우리나라도 국가핵심기술과 산업기술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작년에 만들었다. '산업기술의 유출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그것이다. 시민들에게는 생소한 법률이지만 첨단 자동차 기술과 와이브로 기술 유출이 적발되면서 국민들의 관심사가 되었다. 그러나 정작 정치권에서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박근혜 전 대표가 이 법률의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부터다. 과학자들의 건의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진 이 발언으로 이 법률의 개정여부가 관심사다.그 핵심은 이 법률로 적대적 M&A를 막을 수 있는가. 그리고 국가핵심기술의 보호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는가에 있다. 기업의 미비한 보상제도와 연구자들의 애국심만으로 기술 유출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 알리데, 당신까지

    알리데, 당신까지 지면기사

    지난해 말 프랑스인들은 한 유명 대중가수의 국적이탈에 크게 실망했었다. '존경받는 프랑스인' 4위에 랭크됐던 국민가수 조니 알리데가 어느날 갑자기 스위스로 이민을 결행한 때문이다. 이유는 "지나친 세금 때문에 더 이상 프랑스에서 살 수 없다"는 것이었다. 프랑스의 경우 최근 10만여명의 부자들이 과도한 '부자세'(富者稅) 탓에 조국을 버리고 있다.종합부동산세 부과기준일이 임박해지면서 국내 여론도 점차 비등(沸騰)하다. 올해에는 고가주택으로 분류되는 6억원 초과 주택이 총 38만여 가구로 종합부동산세 도입 첫 해인 2005년 대비 꼭 10배가 늘었다. 작년보다도 약 2배나 늘어났다. 이 정부의 파상공세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집값이 오른 탓이다.반면에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은 올해만 평균 22.8%가 올랐다. 설상가상으로 종부세 과세표준 적용률도 지난해 70%에서 올해는 80%로 높아졌다. 따라서 기존 종부세 대상자의 올해 평균 세부담은 가구당 474만원으로 작년에 비해 125%나 인상됐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지난해까지는 종부세의 과중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들이 최고 50%의 탄력세율을 적용해 재산세를 감면해 줬으나 올해는 이나마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돼 가구에 따라 지난해 대비 종부세부담이 최고 300%(세부담 상한선)에 이를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이로 인해 새로운 문제들이 속속 불거지고 있다. 메가톤급 세금폭탄공세에 따른 급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나 목하 비수기로 접어든 터에 집값 하락에 대한 기대감까지 가세, 매매수요가 실종되다시피 한 탓이다. 일부지역을 중심으로 공시가격이 실거래가에 육박하거나 혹은 공시가격과 시세 간에 역전현상이 발생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벌써부터 국세청은 조세저항을 우려하며 크게 긴장하고 있는 눈치다.집을 가진 사람들의 스트레스도 이만저만 아니다. 강남에 살고 있는 중년의 한 직장인 왈, "강북에 살다가 출퇴근이 너무 힘들어 빚을 내는 등 무리를 해서 직장 부근의 자그마한 아파트를 사서 이사했다. 박봉에 아이들 교육비와 빚을 상환하느라 여력이 없어 그때 마련한

  • 이웃나라만 부러워 할 처지인가 지면기사

    일본과 중국이 요즘같이 부러웠던 적이 없다. 얄궂게도 시샘이 날 지경이다. 물론 그 나라의 국민들은 나름대로 불만도 있고 걱정이 있겠지만 우리가 외양상 보기에는 한 없이 좋은 것 같다. 비교가 돼서 그럴 게다. 따라서 왜 그런지 그 원인을 거울 삼아 우리 현실에 맞는 처방을 내려야 함은 당연하다.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말이다.일본의 경우는 특히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 일본은 지독했던 10년 장기불황에서 탈출, 호경기로 진입하면서 경제에 한층 탄력을 받고 있다고 한다. 경제성장과 물가안정, 실업난 극복을 일궈낸 것이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우리의 어려움과 매우 흡사한 면이 많았으나 지금은 영 딴판이다. 근로자들은 보너스로 주머니가 넘쳐나고 대졸자들을 상대로 한 스카우트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하니 부러움은 당연하다. 구인 수가 구직자 수를 넘어선 것은 14년 만의 일로 사실상 완전고용에 접근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의 저력은 여기서 그치고 있지 않다.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다 못해 이젠 우주개발에까지 나서고 있으며 군사대국화를 지향해 이즈스함과 지구상에서는 무적의 전투기라는 F22기 100대를 미국으로부터 구입을 결정, 인근 국가를 불안케하고 있는 형국이다. 다시 일본을 세계 강국으로 말아 올리는 징조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중국 역시도 하늘로 치솟는 비룡으로 바뀔 정도로 그 성장 속도가 놀랍다. 외환보유고가 천문학적인 숫자인 1조2천억달러로 올라섰으며 매년 경제성장률이 10%대를 넘어서는 등 발전 속도가 아우토반 같다고 해야 옳다. 올해 무역흑자만도 2천5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라고 한다. 세계의 모든 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 꼴이다. 이런 자금은 국민들의 생활을 넉넉하게 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데 집중적으로 투자되고 있다. 중국의 국력은 20여년이 지나면 일본을 압도하고 50여년 뒤면 유럽을 따라잡을 수있다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먼델 교수의 전망치가 아니더라도 하루가 다르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 현장이 바로 중국이다. 중국의 발전이 예사롭지 않은 대목 중의 하

  • 누울 자리도 보아가며… 지면기사

    세금내는 소나무가 있다면, 의아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듯 싶다. 그런데 그런 소나무가 실제로 있다. 경북 예천군 감천면 천향1리에 있는 천연기념물 294호 석송령(石松靈)이 그것이다. 600년쯤 된 이 나무는 자기 이름으로 논밭 5천여㎡를 갖고 해마다 종합토지세를 내고 있다. 80여년 전 후손이 없는 한 마을주민이 자신의 땅을 이 나무에 상속했고, 그 뜻에 따라 이웃들이 이 나무에 석송령이란 이름을 붙여주고 땅을 등기해 줬다는 것이다.한 가정이 가계수입에 의해 소비지출을 하듯,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도 그 구성원, 즉 국민이 내는 돈으로 꾸려간다. 그리고 국민 각자 자신의 소득이나 소비행위 또는 재산보유 등 담세능력에 따라 부담하는 게 곧 세금이다. 세금엔 예나 이제나 부작용이 많다. 말도 안되는 이유로 세금을 부과하는가 하면, 부담이 지나치게 무겁거나 불공평한 경우가 허다하다. 17세기 영국에서 집집마다 창문 숫자에 따라 매겼다는 '창문세', 러시아의 표트르대제가 거뒀다는 '수염세' 등이 대표적 예라 하겠다. 조선조 후기 죽은 사람까지 군적(軍籍)에 올려 군포(軍布)를 거뒀던 일도 빼놓을 수 없는 예다. 그래선지 세금이라면 고개부터 젓고, 갖가지 요령을 피워 탈세 감세에 여념없는 이들이 사뭇 많다.하지만 무리한 세금은 종종 조세저항을 불러와 반란 민란 혁명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1894년 동학혁명도 지방관의 가렴주구에 대한 저항에서 비롯됐음은 잘 알려진 일이다.요즘 우리 국민은 한층 무거워질 세금 걱정으로 한숨 짓는 이들이 많다. '2008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 때문이다. 내년도 예산과 기금 등을 포함한 정부 총지출이 자그마치 253조~256조원에 이를 것이라 한다. 증가율이 6년만에 가장 커 올해 총지출보다 무려 7~8% 높아질 전망이다. 기초노령연금도입,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보완대책, 2단계 균형발전계획 등으로 지출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는 곧 국민 부담이 그만큼 커짐을 뜻한다. 여기에 공무원 수마저 올해 안에 1만여명 등 2011년까지 5만여명을 증원한다는 계획이다. 하나같

  • 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 지면기사

    오늘은 '법의 날'이다. 국가의 틀을 지키고 발전시키는데 법과 법의 이념에 대한 존엄성이 필요하다. 그래서 헌법을 제정(1948년 7월17일, 제헌절)하고 국경일로 정해 기리며 '법의 날'을 별도로 정해 기념식을 갖는다. 살펴 보니 정부가 '법의 날'을 정한 시기는 1964년, 이유는 '권력의 횡포와 폭력의 지배를 배제하고 기본인권을 옹호하며 공공복지를 증진시키는, '법의 지배'가 확립된 사회의 건설을 위해 일반 국민에게 법의 존엄성을 계몽하기 위함'이라고 돼 있다. 되새기면 그 때나 지금이나 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법의 존엄성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우리나라 사람들의 법에 대한 인식과 의식수준을 알고 나면 법의 경시풍조가 얼마나 심각한 지를 확인할 수 있다. 법무부의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한국 사람 4명중 1명은 법을 반드시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10명중 9명은 권력이나 돈이 법보다 영향력이 있고, 62%는 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95%가 사회적으로 영향력있는 사람이나 돈있는 사람은 법을 어겨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믿는 데 있다. 공정해야 할 법이, 법집행 과정에서 '법치'가 아닌 '인치'가 폭넓게 작동하고 있다는 말로, 법질서의 붕괴를 의미한다.우리 주변을 살펴봐도 실상을 알 수 있다.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해 줄 영향력있는 '윗선'이 없나 우선 살피는 것이 순서로 돼 있다. 이는 일반 시민뿐아니라 위정자도 경우는 다를지 모르나 현상은 같을 것이다. 공정한 규칙으로 해결하려는 노력과 그 결과에 승복하기 보다는, '실력자'를 찾아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오죽하면 외국인들이 '한국의 법은 비현실적이다' '법을 지키면 손해다' '법은 있고 법을 시행하는 룰은 없다' 등 우리의 법문화를 훤히 꿰뚫고 비아냥거릴 정도다. 최근에는 한낮에 그것도 목숨을 담보로 한 자동차역주행을 떼로 자행하는 등 법경시 풍조가 정도를 더해 모골이 송연하다. 그만큼 반칙과 편법을 통한 법 경시풍조가 심하다는 말로 바꿀 수 있다.이러한 현상에 대한 책

  • 한탕과 배신을 꿈꾸는 내 친구 지면기사

    로또텔, 부동산 투기의 새로운 대명사로 등재된 인천송도의 오피스텔이다. 그리고 국세청이 계약자들에 대해 불법거래와 자금출처 등을 조사하면서 다시 유명해졌다. 덕분에 당첨되면 새 직장을 찾고 싶다던 사람, 장사 밑천을 만들어 보겠다던 시민, 빚이나 갚겠다던 사람까지도 서슬퍼런 세금완장 앞에 오돌오돌 떠는 처지가 됐다. 아마도 청약금만을 갖고 뛰어들었을 그들이기에 당첨권이 오히려 부담스러울 판이다. 당첨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불량 투기꾼으로 매도당하고 조사를 받아야 하는 그들을 보며 생각했다.무엇이 3일 밤낮 동안 칼바람의 매립지 위에 서 있게 만들었던가. 사람들은 돈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수라장이 된 접수대 건너의 황량한 갈대밭에 불을 지른 것은 돈 때문만은 아니었다. 미래가 없는 그들의 꿈이 분노가 된 것이다. 그 현장에 모자를 꾹 눌러 쓴 내 친구와 두꺼운 외투로 무장했던 이웃 주민도 있었다. 밤샘한다던 친구에게 커피라도 전해 줄 요량으로 전화했지만 오히려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인터넷 접수로 바뀌면서 밤샘 노력은 물거품이 되었다. 당첨이라도 돼야 먹고 살 수 있다던 목소리는 쉬어 버렸다. 그리고 언론과 정부로부터 투기꾼으로 몰매 맞았다. 왜 내 친구는 5천대 1의 행운을 기다리며 줄을 서야 했던가. 올해는 2007년. 우리들의 대학입학 30주년이 되는 해다. 무슨 기념행사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전화를 했다. 하지만 많은 친구들은 직장에서 전화를 받지 못한다. 한때는 대기업의 사원이었지만 그들도 사오정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엘리트라고 칭송받으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했던 친구들이다. 그러나 황망하게 직장을 떠난 친구들이 걸어가는 길은 비슷했다. 음식점 개업, 다단계 판매, 기획부동산 코스가 그것이다. 물론 업종을 바꿀 때마다 빚은 늘어갔다. 그럴수록 한탕에 대한 갈망 또한 절실했다. 한탕이 절실할수록 세상에 대한 분노와 불신도 커갔다. 친구들의 현재 상황이 정부나 언론이 말하는 실업률 몇%로 잡혀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과학을 가장한 실업 데이터에 대해 그들은 관심이 없다

  • 본말이 전도된 수도권 대기오염정책 지면기사

    가을에는 시인이, 봄에는 화가가 된다고 했던가. 청명한 하늘하며 산과 들이 온통 현란한 색들로 도배되는 탓이다. 이래서 사계절 중에서 유독 봄이 돋보이는 모양이다. 그러나 봄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환절기 특성상 감기환자들이 두드러지는 터에 겨우내 얼어붙었던 대지가 해동되면서 대기 중에 평소보다 많은 양의 오염물질 등을 비산(飛散)시키는 탓이다. 설상가상으로 황사(黃砂)까지 겹쳐 종종 봄에 들뜬 기분을 망치곤 한다. 이달 초 올해 최악의 황사가 한반도를 강타했다. 기상청은 앞으로도 황사가 네댓 차례 내습할 것으로 전망했다.이러니 봄철만 되면 특히 미세먼지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미세먼지란 아황산가스, 질소산화물, 납, 오존, 일산화탄소 등과 함께 대기 중에 장기간 떠다니는 물질로서 입자 굵기가 사람 머리카락의 10분의1 이하로 발암작용을 하거나 폐포에까지 깊숙하게 침투해 천식 등 호흡기질환을 유발한다. 미세먼지는 식물의 잎 표면에도 쌓여 광합성작용 등을 방해, 식물의 성장을 저해하기도 한다. 향후에도 도시화의 진전, 중국의 공업화가속 등을 감안할 때 미세먼지 농도는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현재의 과학수준으로 이를 걸러낼 수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미세먼지의 발생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미세먼지 발생원인으로 자동차 및 발전시설의 배출가스, 공사장 비산먼지, 황사 등을 지목했다. 오염물질 배출시설의 정화장치 부착을 의무화하고 공사장의 비산먼지발생 규제에 주력했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경유자동차를 미세먼지 발생의 최대주범으로 간주했다. 정부는 2005년 수도권의 미세먼지농도를 2014년까지 선진국수준으로 낮추기로 하고 총 예산 5조원 중 4조원을 경유차대책에 투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 경기도 등 수도권 광역자치단체들도 경유차 매연축소에 앞장섰다. 시내버스를 액화천연가스(LNG)버스로 교체하고 경유가격을 휘발유가격 수준으로 끌어올렸으며 경유차에는 별도로 환경개선부담금을 물렸다. 노후한 경유차에는 매연저감장치 부착을 의무화하고 심지어 경유승용차의 도심 진입을 규제하는 초법적

  • 격랑 속 한국호 진로는(?) 지면기사

    요즘처럼 마음이 답답한 적이 별로 없다. 유사 이래 최대의 환란이라던 외환위기가 지난지 10여년이 됐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우리네 형편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그동안 개혁과 혁신을 했다지만 정치는 물론이고 경제 상황도 그렇고 그렇다. 서민들의 삶이 각박하기는 마찬가지인데다 일부는 더욱 심화된 측면이 많다. 여기에 한미 FTA타결에 따른 여파로 인해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5천만이 승선한 한국호가 또다시 거센 풍랑으로 인해 출렁이는 시점인 셈이다. 우리는 현재 도전과 시련의 역사적 갈림길에 봉착해 있다. 내부적으로 너무 많은 모순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경제위기설은 우리의 마음을 더욱 어둡게 한다. 앞서는 일본과 우리의 꽁무니까지 바짝 쫓아온 중국 사이에 끼면서 우리의 존재가 마냥 초라해 지고 있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기업은 투자를 꺼리며 꼼짝 않고 있어 설비투자율은 매년 추락, 지난해는 8.6% 증가하는데 그쳤다. 당연히 성장 동력의 상실로 이어지고 그 후유증으로 다량의 실업 문제가 자연스럽게 등장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그렇잖아도 100만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아예 구직조차 포기한 채 사회의 룸펜으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인데도 말이다. 한미 FTA 타결로 이런 현상이 더욱 심화될거라고 하니 걱정이 깊다. 특히 날로 피폐해지고 있는 서민생활은 더욱 문제다. 개인부채가 일인당 1천400만 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여기저기 모두가 빚쟁이들 뿐이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그래도 개인 빚이 그리 많지 않아 당장의 개인파산은 별로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자칫 우리 사회가 대내외의 충격을 받는다면 아마 개인파산자들이 즐비할 것이 명확하다.이런 결과는 일부 정치권 인사 등 위정자들의 책임이 크다는 생각이다. 방조하고 조장한 측면이 많다는 느낌에서다. 뜬금없는 소리라고 할지 모르지만 과연 우리 정치가 국민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인지 정치인들의 영달을 위해서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 때가 적지 않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이런 확신은 더한다. 지난주 한미 FTA 최종 협상을 앞두고 정치인이 보인 태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