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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 표트르에게

    김 표트르에게 지면기사

    스 노븜 거덤! 러시아에서는 새해 인사를 이렇게 한다지요? 인터넷을 뒤져 알았습니다. 발음이 정확한지는 모르겠구요. 표트르! 새해 복 많이 받고 건강하세요.볼고그라드 벌판은 요즘 매우 춥겠군요. 벌판에서 움집을 짓고 이 겨울을 날 고려인들이 걱정됩니다. 한국도 지난 주말부터 소한 추위가 몰려왔지요. 하지만, 매서운 칼바람 피할 곳이라고는 땅속 집밖에 없는 볼고그라드만 하겠습니까. 12시간을 달려도 작은 언덕 하나 없던 그 벌판이 떠오릅니다.벌써 반년이 훌쩍 지났군요. 지난 여름 볼고그라드 공항에서 표트르를 처음 만났지요. 말투만 아니라면 우리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초로의 아저씨같던 표트르. 자그마한 키에 그을은 얼굴을 보고 처음엔 중앙아시아계 고려인인줄 알았지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생화학 박사학위까지 받고 교수를 지낸 분이라는 건 짐작도 못했습니다. 할아버지대에 두만강을 건넌 한인 3세라고 하셨지요?볼가강 댐 검문소에서 러시아경찰에게 영문도 모르고 잡혔던 일 기억나시나요? 꼬박 이틀간 볼가강변에서 열심히 농사짓던 카레이스키들을 만나고 돌아오던 길이었지요. 그 때 운전대는 '우리민족서로돕기'에서 볼고그라드로 파견돼 일하는 이봄철 부장이 잡았고, 표트르는 조수석에, 우리 취재진 셋은 뒷좌석에 있었지요. 러시아경찰은 동양인들만 탄 우리 차를 무조건 잡았지요. 표트르는 엄연히 러시아인인데도 말입니다.총을 든 경찰이 내리지도 못하게 하는 바람에 차에 두시간 가량 붙잡혀 있으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유창한 러시아말에 러시아식 사고방식을 가진 표트르가 이런 대우를 받는데, 중앙아시아에서 계절농사를 지으러 왔다가 불법체류자가 된 카레이스키들은 오죽할까. 한때 소련의 잘 나가는 지식인이었다가 이제는 고려인들을 위해 여생을 바치겠다는 표트르의 지금 심중은 어떨까.표트르가 엄포반 사정반 해서 검문을 겨우 통과할 수 있었지요. 부패하고 무능한 러시아경찰을 향해, 그리고 그들의 '밥'이 된 고려인들을 생각하며 울분을 토해내는 이봄철 부장에게 그래도 러시아인을 감싸려고 더듬거리는 우리말로 애쓰던 표트르의 속이 더

  • 황금돼지를 갈구하는 뜻은 지면기사

    원단(元旦)의 으뜸 화두(話頭)는 단연 희망이다. 올해도 예외 없이 수많은 인파들이 새해 소원을 빌기 위해 전국의 산과 바다를 가득 메웠다. 소득수준 향상과 주5일 근무제에 따른 관광수요 증가 때문이기도 하나 근래 들어 그 숫자가 두드러지게 늘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는 약과다. 한때 자취를 감추었던 점쟁이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무당들도 성업 중이란다. 오죽 했으면 뜬금없는 황금돼지가 클로즈업되었겠는가. 미신이 기승을 부린다는 것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점차 엷어지고 행복지수 또한 둔화됨을 반증하는 것이다."돈과 행복 간에는 상관관계가 없다"는 미국 일리노이대학의 에드 디너 교수의 주장은 그동안 정설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네먼 교수는 소득격차가 큰 집단 간에는 행복도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었다. 즉 부자들은 가난뱅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행복지수가 높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국가 간에도 확인된다. 영국 레스터대학의 에이드리언 화이트 교수가 작성한 '세계행복지도'에 따르면 덴마크, 오스트리아, 스웨덴, 캐나다 등이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이고 러시아, 인도, 콩고, 짐바브웨, 브룬디 등이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의외인 것은 조사대상 178개국 중 부탄이 8위에 랭크된 반면 일본이 90위에 머물렀다는 점이다. 돈이 행복의 절대기준일 수는 없으나 부의 축적과 행복도 간에는 '정'의 상관관계가 높음을 알 수 있다.국별 행복지수랭킹에서 우리나라는 중국(82위)보다 낮은 102위로 하위권에 속했다. 이런 현상은 지난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전국 3만3천 가구의 15세 이상 가구원 7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경제력, 직업, 건강 등 현재 생활에 만족하는 사람이 28.9%에 불과하고 '나는 중산층'이라 답한 이는 3년 전에 비해 2.8%나 줄어들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일생동안 본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46.7%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미래에 대한 자신감은 줄어드는 반면에 비

  • 새해의 소망들 지면기사

    올해는 유난히도 시끄러운 한 해였다. 숱한 우여곡절 속에 우리를 힘들게 한 일들이 너무 많았던 것 같다. 정치·경제적으로나 하다못해 북한의 핵실험까지 사회를 혼란과 위기속으로 몰아넣으며 편안히 놔두지 않았던 세월이었다. 격정의 한해였음이 틀림없다.돌이켜보면 우리 사회 모든 부분이 따로 살림이었고 각각의 이해에 따라 목소리가 달라지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편을 갈라 대립하는 이전투구 또한 심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사안에 따라 여론의 향배도 극명하게 달랐으며 그 해결책과 문제의 접근 방법도 상반된 입장이 태반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부동산 정책이 그랬고 북핵문제에 대한 접근도 같았다. 전시작전권 환수문제와 한미 FTA 협상도 다름이 없다. 찬반시위가 연일 계속되었으며 의견대립은 그 골을 더욱 깊게 했다고 본다.하지만 문제는 새해가 온다고 해서 이런 모든 상황이 조금도 달라질 게 없다는 점이다. 희망은 희박하고 위기의 전조들만 너울거린다 하겠다. 새해가 걱정스러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만 그렇다고 희망을 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난국을 헤쳐나갈 기대라도 갖고 싶은 것이 현재의 솔직한 심정이다. 그래서 단순 소박한 새해 소망을 기원해 본다.우선 앞으로 닥칠 대선을 무탈하게 잘 치러내길 바란다. 이번 17대 대선은 그 어느 대선보다 대립과 쟁투가 심할 것으로 염려된다. 벌써부터 정치권이 요동을 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10년 집권의 진보·개혁 정부가 계속될건지 아니면 보수·중도의 새로운 정부가 탄생할 것인지에 대한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이며 국민의 선택만이 남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진보와 보수진영 간의 이념 대립 구도는 더이상 물러설 자리가 없을 정도로 치열할 것으로 보여 큰 정치적 격동이 예상된다. 여기에 동서의 지역대결까지 가세할 경우 그 혼란상은 지금으로선 생각하기에도 끔찍할 정도이다. 이처럼 이번 대선은 우리의 운명을 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선택임과 동시에 국민의 합리적 선택여부에 따라 국운의 부침이 결정되는 절체절명의 시기인 것이다. 그러므로 첫번째 소망은 당연히 우리 사회가 이런 국가적 대

  • 열심히들 사셨습니다

    열심히들 사셨습니다 지면기사

    2006년이 열흘 남짓 남았네요. 해마다 이맘때쯤 되면 생각나는 시가 있습니다. 좀 길지만 전문을 인용해 보도록 하겠습니다.'산서에서 오수까지 어른 군내버스비는/ 400원입니다// 운전사가 모르겠지, 하고/ 백원짜리 동전 세 개하고/ 십원짜리 동전 일곱 개만 회수권 함에다 차르륵/ 슬쩍, 넣은 쭈그렁 할머니가 있습니다// 그걸 알고 귀때기 새파랗게 젊은 운전사가/ 있는 욕 없는 욕 다 모아/ 할머니를 향해 쏟아 붓기 시작합니다/ 무슨 큰일난 것 같습니다/ 30원 때문에// 미리 타고 있는 손님들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운전사의 훈계 준엄합니다 그러면,/ 전에는 370원이었다고/ 할머니의 응수도 만만찮습니다/ 그건 육이오 때 요금이야 할망구야, 하면/ 육이오 때 나기나 했냐, 소리치고// 오수에 도착할 때까지/ 훈계하면, 응수하고/ 훈계하면, 응수하고// 됐습니다/ 오수까지 다 왔으니/ 운전사도, 할머니도, 나도, 다 왔으니/ 열심히 살았으니!'안도현 시인이 쓴 '열심히 산다는 것'이라는 시입니다. 행갈이를 제대로 해서 인용했더라면 감칠 맛이 더했을텐데, 이렇게 옮겨놓아서 죄송하군요. 한 장의 스냅사진 같은 시입니다. 한 번 읽으면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떠오르고, 다시 읽으면 마음이 짠해 집니다. 참, 교통카드 찍고 버스에 오르는 요즘 세태로 보면 '육이오 때' 얘기로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아파트값이 다락같이 오르고, 애들 교육비도 허리가 휠 지경으로 뛴 한해였습니다. 같은 사무실 동료라도 집이 있고 없고에 따라, 어느 동네에 몇 평짜리 아파트를 가졌느냐에 따라 계급이 갈린다지요. 창문도 없는 고시원 쪽방에서 잠을 자다 화재로 숨진 가장도 있었는데 말입니다. 강남 어느 동네 중학생 한 달 사교육비가 비정규직 평균 월급의 두 배나 된다는 기사에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던 기억도 있습니다.고작 30원을 아껴보려고 머리를 쓰고, 그걸 밝혀내느라 기를 쓰던 버스를 우리가 이제는 완전히 갈아 탄 걸까요? 종부세 세금폭탄론을 들을 때마다 이 의문을 지울 수 없습니다. 물론 두 얘기는 다른 논리를 따라 작동하는 별개의

  • 말만 앞세우는데엔 신물났다 지면기사

    "군부가 궐기한 것은 부패하고 무능한 현정권과 기성 정치인들에게 이 이상 더 국가와 민족의 운명을 맡겨둘 수 없다고 단정하고, 백척간두에서 방황하는 조국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것입니다." 1961년 5월 16일 쿠데타 주역들의 첫 마디가 이랬다. 즉 부패와 무능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어 군부가 일어섰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이른바 혁명공약에서도 "모든 부패와 구악을 일소하고, 새로운 기풍을 진작한다"고 다짐했다.당연히 부정부패는 발을 붙일 수 없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 후 그들에 의해 가장 먼저 저질러진 게 대형 경제비리사건들이다. 증권파동, 워커힐 사건, 새나라자동차 사건, 파친코 사건 등이 그것이다. 후진국 특유의 권력과 부패 고리를 그들도 여간해선 떨쳐버리기가 쉽지않았던 모양이다. 그 뒤로도 군사정권하에서의 크고 작은 부정부패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국공유지 불하 의혹사건, 6대 재벌기업 금융특혜 사건, 율산파동 등 이루 다 헤아리기도 어렵다. 그리고 마침내 두 전직 대통령들의 거액 비자금 사건까지 일어났다.수십년 군부통치가 물러나자 이제부터야말로 그같은 부패구조도 말끔히 청산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계속 이어진 사정(司正)작업에도 불구, 날이면 날마다 무슨 무슨 게이트, 무슨 무슨 리스트 등 온갖 비리사건들이 온통 세상을 뒤흔들어왔다. 거의가 칙칙한 정경유착 및 정·관계 로비의혹 등을 남기면서…. 지금 온 나라를 강타한 바다 이야기나 제이유(JU)게이트 등만 해도 그렇다. 얼마나 많은 정·관계 인사들이 개입됐는지, 아직은 윤곽조차 그리지 못할만큼 숱한 의혹들이 불거지고 있다.하도 비리가 많다 보니 이젠 웬만큼 큰 사건이 아니면 국민들도 별로 놀라지 않는다. 다만 맥없는 국민들로선 비리사건이 터질 때마다 상대적 박탈감에 분하고 억울해하는 이들이 적지않다. 남들은 부정으로 치부할 때 자신은 무얼했나 싶고, 부정을 저지를 수 있는 자리에 있지 못한 처지를 안타까워 하기도 한다. 오죽하면 "차라리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부정 요령을 가르치자"고 열변을 토하는 이들도 있다. 어차피 부패 척

  • 휴대폰 4천만대의 그늘

    휴대폰 4천만대의 그늘 지면기사

    무선전화기가 국내에 첫 선을 보이던 무렵 휴대전화는 극소수 가진 자들의 전유물 쯤으로 치부되었다. 단말기 값은 물론 요금이 너무 비싸 서민들은 언감생심이고 웬만한 중산층도 휴대전화기를 소유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그런데 휴대전화 가입자수가 드디어 4천만명을 돌파, 우리나라 인구 10명중 8.2명이 지니고 있을 정도로 널리 보급되었다. 이젠 휴대전화를 지니지 않은 사람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가 되었다. 불과 22년만에 이룬 놀라운 성과이다. 기술변화가 수요를 증가시킨다는 고전적인 경제이론을 입증했다.이뿐 아니다. 그간 정보통신기술의 급신장에 힘입어 오늘날 휴대전화는 단순한 무선전화기에서 탈피하여 각종 정보와 지식의 제공은 물론 상대방의 얼굴을 보며 통화하는 화상통화와 TV시청도 가능한 다기능 생활필수품으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96년에는 부호분할다중접속(CDMA)서비스가 상용화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단말기 제조업체들은 외국의 선발업체들을 압도했다. 2004년에는 국산 CDMA단말기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42%로 세계1위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삼성전자는 지멘스를 제치고 세계3위의 휴대전화메이커로 급부상했다. 덕분에 휴대전화는 케쉬카우(cash cow) 상품으로 부상함으로써 수출 3천억 달러시대를 여는데 일조했다. 휴대전화는 97년 외환위기로 절망하던 한국인들에게 IT강국의 희망을 환기시켰을 뿐 아니라 세계만방에 ‘한강의 기적’을 재차 확인시켜준 일대 쾌거였다.그 와중에서 부작용도 많았다. 가입자들의 신상정보가 범죄에 노출됨으로써 스팸메일이 범람하고 불법복제단말기 등 선의의 피해자들을 양산했다. 과도한 통신요금 탓에 가정이 파산하는가 하면 청소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도 발생했다. 어이없고 안타까운 일이나 이 정도는 새로운 문명이기(文明利器)를 접하는데 따른 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것으로 치부하자.정작 걱정은 휴대전화가 서민생계를 핍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터를 빈번히 이동해야만 하는 일용직 근로자들이나 행상 등 고단한 서민들에게 있어 휴대전화의 효용가치는 특히 높다. 그러나 휴대전화의 기

  • 파랑새가 그리운 이유 지면기사

    파랑새는 꿈과 희망을 전해주는 정답고 상서로운 존재로 상상 속의 새다. 기쁨과 행복이 충만하고 활기 넘치는 생명력과 영혼을 전해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요즘처럼 답답함이 온 몸을 옥죌수록 그 파랑새의 노랫소리는 더 그리워진다 하겠다.우리는 이미 파랑새를 찾은 적이 있다. 이 땅의 민초들이 탐관오리의 속박에 분연히 일어섰던 동학혁명 속에서 우리는 파랑새를 찾았다. 녹두장군 전봉준이 주도한 동학혁명의 실패를 슬퍼하던 민초들이 절망 속에서 불렀던 민요 노랫말 속에 파랑새가 있었기 때문이다. 파랑새의 청명한 울음소리는 기존의 질서체제가 변화되기를 바랐던 민초들에게는 희망이 녹아있던 노래였던 것이다. 그로부터 100년이 훨씬 지난 지금, 우리들의 자화상을 보면서 파랑새를 기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처럼 기존의 질서를 바꾸자는 것은 아닐 게다. 단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사그라지고 있어 그 꿈을 되찾기 위한 방편이란 생각이다.우리의 뛰어난 장점은 그동안 다른 민족에서 찾아 볼 수 없던 역동성과 미래에 대한 도전정신, 창조적 꿈의 실현들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들의 모습은 초라하게 쪼그라든 것 같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제 각각이 이해타산에 따라 제 몫 챙기기에 바빠 중심 잃은 팽이처럼 비틀비틀이다. 정치권의 우왕좌왕도 이제 도를 넘어섰으며 경제·사회적 분열상은 우려를 넘어 심히 걱정스러울 따름이다.모든 것이 뒤죽박죽인 형국이다. 주말이면 하루도 빠짐없이 시위는 이어져 도심지는 온통 시위대로 인산인해이다. 급기야는 쇠파이프를 들고 횃불로 방화를 서슴지 않는 폭력시위까지 등장했다. 아파트 값 폭등은 서민들의 분노감을 폭발시켰고 계층간의 양극화를 더욱 강화시키는 촉매제 구실을 톡톡히 했다. 서민은 서민대로 살기 어렵다고 아우성들이며 부자들은 부자들대로 불만이 가득하다. 공직자나 일부 정치인들의 도덕적 해이현상과 부패의 심각성은 인내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 사실이다. 정부 인사도 신뢰가 없다.국란이라고 했던 외환위기 때보다도 사회의 이완속도는 더 심한 것이 현실이다.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나 기가 막힐 뿐이

  • 옥탑방이 뭘 뜻하는지부터… 지면기사

    지난 2002년 대통령 선거전이 한창 무르익던 무렵이다. 가장 유력시되던 두 분의 후보가 다소 예상밖의 말을 했다. 먼저 한 후보가 그때 한창 서민들에게 인기(?) 있던 옥탑방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했다. 그러자 또 한 후보는 “그런 생활형태에 대해 얘기는 들었지만, 그 용어 자체는 몰랐다”고 이어받았다. 두 분 말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얼핏 분간이 잘 안됐다. 그러나 누구 보다 서민을 위한 정치를 펼치겠다던 분들의 말인지라 어안이 벙벙했다.한편으론 그렇다면 그분들을 따르고 지지하던 나머지 정치인들은 어땠을까, 사뭇 궁금하기도 했다. 그야 어떻든 그들 중 일부가 새로 정권을 잡아 새 정부를 구성했다. 그리고 처음부터 유난히 강조한 게 이른바 ‘개혁과 평등’이었다. 구악과 구태를 말끔히 뜯어고치고, 특히 각 부문의 양극화 현상을 철저히 해소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정당도 새로 만들었다. 기존의 소속정당으로는 소신껏 추진하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그후 4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그사이 많은 것이 달라지긴 했다. 우선 옥탑방 살이 등을 하는 국민이 크게 늘었다. 옥탑방을 비롯, 지하방 판잣집 움막 등에 자그마치 160만명이 기거하고 있다. 주택보급률은 벌써 100%를 넘어섰지만, 국민의 41%가 넘는 1천700만명이 셋방살이로 떠돈다. 반면 주택보유 상위 100명에게 몰려있는 주택이 1만5천500채나 된다. 남들은 단 한 채 마련하기도 버거운 판에 한 사람당 평균 155채씩 차지한 셈이다.그 뿐 아니다. 몇년새 무려 60만명이 새롭게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이들을 포함, 자그마치 869만2천900여명이 빈곤층에 분포돼 있다. 총 인구의 18%로, 무척이나 견디기 어려웠던 외환위기 때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그런가 하면, 소위 상위층 부자라는 이들이 해외에 나가, 단지 골프를 치며 허비하는 돈만도 한 해에 무려 4천억원이 넘는다.조기유학을 위해 출국하는 초·중·고교생이 한해에 2만명을 넘지만, 급식비를 연체한 초·중·고교생이 2만2천여명이다. 한 달에 몇십만원 몇백만원씩 주고 사교육을 받는 학생이 있는가

  • 집값이 안잡히는 이유 지면기사

    이백만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이 왜 강남에 부인 명의로 아파트를 두 채나 사두고 있었는지 나는 모른다. 그가 “지금 집을 사면 낭패”라는 글을 쓰기 얼마전에 그 중 한 채를 판 이유도 알 수 없다. 정승도 개인사정이 있게 마련이므로 그의 부동산 거래엔 필시 개인적인 곡절이 있을 터이다. 56평짜리 아파트를 분양받고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편법이 있었느냐 없었느냐 말들이 많지만 이 대목 역시 관심없다. 그저 괴이쩍을 따름이다.정작 내가 궁금한 점은 부동산에 관한 이중심리다. `집값은 분명 안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내 아파트시세가 떨어지는 건 안된다.' 바로 이런 심리가 달랑 아파트 한 채가 전재산인 샐러리맨이건, `떴다방'이 직장인 투기꾼이건 지금 보통 한국인을 사로잡고 있다. 상호모순되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이 이중심리가 존재하는 한 집값안정은 공염불이 아닐까. 이 수석은 그 실증적 사례를 절묘한 타이밍에 보여주었을 뿐이다.교육문제에 있어서도 닮은꼴 이중심리가 작동한다. `공교육은 정상화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아이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 이 모순을 풀지 않는 한 제아무리 훌륭한 부동산정책과 교육정책이 나와도 거품확산과 사교육팽창을 막을 수 없다고 한다면 지나친 판단일까. 공직자 47%가 `버블 세븐'에 집을 갖고 있고, `고교 교육 정상화'를 외치는 고위 관료들이 자녀는 외국에 유학 보내는 현실을 설명해 줄 수 있는 건 저 이중심리 아닌가. 그러니 장삼이사는 오죽하겠는가.사실 이러한 이중심리는 숱하게 지적돼왔다. 문제는 이 모순을 어떻게 바로잡아 나갈 것이냐다. 거칠게 나누자면 여기엔 두 가지 해법이 있는 듯하다. 첫째는 흘러가는대로 두자는 주장이다. 참여정부 들어 여덟 번이나 부동산대책을 내놓았지만 집값은 그 때마다 뛰었고, 입시와 교육 정책도 끊임없이 손질했지만 공교육은 더 무너지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시장경제'와 `자율'이라는 명분 하에 제기된다. 영어로 `Let it be'요, 순 우리말로 `냅둬유'다.이 주장엔 분명 일리가 있다. 뜻이 아무리 웅대해도 한강물을 거꾸로 돌

  • 리더십이 아쉬운 정부 지면기사

     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실로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사회 어느 곳을 막론하고 동맥경화로 꽉 막힌 것 같다. 중심이 없고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우왕좌왕이다. 속 시원한 얘기도 없다. 한숨과 허탈만 남아 가슴을 옥죄는 것이 현실이다. 모두 못살겠다는 아우성과 서로를 탓하는 반목질시만 무성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 직접적인 원인은 바로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정책집행이 신뢰와 믿음을 떨어뜨리고 오히려 혼란만 부채질하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가 이렇게 한다고 정책을 발표해도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이 별반 없다. 정부 정책이 갈팡질팡하는데다 부처간 정책 엇박자가 심하게 나타나고 당·정간 마찰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중심은 없고 온통 흔들림만 있으며 불신만이 팽배해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다. 우선 북핵문제만 봐도 그렇다. 북한의 핵실험 실시로 야기된 우리의 안보위험은 실로 막대한데도 아직까지 정부 정책은 설왕설래이며 국론만 사분오열이다. 정부는 유엔의 대북제재에는 실리적인 측면에서의 동참은 인정하면서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에는 느슨한 참여 방향으로 정책적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대북 포용과 경협 정책의 상징인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은 계속하기로 했다. 이에 대한 보수진영의 거센 반발과 진보진영의 옹호는 접점이 없는 마주 달리는 기관차와 똑같다. 그 해법을 둘러싼 보·혁간의 대결은 치유가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권의 놀음은 국민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하다. 이합집산을 위한 정치권력의 파워게임이 재현되고 있어 민생정치는 실종상태이다. 여당으로부터 촉발된 정계개편 논의가 바로 그것이다. 10·25 재보선 이후 여당엔 정계개편 얘기밖에 없다. 당의 해체를 통해 신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주장과 리모델링하는 수준의 재 창당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하는 등 계파간의 파열음과 여진만이 계속되고 있다. 고건 전 총리가 신당창당을 발표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여당의 한 중진의원이 신당창당을 선언하고 나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