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경인칼럼
칼럼니스트 전체 보기-
바다에서 족대질한 격이니 지면기사
올 상반기동안 무역을 통해 벌어들인 돈의 3분의 2가 해외여행 및 유학경비로 소비되었다. 어렵게 100원을 벌어 이중 66원을 해외소비로 소진한 셈이다. 자원빈국인 우리 입장에서 양질의 노동력을 만들기 위한 유학자금의 지출쯤은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단순히 먹고 즐기는 식의 해외여행경비로 대부분을 지출했다는 것은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기야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해외여행이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 최고이니 해외여행수지가 5년 연속 적자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에만 해외여행지출로 약 29만개의 일자리가 해외로 유출되었다며 정부당국자는 벙어리 냉가슴이다.더욱 주목되는 것은 내국인들의 해외투자도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 LG, 하이닉스 등 대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는 올 상반기에만 38억여달러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1.4%나 증가했다. 개인 및 중소기업들의 해외투자분까지 합치면 약 71억달러로 지난 2002년 대비 2.48배나 커졌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의 위상을 감안하면 이 정도쯤이야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또한 수출경쟁력 제고 및 수출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올 상반기동안 외국인직접투자규모는 49억여 달러에 불과, 사상최초로 내국인들의 해외직접투자가 외국인직접투자를 추월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외국인직접투자는 지지부진한 반면에 내국인들의 해외직접투자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국내자본의 국외유출 및 해외소비가 급증한 이유는 간단하다. 현 정부 들어 기업관련 규제건수는 7천715건에서 7천926건으로 늘어났다. 전 세계적으로 일자리창출이 화두로 대두되면서 각국은 저마다 규제를 완화하는 등 친기업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혈안인 터에 우리나라는 역(逆)으로 기업들을 더욱 옥죄니 어느 기업이 국내투자를 늘리겠는가. 국내소비도 매한가지이다. ‘된장녀’, ‘고추장남’ 등 국민들의 소비수준은 이미 세계 최정상급인데 비해 이 정부의 눈높이는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수준이다. 코드가 맞지 않으니 국내 서비스산업은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차제에
-
또 하나의 기회… 와이브로 지면기사
우리는 지금 전광석화같이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혁명시대의 한가운데 놓여있다. 우리 후손들도 부러워 할 정도로 말이다. 100여년전 유선전화기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해도 신기한 물건으로 취급되었지만 요즘은 가정과 사무실 한쪽에 처박혀 있는 가장 흔한 정보기기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컴퓨터 역시 다름없다.인류최초의 달 탐사에 활용된 컴퓨터는 그 당시 최고였으나 현재는 아동용으로 제작된 최신형 64비트 게임기의 성능보다 못하다.컴퓨터 통신인 유선 인터넷은 글로벌 정보화 시대를 여는 첩경이 됐으나 이나마 무선 인터넷의 등장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됐다.이처럼 기술의 발달은 우리의 미래를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확 바꿔 놓았다. 특히 무선통신의 기술 발달은 그 영역이 무궁무진해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휴대폰인 모바일 통신은 시간과 공간을 좁히는데 일조를 했다. 해외서도 손쉽게 집 안방까지 때와 장소를 가릴 것 없이 통화가 이뤄진다. 이도 모자라 이젠 서로 얼굴을 보면서 화상통화를 하면 초고속으로 여러 자료를 주고받는 인터넷까지 가능하다. 영화는 물론이고 음악, 심지어 지구 저편에서 공연중인 오페라까지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세상이 됐다.여기에 방송과 통화, 인터넷을 하나로 융합하는 최첨단 기술까지 나와 상용화 단계라고 한다. 이것이 바로 꿈의 통신 기반이 될 수 있는 휴대인터넷인 와이브로의 등장으로 가능하다고 하니 이 기술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가히 혁명적인 변화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와이브로는 우리가 개발하고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기술이다. 이 와이브로 기술과 장비가 이번엔 기술 종주국인 미국에 본격적으로 수출된다는 희소식에 가슴이 벅찰 뿐이다. 미국이 어떤 곳인가. 세계경제와 기술의 심장이며 글로벌 기업들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가 아닌가. 무한경쟁의 혈투가 항상 벌어지는 곳으로 여기서의 생존 여부가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이라 할 수 있다. 와이브로가 미국에서 성공한다면 이미 시험 서비스 중인 유럽과 일본 등도 잇따라 채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향후 세계의 4세대 통신 기술 개발을 한
-
헌법 고치기 논란 지면기사
한동안 잠잠해지는가 싶던 개헌(改憲)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먼저 임채정 국회의장이 말문을 열었다. 전국이 물난리를 겪던 지난 달 17일, 제헌절 경축사를 통해서다. 그는 “이른 시일안에 국회의장 자문기구로 가칭 ‘헌법연구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기다렸다는듯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재빨리 배턴을 받았다. “대통령 4년 중임제만 도입하는 원포인트 개헌을 하자”고. 얼마간 뜸을 들이는가 싶더니 이번엔 한명숙 총리가 나섰다. “개헌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간 불일치 문제랄지, 단임제에서 중임제로 가는 두가지 문제는 필연적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원발언을 했다. 최대 야당인 한나라당은 곧바로 정략적이라고 받아쳤다. 정계개편 노림수가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개헌을 논할 때가 아니다. 다음정권에서 논의하자”고 했다. 결국 시기가 문제이지, 개헌의 필요성엔 일단 공감하는 것처럼 들린다. 다만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개헌을 지렛대 삼아 정치구도를 재편하려는 속셈이 아닌가, 의심하는 것 같다. 대체로 국민 반응은 아직 무덤덤한 편이다. 지난 1987년 ‘대통령 5년 단임제’개헌 이후, 대선만 앞두면 으레 불거져 나온게 개헌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예전과는 다소 다른듯 싶다. 여권에서 연방 붙잡고 늘어지는 게 아무래도 심상찮아 보여서다. 더구나 참여정부 들어서 걸핏하면 거론되다, 여차하면 움츠러들곤 해왔기에 더 그렇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개헌이라면 지레 긴장하는 국민도 꽤 있다. 무엇보다 1952년 부산 정치파동을 거친 발췌개헌, 1954년 ‘대통령 중임제한’철폐를 위한 이른바 4사5입 개헌, 1969년 날치기로 통과된 3선개헌, 1972년 공포분위기속에 이뤄진 유신헌법 등이 생각나서다. 그 네번이 모두 독재자의 장기집권을 노린 헌법 고치기였던 것이다. 물론 지금은 그때와 같은 독재시대가 아니다. 또 무엇이든 불편하거나 잘못된 점이 있다면, 마땅히 고쳐져야 한다. 그러므로 개헌에 무작정 경계심부터 느낄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
-
조-중 접경 답사기 지면기사
지난주 조선(북한)과 중국 국경지대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단둥(丹東)에서 천지(天池)까지는 압록강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고, 천지에서 방천(防川)까지는 두만강을 따라 흐르는 여정이었다. 행여 경계의 끝에 서면 새로운 눈이 트일까 설레며 나선 답사길이었다.그러나 국경은 평온했다. 미사일 후폭풍의 긴장도, 곡창지대 물폭탄의 슬픔도 아직 거기까지 닿지 않은 탓이었을까. 중국측 강변에는 관광객을 노리는 돈독 오른 장사치들만 설쳤고, 강건너에서는 별 표정없이 빨래하고 헤엄치며 일상을 꾸려가는 북녘 동포들이 드문드문 보였을 뿐이다.저 백두산 아름드리 원목이 둥실둥실 떠내려 다녔다던 압록강은 그저 고만고만한 남쪽 강을 연상시켰다. 두만강엔 푸른 물도 노젓는 뱃사공도 보이지 않았다. 무산철광 등지에서 거르지 않고 쏟아버린 시커먼 물만이 거품을 일으키며 흘러내려갔다. 헤엄은커녕 그냥 걸어서도 한달음에 건널 수 있을 듯한 압록강, 두만강 상류에서 탈북행렬을 상상하기는 어려웠다. 수많은 앞선 답사자들이 고백한 것처럼, 저 강을 `잠입탈출'의 혐의 없이 자유롭게 건너다닐 수 있었으면 하는 난데없는 욕망이 불끈거리기만 했다.`만주와 한반도는 한덩어리'라던 함석헌 선생의 깨우침이 새삼스러웠다. 남쪽 농촌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들녘엔 한여름 햇볕이 강 이쪽저쪽을 가리지 않고 내리쬐고 있었다. 국경의 끝에서 맛볼 수 있을 법한 신선한 느낌은 끝내 찾아오지 않았다. 저 작은 강들이 어찌 경계이랴 싶은 의문만 머릿속을 뭉게구름처럼 채웠다. `여기는 고구려와 발해의 고토'라는 식의 민족감정이 전혀 일지 않았는데도 저절로 그런 상념들이 따라왔다. 모든 경계는 인위(人爲) 아니던가.저 경계를 누구나 자유로이 넘나들 수 없는 한 동북아시대는 허구다. 한반도의 평화도 그럴듯한 수사에 불과하다. 이런 감상은 조-중-러 삼국 접경이라는 방천에 이르렀을 때 최고조에 달했다.방천의 전망대에 오르면 두만강 철교와 러시아쪽 핫산역이 손에 잡힐 듯 보인다. 7년전 쯤 저 핫산역 뒷마을에 간 적이 있었다. 거기서 두만강 철교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었다.
-
동물농장을 닮은 노조 지면기사
필자는 지난 11일 낮에 서울도심에서 낭패를 당했다. 필자가 탄 차가 서울역 앞에서 한미FTA 2차 협상에 반대하는 시위대에 막힌 탓이다. 시위대원들 거의가 노조 등 각종 노동단체 소속이었다. 이들은 의기양양하게 무리를 지어 서울역 앞에서 맞은 편 남대문경찰서 쪽으로 차도를 무단 횡단하는데 그 대열은 끝이 없어 보였다. 열심히 일을 해야할 시간대에 오죽했으면 시위를 하겠는가 하며 이해도 되었으나 이로인해 서울역 앞 차도는 시위대와 차량, 기다리다 지친 승객들로 꽉 막히고 말았다. 몇몇 운전자들이 인근에 있던 경찰관에게 몇 마디 항의를 했으나 이 경찰관은 아무런 대꾸도 않다가 귀찮은 듯 자리를 뜨고 말았다. 승객 및 운전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시위대를 향해 욕설을 퍼붓곤 했으나 소용없었다. 시위대들이 모두 건너갈 때까지 대책없이 기다려야만 했던 승객들의 마음은 참담함 그 자체였다.지난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포스코 본사 건물점거 불법시위는 싱겁게 마무리되었다. 주동자 58명이 무더기로 구속, 참여정부 출범이래 불법집회 관련 단일사건으로는 최대규모를 기록했다. 포스코측은 이번 불법점거로 입은 손실을 약 2천억원으로 추산하고 조만간 건설노조를 상대로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무려 2천500여명의 시위대가 8일 동안의 전쟁(?)에서 완전히 패퇴하고 말았던 이 사건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후유증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언론에서는 시위대들이 백기를 든 이유로 정부와 포스코측의 적극적이고도 원칙론적인 대응을 꼽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일부터 공권력 투입을 위한 초읽기에 돌입했으며 포스코측도 과거와는 달리 “노사협상의 당사자가 아니므로 협상에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끝까지 고수했었다.그러나 이와 같은 진단에 필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민주노총이 어떤 존재인가. 지난 2003년 KBS사장을 임명, 9일만에 갈아치울 정도로 무소불위의 권력집단이다. 이들은 “밀어붙이면 청와대도 굴복시킬 수 있다”며 공언하고 있는 판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이번에 순순히 항복한 것은 “해도 너무 한다”는 국민들
-
북한의 선택은 지면기사
그저 답답하다. 우리에게 밀려오는 대내외 악재가 첩첩산중이며 지구촌의 분위기도 흉흉하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촉발된 한반도 긴장은 날이 갈수록 더해지고 안보위기가 증폭하고 있다. 유엔안보리는 북미사일과 핵개발에 대한 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 북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이 문제를 지역문제에서 국제문제로 비화시켜 한반도의 분위기가 썩 좋지 않다.유엔 결의는 북한의 미사일과 핵문제를 국제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항이라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그만큼 북한 스스로 결자해지할 수 있는 기회가 좁아졌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북한은 미사일 추가 발사를 거듭 주장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작금의 사태는 미사일을 쏘고 6자회담을 거부한 북한의 무모한 군사 모험주의가 낳은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당분간 한반도는 군사적 긴장과 함께 정치, 경제적 위기 증폭이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그만큼 높아진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미사일 사태가 국제문제화하면서 한반도가 다시 주변 강대국들의 각축장이 된 것을 뜻한다.한반도는 동북아의 화약고이자 강대국들 간의 힘의 균형이 팽팽한 곳이다. 또 과거 무력 대결 구도하의 남방과 북방의 삼각동맹체제가 암암리에 존속하는 지역으로 한·미·일의 태평양 세력과 북·중·러 간의 대륙세력이 충돌하는 지점이다.주변의 군사력을 비교 검토하면 이해가 쉽다. 북미사일에 대한 선제공격론을 주장한 일본은 경제와 군사대국이다. 일본의 경제력은 세계 2위이며 최첨단 무기로 무장된 군사력은 미국, 러시아 다음이다.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이 40여t 있다. 핵무기 1천여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며 기술도 충분하다.중국은 또 어떠한가. 300여만 명에 달하는 정규군을 갖고 있는 중국은 전투기 폭격기를 포함, 7천여 대의 항공기, 잠수함 100여 척 등 재래식 군사력이 막강하다. 17기의 ICBM과 70기의 IRBM등 핵전력이 세계 3위이다. 미국이나 러시아는 말 할 것도 없다. 한마디로 한반도는 4대 강대국의 군사적 힘의 경연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하지만 이번
-
의연한 모습 보여주기를 지면기사
한 나라의 최고 통치자는 정치인으로선 그 나라의 제1인자다. 따라서 그 자리는 최고 영광의 자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영광에만 젖을 수 없는 게 또한 그 자리다. 영광이 큰만큼 국정 책임이 무겁기 때문이다. 막중한 책무를 지자면 쉬운 일 보다 어려운 일이 훨씬 많게 마련이다. 당연히 깊은 고뇌가 따른다. 여기에 국가적 시련까지 곁들이면 고뇌는 배가 된다.한국은 유달리 시련이 많았다. 동족끼리 피 흘린 전쟁을 치렀고, 국토가 분단된 아픔까지 겪고 있다. 암울한 독재정치의 터널을 수십년 헤맸다. 어렵사리 민주화 과정을 밟은 건 기껏해야 10여년이다. 제2의 국치(國恥)라던 IMF한파도 힘들게 견뎌내야 했다.숱한 시련을 겪다 보니 최고 통치자 대통령의 책무도 한층 막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고뇌도 깊었을 것이다. 특히 구태청산 개혁을 강력 추구해온 노무현 대통령의 고뇌는 역대 누구 보다도 깊었으리라 짐작된다.그래서일까. 노 대통령은 유난히 괴로운 심정을 자주 토로했다. “대통령 못해먹겠다” “괴롭고 힘들다” “속시원한 대책이 솔직히 없다” “불안해 잠이 잘 안온다” 등등. 그 때마다 국민은 가슴이 내려앉으며, 일면 송구스럽기도 했다. “또 무슨 일이 터졌나, 국민이 너무 어렵고 과분한 걸 요구했나”하면서.그런데 얼마 전에 또 “속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국무회의에 장관 대신 차관이 많이 참석하는 것을 두고, “대통령 힘이 빠진 탓이다”고 언론이 쓸까봐, 걱정했다면서 그렇게 표현했다. “이 정부가 끝날 때까지 속앓이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아마도 ‘국무위원 다잡기’ 및 ‘임기 말 레임덕’을 염두에 둔 발언이란 추측들이다. 다행히 직접 국민을 향한 불만이나 하소연은 아닌듯 싶다. 하지만 그러잖아도 국정 난제들이 쌓여 있는데, 그같은 심기로 무난히 풀어나갈 수 있을지 다소 불안한 생각도 든다.사실 북한 핵 및 미사일 문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그리고 어려워지는 민생 등 해결을 기다리는 것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마음을 다잡고 온힘을 쏟아도 쉽지 않아 보이는 난제들이다. 하물며 불편한 심기로
-
'대수도권'의 허와 실 지면기사
수도권은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가 많다. 주택, 환경, 건설, 교통 등 협의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고 또 끊임없이 생긴다. 같은 생활권인 수도권을 한 덩어리가 아니라 각각의 행정단위, 즉 자치단체의 경계를 기준으로 문제를 처리하려 할 때 마찰과 갈등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최근의 예를 두 가지만 들어보자.서울시가 우면지구에 국민임대아파트를 짓기로 했다. 과천시 경계와 불과 2㎞ 떨어진 지점이다. 이곳에 3천가구 규모의 단지가 들어서면 가장 먼저 걱정되는 게 교통량 증가다. 과천시는 즉각 우려를 제기했다. 임대단지로 인해 양재~과천~인덕원간 도로혼잡이 심각해지고, 과천~우면 고속화도로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서울~과천 시계가 매일 러시아워마다 교통지옥을 겪는 것을 감안하면 당연한 걱정이다. 또한 임대단지 건설로 양재천 물길이 바뀌고 인근 녹지가 파괴될 가능성도 높다.과천시는 이미 2004년 이 계획이 입안될 당시부터 이 문제를 논의해보자고 서울시에 요청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단 한번도 협의에 응하지 않았다. 서울시는 지금도 교통·환경영향평가를 적법하게 마쳤으니 과천과 의논할 일이 없다는 입장이다.또다른 예는 지난 5월 서울시의 경기버스 광역노선 증차합의 번복을 들 수 있다. 지난해 4월 출범한 수도권교통조합이라는 곳에서 어렵사리 이끌어낸 합의를 서울시가 간단히 뒤집어버린 것이다. 증차를 허용하면 서울의 교통혼잡이 우려된다는 게 그 이유다. `서울시민의 편의를 위해서 경기도민은 가급적 서울로 들어오지 마시압.' 대충 이런 얘기다.서울시 경기도 인천시가 어렵사리 만든 수도권교통조합이 매번 삐거덕거렸던 이유도 서울시의 이같은 오만불손한 태도 때문이었다. 같은 생활권인 수도권 지자체가 함께 풀어야 할 문제를 놓고 이렇듯 따로 놀았던 게 지금까지의 엄연한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김문수 도지사가 당선되자마자 `광역 수도권행정을 추진하겠다'고 처음 밝혔을 때 `옳거니!' 무릎을 쳤던 이유도 거기 있었다. 이제야말로 같은 생활권인 수도권의 산적한 문제를 시원하게 넓은 틀에서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도
-
'모피아' 뿐이겠는가 지면기사
외환은행 불법매각 및 현대차비리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탄력을 받을 모양이다.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에 이어 연원영 전 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도 구속되었으며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과 이달용 전 부행장, 김석동(현 재경부 차관보) 전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장 등이 조만간 소환될 예정이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에게도 출국금지조치가 내려졌다. 자칫 대규모 산불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그 와중에서 이헌재사단 혹은 모피아(재경부를 마피아에 빗댄 별명) 등 생경한 용어들이 눈에 띈다. 변양호 전 국장과 줄소환이 임박한 이강원 전 행장, 김석동 차관보 등은 이헌재 전부총리와 학연, 지연, 직장(재경부) 선후배 사이 등으로 얽혀 이헌재 사단의 핵심 3인방으로 불린다.연원영 전 캠코 사장도 경기고와 서울상대를 거쳐 재경부에 근무하면서 이헌재사단에 합류했다. 이뿐 아니다.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매입건도 이헌재사단의 작품이란 설이 유포되고 있다. 덩달아 재정경제부도 마음이 편치 못하다. 이상 일련의 사건혐의자들이 전부 재경부 출신인 탓이다. 재경부 직원들은 모피아 운운에 마음이 잔뜩 상해 있다.국민들은 재경부 출신들이 우리나라 금융계를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다. 한국은행, 산업은행, 금융감독위원회는 물론이고 심지어 제2 금융권에까지 재경부 출신들이 포진해 있는데 이들은 퇴직 후 새로 얻은 직장에서도 기관장 등 핵심요직을 독식하고 있다. 전문성과 고시패스로 다져진 인맥 덕분에 현직관리들의 전관예우가 극진하다. 현직들 또한 퇴직 후를 대비, 그들의 텃밭을 잘 보존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염불은 뒷전이고 잿밥에만 관심을 두는 형국이니 금융산업에 대한 재경부의 감독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지난번 외환위기는 모피아 때문에 일어났다”는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그러나 어디 모피아 뿐이겠는가. 공기업은 물론이고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곳은 예외 없이 해당부처 퇴직공무원들이 장악하고 있다. 오비이락인지는 모르나 작금 들어 각 부처들은 경쟁적으로 산하기관수를 늘리는 인상이 짙다. 민간기업에도 관련부처
-
월드컵과 우리의 자화상 지면기사
독일에서 열리고 있는 월드컵대회가 온 나라를 뜨겁게 달구며 온통 축제 분위기다. 거리에서도 또 집안에서도 환호와 열기가 가득하다. 태극전사들의 투혼 못지않게 응원열기가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아프리카의 강호 토고를 이겼고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갖춘 프랑스 팀과 비겼다. 16강이 눈앞에 보인다. Red devil. 붉은악마들로 독일 경기장과 응원장이 온통 붉게 물들고 있다. 독일로 간 수만원 응원인파를 보면서 국력 신장에 놀라움을 금할 수없는 것이 요즘 우리의 모습이다. 아버지 세대는 후진국, 우리는 중진국, 우리 자녀들은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에 살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이런 점을 거리낌 없이 자랑스러워 하기엔 어딘가 찜찜하다. 월드컵 열기에 반해 우리의 대내외적인 현실이 새삼스럽지 않아서다. 지난 주말 우리는 큰 혼란을 겪었다. 미국과 일본은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가 임박했다며 제재방안을 거론하면서 우리를 헷갈리게 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우리 안보에도 심각한 위협이자 한반도 주변정세에 큰 장애요인이 아닐 수없다. 하지만 정작 우리 정부는 발사 가능성은 있지만 설마하는 회의적 반응을 보이며 외교채널과 대북통로를 통해 발사자제를 주문한 것이 고작이다. 일본은 휴일인데도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하는 등 수선을 떤데 비해 우리는 너무 평온하고 축구 열기로만 들떠 있었다. 북한이 우리 목에 총을 들이대고 있는데 말이다. 북한은 그동안 핵개발 문제로 무던히 우리 속을 썩였다. 6자회담 참석여부를 놓고 목적과 필요에 의해 우리를 이용했다. 한 때는 지정학적인 리스크가 높아져 외국인들의 투자가 줄거나 썰물처럼 빠져 나가 곤욕을 치른 적도 있다. 그런 북한이 이번에는 미사일 실험 발사로 우리를 다시 강압하고 있다. 인도적 지원이란 명목으로 받을 것 다 받고 그것도 모자라 전쟁불바다론을 거론하는 후안무치한 행태도 서슴지 않고 있어 그들의 몰염치가 지겨울 정도이다. 더이상 이들의 술책에 끌려 다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대북지원에 있어 ‘될 것 안 될 것’을 분명히 가리고 대가없는 도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