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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뒤늦게 통곡할 수도 없다 지면기사

    요즘 우리 국민은 한껏 행복한 꿈에 젖어들고 있다. 늦어도 5년 안에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 같아서다. 각 정당 대통령 후보들이 쏟아내는 장밋빛 공약들을 듣고만 있어도 마냥 배가 불러지는 느낌이다. 그런데 한 가지 고민이 있다. 후보마다 꼭 자신만이 그런 유토피아를 만들 수 있다고 하니, 그 진정한 능력자가 과연 누구인지를 좀처럼 가려내기 쉽지 않아서다.문득 자기만이 가장 훌륭한 시를 쓸 수 있다고 장담했다가, 중간에 콱 막혀 울고 말았다는 옛 시인의 일화가 생각난다. 고려 때 사람 김황원(1045~1117년), 그는 당시 이름깨나 날리던 시인이었다. 그가 어느 봄날 대동강변 부벽루에 올랐다. 맑고 푸른 강물, 그 한가운데 길게 떠있는 능라도 버들빛, 강 건너 들판의 넓고 아득한 경치가 가슴을 확 트이게 한다. 한참 절경에 취해 있던 그의 눈에 정자기둥 여기 저기 써 붙인 글귀들이 들어왔다. 앞서 왔던 사람들이 나름대로 이 아름다움을 읊은 시를 종이에 써 붙인 것들이었다. 한데 그에겐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그 글들을 모두 떼어냈다. "내가 가장 멋진 글을 짓겠다." 자못 호기롭게 종이와 붓을 꺼내들고 단숨에 써내려갔다."긴 성 끼고 흐르는 강물 넓기도 하여라 /강 건너 아득한 벌 동쪽엔 점 찍은듯 까맣게 산 산 산…." 그러나 거기서 그만 붓이 더 나아가지를 못했다. 글로는 도저히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너무 절경이었던 탓이리라. 온종일 붓을 들고 생각했지만, 다음 글귀가 좀체 떠오르지 않았다. 분하고 서럽고 또 후회스러웠다. 그렇게 날이 저물자 끝내는 붓을 던져버리고 엉엉 소리내어 울었다 한다.오직 자기만 일류국가를 만들 수 있다고 기염을 토하는 대선후보들. 하긴 대통령이 되겠다면 그만한 포부와 자신감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포부와 자신감만으로 한 나라를 이끌 수는 없다. 그만큼 철저한 준비와 연구가 따라야 한다. 그리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능력 또한 갖춰야 한다. 그런 것들도 없이 운좋게 대통령이 됐다가, 임기가 다 끝날 때쯤 돼서야 "사실은

  • 선비정신이 필요한 시대 지면기사

    나랏돈은 먼저 쓰는 사람이 주인이다. 이러한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하는 사건들이 슬프게 하는 요즘이다. 참여정부 들어 국민참여보다 부처예산을 빼먹는 데 참여하는 국가공무원이 언론 매체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아직도 만연한,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이들의 추태. 눈엣가시인 이들의 부정을 뽑아 내기 위해 요즘 국정에 참여하고 싶은 국민들이 꽤 많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국가기관의 행태를 보면 가관이다. 도덕적 해이가 위험수위에 도달해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어지럽기까지 하다. 예를 들면 어느 공단은 임직원 업무추진비가 개인 돈으로 둔갑했다. 그것도 평일 골프, 단란주점 술값, 극장 티켓 등 도덕 불감증이 창피한 수준이다. 이 공단이 2005년 222억원, 2006년 116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낸 것은 당연한 결과물이다. 어떤 국가기관은 직원 해외여행을 국가예산으로 보냈다. 그것도 지난 3월 이후 100여명에 달하는 인원을 보내고는 이를 따지자 다른 부처에서도 마찬가지라며 떳떳함을 과시했다.건강보험료 체납에다 교통사고 뺑소니, 대마흡연, 횡령·유용, 폭력·폭행, 음주운전 등 실정법 위반도 상당수에 이른다. 직무태만과 기강해이 등 청렴의무 위배는 말할 것도 없다. 엄청난 부정·부패 행위가 국가기관에서 발생하고 있는데도 자기 직원 감싸기로 대부분 묻혀 버린다. 이 같은 행태가 공무원의 부정부패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원흉이라는 지적에 설득력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이후 10년, 나아져야 할 국가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더 심해진 듯한 느낌을 떨칠 수 없는 행태들이다. 나라가 빚에 쪼들려도 늘어나는 건 공무원이며, 늘어난 공무원만큼 죄의식은 무뎌져가는 안타까운 현실이다.정부가 이를 바로잡기 위해 국가청렴위원회를 조직한 것은 적절한 조치라 하겠다. 자정노력으로는 해결될 수 없을 정도로 도덕적 해이의 뿌리가 깊다는 판단에서다. 그런데 이 조직도 믿기 어렵게 됐다. 청렴위 공무원이 엉터리 해외출장을 다녀왔다고 한다. 국제회의나 워크숍 등의 이유로 해외출장을 다녀온 건수는 38건, 대부분 1~7일씩 더 머문 것으로

  • 힘내라, 인천경제자유구역! 지면기사

    2005년 4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김형걸 팀장이 송도에 인하대와 함께 미국의 로스쿨을 설립하자는 계획안을 들고 찾아왔다. 그는 사이언스 파크로 유명한 Illinois 주립대의 예를 들어 인하대가 송도에서 과학부문과 전문적 법률·금융 서비스를 담당해야 송도가 성공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 윤석윤 경제청 차장이 같은 맥락으로 인하대의 송도 이전과 부지 활용방안에 대한 의견을 여러 차례 제시하였다.물론 두 건 모두 법률 미제정과 당시 대학의 상황 때문에 추진되지 못했다. 고백컨대 두 분과 유사한 말씀들을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강력히 추진했다면 지금과 같이 어려운 길을 걷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 인하대가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송도 캠퍼스 이전사업이나 로스쿨 모두 당시 제안과 유사한 콘셉트로 추진하고 있는 점이 더 가슴을 시리게 만든다. 사실 지역과 주변인사로부터 쓴 소리를 들어도 묵묵부답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경제자유구역의 추가지정이 기정사실화돼 가는 현실을 보면서 그 때의 생각이 떠올랐다. 대선 후보들이 추가지정에 동조하는 한 인천이 원천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과연 새로운 정부가 어느 지역을 국가성장 동력의 터전으로 삼을 것인가 하는 점과 직결되어 있다. 인천이 대마불사와 선두주자 의식에 안주하는 사이 이상기류들이 감지되고 있다. 추가지정을 위해 당진의 석문공단 일대나 군산의 새만금지역 등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수천만평에서 수억평에 이르는 매립지이자 국유지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성공 확률을 갖고 있는 지역들이다. 정부는 이들 지역과 5년여의 격차가 있다고 인천을 달래고 있지만 수도권정비법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는 쉬운 싸움이 아니다. 인천이 절반의 성공을 거두는데 일등공신이었던 부동산의 흐름도 문제다. 분양가 상한제와 대출규제와 같은 조치들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과연 경제자유구역은 계속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 인천대교의 성공적 건설을 보면서도 수도권까지 밀려온 미분양 사태가 남의 일 같지 않다. 과연 인천대 도화부지개

  • 죽도 밥도 아닌 임대주택정책 지면기사

    정부가 지방의 미분양 아파트를 대거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모양이다. 지방을 중심으로 투기지역 해제도 거론중이다. 주택경기 위축으로 인해 작금 중소건설업체들이 연쇄부도 공포에 몰리고 있는 점을 겨냥한 사전포석으로 풀이된다.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20만여 가구로 추정되는데 이중 95%가 지방 물건이다. 여기에 50조원 이상이 묶여있어 미분양이 장기화할 경우 자칫 금융위기로까지 치달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경제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주택시장의 안정을 위해 비축물량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도 일견 타당해 보인다.그러나 작금 정부의 공공임대주택정책을 들여다보면 마음이 편치 못하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사업승인기준으로 총 35만6천여호의 국민임대주택이 공급, 목표대비 91%를 달성했다. 그러나 이 기간중 실제 완공된 주택수는 목표대비 23%에 그쳤다. 시공중인 물량까지 포함해야 겨우 46%이다. 그럼에도 벌써부터 이 계획의 성공을 의심케 하는 문제점들이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5월 현재 미임대율이 전남 10.5%, 강원 10.1%, 충북 8.8% 등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단지별로 미임대율이 50%를 훨씬 넘는 곳도 도처에서 확인된다. 수도권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금년 2월 입주가 시작된 인천 논현 2지구내 5단지는 초기 입주자모집 때 89%가 임차인을 못 찾은 바 있으며 내년 입주예정인 2, 3단지의 형편도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도시내에서도 상대적으로 땅값이 저렴한 변두리지역에 대규모 임대주택단지를 건설함으로써 지역간 빈부격차, 수급불균형은 물론 난개발과 환경훼손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수도권에서조차 1년 이상 장기간 빈집이 다수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주먹구구식 수요예측에다 시장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실적 채우기식 공급에 급급한 탓이다. 2012년까지 100만호 건설목표를 달성하자니 매년 10만호씩 지을 수밖에 없어 수요가 별로 없는 지방 군소도시나 읍·면지역에까지 마구잡이로 아파트건설을 강행했다.

  • 진정한 평화의 봄은… 지면기사

    한반도 정세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는 것 같다. 외견상으로는 한반도가 남·북간의 대립과 갈등에서 화해와 협력의 길로 들어서고 있음이 분명하다. 또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이 현재의 솔직한 심정이라 하겠다. 지금 평양에서는 남·북의 정상이 만나 민족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큰 틀을 만들고 있으며 미·중·러·일 등 주변 4대 강대국들도 케케묵은 한반도의 난제들을 풀어가는 징후를 보이고 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전쟁의 위기가 엄습할 것 같은 상황과는 전혀 딴판이다. 한반도에 진정 평화의 봄이 오고 있는 분위기이다.이런 모든 일들이 호사다마인지 지금으로서는 판단하기가 어렵지만 급박하게 돌아가는 주변의 상황전개가 어지러울 정도이다. 하지만 어제 오늘 우리는 역사의 현장을 보았다. 분단의 상징이자 남·북 간 이념의 장벽이었던 군사 분계선을 힘찬 도보로 건너던 노무현 대통령의 당당함을 목격했다. 그리고 남·북 정상 간의 굳은 악수를 지켜봤다. 이를 본 국민들 마음은 감개무량했을 것이다. 그동안 남·북한 간 불신의 골은 치유가 불가능할 정도로 아주 깊다고 할 수 있다. 같은 민족이면서도 남·북은 반세기 이상 총부리를 겨눈 채 정치·경제적으로 극한 대립을 해 왔었다. 진솔한 대화는커녕 극한 용어를 동원해 헐뜯기로 일관했던 것이 남·북한이다. 적이 아닌 원수라 해야 옳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금단의 벽인 군사 분계선을 대통령이 걸어서 넘어섰다. 분단을 극복하는 시발점이 된 셈이다. 당장 통일은 아니더라도 적대감은 상당히 희석된 듯도 하다. 골 깊은 감정이 봄눈 녹듯 사라짐을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 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닌 듯싶어 우려가 깊다. 아직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첩첩산중이어서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동상이몽이란 얘기이다. 남·북한은 물론 주변 강대국들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서이다. 북한은 이번 회담을 통해 그들만의 분명한 노림수가 있다고 봐야 한다. 그것이 경제적 지원이든 아니면 북·미, 북·일 간 수교에 앞선 평화무드 조성일 수도 있다. 우리 정부 역시 계산은 있다. 내

  • 희한한 장면들 지면기사

    초등학생 때다. 걸핏하면 서로 번갈아 상대방 뺨을 때리게 하는 벌을 주던 선생님이 한 분 계셨다. 수업시간에 떠들기라도 하면 둘씩 짝지어 마주세워 놓고 서로 뺨을 때리게 했다. 처음에 학생들은 주뼛거리며 상대의 뺨을 살짝 건드려 시늉만 냈다. 그러나 더 세게 때리라는 선생님 호통에, 두 번째는 조금 힘을 주게 된다. 그러면 상대방도 슬며시 화가 나 그보다 좀더 세게 때리게 되고, 그때부턴 회가 거듭될수록 점점 더 힘을 가해 급기야 난타전이 되고 만다. 지금 생각하면 대단한 인권유린이지만, 그땐 그런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빚어졌다.청와대가 이명박 대선후보 등 한나라당 핵심인사들을 검찰에 고소했다. 이른바 '이 후보 뒷조사'에 '청와대 결탁 조짐' 등의 발언으로 청와대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즉각 뉴라이트 부정선거추방운동본부가 맞받아쳤다. 노무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 등을 형사고발한 것이다. 청와대가 고소한 건 공직선거법 9조의 공무원 중립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한나라당도 '국정원 국세청 등의 이 후보 불법조사와 관련, 집권세력 개입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이처럼 번갈아 강수를 쓰다간 끝내 어떤 진흙탕 싸움이 될지 괜히 조마조마하다. 마치 어린시절 '서로 상대방 뺨 때리기'를 관전하던 기분이다. 그간 어떤 선거에서도 경험 못했던 유례없는 희한한 볼거리다.사상 초유의 볼거리는 또 있다. 예전과 달리 이번 대선엔 용꿈을 품고 뛰어든 후보들이 자그마치 100명이 넘는다. 이들 중 몇몇을 빼곤 거의가 평범한 생활인들이다. 농부 회사원 목사 승려 청원경찰 사회복지사 교수 택시기사 등등 직업도 가지가지다. 이처럼 평범한 생활인들이 대통령 자리를 원한다는 건 그만큼 민주화가 폭넓게 발전됐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으리라. 반면 하루에 한 사람씩 검증해도 석 달밖에 안 남은 투표일까지 도저히 못다할 걸 생각하면, 괜히 그들에게 미안하고 머리가 지끈거린다.주요 정당들의 행태 또한 상상 밖의 볼거리들을 많이 제공했다. 경선후보들 간 서로 잡아먹기식 난투를 벌이다 나중엔 청와대까

  • 도로에 갇힌 사람들 지면기사

    길과 도로 역할은 여유와 편리, 경제와 삶의 함축이어야 한다. 길이 있는 곳에 사람이 정착한 것인지, 사람살기 적당한 곳에 마을을 짓고 길을 낸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마을을 중심으로 주민의 편의에 따라 길을 내고 다른 길과 연결되면서 도로로서의 의미를 갖게 된다. 오솔길·들길·논길·둑길과 소롯길에 이어지는 신작로를 비롯해 고속도로에 이르기까지 길과 도로마다 쓰임새는 다양하지만 이용하는 사람의 편리와 여유로움, 경제적 이득이 없으면 길과 도로로서의 가치를 상실했다 하겠다.그런데 도로의 기능을 의심케 하는 현상이 경기도 곳곳에서 나타나 주민들이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교통난이 심화하면서 도로에 쏟는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아서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차량을 감당하지 못해 발생하는 현상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를 따져 들어 가면 기가 막힌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서울을 중심에 놓고 사방으로 인구분산을 시도하는 정부정책, 즉 신도시와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몸살의 핵심에 있기 때문이다. 사통팔달한 도로망, 서울과 근거리에 위치, 출·퇴근 편리, 쾌적한 주거환경 등 신도시에 대한 갖가지 찬양에 속은 주민들이 입주와 함께 꽉 막힌 도로에 갇혀 화를 삼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도로의 발달은 교역과 깊은 연관이 있다. 청동기시대 농업이 발달하면서 농산물을 재화(財貨)로 한 교역이 시작됐고 보다 편리한 이동을 위해 사람들이 길을 닦았다. 경제활동을 위해 도로의 개념이 도입된 것이다. 가장 오래된 장거리 교역로는 페르시아 왕도(BC 3500~300년이용)로, 흑해·터키·카이로에 이르는 방대한 도로망을 갖췄다. 유럽에는 호박로(BC 1900~300년)가 가장 오래된 도로다. 북유럽에서 생산되는 호박과 주석을 지중해 연안으로 수송하기 위해 만든 도로로 4개의 도로망을 갖췄다 하니 도로의 경제적 가치가 기원전 35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우리나라도 기원전부터 교역로가 형성돼 경제활동을 도왔지만, 전국적인 체계를 갖춘 것은 고려시대 조성한 역도(驛道)다. 이 도로는 교통뿐아니라 통신로의 역할을 했다. 조

  • 법 때문에 열 받는 시민들 지면기사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거나 선한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법이라는 그물망이 촘촘하게 만들어지면서 많은 시민은 자기도 모르게 범법자가 된다. 특히 형법보다는 삶과 직결된 행정의 영역에서 자주 발생한다. 주먹보다는 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시민들조차 이런 저런 일로 처벌을 받거나 금전적 제재를 받게 되면 생각이 확 바뀐다. 그래서일까. 법이 사람들의 권리를 보호해 준다는 교과서 같은 말은 자주 면박을 당한다.'조랭이떡'. 정월 초하루 개성지방에서 떡국으로 끓여 먹었다는 조롱박 모양의 떡이다. 조롱박 모양이 엽전 꾸러미와 닮아 재물을 기원하는 마음에서 먹었다는 설과 고려 말 신하가 이성계의 신하가 되는 것을 조랭이떡에 빗대어 비꼬는 의미로 만들어졌다는 설 등이 있는 떡이다. 그런데 유통기한이 지난 7천원어치 조랭이떡을 보관했던 업주가 15일치 영업판매실적에 해당하는 2천여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식중독을 막고, 공중위생을 우선한다는 법의 잣대 때문에 거액을 부과받은 업주는 황당해 한다.'청소년 주류제공 금지'. 청소년들의 성숙도가 빨라서 그런지 아니면 얼짱을 추구하는 청소년들의 노력 때문인지 몰라도 조숙해 보이는 것은 분명하다. 물론 한국 사람들의 식성과 영양상태가 한국인의 얼굴과 키를 서구화시킨 결과라는 주장도 있다. 인간에 대한 말들이라 확신하기 어렵지만 최근 북한의 젊은이들을 보면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지난 7월 옌볜에서 만난 교수는 왜소해진 북한의 주민들이 한국인의 정상체형으로 돌아오려면 3대는 가야 할 것 같다고 걱정하셨다. 문제는 성인과 경계선에 있는 청소년들이다. 이들이 호프집이나 음식점에서 술을 먹게 되면 업주는 영업정지와 약식명령이라는 처벌을 받게 된다. 주인이 장사 속으로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았으니 처벌은 당연하다고들 한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미성년과 성년을 구별할 수 있지만 외모로는 구별하기 어려운 현실을 법이 외면한다는 불만이 팽배하여 있다.'토지거래허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규제개혁을 외치지만 토지와 아파트 등 부동산의

  • 스스로 레몬을 고르게 하니 지면기사

    '시시포스 딜레마'라는 것이 있다. 그리스 신화 속 인물 시시포스(Sisyphus)가 신들을 기만한 죄로 커다란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밀어 올리면 다시 산 아래로 굴러 떨어질 것을 걱정하는 말이다. '시시포스의 새로운 딜레마'란 개념도 있다. 아무리 밀어 올려도 다시 굴러 떨어지는 일이 없어 고민하는 경우를 뜻한다. 그러나 바위가 굴러 떨어지지 않자 시시포스는 안도하며 더욱 힘차게 밀어 올리기 시작했고, 이제는 영원할 것 같았던 신의 형벌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도 생겼다.그동안 개미투자자들은 시시포스의 새로운 딜레마를 굳게 믿었다. 코스피지수가 사상최초로 2천을 돌파했을 뿐 아니라 증시주변은 온통 장밋빛 전망으로 도배된 때문이었다. 정부도 경기가 본격 회복 중이라며 한술 거들었다. 많은 이들은 향후에도 주가 상승랠리가 지속되는 등 황금시대가 도래한 것으로 판단했었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한순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지난 16일 단 하루 만에 6.93%나 하락, 사상최대의 낙폭을 기록한 때문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1천691.98로 마감했다. 장 마감 뒤 시가총액은 933조원으로 지난달 25일 2천을 돌파했을 때 1천103조원 대비 보름 만에 171조원이 사라졌다. 생전 보도 듣도 못하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탓에 수많은 개미투자자들은 망연자실했다. 개미투자자들이 입은 손실은 기관투자가의 10배인 것으로 드러났다. 시시포스의 새로운 딜레마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순간이다.미국발 신용경색으로 최대 피해를 입은 나라가 한국이다. 뉴욕증시가 기침하면 유독 한국증시만 지독한 감기에 걸린다는 속설이 다시 한 번 입증되었다.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이 상대적으로 허약한 탓이기도 하나 또 다른 이유는 한국증시의 고질적인 문제, 즉 경고시스템의 부재 때문이다.원인은 개미투자자들과 외국인 큰손, 기업, 증권사들의 총체적인 모럴 해저드이다. 우리나라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겐 '비관적 전망 자제'라는 불문율이 있다. 긍정적 전망은 틀려도 큰 질책을 받지 않으나 비관적 예측이 어긋날 때는 엄청난 비난을 각오해야 한다. 이해관계에 있는 개

  • 경솔한 경고음은 소음이다 지면기사

    요즘 매일 아침마다 폭염의 전주곡처럼 매미 울음소리가 아주 시끄럽다. 여기저기서 서로 주고 받으며 그들만의 소리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날씨가 무더우면 매미들이 더욱 우굴거린다고 한다. 꼭 7년 주기로 매미들이 집중적으로 나타난다고 하니 오묘한 자연의 섭리에 그저 고개가 숙여질 따름이다.이런 매미의 삶은 놀랍다. 유충의 몸으로 땅밑에서 허물벗고 다시 나길 되풀이하는 세월이 대략 5~7년이지만 성충으로 자라 지상에 나오면 고작 2~3주, 길어봤자 한 달 남짓 살다 생을 마친다고 한다. 인고의 길고 긴 시간을 보내고도 짧은 삶을 사는 탓이어서 그런지 그 소리는 오랜 시련을 이겨낸 생명의 찬가로 들릴 때도 있다. 그래서일까. 매미 울음소리는 기분이 좋을 때 들으면 마치 폭포수처럼 시원하다. 한여름 무더위에 온 몸이 축 늘어지고 정신이 몽롱할 때 들려오는 그 소리는 정신을 번쩍들게 한다. 몸에 긴장감을 줘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습하고 짜증이 날 때 듣는 매미 울음소리는 영락없이 소음 그 자체이다. 특히 새벽 잠결에 듣는 소리는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경고음이 될 수도 있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심성을 어지럽히는데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흐리게 하는 굉음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문제는 이런 소리가 우리 사회로 온통 퍼져 곳곳이 난장판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경제계 쪽은 더욱 심각하다. 정체불명의 경제위기설이 난무하는가 하면 뜬금없는 제2 외환위기 전망까지 들린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진짜 큰일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이달들어 충격적이고 당혹스런 일들을 적지않게 겪고 있다. 무더위는 그렇다치더라도 해외에서 밀려오는 금융시장의 거센 파고로 인해 당분간 치유가 불가능할 정도로 큰 피해를 입었다.2003년 9월 6일 한반도를 강타했던 태풍 매미의 피해는 조족지혈일 만큼이다. 지금은 다소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다름아닌 주식과 외환 등 금융시장의 혼란상이다. 지난주 우리 금융시장은 거의 패닉상태에 빠져 들었고 수백조원의 국부가 며칠새 공중으로 날아가는 참담한 모습을 목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