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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다음 지도자를 찾아라 지면기사
로버트 러플린 총장. 국내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 출신 외국인 대학 총장이었다. 그는 카이스트를 초일류 대학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연임에 실패했다. 한국의 대학과 과학계 히딩크로 기대를 받았던 그가 낙마한 이유가 리더십 부족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한국의 대학문화 탓이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노벨상을 수상했을 만큼 자기분야에서는 세계적 전문가였지만 한국의 대학총장이라는 낯선 영역에서 성공하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이명박 대통령. 적어도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건설 분야에서 세계적 전문가였다. 현대건설의 신화와 청계천 복원의 성과가 그 예다. 그런데도 그가 대표적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던 대운하 사업은 시작도 하기 전에 대다수 국민들이 반대하고 있다. 왜 그럴까. 한때 우리사회를 대표하던 존경과 능력의 상징이 CEO형 리더였다. 구질구질해 보이고 말썽 많아 보이는 조직을 세련되게 슬림화시키고, 이익 또한 극대화시키는 마술의 지도자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조직의 슬림화나 구조조정이란 CEO의 희생이 아니라 결국 해고를 뜻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직장과 조직에서 대상자를 골라 무능과 부패 그리고 제거되어야 할 해악의 대명사로 낙인찍어 하루아침에 퇴출시켰다. 기삿거리가 된다고 본 언론들은 앞 다투어 그들에게 찬사를 보냈다. 해악의 근원을 도려낸 결단과 용기를 찬양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분노로 들끓고 있다. 사회보장제도가 허술한 사회에서 해고는 단순히 직장을 잃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이익창출의 극대화라는 CEO의 구호 속에는 실업의 공포와 가족붕괴의 어두운 그림자가 넘실대고 있다. 퇴출된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번듯한 직장이 아니라 망연자실한 가족들이다. 투기자본의 이익송금은 보장되면서도 길거리로 내쫓기는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세계화 정책은 없기 때문이다.대통령을 향해 '그가 국가를 회사로 보고, 국민을 회사원으로 보고 있다'는 비판에는 그로 대변되는 CEO형 리더들에 대한 불신이 그대로 담겨 있다. 사람과 가족을 책임지는 공존형 사회가 아니라 실적을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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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교육 지면기사
모든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다.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으로, 성별·종교는 물론이요 사회적 지위를 얻는데 있어 차별을 두지 않음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학생의 신분에서는 더욱 엄격하게 적용해야 함은 당연하다. 개인차에 따른 구별은 어느정도 인정하더라도 새로운 것을 배우고 바르게 실천하는데 있어 바로미터가 돼야 하는 학교에서 차별적 교육이 존재한다면, 그 것은 이들의 세계인 미래를 어둡게 하는 한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희망을 갖고 내일을 설계해야 하는 학생신분에서부터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며 좌절하는 법을 배우게 해서는 안된다.그런데 차별이 교육현장에서 버젓이 통행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부 고등학교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동급생 수학여행 행선지를 그룹별로 국내·외 6곳으로 나눠 다녀 온 것이다. 다양한 경험을 서로 나누는 교육프로그램의 하나라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차별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는데 문제가 있다. 개중에는 위화감에서 오는 자녀의 무력감을 걱정해 무리하는 부모도 있겠으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가정형편에 따라 그룹이 결정지어진다. 학생들이 지불하는 여행비용이 최대 9배나 차이난다고 하니, '부모를 걱정해서 알아서' 결정하는 철든 학생도 있겠지만 '부모의 능력을', '학교의 비교육적인 행태를' 못마땅히 여기는 학생도 적지 않다고 본다.학생들의 반응을 보자. 외국을 선택해 다녀 온 부류는 국제감각을 익히는 등 글로벌시대에 적절한 조치였다고 강변한다. 국내 여행을 한 그룹은 외국여행을 하고 온 친구들이 부럽기만 하다. 상당수 학생들이 가고 싶었던 곳과는 상관없이 각자의 경제력에 따라 코스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외국에서도 지갑의 두께로 기가 죽기도 한다. 무리한 가정의 학생 씀씀이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며, 이 것이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어린시절을 겪은 어른들이라면 다 알 터이다.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교육자인 해당 학교측 관계자다. 글로벌시대에 해외로 나가 견문을 넓힌다는 측면에서 학생들 만족도가 매우 높아 비용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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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노믹스 3개월의 모습 지면기사
지난 개발연대 성공신화의 주인공인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지 3개월이 지났다. 엊그제 새정부가 출범한 것 같은데 '세월이 유수'란 말을 실감한다. 해외발 경제악재들이 줄줄이 불거진 터에 총선과 AI(조류독감), 미국산 쇠고기 수입파동 등으로 연일 어수선했으니 국민들은 세월이 흐른 것을 실감하지 못했을 것이다.그동안의 경제성적표가 궁금했는데 당장 눈에 띄는 아이템은 수출증가다. 지난달에만 수출증가율이 27%를 기록했다. 철강·자동차·조선·정보통신 등 수출효자업종의 대기업들은 고유가 등 국제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에도 불구하고 그런대로 선방했다. 지난해 연말부터 수출이 둔화되어 걱정이었는데 다행스럽다.미국 달러 값이 1년 전의 923원에서 5월15일 현재 1천45원으로 13%나 상승하는 등 고(高)환율 덕분이다. 환율이 지나치게 높아진 것은 비단 MB정부 탓만은 아니다. 작년 하반기부터 불거진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동으로 외국인투자자들의 '셀 코리아'가 본격화하면서 환율이 급등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작금 환율급등에서 새정부는 자유롭지 못하다. 경상수지 적자 방어는 물론 수출제고를 통해 경기를 떠받치려 정부가 의도적으로 고환율정책을 견지해 온 때문이다. 경쟁상대국들인 중국·인도·대만·싱가포르 정부는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되자 환율하락을 용인하고 있으나 우리 정부는 역(逆)으로 환율상승을 부채질했던 것이다. '나 홀로 상승'이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고환율은 필연적으로 수입물가 급등이란 결코 반갑지 않은 손님을 초대했다. 지난 1년동안의 수입물가 상승은 최근 10년이래 최고수준인 31.3%를 기록했다. 4월에만 원자재가격이 58.5%나 올랐으며 같은 달 소비자물가는 4%나 상승했다.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정부가 집중관리해온 52개 생필품 물가상승률은 전년보다 5.88%나 상승, MB정부의 첫 물가정책은 실패로 돌아갔다.국내경기에 빨간불이 켜지는 것은 당연했다. 내수경기를 가늠케 하는 3가지 경제지표인 신용카드 승인액과 백화점 및 할인점 매출액이 지난달 동반하락했다. 설비투자·산업생산 등 주요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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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친화도 좋지만 지면기사
60~70년대 한창 잘 나가던 스테인리스 그릇 공장에서의 일이다. 기계 돌아가는 소리와 강판 자르는 소리, 제품들 부딪치는 소리들로 공장안은 귀가 먹먹하게 시끄럽다. 그 때 한 종업원이 휘어지는 강판을 바로 잡으려다 졸지에 사고를 당한다. 기계에 손이 말려들어 오른쪽 손가락 네개를 반넘게 잘리고 만 것이다. 급히 병원에 실려가 응급치료를 받았지만, 불구신세를 면치 못한다. 치료비는 물론 회사에서 물어줬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보상 한 푼 못받고 회사에서 쫓겨난다. 조정래씨의 대하소설 '한강'에 나오는 이야기다. 산업화 걸음마 단계이던 당시만 해도 그 비슷한 일들은 어디서나 다반사로 일어났다. 물품을 만들어 파는데만 급급했지, 산업안전이나 근로시간 준수 등 근로조건엔 거의 무감각했다. 1970년 11월 서울 평화시장 앞길에서 청년 전태일(당시 22세)이 분신 자살한 것도, 바로 그같은 열악한 근로조건을 바로 잡아달라는 호소의 몸부림이었다. 통풍도 안되는 곳에서 원단이 풍기는 코를 찌르는 포르말린 냄새에 두통을 앓고, 쌓이는 실밥 먼지로 폐병에 시달리는 어린 여공들, 그것도 하루 15시간이 넘는 노동에 최저 생계비의 5분의 1에도 못미치는 저임금, 이런 것들이 그 때 청계천 피복공장들의 노동환경이었던 것이다. 하기야 1인당 국민소득 100달러를 밑돌다가 간신히 조금 오르기 시작하던 때니 오죽했겠으랴. 그랬던 우리도 이젠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넘어섰다. 당연히 근로환경 및 조건도 훨씬 나아졌으리라 싶었는데, 현실은 꼭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평균 근로시간(2006년)은 2천357시간으로 30개 회원국 중 가장 길다고 한다. 그것도 OECD 평균 보다 무려 580시간이나 더 많다고 한다.그 뿐 아니다. 지난해 산업재해로 다친 근로자가 자그마치 9만147명이나 된다. 그 중 사망자가 2천406명이나 돼 하루 평균 7명꼴이다. 근로자 1만명당 사망자로 치면 1.92명으로 2004년 미국의 0.53명, 일본 0.3명, 영국 0.07명 등에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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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李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가 지면기사
'그에게 더 이상 기대를 하는 프랑스인은 없다'. 1년전 화려하게 등장한 사르코지의 근황을 소개한 최근의 외신보도다. 65%의 지지로 시작한 그의 지지율은 지금 32%다. 그를 왜 국민들은 외면할까. 누구는 3번째 결혼으로 표현된 자유분방함을, 누구는 정치적 판단의 가벼움을 거론한다. 그러나 프랑스인들은 국가지도자가 지켜야 할 원칙과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사르코지의 지지도 추락을 보면서 이명박 대통령을 생각한다. 압도적 표차로 당선된지 5개월도 되지 않았지만 위기감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지지율이 35%대에 불과하다는 뉴스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일로 부터 퇴임하는 날까지 언론과 날선 공방을 벌였다. 하지만 이 대통령에 대한 유력 언론들의 집중 옹호와 홍보에도 불구하고 분위기는 갈수록 냉담해지고 있다. 왜 그럴까.첫 번째 이유는 국정의 신뢰위기에서 찾을 수 있다. 국민들은 대운하가 국가의 중요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경선 당시 박근혜 전 대표는 대운하에 맞서 한중 열차페리를 주장했지만 지금 열차페리가 국정의 중요 과제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많지 않다. 오히려 대통령이라면 선거공약과 국정과제를 구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해프닝에 가까운 정책의 번복과정을 지켜보면서, 프로가 아닌 짝퉁일 수 있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두 번째 이유는 국익과 사익의 혼동에 있다. 대통령이 자주 인용하는 '프랜들리'가 그 예다. 국가간 외교에는 영원한 우방도 적도 없다고들 한다. 오직 자국의 이익만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친미와 FTA 타결만이 경제 회복이라는 등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FTA가 국내 산업의 돌파구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시장의 개방으로 거리로 내몰릴 농민과 노동자들에 대한 배려는 빈약하다. 졸지에 생활보조금 수령자로 전락할 국민들의 좌절과 분노를 헤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세 번째 이유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흔적을 지우려는 강박관념에 있다. 그와 반대로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공기업 민영화와 혁신도시 재검토,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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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지키게 하려면 지면기사
늘 그랬듯이 출근시간에 쫓겨 집을 나선다. 서두른다고 하면서도, 습관처럼 시간을 조금 넘겨 도로를 무단횡단 하는 것이 예사가 됐다. 마음만 있지 출근시간을 바로 잡는 것이 그리 만만치가 않다. 1분만 앞당기면 횡단보도를 이용하는 떳떳한 출근길이 될 수 있는 데도, 한달이면 제시간을 맞추는 날이 며칠 안된다. 오늘도 하던 대로 무단횡단을 하다 정의롭다고 여기는, 오토바이를 탄 남자에게 쓴소리를 듣고 말았다. 그 역시 신호등이 빨간 불로 바뀐 상태에서 불법 주행을 하고 있었다.우리 주변에서 항시 일어날 수 있는, 사소하다고 여기는 기초질서의 한 단면이다. 이같은 행위에 대해 그 내면을 주밀히 살피면 우리의 법의식에 큰 구멍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것쯤이야 하는, 대수로이 여기지 않는 생활습관이 나도 모르게 법을 경시하는 풍조의 한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내가 버린 담배꽁초는 생각해 내지 못하면서 남이 버린 꽁초가 크게 보이는 것도, 나는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은연중 법을 경시하는 구석이 있음을 엿볼 수 있다.법을 존중하는 풍토를 만들기 위한 첫째 조건은 사소하다고 여기는 것부터 지키는 사회풍토를 조성하는 것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를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기초질서를 익히고 실천하는 것을 일상화해야 하는데, 이는 부모와 교사, 이웃 즉 어른들의 말과 행동이 기준이 된다. 길을 가다보면 가끔은 어머니로 보이는 여인이 아이의 손을 잡고 횡단보도가 아닌 도로 한가운데를 뛰는 것을 볼 수 있다. 거의 매달리다시피 도로를 건넌 아이가 힘들어 하며 짜증섞인 눈으로 쳐다보면, 험악한 눈으로 협박을 한다. 목적지까지 조금 빨리 도달할 수 있겠지만 그 아이에겐 그것이 습관으로 굳어질 확률이 높다.법경시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데는 법관련기관도 예외는 아니다. 법무부가 지난 25일 법의 날에 맞춰 발표한 법의식 여론조사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기득권층의 위법이 더 큰 문제'라는 항목에 92.7%가 '그렇다'고 답했으며, '법보다 재산이나 권력의 위력이 더 크다'는 항목에서도 '그렇다'고 한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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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신세를 못면하는 車보험 가입자 지면기사
자동차 마니아인 모 교수는 한달여 전 분당~수서간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뒤차로 부터 추돌을 당해 그 교수의 승용차가 반파됐음에도 천우신조인지 고가의 외제차 덕분인지 그는 가벼운 경상만 입었다. 정작 문제는 그 이후부터였다. 웬만한 국산 중형차 구입가와 맞먹는 수리비는 고사하고 차 수리가 언제 끝날 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정비공장에서는 부품이 외국 본사로부터 공급돼야 하는데 언제 도착할지 가늠되지 않는다고 했다. 보험사 영업직원은 사고차보다 두 배나 비싼 외제차를 렌트해다 주며 하루 대차료가 40만원인데 1개월 사용분만 보험사가 부담한다고 했다. 한달이 다 돼 정비공장에 문의했더니 아직 부품이 도착하지 않았다며 나머지 렌트비는 공장측에서 부담하는바 걱정말고 그 차를 계속 사용하라고 했다. 그 교수는 원님 덕에 나발 부는 행운(?)을 얻었으나 계약자들이 낸 보험료를 이렇게 낭비해도 좋은가하며 개운치 못하다고 했다.자동차 보험료 책정 기준이 되는 보험손해율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다. 보험손해율이란 보험료 수입 대비 보험금 지급액 비율을 나타내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적정손해율은 72% 내외이다. 즉 보험회사가 계약자들로부터 보험료로 100원을 징수해서 72원을 사고 관련 비용으로 지출하면 그런대로 운영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근자들어 보험료가 지속적으로 인상됨으로써 손해율은 많이 제고됐으나 지난해 평균 78%로 손해보험사들의 적자 경영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원인은 주 5일 근무제 확산 및 카파라치제도 철폐 등에 따른 교통사고가 점증하는 탓이다.고급 외제차의 범람은 설상가상이었다. 최근 외제차는 연평균 25%이상 급격하게 늘어 우리나라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의 2%에 육박하고 있다. 그런 때문인지 차량대물보험료는 2006년 2조7천여억원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최근 5년동안 대인 및 자손담보 보험금 지급은 연평균 3.8%씩 증가하는 반면에 차량 대물보험금 지급은 무려 14.3%씩 증가하고 있다. 자동차보험금 중 차량수리비·대차료 등으로 지급되는 비율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이유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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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변함이 없는지 지면기사
'양(羊)이 사람을 잡아먹는 사회다'. 토머스 모어가 '유토피아'에서 15~16세기 영국의 제1차 인클로저(enclosure)운동을 빗대어 표현한 말이다. 인클로저란 '토지에 울타리를 쳐서 막는다'는 뜻이지만, 여기선 양모 생산을 위해 다투어 농경지를 목장으로 전환하던 현상을 일컬은 말이다.14세기 이후 신항로 개척 등에 따른 모직물 수요 증가는 농업 보다는 목양업의 장래를 밝게 해준다. 이에 영국 지주들 입장에선 토지에서 지대를 받는 것 보다 대규모 목장을 만들고 양을 기르는 편이 훨씬 유리했다. 그래서 너도 나도 흩어진 토지를 한데 모아 대규모 목장을 만들고, 거기에 울타리를 쳐나갔다. 농민들은 거의가 농토에서 쫓겨나 도시의 싸구려 임금 노동자로 전락하게 된다. 그야말로 '양이 사람을 잡아먹는 사회'가 된 것이다. 그런 영국에 위기가 닥쳤다. 18세기 후반 프랑스와 전쟁이 터지자, 그때까지 프랑스에서 수입해 오던 곡물 공급이 끊긴 것이다. 급박해진 영국은 어쩔 수 없이 대규모 목장들을 헐어버리고, 토지의 대농장화로 들어서게 된다. 이것이 제2차 인클로저 운동이다.1960년대 경제개발을 시작할 때만 해도 우리 국민의 80% 정도가 농민이었다. 그러나 경제개발에 따른 산업화 도시화는 농민들을 대거 도시로 몰아가 임금 노동자로 만든다. 농경지 또한 격감됐다. 마치 제1차 인클로저를 연상케 해준다. 공업부문의 급속한 비중 증대와 대외지향적 성장전략의 결과다. 지금 우리의 농민은 5천만 가까운 인구 중 기껏해야 300여만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60대 이상 노년층이 대다수다. 농경지 역시 180여만㏊ 밖에 안남았지만, 갈수록 휴경지가 늘고있다. 자연히 농업 생산력이 크게 저하되고 곡물 자급률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현재 곡물 자급률은 겨우 27%다. 그것도 쌀을 제외하면 달랑 5%다. 밀 0.2% 옥수수 0.8% 콩 11.3% 식이다. 마침내 세계 3위의 곡물 수입국이 돼버렸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최근들어 국제 곡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인구대국 중국과 인도의 경제성장 및 바이오 연료용 곡물소비 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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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선자와 문용관에게 보내는 박수 지면기사
오늘 밤, 299명의 국회의원이 새롭게 탄생한다. 그러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서 수백명의 낙선자들이 눈물을 훔칠 것이다. 그들은 다시 4년 뒤를 기약하며 절치부심할 것인지, 아니면 의정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인지 결정을 해야 한다. 피를 토하며 내세웠던 수많은 공약과 열정들이 우리사회의 어디에선가 꽃피울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대부분의 낙선자들은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할 것이다.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지만 국회의원은 낙선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던가. 세상사의 쌀쌀한 인심과 권력의 무상함을 가장 먼저 실감하는 사람은 낙선자의 배우자다. 승부의 세계, 특히 치열한 선거일수록 아내들이 겪고 감내해야 하는 헛소문과 시련은 말로 옮길 수 없다고들 한다. 오죽했으면 떨어진 후보자는 동네 슈퍼에도 가지 못한다는 말이 나올까. 당선여부와 관계없이 많은 후보자의 아내들이 이런 저런 병을 얻거나 일찍 사별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선거가 며칠 남지 않은 지난 일요일. 인천의 배구경기장을 찾았다. 한때 인하대 배구부 단장의 직책을 맡았던 인연 때문이다. 그러나 팬들의 성원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은 패배했다. 지난 3년간 겨울 배구판의 돌풍과 프로배구의 가능성을 키워낸 문용관 감독의 영광이 날아가는 순간이기도 했다. 선수도 관중도 모두 퇴장한 스탠드에 아들과 함께 우두커니 앉아 있는 문 감독의 아내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러자 그는 독백처럼 말했다. "그냥 남들처럼 밥 세 끼 편하게 먹는 자리였으면 좋겠어요."아마도 그는 더 할 말이 많았을 것이다. 구단에도 선수에게도 그리고 남편에게도. 프로감독의 배우자로서 살아온 지난 세월이 결코 녹록지 않았을 것이다. 경기마다 승패에 시달리는 남편을 봐야 하는 아내의 고통 또한 감당하기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사실 그에게 감독직 제의가 왔을 때 KAL이 어려운 상황임을 알면서도 나는 반대의견을 냈다. 인하대 감독으로 있으면서, 박사학위를 마치고, 학교에서 교편을 잡았으면 좋겠다는 그의 꿈을 존중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의 인성과 품성에 비춰볼 때 프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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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을 잃은 정치인 지면기사
저잣거리가 모처럼 활기를 찾은 모습을 하고 있다. 숱한 인사를 동반한 선량후보들이 장거리 인심을 확인하며 모처럼 시장통을 누비고 있어서다. 한데 인사를 주고 받는 모두가 좀 어색하다는 느낌이다. 선입감일 수도 있겠다 생각해 보지만, 때가 되면 돌아오는 계절의 법칙처럼, 정치의 계절을 모를리 없는 상인들에겐 치레를 하는 그들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을 성 싶다. 인사를 청하는 후보도 악수정도지만 윗사람도 아닌 보통사람에게, 그 것도 평소 몸에 밴 행동이 아니여서 자연스러운 몸짓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 미치고 보니, 이들의 행보가 오히려 시장의 활기와 인심을 해치고 있다는 우려까지 하게 된다.대통령선거·단체장선거·국회의원선거·보궐선거·지방의원선거 등 자치시대가 열리면서 국민들이 치러야 하는 연례행사는 엄청 늘어났다. 그 만큼 정치인도 늘었다 할 수 있다. 이들이 거리유세 또는 언론매체 등을 통해 국민 또는 지역민과 한 약속도 비례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런데 이를 신뢰하는 국민은 그리 많아 보이질 않는다. 지키는 것을 포기한 정치인들이 때가 돼 또 한번 허언을 하는 것 쯤으로 여기는 이들이 많다는 말이 된다. 어느 기초·광역의원은 뽑아준 지역민의 뜻을 과감히 팽개치고 한단계 향상된 지위에 목을 매기도 하며, 정치이념을 상황에 따라 바꿔 진정성을 의심받는 선량도 부지기수니 그럴 만도 하다. 국민과 주민을 대표하는 대의정치가 양상되면서 사회는 더욱 어지럽고 어색한 분위기로 변하고 있다.근본이 상실된 사회의 한 풍속도다. 정치의 근본은 나라와 국민에 있다 할 것이다. 그래서 정치인은 가장 존경받아야 하는 공인이어야 한다. 최고 윗자리에서 대접받기 위해 존재하는 부류가 아니라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가는 찾아 채워주고 감동을 주는, 그래서 같이 할 수 있는 이웃같은 존재여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지키지 못해 거짓으로 결론 나는, 신분에 대한 근본을 모르는 행위가 난무하면서 우울증을 앓는 국민이 늘어나고, 사회가 병폐에 시달리고 있다.위정자의 거짓행보는 뭇 직업군에서도 으뜸이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는 세상에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