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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아미타불 10년 지면기사
지난 18일 이명박 대통령이 우리나라 농정을 심하게 질타했다. 취임 초기 공직자들의 기강을 바로세우려는 의례적인 경고수준을 넘어선 느낌이다. 농정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감지되면서 농림수산식품부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춘래, 불사춘'(春來, 不似春)이다.주부들이 장보기를 꺼려하는 등 서민들은 당장 올해를 어떻게 견뎌낼지 한 걱정이다. 영세축산농가들은 사업포기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미국 농무부는 올여름 세계 곡물재고율을 14.6%로 전망했다. 1960년대 통계작성이래 최저수준으로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권장곡물재고율이 189%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위험한 수준이다. 정부는 주요 생필품에 대한 가격관리를 공언했으나 신뢰성이 없어 보인다.더 걱정은 중장기적으로 국제곡물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원인은 중국·인도 등 신흥시장국가들의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른 육류소비의 증가인데 이는 사료용 곡물수요의 확대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바이오에너지개발 및 세계적인 경작면적 축소는 설상가상이다. 개발도상국가들의 빠른 인구증가도 큰 부담인데 지구온난화에 따른 잦은 이상기후는 예측을 불허한다. 미국 애그리소스컴퍼니의 대니얼 바스 컨설턴트는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미국인들처럼 먹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려면 지구가 2개 내지 3개가 있어야 한다"고 비관하는 등 전문가들은 최근 곡가앙등을 단순한 파동이 아닌 공급애로에 기인한 구조적 위기로 진단하고 있다. 식량폭탄이 지구촌을 강타할 날도 멀지 않은 듯하다.이런 현상은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의 출범때부터 예견되었다. 우리와 같은 처지의 일본은 그동안 농사기술개선을 통해 농업생산성의 제고는 물론 해외농업기지의 개척에도 주력해온 결과 작금에는 동남아·중국·남미에 일본내 경지면적의 3배규모인 총 1천200만ha의 농지를 확보하는 등 식량자급률을 착실히 높여왔다. 미국·러시아·아르헨티나·우크라이나 등 주요 농산물수출국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수출세인상 및 쿼터제실시를 통한 자원무기화의 속내를 간단없이 드러내곤 했다. 목하 먹거리를 담보로 세계인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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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든 유권자 멍든 정치인 지면기사
"정치인도 멍들고 유권자도 멍든다." 20일 안팎으로 다가온 4·9총선전을 보며 언뜻 떠오른 생각이다. 어느 정당을 막론하고 늦어질대로 늦어진 공천작업, 그러다 보니 총선에 목맨 정치인들은 정작 본선 준비도 제대로 못한 채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유권자는 유권자대로 어느 후보가 나을지 비교형량할 시간을 거의 놓쳐버렸다.소위 집권당이 된 한나라당부터 미루고 미루다 총선이 코앞에 다가온 엊그제 간신히 지역구 공천을 끝냈다. 현재 국회제1당이라는 통합민주당은 이 보다 더 늦어 이제 비로소 마무리단계다. 그 밖에 여타 정당들은 아직 윤곽도 잡지못해 과연 언제나 모두 끝날지 아직은 부지하세월이다. 도대체 왜 이토록 늦어진 걸까. 우선은 지난 대통령선거 영향을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장장 10년만에 정권을 탈환한 한나라당은 기쁨에 들뜨다 적정시기를 놓쳐버렸고, 반면 민주당은 참패의 충격을 벗어나는데 너무 많은 세월이 흘러버렸다고 말이다. 물론 그런 면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 정도 이유 뿐이었을까. 정치권력을 위해서라만 '섶을 지고 불길에라도 뛰어드는' 이들이 지금까지의 우리네 정치인들이었다. 그만한 이유만으로 시기를 놓쳤다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그 보단 여야 모두 계파간 나눠먹기, 지분다툼, 그리고 이른바 개혁공천에 대한 기득권 세력 저항 등이 얽히고 설켜 이리 저리 눈치보다 미뤄진 게 아닐까 싶다.한나라당만 해도 친이명박, 친박근혜 양대 계파의 밥그릇 다툼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퍼졌다. 경쟁력 있는 후보를 뽑기보다 이 계파 저 계파가 제사람 살리고 심는데만 정신이 팔리다 보니 엉뚱한 이들이 대거 간택됐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 덕에 경기 인천지역의 경우는 기존의 지역 정치인들이 대거 희생양이 됐다는 혹평까지 들었다. 게다가 공천개혁을 한다면서 소위 철새들까지 끼워넣었다며 이곳 저곳서 반발이 극심하다. 공천 재심사 촉구에 무소속 출마 위협을 하는 이들도 한 둘이 아니다. 한마디로 내홍의 도가니다.민주당은 또 그들대로 그 어느 때보다 개혁공천을 부르짖었지만, 그 역시 순조롭진 못한 것 같다. 박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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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신호가 켜진 안시장의 정책들 지면기사
태안 앞바다의 원유유출이 서산의 가로림만으로 확산된다는 뉴스를 듣고, 고향에 대한 미안함으로 가슴 졸였다. 사실 사고를 낸 그 크레인선은 인천대교의 상량식을 마치고 돌아가던 길이었다. 꽉 짜여진 공사일정 때문에 고향 앞바다에 재앙을 만들다니. 인천의 욕심이 간접적 원인을 제공한 것 같아 더 면목이 없다. 아마도 태안이 고향인 안상수 시장은 더 가슴이 아팠을 것이다.그런데 인천을 위해 노력해온 안시장의 시정에 위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인천도시엑스포 행사가 국제사회의 반발로 축소 혹은 방향전환을 해야 할 판이다. 용유·무의 관광지역 개발사업도 사업주체인 캠핀스키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원점으로 회귀해야 할 판이다. 도시재생 사업도 부동산 투기와 민원으로 사업성을 장담하기 어렵다. 연세대 특혜에 대한 시의회와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거세다. 그린벨트에 건설을 목표로 추진중인 아시안 게임 경기장 건설사업도 거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행복은 가끔 그리고 늦게 다가오지만 불행은 한꺼번에 찾아온다고 했던가. 해양수산부가 없어지면서 인천항의 미래도 불투명하다. 수도권의 부동산 경제를 선도했던 경제자유구역도 험난해 보인다. 선택과 집중을 요구했던 인천의 반대를 무릅쓰고, 평택과 군산 등에 경제자유구역이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새만금을 두바이로 만들겠다는 정책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더구나 시장의 공약과 시의 정책실천을 위해 일을 했던 공무원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끊임없이 수사기관의 내사대상이 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인천시가 당면한 난제들을 보면서 버그(bug)를 새삼 떠올린다. 컴퓨터 프로그램상의 잘못된 버그 하나를 찾기 위해서는 수십배의 노력과 비용이 든다고 한다. 그렇다면 인천시가 진행중인 정책들 가운데 버그는 없을까. 각종 민원과 사업진행상황을 보면 버그가 존재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그리고 버그가 없는 정책과 시정을 생각할 때마다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의 인성론이 떠오른다.조 회장은 돈 잘 버는 변호사가 아니라 국민과 인류를 위해 일하는 제대로 된 변호사 양성을 주문했다. 변호사 합격률을 최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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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성 지면기사
시화연풍(時和年豊). 이명박 대통령이 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로, 각국 사절단과 국내 1만5천여명이 모인 가운데 치러진 취임식에서도 이를 주제어로 붙였다. 시대어로 국정지표임을 국내외에 공표한 것이다. 특히 실용과 화합을 강조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수행 정신과도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데서, 국민성어로 까지 확대 재생산되면서 믿음과 현실정치의 대명사처럼 된 것도 사실이다. 각료 인사문제로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은 것은 그래서 믿음 못지 않게 큰 실망을 준 것이기도 하다.사실 시화연풍은 대통령의 결연한 의지와 이를 받아들이는 국민들이 경외시 할 만큼 새삼스럽지도 않다는데 주지할 필요가 있다. 국민을 위해 늘 강조돼야 하면서도 가장 평범하다 보니 잊고 산다는 것이 맞을 듯하다. 국민화합을 뜻하는 시화(時和)와 경제성장을 담고 있는 연풍(年豊)의 조합어로 이 시대에만 통하는 시대어가 아니라는 말이다. 특히 위정자들의 초심에는 담겨 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단어조차 생소해 하는, 실천과는 거리가 먼 위선행위가 횡행하면서 생겨나는 엄청난 괴리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해도 될 성 싶다.조선왕조 500년 동안 시화연풍은 시화세풍(時和歲豊)과 함께 수시로 등장한다. 당시 백성들은 이를 기원했고, 정치가들도 나라의 근본인 백성들의 안위가 가장 큰 관심사였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한 정사(正史)중 백미는 단연 정조에 얽힌 이야기다. 정조는 재위 7년(1783) 경기도에 흉년이 들었다는 이유로 3일 동안 감선(減膳:나라에 변고가 있을 때, 임금이 몸소 근신하는 뜻으로 수라상의 음식 가짓수를 줄이던 일)하면서 "오호라! 백성은 나라의 근본인데, 백성은 밥을 하늘로 삼는다. 나의 한결같은 걱정은 오직 백성들의 먹을 것에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가난한 백성의 민생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말한 것이며, 경제가 해결돼야 다른 것도 돌보게 된다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한걸음 더 나가면 감선에서, 통치이념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인 도덕성과 신의를 살필 수 있다.도덕성이라는 원칙을 세우고 정도를 추구한 제갈공명은 "천하를 얻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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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까지 중산층을 옥죄었으니 지면기사
신중산층이란 용어가 있다. 외국에서는 지난 20년간 시장개방과정에서 새로 생겨난 중산층을 지칭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훨씬 다의적인 의미로 사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개념도 모호한데 그러한 예로는 '30~40대 초반의 중산층' 혹은 '최근에 새로 중산층에 편입된 사람들' 내지는 '젊고, 직업적으로 전문성이 강하고 고학력이며, 문화적인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은 중산층' 등이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산층을 중간치 소득의 50~150%에 속하는 계층으로 정의하고 있으나 나라마다 약간씩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전체가구를 소득수준별로 10%씩 10개 계층으로 나눈 데서 상위 30~40%권에 드는 집단, 즉 2007년 기준 월소득 340만원 이상인 계층으로 해석하고 있다. 반면에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생활수준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자기 집이 있고 중형승용차를 타고 다니며 자녀를 사립대학에 보낼 수 있는 정도의 소득자인 것으로 나타났다.아시아의 경우 중산층이 2004년 1억6천만명에서 2009년에는 4억여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중산층 비율이 1997년 70%에서 10년 만에 50%로 쪼그라들었다. 더 심각한 것은 소득은 평균 이상이나 지출되는 돈이 많아 가난뱅이 아닌 가난뱅이 생활을 하는 화이트칼라 신중산층이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초 삼성경제연구소가 밝힌 월 500만원 이상 고소득자의 소득대비 부채비율이 142%를 상회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중산층 가계의 재정이 취약한 것은 작금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내지는 살림을 제대로 못한 당사자 탓이나 정책에 기인한 바가 더 크다. 노무현 정부는 집권기간 내내 부동산가격안정에 올인한 결과, 주거비만 대폭 올리는 꼴이 되고 말았다. '삼불' 교육정책으로 사교육비는 사상최고를 기록, 교육비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월등하게 높다. 장기간 내수부진으로 실질소득은 제자리걸음 중인데 지출은 날로 늘어만 갔으니 적자 가계가 속출할 수밖에 없었다. 중산층이 특히 증시로 몰려든 것도 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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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들 생각하는지 지면기사
해마다 등록금 폭등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대학생들. 요즘처럼 미국 대학생들이 부러울 수가 또 없을 것 같다. 소위 이렇다 하는 명문대학들이 경쟁적으로 학비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예일대의 경우 연 소득 12만달러(약 1억2천만원) 이하 가정 자녀들에게 수업료를 반으로 줄여주고, 6만달러 이하엔 전액을 면제해 주기로 했다. 하버드대는 연 수입 18만달러 이하 계층 수업료를 가구 수입의 10% 이내로 낮추겠다고 했다. 프린스턴대 펜실베이니아대 캘리포니아공대 등도 비슷한 조치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는 또 아무 것도 아니다. 프랑스 독일 덴마크 등의 국립대학들은 아예 등록금을 받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치솟는 등록금을 감당 못해 휴학을 밥먹듯 하고, 아르바이트는 기본이며 심지어 졸업도 하기 전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기도 하는 우리네 대학생들로선 꿈만같은 이야기다. "왜 우리 대학들은 그렇게 못하냐"고 물어보았자, 돌아오는 대답은 항상 거기서 거기다. 교수 확보와 시설개선 등 돈 들어갈 곳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하긴 대학이 발전하려면 유능한 교수를 많이 확보해야 하고, 첨단 실험실습 기자재 마련 등 돈 쓸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잘 이해 안되는 부분이 있다. 어느 분석자료에 따르면 2006년 현재 전국 155개 사립대학의 누적 적립금이 자그마치 6조8천억원을 넘었다 한다. 많게는 수천억원에서 적어도 몇백억원씩은 쌓아놓고 있는 셈이다. 대부분이 매머드 학교 만들기 건축 적립금이거나 계획이 불분명한 기타 적립금이라 한다. 이에 비해 정작 학생들을 위한 연구 및 장학 적립금은 미미하기 짝이 없다 한다. 이들 거금에서 조금씩만 풀어도 학생들 부담이 훨씬 줄지 않을까, 순진한 생각을 해 본다.최근 한 설문조사에선 등록금 부담으로 대학생 15%가 휴학하고, 80%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등록금 인상률은 몇년째 6~8%대로 물가 상승률 2~3%의 무려 3배꼴이다. 등록금 마련을 위해 부업을 뛰는 학부모도 부지기수다. 게다가 작년 말 현재 정부보증학자금대출 이자를 제때 못갚아 신용불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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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에 나서는 MB맨들 지면기사
입시. '이명박 정부, 교육제도 대폭 바뀐다'. 런던에서 발간되는 한인신문의 광고 중 일부다. 그러나 이 광고가 머리를 떠나지 않는 것은 한국인이 어디에 있든 한국의 제도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말해 주는 상징적 표현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1월말. 우리식으로 보면 강남 대치동에 해당하는 런던의 처칠칼리지를 찾았다. 이름만을 보면 무슨 대학 같지만 우리의 입시학원에 해당한다. 주로 영국에 주재하고 있는 기업과 외교관 자녀 그리고 조기유학생들을 상대로 한 한국판 입시학원이다. 논술, 수학, 영어 등. 그들이 내건 간판과 강의 교과목도 같다. 귀국과 대학입학을 염두에 둔 특수학원이기 때문이다.과외. 교육공무원들과 함께 찾은 현지의 입시현실은 답답했다. 한국의 사교육을 피해 영어라도 해보자고 찾아 온 영국 땅에서 한국보다 더 비싼 과외를 해야 하는 학생들의 현주소. 그들이 겪어야 하는 현지 적응고민, 귀국해서 또 당하는 학생들의 학습 부진 등. 영국의 수월성 교육과 한국식의 사교육에 휘말린 학부모들이 감내해야 하는 비용과 노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좋은 대학과 더 좋은 미래를 지향하는 노력들이 계속되는 한 어떤 교육정책도 효과가 없어 보였다. 입시문제는 제도와 정책의 문제로 풀 것이 아니라 국민적 근성에 기초해야 한다는 지적이 더 타당하게 들렸다.인재. 외형적으로는 수월성 교육과 우수함을 내세우지만 시쳇말로 그것이 명문대학 졸업장을 의미한다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가 첫 작품으로 내세운 청와대 수석들의 면면도 그 범주에 속한다. 그들이 미국 유학중이었던 70~80년대. 경제적 사정으로 상고나 공고를 나온 친구들이 이제 공장에서 은퇴했거나 명퇴를 당할 나이에 화려하게 권력의 핵심을 차지하는 현실. 이제 외국 유학 경력에 박사가 아니면 인재가 되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이런 현실 앞에 우리의 부모들은 과연 어떤 교육방식을 선택할 것인가. 바로 그것이 기러기든 펭귄이든 독수리든 교육을 위해 가족과 생이별을 감행하는 실제 이유다. 2%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자식의 가능성을 키워주려는 부모들이 있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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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가 튼튼한 교육정책 지면기사
2008년에도 영어가 대한민국 교육의 화두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인수위가 2년 뒤부터 영어를 제2의 공용어로 삼을 것처럼 정책을 발표하면서 일파 만파로 입에 오르내리며 기세를 더하고 있다. 중·고등학교 6년을 더해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해도 대부분의 학도들이 말문을 트는 데 실패한 것을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웬만한 생활영어를 거침없이 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으로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해외연수에 드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고 보면 빠른 시행이 옳을 듯하다. 계산대로라면 대한민국의 망국병(?), 영어 사교육이 해결될 분위기다.영어가 우리 교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언론매체만 확인해도 알 수 있다. '교육부, 초등 1년부터 영어수업 검토' '인천 영어 자유도시 올해 44억 들여 추진' '영어 자신감 키우기, 필리핀 조기유학' '제주영어교육도시 건설 본격 추진' '방학중 교사들도 영어교육 열풍' '영어연수의 새로운 트렌드 단기 스쿨링' '한국, 호주영어연수 1위국 부상' '영어몰입교육 살아나는 영어 공교육!' '영어교사 매년 1000명 채용' '서울시교육청, 영어교사도 수준별 맞춤 연수' '새삼 주목받는 부산의 영어 공교육' '영어공교육 강화 확대 추진' 등 지난 1월 이후 영어관련 제목만 헤아려도 지면을 다 채우고도 남을 정도다.최근에는 '인수위, 실력 미달 영어교사 3진 아웃제 추진' '영어만 잘하면 군대 안간다' 등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생소한 내용도 등장, 새 정부의 영어정책에 대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한데 마음 깊이 와 닿는 제목소재가 영어가 아니라는 데서 한 번쯤 반추(反芻)할 필요가 있다. "영어보다 급한 '국어' 공부", 즉 국어로 극히 당연한 우리말의 소중함을 그동안 잊고 있었다는 데서, 그로 인해 한글이 본 모양을 잃어가고 있다는 데서 자성의 시간과 대책이 절실하다.인터넷 포털사이트나 블로그 등을 살펴보면 맞춤법이 틀리거나 아예 한글을 다시 창제한 멋대로 글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지식인들이 한글의 쓰임새에 대해 경고하지만 정작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영어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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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조는 박물관에서 찾아야 지면기사
호떡집에 불났다.특정 공간에 많은 사람이 분주하게 드나들며 소란스러운 모습을 빗댄 조롱조의 표현이다. 이 말은 1931년 중국 지린성(吉林城) 완바오산(萬寶山)사건에서 유래되었단다. 만주에 정착해 있던 수많은 한국농민들이 중국인들에 의해 무고하게 살해되었다는 소문이 국내에 전해지면서 분노한 한국인들도 국내거주 중국인들에게 무차별 테러를 가했다. 국내에서만 화교 100여명이 살해되었을 뿐만 아니라 방화 및 약탈당한 이들의 주택 수는 400여호에 달했다. 이 무렵 우리나라에는 호떡장사를 하는 중국인들이 유달리 많았는데 이때 전국 대부분의 호떡집이 불타 없어졌다. 기억하기도 싫은 아픈 역사임에는 틀림없으나 중국어는 억양이 강한데 호떡집이 불까지 났으니 얼마나 소란스러웠겠는가.요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한나라당은 전리품을 챙기려는 자 및 무임 승차자들로 마치 불난 호떡집마냥 시끄럽고 처연하다. 개중에는 전·현직 공직자들도 엄청 많다. 고위직은 물론 말단공무원까지 새 정부와 줄을 대려 안달이다. 이미 용도폐기된 퇴물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현 정부의 총애를 받고 있는 자들도 부지기수이다. 오죽했으면 동료 공무원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겠는가. 그럼에도 이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 눈치이다. 완장(?)을 찬 이들은 오히려 친정집을 향해 거침없이 저주의 독설들을 쏟아낸다.지난주에는 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 나눈 대화록을 자신이 언론에 유출시켰다고 자백한 것이다. 항간에는 그가 새 정부에 잘 보이려고 어이없는 일을 저질렀다는 설이 유포되고 있다. 진실은 검찰의 수사결과로 드러날 예정이나 항설(巷說)이 사실이라면 기가 막힐 노릇이다. 장관이 어떤 자리인가. 그것도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권부(權府) 최측근 부처의 수장이 아닌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충성차원에서 저지른 일이라면 그나마도 봐줄 수 있으나 새 정부에 잘 보이려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면 이런 나라에서 국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서글플 뿐이다.매천 황현(黃玹)은 말년에 "인간으로서 식자노릇 하기가 정말 어렵다(難作人間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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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災공화국, 이젠 그 꼬리를 떼자 지면기사
이천의 한 냉동창고 공사장에서 최근 40명이 화마로 떼죽음 당하는 어처구니 없는 대형 참사가 났다. 인화물질이 가득찬 지하창고에서 발포와 용접작업을 동시에 벌였다고 하니 결국 그들의 안전불감증이 이런 화를 자초한 셈이다. 유족들의 울고 불고, 흐느끼는 참담한 모습은 차마 뭐라 위로할 말이 없을 정도이다. 그저 혀끝을 찰 뿐이며 안타까울 따름이지만 한편으로는 분노마저 치민다.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까지 되었나하는 반문 때문에서다. 그동안 우리는 수많은 크고 작은 참사를 겪어왔다. 수백명이 한꺼번에 숨진 대형사고가 줄줄이 이어져 온 탓인지 한때는 사고 공화국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 쓴 적도 있다. 그래서인지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삼풍백화점 사고나 성수대교 붕괴, 그리고 대구지하철 화재사고와 같은 악몽은 늘 우리를 불안케 하기에 충분했다. 화마에 어린이들의 사체가 뒤범벅이 된 씨랜드사건, 인천 용현동 호프집 참사 등 2000년대 들어서만도 이런 사고로 숨진 이들이 얼만지 모를 지경이다. 그저 더이상 이런 대형 참사가 없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할 뿐이다.그러다 보니 대형 참사사고에 대해 사회의 반응조차 무덤덤해지는 것 같다. 몇명 숨지면 뉴스조차 안된다. 10여명 이상 숨져야 그나마 뉴스로서의 가치가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유가족에 대한 보상도 흡족치 않다. 사고에 대한 안전망조차 미흡해 유족들의 시위와 폭력이 수반되기 다반사다. 겨우 국민 모금운동이라도 벌어지면 그나마 다행인 것이 현실이다. 그럼 이런 일들이 왜 끊임없이 되풀이되는지 그 이유를 짚어보면 의외로 그 답은 쉽다. 돌이켜 보면 그간 숱한 대형 사고들도 모두 인재로 인한 사고가 태반이어서 그럴 게다. 사전에 충분히 방지가 가능한데도 안전불감증 등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어서이다. 다시말하면 조그만 부주의가 만들어낸 사고이지 불가항력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때 고도 성장속에서 안전을 무시한 채 오직 성과위주와 빨리빨리만 강조하다보니 '대충대충, 적당주의'가 판치고 이는 곧바로 안전 불감증으로 나타나게 됐다고 보면 된다. 적당주의가 우리 온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