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춘추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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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건강한 진화를 위하여 지면기사
[경인일보=]휴대전화는 사람들을 매우 바쁘게 하지만 그 정도의 번거로움 때문에 휴대전화가 가져다주는 '정보 황홀경'을 포기할 사람은 없다. 냉장고의 프레온가스는 오존층을 파괴하고 온실효과를 가져오지만 우리는 냉장고가 선사하는 서늘하고 시원한 맛의 환상을 포기하지 못한다. 자동차의 공해는 더욱 결정적이다. 그렇다고 누가 예전처럼 말을 타거나 걸어 다니겠는가? 인간은 기계문명을 선택하면서 유기적 삶과 멀어져 갔다. 평화보다는 매력적 고통을 선택한 것이다. 즉 문명은 인간에게 삶의 평화보다는 매력을 선사하였으며, 기계문명이 가져다 준 온갖 편이성들은 삶을 매력 덩어리로 보이게 하였다. 게다가 문명의 속성인 집단주의는 숙명적으로 도시를 탄생시켰고, 과거 전원적이고 친환경적인 것들로부터 인간을 격리시키기 시작하였다. 인간은 그것이 문명의 짓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재앙임을 잘 알고 있다.텔레비전은 반세기 이상 활자문화, 독서문화를 타격하다가 정보를 무한대로 확장시킨 인터넷에 의하여 거꾸로 타격 당하고 있다. 대중문화의 황제는 이제 더 이상 텔레비전이 아니라 실시간 인간의 두뇌를 빠르게 확장시키는 온갖 정보매체이다. 텔레비전을 24시간 켜 놓아야 심리적 위안감을 갖던 인간들은 이제 텔레비전 대신 인터넷을 하루 종일 켜 놓고 정보 황홀경에 탐닉한다. 문명은 흡사 대중문화의 속성과 같아서 과거 시대의 우상을 가차 없이 청소해 버린 뒤 새로운 우상을 탄생시키고, 신앙처럼 숭배한다. 문명은 그런 것이다. 희랍시대에 문자가 처음 등장하자 문자가 인간의 기억력을 망칠 것이라며 문자사용을 적극 반대한 학자들이 있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사실은 플라톤이다. 그러나 플라톤도 결국 나중에 문자로 제자를 교육하였고, 문자가 역사를 보관하는 기발한 장치라는 사실을 인정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아테네의 아카데미에서 제자를 가르칠 때 문자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정치적 자세를 견지함으로써 플라톤의 명성과 체면을 겨우 유지하였다.명예나 긍지, 민족애는 참 소중한 것이다. 한 나라의 문화는 이를테면 명예나 긍지, 민족의 뿌리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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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불사가 진정한 용기인가? 지면기사
[경인일보=]지난달 23일 북측은 연평도를 포격했다. 이로 인해 해병대 병사 2명이 전사하고 15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민간인 부상자도 나왔다. 남측은 22일부터 서해상에서 군사훈련을 진행중이었고, 북측은 이 훈련은 '북침 전쟁연습'이라며 항의하는 전화통지문을 수차례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군 당국은 북측의 의례적인 항의라고 생각해 무시하고 사격훈련을 했다고 한다. 휴전 이후 남북이 해상이 아닌 육상에서 포격전을 벌이고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민간인 지역에 포탄이 떨어져 주민이 다치고 집이 전소되는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해 국민들치고 우려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김태영 국방부장관은 지난달 24일 오전 북한의 연평도 공격에 대한 우리측 대응과 관련, '상황보고를 받은 대통령의 최초 지시가 뭐였느냐'는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의 질의에 "대통령의 최초 지시가 '단호하지만 확전되지 않도록 하라는 것을 겸해서 말했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확전 방지' 발언을 문제삼으며 "국군통수권자가 확전을 두려워하니까 2~3배 대응 교전규칙이 있고 전투기까지 떴는데도 저쪽을 못 때린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그러나 임태희 청와대 대통령실장은 "사태 발생 이후 확전과 관련한 말은 한번도 한 적이 없다"고 황급하게 진화작업에 나섰고, 국방장관은 오후가 되자 "대통령이 확전을 막아야겠다고 말했다는 것은 들어보지 못한 것이다"고 바로 말을 바꿨다. 필자는 대통령이 확전 방지를 강조했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확전을 해도 무방하니 마음껏 폭격하라고 말했다면 이 나라 국민의 생명을 책임진 대통령으로서 너무 무책임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신임 김관진 국방장관 내정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북이 다시 도발한다면 전투기까지 동원해 폭격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또한 전면전 확대에 대한 질의에 대해 김 장관은 "북한의 국가적 경제 사정이나 정치적 승계 등 내부 불안 요소가 있기 때문에 북한이 전면전을 일으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북측은 자신들의 영해 내에서 사격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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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과 환상에서 벗어나라 지면기사
[경인일보=]북한은 왜 연평도에 기습 포격을 감행했을까? 정보가 부재한 상태에서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북한이 도발 전에 행한 일련의 행동들을 면밀히 고찰하면 윤곽이 드러난다. 올해 북한은 3월 천안함 폭침, 5월과 8월 김정일의 중국 방문, 11월 고농축 우라늄 시설 공개와 연평도 기습 포격 등 이례적인 행동들을 취했다. 많은 북한 전문가들은 올해 김정일의 두 차례 중국 방문은 3대 세습체제를 인정받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문제는 이런 추정이 맞는다면 북한은 철저하게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로 나타났다. 북한은 아시안 게임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미국 핵 전문가를 불러들여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했고, 뒤이어 연평도를 기습 포격했다. 더구나, 북한은 중국 후진타오 주석의 개혁·개방 충고나 6자회담으로의 복귀를 철저하게 무시하면서 독자적인 무모한 행보를 계속 취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때 북한의 최대 현안은 3대 세습 체제 구축이 아니라 핵 무장을 통해 주체 국가로 거듭나 2012년에 강성 대국을 완성하는 것일지 모른다. 그런데 북한의 이런 의도와 목표를 달성하는데 걸림돌은 역설적으로 미국이 아니라 오히려 중국일 수도 있다. 중국은 북한이 핵을 보유하게 되면 동북아의 핵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것이고 필연적으로 일본이 핵을 갖게 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표면상으로 북한과의 혈맹 관계를 강조하고 북한의 후원자로서의 역할을 자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활용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런 중국의 이중적 태도에 북한은 저항하고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치밀한 전술을 구현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런 주장의 근거로 북한은 2006년 10월에 중국의 간곡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1차 핵 실험을 단행했고, 이어 2009년 5월에는 2차 핵실험까지 했다. 따라서 북한이 노리는 것은 미국이 할 수 없이 파키스탄의 핵 보유를 인정한 것과 마찬가지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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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가격 인상과 정책조정 기능의 상실 지면기사
[경인일보=]최근 보건복지부 장관이 "흡연율 감소를 위하여 세계보건기구(WHO)와 담배가격의 적정수준에 대한 대안을 물색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시작으로 담배가격 인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반면 국무총리는 "복지부 입장에서는 검토하는지 모르겠지만 서민물가 등을 고려해 신중해야 할 문제이며, (담배가격을) 인상할 계획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담배가격 인상에 관한 정부 고위공무원들의 상반된 의견을 들으면서 우리는 두 가지 의문을 갖게 된다. 담배가격 인상이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가 하는 점과 과연 행정부 내에 정책수립 과정에서 발생되는 부처 간의 이견을 조정하는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는가 하는 우려이다. 복지부가 담배가격을 인상하려는 주요 이유는 첫째, 흡연율의 감소를 통하여 흡연이 주요 원인인 암, 뇌졸중, 관상동맥질환 등의 발생률과 사망률 감소를 유도하려는 것이다. 특히 최근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청소년, 여성층, 저소득층의 흡연율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둘째, 복지부는 담배가격의 인상을 통하여 얻어지는 추가적인 수입을 일반재정의 지원 부족으로 지연되고 있는 보건의료서비스의 확충과 질 향상에 투입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리고 셋째, 흡연은 당사자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비흡연자들에게도 건강상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외부효과를 가지므로 국가가 금연정책을 추진하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건복지부의 주장에 대하여 행정부의 관련부처, 국회, 그리고 이해당사자들은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이 갖는 이견은 담배는 습관성이 있는 기호식품으로 가격 상승이 장기적으로 흡연율 하락 효과가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담배가격 인상으로 인하여 발생되는 추가 수입이 흡연 관련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만 국한되어 활용되는지 확실치 않으며 오히려 일반재정에서 지원되어야 하는 복지부의 사업들을 편의상 담배가격 인상으로 발생되는 수입으로 운용하려는 의도가 많으며 이는 재정의 일반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정 부처의 정책은 다른 부처에도 직·간접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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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대신 예술품을 만들어라 지면기사
[경인일보=]스티브 잡스(Steve Jobs)를 최고의 경영인으로 꼽는 이유는 그가 상품을 잘 파는 재주를 가졌다기보다는, 상품을 예술품으로 둔갑시키는 천재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물론 잡스는 애플의 CEO(최고경영자)이다. 그러나 그가 직접 나서서 권하는 제품은 상품 출시에 맞춰 소비자가 줄서서 사야하고 손꼽아 기다려야 하는, 이를테면 거의 예술품이 된 것이다.아이폰이 출시되었을 때 미국인들은 판매 당일은 물론 며칠 동안 긴 줄을 서서 상품을 사는 진풍경을 연출하였다. 상술에 속아 소비자가 농락당했다고 간주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만큼 아이폰은 예술이라고 탄복할 정도로 기능이 탁월하였으며, 상품을 능가하여 소비자가 인정하는 기술의 혼이 들어 있었다. 소비자에게 고가의 값을 지불하고 상품을 습득하면서도 상품이 아닌 그 이상의 것을 획득하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 것이다.그 후 유사한 스마트 폰들이 다수 출시되었지만 아이 폰의 신화를 크게 능가하지는 못하였다. 결과적으로 잡스는 소비자가 아이폰을 가짐으로써 흡사 첨단예술을 소유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 준 것이다. 그리고 테크놀로지를 누리면서 시대를 리드하는 신세대들의 신화에 가담하게 해주는 메신저를 자처하였다.1960년대에 불길처럼 등장한 블루진은 단순히 청바지가 아니라 그 시대를 대변하는 문화였다. 당시 젊은이들은 청바지를 입은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아이돌을 걸치고 다녔으며, 오늘날에는 세대를 뛰어넘는 광범위한 문화적 산물이 되었다. 그러므로 청바지를 입는 소비자는 하체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예술과 문화를 입는 것이다. 오늘날 청바지는 싸구려 이미지가 아닌 문화의 값을 주장하기 위하여 고급화, 패션화 되고 있으며, 그것을 입는 자들에게 흡사 청바지 문화로의 참여의 길을 열어주는 것으로 인식된다.런던의 테이트갤러리나 파리의 퐁피두센터, 뉴욕현대미술관에는 연 500만 명의 관객이 몰린다. 이것은 단순히 대도시 문화공간이 누리는 특수가 아니다. 이들 도시보다 인구가 훨씬 많은 서울의 문화공간들과 그 관객 수를 비교해보면 현실은 너무도 자명해진다. 그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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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를 지향하는가 정반대로 가는 것인가 지면기사
[경인일보=]우리나라는 해마다 1만5천명 이상이 자살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매일 42.2명이 자살하고 있으며, 이를 달리 계산하면 34분당 한 명이 자살한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 75세 이상 노인들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에서 1위이다. 그것도 10만명당 109.6명으로 60.4명으로 2위인 헝가리와 47.8명으로 3위인 스위스를 여유있게 따돌리고 있다. 10만명당 자살률이 60대는 54.6명인데, 70대는 80.2명, 80세 이상은 127명으로 나이가 많아질수록 자살률은 더 높아진다. 그럼 왜 이렇게 노인들이 자살을 많이 하는가? 이들은 한국전쟁 이후 50년대와 60년대의 가난 속에서 자녀교육에 매진하여 70년대와 80년대 이후의 경제개발을 이루는데 땀 흘렸건만 경제적 성공을 이룬 지금 돌아오는 것은 냉대와 무관심이다. 노인들은 배우자의 죽음, 직업 및 사회적 지위 상실, 건강의 악화 등으로 정신·신체적으로 매우 취약하다. 특히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사회가 주는 복지혜택은 미미하다. 소외된 도시 빈민과 농촌 노인들은 사각지대에 방치된 셈이다. 특히 독거노인이나 무의탁 노인들은 사회와의 연결이 끊어지는 고독감과 상실감에 시달려야 한다. 자녀가 있어도 부모를 방치하는 경우에는 더 심각하다. 호적상으로는 부양자가 있기 때문에 지원대상에서 제외되는 이중의 고통까지 겪기 때문이다. 노인들은 더 치밀하게 자살을 준비하는 것으로 되어 있고 젊은이들의 자살에 비해 사망할 확률이 3~5배 높다. 흔히들 목을 매거나 시골에서는 농약이나 제초제를 마시는데 제초제는 치사율이 높다. 남자 노인들은 여자에 비해 더 무능해지기 때문에 혼자 남을 경우 더 고달픈 삶을 영위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남자 노인의 자살률이 여자에 비해 높다. 음독 자살을 하는 경우 독거노인들은 발견이 늦어져서 치사율이 더 높아지는 경향도 발견된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고령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이러한 노인층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 노인들이 그나마 모여서 시간을 보내고 외로움을 달래는 경로당의 겨울 난방비가 전액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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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으로 돌아가라 지면기사
[경인일보=]정치권이 뒤숭숭하다. 태광그룹, C&그룹, 한화그룹에 대한 조사에서 검찰 사정의 칼날이 비리 정치인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청목회가 청원경찰법 개정과 관련해 다수의 여야 국회의원들에게 거액의 후원금을 주고 불법 로비를 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정치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한나라당은 2013년부터 시행되는 소득·법인세 최고 세율 인하 철회를 둘러싸고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더욱이, 한나라당 일부 소장파 의원들이 청와대측의 감세 기조 불변 입장에도 불구하고 '감세 철회 촉구를 위한 의원총회 소집요구' 서명을 받고 있어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감세 철회를 주장하는 측은 "부자·대기업 중심의 정책 노선을 친서민 정책 노선으로 수정해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서민·중도층 표심을 잡아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에게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한나라당 소장파들의 모임인 민본21 토론회에서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한다는 층의 30.4%,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층의 33.6%가 '정권 교체'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면상으로는 한나라당에게 유리한 국면이 전개되고 있는듯 하지만 동시에 민심의 밑바닥에는 '정권 교체'에 대한 강력한 욕구가 꿈틀거리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결과적으로 한나라당 정권 재창출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할 수 있다. 만약 한나라당이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도와 박 전 대표의 압도적인 지지도에 바탕을 둔 대세론에 도취되어 변화와 개혁을 멀리하면 막판 DJP 연대로 패배했던 1997년 대선의 악몽이 재연될 수도 있다. 민주당이 마냥 좋아할 만한 일은 아니다. 민주당도 민심의 경고를 받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정권 교체에 대한 욕구가 크고 보수에 대한 혐오감이 큰 데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지도와 야권 대선 후보 지지도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왔다. 이런 사실은 국민들의 마음속에 아직 민주당이 정권을 맡아도 좋다는 믿음이 생기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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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지역균형발전 지면기사
[경인일보=]최근 지방의 한 대도시에 설립된 전문 연구기관의 책임자로 근무를 시작한 지인으로부터 힘들었던 경험 두 가지를 전해 들었다. 무엇보다 전문 연구기관에서 함께 일할 젊은 직원을 채용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전문성을 갖춘 젊은이들은 새로운 정보의 획득이 가능하고 연구비가 많으며, 장래 발전을 위한 인적 네트워크의 구축이 비교적 용이한 수도권 지역에서 근무하기를 희망하고 있기 때문이다.수도권의 젊고 의욕있는 젊은층이 비수도권으로 오려고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수도권의 젊고 유능한 인력들이 수도권으로 몰려듦으로 인해 비수도권은 인력난에 봉착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수도권의 유능한 인재들을 지방으로 유입하면서 비수도권의 인재들을 지역에 남아 있게 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수도권에서 얻을 수 있는 금전적·비금전적 혜택을 비수도권에서도 향유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또 그는 갓 설립한 연구기관의 운영에 몰두하기 위하여 수도권에 있는 주택을 정리하고 가족과 함께 지방 생활에 정착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으나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했다. 다양한 중앙부서와의 업무 협조와 수도권에서 집중적으로 개최되는 전문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빈번한 출장이 불가피하고 이에 따른 시간의 낭비와 비용의 지출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특히 연구소 운영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하여 관련 중앙 부처 방문 및 설명을 위한 출장은 현재의 국가재정 운영체제하에서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들, 즉 수도권으로의 빈번한 출장으로 인한 불필요한 행정 비용의 발생과 지역의 인재난으로 인해 생산성 높은 산업의 지방 이전 거부, 그리고 이로 인한 지방경제의 산업구조 고도화의 지연은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에 기인하는 것이다. 이는 개별 지방정부 또는 기업이 아닌 국가적인 차원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다. 우리나라에서 지역균형 발전은 과거로부터 현정부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중요한 국가정책의 핵심 과제로 다루어져 왔다. 그 이유는 수도권으로의 인구 및 경제력의 과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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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藥師)와 약장수 지면기사
[경인일보=]약사와 약장수는 어감으로 보면 매우 유사한 직종이다. 구체적으로는 다를지 몰라도 둘 다 분명 약을 다루고 약을 판다. 그런데 약사와 약장수를 받아들이는 문화와 감성의 차이는 판이하다. 두 직종을 가르는 가장 큰 이슈는 면허의 문제이다. 약사는 일정한 자격에 따라 주무관청의 면허를 받아 의약품에 관한 일에 종사하는, 이를테면 전문 직종 종사자를 말하지만 약장수는 면허와 상관이 없다. 약장수가 면허가 필요한 직종이라면 그것은 이미 약장수가 아니다.약사나 약장수나 둘 다 나름대로 심각한 직업이지만 약장수는 오늘날 현대사회 들어 본래의 의미가 크게 퇴색하였다. 구성진 가락을 내세운 만담을 들을 기회도 적어졌고, 약장수의 서식처인 재래시장이 점점 사라져가기 때문이다. 약장수의 단골 메뉴인 몸보신용 동물의 거시기 등을 파는 행위도 보기 힘들어진지 오래이다. 약장수는 오래 전부터 역할보다는 의미의 전환이 이루어져 전혀 다른 의미로 통용된다. 과거 유사 인생 상담사이자 재간꾼으로서의 약장수 역할은 능숙한 화술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매우 부정적인 화술꾼의 이미지로 바뀌었다. 과거 우리 주변에 소비자가 그토록 관대한 직종은 아마도 약장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약사는 동네 어귀마다 있지만 인생 상담사이자 재간꾼인 약장수는 하나 둘씩 없어져 이제는 약에 쓰기도 어렵게 되었다. 대신 약장수의 화술만 사회 각층에 떠돌아다니면서 사회 곳곳에 유사 약장수가 창궐하게 되었다. 동네 어귀마다 각 직업별, 연령별, 세대별 약장수의 수가 부지기수이다.의료제도가 정착되지 않아 약사와 의사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던 시절, 그리고 국민건강이 체계화되지 않았던 시절에 약장수는 대중의 건강은 물론 접대요소까지 곁들인 엔터테이너로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은 안 되었지만 인삼, 녹용, 뱀, 웅담을 팔고 성인 남녀들의 남녀열혈지사에 관하여 너스레를 떨던 시절의 약장수는 시장바닥의 명인들이었으며, 의약적 판단은 제쳐두고라도 사회적 추억거리였다. 오늘날 약사와 약장수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갭이 있다. 만약 약사(ph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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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과학의 거리 지면기사
[경인일보=]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1978년 시험관 아기 기술을 세계 최초로 성공시킨 영국 에드워즈 박사가 선정됐다. 이 기술을 이용해 현재까지 약 400만 명의 생명이 태어났다고 한다. 시험관 아기는 아기를 간절하게 원하는 불임부부들에게 과학이 가져다 준 커다란 희망임에 틀림없다.그런데 교황청은 이번 노벨상 수상에 대해 "에드워즈 교수가 없었다면 수백만개의 난자가 팔리는 시장이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고, 인간배아로 가득찬 수많은 냉동실도 없었을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교황청은 시험관 아기 뿐아니라 기본적으로 인간이 생명의 탄생에 개입하는 어떤 시도도 잘못된 것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자녀의 수를 조절하기 위해 콘돔이나 정관수술을 비롯한 어떤 방법도 금지하며 인공임신중절술을 반대하기 때문에 심지어 강간으로 인해 임신하더라도 그 아이를 낳도록 권하고 있다. 그 조차도 신의 뜻이라는 견해를 교황청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톨릭 신도들조차도 이런 교황청의 견해를 현실적인 이유로 제대로 따르지 못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가톨릭 신자들도 자녀를 조절하기 위해 갈등을 느끼면서도 콘돔을 사용하거나 정관수술을 받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종교와 과학은 자주 갈등을 빚어왔다. 과거에 종교가 우위일 때는 신학자들이 과학자의 새로운 발견이 옳은지 아닌지를 판단했다.지동설이 제기되었을 때 신학자들이 지동설이 틀렸다고 주장한 근거는 구약성서 여호수와 10장에 있었다. 성서에는 여호수아가 아모리 다섯 왕과 전투를 할 때 태양과 달을 멈추도록 여호와께 부탁했고 여호와는 태양과 달을 멈추었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그들은 만약 '지구가 태양을 돌고 있다면 여호와가 지구를 멈추도록 하셨겠지만 태양이 돌았기 때문에 태양을 멈추도록 하신 것'이라고 하면서 천동설이 맞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지금 기독교의 신학자들이나 신도들이 성경을 근거로 지동설을 부정하진 않는다. 왜냐하면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것은 누가 봐도 너무나 명확하기 때문이다. 이와 유사한 일들이 다윈이 150년 전에 진화론을 발표했을 때도 벌어졌다. 다윈은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