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전호근 칼럼] 중학교 점심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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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호근 칼럼] 중학교 점심시간 지면기사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나는 중학교 2학년 때 서울로 전학했다. 내가 다닌 중학교는 서울에서도 부촌인 동네에 있었는데 학교 주변에 학교보다 큰 집들이 많았다. 학교에서 바라다보이는 어느 집에 건물과 건물 사이로 구름다리가 걸쳐져 있었던 기억이 난다. 대도시의 학교생활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때 만난 선생님들은 학생을 가르치려는 열정이나 교사로서의 자부심이 부족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어쩐 일인지 학생들이 잘 따르지 않았다.3학년이 되어서 만난 기술 과목 신언규 선생님은 담임이기도 하셨는데, 내가 여러모로 존경했던 분이다. 당시 나는 라디오 키트 조립에 열심이었는데 모르는 게 있으면 여쭈었고 그럴 때마다 선생님은 라디오의 작동 원리까지 친절하고 명쾌하게 일러주셨다. 선생님을 더욱 존경하게 된 계기가 있다. 언젠가 가정환경 조사 시간에 한 친구가 부모의 직업을 말하지 못하고 쭈뼛거리자 선생님은 이렇게 물었다."아버님이 노동자이신가요?""…예.""감추거나 부끄러워할 것 없습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습니다."상투적인 말이었지만 선생님은 이때만은 평소와 다르게 존댓말을 쓰면서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나는 그 말씀에 담긴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같은 말도 누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깨달았고 노동자라는 말을 처음 들은 것도 그때였으며 일하는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도 그때 비로소 알았다. 2학년때 서울의 부촌으로 전학왔다가장 나쁜기억중 하나는 점심시간도시락 반강제 빼앗아 먹던 친구탓 친구들과 잘 지내지 못했다. 학교 주변에는 폭력 서클이 많았고 어쩌다 그들과 마주치기라도 하면 몇 대 맞을 각오를 해야 했으며 실제로 그런 순간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 그럼에도 나름의 선은 있었다. 주먹 쓰는 아이들은 공부하는 아이들을 건드리지 않았다. 학교는 주먹 쓰는 아이들과 공부하는 아이들로 나누어져 있었다. 나는 공부하는 쪽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폭력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했지만 그렇다고 공부하는 아이들과 친했던 것은 아니다. 전에 있던 학교에서는 여럿이

  • [이재우 칼럼] 국가 난제와 미래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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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우 칼럼] 국가 난제와 미래전략 지면기사

    1776년 조선의 22대 왕인 정조가 즉위하던 시대에 조선사회가 가지고 있던 모든 물건의 수와 조직 시스템의 수를 2021년인 오늘날의 물건의 수와 조직 시스템 수와 비교해 보자. 조선시대에 없었던 물건들이 더 많아졌으며 사회의 조직 시스템은 더 복잡해지고 고도화하였다. 오늘날 사회의 복잡성은 정조시대의 복잡성보다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도 더 많이 늘어나고 있다. 2022년 3월9일에 제20대 대통령이 뽑힐 것이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많은 후보자들이 다양한 공약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미래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는 국가 난제를 생각해 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우리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국가 난제에 대한 미래비전을 보여주는 지도자가 선출된다면 미래세대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국가적 난제를 STEEP(Social, Technological, Economical, Ecological, Political) 관점에서 살펴보자. 사회 기술 경제 생태 정치적 관점서저출산·감염병·온난화·미중 갈등은우리만이 아닌 후손도 마주할 문제 먼저 사회적 난제로 저출산·고령화, 사회적 양극화가 가장 당면한 문제이다. 2020년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0.837로 자연적인 감소가 진행될 것이다. 인구의 순감소는 경제활동 인구의 감소, 경제활동 인구의 1인당 부양비율 증가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반대로 인구수 감소로 인한 치열한 경쟁의 감소, 일자리 선택 기회 확대 등의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적 활력을 유지하면서 국민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적절한 인구의 수는 얼마일까? 저출산과 함께 우리나라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2026년에 65세 이상 인구는 20.8%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어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다. 고령인구의 증가는 연기금의 고갈, 고령 의료비용의 증가, 사회 소비의 감소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반대로 고령산업의 활성화, 바이오 헬스와 로봇 산업의 발전을 전망할 수 있다. 양극화는 부자와

  • [윤인수 칼럼] 침묵하는 민심이 심판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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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인수 칼럼] 침묵하는 민심이 심판관이다 지면기사

    문재인 대통령이 양념이라 했던 팬덤은 이제 단순한 정치적 기호((嗜好) 수준을 넘어 정당과 정치지도자의 운명을 결정할 정치 결사로 진화했다. 조국 사태가 기폭제가 됐다. 진보의 표상이 감추어왔던 볼품 없는 민낯은 민망했다. 진보진영은 반성과 성찰 대신 조국을 수사하는 검찰을 표적으로 삼아 서초동을 촛불로 밝혔다. 여당은 이를 민심으로 받들어 윤석열의 검찰을 박해했다.서초동 공간에서 조국은 예수와 맞먹는 성인의 반열에 올랐다. 유시민은 정경심의 PC 반출을 증거인멸이 아닌 증거보전이라 주장했다. 이 공간에서 발언권을 얻어 조국 무죄를 외친 사람들이 금배지를 달았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조국 수호를 외친 덕분이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는 법. 조국 팬덤이 같은 질량의 윤석열 팬덤을 창조했다. 윤석열이 여당의 표적이 되자, 갈 곳 없던 보수층과 중도층이 표적 뒤로 줄을 섰다. 권력 작용의 반작용이 현직 검찰총장을 대권 후보로 밀어 올렸다. 조국 팬덤이 검찰총장으로 끝났을 윤석열의 운명을 바꾸었다. 팬덤 정당·정치지도자 운명 결정체로 진화그러나 묵언 민심은 결정적 순간 훅 들어와 한국 정치는 맹신적인 팬덤에 갇혔다. 강력한 팬덤은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다. 팬덤의 정치적 안전과 정서적 안정을 보장해 줄 인물에게 집중한다. 더불어민주당은 10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20대 대통령 후보로 확정했다. 여당 팬덤 연합체들의 선택이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는 이재명을 정권 재창출의 적임자로 판단했고, 조국 지지자들은 이재명을 조국 대체제로 지목했다. 이재명의 손가락혁명군이 여당 내 팬덤을 천하 통일했다.확정된 권위를 허물기란 계란으로 바위치기이다. 이낙연 전 대표 측이 투표 집계를 시비 걸어 경선 불복에 버금가는 저항에 나섰지만 사후 약방문이다. 당 지도부가 경선 투표 결과를 수정해 결선투표를 결단하는 순간 당은 쪼개진다. 정치적 자살을 결단하는 바보는 이 판에서 밥을 먹을 자격도 없다. 무엇보다 이재명을 정권 재창출의 유일한 희망봉으로 선택한 팬덤 연합체들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에 대한 이

  • [방민호 칼럼] '정치적 올바름'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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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민호 칼럼] '정치적 올바름'에 관하여 지면기사

    문학 쪽에서 최근 몇 년 사이에 평론가들, 작가들 사이에서 오르내리는 용어 가운데 하나가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것이다.사전에서 이 말은 이렇게 설명된다. '말의 표현이나 용어의 사용에서, 인종·민족·언어·종교·성차별 등의 편견이 포함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덧붙여지기를, 다민족국가인 미국 등에서 정치적 관점에서 차별과 편견을 없애자는 취지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한다.이러한 개념 정의에 따르면, 이 말은 원래 '말의 표현이나 용어의 사용'을 바꾸어 보자는 주장에서 출발한 것이다. 말 표현·용어 사용 차별·편견 없게다민족국가인 미국 등서 사용 시작 거금 20여 년 전쯤 일본 문단 얘기를 들으니, 특정계층이나 신분에 속한 사람들, 특정한 신체적 특징을 지닌 사람들을 비하하는 표현을 소설 작품 같은 데서 일절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했다. 차별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말, 편견이 내포된 말들은 존중받아 마땅한 표현의 자유에도 불구하고 사용이 금기시되었다는 것이다.미국에서 1980년대에 확산되기 시작한 이 흐름을 필자는 1990년대 후반의 일본에서 접할 수 있었던 것인데, 2010년쯤 되자 한국문학은 젊은 문학인들을 중심으로 이 말을 금과옥조처럼 믿는 듯한 경향이 나타났다.그런데 한국문학에서 이 말은 '문학은 정치다'라는 프랑스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 류의 인식과 단단히 결합된다.랑시에르는 문학이 본질적으로 정치적이라고 생각했다. 예술은 한 사회의 감성 체제를 새롭게 하고 그럼으로써 기존의 체제에서는 보이거나 말해지지 않던 것들을 새롭게 나타내고 표현해 준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사실주의 예술이 예전에는 재현 대상이 되지 못했던 노동자, 농민들을 예술작품 속에 끌어들임으로써 현실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를 새롭게 해주었다는 식일 것이다. 이렇게 예술은 세계에 대한 인간의 감성 체제를 부단히 새롭게 해야 한다는 뜻으로, 그는 감성의 분할과 재분할을 이야기했다.그런 것이 한국문학에서 이러한 담론은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말을, 글자 그대로, 정치적으로 올발라야 한다는 뜻으로

  • [이남식 칼럼] K-콘텐츠와 대중문화예술 종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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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남식 칼럼] K-콘텐츠와 대중문화예술 종사자 지면기사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미 K-팝으로 우리나라에서 기획 제작한 음악, 뮤직비디오, 대규모 공연 등이 글로벌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얻은 것과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과 더불어 또다시 한국의 대중문화예술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다. 결국 K-콘텐츠의 원동력은 우리나라의 대중문화예술이며 이 분야에 종사하는 대중문화예술인(연기자, 코미디언, 성우, 뮤지컬 배우, 연주자, 가수, 댄서, 모델, 공연 예술가)들과 대중문화예술제작스태프(기획, 촬영, 미술, 음향, 편집, 보조연기자) 등의 피나는 노력으로 말미암아 이러한 성과를 내게 된 것이 아닌가 한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전세계 인기코로나 미디어콘텐츠 소비 큰 변화대중문화예술 총체적 규모 2배 늘어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가장 피해를 입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또한 이 분야의 종사자들이기도 하다. 다행히도 K-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새로운 희망이 보이기는 하나 다른 한 편으로는 양극화, 즉 글로벌 OTT에 편입되는 콘텐츠와 그렇지 못한 콘텐츠의 종사자들 사이에 엄청난 소득의 차이가 예상되기도 한다. 2019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조사한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중문화예술인의 경우 월평균 개인소득은 180여만원에 불과하며 연기자가 154만원, 무용가가 128만원, 대중문화예술제작스태프의 경우에는 월평균 240여만원에 불과하여 예술인의 41.8%, 그리고 스태프의 19.3%는 다른 소득 활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다. 시장은 커지고 자본은 넘쳐나는데 실제 이 분야 종사자들에 대한 일반적인 처우가 너무 낮은 것이 현실이다.물론 콘텐츠의 속성상 승자독식의 구조가 있어 대중적 인기에 따라 스타에게 성과배분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지나친 열정 페이가 강요되는 분위기의 개선이 이러한 기회에 반드시 개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콘텐츠 제작 자체가 프로젝트성이고 대중문화예술인

  • [윤인수 칼럼] 대한민국의 서사(敍事)가 사라진 대선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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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인수 칼럼] 대한민국의 서사(敍事)가 사라진 대선정국 지면기사

    "지금 우리를 분열시키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정치 홍보가들과 정치 선동자들, 정치적으로 무슨 짓이든 하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오늘 밤 그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진보의 미국, 보수의 미국은 없습니다. 오직 미합중국만이 있습니다. 흑인의 미국도 백인의 미국도 라틴계 미국도 아시아계 미국도 없습니다. 오직 미합중국만 있을 뿐입니다." 2004년 미연방 상원의원으로 정계에 깜짝 등장한 버락 오바마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기념비적인 연설을 한다. '담대한 희망'으로 명명된 이 연설에서 오바마는 자신의 서사와 미국의 서사를 일치시킨다. "웃긴 이름을 가진 빼빼 마른 아이가 미국에 자신의 자리가 있음을 믿었던 그 희망"이 "(미국이라는) 이 나라의 기반"이라고 선언했다. '버락 오바마'라는 아프리카 이름으로 훌륭한 교육을 받고 유색인 상원의원으로 당당한 사회의 일원이 된 자신의 서사가 미국이었기에 가능했음을 강조했다. 모든 미국인에게 미국의 가치를 일깨웠다. 국민을 국가에 결속 시켜야 할 지도자들이네거티브 오염·고발사주 의혹 등 분열 참담 회고록 '약속의 땅'에서 오바마는 2008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승리를 사실상 확정지은 후의 심경을 이렇게 밝혀놓았다. "나는 젊고 검증되지 않은 신참을, 흑인일 뿐 아니라 이름 자체에서 낯선 인생사가 연상되는 사람을 믿어달라는 힘든 일을 미국 국민에게 요구했다. (중략)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기회를 줬다. 정치 서커스의 소음과 잡담을 뚫고 그들은 뭔가 다른 것을 이야기하는 나의 외침을 들었다. 내가 늘 최상이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내 안에 있는 최상의 것을 알아봐 주었다. 그것은 우리가 저마다 다르지만 하나의 국민으로 묶여 있다고, 선의를 지닌 사람들이 뭉치면 더 나은 미래를 향하는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목소리였다. 나는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노라고 다짐했다."오바마는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으며 그들의 창조주가 부여한 이양할 수 없는 권리를 타고났다"는 미국 독립선언문의 증거로 자신을 내세웠고, 20

  • [윤상철 칼럼] 언더독, 아웃사이더, 그리고 반민주주의 포퓰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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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상철 칼럼] 언더독, 아웃사이더, 그리고 반민주주의 포퓰리스트 지면기사

    우리나라의 대통령선거는 그야말로 총탄 없는 전쟁이다. 온갖 네거티브와 마타도어, 심지어 정치공작까지 공공연하게 횡행하고 있고, 국민의 삶과 국가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정치적, 정책적 논쟁은 뒷전으로 밀리고 어설픈 도덕논쟁이 선행한다. 뒤처져 있던 언더독 여당 후보가 부상하고, 제3지대 아웃사이더 후보가 제1야당의 선두주자로 나서면서 그 전쟁은 훨씬 복잡해졌다. 그에 따라 사람들은 대선 이후의 상황을 더 우려하기도 한다.2016년 미국 국민은 역사상 처음으로 공직 경험이 전혀 없고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존중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 독단적 성향이 뚜렷한 인물을 대통령으로 선출하였다. 일부 미국인들이 우려한 대로 트럼프집권은 미국 민주주의의 쇠퇴를 가져왔고 그 상흔은 쉽게 치유되지 않고 있다. 그들은 미국 헌법이 트럼프와 같은 선동가들을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고, 실제로 200년 넘게 견제와 균형의 매디슨 시스템은 지탱되었으며, 남북전쟁과 대공황, 냉전과 워터게이트도 이겨냈다고 자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미국의 정치체제가 의외로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목도하였다. 이 과정에서 미국인들은 과거 미국 사회에 견제와 균형이 가능했던 이유는 정당 간 상호관용과 제도적 자제력이었다는 사실을 새롭게 인식하는 한편, 이제는 배타적 진영논리와 뿌리깊은 양극화가 이러한 정치적 자원들을 소멸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또한 확인하였다. 트럼프 집권 美 민주주의 쇠퇴불러국내도 미래를 위한 대선 논쟁 뒷전국민들 내부 주류 재생산 거부 상황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상황은 어떨까? 현 정권은 정권 내내 상대 정당을 적폐로 규정하고 그 청산과 개혁(?)을 고집했다. 그 결과 태극기부대와 이른바 대깨문이 주도하는 극단적인 진영갈등이 정치를 지배했다. 더불어 소득주도성장과 부동산정책은 소득과 자산 모두의 극단적인 양극화를 초래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양대 정당은 그들 간의 선거경쟁결과와 무관하게 대중적 신뢰를 잃어갔다. 그 결과 여당은 비주류세력에서 자신들의 후보를 내야 했고, 야당은 외부에서 후보를 영입해야 했다.

  • [전호근 칼럼] 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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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호근 칼럼] 끈 지면기사

    올림픽은 끝났지만 또 하나의 지구촌 스포츠 축제인 패럴림픽이 지난 9월5일 폐회식을 끝으로 마무리되었다. 올림픽 때와 마찬가지로 간간이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방송으로 접했지만 경기를 즐기기에는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했다가 '패럴림픽에 대해 알아야 할 100가지'라는 글을 읽었다. 그중 흥미롭게 읽은 몇 가지를 소개한다.'패럴림픽'이라는 말은 그리스어의 전치사 'para'와 'olympic'의 합성어로 'para'는 '곁에' 혹은 '함께'라는 뜻이다. 패럴림픽은 올림픽과 나란히 나아가는 대회이며 두 대회는 함께 존재한다는 뜻을 담은 것이라고 한다. 역대 패럴림픽 출전 선수 중 헝가리의 제커스 팔은 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 모두 메달을 딴 최초이자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펜싱으로 동메달을 땄고 1991년 버스사고를 당한 뒤, 1992년 바르셀로나 패럴림픽에 출전해 휠체어 펜싱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호주의 사격 선수 리비 코스말라는 74세의 나이로 리우 패럴림픽에 참가해 최고령 패럴림픽 참가자로 기록되었다. 그는 은퇴하기 전까지 열두 차례 패럴림픽에 출전하여 금메달 아홉 개를 포함, 모두 열세 개의 메달을 따냈다. 패럴림픽 '올림픽과 함께' 라는 뜻시각장애 육상·사이클참가 선수는끈연결 가이드와 한몸으로 질주한다 패럴림픽만의 독특한 경기 규칙도 흥미로웠다. 육상경기에서 시각 장애를 가진 선수들은 팔이나 손을 가느다란 끈으로 묶어 연결한 가이드와 함께 달린다. 마찬가지로 시각 장애를 가진 선수들이 참가하는 사이클에서는 앞자리에 타는 파일럿이 방향을 알려준다.가장 놀라웠던 내용은 2016년 리우에서 열렸던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육상 1천500m T13 등급의 기록이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당시 패럴림픽 1천500m 결선에서 1위에서 3위를 기록한 선수들은 직전에 열린 리우 올림픽의 금메달리스트보다 빠른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선수들이 그렇지 않은 선수들보다 더 빠르게 달린 것이

  • [이재우 칼럼] 코로나 종식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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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우 칼럼] 코로나 종식 시나리오 지면기사

    2019년 12월31일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집단 폐질환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 코로나19 바이러스는 1년8개월 이상이 지났지만 여전히 대유행 상황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로 쉽게 변이할 수 있다. 최근에 인도에서 발생한 델타 변이는 기존의 코로나 바이러스에 비해서 전파속도가 천 배 이상 빨라서 이미 전 세계에서 우세 감염 바이러스가 되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장기화로 많은 희생자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자영업 종사자들은 경제적 붕괴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인류를 괴롭히고 있는 몹쓸 코로나 바이러스는 언제쯤 종식될까? 코로나 바이러스가 여전히 창궐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 종식 시나리오를 그려보는 것은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코로나 시나리오는 크게 4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제일 좋은 시나리오로 대박멸 시나리오이고, 두 번째 시나리오는 대응 가능한 동거 시나리오인 위드 코로나(with Corona)이고, 세 번째는 고통스러운 동거 시나리오이고, 마지막 시나리오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대유행 지속 시나리오다. 인류 괴롭히는 몹쓸병 언제 멈출까시나리오는 4가지… 첫번째 대박멸두번째는 대응가능한 위드 코로나 시나리오를 구성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2가지 요소를 생각해 보자. 첫 번째는 백신의 효과, 백신 접종, 치료제 개발이고, 두 번째 요소는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쓰기와 같은 비의학적 대응이다. 코로나 대박멸 시나리오는 전 세계적으로 백신의 효과가 뚜렷이 나타나 집단면역이 형성되거나 효과적인 치료제가 개발되고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비의학적 대응이 효과를 발휘할 때를 말한다. 이 경우에 우리는 코로나19를 박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인류가 희망하는 미래이고, 코로나 이전으로 복귀할 수 있는 시나리오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코로나와 동거하는 위드 코로나 시나리오다. 코로나 백신은 어느 정도 효과를 나타내지만 완전히 코로나를 종식시킬 수 없으며 전 세계인은 조금 완화된

  • [방민호 칼럼] 코로나 병동에서 생각한 삶과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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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민호 칼럼] 코로나 병동에서 생각한 삶과 역사 지면기사

    코로나19에 걸려 꼬박 열흘을 중환자실에서 보냈다. 중증환자들만 끼는 고유량 산소호흡기에 의지해서 살지 죽을지 모르는 시간을 보내며 인생은 참 허무하다는 생각을 곱씹었다.삶과 죽음을 다투는 사나흘이 지나 완연히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친구라고는 유튜브밖에 없었다. 잠들어 있거나 비몽사몽으로 깨어 있거나 간에 창밖에 무음으로 돌아가는 세상과 연결되는 수단은 휴대폰 유튜브밖에 없었던 것이다.사람이 달라진 것 같았다. 대통령 선거에 관련된 뉴스들은 아예 관심이 가지 않았다. 딴 세상 얘기 같았던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이 수도 카불에 입성했다고 하고,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이 미군 철수를 얘기한 지 불과 몇 달만에 정부가 무너졌다고도 했다. 그런 것들도 '내 세상' 바깥의 일만 같았다. '내'가 지금 당장 살고 죽는데 대통령 선거든 아프가니스탄이든 다 먼 얘기들처럼 들렸던 것이다. 감염후 꼬박 열흘… 죽다 살아났다바깥에선 대선·탈레반등 역사속 삶내가 죽는데 병상에선 먼나라 얘기 꿈을 꾸듯 시간이 흐르는 사이에 유튜브는 저절로 자기가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병자호란 때 이경석이라는 문인이 있었다고 했다. 주전파들이 '득세'하는 가운데 인조 왕이 남한산성에서 '농성'을 하다시피 하다가 끝내 견디기 어려워 세자와 함께 삼십 리를 걸어서 삼전도에 나아가 청 태종에 머리를 조아리고 항복하기에 이른다. 그네들은 자기 나라 황제의 공덕을 기리는 글을 써서 비문으로 남길 것을 요구하는데 이때 이 삼전도비를 쓴 사람이 이경석이라고 했다.여러 신하들이 쓴 글 가운데 그중 이경석이 쓴 글이 과장이 적다고 해서 청나라에 보냈지만 그들이 화를 내면서 글을 고칠 것을 요구한다. 이에 인조가 이경석을 '타일러' 조정의 명운이 달렸으니 문장을 다시 쓸 것을 명하는데, 그렇게 해서 이경석은 역사의 치욕으로 남겨진 비문을 완성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어려서 형에게 글을 배운 이경석은 그 형에게 쓴 편지에서 자신이 글을 배우지 않았더라면 이런 한은 남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탄했다고 했다. 나는 병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