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전호근 칼럼] 선한 의지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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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호근 칼럼] 선한 의지의 가치 지면기사

    근대 윤리학 서막 연 임마누엘 칸트 선한 의지, 행위 그 자체만으로 선해인류 평화 기원한 그의 철학과 달리 무력함 증언하듯 지구촌 곳곳에 전란 그럼에도 '선한 의지' 가치 줄지 않아 1724년 4월22일, 프로이센의 항구도시 쾨니히스베르크에서 한 아이가 태어났다. 그는 살아서 한 번도 자신의 고향을 벗어난 적이 없었으며 죽어서도 그곳에 묻혔다. 그는 평생 책과 논문을 쓴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한 게 없었다. 그는 혼란을 종식시킨 위대한 정치가도 아니었으며 새로운 것을 발명하거나 생명을 구하는 약을 만들지도 않았지만, 그가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을 때 도시 전체가 조종을 울렸다. 독자들이 짐작하듯 그는 바로 임마누엘 칸트다."이 세상 어디에서든 아무 제한 없이 선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선한 의지뿐이다. 선한 의지는 어떤 목적을 달성하는 데 유용하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만으로 무언가를 원하는 행위 그 자체만으로 선하다. 비록 이 선한 의지가 자신의 의도를 실현할 능력을 전혀 지니지 못하며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선한 의지만 남는다 하더라도 선한 의지는 자신 안에 완전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보석처럼 빛난다. 유익함이나 무익함은 선한 의지의 가치에 아무것도 더하거나 뺄 수 없다."근대 윤리학의 서막을 알리는 이 문장은 칸트가 정언명령에 앞서 인간이 윤리적일 수 있는 유일무이한 자질인 선한 의지가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밝히는 대목이다. 그는 '도덕형이상학 서설'에서 선한 의지는 어떤 목적을 달성하는 데 유용하기 때문이 아니라 의지 자체가 선하기 때문에 가치를 지닌다고 이야기한다. 칸트는 종교적 신앙이나 공동체의 관습 등 기존의 권위가 모두 무너져 가던 혼란의 시대를 살면서 개인의 덕성이나 경향성에 의존하지 않고 누구나 따르기만 하면 윤리적으로 올바른 행위를 할 수 있는 법칙이 무엇일지 고민한 끝에 정언명령이라는 도덕률을 창안했다.그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은 행위에 앞서 세 가지 단계의 판단을 거친다. 첫째,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다. 인간은 누구나 하

  • [이재우 칼럼] 기초과학 지원이 미래 혁신의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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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우 칼럼] 기초과학 지원이 미래 혁신의 열쇠 지면기사

    노키아, 삼성·애플에 밀려 퇴출첨단 디지털 시장은 혁신이 필수올해 가장 주목 받는건 인공지능예산 삭감 기초과학 연구 붕괴직전후속 세대 투자 노벨상 꿈 꿀 자격여러분도 알다시피 반도체는 우리나라의 핵심 수출 품목 중 하나다. 인공지능(AI)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AI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막대한 매출을 올리며 새로운 반도체 산업의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고대역폭 메모리(HBM) 양산에 성공한 기업은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이를 소홀히 한 기업들은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 한국의 가전제품은 세계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에서 자동차 판매도 증가하고 있다. 반도체, 가전, 자동차 외에도 한국의 여러 산업 제품은 세계적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새로운 기술이 빠르게 등장하고, 이에 적응하지 못하면 경쟁력을 잃기 쉽다. 핀란드의 노키아는 제지업과 고무 회사에서 전자 통신장비 업체로 변신하여 휴대전화 시장에서 한때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스마트 폰 시대로 넘어가면서 애플과 삼성전자에 밀려 결국 퇴출당했다. 이처럼 첨단 디지털 시장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끊임없는 혁신이 필수적이다.올해 가장 주목받은 디지털 기술은 단연 인공지능이다. 노벨 물리학상은 머신러닝과 딥러닝의 원리를 발견한 학자들에게, 노벨화학상은 단백질 접힘 구조를 예측한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폴드'를 개발한 팀에게 수여되었다. 인공지능도 암흑기를 겪은 바 있다. 첫번째 암흑기는 1974년부터 1980년까지로 정부의 연구비가 끊기고 인재가 떠나갔다. 두번째 암흑기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였으며 이 기간에도 연구자들은 연구비가 끊겼고, 대학원생들마저 떠났다. 그러나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제프리 힌튼 교수는 그 암흑기에도 연구를 멈추지 않고 '백프로퍼게이션 알고리즘'을 개발해 인공지능 연구의 혁신을 일구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자신이 노벨상을 받은 이유는 "캐나다 정부가 기초과학 연구를 꾸준히 지원했기

  • [윤상철 칼럼] 역사의 정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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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상철 칼럼] 역사의 정치화 지면기사

    역사는 늘 민족주의적 신화로 덧칠고종 '개혁군주'·'매국노' 상반 평가 '日 위안부는 자발적 매춘' 대학교수이러한 역사적 쟁점 우리 주변 산적재해석, 수용·합의로 공동체 통합을정치적 사안들이 사법영역에서 판가름되는 이른바 '정치의 사법화'가 논란이다. 그러나 정치계급 내부의 담합이나 법치주의의 파괴에 비하면 지연된 사법화가 더 문제로 인식되곤 한다. 이에 비해 '역사의 정치화'는 그 과정이나 결과에 있어서 사회적 부가가치를 낳는다고 보기 어렵다.역사는 늘 국가주의적 혹은 민족주의적 신화로 덧칠되기 마련이다. 역사적 사실이 과장, 축소, 은폐되기도 하고, 왜곡된 '이름 짓기'가 행해진다. 물론 역사의 신화화는 민족적, 국가적 자긍심과 가능성을 높이는 시도이다. 그러나 역사적 변형이 현재의 정치적 관점을 정당화하거나 현재의 정파적 정당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즉 정치화의 결과물이라면 지극히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대한제국의 고종은 '비운의 개혁군주'와 '매국노'라는 상반된 평가가 공존한다. 이러한 평가들은 조선의 가혹한 수탈체제를 거론하지 않고, 해방 후 왕정복고는 거론되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한다. 일본총독부에 의해 실시된 토지조사사업은 일본인들의 토지 수탈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었다는 근거 박약한 평가도 있다. 조선의 쌀 수출에 대해서도 자본주의적 무역거래였다는 주장과 일방적 수탈이었다는 주장이 공존한다. 우리 독립군의 일본군에 대한 압도적 승전으로 알려진 청산리전투와 봉오동 전투도 객관적으로 검증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더 원천적으로 일본식민지시기를 기존의 일제시대나 왜정시대가 아닌 이른바 '일제 강점기'로 부르는 의미는 무엇일까? 일본에 의한 병탄 이전에 갑신정 변과 갑오경장을 거치면서 근대적 개혁엘리트세력이 왕조권력에 의해 철저히 파괴되고, 임오군란 이후 군대해산을 거치면서 국가의 군사력이 해체되어버리고, 백성들은 왕조권력에 등을 돌린 상황에서 정작 한일합방 당시에는 일제의 무단체제에 저항할 아무런 잠재력도 없었던 점을 은폐하고 있다

  • [박석무 칼럼] 지도자의 말은 온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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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석무 칼럼] 지도자의 말은 온유해야 지면기사

    '반자유'·'반통일'·'반국가 세력'들국가보안법 적용 엄벌 처할 대상유능한 검찰 동원 왜 처벌 안하나비판자들 공산주의로 몰아선 안돼상식·공정 부응 정치복원 바랄뿐"사회 내부에 암약하는 반국가 세력", "반자유·반통일·검은 선동세력" 등의 말들이 근래 지도자의 언어에 등장하고 있다. "북한은 개전 초기부터 이들을 동원하여 폭력과 여론몰이, 그리고 선전·선동으로 국민적 혼란을 가중하고 국론분열을 꾀할 것"이라며 "혼란과 분열을 차단하고 전 국민의 항전 의지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 북한을 경계하자는 말이겠지만, 단속과 척결의 대상이 내부 비판 세력을 겨누고 있다는 점에서 '공안 분위기'의 조성이자 '북풍몰이'의 일환이라는 지적까지 있으니, 말이 너무 무섭기만 하다. 지난해의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공산 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 세력"을 언급하여 권력의 비판 세력에 대한 적대감을 가감 없이 드러내기도 했었다.이런 말들을 듣고 보면 50년 전의 유신독재 시대를 회상하지 않을 수 없다. 1972년 가을, 독재자는 영구집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 유신헌법을 선포하고 그에 대한 털끝만큼의 비판이 있으면, 그런 비판 세력은 무조건 '반국가 세력' 및 '반국가 단체'라는 딱지를 붙여 혹독한 탄압을 가했다.내가 겪은 경험을 기억한다. 유신 선포 직후 전남대학교 학생들이 '함성'이라는 유인물을 제작하여 몇 군데에 뿌렸다. 내용은 반민주의 유신을 비판한 글이었다. 악법을 비판한 내용만으로 국가보안법으로 다스리기가 어렵자, 몇몇 학생들이 데모나 한번 하자고 모여서 논의한 사건과 결부시켜 '반국가 단체 구성 예비음모'라는 죄명으로 모두를 구속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나는 그때 교사 신분으로 유인물의 제작은 물론 학생들의 식당 모임 자체도 모르는 사실인데, 엄청난 고문으로 허위 자백한 학생들의 진술만으로 '함성'지 제작을 지령하고, 학생들 모임도 지시한 수괴로 둔갑하여 구속되고 말았다. 1심 재판은 모

  • [윤인수 칼럼] 15개월 남은 수도권 쓰레기 시한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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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인수 칼럼] 15개월 남은 수도권 쓰레기 시한폭탄 지면기사

    2025년 수도권매립지 폐쇄 앞두고 대책 전무 소각장 신증설 계획마저 주민 반대로 표류중민간 처리 확대 시 소각재 매립도 물건너가정부가 특별위원회·예산으로 일도양단해야서울시 자치구청들이 생활폐기물을 경기, 인천의 민간소각장에서 태우고 있다. 송파구 등 7개 구청이 지난 3년간 경기, 인천에서 태운 쓰레기가 5만t을 훌쩍 넘는다. 서울시에 4개 뿐인 공공소각장으로는 다 처리할 수 없어 남은 쓰레기다. 안고 있을 수 없으니 내보내야 한다. 경기, 인천 공공소각장도 여유가 없기는 마찬가지니 민간업체에 입찰로 맡긴다.공공소각장은 행정과 민간의 감시를 받는다. 쓰레기 반입량과 종류를 따진다. 반출 지역은 12월부터 반입지역에 '반입협력금'을 지불해야 한다. 쓰레기를 대신 태워주니 감사하다는 성의 표시다. 그런데 민간소각장은 감시도 규제도 없고 처리비용만 주면 된다. 용산구는 공공시설인 마포소각장이 거부한 폐합성수지를 인천 서구의 민간소각장에서 태웠다. 환경부는 민간소각장 처리에는 반입협력금 지불도 유예했다. 서울 자치구들에게 당분간 양껏 경기, 인천 민간소각장을 이용하라는 얘기다.2020년 8월 이 칼럼에서 '현실로 다가오는 수도권 쓰레기 대란'을 경고했다. 2025년 수도권매립지 폐쇄를 앞두고 대책이 전무한 실정에 분개했다. 당시엔 5년 후의 위기였지만, 이제 15개월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논의는 지지부진하고 대책은 없다. 2021년과 올해 대체매립지를 공모하는 시늉을 냈지만 세차례의 공모에 응한 지자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 환경부와 경기·인천·서울 4자협의체는 4차 공모를 실시한다지만, 자기 지역에 매립지를 신청할 간 큰 단체장은 없다고 봐야 한다.소각장도 마찬가지다. 인천시는 수도권매립지 폐쇄를 전제로 지역내 소각장 신증설 계획을 수립했다. 환경부도 쓰레기 감축 및 쓰레기 발생지 처리 정책의 일환으로 지자체에 소각장 신증설을 강요했다. 2026년부터 생활쓰레기 직매립을 금지하고 소각재만 묻도록 했다. 수도권매립지 연장 사용을 위한 명분 축적용이었다. 수도권매립지 존폐에 대한 인천시와 환경

  • [방민호 칼럼] 한강 문학 세 개의 '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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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민호 칼럼] 한강 문학 세 개의 '원천' 지면기사

    김유정의 문학과 러 크로포트킨 이상의 '날개'·이효석의 자연주의 '채식주의자' 사상·인물 연상케 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한국문학 오랜 전통에 맺혀 핀 꽃한국문학의 원천을 한국문학 안에서만 찾는 것 좋지 않다. 우리는 우리의 ‘내부’라는 관념에 사로잡힐 필요 없다. 그런데 이런 때,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가 되었을 때, 한번 우리에게 무엇이 있었는지 찾아보는 것도 나쁜 일만은 아니리라.이번주에는 강원도 춘천 김유정 고향 실레 마을을 간다. 주제가 김유정 문학과 크로포트킨. 그는 러시아 짜리즘 시대와 10월 혁명 이후를 살다간 혁명가요, 또한 생물학자이기도 했다. 십년 전 김유정 학회에서 발표를 할 때, 이 크로포트킨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었다. 김유정 친구 작가 안회남은, 김유정이, 인류의 역사는 김유정식 짝사랑의 투쟁의 기록이라고 생각했다고 믿었다. 하지만 ‘동백꽃’과 ‘봄봄’의 작가 김유정은 다윈과 맬서스 대신에, 그리고 마르크스와 크로포트킨의 사상이 중요해질 거라 했다. 김유정은 투쟁보다는 사랑을 중시하는, 그러니까 크로포트킨주의자였다. 그는 경쟁보다 연대가, ‘mutual aid’가, 생명체 진화에 관건이라고 믿었다. 한강의 ‘채식주의’와 ‘육식성’의 대비법은 어딘지 모르게 ‘크로포트킨적’이다. 김유정의 시대처럼 우리 시대는 여전히 ‘생존경쟁’을 과도 숭배하는 다위니즘의 신봉자들이 자신이 옳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강의 ‘채식주의’는 다위니즘에 대한 현대판 저항이다.이 ‘채식주의자’ 속 연작의 두번째 단편소설 ‘몽고반점’에 등장하는 채식주의자 영혜의 형부는 미디어 아티스트로 등장한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 날개 달린 것들을 삽입시키고는 하는데, 이는 한강이 작가 이상의 소설 ‘날개’를 반드시 의식하고 참조했음을 의미한다. 작중에서 형부는 어린 아이의 순수를 간직한 영혜와 관능적인 관계를 맺는데, 이것은 분명 상징적 행위다. 형부는 광주 5·18의 상처와 후기자본주의의 문제를 그리는 저항적 예술가의 단계를 넘어, 3층 베란다에서 마치 날개를 가진 존재처럼 날아오르고 싶은

  • [전호근 칼럼] 질문과 오지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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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호근 칼럼] 질문과 오지랖 지면기사

    질문 허용않는 韓 교육 문제라 여겨그때부터 모든 강의 질문·토론 진행그러던 때 뜻하지 않던 '도발' 만나학생 의문 아닌, 내 의문 해결 급급경청했어야… '오지랖' 후회로 남아대학에서 교양을 가르치는 나는 모든 강의를 질문과 토론으로 진행한다. 계기가 있다. 언젠가 한국 대통령과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 회견을 할 때,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기자들에게 질문을 요청했지만, 단 한 명의 기자도 질문하지 못한 부끄러운 일이 있고서부터다. 질문과 도발을 허용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교육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나는 학생들에게 강의를 듣고만 있지 말고 매순간 질문을 던지고 이의를 제기하라고 촉구했다.학생들에게 좋은 질문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다. 단지 말이든 글이든 다른 사람의 의견에 이의를 제기하는 훈련이 교육 과정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쉽지 않았다. 문제는 학생뿐 아니라 선생인 나에게도 있었기 때문이다.어느 학기였던가 나는 학생들과 함께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읽고 질문과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나는 알지 못합니다(I don't know)'로 시작해서 '신만이 알 것입니다.(God only know)'로 끝나는 법정 진술이다. 신탁에 의해 그리스에서 가장 지혜로운 자로 지목된 이가 "나는 모른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해서 "우리는 알 수 없다"는 말로 법정 진술을 끝낸 것이다. 마침내 그가 독배를 마시는 순간 모든 그리스인들은 바보가 되고 말았다.대부분의 학생들은 소크라테스의 법정 연설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이야기했지만, 한 학생만은 다른 반응을 보였다. 소크라테스가 비겁해 보인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뜻하지 않은 도발에 충격을 받은 나는 그 학생에게 근거가 무엇이냐고, '변명' 중 어느 대목에 비겁한 구석이 보이냐고 물었다. 학생은 머뭇거리며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고 나는 누군가를 비판하거나 의심하려면 합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다음 강의를 마무리했다. 다음 시간에 그 학생은 보이지 않았다.소크라테스였다면

  • [이재우 칼럼] 분열의 시대에 통합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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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우 칼럼] 분열의 시대에 통합을 꿈꾼다! 지면기사

    우리역사 분열·외세침입 많은 고난국제정세를 읽지 못할때 외세 침략현재 美·中경쟁 2강 틈바구니 놓여정치 혐오·경제 새동력 찾지 못해국가 보존·융성을 위해 협력 해야국가의 3요소는 국민, 영토, 주권이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없으면 국가로 인정되지 못한다. 이스라엘이 독립하기 전에 유대인이라는 민족은 있었으나 국민, 영토, 주권이 없었다. 그들은 20세기 초에 시오니즘을 일으켜 다양한 국가에 흩어져 있던 민족이 모여 국민을 형성하였고, 레반트 지방을 점거하면서 영토를 확보하였다. 이들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영국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하자 1948년에 독립함으로써 주권을 가지게 되면서, 오늘날의 이스라엘을 형성하였다. 그와 반대로 팔레스타인 지방에 거주하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국민과 영토를 가지고 있었지만, 주권을 얻지 못해서 국가로 독립하지 못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주권을 얻기 위해서 이스라엘에 대항해 무장 투쟁을 전개했으며 1993년 오슬로협정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수립되어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지배하게 되어 주권을 회복하였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국가는 모든 UN 국가로부터 독립은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주권이 불안전하며, 가자 전쟁으로 비극적 참사를 겪고 있다.우리 역사를 되돌아보면 민족 분열과 외세 침입으로 고난을 겪은 적이 많다. 고조선과 삼국시대에 드넓은 만주는 한민족의 강역이었지만 고구려의 패망으로 터전이 축소되었으며, 발해의 멸망으로 만주 대부분을 상실하였다. 고려가 건국하고 북쪽 국경은 만주지역에서 발흥한 거란, 여진, 말갈, 몽골 등의 침입을 받으면서 유동적으로 변했다. 사실 만주에 살고 있던 만주족은 우리 민족과 형제에 가까웠지만, 영토와 지배력을 두고 투쟁하였다. 만주에 살던 민족을 우리의 역사에 편입해야 할 때이다. 조선이 성립하면서 한반도의 강역이 오늘날과 같은 모습으로 축소되고 만주를 상실하였다. 구한말에 먹고살기 어려운 조선인은 만주와 연해주로 이주하여 영토를 확장했지만, 일본이 괴뢰국가인 만주국을 세우면서 간도와 연해주의 지배력도 상실하는 결과

  • [윤인수 칼럼] '전국민 25만원 지원' 반대한 김동연 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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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인수 칼럼] '전국민 25만원 지원' 반대한 김동연 지사 지면기사

    이재명의 정치적 기본 부정… 도발로 해석李, 법원 판결로 차기 대선 출마 막히거나대체불가 대안 대비 대권 병참기지 구축중대안 우뚝설지 쭉정이 될지 본인 역량 달려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더불어민주당의 '전국민 25만원 지원'을 반대하고 나섰다. 지난 7일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어려운 사람에게 두텁고 촘촘하게 더 지원해주는 것이 맞다"며 전국민 지급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당론에 맞서는 소신의 이유가 정부·여당의 거부 논리와 비슷한 결이니, 발언의 의도는 정치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민주당은 지난 8월 2일 '전국민 25만원 지원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22대 국회의 민주당 1호 당론 법안으로 이재명 대표가 대표발의자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재심의요구(거부권)로 무산됐지만 민주당의 관철 의지는 시퍼렇게 살아있다. 이 법엔 이 대표의 정치 영혼이 담겨있다. 성남시장 때 정부 여당의 반대를 뚫고 청년기본소득을 도입한 이 대표다. 코로나 시기엔 문재인 정부를 압박해 전국민 지원금을 실현했고, 지난 대선에선 전국민·청년 기본소득을 공약했다. 최근엔 당 강령 전문에 '기본사회'를 적시하는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 대표로 재선출 됐다. '전국민 25만원 지원법'의 정식 명칭은 '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이다. 하지만 당장의 민생회복 보다는, 국가재정의 일정 부분을 전국민에게 현금으로 지급하는 이재명표 기본소득의 제도화를 위한 전국적 실험에 더 큰 의미가 있다.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기본사회는 이 대표의 차기 대선 캠페인의 주제이다.'전국민 25만원 지원법' 반대는 이재명의 정치적 기본에 대한 부정이다. 김 지사가 이를 모를 리 없다. 정책적 소신이라 주장해도 정치적 도발로 해석된다. 김 지사의 소신과 도발은 이 대표가 총선 압승으로 정국을 주도하고 전당대회로 당을 장악한 시기에 걸쳐 점층적으로 전개됐다. 총선 땐 이 대표의 강원서도론에 맞서 경기분도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대표 임기 제한을 폐지하려는 당헌·당규 개정을 반대했다. 지난해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김

  • [박석무 칼럼] 과천(果川)의 자랑, 다산과 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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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석무 칼럼] 과천(果川)의 자랑, 다산과 추사 지면기사

    19세기 인연 깊은 어진 이들 거론조선 대표 학자… 동아시아 석학추사처럼 다산 현양 하면 어떨까무도한 권력 현인 탄압해선 안돼비애의 땅 과천서 다산 기려보자35년 넘도록 서울서 살다 지난해 봄, 과천으로 이사 와 경기도 사람이 된 지 한해 하고도 절반이 넘었다. 세상에서 주거환경이 가장 좋다는 전원도시 과천, 살아보니 역시 좋은 도시다. 북에는 관악산이 웅장하게 자리잡아 도시를 감싸주고 남으로는 긴 청계산이 나지막하게 병풍처럼 둘러싸며 넓게 뻗어내려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선사해주고 있다. 북으로는 서울과 경계를 삼고 서쪽으로는 안양시, 동쪽으로는 성남시, 남쪽으로는 의왕시와 맞대 있으며 사통팔달 교통의 중심지에 자리하고 있다.자연환경만 좋다해서 반드시 좋은 도시는 아니다. 문제는 그 도시 안에서 살았거나 인연이 있었던 사람이 문제다. 옛말에 '현인소과지지 산천유광(賢人所過之地 山川有光)'이라고 현인(賢人)이 지나간 곳에는 산과 내도 빛이 난다고 전해진다. 산천도 빛나게 하는 인물과의 인연이 없다면 그런 도시는 결코 유명한 도시가 될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자연환경의 아름다움 말고도 과천에는 어진 인물들과의 깊은 인연이 있으니 바로 다산 정약용과의 인연과 추사 김정희와의 관계가 매우 깊다. 조선 500년, 과천과의 인연이 깊은 어진이들이 많기도 했지만 우리 시대와 가장 가까운 19세기 동안 인물로는 다산과 추사를 거론할 수 있기 때문이다.누가 뭐라 해도 다산과 추사는 19세기 조선을 대표하던 학자였고 동아시아에서도 윗자리에 있던 석학이었다. '정약용은 재주와 학문이 일반인과는 비교할 수 없이 뛰어나, 경전·사서(史書)·제자백가 이외에 천문·지리·의약·잡방(雜方)의 책까지 넓고 정밀하게 꿰뚫어 알지 못한 것이 없었다. 13경(經)에 대하여 모두 새로운 학설을 세워 저술한 책이 집안에 가득하였다. '흠흠신서'나 '목민심서'와 같은 책은 모두 수사와 재판을 하고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에게 매우 유용한 문자이다. 추사 김정희와 견주어도 재주가 높고 실학에 대한 업적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