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전호근 칼럼] 세계인 송상용 선생을 기리며
    기명칼럼

    [전호근 칼럼] 세계인 송상용 선생을 기리며 지면기사

    국내 1세대 과학사가, 지난달 타계엄혹했던 시절 후학들 방패가 돼줘과학에 기반 않는 삶은 공허 강조생명윤리학회 창립, 복제기술 경종깊고 귀한 품 가시고나서 더 선연지난 6월6일 소송(小松) 송상용(宋相庸) 선생께서 타계하셨다. 선생은 철학자이자 과학자, 사학자로 한결같이 진실과 정의의 길을 걸어오신 분이었다. 선생은 우리나라 1세대 과학사가로 수많은 후학을 길러내셨다. 1960년 한국과학사학회 창립회원으로 참여한 이래 20년 넘게 간사로 일하면서 학회의 초석을 다졌고, 전 세계의 과학자, 과학사가를 초빙하여 학회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 또 1989년에는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공동대표로 참여하며 엄혹했던 시절 후학들의 든든한 방패막이가 되어주시기도 했다. 한편으로 선생은 성균관대 재직시절 독재정권에 반대하다 해직당하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런 일을 훈장처럼 내세우지 않으셨다.선생은 이야기를 많이 간직하고 계신 분이었다. 중학생때 6·25전쟁이 나서 인민공화국 치하에서 석달을 살아본 이야기라든지 1·4 후퇴 때 걸어서 부산으로 피난하다가 길이 막혀 유성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 땅을 사서 고구마 농사를 지었던 이야기처럼 선생의 개인사도 재미있었지만, 저명한 과학사가 조지프 니덤을 만나 감격에 겨워 말이 나오지 않았던 이야기라든가 영국에서 알고 지내던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을 서울 인사동에서 뜻하지 않게 만난 이야기라든가 선생이 아니면 누구에게도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나는 정규 교육과정에서 선생께 배운 적은 없지만 이런저런 일로 선생을 가까이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과학은 우리가 아는 것이고 철학은 우리가 모르는 것이라는 러셀의 말도 선생을 통해서 처음 알았다. 또 올해는 한자로 '내년(來年)'인데 왜 이해를 올해라고 하는지는 물어서 알았다. 선생은 "올해의 올은 '오다'는 뜻이 아니라 '이르다'는 뜻이다. 올벼의 올이 그런 것처럼"이라고 가르쳐주셨다. 런던에서 마르크스의 묘소를 먼저 보고, 나중에 트리어의 생가를 방문하는 식으로 마르크스의 삶을 역순으로 만난 경험이라든지,

  • [이재우 칼럼] 이민자 수용의 도전과 기회
    기명칼럼

    [이재우 칼럼] 이민자 수용의 도전과 기회 지면기사

    우리나라 학위 외국인 고급인력국내 정착땐 국가 경쟁력 큰 도움필요한 인재 유치 이민법 만들고행정·재정적 지원제도 확립해야열린국가 성장위한 인식전환 필요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인은 약 225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4.4%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대구광역시 인구와 비슷한 규모이지만, OECD 국가의 평균인 14%에 비하면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저출산 문제로 인해 정부는 이민청과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려 하고 있지만, 이민정책은 아직도 현실적이지 못하다. 우리나라 체류 외국인 중 약 40만명은 미등록 이주자로 추정된다. 외국인들은 주로 서울과 수도권에 살고 있으며, 노동 집약적인 산업이 발달한 지역에도 많이 거주하고 있다. 일자리가 풍부하거나 살기 좋은 지역에 외국인이 몰려든다. 서울의 이태원, 영등포, 대림동, 구로동 등에는 외국인 거리가 형성되어 있고 인천의 함박마을, 안산 다문화음식거리, 평택 외국 음식 거리 등도 유명하다. 외국인 밀집 지역에선 같은 나라 출신의 외국인들이 서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정보를 나누기 쉽다. 이런 지역을 동포밀집형 거주지라 한다.과거 우리나라도 많은 사람이 더 나은 기회를 찾아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으로 이민을 갔다. 이들 나라는 다양한 기회가 있고 경쟁이 치열하지 않기 때문에 선호하는 이민 국가이다. 현재 우리나라 재외동포는 약 750만명이 넘는다. 인천 송도신도시에 재외동포청이 설립되어, 재외동포들에게 고품질의 행정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우리도 외국인을 받아들일 때, 그들이 왜 한국에 오고 싶어 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것은 자국보다 우리나라에 더 많은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도 해외로 이주했을 때 여러 도움을 받았던 만큼, 이제는 우리가 받은 것을 되돌려 줄 때이다. 사실 되돌려 준다고 하지만 사실 우리가 더 큰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지금까지 우리는 외국인을 받아들일 때 규제와 관리 위주의 정책을 펴왔다. 최근에는 다문화 가정이 늘면서 이들을 지원하는 제도가 생겨나고 있지만, 아직도 제한적이다.

  • [박석무 칼럼] 다산의 지혜와 개혁정신을 살려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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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석무 칼럼] 다산의 지혜와 개혁정신을 살려내자 지면기사

    다산, 혜장선사와 깊은 대화 나눈백련사~다산초당 '사색의 길' 순례개혁정신 숭모, 김동연 지사 동참"경세유표, 새로 쓰는 맘으로 공직"실제 정치로 실천하는 세상 오길지난 6월9일부터 11일까지,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이 마련한 '강진순례' 행사에 함께할 기회가 있었다. 늘 찾았고 걸었던 길이지만, 강진의 다산선생 유적지를 찾는 일은 나를 언제나 들뜨게 했다. 신산한 유배살이에서도 전혀 좌절하지 않고 수많은 저술에 온 힘을 기울였던 다산이다. 다산의 흔적들을 살펴보는 일은 나를 가장 신나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맨 처음 귀양살던 오두막집 '사의재'를 찾아보고 다산초당과 백련사를 방문하는 일은 생전의 다산선생을 찾아뵙는 착각에 빠질 정도로 흥분되는 일이었다.그 오두막집 노파가 운영하던 주막집 골방에서 '상례(喪禮)'를 연구하며 유배의 시름을 이겨내던 선생의 모습이 떠오르고, 가난하고 천한 일반 백성들이 탐관오리들의 탐학에 못 견디며 신음하던 정상에 차마 눈으로는 볼 수 없다고 한탄하던 선생의 모습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역적 죄인으로 백성이나 나라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신분이어서 책으로라도 남겨 뒷세상 사람들이라도 백성과 나라를 구하는 일에 힘 써달라고 불철주야 저술에 몸을 바친 선생의 그 간절한 애국심도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둘째날에는 다산의 지혜와 개혁정신으로 경기 도정을 이끌겠다는 김동연 지사가 우리 대열에 동참해주었다. 만덕산 기슭의 백련사에서 다산초당으로 넘어가는 오솔길, 이른바 '다산 사색의 길'을, 김 지사는 행사에 참여한 모든 분과 함께 걸으면서 대화를 나누었다.이 사색의 길이야말로 참으로 많은 사연을 지닌 곳이다. 다산초당에 계시던 10년의 세월, 다산은 시간만 나면 백련사로 넘어가는 사색의 길을 걸었다. 떠오르는 시상을 정리해보고, 나라와 백성을 살려내는 저술의 내용을 구상하는 것도 그런 시간에 이룩하였다. 백련사에는 다산이 그렇게 좋아하고 친하게 지냈던 학승이자 선승인 혜장선사가 있던 곳이다. 혜장은 비록 나이야 다산의 10년 후배였지만, 유교

  • [김헌수 칼럼] 우리도 기준금리 조정의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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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헌수 칼럼] 우리도 기준금리 조정의 필요성이 있다 지면기사

    주요국 중앙은행들 美 연준보다오히려 '적정한 인하시기' 저울질미국도 고금리로 경기둔화 우려美 경제와 연관성 높은 한국도양적완화 이전 수준 인하되기를전월 중순 유럽중앙은행(ECB)에서 이달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 사실화했다는 소식이 있다. 이는 미국보다 금리를 먼저 조정하겠다는 의지이며, 유로존 시장의 물가가 세계 여타 지역보다 빠른 회복을 되찾은 시그널로 스웨덴과 스위스를 비롯하여 유럽의 각국 국가들도 정책 금리를 인하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한편 미 연준(Fed)에서도 작년 9월 이후 기준금리가 5.25~5.5%로 오랜기간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시장에서는 올 하반기 11월경 한 차례 베이비 스텝으로 인하할 조짐도 보인다. 미국은 아직도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확인되지 않아 통화정책의 완화를 위해서는 좀 더 나아진 물가지수의 호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 기준금리 인하를 주저하는 것 같다.우리의 경우 애초 한국은행이 제시한 경제·성장률 전망치 2.1%에서 최근 수출 호조와 소비 심리 회복에 따라 2.5%로 높였다. 그동안 고물가로 모두가 어려워했으나 전문가들은 이미 정점을 찍고 일부 조정 중에 있어 경기 회복에 좀 더 속도를 붙이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이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우려반 기대반의 목소리도 점차 더 커지고 있다.불가피하더라도 과도한 기준금리의 인상은 부작용으로 대출 이자율 상승과 경제 성장의 둔화를 비롯 자금 차입이 어려워 투자 감소, 실업률과 금리를 상승시켜 부채 부담이 가중돼 높은 금리는 환율 상승과 내수 타격에 이어 주식 및 부동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나 우리의 경우 이상 현상으로 불경기 중에 물가가 계속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도 진행 중이다.2019년 COVID-19가 오기 전까지만 해도 기준금리는 1.25%였으나 팬데믹으로 이어지며 급기야 경기가 위축돼 그에 따른 경기활성화나 부양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상황에 각국 중앙은행과 우리도 경기부양을 도모키 위해서 양적완화를 발표하기에 이르렀고 사후관리의 일환인 한 번에 빅 스텝까지 인상했던 사례가 지금은 매우 안

  • [윤인수 칼럼] 사법부가 삼권분립의 마지막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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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인수 칼럼] 사법부가 삼권분립의 마지막 희망이다 지면기사

    '밀양 집단 성폭행' 법이 전과 세탁해준 셈'SK그룹 이혼 판결' 정의 실현 해석 분분대중 의심, 정의로운 판결로만 해소 가능법관들의 소명의식이 어느때보다 무거워2004년 발생한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들이 저지른 범죄는 엽기적이었다. 밀양의 남고생 44명이 울산의 한 여중생을 밀양으로 꾀어내 1년 동안 집단 성폭행을 가했다. 직접 성폭행을 저지른 44명 말고도 범행에 동조한 인원이 75명이다. 성폭행 범죄자 44명만 사법처리 대상이 됐지만 소년범이라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면했다. 천인공노할 범죄 전과를 법원이 법대로 세탁해준 셈이다. 가해자들이 20년 만에 여론의 심판대에 올랐다. 유튜버들이 공개한 가해자들의 일상은 피해자의 인생을 박살낸 소년들을 지우기에 충분할 정도로 평범했다. 평범한 얼굴의 악은 언제나 소름 돋는다. 피해자의 복구할 수 없는 피해와 가해자들의 평범한 일상. 선명한 명암에 대중의 분노는 짙어진다. 대중의 질문은 사법부를 향한다. 법은 정의로웠는가.법원 판결이 대기업 SK그룹의 경영권을 흔들어놓았다. 최태원 SK회장과 부인 노소영씨 이혼소송 2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씨에게 재산분할금 1조3천808억원과 위자료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위자료와 재산분할금이 1심 판결 보다 모두 20배로 늘었다. 노씨의 부친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이 최 회장의 선친인 고 최종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비자금 300억원을 현 SK그룹의 종잣돈으로 봤다. 노씨의 모친 김옥숙씨가 장부에 보관해왔던 어음이 판결의 결정적 근거가 됐다. 노씨는 법원 판결에 반색했지만, 유책배우자인 최 회장은 반발하고, 최 회장에게 비판적이었던 유교적 대중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무엇보다 환수됐어야 마땅했던 전직 대통령의 불법 비자금 300억원이 1조4천억원으로 세탁돼 자식에게 반환하는 것이 정당한지 의문이다. 300억원을 2대에 걸쳐 성장한 SK그룹 전체의 종잣돈으로 판단한 것도 상식적인지 의문이다. 선경직물에서 시작해 오늘날의 SK에 이르기까지 최씨 일가의 사업 연대기는 공·사 영역에서 검증된 사실이다.

  • [방민호 칼럼] 신경림 선생을 보내드리며
    기명칼럼

    [방민호 칼럼] 신경림 선생을 보내드리며 지면기사

    지난달 별세 소식에 하염없이 눈물서가의 '민요기행' '남한강' 꺼내 봐신경림 문학의 '고갱이' 담겨 있어민족시인 평가만으로 진가 다 몰라귀한 것 높은 곳에 있지 않음 배워벌써 7, 8년 되었나? 더 되었는지도 모른다. 요즘은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알지 못한다. 때는 가을이 아니었나 싶다. 아들과 함께 만주에를 갔다. 좀처럼 아버지와 여행하지 않으려는 아들을 상대로, 그럼, 들어가기는 같이 장춘으로 들어가고 중도에 헤어져 각기 귀국하자 했다. 어려운 조건으로 겨우 아드님의 승낙을 얻어내서 장춘으로, 연길로, 용정으로, 명동촌까지 이 분을 모셔갔다.명동촌은 우리 시인 윤동주의 고향이다. 동주는 슬프고도 맑고 깨끗하고 높은 시인이었다. 흔히들 동주가 젊어서 세상을 떠난 것이 그의 순수의 요인인 것처럼 느끼지만 그렇지 않다. 그의 순수를 향한 의지가 그로 하여금 영원히 순수한 시인으로 죽어서도 살게 한 것이라 해야 한다.명동촌의 동주 생가가 문이 닫혀 있어 관리인이랄까 마을 촌장이시랄까 어느 분이 오시기를 기다리는데 한 작은 버스가 와 선다. 관광철이 아니었다. 나는 아들과 단 둘이 동주의 고향을 찾은 것이었다. 버스도 그냥 버스려니 했는데 뜻밖에 낯익은 목소리들, 한국 사람들 소리다. 그제서야 고개를 돌려 자세히 바라보는데, 선생이시다. 신경림 선생이 몇몇 분들과 함께 명동 마을을 찾으신 것이었다.선생은 웃으며 다가오셔서 저 친구는 누구냐고 물으셨고, 내가, 후후, 아드님께 인사를 시켜드린 후, 나만 들을 수 있으시게, 속 깨나 썩이겠구만, 하고 위로를 해주셨다.그렇게 하고 세월이 많이도 흘렀다. 그 후에 선생께서 수술하시고 회복되셨다고 시간을 내주신 적도 있고, 늘 좋은 분들과 산행하기를 즐기신 선생을 북한산 승가사 언저리에서 우연히 만나뵙기도 했다.지난달 22일 선생께서 별세하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다른 안 좋은 일들이 겹쳐서 그랬는지 하염없이 눈물이 솟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다 지난달 25일 열린 추모식에서 선생의 시 '길'을 낭송하며, 나는, "이 가슴 아프고 엄중한 자리에서, 선

  • [윤상철 칼럼] '87년 체제'의 교착
    기명칼럼

    [윤상철 칼럼] '87년 체제'의 교착 지면기사

    정치체제 구조적 한계·미시적 결함현재의 한국정치 교착상태 빠트려대한민국, 국가체제 되돌아볼 시점체제전쟁속 미봉적 대안 해결못해공고히 하거나 새로 바꿔야할 상황오늘의 한국정치는 행정부와 의회 간의 정치적 교착국면에 빠져 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대통령의 시도들은 의회에 의해 거부되고, 야당의 입법은 대통령의 거부권에 좌절된다. 나아가 삼권분립 역시 용인되지 않는다. 대증적 제안들은 양극화된 진영정치의 불가피성에 묻힌다. 결과적으로 거시적 국가체제와 미시적 '87년체제'의 무능화 혹은 붕괴에 직면하고 있다. 권위주의체제의 민주화를 넘어서서 국가체제의 해체로 나아가지 않을까 우려된다.이른바 '87년체제'는 '권위주의체제의 종식과 형식적 민주주의의 제도화'로 특징지어진다. 좌파들은 정치적 민주화가 급속히 진전된 반면 경제적 민주화는 지연되면서 보수적 민주화에 머물렀다고 평가한다. 우파들은 권위주의적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 사이에 힘의 균형이 형성되면서 자유민주주의체제로 이행하였으나 이제 그 체제적 한계를 벗어날 위기에 처해있다고 진단한다. 체제의 보다 미시적인 특징은 '직접선거에 의한 대통령제'와 '국회의원 소선거구제'를 통하여 지역이나 세대 등 다양한 사회균열에 기반한 할거정치가 가능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요컨대 정치체제의 구조적 한계와 미시적 결함 등이 현재의 정치상황을 낳았다고 볼 수 있다.'87년체제'의 한계는 여소야대 혹은 여대야소 등 의회 내의 정파적 불균형이 심각해질 때 더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여당과 야당 간의 의석분포가 균형을 이루고 있을 때에는 타협에 의한 국정운영이 시도되고, 외견상 원만한 민주주의정치를 보여줄 수 있다. 그러나 여당의 의석이 압도적이면 일방적인 독주로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야당이 압도적이면 체제작동의 병목이 발생한다. 특히 양극화된 정치세력이 민주주의정치의 요체인 '정치적 경쟁자(세력)에 대한 상대적 관용'과 헌법과 법률 안에서의 '제도적 자제'를 견지하지 않을 경우에 이러한 일탈적 양상은 더욱 심해진다. 권력의 집행권이 대통령과 수상

  • [전호근 칼럼] 유자입정(孺子入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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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호근 칼럼] 유자입정(孺子入井) 지면기사

    타인 고통이 곧 나의 고통 '측은지심'사람 살리는 마음으로 이어지는것'무조건' 생명구한 김은우 학생 찬사그런데 세상엔 손에 휴대폰 들고서 있기만 하는 '험한것'들도 있다플라톤은 인간을 가리켜 '털 없는 두 발 짐승'이라고 규정했고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두 발로 걷는 척추동물'이라고 정의했다. 매사에 스승의 견해에 반대했던 아리스토텔레스가 어찌하여 정작 인간에 대해서만은 견해를 달리하지 않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지만, 두 철학자 모두 두 발로 걷는다는 생물학적 특징만으로 인간을 정의했다는 데서 인간에 대한 뒤틀린 시선이 보인다.가령 누가 나더러 인간을 정의해보라고 주문한다면,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려고 하면 냉큼 달려가 붙잡는 존재가 인간이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이 말을 들으면 맹자의 측은지심(惻隱之心)을 떠올리겠지만 나는 그것을 맹자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서 배웠다. 이를테면 언젠가 이 지면에도 소개한 적이 있는, 서울역 앞에서 노숙인에게 과자를 건네던 어린아이라든가 불길을 뚫고 몸이 불편한 장애인을 구출해 낸 춘천의 세 청년이 바로 그들이다. 그런 이들이 없다면 내가 아무리 '맹자'를 백번 천번 읽었다한들 무슨 근거로 인간이 단지 두 발로 걷는 척추동물일 뿐만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겠는가.짐작건대 맹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맹자도 당시 백성의 삶을 보고 사람이라면 측은지심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깨우쳤을 것이고, 거리에 가득한 사람이 모두 성인이라고 말했던 왕수인도 그 사실을 거리의 사람에게서 배웠을 것이다. 내가 그들의 글을 사랑하는 까닭은 그들은 인간을 정의하기 이전에 자신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맹자는 어린아이가 막 우물에 빠지는 순간을 가정한 '유자입정(孺子入井)'의 비유를 들어, 사람은 누구나 측은지심(惻隱之心)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는 안타까운 상황을 목도하면 그 사람이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도 먼저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측은지심은 흔히 연민이나 동정심 정도로 타인을 불쌍히 여기

  • [이재우 칼럼] 26메가 시티의 명암
    기명칼럼

    [이재우 칼럼] 26메가 시티의 명암 지면기사

    서울·수도권 중심 교통인프라 집중정책 끝없이 추진… 지방소멸 가속기능 분산위해 GTX건설 신중해야대규모 역투자 지역 균형발전 도모'15메가 시티'로 변하는 세상 꿈꾼다서울, 경기,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인구는 약 2천600만명이므로 서울과 수도권을 합친 대서울을 '26메가 시티'라 부를 수 있다. 지난 22대 총선에서 여야의 SOC 공약의 총예산은 277조8천693억원이고, 그중 GTX 건설 예산은 133조원에 달했다.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의 거의 모든 부분이 서울을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 인력과 자본이 수도권에 집중되었다. 경제 개발을 하면서 남동임해공업지역에 대규모 중화학 공업 지대가 형성되었지만, 이러한 공업지대는 육상 교통수단으로 원료를 수송하고 생산품을 배로 쉽게 수송할 수 있는 수송 적환지 지역인 바다에 접한 지역에 주로 형성되었다. 서울을 중심으로 교통이 발달하다 보니 수도권 집중을 피할 수 없었다. 지방에서 서울과 연결된 고속도로는 수십 개이고 수도권의 전철망은 서울과 위성도시를 촘촘하게 연결하고 있다.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는 지하 40~50m에 설치한 급행철도로 시속 180㎞/h의 속도로 운행하여 수도권에서 서울 중심부까지 약 20분 이내에 도달하는 철도이다. GTX-A 노선은 현재 수서~동탄 구간이 개통되어 운영 중이다. A노선의 나머지와 B, C 노선도 곧 건설에 들어갈 예정이다. 인천과 경기도에서 서울 중심부까지 고속으로 연결하는 것은 사실 서울의 확장을 의미한다. GTX 역에 접근할 수 있는 지역에 사는 국민은 쉽게 서울에 진입함으로써 서울의 물리적 거리가 단축된다. 이에 따라서 많은 국민이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도권에 거주하면서 서울과 그 주변에 산재해 있는 직장으로 출근하는 현상이 더 심화할 것이다. 수도권의 신도시들은 더욱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것이다. 선거철이 되면 유권자들을 겨냥하여 GTX 공약이 남발하며, 이런 공약을 내 걸고 당선된 국회의원은 실제로 GTX 건설을 추진한다. 선거 공약이지만 GTX D, E, G, H 노선이 지도에 그려지고 건

  • [박석무 칼럼] 독재화가 진행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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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석무 칼럼] 독재화가 진행되는 나라 지면기사

    한국, 민주주의 국가 47위로 추락다산 "법 적용 최측근부터 해야"국민 70% 찬성법 왜 거부만 하나하늘 바라보고 민심 동향 살펴야악행 멈추고 '민주주의 정치' 기대대한민국의 최대 목표는 완벽한 민주주의 국가로 우뚝 서는 일이다. 1919년 3·1독립운동 때부터 시작했다고 보면 금년까지 105년 동안 우리는 국가적 목표 달성을 위해 얼마나 싸우고 투쟁하면서 간난신고의 어려움을 겪어야 했던가. 나라의 독립을 위해 얼마나 많은 선열들이 고문당하고 죽으면서 희생해야 했던가. 나라의 독립과 민족의 해방은 선열들의 피와 땀으로 이룩되었으나, 8·15 후 연이은 독재자들의 집권으로 오랫동안 민주주의는 제 역할을 못하고 자유와 인권을 박탈당한 국민들은 어두운 터널에서 고통과 신음을 겪어야 했으니 그런 불행이 어디에 또 있겠는가.1998년 마침내 평화적 정권교체를 통해 민주주의가 만개하는 민족적 행운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러한 결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세계에서 찬양받는 높은 수준에 이르렀으니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그런 민주주의를 성취한 위대한 우리 국민들의 힘은 세계인들을 놀라게 했던 것이 사실이다. 스웨덴의 예테보리대학에 본부를 둔 민주주의 다양성연구소는 각국의 민주주의 수준을 평가하여 공개하는 기관인데, 32개 우수한 민주주의 국가를 일등급 국가로 정해 놓았는데 대한민국은 2019년에 18위, 2022년에 28위로 1등국가 그룹에 포함되어 세계인의 찬양을 받을 수 있었다. 그야말로 선진국 대열에 오르고 1등급 민주주의 국가로 우뚝 설 수 있었다.그러나 지난 3월7일 발표한 연구소의 민주주의 리포트에 의하면 전체 순위 47위로 추락하여 32개 국에서 이탈한 유일한 국가가 되었으니 이런 부끄러운 일이 어디에 또 있겠는가. 그래서 이제 가장 수준이 낮은 42개 국가에 포함되어 이른바 민주화에서 독재화(autocratization)로의 전환이 진행되는 나라에 소속되고 말았으니 이런 불행을 또 어디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인가. 민주주의 국가를 1점으로 정했을 때 한국은 겨우 0.6으로, 28위에서 47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