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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석무 칼럼] 학자나 어진이를 예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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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석무 칼럼] 학자나 어진이를 예우해야 지면기사

    다산 '목민심서'에서 문안 등 제시지혜뿐아니라 독실한 행실 본보기아름다운 전통 이제는 보기 어려워옳고 바른 일은 영원히 역사로 전해오늘의 목민관들 새겨 들을 이야기옛날이나 지금이나 큰 대접을 받아야 할 사람은 학자나 어진 사람들이다. 그래서 옛날부터 전해지는 말이 있다.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 임금 아래일 뿐 모든 사람의 위에 있는 사람이 바로 정승이라는 벼슬이었다. 세상에 귀하고 높으며 만인의 추앙을 받는 사람이 왕조시절의 정승이었다. 그렇게 높고 귀한 정승이지만, 학자 한 사람은 정승 셋을 감당한다면서 학자 한 사람이 있는 가문은 정승 셋을 배출한 집안보다 더 우대했다고 전해지는 말이 있다. 그렇게 학자는 우대받아야 할 높고 귀한 사람이라는 뜻이었다.학문에 버금가는 일은 행실이다. 독실한 행실이 있는 사람 또한 학자처럼 우대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다산은 '목민심서'의 '거현(擧賢)'에서 목민관(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 등 공무원)이 학자나 어진이를 어떻게 예우할 것인가를 제시하였다. "경전을 깊이 연구하고 행실을 돈독하게 닦는 선비가 있으면 마땅히 몸소 그를 방문하고 명절에도 문안을 살펴 예(禮)의 뜻에 맞게 해야 한다(部內有經行篤修之士 宜躬駕以訪之 時節存問 以修禮意)"라고 말하였다.다산의 뜻은 참으로 깊고 넓었다. 학자나 어진이를 찾아보고 배려하는 일은 목민관이 어진이들에게서 훌륭한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벼슬과 물욕에서 벗어나 고매한 학문을 연구하고 독실한 행실을 통해 남의 모범이 되는 분들을 위로하고 격려하여 그들의 삶이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일임을 알려주는 일이라고 했다. 아무리 오두막집의 궁한 선비라 하더라도 학행을 닦아 명성이 고을에 자자한 사람은 마땅히 몸소 방문하여 싸리로 만든 사립문이 빛나게 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하는 일이 바로 '백성들에게 선을 권하는 일(勸善于民)'이라면서 목민관은 마땅히 그런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궁벽한 마을이고, 참으로 가난하여 대문도 없는 싸리로 만든 사립문이 빛나게 해주어야 한다니 그

  • [김헌수 칼럼] 문명사의 두번째 퀀텀 점프는 양자컴퓨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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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헌수 칼럼] 문명사의 두번째 퀀텀 점프는 양자컴퓨터에서 지면기사

    개발추세 우리에겐 큰 동기부여큐비트 제어방식 플랫폼 특장점5년서 길면 10년내 상용화 예상국내 주요기업들 적극참여 바라미래먹거리로 새로운 역사 기대세상에 양자컴퓨터의 태동은 1980년대 초 미국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Richard P. Feynman)이 양자 물리학의 원리를 이용하여 물리적 시뮬레이션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면서다. 1995년 양자 연산의 첫 시연인 빅데이터 분석과 암호 해독, 신약 개발과 기상 예측 등 다양한 분야에 퀀텀 점프로 혁신을 가져온 양자 병렬성(quantum parallelism)으로 큐비트(Quantum Bit)를 0과 1이 아닌 양자 중첩인 0이면서 1인, 파동이 여러개 합쳐지는 중첩의 원리로, 제 문제를 순간에 처리하는 머신러닝, 암호 해독과 같은 분야 등에 엄청난 대 변혁을 가져올 것이라 기대된다.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의 원자·분자·입자 및 물질의 작동 방식을 다룬 물리학의 한 분야로, 거기엔 몇몇 특징이 있다. 우선 에너지와 관련한 '이산적인 값(Discrete Value, 1·2·3 처럼 간격이 뚜렷한 값)'과 입자는 물결과 입자 두 가지 모두 가진 '파동-입자 이중성', 입자의 운동은 에너지의 상태에 따라 이산적인 진동수를 가진 '평이한 진동수'를 비롯한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측정불가한 '불확실성의 원리'도 있다.이 분야는 양자역학의 한 분야인 양자 중첩이 매우 주요한 핵심이다. 여기서 주어진 값을 어떤 프로세스에 따라 입출력이나 연산을 동시에 나눠 일하는 병력처리가 가능하기에 아주 빠른 결과값을 얻을 수 있다. 이는 한꺼번에 여러 개의 값을 계산할 수 있다는 장점을 말하며, 데이터의 검색이나 암호 해독을 비롯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한 여러 이점도 있다.그간 우리나라는 반도체 기술에 있어 크게 앞서 왔었다. 이것이 양자컴퓨터 개발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양자컴퓨터는 반도체 기술의 연장선이 아니기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라 생각해야 한다. 그 예로 무어의 법칙에서 대

  • [방민호 칼럼] 다시 상고사 문제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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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민호 칼럼] 다시 상고사 문제에 관하여 지면기사

    서울 부암동에 가면 빙허 현진건의 고택이었음을 알리는 표지석이 하나 있다. 그 앞에는 안평대군의 무계정사가 있었다는 무계원도 자리잡고 있어 한 번 둘러보기 좋은 곳이라 할 만하다.현진건 소설이라 하면 보통은 그의 너무나 잘 알려진 단편소설 '운수 좋은 날'을 떠올리게 되고, 자전적 소설로 알려진 '빈처' 같은 단편소설의 교과서적 명작을 상기하게 된다. 이들은 모두 중·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의 단골 메뉴이기도 하다.그런데 이 현진건의 역사소설 '무영탑'이니 미완에 그친 '흑치상지'는 그의 문학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살펴보면 그는 일제강점기의 최남선 사학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가 주재하던 '돔명'이나 '시대일보'에서 일했고, '동아일보'로 옮긴 후에도 최남선이 이 신문의 중요한 필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또 본래 최남선과 현진건 집안은 사돈 관계에 있었다.그러나 최남선이 독자적인 조선사학과 불함문화론에도 불구하고 1920년대 중반 이후 일본 조선총독부 주도의 조선역사 기술에 연계되면서 대일협력의 길을 걸었던 것과 달리 현진건은 일장기 말소사건이 웅변해 주듯이 1930년대 후반 이후의 삶을 깨끗하게 지켜낸 사람이었다. 현진건 소설 '흑치상지'에 역사 시선신채호 '평양에 한사군' 논리 부정일본 고고학자의 역사 조작 조롱도 이러한 현진건의 미완에 그친 장편소설 '흑치상지'는 그 작의부터 흥미롭게 느껴진다. 흑치상지라면 백제가 나당연합군에 의해 무너진 후 백제부흥전쟁의 중요한 축을 이루었던 인물, 그의 성씨부터 내력과 투쟁과정, 이후의 삶은 지극히 흥미롭다. 특히 그의 묘지석이 한반도 어디가 아니고 현재의 중국 낙양의 북망산에서 출토된 것은 그의 삶이 예사롭지 않았음을 다시 한 번 환기시켜 준다.이 인물의 삶을 그리고자 하면서 현진건은 그 '예고'에서 맹자의 말을 빌려 불의하면서, 즉 '옳지 못하면서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함은 뜬구름과 같다'고 하며, 그에 다다르는 과정도 힘겹기 짝이 없었지만 끝내는 손에 쥔 권력조차 잃어버릴 수밖에 없었던

  • [윤상철 칼럼] 이념도 민생도 없는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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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상철 칼럼] 이념도 민생도 없는 정치 지면기사

    지금의 한국정치는 보수주의(정당)와 진보주의(정당)와의 쟁투로 비쳐진다. 양대 정당은 각각의 정치적 이념을 대표하는 듯 포장하고 있고, 국민들도 양자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 중도세력은 명확한 이념적 지향도 없이 늘 선거의 쟁점으로 부각되었지만 대세 추종 세력이거나 정치적 무관심세력, 정치적 혐오세력 등으로 폄하되곤 하였다. 보수세력은 건국 이후 자유당, 민주공화당, 민주정의당, 민주자유당 등으로 이어져 오다가 1990년대 이후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국민의힘 등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을 살펴보면, 1990년대 초반까지는 자유, 공화, 정의 등의 정치적 이념과 변화를 지향하는 정당이었다. 초기에는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수립, 국민 형성과 국민교육, 경제성장과 정의구현, 점진적인 자유확장 등의 방향을 추구하였다. 왕정이나 제정 등 전근대적 지배권력이 존재했다거나 이들에 저항하는 자유주의적 부르주아지가 강력하게 성장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새로운 정치체제와 경제체제를 만들어가면서 전근대적 체제로부터 벗어나 근대적 개인과 자유를 확장하는 목표를 지향했었다. 그러나 경제성장과 민주화가 일정한 수준으로 진행되면서 스스로 목표를 잃었고 1990년대 이후에는 그 색채를 알 수 없는 관료적 국가주의세력으로 변모하였다. 선거정치의 필요에 의해 자유주의세력을 일부 흡수하기도 했지만 곧바로 내부에서 소멸해버렸다. 한국정치 보수·진보주의간 쟁투화양대 세력 '정치적 이념·지향' 파산 한국의 진보·개혁세력은 자유주의, 사회자유주의, 사회보수주의, 민주화운동세력 등이 이합집산하면서 한민당, 민주당, 신민당, 민주당,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 새정치민주연합, 더불어민주당 등으로 이어져왔다. 이 정치사회세력의 이념적 경향은 군사정권과 독재, 권위주의를 반대하는 반권위주의적, 자유주의적인 성향과 재야 운동권 및 사회주의세력에 대한 친화성향으로 나타났다. 대체적으로 중도자유주의세력이 주도하고 점차 좌파 사회주의적 세력으로 중심이 이전되는 양상을 보여준다. 이 세력은 민주화가 일정한 정도로 실현되면서 자유주의적,

  • [윤인수 칼럼] 행정구역 개편, 이왕 벌어진 판 크게 벌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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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인수 칼럼] 행정구역 개편, 이왕 벌어진 판 크게 벌리자 지면기사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김포시가 툭 삐져나왔다. 경기북도의 일부로 분리되느니 서울시 편입이 낫다는 여론이 솟구쳤다. 국민의힘이 김포에서 총선을 포착하고, 김포시의 욕망에 올라탔다. 지난달 10일 경인일보가 처음 보도했던 '김포시 서울 편입론'이 20일 만에 '서울 메가시티 구상'으로 확장됐다. 총선판이 바닥부터 흔들리고 있다. 김동연의 경기 분도에서 돌출된 김포의 날갯짓이 총선 메가 이슈로 부상했다.욕망은 욕망을 부추긴다. 서울 편입 욕망이 구리·하남·광명·과천·부천·고양시로 번졌다. 욕망이라는 전차에 올라탄 국민의힘은 기호지세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방시대와 어긋난다는 야당의 지적에 부산도 광주도 메가시티를 만들면 된다고 한 술 더 뜬다. 황금색 노른자를 꿈꾸는 흰자위 도시들의 욕망을 거머쥔 국민의힘 앞에 더불어민주당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국민의 욕망에 역행하는 정치는 순결하지만, 욕망의 무게에 죽기 십상이다. 김포시 서울 편입론 '서울 메가시티'로 확장구리·하남·광명·과천·부천·고양까지 번져 김포 서울 편입이든 메가시티 구상이든 입에 발린 명분을 제거하면 명백한 총선용 이슈다. 국민의힘에게 수도권은 모 아니면 도인 격전지다. 고만고만한 이슈로는 민심을 얻기 힘들고 역량도 없다. 서울을 지향하는 수도권 시민의 욕망에 올라탄 이유다. 서울이 반발한다지만, 서울엔 더 잃을 선거구도 없다. 오히려 광명, 하남, 구리, 과천·의왕 등 서울 인접 당협위원장들에게 서울 편입 여론 조성을 채근한다. 민주당은 난감하다. 국민의힘의 특별법 공세를 머릿수로 막을 수 있지만 막고 나섰다가 직면할 재앙이 두렵다.경기도만 붕 떴다. 여당 발 서울 메가시티 구상이 현실이 되면 분도하려던 경기북부는 물론 경기남부까지 자치구역이 쪼그라든다. 불발돼도 서울 편입 욕망은 살아남아 경기도 광역행정에 걸림돌로 남는다. 서울로 기운 민심을 서울만큼 예산을 써서 달래 줄 재정이 경기도엔 없다. 김 지사는 여당의 대국민 사기극이라 비판하지만, 30년 묵은 분도론을 임기 1년만에

  • [전호근 칼럼] 후생가외(後生可畏)와 사반공배(事半功倍)의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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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호근 칼럼] 후생가외(後生可畏)와 사반공배(事半功倍)의 가르침 지면기사

    지난달 은사이신 상허(尙虛) 안병주(安炳周) 선생께서 타계하셨다. 선생은 유학의 우환의식(憂患意識)과 맹자 민본사상(民本思想)의 권위자일 뿐 아니라, 한국유교학회와 동양철학연구회를 창립하여 동양철학의 학문적 저변을 확대하고 퇴계학연구원장과 국제퇴계학회 회장을 지내며 퇴계학의 위상을 세계적 수준으로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였으며, 민족문화추진회와 전통문화연구회를 통해 고전 번역의 초석을 놓았고 대학을 비롯한 각급 기관에서 수많은 제자와 후학을 길러낸 스승으로 한국 동양철학계의 태두라 할 만한 분이다.대학시절 나는 선생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공부했다. 학교의 정규 강의는 말할 것도 없고, 민족문화추진회와 퇴계학연구원 등 선생이 강의하는 곳마다 따라다니며 맹자와 논어를 비롯한 유학의 고전은 물론이고 묵자와 노자와 장자 등 제자백가서까지 배웠다. 내가 들었던 선생의 모든 강의는 다른 사람의 강의로는 대체할 수 없을 만큼 경이롭고 흥미진진했다. 특히 맹자를 강의하실 때면 맹자와 제자들, 당시의 임금들이 강의실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선생은 마치 스스로 맹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연기를 하며 강독하셨는데, 맹자와 대화를 나누던 제자가 실망스러워하는 대목에서는 스스로 그 제자가 되기라도 한 듯 입을 삐죽이 내밀며 강의하셨고 제나라 임금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했다고 할 때는 선생의 안색도 따라서 붉으락푸르락 변했다. 지금도 맹자의 그 구절들은 선생의 표정과 목소리로 내 기억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다.수많은 후학 기른 동양철학계 태두은사이신 상허 안병주 선생 '타계'선생은 자신이 이룬 학문적 권위에 기대는 법이 없었다. 고전을 함께 읽을 때 새로운 견해를 이야기하는 제자가 있으면 선생의 풀이와 다르더라도 아낌없는 칭찬으로 높이 평가하셨으며 제자가 작은 성취라도 보이면 언제나 후생가외(後生可畏)라는 말씀으로 격려하셨다. 논어의 한 구절로 '두려워할 만한 존재는 후생(後生)'이라는 이 말씀은 아마도 제자의 성취에 대한 칭찬에 그치지 않고 선생 스스로 분발을 촉구하는 경계의 말씀으로 입에 즐겨

  • [이재우 칼럼] 하와이 이민자 꿈이 담긴 민족 대학교 '인하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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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우 칼럼] 하와이 이민자 꿈이 담긴 민족 대학교 '인하대학교' 지면기사

    우리나라의 대학교 중에서 민족대학이라 부를 수 있는 대학이 몇 개나 있을까? 여러분의 머리를 스치는 대학교는 어떤 것이 있는가? 인천의 미추홀(인천의 옛 이름)구에 위치한 인하대학교는 진정한 민족대학이라 할 수 있다. 인하(仁荷)는 인천의 인(仁)과 하와이의 하(荷)의 머리글자를 따서 지은 이름이다. 인하대학교는 왜 이런 이름을 가지게 되었을까? 인천에 오래 살고 있는 인천 시민, 일반 국민, 심지어 인하대학교 출신 동문들에게 인하가 민족대학인 이유를 알고 있는지 물어보면 대부분은 모른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동포들 고된 노동 저임금에도 '기부'이승만 대통령 의지로 1954년 설립선각자들 '프런티어 정신' 담겨 있어 개척정신·독립운동 산물 되새겨져인천 넘어 세계 초일류 대학교 염원인하대학교와 하와이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19세기 말에 하와이는 대규모 플랜테이션에서 생산하는 사탕수수가 주요 수입원이었다. 사탕수수 농장은 대규모의 노동력이 필요했으며 처음에는 중국 이민자를 받았고, 다음에는 일본 이민자를 받았다. 중국인과 일본인 노동자 숫자가 늘어나자 위협을 느낀 농장주들은 중국과 일본 이외의 국가에서 이민자를 물색했다. 그러던 중 하와이 농장주들은 대한제국의 미국 공사인 앨런 공사의 도움으로 대한제국에서 이민자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앨런이 주선한 미국인 데쉴러는 인천에 동서개발 회사를 설립하여 이민자를 모집했지만, 지원자를 구하기 어려웠다. 그는 인천 내리교회 존슨 목사의 도움으로 이민자를 많이 모을 수 있었는데 대부분 기독교 신자이고 제물포 거주자들이었다. 이렇게 모집된 이민자 121명은 1902년 12월22일에 마지막으로 제물포항을 눈에 담고 먼 이국땅을 향했다. 이들은 일본 고베에서 신체 검사를 받고 101명이 갤릭호를 타고 1903년 1월13일에 하와이에 도착했다. 이들의 비자에는 대한제국 고종황제의 직인이 찍혔다. 하와이 이민은 1905년 을사늑약에 의해서 대한제국의 외교권이 박탈될 때까지 실시되어 7천226명의 이민자가 이주하였다. 이민자들은 사탕수수 농장에서

  • [박석무 칼럼] "속이지 말고 대들며 간(諫)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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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석무 칼럼] "속이지 말고 대들며 간(諫)하라" 지면기사

    세상이 시끄럽고 나라가 어지럽다. 일본이 핵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여 우리나라에도 그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부는 항의 한마디 못 하고 일본이 하는 대로만 지켜보고 있으니 세상이 조용할 수가 있겠는가. 독립운동의 영웅 홍범도 장군의 동상을 육사에서 옮기는 일을 공론에 부치지도 않고 한두 사람의 독단으로 결행하려고 하고 있으니 나라가 어지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 북한의 공격에 대비한다는 뜻으로 '선제공격'이니 '힘의 평화' 등 전쟁 불사의 대북 외교를 끌고 가고 있으니 전쟁에 대한 불안이 가셔질 수가 있겠는가.오늘의 정치는 이렇게 시끄럽고 어지럽게만 진행되고 있으니, 이에 대한 해결책을 연구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옛 성현의 말씀에서 나라의 난맥상을 해결할 방도를 찾지 않을 수 없다. '논어'에서 공자의 말씀을 들어보자. 공자의 제자 자로(子路)가 임금 섬기는 도리를 공자에게 물었다. 옛날로야 임금을 섬기는 사람이란 3정승, 6판서에 6승지를 비롯한 고관대작이지만 지금이야 대통령을 보좌하는 내각의 총리나 장차관 및 대통령실 비서관 등에 해당하는 사람인 것이다. 참으로 짧은 대답, 공자 왈 '물기야이범지(勿欺也而犯之)'라는 내용이다. '(임금님을) 속이지 말고 얼굴을 맞대고 간쟁한다'라는 뜻이다. 대단히 높은 지혜를 가르쳐 준 말이지만 말 자체가 짧으니 주해(註解)도 짧다. 주자는 '범(犯)은 얼굴을 맞대고 간쟁한다'라고 간단히 풀이했다. '논어고금주'에서 다산은 짧게 보충의견을 더했다. '실정을 숨기고 은폐하는 것을 기(欺)라 하고, (윗사람의) 위엄을 무릅쓰고 간쟁하는 것을 범(犯)이라 한다'라고 말하고는 '예기'를 인용하여 자신의 풀이가 옳음을 증명했다. '임금을 섬김에는 대면하여 간쟁을 해도 숨김이 없어야 한다'라는 것을 제시했다. 핵오염수·홍범도 동상 등 나라 시끌'논어' '소학'선 잘못 지적을 중요시 공자의 짧은 답변을 실천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는 인류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다. 임금에게 어떤 일이건 숨김없이 말할 수 있고, 부당

  • [김헌수 칼럼] 당면한 양자시대 그 준비와 대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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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헌수 칼럼] 당면한 양자시대 그 준비와 대안은 지면기사

    지난해 10월 스웨덴 과학한림원(Kungliga Vetenskapsakademien)에서는 2022년도 노벨 물리학상이 '양자 얽힘'을 연구한 오스트리아의 안톤 차일링거 교수(Prof. Anton Zeilinger), 미국의 존 프랜시스 클라우저 교수(Prof. John Francis Clauser), 프랑스 알랭 아스페 교수(Prof. Alain Aspect)에게 수여됐다. 이들은 세계 양자 정보과학의 선구자이자 물리학자들로서 국내외 많은 언론 및 전문가들도 노벨상감이라고 진작 예상했었지만 한 분야에 세 사람이 동시에 노벨상을 받은 바가 거의 드문 일로, 이는 2016년 1월16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세계경제포럼의 클라우스 슈바프(Klaus Schwab)가 제4차 산업혁명의 주요 의제와 핵심 요소로 발표한 AI, Robotics, IoT, 3D, Big Data 등 다섯 가지에 일자리까지 언급한 것 못지 않게 큰 놀라움을 준 대사건이다.양자란,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아주 작은 입자들의 동작을 설명하는 것으로 이 입자들은 때때로 파동처럼 행동도 한다. 이것을 '파동-입자 이중성'이라 하며 그 입자들은 특정한 에너지 상태에서만 존재할 수 있고 이는 레이저, 전자 기기, 나노 기술 등 현대 기술의 큰 기반을 제공하는 작은 입자로 미시세계에서 적용되는 규칙을 설명한 이론이라 할 수 있다. 작년 노벨 물리학상은 '양자 얽힘'한 분야에 3명 동시 수상은 드문 일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의 '양자 얽힘'에 대해선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을 이해함이 우선일 것 같다. 이는 파동적인 성질이 있으며, 모든 물질은 고로 파동이면서 입자로서 그리고 파동도 입자의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양자역학의 기초로 고유한 두 특징을 지니고 있다. 우선 양자 중첩(superpostion)은 입자가 두 가지 이상의 상태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즉 '0이면서 1인 상태'로 양자컴퓨터의 핵심이다. 양자 얽힘(entanglement)은 두 개 이상의 양자 입자가

  • [윤인수 칼럼] 해바라기와 볼라드와 지방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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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인수 칼럼] 해바라기와 볼라드와 지방자치 지면기사

    최근에 김동근 의정부 시장을 만났다. 그날 모임의 좌장이 시장직 할만하냐 물었다. 신나게 일한다고 했다. 두 발로 의정부 시내를 걷다보면 해결하고 바꿀 것 투성인데, 시장이라 해결하고 바꿀 수 있어 신난단다. 쓰레기산을 해바라기 정원으로 바꾸었다. 건설폐기물 26만t이 산처럼 쌓여 도심의 흉물이던 시유지 3만평. 쓰레기를 치운 자리에 국제테니스장 조성 등 시청의 계획이 무성했다. 걷기 마니아인 김동근은 아침 저녁으로 시민들을 만나 의견을 모은 뒤 해바라기 씨를 뿌렸다. 황금빛으로 가득찬 해바라기 정원 3만평, 시민 전체가 즐기기에 족하다.의정부 시내 도로에 설치된 볼라드를 1천개나 넘게 뽑아버렸다. 날마다 시내를 걷던 김동근에게 시민들, 특히 장애인들의 통행을 방해하는 볼라드가 너무 많았다. 공무원에게 확인하니 예산이 원흉이었다. 이미 설치된 볼라드를 유지할 시예산이 해마다 편성됐다. 예산을 세우고 집행하려면 볼라드는 자기 자리를 지켜야했다. 시민 편의 보다 신성한 예산과 예산집행이다. 뽑으라 했다. 시장이라 해결이 가능했다. 부활 30년 지방자치, 폐쇄적 권력 카르텔로시민 배제·브로커 활개에 부정·회의적 시선들 한국 지방자치는 1949년 공포된 지방자치법에 따라 전쟁 중인 1952년 지방의회 선거로 시작했다. 박정희의 군사혁명위원회가 1961년 민심의 분열, 금품선거, 지방행정의 비효율을 명분으로 중단시켰다. 김대중이 1990년 13일 단식으로 30년 만에 부활시킨 지방자치가 1995년 완전체로 시행된 지 또한 30년이 다 됐다. 많은 국민들이 지방자치에 부정적이고 회의적이다. 이유는 놀랍게도 지방자치를 중단시킨 박정희 정권의 명분과 판박이다.부활 30년 지방자치는 폐쇄적인 권력 카르텔로 추락했다. 소수의 연고 집단이 30년 세월 동안 지방권력 카르텔을 형성해 장벽을 세우고 자치 주역인 시민들의 진입을 차단했다. 그들만의 자치 리그에서 지방권력과 예산을 농단한다. 중앙 정치권력은 지방권력을 집권의 도구로 계열화하고 후원한다. 자치 시민이 배제된 폐쇄적인 자치 구조다.열악한 재정도 자치의 숨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