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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인수 칼럼] 김동연·한동훈이 대안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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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인수 칼럼] 김동연·한동훈이 대안 되려면 지면기사

    '행정경륜'·'정치적 체중' 가장 깊고 무거워金 '이재명' 넘어서고, 韓 '윤석열' 극복해야정답은 투표포기 30~40% 무당·중도에 있다진정성 갖고 시장·광장에서 민생을 만나라대한민국 국민은 20대 대선과 22대 총선으로 양극화 권력체제를 만들어냈다. 행정권력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입법권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통째로 위임했다. 행정과 입법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체제의 장점은 완벽하게 구현됐다. 하지만 결과가 국가와 국민에게 이로운지는 장담할 수 없다. 오히려 불길한 현상들이 암울한 전망을 예고한다. 암울한 전망이란 모이제스 나임이 '권력의 종말'에서 밝힌 대로 권력의 쇠퇴로 인한 '정치적 마비 상태'이다.대통령은 국가와 정부 여당보다 자신의 체면에 집착해왔다. 진보언론의 가벼운 도발에 발끈해 국민과의 접촉을 끊고 용산에 칩거했다. '쪽팔리면 어쩔까' 싶어 가족과 장관들의 실수와 실책에 입을 꾹 닫았다. '대파 한단'과 '이종섭 대사'는 세상 물정과 담을 쌓은 탓이다. 거대 야당의 공세에 칩거와 묵언으로 자존심을 지킬 성정이다.이 대표는 사법 방탄의 절실함 때문에 구조적으로 중도확장이 어려운 처지다. 여러 재판에 오른 실정법 위반 혐의는 대선가도의 최대 위협이다. 혐의 내용은 중대하고 재판 진행은 불안하다. 모든 재판을 대선 이후로 지연시키는 것이 최선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공소 혐의를 검찰정권이 조작한 정치탄압으로 규정하고 검찰을 악마화하는 배경이다. 일사불란한 방탄을 위해 총선에서 반명 세력의 씨를 말렸다. 1심 판결들이 나오면 판사들도 친명·반명으로 분류할 테다. 이재명이 기준이고 척도인 민주당의 민주주의는 반민주라는 역설에 이른다. 이 대표는 방탄정치의 명암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방탄정치가 격렬할수록 민주적 대중과 거리가 벌어지는 역설은 이 대표와 민주당의 한계다.국민은 행정과 입법을 대통령과 이 대표에게 분할해 주고 협치를 요구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흐를 조짐이 역력하다. 쌍두사의 두 머리인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서로 물어뜯을 성품이자 운

  • [김헌수 칼럼]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온 AGI의 미래…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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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헌수 칼럼]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온 AGI의 미래… 우리는 지면기사

    사람보다 더 뛰어난 지능 갖춘 AI사물 등 분별 학습 문제해결 가능오픈AI 올트먼 "4년내 완성" 전망악용·통제 불능 상태 빠질수 있어안전하고 효율적으로 활용돼야근자 뉴스에 의하면 2~3년 내 인간의 지능을 넘어 그 이상의 인공지능(AI)이 개발될 것이라는 당면하는 소식에 모두가 놀라고 있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소셜미디어 X에 AGI 관련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으로 2026년 경에는 인간의 일반적 지능을 훨씬 뛰어넘는 범용인공지능(AGI, Artifical General Intelligence)이 우리 사회를 실제화할 것으로 거의 기정사실화하고 있다.AI가 본격적으로 우리들 앞에 나타난 것은 2016년 1월16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WEF의 클라우스 슈바프가 제시한 4IR의 핵심적 요소 중 하나로 언급 되면서다. 이후 2016년 3월 딥마인드의 알파고와 이세돌과의 대국에서 알파고가 4승1패로 승리하면서 AI인 바둑인공지능은 삽시간에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이를 계기로 알파고라는 AI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와 인간의 영역을 학습하고 그 결과를 계속 확증하고 있다.일론 머스크는 AGI 시대가 도래될 것으로 전망하는 것은 그저 관측과 기대만으로가 아닌, 테슬라의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함으로써 이를 지켜본 모든 이로 하여금 신뢰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메타의 CEO 마크 저커버그는 올해 초 메타의 장기 비전으로 AGI를 반드시 구축할 것이라며 다양한 프로그램 연산을 위해 "올 초 전체 60만 개 AI칩을 반드시 확보하겠다"고 다짐이 보다 더 적극적이다. 국내 S전자는 AGI만을 위한 반도체 뉴로모픽(neuromorphic)을 개발하고자 'AGI 컴퓨팅 랩'을 국내외에 설립했다. 차세대 AI칩 HBM도 2분기에 양산을 예고했으며 이는 학습과 이해, 추론하는 애플리케이션에 초점을 둔 텍스트 데이터를 생성, 요약, 질의 응답 등 거대언어모델(LLM) 칩을 개발하여 인공어가 아닌 자연어 처리에 보다 더 야심찬 소식을 알려줬다.AGI 시대는 예견된

  • [방민호 칼럼] 어느 '재야'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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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민호 칼럼] 어느 '재야' 역사학자 지면기사

    '1.5룸'에 살며 역사책 쓴 대학동기잊혀진 동아시아 역사 파헤치는중남들 세속 맞춰갈때 자기 세상으로문득 진짜란 무엇인지 생각하게돼어떻게 사는게 진짜삶인지 묻는다나의 대학 동기 중 하나는 지금 소백산 줄기 어딘가에 살고 계시다. 동기인데, 웬 존칭이냐 하겠지만, 나이가 물경 열세 살이 많으니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언젠가 이분께 이야기를 듣기를, 같은 고향 사람인데, 중세의 역사 인물에 관한 내력을 깊이 탐구한 역사책을 쓴 사람이 있다고 했다. 책 이름을 묻고 그 안에 담긴 내용에 대해서도 묻고 보니 관심이 갔다.책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가 서울에 올라와 한참 있다가 이 두 권짜리 역사서를 샀다. 제대로 읽지는 않았다. 읽겠다,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러다 시사 잡지사에 다니는 기자로부터 다시 이분 이야기를 들었다. 무슨 얘기 끝에 이분 인터뷰를 한 적 있노라 했다. 이야기 끝에 이분이 지금 내 고향이기도 한 도시에 살고 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전화번호를 얻어 놓고 며칠을 망설이다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 뵈러 가는 길에 들러보자는 심산이었다.약속한 날이 닥쳐 나는 괜히 만나기로 했나 했다. 쭈뼛쭈뼛 차마 내키지 않는 발걸음으로 약속한 집을 찾아가기는 갔다.이분은 원룸 빌딩에 혼자 거처하고 있었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나는 이분의 처소에 덕지덕지 묻어 있는 고독의 냄새를 질리도록 맡았다.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이분의 '1.5 룸'의 집기들은 아직도 제자리를 찾지 못한 상태. 주방 겸 거실의 책장에는 온갖 언어로 된 외국책들이 어지럽게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아랍어, 티베트어, 러시아어, 몽골어, 만주어, 튀르키에어…. 중국어책, 일본어책은 명함 내밀기도 어려운 판이었다.따져보니, 우리는 불과 두 학번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나온 학교가 같은 것도 알고 있었다. 강한 영남 사투리가 금세 귀에 시끄럽지 않아졌다. 우리는 역사 이야기를 하다 말고 금방 옛날 학창시절 이야기로 돌아가 버렸다. 하숙집, 자취방 이야기가 나오자 우리는 마치 한 집 한 방에 기거하는 옛날의 학생들 같았다.도대체

  • [윤상철 칼럼] 국민들의 선택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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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상철 칼럼] 국민들의 선택 기준? 지면기사

    자본가 집단·고령층일수록 우파노동자·영세자영업자 좌파 지지사회구조 다양화로 정체성도 분화국민정당 지향하는 방향으로 진화총선, 대선과 매우 다른 모습 보여국회의원 총선이 끝났다. 선거결과에 따라 이후 한두달의 정국이 더 요동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선택기준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매우 혼란스럽다. 그 선택이 결과를 예측하면서 혹은 기대하면서 이루어졌는지, 아니면 스스로를 표출하기 위한 행위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혹자는 정권심판적 선거였다고 말하지만 그렇다고 대안적 선택이 무엇인지는 더더욱 오리무중이다.유권자는 어떤 후보자나 정당을 왜 지지할까? 후보자 개인의 특성이 지지선택의 이유일까? 범죄 경력이 많거나, 저품격의 막말을 일삼거나, 금융비리에 관련되어 있는 사람들도 다수 당선되고 뛰어난 학벌, 화려한 경력, 그리고 훌륭한 품성의 엘리트들도 낙선하는 양상을 보면 후보자 개인의 특성이 결정적 기준은 아니다. 포퓰리즘을 앞세운 정책적 실패를 거듭했을뿐만 아니라 각종 비리로 기소되고 재판중인 당대표를 방탄하는 게 전부인 정당을 지지하는 모습이나 서투른 국가운영이나 사소한 비리가 드러났지만 국가행정의 정상화를 추구하는 정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모습을 보면, 정당의 특성 또한 결정적 기준은 아닌 듯싶다. 그렇다면 국민들은 후보자 개인이나 정당을 판단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이 부재하거나 그 판단기준이 기형적인 도덕성과 정치성향에 근거한다고 볼 수 있을까? 흔히 말하듯 국민들의 판단기준을 전적으로 바르다고 판단하는 정치인들의 가식적 발언에 동의하기도 어렵지만 민주주의체제 하에서 국가의 파국 역시 국민 선택의 결과라는 사례들을 보면 반박하기도 쉽지 않다.국민들의 선택동기를 살펴보자. 정치의 기능 혹은 본질이 경제적 자원의 재분배에 있는 만큼 정치인·정당 선택은 스스로에게 더 유리한 자원분배를 해줄 것으로 기대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자본가 집단이나 부유한 상층, 고위 전문직 중산층, 고령층일수록 자본주의체제의 보수적인 우파정당을 지지하고 노동자 농민 집단이나 사회적 하층, 영세 자영업

  • [전호근 칼럼] 상명통(喪明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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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호근 칼럼] 상명통(喪明痛) 지면기사

    304명 희생된 '세월호 참사' 10주기이후 벌어진 온갖 비인간적인 일들지금까지도 지울 수 없는 상처 남아자식 잃은 슬픔에 눈 안보이는 아픔시간 멈춘 유가족 마음 헤아려 본다에둘러 말하지 않겠다. 오늘은 세월호 참사 10주기다. 꼭 10년 전 이날 일어난 참사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을 포함하여 모두 304명의 귀중한 생명이 희생되었다. 사고 자체의 비극성뿐 아니라 참사 이후 이 나라에서 벌어진 온갖 비인간적인 일들은 유가족을 비롯한 온 국민들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 놓았고 지금까지도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아 있다. 돌이켜보면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내 기억 속 4·16도 그날 아침 다음의 보도를 접하면서 시작한다."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은 전원 구조되었고 사망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철렁했던 가슴이 진정되는가 싶었지만 얼마 안가 오보라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사고 후 선장과 승무원들이 먼저 탈출했고, 구조가 시작되었지만, 정부의 무능과 안이한 대처로 '가만히 있으라'는 말에 따라 선실에 머물러 있던 학생들은 대부분 차가운 물 속에서 목숨을 잃고 말았다. 이후 정부는 진상을 은폐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로 일관하다가 급기야 애도와 추모를 방해하는가 하면 심지어 국가 기관을 동원하여 유가족을 사찰하는 등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만행을 저질렀다. 기운 건 세월호만이 아니었던 것이다.막말과 패륜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사고 당일 현장에 가서 실종자 가족들이 있는 곳에서 라면을 먹은 교육부 장관을 비롯하여 정부의 기본 입장은 교통사고에 지나지 않는다는 막말, 구조헬기를 구조에 이용하지 않고 경찰 간부를 실어 나르느라 소중한 생명을 잃은 일, 발견된 유해를 유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은폐한 일, 국가배상금을 둘러싼 저급한 왈가왈부, 단식하는 유가족 앞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조롱하던 패륜의 무리, 국가의 책임을 회피하고 사건의 진실이나 실체를 가리고 은폐하려고만 들던 정부까지, 온통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넘쳐났다.옛날에 세종 임금이 신하들에게 "부모 돌아가신 것과 자식 잃은 것

  • [윤인수 칼럼] 기권 없는 투표로 3류정치 감당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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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인수 칼럼] 기권 없는 투표로 3류정치 감당해야 지면기사

    與 힘 실어주면 정권 불통·독주 날개 달수도野 찍자니 범법 혐의 받는 사람 비호하는 꼴'정권심판' vs '야당심판' 잔혹한 밸런스게임높은 투표율로… 현명한 국민이 대답할 차례'착하지만 무능력 vs 악마지만 똑똑.' MZ세대들이 즐기는 밸런스게임에 자주 나오는 질문이란다. 게임이 아니면 금방 답하기 힘든 묵직한 질문이다. 밸런스게임은 어떤 선택을 해도 웃고 넘기는 오락성이 미덕이다. 극단적으로 대칭적인 질문 자체가 가정이니, 답도 심각하게 고민할 이유가 없어 가능한 게임이다. 같은 질문이 실제 상황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선택의 양상은 복잡하고 다양해진다. 단숨에 선택하거나 고민하며 선택을 미루는 사람들이 있을 테고 아예 선택을 포기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내일이 22대 국회의원선거일이다. 지난주 사전투표한 31.3%를 제외한 남은 유권자들이 본투표에 나선다. 유권자에게 이번 총선은 역대급 밸런스게임이다. 선택지는 '정권심판 vs 야당심판'이다. 심판이 주제이니 정당들의 선거 캠페인엔 상대의 죄명과 혐의가 빼곡하다. 야당은 여당이 승리하면 무능한 정권이 나라를 망칠 거라 주장한다. 여당은 야당이 승리하면 법적 도덕적 파산자들이 국민을 지배할 것이라 반격한다. 여야의 주장대로라면 여당이 이기면 나라가 망하고, 야당이 승리하면 국민이 망한다. 국민이 어떤 선택을 해도 대한민국은 망한다니 연역의 결론이 황당하다.민주주의는 보수와 진보라는 두 수레바퀴로 굴러가고 좌익과 우익 두 날개로 비행한다. 바퀴 하나가 고장나면 수레는 좌우로 제자리를 맴돌고, 한쪽 날개가 상하면 좌우로 한없이 선회한다. 크기와 강도가 다른 두 바퀴 보다 부실해도 크기가 비슷한 두 바퀴가 낫다. 그래야 느리게나마 수레를 굴릴 수 있다. 국민은 역대 선거에서 정교하진 않아도 수레를 굴릴 수 있는 정도로 바퀴의 크기를 엇비슷하게 조율해왔다. 지난 총선에서 두 바퀴의 균형이 깨지자 대선에서 부실한 바퀴를 보강해주는 지혜를 발휘한 유권자들이다.본투표를 하루 앞둔 유권자들의 고민이 깊을 것이다. 여당을 지지하자니 정권의 무능을 용

  • [이재우 칼럼] 위태로운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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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우 칼럼] 위태로운 미래 지면기사

    교육부, 대대적으로 무전공제 확대입학생들 2년동안 교양과목만 수강정부, 올해 R&D 예산 14.7% 삭감연구의지 꺾어 기초학문 붕괴 가속미래세대 미래 빼앗을 권리 있을까교육부의 전공 선택권 확대 정책, 정부 R&D 예산 대폭 삭감은 기초학문의 몰락을 심화시키고 있다. 대학교에서 기초학문은 자연과학대학, 문과대학, 사회과학대학 등에 산재해 있는 다양한 학문을 말한다. 예를 들어 자연과학대학의 물리학과, 문과대학의 철학과, 사회과학대학의 경제학 등은 대표적인 기초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1990년대에 대학교 및 학과 평가가 진행되면서 학부제가 대대적으로 확대되었다. 입학생의 전공 선택권을 확대하자는 취지로 학부제를 시행하였지만, 부침을 겪었다가 대부분 학과제로 되돌아갔다. 최근에 교육부는 다시 무전공제를 대대적으로 확대하려고 한다.학부제나 무전공제는 대학교 1·2학년을 마치고 학생들이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는 제도이다. 무전공제는 학생들이 1~2년 동안 전공 없이 교양 위주의 공부를 하면서 자신의 전공을 결정하는 제도이다. 교육부는 대학혁신지원사업이란 명목으로 전국 대학 정원의 약 30% 정도를 무전공으로 뽑으면 정부예산 약 1조원을 각 대학에 지원한다고 한다. 한 대학당 약 75억원이 넘는 국고가 지원되기 때문에 사립대학은 이 돈을 따기 위해서 무전공 확대에 목을 매고 있다. 15년 동안 대학등록금 동결, 입학 정원 축소, 물가상승 때문에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사립대학은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다. 무전공 확대는 대학의 자율적인 선택이라고 말하지만, 사립대학은 울며 겨자 먹기로 무전공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 무전공의 확대는 전자공학, 컴퓨터 공학, 인공지능, 반도체, 경영 등의 인기 학과로 학생 쏠림을 유발한다. 사실 무전공제는 거의 2년 정도의 시간을 허비하는 제도이다. 입학생들은 2년 동안 전공 없이 가벼운 교양 과목만 수강하게 되어 전공 지식이 부족한 교양인을 양성한다. 융합학과 역시 공대 위주의 교양인을 양성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공과대학은 여러 정부 부처의 인력 양성사업과 기업체

  • [박석무 칼럼] 다산 선생의 묘제(墓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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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석무 칼럼] 다산 선생의 묘제(墓祭) 지면기사

    후손들과 무관·선생 학문과 사상탁월한 경세가 애민정신 숭앙하는후학들 모여 올리는 '특별한 제사'공정·청렴하지 않은 공직자 많아묘소앞에서 '공렴' 배워 실천해야계절은 사람을 속이지 않는다. 4월 봄이 오자, 산야에는 복사꽃이 만발했다. 해마다 피어나는 복사꽃, 그 꽃이 피면 우리는 다산 선생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1836년 음력 2월22일(양력 4월7일), 복숭아꽃이 만발한 그 날 선생은 75세를 일기로 이승을 하직하고 말았다. 그러니 오는 7일은 선생이 세상을 떠난 188주년의 기일(忌日)이다. 선생은 15세의 4월7일, 16세의 홍씨부인과 결혼식을 올렸다. 그로부터 60년이 지난 75세의 4월7일은 선생이 회혼(回婚)을 맞는 날이었다. 회혼례를 치르려고 가족·친척·제자들이 모여들던 그 날 아침 8시쯤 눈을 감았으니 회혼례의 음식들은 제수(祭需)로 변했다.결혼 60주년을 맞은 선생은 깊은 감회에 잠기지 않을 수 없었다. 병고에 시달리며 죽음을 기다리던 선생, 그 3일 전인 4월4일, 몽롱하던 정신이 총총하게 돌아와 '회근시(回근詩)'라는 제목으로 시 한 수를 읊었다. "60년 풍상의 세월 눈 깜짝할 사이 흘러가/복사꽃 활짝 핀 봄 결혼하던 그해 같네/살아 이별 죽어 이별이 늙음 재촉했으나/슬픔 짧고 기쁨 길었으니 임금님 은혜 감사해라…." 500권 이상의 방대한 저서를 남긴 대학자가 죽기 3일 전에 읊은 시의 한 구절이다. 말하자면 선생의 절필(絶筆)시였다. 결혼하던 무렵에 피었던 복사꽃, 죽음에 임박한 그때에도 복사꽃은 만발했다. 꽃대궐 속에서 다산은 운명했다. 그러면서 그의 인생을 정리한 한 대목은 참으로 멋지다. '슬픔 짧고 기쁨 길었으니 임금님 은혜 감사해라(戚短歡長感主恩)'라는 표현에서 긍정적인 일생으로 평가했으니, 그의 인생관은 또 얼마나 크고 넓은 관대한 삶이었던가.두 번이나 감옥에 갇혀 국문을 받느라 죽음 직전의 고통에 시달렸고, 모략 중상에 걸려 18년의 긴 유배 생활로 찌든 삶을 살았건만, 슬픔은 짧고 기쁨은 긴 인생이었다니, '유림의 대업(儒林大業)'을

  • [김헌수 칼럼] 오는 총선에 딥페이크나 생성형 AI 등의 대비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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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헌수 칼럼] 오는 총선에 딥페이크나 생성형 AI 등의 대비책은 지면기사

    전문가도 식별하기 힘들게 발전선거에 악용되면 중차대한 범죄유권자 판단 악영향… 결과 왜곡SW공급망·모바일 기기·IoT 등사이버공격·해킹 막을 대책 필요올해는 우리나라를 비롯 세계 여러 곳에서도 주요 선거가 예정된 가운데 구글, 메타, 틱톡, 애플, MS 등 세계적인 테크들이 '생성형 AI(인공지능)'를 활용한 '딥페이크' 확산을 막기 위해 사용 제한에 주의를 기울이고, 국내 주요 포털에서도 이에 대한 대비책을 준비하고 있다. AI로 만들어진 이미지에 태그를 붙이거나 AI가 생성한 콘텐츠를 자동 감시하는 대응책을 개발하는 등의 여러 조치도 취하고 있으나 해외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들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손도 거의 못대고 있는 실정이다.딥페이크(deepfake)란,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과 가짜(fake)를 합친 용어로, 영상이나 사진 등의 매체를 통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은 상황이나 말을 만들어 내는 기술을 가리킨다. 이는 일반적으로 인물의 얼굴을 합성하여 다른 사람으로 보이게 하거나, 원래 없던 상황을 만들어내는 등의 조작기술도 의미하며, 유권자의 판단력을 혼란스럽게 함으로써 개인 정체성을 왜곡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 이 기술은 전문가도 쉬이 식별하기 힘든 수준까지 발전했으며, 총선에 악용된다면 민주주의의 중차대한 범죄로 전환될 가능성이 농후하다.지난 총선에선 사전투표에서 부정선거에 대한 이의제기를 한 사례가 있었으나, 오는 총선에선 후보자나 지인이 경쟁 후보자에 대해 가짜뉴스인 딥페이크를 숏폼으로 SNS에 전파하는 데에 우려스러움도 있다. 연초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딥페이크를 활용한 선거운동은 더 이상 금지되었지만, 유권자가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이 영역의 어딘가를 거짓으로 만든다면, 후보자의 정체성이 침해돼 유권자의 판단에 악영향을 미쳐 결과적으로 왜곡시킬 수도 있다.총선에 생성형 AI에 대한 염려스러움과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아보자. 인공지능의 한 분야인 생성형 AI는 주어진 데이터를 학습하여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하고 평가하는 능력을 갖춘 시스템으로 심

  • [방민호 칼럼] 다투기만 하기에는 너무 좋은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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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민호 칼럼] 다투기만 하기에는 너무 좋은 봄날이다 지면기사

    오늘날 정치 시민들이 원하는 방향정확히 대변하거나 국가 전달보다정치인의 논리·이익추구 경향 강해선출된 의원 싸운만큼 대변 안해줘'아름다운 봄' 모두가 평온해 보자외할아버지는 만년 야당이셨다고 했다. 매일같이 '동아일보'가 배달되었다.내 고향은 예산 하고도 북문리, 교통 편이 마땅찮은 그곳에는 우체부가 하루하루 신문을 배달해 주어야 했다. 우표를 붙인 띠를 두른 신문이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하기는 이런 신문 배달은 우리 대학 다닐 때까지 있었다. 친구네 학교 학보가 배달해 오기를 기다리던 때가 엊그제다.외할아버지는 부지런한 분이셨는데, 세상에는 늘 불만이 많으셨던 것 같다. 해방 되고 나서 면장도 지내신 적 있으셨다는데, 언제인지는 확실치 않고, 6·25 전쟁 때는 인민군, 좌익을 피해 외할머니 친정 쪽으로 피신을 하시기도 했단다. 만년 야당이라는 것과 6·25 때 피신을 하셨다는 것이 어느 때까지 잘 연결이 안 되어 내 딴에는 애를 먹기도 했다.외할아버지는 우리 어머니를 포함하여 자녀를 5녀 1남을 두셨다. 외숙모가 예산 분이셨는데, 외숙모의 부친, 그러니까 우리 외할아버지 사돈되시는 어른은 여당이라셨다던가? 두 분이 다 바둑을 좋아하셔서 자주 북문리에 오셨다는데, 정치 이야기 끝에 다툼이 일어 일어나 가시곤 했단다.아버지는 옛날 여당이셨고, 나는 늘 야당이었는데, 내 형제들, 그러니까 두 동생은 또 하나는 여당, 하나는 야당이었다. 아버지가 대장암 투병 끝에 돌아가신 지 지금 일 년 하고 딱 두 달이 되었는데, 그 사이에, 홀로 남으신 어머니와 나, 그리고 두 동생의 정치색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여기서 굳이 밝히지 않으련다. 아무튼 아버지가 아프시기 시작한 그 언저리부터 지금까지의 그 사이에 어떤 변화들이 있었던 것만큼은 틀림없다.며칠 꽃샘추위였던 듯, 한 주가 시작되는 오늘은 날이 활짝 갰다. 꽃나무들이 흰 꽃봉오리를 다투어 내밀고 있다. 철이 바뀌었다고들 한다. 꽃은 다 피었을 때보다 피려 할 때가 더 아름답다 했다.투표 날이 가까워지면서 신문도, 뉴스도, 유튜브도 뜨겁게 달궈지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