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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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처럼 지면기사
'미투'로 세상이 바뀌고 있는데 난 무엇을 해야하나"아침은 오고 말 것"이라며 분연히 일어설때 아닌가'시대'에 앞장 설 수 없는가… 강주룡·윤동주詩처럼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걸출한 여성 노동운동가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강주룡(1901~1932)을 들겠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평양 평원고무농장에서 일하던 강주룡은 1931년 5월 을밀대 지붕 위에 올랐다. 12m 높이였다. 사다리도 없이 긴 광목을 던져 잡고 올랐다. 평양에서 가장 높으면서도 사람이 많이 지나는 곳이었다. 열악한 노동 현실 속에서도 쥐꼬리 임금마저 일방적으로 깎았던 일제의 공장주를 소리 높여 고발했다. 한반도 첫 고공농성의 순간이었다. 9시간 반 만에 경찰에 붙잡혀 옥에 갇힌 강주룡은 단식투쟁을 벌였다. 풀려났다가 또다시 잡혀 들어갔다. 또 단식투쟁이었다. 임금삭감을 철회하지 않으면 굶어 죽겠다고 버텼다. 공장은 강주룡의 얘기를 듣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동료들은 임금이 원상 회복되었으나 풀려난 강주룡은 그 이듬해 8월 평양의 빈민굴에서 서른한 살 젊디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밥을 굶으면서 옥고를 치르느라 얻은 병 때문이었다. 자신의 생명을 바쳐 동료 여성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한 첫 노동 운동가 강주룡을 당시 신문은 '을밀대의 옥상녀'라 표현했다.온 나라가 '미투(#Mee Too·나도 당했다)'에 휩싸여 있다. '안희정 사태'가 그 정점에 섰다. 시중의 이야깃거리로는 남북정상회담 얘기마저 압도하고 있다. '미투'가 처음 시작된 할리우드에서는 이제 '타임스 업(Time's Up·한 시대가 끝났다)' 운동이 일고 있다 한다. 우리 역시 '미투'를 넘어 '새 시대 운동'으로 갈 태세다. 무엇인가에 눌려 말 못하던 이들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거기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뒤에 서서 팔짱을 낀 채 말로 하는 것과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에는 크나큰 차이가 있다. 이제는 남자들도 '미투'에 나설지 모른다. 조직의 눈치를 보느라, 가족의 부양 책임감에, 참았던 각종 부조리를 고발하는 남자들이 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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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용기를 주는 아름다운 빛 지면기사
사회 어두운 곳 비추고 용기있게 진실 밝히며부정에 맞서는 '나홀로 등대지기들' 점점 늘어'미투'가 힘얻고 사회적 약자들 용기·위안 얻어등대는 오래전부터 어둡고 적막한 바다를 운항하는 선원들에게 배의 위치, 위험한 해안선, 험난한 여울과 암초, 항구의 안전한 입구 등을 알려주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 등대에는 반드시 갖춰야 할 두 가지 조건이 있는 데 어떤 조건에서도 식별이 쉬워야 하고, 다른 등대와 뚜렷하게 구별돼야 한다. 이런 이유로 각국 정부는 등대마다 등의 색과 일정한 시간 빛의 깜박이는 횟수로 고유의 표시방식을 부여하고 있다. 이 표시방식은 국제항로표지협회(IALA)에서 고시해 국제적으로 통용된다. 요즘은 위성장치인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를 이용해 위치정보를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도 등대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상황에 따라 등대의 아날로그 방식이 GPS 같은 전자장비보다 훨씬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인천 앞바다에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인 '팔미도 등대'의 등질(빛의 특성)은 백섬광으로 10초 1섬광(FI W 10s)으로 표시한다. 동해안 최북단 통일전망대와 금강산이 가까운 곳에 있는 '대진 등대'는 백섬광 12초 1섬광(FI W 12s)이다. 무슨 얘긴가 하면 팔미도와 대진 등대에서 비추어지는 빛은 밝은 흰색으로 각각 10초에 한 번, 12초에 한 번씩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한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일정한 속도로 거울 반사판이 등 주위를 360도 회전하면서 빛을 반사하는 것인데 보는 쪽에서는 등대 불빛이 일정한 속도에 맞춰 깜박이는 것처럼 보인다. '속초 등대'는 백섬광 45초 4섬광(FI(4)W 45s), 울산시 '화암추 등대'는 백홍호섬광 20초 1섬광(AI FIWR 20s)으로 표시되는데 각각 45초에 4번, 20초에 한 번씩 빛을 반짝인다. 백홍호섬광은 흰색과 빨간색 양면렌즈가 20초마다 두 가지 불빛을 발하는 것으로 '주변에 암초나 위험물이 많으니 조심하라'는 뜻이다.등대마다 중복되지 않게 고유의 표시방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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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미투'·'위드유', '제3의 사회민주화운동' 지면기사
잘못된 상황과 제도 '일그러진 권력'의 또다른 버전권력자들 성폭력 반드시 척결해야 할 '불평등 문제'공정사회 지향한다는 의미로 '촛불'과 같은 힘 지녀지금 한국사회의 화두는 단연 '미투(ME TOO·성범죄 피해 사실 폭로)'와 '위드유(WITH YOU·미투운동 지지)' 운동이다.서지현 검사와 함께 '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임은정 검사는 검찰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서 '루시퍼 이펙트'에 나오는 한 구절을 첨부했다. "시스템은 한 개인의 반대를 착각으로, 두 사람의 반대를 감응성 정신병으로 매도할 수 있지만, 세 사람이 같은 편에 서면 함부로 하기 어려운 힘이 있다."'루시퍼 이펙트'(웅진지식하우스, 2007)는 미국의 유명한 심리학자인 필림 짐바르도 교수가 지난 1971년 스탠퍼드 교도소에서 충격적인 실험을 한 뒤 무려 35년 후에 쓴 책이다. 그는 잘못된 상황과 제도가 사람을 악(惡)하게 만드는 현상을 '루시퍼 이펙트'라고 명명했다. '잘못된 상황과 제도'를 주목한다면, 임 검사가 '루시퍼 이펙트'를 꺼내든 것은 인용 구절 자체의 함의를 뛰어넘는 힘이 있다.'잘못된 상황과 제도'는 바로 '일그러진 권력'의 또 다른 버전이다. '미투' 운동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성폭력 가해자들은 하나같이 그 조직이나 분야의 권력자들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지난주 20~50대 성인남녀 1천6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미투·위드유' 운동과 관련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71.6%가 성폭력의 본질적 문제로 '권력관계'를 꼽은 것은 당연하다. 성차별(남녀관계)을 선택한 응답자는 28.4%이었다. 가해자들은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성적 폭력을 가했다. 권력과 성 그리고 하급자 위치의 여성이라는 삼중 기재에 묶인 피해자들은 고통 속에서 숨죽이며 살아왔다. 우리 사회의 낮은 인권의식과 성폭력 불감증은 피해자들을 더욱 옭아맸고, 권력자들의 상습적인 성폭력과 이를 묵인해 온 우리 사회의 오랜 관행을 고발하는 데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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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ICT강국, 올림픽을 이끌다 지면기사
다운로드 속도 LTE보다 20~1천배 빠른 '5G'100대 카메라 180도 촬영 '타임슬라이스' 눈길싱크뷰, 초고화질 영상 실시간 전송 생동감 줘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겨울철 스포츠 축제다. 평창 동계올림픽에는 총 92개국에서 2천925명의 선수가 참가해 실력을 겨뤘다. 하지만 이번 동계올림픽에 선수 못지 않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있는데, 바로 한국의 정보통신 기술이다. 외신들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최초로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을 선보인 정보통신기술(ICT)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우리나라 통신업체는 평창동계올림픽 통신부문 공식 파트너사로 참가해 대회통신망 구축과 운용을 맡았다.한국은 이번 올림픽을 '첨단 ICT 올림픽'으로 치르겠다고 일찌감치 예고했다. 5G 이동통신 기술을 선보였고 UHD(초고화질화면) 방송으로 경기를 중계하고 있다. 대회장 주변 곳곳에는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IT서비스 체험관을 열어 외국 관람객들한테 호평을 받았다.5G는 최대 다운로드 속도가 20Gbps로 현재 LTE 속도보다 20~1천배 빠르다. 데이터 지연시간도 0.01초(10ms)에서 0.001초(1ms)로 줄었다. 결론적으로 5G는 LTE보다 전송속도가 20배 빨라지고 지연시간이 10분의 1로 줄어들어 연결 가능한 디바이스가 10배 증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올림픽 경기장에선 5G 기술이 곳곳에서 빛을 냈다. 초대용량 라이브 전송기술 기반의 옴니뷰를 비롯해 타임슬라이스, 싱크뷰 등 '5G 실감형 서비스'를 봅슬레이,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 크로스컨트리에서 자유롭게 선보였다. 특히 이들 종목에선 '타임슬라이스'라는 새로운 중계 기법이 도입돼 눈길을 끌었다. 타임슬라이스는 100대의 카메라가 180도 각도에서 동시에 촬영해 경기 장면을 보다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고 하니 놀라울 정도다. 물론 경기장을 둘러싼 100대의 카메라로 동시에 촬영한 고화질 이미지를 전송하려면 5G 통신이 필수적이다.싱크뷰는 초소형 카메라에 통신 모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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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MeToo 운동' 그 이후 주목할 것들 지면기사
검찰·문학·영화·연극계 등 전방위로 확산가해자 단죄위해선 '명예훼손죄 개정' 필요'#With You' 되도록 법·제도정비 뒤따라야지난 해 10월 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 '킹스 스피치', '시카고' 등 명작들을 만든 미 할리우드의 유명 제작자이자 영화감독인 하비 와인스타인(Harvey Weinstein)이 여배우 등을 상대로 수십 년 간 성추행과 성폭력을 벌였다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시작된 '#MeToo 운동'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행과 성폭력이 폭로되자 미 배우 앨리사 밀라노(Alyssa Milano)는 트위터에서 '#MeToo'운동을 제안했고, 안젤리나 졸리, 기네스 펠트로 등의 유명 배우들이 동참하면서 영화계를 넘어 언론, IT, 스포츠, 정·재계 등을 뒤흔들며 전 세계로 퍼졌다.지난 1월 29일 창원지검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는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나는 소망합니다'란 제목으로 법무부 검찰국장이었던 안태근 전 검사에 의해 "장례식장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취지의 글을 작성하면서 대한민국판 '#MeToo' 운동이 촉발됐다.대검찰청은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 회복을 위한 조사단'을 발족, 이번 주 초 안태근 전 국장 소환을 예고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앞서 지난 12일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소속 김 모 부장검사를 긴급 체포한 데 이어 15일 밤 구속했다.지난해 12월 발행된 '황해문화'에 발표된 시인 최영미의 시 '괴물'도 뒤늦게 재조명되고 있다. 문단의 원로 시인이 성폭력을 일삼고 있다는 내용이 폭로됐고, 최 시인은 지난 17일 SNS에 "1992년 등단 이후 제가 원하지 않는 신체적 접촉을 했던 남자는 네 명이다, 민족문학작가회의와 가까운 문인들"이라고 추가 폭로했다.영화계에선 유지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전 프로그래머가 "영화제 전 고위 간부를 지낸 원로 영화인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백했다.연극계에선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가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10여년 전 지방 공연 때 겪었던 일을 공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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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참 오랫동안 기다린 봄 지면기사
문대통령-김여정 만남 전 세계가 깜짝한반도 전쟁위기 끔찍한 상황보다 좋아평화의 싹 트는 봄바람 불었으면 좋겠다봄이 오려나 보다. 그렇게 지독한 추위가 이어지더니 어느덧 봄 기운이 느껴진다. 제대로 봄이 오려면 아직도 몇 번은 찬 바람을 견뎌야 하겠지만, 지난달부터 내내 이어졌던 것같은 매서운 동장군은 이제 거의 물러가지 않았나 싶다. 벌써 몇몇 곳에서는 봄 소식이나 다름없는 '고로쇠 축제' 준비를 한다고 하니 봄이 코 앞인 것은 틀림이 없다.누가 그랬을까. 혹독한 겨울이 있기에 봄이 더 반갑다고. 아마도 추운 겨울만 이어지거나, 더운 여름만 이어지거나, 혹은 살기 좋다는 봄이나 가을 날씨라도 1년 내내 이어진다면 무언가를 기다리는 재미는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정신건강 측면에서도 연중 춥거나 연중 더운 지역에 사는 것이 별로 좋지 않다고 하니 맞는 말이겠다. 어쨌든 그렇게 혹한을 지내고 맞는 봄은 더 반갑고도 반갑다.지독한 추위 뒤에 오는 봄은 신기할 만큼 때를 딱 맞춰 남북관계에도 찾아왔다. 당장이라도 미사일이 날아가고 전쟁이 날 것처럼 찬바람이 몰아치더니, 갑자기 훅 하고 훈풍이 불어왔다. 급기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했다는 깜짝 놀랄 소식까지 전해졌다. 앞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인천공항에 비행기를 내려 입국하는 모습도 놀랍기는 마찬가지였다. 너무도 갑자기 찾아온 봄 바람이어서 한편으로는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문득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봄이 찾아오게 됐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때가 돼서 봄이 온 것일까? 천만에 말씀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한 북한의 신뢰가 없었다면 꿈도 못 꿀 일이다.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기는 했지만, 결국 지난 시간 동안 북한과 차곡차곡 쌓아놓은 과정이 있었기에 이처럼 봄이 찾아올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거기에 북한의 전략적인 계산과 국제 정세가 더해졌기는 하겠지만, 어쨌든 이번 훈풍이 그냥 찾아온 게 아니라는 것은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남쪽을 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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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e-나라도움 하십니까? 지면기사
기재부 운영 '국가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문화예술인 "지원 받기 너무 어렵다" 불만개통 1년 혼란 여전… 도움 안돼 "폐지를"처음 만나 어색할때 가볍게 화제를 모을수 있는 대화거리가 '날씨'다. 날씨는 어느 누굴 만나건 한 공간내 공통된 조건이고, 큰 이견차가 없기에 동질감을 느낄수 있는 화제로 딱이다. 모두에게 동질감을 갖게할수 있는 대화거릴 찾긴 쉽지 않다. 저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르고, 사안을 느끼는 온도차가 다르기 때문이다.그런 관점에서 봤을때 요즘 문화예술계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선 대동단결하는 모양새다. 바로 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 'e나라도움'이다. 출입처나 업계 관계자들을 만날때면 으레 '오늘은 뭘로 얘길 풀어가나'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러나 요즘은 '안녕하세요?' 인사하듯 'e나라도움하세요?'라고 첫마디를 시작하면 술술 얘기가 전개돼 이슈거리에 대한 고민이 줄었다. 열이면 열 모두 짜놓은 듯 한목소리로 주제거리에 화답한다. 공통된 대답은 "어렵고, 힘들다.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 누굴위한 것이냐."지난해 1월 (1차)개통한 e나라도움은 간단히 말해 '국가보조금을 단 1원이라도 지원받는다'면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이다. 더 정확히 말해 운영부처(기재부)가 공식 정의한 개념은 '국고보조금의 예산 편성·교부·집행·정산 등 보조금 처리의 모든 과정을 자동화, 정보화해 통합적으로 관리함으로써 보조금이 꼭 필요한 국민들에게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가 운영하는 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모든 국가보조금 사업에 국민의 세금을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시스템인 것이다.시스템의 시작은 지난정부 시절인 지난 2014년 12월,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종합대책을 마련하면서 그 핵심과제로 e나라도움을 구축하기로 결정한 것이 첫걸음이었다. 이후 2015년 10월 기획재정부 내 '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구축추진단'이 설치됐고, 이듬해인 2016년 12월 e나라도움 구축과 운영의 근거를 마련한 '보조금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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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좀 오래 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면기사
지방선거 앞두고 후보자 서로 잘났다고 야단국민위해 결정적 순간 희생할 각오 돼 있는지"정치판에 방해"… 떠나려는자 오히려 잡아야 "좀 오래 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100년 동안 영국인들의 가슴을 적셔 온 희생정신의 상징 언어다. 주인공은 로렌스 티투스 오츠(1880~1912). 오츠는 영국인들의 우상이 된 로버트 스콧(1868~1912)의 남극 탐험대원이었다. 로버트 스콧 탐험대는 비록 노르웨이 출신의 로알드 아문센보다 1개월 정도 늦게 남극 극점에 도달하는 바람에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었지만 영국인들에게는 이미 국가적 영웅이었다. 첫 남극 도달의 영예는 아문센이 가져갔지만 국민적 위상에서는 스콧이 뒤지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귀환하지 못하고 최후를 맞은 스콧 탐험대의 '영국 신사도적 마지막 모습'에 있었다. 미국도 1950년대 이후 남극 극점에 기지를 구축해 놓고 있는데, 그 이름이 아문센-스콧 기지다.스콧 탐험대에서 말 관리를 맡았던 오츠는 남극점 도달 이후 귀환과정에서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 동료들한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지경이었다. 강력한 폭풍설에 휘말려 대원 모두가 위태로웠다. 오츠는 스콧 탐험대의 귀환에 자신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동료들을 위해 스스로 희생해야 한다고 작정했다. 탐험 대장인 스콧에게 말했다. "잠시 바깥에 나갔다 오겠습니다. 좀 오래 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오츠의 이 마지막 말은 스콧의 일기에 적혀 있었기에 세상에 알려졌다. 스콧 일행도 끝내 귀환하지 못하고 남극에서 생을 마쳤다. 안전장소에서 불과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에서였다.영국 국민들은 오츠가 스스로 탐험대에서 벗어나 목숨을 버림으로써 탐험대를 살리려 한 그 숭고한 희생정신에 감동했다. 그러면서 그 마지막 말에 담긴,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조심스러움에 눈물을 흘렸다. "나는 틀렸으니 먼저들 가세요"라고 한 것도 아니고, 자신이 잠시 바깥에 나갔다 올 터인데 좀 오래 걸릴지도 모르니 기다리지 말고 떠나라는 말이었다. 코끝이 찡하다. 우리는 어느 조직에 있든지 간에, 나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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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제사와 상투 지면기사
허생원 시절 양반같이 돈에 집착 불법 저질러역대 권력자 깨끗한 임기 마무리 약속했지만의지·실천없어 우리사회 병폐 나아지지 않아'한양 부자 변 씨에게 일만 냥을 빌린 허 생원, 과일과 말총 장사로 큰돈을 벌어 무인도를 사다.'17세기 후반 조선 팔도를 뜨겁게 달군 희대의 경제사건이 벌어졌다. 무일푼으로 끼니조차 잇지 못하던 생원 한 명이 단시간 내 100만 냥을 벌어 도적무리를 교화해 먹거리와 살 곳을 마련해주고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했다는 얘기가 전국적인 이슈로 떠올랐다.조선 후기 부(富)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허 생원의 일화는 대략 이렇다. 가난한 살림에 글만 읽던 허 생원은 어느 날 돈을 벌어 오라는 부인의 핀잔을 듣고 한양 최고 부자인 변 씨에게 만 냥을 빌린다. 그는 경기도 안성으로 내려가 모든 종류의 과일을 모조리 사들였다. 그러자 과일이 없어 제사를 지내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 이때 허 생원은 갖고 있던 과일을 시장에 내다 팔고 목돈을 쥐게 된다. 허 생원은 이 돈을 들고 제주도로 가서 말총(선비들의 상투에 쓰는 망건의 재료. 말의 목에 있는 갈기나 꼬리에 있는 털)을 모두 사들였다. 그는 상투를 틀지 못한 선비들에게 말총을 비싸게 팔아 또 한 번 큰돈을 번다.허 생원은 그렇게 번 돈으로 섬 하나를 산다. 그는 도적들을 찾아가 소 한 마리와 여자 한 명을 데리고 와서 자신이 사들인 섬에서 살자고 제안한다. 그렇게 온 나라의 도적들이 섬으로 들어가자 나라가 조용하고 평화로워졌다. 이곳에서 도적들과 3년간 농사를 짓던 허 생원은 지금 일본의 나가사키(長崎)에 흉년이 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동안 거둔 곡식을 팔아 백만 냥을 벌었다. 그는 이 돈으로 가난한 자들을 구제하고 변 씨에게 빌린 돈의 열 배인 십만 냥을 갚는다. 연암 박지원의 한문 소설인 '허생전(許生傳)'의 한 대목을 살짝 각색해봤다.허 생원은 '사재기'와 '독점'으로 큰돈을 벌었다. 요즘 같으면 '도덕적 해이'나 '불법성 투기'라는 비난을 받았을 법한 일이다. 사안에 따라선 처벌받거나 과징금을 물 수도 있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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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정현이 더 빛나는 이유 지면기사
'비인기 종목'·'동호인 스포츠' 굴레 못 벗어후원사 구하기 힘들고 정부 지원 부실한 실정유망주들 세계적 선수 위해 국민적 관심 절실지난 한 주, 국내외적으로 여러 일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단연 화제는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22·한국체대)이었다.테니스 4대 메이저대회로 꼽히는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에서 정현은 '4강(준결승)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내며 한국을 넘어 아시아 테니스계의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갔다. 역대 한국 선수 메이저대회 기록을 갈아치운 것은 물론 세계랭킹과 상금에서도 '한국 테니스의 전설' 이형택을 넘어섰다.그러나 무엇보다 정현 선수가 더 빛난 것은 테니스 불모지에서 이런 성과를 이뤄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테니스는 '비인기 종목' '동호인 스포츠'라는 굴레에 둘러싸여 있다. 후원사를 구하기 힘들어 선수들이 자력으로 훈련비 등을 충당해야 한다는 얘기는 이미 알려졌고, 엘리트스포츠로 자리잡기에는 여타 종목에 비해 그 지원이 부실한 실정이다. 테니스부를 운영중인 초중고교 숫자도 적지만, '그러잖아도 좁은 운동장에 테니스 전용구장을 만들어 테니스부를 운영하는 것은 선수들에게 특혜주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일부 학부모들을 이해시켜야 하는 것도 우리 테니스계의 현실이다.처음엔 테니스가 '비인기종목'이라는데 반신반의했다. 주변에 동호인들도 꽤 있고, 테니스장도 간간이 볼 수 있기에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 정현 경기 관련 취재를 지켜보며 실감하게 됐다. '동호인 스포츠' '비인기 종목'이라는 꼬리표가 괜히 붙은 게 아니라는 것을.언론에서는 지난주 정현의 '신화' '역사'쓰기를 따라가며 그와 관련된 신드롬을 분석하고, 그의 스토리부터 가족관계 등 모든 것에 집중했다. 경인일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그의 경기가 열리는 날엔 기자들이 그 열기를 담아내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시민들의 열띤 반응을 생각하고 거리로 나섰다. 지난 22일 펼쳐진 정현과 前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와의 16강전이 그랬고, 24일 오전 11시 테니스 샌드그렌과 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