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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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이념적 무지가 부른 재앙 지면기사
두 전직 대통령, '이념' 제대로 알지 못해하릴없는 지식인들의 외침으로 인식하고공산주의자 부의 평등 '경제민주화'로 공약권력 놓고 처절하게 다투다 결국 함께 몰락전 정권과 전전 정권의 지도자들이 함께 감옥에 갇힌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짓누를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심 공판에서 24년 징역과 180억원 벌금을 선고받았다.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결이 어떻게 나오든, 이 나라는 더 깊이 분열되고 침체될 것이다. "오늘 이 순간을 가장 간담 서늘하게 봐야 할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야당 대변인의 논평이 섬뜩하다.두 지도자들은 자신들만이 아니라 보수 세력 전체를 몰락으로 이끌었다. 이제 대한민국을 높이고 지키는 보수 세력은 힘을 잃었다. '어찌하다, 이 지경이 되었나?' 하는 물음이 도처에서 들린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일은 중요하다. 그 괴로운 일을 정직하게 수행해야, 보수 세력이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두 지도자의 몰락엔 물론 여러 요인들이 작용했다. 그러나 우파 정권이 좌파 정권으로 바뀐 것이 몰락의 계기였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역시 근본적 요인은 이념적 차원에서 찾아야 한다. 이념적 분열이 깊고 북한의 이념적 공세에 오랫동안 노출된 우리 사회에선 이념의 영향이 유난히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두 지도자들은 이념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했고 그런 이념적 무지가 끝내 화를 불렀다.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이념을 넘어서 실용으로'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이념을 철 지난 것으로, 하릴없는 지식인들이 들먹이는 것으로, 마음만 먹으면 가볍게 버릴 수 있는 것으로 여긴 것이다. 기업인으로 성공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기회를 준 자유시장에 대한 고마움도, 재산권의 소중함도, 시장과 재산권을 거센 전체주의 세력으로부터 지키려 애써온 자유주의 지식인들의 존재도 몰랐다는 얘기다. 평생 '이념적 무임승차자'로 살아왔음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다.박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로서 '경제민주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경제민주화는 원래 19세기 후반에 영국 공산주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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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포괄적·단계적 접근과 한미동맹 지면기사
미국, 한반도 문제 한국입장 수용하고한국, 글로벌 이슈 美지지 자세 필요정부정책 모든 상황 반영한 현실적 해법양국, 의견 조율땐 동맹관계 더욱 강화일부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북핵해법은 핵동결을 입구로 하고 핵폐기를 출구로 하는 2단계 해법이라고 주장한다. 북핵문제 하나만 놓고 보면 동결과 폐기의 2단계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강조하고 북한은 불가역적인 체제보장을 요구한다. 한국은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역설한다. 비핵화·체제보장·평화정착 등 세 가지 문제를 하나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경우 포괄적·단계적 접근이 현실성을 지닌다.일부에서는 지난 3월 26일 북중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조치를 언급했다고 주장한다. 김 위원장은 "한국과 미국이 평화실현을 위해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취한다면 비핵화 문제 해결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계적·동시적 조치의 주체는 북한이 아니라 한국과 미국이다. 김 위원장의 언급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한국과 미국이 평화실현을 위해 한 방(원샷)의 조치를 취하면 비핵화도 한 방에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미국의 매파들은 '선 비핵화, 후 보상'이라는 리비아식 해법을 강조한다. 핵능력·체제안정과 관련해서 리비아와 북한의 비교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리비아는 16kg 정도의 핵물질을 가졌지만 북한은 16개 정도의 핵무기와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리비아의 카다피 체제는 내전으로 체제위기가 임박했지만 북한 김정은 체제는 안정성을 지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정부의 정책을 모두 실패로 규정한다. 클린턴 정부의 제네바합의, 부시 정부의 9·19 공동성명,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 등을 전형적인 실패작으로 비판한다. 역사는 과거의 좋은 점은 계승하고 미흡한 점은 개선하면서 발전한다. 정책에 대한 평가는 정치가의 몫이 아니라 학자의 몫이다.일부 언론에서 북핵문제에 대한 제3의 해법이 흘러나온다. 한 방에 핵폐기를 하는 일괄타결은 북한이 받아들이기 어렵고, 살라미 전술이 내포된 단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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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어느 의사의 따뜻한 슬픔 지면기사
여성 난임의 경우 '원인불명' 46.3%나 달해국가 미래·운명 걸린 저출산 대책 해결 시급정부, 난임치료 지원 위한 기술개발 연구도얼마 전 어느 병원의 산부인과 의사와 난임 극복에 대한 국가과제를 준비할 때의 일이다. 최근 급격히 늘어나는 난임 환자의 치료방법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던 중 그의 가슴속에 묻고 있었던 한 환자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 들었다. 28살의 젊은 부인이 임신사실을 알고 진료를 받으러 왔는데, 자궁에 심한 염증이 생겨 결국 유산을 하고 말았단다. 그런데 치료 이후에도 자궁에 유착이 생기고, 회복이 불가능하여 불임판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의사선생은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젊은 부인의 간절한 소망을 잘 알기에 끝까지 치료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끝내 회복에 도움이 되어주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가 없어서 난임 관련 연구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소회를 밝혔다. 난임 치료와 관련된 이번 미션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를 갖고 공동연구에 임하는 의사선생의 마음엔 그녀와 같은 환자가 더 이상 없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과 각오가 담겨있다. 또 이러한 문제나 욕구를 갖고 있는 환자들을 돕는 전문가로서 그의 따뜻하고 슬픈 고백이 연구진 모두에게 강한 동기를 부여하게 됐다. 따라서 진행하려는 연구를 성공시켜서 그녀와 같은 아픔을 가진 환자와 그 가족들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모두가 연구에 매진하려고 한다. 이러한 연구는 개인의 행복과 적절한 기능을 유지하는데 특별한 역할을 담당하여 많은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큰 기여가 될 것이라고 자부한다.최근 우리나라는 심각한 '저출산의 늪'에 빠져 있다. 지난해 기준 출생아 수는 35만7천여 명으로 가임여성 1인당 출산율 1.05명으로 통계작성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 중 30대 초반의 출산율이 전년대비 가장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가지 사회현상에 따른 결과겠지만 우리나라 산모의 출산연령도 점점 고령화되어 30%에 가까운 산모들이 35세 이상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고령의 초임은 난임과 불임으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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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공유성북 원탁회의'를 아시나요? 지면기사
150여개 단체 300여명 다양한 활동 인정단단한 조직보다 유연한 플랫폼에 인접동네이야기로 웃음꽃 피는 공동체 모습서울시 성북구에는 '성북 명예의 전당'이라는 것이 있다. 2010년부터 매년 지역을 빛낸 인물과 사업을 기리기 위해 지역사회발전, 선행봉사, 미풍양속, 문화체육, 모범청소년 등 각 분야별로 수상자를 선정하고, 이를 기념하여 구청 건물 내부에 '성북 명예의 전당'이라는 별도 공간을 조성해왔다. 2017년 '성북 명예의 전당' 문화예술분야에 '공유성북원탁회의'라는 지역문화예술네트워크 단체가 선정된 것은, 그동안 명예의 전당 헌액이 주로 개인의 몫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매우 이례적이고 상징적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특정 개인이나 단체가 아니라 약 150개 단체와 300명 이상이 참여하고 지난 4년여 동안 지역사회에서의 다양한 활동의 결과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공유성북원탁회의'는 2014년 2월 25일 14개 단체 27명으로 첫 모임을 한 이래 지금까지 40회의 전체모임을 진행했다. 이 네트워크의 강점은 다양한 장르를 포괄할 뿐만 아니라 문화기획자와 마을활동가 등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주체들이 공통의 가치를 발견하고, 경험을 축적하고, 지역사회의 현안과 의제를 다루는 등 문화예술의 개별적 활동을 넘어 지역사회의 변화와 발전, 공유와 협력을 통한 네트워크를 꾸준하게 표방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5년에는 운영 내규를 마련하면서 '자율성, 민주성, 연대성, 다양성'이라는 네 가지 운영 원리를 제시했고, 공동운영위원장 2인과 25명 내외의 운영위원회를 두고 있다. '공유성북원탁회의'의 특징은 운영위원 및 위원장 선출과정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운영위원은 본인의 의사에 따라 참여할 수 있고 운영위원 중에서 공동위원장 1인은 투표를 통해 선출하고 나머지 1인은 '사다리 타기'로 선출한다. 장난처럼 보이는 이 선출 방식은 내부적으로 '신탁'이라는 이름으로 투표로 선출된 위원장보다도 더 찬사를 받는다. 매년 새로운 공동운영위원장을 2인씩 선출했지만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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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거세지는 전체주의 세력 지면기사
중·러 연합 자유세계 위협 국제질서 무너뜨려맞섰던 미국, 2차 세계대전후 처음으로 '흔들'中·北 상대하는 우리는 미국이 진 짐 나누어야중국 국회가 국가주석의 연임을 제한하는 헌법 규정을 철폐했다. 이로써 시진핑 주석이 장기 집권할 길이 열렸다. 정착된 것으로 보였던 집단지도체제가 갑자기 독재체제로 바뀐 것이다.중국의 권력은 공산당과 군대로 집중된다. 따라서 상징적 지위인 국가주석을 내놓더라도, 시 주석의 권력 기반은 튼튼하다. 무한정 집권하겠다는 뜻을 굳이 드러낸 이유가 궁금하다. 여러 해석들이 나오지만, 명실상부한 중국의 지도자임을 과시하고 싶은 욕심을 먼저 꼽아야 할 것이다.그가 아주 짧은 기간에 절대적 권력을 장악한 과정은 더 큰 미스터리다. 정적들과의 치열한 투쟁에서 이긴 여세로 권력을 장악한 것으로 보인다. 근본 원인은 물론 민주집중제(Democratic Centralism)라 불리는 공산주의 권력 구조가 독재자를 낳을 수밖에 없다는 사정이다. 레닌이 고안한 이 제도는 권력이 한 조직에 귀속되므로, 권력의 분립을 통한 독재 예방이 불가능하다. 집단지도체제를 통한 권력의 인적 분할은 권력의 분립이라는 구조적 분할을 대신할 수 없다.중국은 7퍼센트 가량 되는 공산당원들이 지배 계급으로 군림하면서 나머지 인민들을 착취하는 계급 사회다. 이제 독재체제가 완성되었으니, 인민들의 불만은 더욱 커질 터이다.불만이 큰 인민들을 달래는 방안으로 시 주석이 내놓은 것은 중국을 세계에서 가장 강대한 나라로 만들겠다는 민족주의적 약속이다. 물론 이런 방안은 다른 나라들에 대한 공격적 태도를 뜻한다. 이미 중국은 강대한 군사력과 경제력으로 다른 나라들을 위협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관철해왔다. 자연히, 국제 질서가 많이 무너졌고 작은 이웃 나라들은 점점 큰 위험과 고통을 맞는다. 거대한 시장을 바라고 중국으로 진출한 기업들은 재산권을 아예 인정하지 않는 중국 정부에 의해 피해를 본다.그러나 중국이 빠른 경제 발전에 성공하고 국제적 위상이 크게 높아지자, 인민들은 그를 열정적으로 지지한다. 중국은 자유민주주의를 경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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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특사단의 3·5 합의는 남북한 윈-윈이다 지면기사
남북정상회담·직통전화 설치 등 6개항 합의체제보장땐 '비핵화 의지 표명' 성과중 성과北, 미국과 대화 용의 '평화로운 한반도' 기대대북특사단이 전 세계의 관심 속에 1박 2일의 평양방문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 왔다. 특사단의 선물 보따리는 파격적이었다. 3·5 합의는 4월말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남북정상간 직통전화 설치,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 비핵화 및 관계정상화를 위한 북미대화 용의, 대화 기간 핵·미사일 시험 중단, 남측 태권도시범단과 예술단 평양 초청 등 6개항을 담고 있다.4월 말 정상회담 개최는 역사적 의미가 담겨 있다. 1948년 4월 김구·김규식·김일성·김두봉 등 남북의 정치지도자들이 각각의 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하고 통일정부 수립을 목표로 평양에서 남북연석회의를 개최했다. 올해가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한다는 것은 정상회담의 정례화를 예고한다. 판문점에서 남북회담을 할 때 남측의 평화의 집과 북측의 통일각을 번갈아 가면서 하는 것이 관례다. 과거 두 차례 정상회담은 형식과 격식이 복잡했다. 양 정상이 당일회담·출퇴근회담을 한다면 그 효용성은 배가될 것이다.남북정상간 직통전화 설치는 한반도의 제반문제를 수시로 협의·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 냉전시대 미·소, 영·소, 프·소간 직통전화 협정 체결로 위기국면을 돌파한 경험적 사례들이 많다. 국제사회의 탈냉전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는 냉전이 지속되고 있다. 남북한의 군부들은 최고지도자의 뜻과 관계없이 호전성을 지닌다. 남북관계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군사적 충돌은 있어 왔다. 정전체제에서 오해는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상간의 직통전화는 우발적 충돌을 예방하고, 충돌시 확산을 방지하면서, 충돌 후 재발방지에 큰 도움이 된다.북한의 비핵화 표명은 성과 중의 성과다. 김정은 시대 들어와서 사회주의 헌법에 핵보유국을 명시했다.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를 결코 하지 않겠다고 역설해 왔다. 김정은 위원장은 특사단에게 비핵화가 선대의 유훈이라고 밝혔다. 체제안전이 보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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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알·쓸·신·잡 두바이 지면기사
'신의 뜻이라면…' 주문처럼 외쳤던 "인샬라"우리의 '선진 과학기술분야' 적극 협력 원해서로 윈-윈… '세계적 기술' 우위 확보 기회2년 전 아랍에미레이트(UAE) 동물번식생리연구소에서 한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그런데 메일의 내용은 형식도 없고 예의도 없어 보였다. '필자의 연구 분야에 관심이 있어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싶다'라는 내용이었고, 당시엔 아주 작은 규모의 연구소에서 필자의 연구에 관심을 보이는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었다. 그 후 한 달쯤 지났을까. 다시 같은 형식의 메일이 왔고, 호기심에 답신을 보냈더니 곧바로 화상통화 제의가 들어왔다. 몇 번의 화상통화로 UAE의 로열패밀리가 개 복제에 많은 관심이 있어서 필자를 초청해 연구에 대한 논의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UAE 정부의 첫 초대에서 필자는 실망을 금치 못했다. '여기서 도대체 무슨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까'하고 연구소에 들어선 순간 연구소 내부의 시설은 생각보다 잘 갖춰져 있었으며, 연구 인력도 전문분야 박사들로 구성돼 있었다. 현재는 우수한 품종의 낙타 번식과 복제를 수행하고 있지만, 조속한 시일 내에 필자와의 공동연구를 수행하기 위한 시설과 장비를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공동연구 수행을 위한 연구원 교환 및 수행내용에 관해서 협약을 맺고, 지난해 6월에 연구원을 3개월간 파견해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처음 이메일을 통해 그들과 접했을 때와는 다르게 그들은 일이 결정되기가 무섭게 엄청난 속도로 연구비를 투자했고, 복제관련 시설과 장비를 구입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필자는 여름방학 동안 그들의 연구소를 방문해 개 복제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그들의 문화는 참 특이하다. 어떨 때는 매우 빠르게, 어떨 때는 아주 느리게,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였다. 필자가 느낀 중동문화 중 가장 독특한 것은 '인샬라' 문화다. 로열패밀리인 CEO는 내가 말을 끝낼 때마다 '인샬라'라는 말을 주문을 외우듯 사용했다. 중동문화에 대해 사전지식이 부족했던 필자는 그것이 "당신의 말에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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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한끼줍쇼', 환대의 정치경제학 지면기사
'밥상공동체의 아름다움' 강조 사회적 역할 수행 문 안 열고 못 여는 사람·생존 전쟁터 미 귀환자이들이야말로 정말 따뜻한 밥한끼 함께할 사람들김훈은 '밥벌이의 지겨움'에서 "그러나 우리들의 목표는 끝끝내 밥벌이가 아니다. 이걸 잊지 말고 또다시 각자 핸드폰을 차고 거리로 나가서 꾸역꾸역 밥을 벌자. 무슨 도리 있겠는가. 아무 도리 없다"고 썼다. 이 말이 새삼 묵직하게 다가오는 것은 이 시대 밥벌이가 얼마나 처절한 것인지를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가치와 의미를 설명하더라도 결국 밥벌이라는 궁극적인 조건 앞에서는 버티지 못한다. 작가는 이 밥벌이의 어쩔 수 없음을 말한 것이다. 하지만 밥벌이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순간, 인간으로서 다른 차원의 삶은 요원해진다.jtbc에서 수요일 밤 방영되는 '한끼줍쇼'라는 프로그램은 우리가 매일 먹고 살아가는 '밥'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보편적인 흥미를 유발한다. 처음에는 현대인의 주거형태와 생활방식을 고려해서 이렇게까지 프로그램이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낯선 이들에게 자신의 집을 개방하고 함께 식사를 나누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1인 가구와 혼밥족이 트렌드가 되는 사회에서 함께 밥을 먹는다는 행위는 신선한 발상은 되겠지만 지속적이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한끼줍쇼'는 대박 프로그램이 되었다.프로그램 구성은 강호동과 이경규라는 대중에게 익숙한 연예인을 고정으로 하고 매회 새로운 동네에서 새로운 파트너들과 함께 초인종을 눌러 한 끼를 요청하는 것이다. 초반에 선정 지역의 특징을 자연스럽게 소개함으로써 시청자들의 이해와 공감을 끌어내는 것을 볼 수 있다. 목동 아파트촌이나 신림동 고시촌 등이 대표적이다. 이 프로그램은 초인종을 누르는 데서 시작된다. 저녁 시간에 낯선 집의 초인종을 누르는 일은 근래 경험할 수 없는 일이다. 초인종을 누르고 기다리는 시간은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한다. 사실 방문(訪問)은 아름다운 일이다. 방문을 경험하면서 우리는 서로 친해진다. 서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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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경제 정책들의 상충 지면기사
비정규직 강제로 '정규직화' 되레 일자리 줄어최저임금 상승은 高임금 대기업 근로자 '이득'여러부작용 못 고쳐 노동시장 개혁 꿈도 못 꿔경제가 어려워지면, 가난한 사람들이 먼저 큰 고통을 겪게 마련이다. 일자리가 불안한데 저축도 적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유난히 추운 겨울에 가난한 사람들이 큰 고통을 겪는 모습은 둔중한 아픔을 남긴다. 이어 그런 고통이 경제의 침체 때문이 아니라 현 정권의 어리석은 고집에 의해 초래되었다는 생각이 분노의 불길을 댕긴다.현 정권은 일자리 늘리기를 으뜸으로 꼽았다. 상황판까지 만들었다. 그러다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자, 슬그머니 '적폐 청산'을 앞자리에 내세웠다. 이제 일자리들이 크게 줄어들고 청년 실업이 가파르게 늘어나자, 다시 일자리를 챙긴다. 문제는 현 정권의 정책들 가운데 여럿이 일자리를 갉아먹는다는 사실이다.현 정권은 공무원을 갑자기 늘렸다. 그러나 늘어난 공무원들이 생산하는 가치는 크지 않다. 그들의 봉급은 세금에서 나오는데, 세금을 걷어서 쓰는 데는 상당한 비용이 따른다. 이윤이 줄어든 기업들은 고용을 줄이니, 궁극적으로 일자리와 사회적 가치가 함께 줄어든다.비정규직들을 강제로 정규직으로 만드는 정책도 일자리를 줄인다. 비정규직들을 쓰는 기업들은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하는데, 그것을 막으니, 시장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셈이다. 당연히, 일자리가 줄어든다.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은 특히 나쁜 영향을 미쳤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오른 임금을 줄 수 없는 일자리들이 사라진다. 따라서 최저임금제는 일자리를 잃은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희생으로 보다 부유한 사람들이, 특히 높은 임금을 받는 대기업 노동자들이, 이득을 보도록 한다. 그래서 최저임금제는 부도덕한 제도다. 불행하게도, 강력한 노동조합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는 현 정권은 최저임금을 크게 올렸고,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일자리들이 많이 사라졌다.경쟁력이 있고 유망한 원자력 발전 산업을 단숨에 황폐하게 만든 '탈원전' 정책도 두고두고 일자리를 줄일 것이다. 원자력 발전소들의 폐쇄로 인한 전기의 부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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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한반도 그랜드 플랜이 필요하다 지면기사
문정부 주도 통일 지향적 평화체제 구축실행위해선 '한반도평화협력 기구' 필요평창올림픽후 '역지사지' 문제해결 출발역사는 과거와 현재, 미래와의 끊임 없는 대화이다. 과거의 좋은 점은 계승하고 미비한 점은 개선하면서 역사는 발전한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남북한과 주변국인 미·중·일·러가 참여하는 6자회담이 2008년 12월 중단됐다. 북한은 김정은 정권 출범 원년인 2012년 개정 사회주의 헌법에 핵보유국을 명시했다. 2013년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핵무력 건설의 병진노선을 채택했다. 2017년에는 공화국 정부 성명을 통해 핵무력 완성을 선포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및 평화체제 구축'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한반도비핵화 프로세스는 29년간 이행·지연·중단이 반복되어 왔다. 북한은 핵능력 고도화·영구화 수순을 밟으면서 핵보유국 지위 획득을 숨기지 않았다. 북한의 진정성 있는 비핵화 선행조치가 기대하기 힘든 대목이다. 2008년 세계경제위기 이후 미·중 간 갈등과 경쟁 구도가 심화되면서 북핵문제는 국제적 사안으로 굳어졌다. 북핵의 고도화·영구화, 미·중 간 지역 내 경쟁 구도 등의 2가지 요소가 고려된 한반도 그랜드 플랜(Grand Plan)의 수립이 시급함을 보여준다.그랜드 플랜은 문재인 정부가 주도하는 통일 지향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목표로 상정해야 한다. 신뢰성 있는 대북 억지력의 바탕 하에서 남북관계와 북핵문제의 병행 진전을 이끌기 위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발전의 선순환 구도 정립이 중요하다. 대북원칙의 신축적인 적용을 통해 남북관계 정상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 대북설득과 레버리지를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대미·대중외교를 통한 6자회담 당사국 간 다자안보협력체까지 도모하는 큰 틀의 타협이 필요하다. 플랜은 세 개의 세부 트랙이 요구된다. 첫째, 비핵화 트랙이다. 미·북이 중심이 되고, 한·중이 지원하여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다. 둘째, 남북관계 및 한반도 평화체제 트랙이다. 당사자인 남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