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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춘추칼럼]허술한 국가 기밀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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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칼럼]허술한 국가 기밀 관리 지면기사

    외주업체 직원 실수 '軍기밀' 북에 해킹 당해'취약한 보안' 우방들 우리와 정보 공유 꺼려'軍 정치적 외풍' 막아줘야 제대로 北 막아내 어느 국가든 다른 국가들로부터 감추어야 할 기밀들이 있다. 우리처럼 전쟁의 위협 속에 놓인 나라에서 당장 중요한 것은 군사 기밀이다. 다른 조건들이 비슷할 경우, 군사 기밀은 전투와 전쟁의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친다. 2차 대전에서 독일과 일본이 군사 기밀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그들의 패배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독일군의 '에니그마'는 기계로 변환되어서 이론적으로는 다른 나라가 풀 수 없는 암호였다. 그래서 독일군은 전쟁 내내 그것을 크게 바꾸지 않았다. 그러나 암호의 안전성은 그것을 쓰는 사람들에 달렸다. 병사들은 흔히 규정을 제대로 따르지 않고 실수를 한다. '에니그마'는 상업용 암호에서 출발했는데, 그것을 바탕으로 폴란드 정보기관에선 초기 버전을 상당히 해독했다. 그런 자료와 독일군의 실수들과 위대한 수학자 앨런 튜링의 통찰을 바탕으로, 영국 정보기관은 '에니그마'를 거의 다 해독했다.일본군도 자기 암호가 안전하다고 믿었다. 한자를 많이 쓰는 일본어는 알파벳을 쓰는 서양 언어보다 해독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었다. 그것은 근거 없는 낙관이었고, 일본군 암호는 독일군 암호보다 훨씬 쉽게 해독되었다.반면에, 독일군과 일본군은 영국군이나 미군의 암호를 제대로 해독하지 못했다. 이런 정보의 비대칭은 거의 모든 전투들에 큰 영향을 미쳤고, 독일과 일본은 이길 수 있었던 전투들에서 오히려 졌다.두드러진 예를 들면, 독일군 암호를 해독한 영국군은 지중해를 건너던 수송선들의 70퍼센트를 격침시켰다. 그래서 보급을 제대로 받지 못한 북아프리카의 독일군은 에르빈 롬멜 원수의 뛰어난 지휘에도 불구하고, 결국 영국군에 패퇴했다. 그리고 북아프리카 작전의 실패는 중동의 석유를 확보하려던 독일의 기본 작전을 좌절시켰다.미드웨이 해전에서 미군은 통신 해독을 통해 일본 함대와 조우할 시간과 장소를 정확히 예측했고 미국 함대는 일본 함대를 성공적으로 요격했다. 이 해

  • [춘추칼럼]트럼프의 국회연설과 문재인정부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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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칼럼]트럼프의 국회연설과 문재인정부의 과제 지면기사

    북엔 '핵포기가 체제유지·공존하는 길' 설득미국에겐 '북, 핵 우선동결'로 대화 시작 권유중엔 '비핵화, 中이익에 부합하는 정책' 강조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회연설 내용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한미동맹에 대한 강조였다. 한국전쟁중 양국이 함께 치렀던 인천상륙작전, 폭찹(pork chop hill) 전투, 서울 탈환 등의 전투를 직접 거명하며 미국의 희생을 상기시켰다. 방한 첫날 찾아간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에서 60년 이상 이어지는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둘째는 한국의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성취에 대한 경의였다. 6·25전쟁 후 한국의 빠른 경제성장을 북한과의 비교를 통해 강조했다. 1988년 자유총선과 최초의 문민대통령 선출을 언급함으로써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평가했다. 한국의 과학자, 작가, 골프 선수 등 각 분야에서 한국인들이 이룬 성취를 열거했다. 특히 그는 지난 7월 자신이 소유주인 골프장에서 개최된 LPGA 대회에서 우승한 박성현 선수를 직접 언급했다. 한국에 대한 친숙함을 부각시켜 한국국민으로부터 공감을 이끌려는 의도가 담겨있다.셋째는 동맹과 미국을 위협하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였다. 북한체제의 광범위한 인권침해를 우려하면서,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에 대해 경고했다. 힘을 통해 평화를 지키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보여줬다. 북한이 개발하는 무기로 인해 북한 스스로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선택한다면 더 나은 미래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도 했다. 강력한 경고는 하되 군사 옵션을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자세로 읽힌다. 전반적으로 초청국의 입장을 배려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단호한 경고도 담은 무난한 메시지였다. 헬기를 타고 오산, 평택, 서울을 오가면서 수도권에 얼마나 많은 동맹국의 국민들이 살고 있는지 보았을 것이다. 이곳에서 위태롭게 유지되는 평화가 깨지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실감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연설은 메시지만 있고 해법이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이번 한미

  • [춘추칼럼]아바타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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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칼럼]아바타 동물 지면기사

    동물자원 활용 위험요소 뭔지 정확히 파악정부 규제 가이드라인과 투명성 확보돼야연구자 윤리의식·대중의 지지 절대적 필요2009년 개봉된 영화 '아바타'는 세계적으로 많은 인기를 얻은 영화였다. 영화의 스토리는 지구의 부족한 자원을 '판도라'라는 행성으로부터 얻어야 하는데, 판도라행성의 독성이 있는 대기(大氣)로 인해 사람이 직접 자원을 획득할 수 없어서 그 행성에서 생활하는 생물 '나비족'의 겉모습에 인간의 뇌파를 넣어 원격제어가 가능한 아바타를 활용한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사람이 직접 수행할 수 없는 일을 다른 생물체가 대신해 주는 것을 우리는 '아바타'라고 일컫는다.올해 국내 연구진은 영화 속 장면처럼 사람의 생각대로 쥐의 행동을 제어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사람의 시각 자극에 의해 특정 뇌파가 사람의 머릿속에 만들어지면 이 신호가 쥐에게 전달돼 그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이 기술은 재난현장 같이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동물을 투입해 인명을 구조하는데 활용할 수 있는 기술로 활용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이처럼 동물을 이용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연구는 많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초고령화사회와 핵가족화에 따른 장기공여자의 부족으로 인해 발생되는 심각한 장기 수급불균형을 감소시킬 수 있는 바이오인공장기의 연구는 사람의 피부, 췌도세포, 간, 심장 등의 조직과 장기를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유용한 기술이다.최근 유전자편집 기술이 급격하게 발달되고 고분자 및 공학적 기술이 융합되면서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는 시기가 한층 빨리 다가오고 있다. 또한 동물생명공학 분야의 중요한 기술로 사람의 특정 질병에 대한 연구를 수행함에 있어서 환자를 대신할 수 있는 모델이 되는 동물 즉, '질환모델동물'의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사람의 질병유발 유전자를 편집해 동물에 재조합유전자를 삽입해 유전자 기능의 일부 또는 전체를 조절, 사람에게 발생되는 질병을 유도해 신약개발에 활용할 뿐만 아니라 유전자의 기능과 질병과의 상관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유용한 기술이기도 하다.2015년

  • [춘추칼럼]삼성전자 같은 대기업 열 개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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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칼럼]삼성전자 같은 대기업 열 개만 있다면 지면기사

    글로벌 거대시장속 '대기업 역할' 더욱 중요나라마다 암묵적으로 키우는데 우리만 예외세계 일류기업은 삼성전자 뿐… 참으로 걱정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악한들'의 첫 자리는 늘 재벌이 차지했다. 현정권이 들어서자, 재벌에 대한 공격은 더욱 거세어졌고 재벌에 대한 규제는 부쩍 엄격해졌다. 그리고 그런 부정적 정책은 인기가 높다.묘한 것은 모두 재벌을 믿고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소비자들은 재벌 제품들을 높은 값을 치르고서도 산다. 사람은 누구나 소비자이므로,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 시민들은 재벌을 믿고 좋아한다고 단언할 수 있다. 종업원들을 잘 대우하니, 재벌의 종업원이 되거나 종업원을 배우자로 얻기를 모두 바란다. 재벌이 빚을 내려 하면, 은행 차입이든 사채 발행이든, 모두 중소기업들보다 싼 이자를 받겠다고 나선다. 해외에서도 사정이 같다. 많은 사람들이 재벌을 혐오하면서도 모두 재벌을 신뢰하고 거기서 일하려 한다는 현상은 기괴하다. 왜 이런 현상이 나왔는가? 재벌과 다른 기업들을 변별하는 기본적 기준은 크기이니, 재벌에 대한 태도를 평가하려면, 먼저 크기에 대해 살피는 것이 순서다.생명체든 사회 조직이든 오래 사는 데는 크기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풀이나 곤충은 한 해를 넘기기 어렵지만, 나무는 몇백 년을 거뜬히 살고 짐승은 몇십 년을 산다. 조직도 마찬가지니, 큰 나라는 오래 가지만 작은 나라는 늘 위태롭고, 대기업은 오래 가지만 개인 기업은 몇 해 못 간다.이처럼 큰 존재들이 오래가는 까닭은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크기가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생명체든 사회 조직이든 구성 요소들의 무작위적 움직임들이 항상성을 위협한다. 생명체는 분자들의 끊임없는 운동들로부터 영향을 받고, 사회 조직은 구성원들의 비행이나 이탈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몸집이 커서 구성 요소들이 많으면, 이런 무작위적 움직임들의 영향이 크게 줄어든다. 외부 환경의 영향으로부터 내부의 항상성을 지키는 데도 크기가 중요하다. 실제로, 급격한 정치적 또는 기술적 변화에 대기업들이 작은 기업들보다 훨씬 잘 대처한다.여기서 주목할 점은 생명체나

  • [춘추칼럼]대북특사 검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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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칼럼]대북특사 검토 필요 지면기사

    특사, 문재인정부 한반도 평화·번영 구상 설명北 대남정책 기조·核·미사일전략 등 파악 중요'남북관계 정상화' 위한 협력 필요성 강조해야 문재인 정부 출범 5개월이 흐르고 있다. 북미간의 주고받는 말폭탄은 일촉즉발 상황을 연상케 한다. 한반도의 불확실성은 수출주도형의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을 준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 복원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일관된 대북메시지를 보낸다.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염원이 담겨있다. 북한은 말폭탄과 몰아치기식 도발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한다. 남북한은 대화의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대화의 접근방식에 차이가 있다. 북측은 '선 북미대화, 후 남북대화'를 선호한다. 자신들이 강조하는 '우리 민족끼리' 정신을 스스로 위배한다. 우리측은 한반도문제의 당사자 해결원칙을 강조한다. 군사적 신뢰구축으로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군비통제·비핵화 문제로 나아가는 단계적 전략을 선호한다. 당분간 남북관계의 교착상태와 한반도의 긴장고조는 지속될 듯하다.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30일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적극적 지지와 협조를 약속했다. 문대통령은 7월 6일 '평화로운 한반도'의 신베를린 구상을 발표했다. 세계 주요 20개국 국제기구인 G20 정상회의 기간 중국·러시아·일본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의 주도적 역할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8·15 경축사에서 '한반도에서 전쟁만은 막겠다, 우리의 안보를 동맹에만 의존할 수 없다'면서 한반도운명의 한국 결정을 역설했다. 72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 붕괴 불원, 흡수통일 불추진, 인위적 통일 불추구'의 3-NO 원칙을 밝히면서 한국이 나아갈 길은 평화와 번영임을 분명히 했다.문재인 정부는 지난 7월 17일 남북군사당국회담·적십자회담을 제안했다. 북한은 지난 9년 동안 대남 불신의 골이 깊고 현안문제에 대한 인식의 차이로 선듯 나서지 못한 듯하다. 한반도는 정전체제 상태이다. 불신과 오해는 언제든지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철학도

  • [춘추칼럼]우리 땅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야 할 유전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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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칼럼]우리 땅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야 할 유전자원 지면기사

    미래성장동력·생존환경·민족성·문명발달 등 경제·생태·문화·사회 분야 다양한 가치 지녀 우리도 유전자원관리 전략 조속한 논의 필요2004년부터 유전자원 복원의 중요성을 인식해 환경부를 중심으로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를 계기로 우리의 곁에서 사라졌던 지리산 반달가슴곰, 백두대간의 산양, 화천의 수달, 소백산의 여우 등 우리 민족의 얼과 함께 수천년을 살아 숨쉬었던 멸종위기 동물들이 하나둘씩 우리 곁으로 돌아오고 있다. 최근 '국립멸종위기종복원센터'가 완성을 앞두고 있어서 우리나라의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은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우리의 고유한 민족정서와 조상들의 삶 속에 녹아 있던 애환까지 복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제강점기 이후 사라진 우리의 백두산 호랑이, 곰, 여우, 늑대, 표범 등은 1915년부터 조선총독부가 '해수구제사업(害獸驅除事業)'을 통해 맹수로부터 사람을 보호한다는 명분아래 우리 산하의 야생동물을 무차별하게 사냥하고 도살해 그 종을 멸종 시켰고, 결국 민족정기마저도 빼앗는 결과를 낳았다. 이 기간 동안 표범은 약 500여 마리가 희생됐고, 광복 후에는 남한에서만 서식하다가 1970년대 가야산에서 마지막 목격이 된 후 그 명맥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 외에도 곰은 1천여두, 늑대는 3천여두, 여우는 1천500여두, 삽살개는 매년 수십만 마리를 사살해 모피나 군수용품으로 사용했다. 지난해 스크린을 뜨겁게 달구었던 영화 '대호'에서 조선의 마지막 백두산 호랑이 사냥장면은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이처럼 일제에 의해 절멸된 우리땅의 토종동물은 단순히 멸종에 그친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삶과 애환마저도 함께 빼앗긴 잔혹사를 우리 가슴에 안기게 된 것이다.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일제의 고유자원 멸절정책에도 큰 저항을 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더 큰 오류를 범해 안타까운 진실을 간직하게 됐다. 한국전쟁 이후 경제성장과 더불어 먹거리 해소정책을 명분으로 우리의 고유한 유전자원을 상당부분 스스로 훼손시키는 사건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몇 몇 위정자

  • [춘추칼럼]음력과 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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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칼럼]음력과 양력 지면기사

    우린 스스로 일어설수 있는데 인정않으려 해타자는 합리적인 것처럼 의지를 훼방하지만때론 의식·의지가 이룰수 없는걸 이뤄내기도추석이 눈앞에 다가왔다. 추석은 물론 음력 8월 15일에 지내는 명절이다. 우리에게는 음력 날짜를 짚어 쇠는 명절이 아직도 여럿 남아 있다. 설과 대보름이 그렇고, 단오와 백중이 그렇다. 이 명절들이 이름만으로도 존속하는 한 음력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고향이 서남해안지방인 우리 집은 언제나 섣달 그믐날에 차례상을 차려 왔다. 그 섣달이나 그믐이 늘 음력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었지만, 어쩌다 양력설을 쇨 뻔한 적은 있었다. 내가 대학생일 때, 배운 자식들의 권에 못 이겨 신정 과세를 하기로 결정을 내린 어머니가 차례상을 준비하던 중 잠시 밤하늘을 올려다보더니 손에 든 접시를 내려놓으셨다. "오늘 차례 못 지낸다. 어찌 섣달그믐에 달이 뜬단 말이냐." 양력과 음력의 개념과 차이에 관해 설명할 계제가 아니었다. 어떤 설명도 설날의 밤하늘이 지녀야 하는 유현한 기운을 어머니의 마음속에 만들어 줄 수는 없었다. 바닷가 사람들인 우리 가족에게 시간은 늘 썰물 밀물과 연결되어 있다. 이 시간의 리듬은 곧 달의 숨결이며, 우주의 율려(律侶)이다. 이 박자를 짚어 비도 오고 바람도 분다. 적어도 바닷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사리 때인 보름이나 그믐에는 날이 맑고 그 사이에 있는 조금 때는 비가 온다. 흘러가는 시간을 균일하게 분할해 놓은 것이 달력이지만 거기에는 천지의 리듬도 함께 표시된다. 보름에는 만월이고 삭망에는 달이 없다. 봄이 오고 가을이 오는 태양의 변화야말로 간만의 변화보다 훨씬 더 강력한 리듬이지만 그것은 강한 권력과도 같기에 리듬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법칙처럼 여겨진다. 사실상 양력에 해당하는 24절기는 책력에서 지극히 합리적으로 배열되었지만 달력의 씨실이 되는 것은 월과 일이다. 농사는 절기에 따라 짓고 제사는 날짜에 따라 지낸다. 양력에는 공식적인 삶이 있지만 음력에는 내밀한 삶이 있다.아마도 '양력 설'이 어머니를 실망시킨 데는 그믐밤의 중천에 달이 떴다는 사실만은

  • [춘추칼럼]판사와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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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칼럼]판사와 판결 지면기사

    '남의 해석일뿐' 이라는 현직판사 주장 큰 충격비슷한 사건들 판결 다르다면 법 제구실 못해한번 결정되면 사회 큰 변화 없는한 존중돼야인천지법의 한 판사가 "재판이 곧 정치라고 말해도 좋은 측면이 있다"며 "판사마다 정치적 성향이 있다는 진실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의 해석일 뿐인 대법원의 해석 등을 추종하거나 복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직 판사의 얘기라고 믿기 어려운 주장이라서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정치란 말의 뜻은 여럿이다. 가장 근본적 수준에서 정치는 사회의 구성원들이 서로 미치는 영향들을 뜻한다. 일상적으로 쓰일 때, 정치는 국가 권력과 관계된 일들을 가리키며, 이념과 당파가 두드러진 요소들이 된다. 이 둘 사이는 무척 넓고, 갖가지 뜻을 지닌 채 정치라는 말이 쓰인다.그 판사는 정치라는 말이 하나의 뜻을 지녔다고 여겼고, 끝내 법의 본질에 어긋나는 결론에 이르렀다. 법이 정치적 현상이라는 사실과 판사들이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판결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 사이엔 큰 논리적 틈이 있다. 정치는 전자에선 너른 뜻을 지녔고, 후자에선 아주 좁은 뜻을 지녔다. 이 둘 사이의 틈은 너무 커서 그의 주장을 따르면, 인류가 다듬어온 법체계와 이론이 모두 그 사이로 빠져버린다.법적 추리(legal reasoning)의 핵심은 연역적 추리다. 그래서 법체계는 본질적으로 연역적 체계다. 하위 법들은 상위법들로부터 연역적 추리를 통해서 도출되고 재판은 법에 바탕을 둔 연역적 추리를 핵심으로 삼는다.당연히, 법체계는 일관성을 지녀야 한다. 법들이 서로 부딪치거나 비슷한 사건들에 대한 판결들이 서로 다르면, 법이 제 구실을 할 수 없다. 거기서 '선례구속의 원칙'이 나왔다. 판결을 통해서 법체계는 자신을 확충해가므로 한번 판결이 나오면 사회 환경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한 존중되어야 한다. 보편적 원칙인 '형벌불소급의 원칙'은 이런 원리가 시간적으로도 작동함을 일깨워준다. 현실에선 판사들의 해석이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법체계는 그 문제를 권위 있는 최종심의

  • [춘추칼럼]북핵해법, 단계적 포괄적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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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칼럼]북핵해법, 단계적 포괄적 접근 지면기사

    현재핵 동결·미래핵 해체·과거핵 폐기 과정비핵화·관계 정상화·평화협정 등 연계 필요남북·북미대화·6자회담 재개 여건 만들어야지난 3일 북한은 6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상당히 우려스럽다.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산다는 것은 고통이다. 북핵은 임박한 위협이다.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주변국과의 협력하에 평화적 해결의 지혜가 요구된다. 북한은 핵보유국의 지위를 가진 상태에서 핵보유국인 미국과 동등한 입장에서 담판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가진 듯하다. 지난 4일 유엔안보리 긴급회의가 소집됐다. 대북제재를 둘러싸고 논쟁에서 시작해서 논쟁으로 끝났다. 미국은 북핵문제에 대한 중국의 책임론을 강조했다. 중국이 대북압박과 제재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북한의 핵능력이 고도화됐다는 주장이다. 세컨더리 보이콧을 비롯한 대북원유지원 중단을 강력히 제기했다. 중국은 미국의 책임론을 강조했다. 미국의 대북적대시정책이 북핵 개발의 원인이고 압박제재 일변도가 북한의 핵능력을 더욱 고도화시켰다는 주장이다. 북미간의 쌍중단(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과 양병행(비핵화와 평화협정)을 제시했다.원유는 북한의 생명줄이다. 산업 전력용, 군대 훈련용, 주민 왕래수단용이다. 중국은 3회 정도 송유관을 통한 대북원유 중단 사례가 있다. 국제사회에 보여주기 위해 일주일에서 보름 정도 중단했다. 북한에게는 고통을 주지 못했다. 중국이 대북원유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북한을 포기하는 것이다. 미국이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내세워 중국을 포위한다고 느끼는 중국이 북한을 포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전방위 세컨더리 보이콧을 예고한다. 중국은 경제·금융을 포함해서 명실상부한 G2 국가이다. 미중간의 연간 교역액은 6천200억 달러를 상회한다. 미중간의 경제전쟁은 양국 모두 거대한 손실을 수반한다. 경제적 셈법에 능통한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손실을 감당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정치권 일각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제기한다.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검토의 필요성은 있다. 도움보다 손실이 크다면 의미가 없다. 첫째, 전술핵이 있는 상태에

  • [춘추칼럼]새로운 발견(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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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칼럼]새로운 발견(犬) 지면기사

    늘어나는 반려동물 '복지 전문가' 양성 시급자원봉사단체 활동으론 한계 지원방안 필요유기·학대·방치 줄고 국민 의식수준 향상 기대어느 날 60대 지인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자식들 모두 출가 시키고 노부부만 남아 외로워 반려견 입양을 고려하고 있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느냐"라고 묻는다. 여러 얘기를 주고 받아 결국 입양을 결정하게 됐다. 이처럼 다양한 이유로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인구가 많아지면서 우리나라의 반려동물의 수가 1000만을 넘었다는 보도는 꽤 지난 이야기이다.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산업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에 지속적으로 발전하다가 IMF 이후 잠시 주춤했다. 2005년도 이후 입양된 반려동물 수와 사료 및 용품 등의 생산량이 꾸준히 증가해 현재의 반려동물 시장은 약 4조원 정도로 대규모 산업이 됐다.이 외에도 산술적으로 계산하지 못하는 부가적 가치를 합산하면 엄청난 경제규모라고 할 수 있다.세계미래학회의 미래 10대 유망산업 중 하나로 선정된 반려동물 산업은 크게 분양, 진료, 사료 및 용품, 훈련, 문화 콘텐츠, 동물 복지, 동물매개 치료 분야 등으로 분류 할 수 있다. 분야에 따라 상당부분 정착돼 있기도 하지만 많은 부분이 아직도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과거에는 개나 고양이가 무슨 문화가 되겠느냐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어엿한 가족으로의 지위를 누리는 반려동물은 현대인의 새로운 문화가치로 인정되고 있다.한동안 많은 대학에서 반려동물 관련 학과를 신설해 증가하는 반려동물 산업에 대비한 인력양성을 시도했으나 반려동물 산업이 시들해지면서 많은 대학에서 학과를 폐쇄한 것도 참 안타까운 일이다. 대학의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노력으로 반려동물 문화 콘텐츠 개발 및 사회적 기여 분야 등의 인력을 양성했더라면 더 참신한 반려동물 문화가 증가하는 반려동물 수만큼 발전했을 것이라고 본다.외국의 경우 평생교육원과 같은 교육기관에서도 동물매개치료(pet assisted therapy·PAT) 전문가를 양성해 노인이나 장애인 등의 심리정서적 재활치료에 활용하도록 하고, 반려동물 문화 콘텐츠 개발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