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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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20명과 1천77명 지면기사
미세먼지에 대한 시민들의 걱정과 우려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PM10 등)를 2013년부터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기 시작했는데 2015년 기준 인천시의 대기 중 PM10의 농도는 53(㎍/㎥), PM2.5(초미세먼지)의 경우는 29(㎍/㎥)다.우리나라 환경기준은 PM10이 50, PM2.5는 25로, 인천은 모두 기준치를 넘어섰다. '글로벌 녹색도시'를 지향한다는 인천시의 구호가 무색해진다.미세먼지와 관련한 무서운 통계도 최근 공개됐다. 인천시가 최근 '2020 미세먼지 저감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인용한 OECD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을 기준으로 대기오염으로 100만 명당 359명이 사망했고 이런 추세로 가면 2060년에 이르면 1천109명이 사망할 것으로 전망된다.이 통계를 인천에 적용하면 이미 2010년에 1천77명이 사망했고, 2060년에 이르면 인천사람 중 매년 3천여명이 미세먼지로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가 나온다. 2010년 인천 교통사고 사망자는 220명으로 미세먼지로 인한 사망자가 5배 더 많다는 결론이다. 이쯤이면 거의 공포영화 수준이다.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까? 인천은 다른 도시와는 다르게 화력발전소와 공항·항만·산업단지·도로 등 미세먼지 발생원이 산재해 있다. 특히 덤프트럭이 도심 중심가를 가로지르는 모습은 익숙하다.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1차 오염을 넘어 또다시 바람에 의해 2차로 흩날려 퍼진다.동북아 물류도시라는 거창한 구호 속에 교통수단으로부터 발생하는 환경오염은 언제나 감춰져 있었다. 그중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인천시가 중앙정부로부터 관리권을 넘겨받을 경인고속도로다. 제1경인고속도로는 50년 가까이 인천항과 서울을 잇는 산업화의 동맥이었다. 하지만 도시를 동서로 분리했고, 이 도로를 다니는 자동차로 인한 미세먼지와 소음에 시달렸다.관리권을 넘겨받는다는 소식에 당장 지역을 분리한 방음벽을 철거해 달라는 민원이 제기되고 있고, 주변 땅값까지 들썩거린다는 소문이다. 하지만 계속 도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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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 물 정보 공개 및 공유와 국민 신뢰 회복 지면기사
물처럼 다양한 얼굴의 사물 없어시설 실태 정확히 공개하는 것이일 마무리하는데 크게 도움 확신우리가 선진국으로 가는 길은국민 상호간·국가와의 신뢰가필수적이라는 점 염두에 둬야물처럼 다양한 얼굴을 가진 사물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존재 형태가 다양하다. 수증기 형태로 존재하기도 하고, 하천이나 호수에 액체로 있기도 하며 얼음처럼 고체로 존재하기도 한다. 사용처도 다르다. 음용수로 생명유지의 가장 핵심요소가 되기도 하고, 공업용수나 농업용수처럼 어느 제품 생산에 필수불가분의 요소이기도 하다. 먹는 물 자체도 시대에 따라 다른 목표아래 시설계획이 이루어지고 기존 시설이 운영된다. '70~80년대' 산업발전 초기에는 '넉넉한 물 공급'이 주요 이슈였지만 '90년대와 2000년대 초에 들어서 일어난 각종 수질사고는 '안전한 물'로 공급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최근 들어서는 인체의 건강 중요성이 커져 '건강한 물'로의 공급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이에 따라 이를 관장하는 기관도 다양하게 되고, 이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그러다 보니 물 공급이나 관리에 대한 괴리가 생겨나고, 관련 기관간 또는 공급자와 수요자간 신뢰가 저하되었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괴리를 줄이고, 상호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 물에 관한 각종 정보를 정확히 공개하고, 공유해 나가야 한다. 이는 정부 3.0의 기본정신과도 일치한다.한국수자원공사 근무 당시의 경험은 정보의 공개와 공유가 국민 신뢰회복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함을 몸소 느끼게 한다.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위탁을 받아 운영되었던 물 관련 시설에서 일어난 일이다. 당시 그 시설은 공사에서 운영되고 있는 여러 시설에 비해 규모가 작고, 열악한 시설환경이어서 소수 요원에 의해 운영되었다. 어느 날 긴급 보고가 있었다. 정부 모 부처에서 물관련 시설조사 중에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위탁 관리하고 있는 이 시설의 물관련 자료가 임의 조작된 것이 조사단에 의해 밝혀졌다'는 내용이 지역신문에 의해 보도된 것이다. 급히 관계자들을 소집해 회의한 결과, 아직 조사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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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로 읽는 고전] 손하익상: 아래에서 덜어서 위에 보태 준다 지면기사
주역에 손해를 본다는 損卦가 있고 이익을 본다는 益卦가 있다. 損卦는 아래에서 덜어내 위에 보태주는 괘이고, 益卦는 위에서 덜어내 아래에 보태주는 괘이다. 이름을 붙인 기준이 아래임을 대번에 알 수 있다. 損卦는 아래가 덜려서 손이고 益卦는 보태주니 익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아래란 바로 나 같은 서민이다. 損卦에는 서민의 주머니에서 덜어내는 세금부여의 도리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다. 첫째 덜어내면 안 되는 것은 덜지 말아야 한다. 덜어내면 안 되는 것은 기본적 생계의 부분이다. 둘째 서민의 삶이 튼실해졌을 때 덜어내야 한다. 시도 때도 없이 기계적으로 세금을 올리면 깡패보다 나은 게 없다. 셋째 덜어내더라도 국민과의 합의를 통해 참작해서 덜어내야 한다. 이것은 세금을 부과하는 양적인 문제이다. 공자도 자신의 제자가 다스리는 마을에 세금을 가혹하게 부과하자 그를 성토하라고 하였다.서민들의 애로를 달래주던 담배에 건강을 명분으로 가격을 배로 인상하고, 수입 없는 노인에게 주던 연금을 갑자기 단절하고, 민생치안에 바빠야 할 경찰들이 운전 띠 검사에 대대적으로 투입되고, 이 여름 전기요금까지 이중 잣대를 들이대며 서민을 짓눌러오고 있으니 날도 더운데 이런 시리즈를 목도하고 있으려니 숨이 막혀 힘이 든다./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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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상] 역사 발굴과 계승 통한 계양의 가치 재창조 지면기사
고려 고종때 '계양도호부' 명칭… 올해로 801년부평도호부청사 전시실 9월 개관 정통성 구현변화 빠른 21세기에 역사에 집중함은 '法古創新'지방자치 민선 5기를 완수하고 6기 반환점을 돌면서 계양구 발전을 위한 사업 중 특히 열정과 노력을 쏟아부은 것은 계양의 가치 재창조를 위한 역사의 정통성 전승과 탄탄한 계승사업이 아닐까 싶다. 계양의 연혁을 살펴보면 고려 고종 2년인 1215년 '계양도호부'로 명칭되면서 '계양'이라 불린지 800년을 지나 올해로 801년이 되었다. 그 유구한 역사와 중요성은 여러 역사적 사실에서도 드러나는데 행정관청인 도호부가 안남도호부, 계양도호부를 거쳐 조선시대 부평도호부에 이르기까지 시대에 따라 그 명칭을 달리하며 계양지역에 있었고 부평구, 서구 지역은 물론 지금의 김포, 고양, 파주, 양천 그리고 구로, 광명, 시흥, 부천까지 수도권 서북부지역을 아우르며 한강 하류의 중심지 역할을 수행했다. 현존하는 부평도호부와 부평향교가 그 연혁과 규모에서 인천도호부와 인천향교에 크게 앞서는 것도 역사적으로 담당해 온 역할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렇게 계양이 인천 역사에서 중심적 역할을 담당해왔고 그 역사적 가치에 대해서 대내외로 가는 곳마다 역설해 왔다. 그러나 '역사'란 무형의 가치를 깨닫게 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란 말처럼 이제는 우리 구가 역사도시라고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도처에 산재한 역사의 자취를 찾아서 볼 수 있도록 담아내야만 한다. 먼저 문화재 보수를 비롯해 계양산성 복원과 계양산성박물관 건립 그리고 부평도호부청사 전시실 설치는 계양구의 역사를 보고 느낄 수 있는 현실적인 복원이요, 정통성을 구현하는 진정한 노력이라 할 수 있다.부평도호부청사는 2013년 문화재 정비계획 수립을 바탕으로 2013~2015년 기존 담장 철거 후 한식 담장을 설치하였으며, 건물 전체를 해체 보수하는 등 옛 청사 정비에 노력을 기울였다. 아울러 성리학 도입 초기에 건립된 부평향교는 2009년 대성전 전면해체 공사, 2012년 명륜당 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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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덕풍근린공원 보강통해 지역민 소통의 장 되길 지면기사
최근 웰빙·복지·건강 등 일상생활에서 환경의 질에 대한 관심과 생활권 공원의 수요 증대로 근린공원 조성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공원은 시민 건강증진에 기여하고 생태계 보전과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효과를 가진다. 또한 지역 주민들이 공원을 이용함으로써 사회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고 유대감을 높여 커뮤니티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특히 근린공원은 시민 '삶의 일부'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매우 크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들어서면서 국민 소득 및 여가 시간 증대 등으로 인해 생활권 공원에 대한 요구가 증가해왔다. 이후 도심 속 소규모 토지를 이용해 인근 거주자의 보건, 휴양 및 정서 생활의 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근린공원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공원에 대한 중요성과 지역 주민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하남시의 경우 급속한 도시화에 비해 공원 조성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수준이다. 2015년 12월 기준 경기도 내 시·군별 공원 조성 현황을 살펴보면, 하남시의 공원 조성률은 36.7%(경기도내 31개 시·군 중 21위), 1인당 공원 면적은 6.6㎡(경기도내 31개 시·군 중 15위)로 경기도 평균 공원 조성률 44.9%와 1인당 공원 면적 7.2㎡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의 획일적 공원 조성 방식에서 벗어나 공원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며 다양한 식재 등으로 지역 주민들이 자주 찾도록 해야 한다.이런 점에서 본 의원 지역구에 위치한 덕풍근린공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 본 의원이 평소 자주 이용하는 하남시 덕풍동 구도심 지역에 조성된 덕풍근린공원은 접근성이 용이해 인근 지역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으나 사업비 부족으로 시민들의 다양한 볼거리와 휴식처로서의 시설이 미비한 실정이다. 특히 야생화 등 식재가 부족하고 호우 시 토사 유실이 많이 발생하고 있어 보강 공사가 시급하다.그러나 하남시는 신규 조성된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관련된 도로, 지하철 등 기반시설 공급에 집중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구도심 기반 시설, 특히 근린공원에 대한 관심은 부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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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이간질의 정치를 넘어 지면기사
'사드'라는 '황금사과'가결국 한반도에 떨어지고 말아성주 주민-외부인 프레임 이분분열의 전쟁스킬 자국민에 사용그 본의 짐작하기 두려울 지경모든 말 모아 길 찾아야 할때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드'는 트로이전쟁의 이야기이다. 사람과 신이 두 패로 나뉘어 트로이가 완전히 초토화될 때까지 싸웠던 이 엄청난 전쟁의 시작은 '황금사과' 한 알이었다. '불화(不和)의 여신 에리스(Eris)는 인간과 신이 모두 모이는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하자 '가장 아름다운 여신께'라는 글씨가 씌어있는 황금사과 한 알을 연석에 던졌다. 이에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 세 여신은 서로 자신이 가장 아름답다며 다투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들의 분쟁은 양치기로 일하던 트로이 왕자 파리스에게 튀었다.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에게 사과를 주었고 사과를 받은 쪽과 받지 못한 쪽은 트로이와 아테네로 나뉘어 전쟁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신화는 인간과 역사의 진실을 대단히 압축적이고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이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명사는 당연히 '황금사과'요, 동사는 '받다'이다. '황금사과'는 비싸고 가치 있고 갖고 싶지만 이롭지 만은 않은, 말하자면 불화의 상징이며 이것은 '받다'를 결정하는 인간의 의지에 연속된다.'사드'라는 위력적인 '황금사과'가 결국은 한반도에 떨어지고 말았다. 일본의 군비확장도 예사롭지 않은 마당에 중국의 동태까지 불안한 조짐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동북아시아 정세에 앞서 한국사회의 분열과 불화가 더욱 걱정스럽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국민의 한 목소리를 성주 주민과 외부인의 프레임으로 이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인의 너머에 종북과 같은 색깔론이 이어지는 것은 자동옵션이다.그런데 본래 분열은 적을 교란하는 효과적인 기술이다. 흔히 '간계(間計)'라고 하거니와 이간질로 틈을 만들고 화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수행하는 자를 간자(間者), 세작(細作)이라고 하니 '간첩'이란 바로 적국의 화합과 안녕을 해치기 위해서 파견된 이러한 자들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실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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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강의 음악살롱] 송창식과 함춘호 지면기사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 여우樂페스티벌의 슬로건이다. 올해로 일곱 번째가 되는 '여우락'은 그간 국악에 뿌리를 두고 있는 축제였다. 전통성과 실험성이 적절하게 공존하는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해서 한국음악의 새로운 성과를 공감하는 축제다. 올해는 달랐다. 다른 장르의 아티스트가 대거 참여했다. 성과도 달랐다. 국악에 대한 이해와 활용은 천차만별이었다. 타 장르의 아티스트 중 송창식과 함춘호가 빛났다. 일반적인 음악으로 봤을 때도 그렇고 특별하게 국악으로 봤을 때도 그렇다. 그들은 국악기를 전혀 사용치 않았다. 오직 기타 두 대가 존재했다. 여기에 송창식의 노래가 합쳐졌다. 이렇게 두 사람이 만들어낸 노래는 과거의 포크송과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70년대의 포크음악은 이 시대의 새로운 민요 혹은 민속음악처럼 다가왔다. K-POP을 들으면서, 세련된 편곡을 바탕으로 한 가창력과 칼군무에 놀랐다. 하지만 늘 '이게 과연 우리음악일까?"라는 의문이 든다. 대중음악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우리음악'적인 모습은 무엇일까? 송창식과 함춘호가 하나의 답을 해주고 있었다. 송창식은 국악의 호흡에 익숙했고 함춘호는 보컬의 호흡에 익숙했다. 이렇게 만난 두 사람이 과거의 포크송을 국악적인 노래를 만들고 있었다. 한국적인 호흡이 존재했다. 국악 특유의 미학인 '죄고 품', 곧 긴장과 이완의 묘미가 생생하게 살아있다. 이런 것이야말로 '우리음악'이라 부를 수 있었다. 함춘호의 기타는 달랐다. 요즘 25현가야금보다도 더 국악적이었다. 새로 창작된 국악곡에서 25현가야금이 화성을 채우려는데 급급하기도 하다. 함춘호라는 기타의 고수(高手)는 마치 노래의 고수(鼓手)와 같았다. 그의 기타는 선율이자 장단이었다. 그는 송창식의 노래에 내재된 리듬(호흡)을 찾아냈고 소리꾼의 호흡과 노래를 잘 따라갔다. 아주 이상적인 고수(鼓手) 의 역할을 했다.국악계에서, 또 여우락페스티벌에서, 이런 송창식의 1970년대의 가요를, 국악기가 중심이 된 보다 더 한국적인 음악으로 만들면 어떨까? 송창식이 부른 '피리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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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연인] 연蓮 지면기사
정화수에 씻은 몸새벽마다참선參禪하는미끈대는검은 욕정그 어둠을 찢는 처절한 미소로다꽃아연꽃아. 허영자(1938~)존재는 어떠한 존재의 몸을 뚫고 나온다. 존재는 스스로 생길 수 없으며 존립할 수도 없다. 본래 자기의 고유한 성질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서로 다른 성질의 요소들을 통해 고유성이 생기는 것이다. 그것을 인연이라고 하며, 우리는 인연에 의해 모여서 그것에의 형상을 이루었다가 인연이 끝나면 자연 속으로 되돌아간다. 자연은 우리가 왔던 곳이며 돌아가야 할 공간으로서 흔히들 사람이 죽으면 '돌아가셨다'고 하는 것이다. 태어나기 전에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의 자연인이며, '정화수'와 같이 깨끗하고 고요한 빗물질 속에 있다. 이 공간은 어머니의 자궁과 같이 평화가 머물지만 '미끈대는/검은 욕정'이 가득한 세상이라는 장소로 이동하면서 '어둠을 찢는/처절한 미소'로 연꽃이 일순간 꽃잎을 열듯이 활짝 피어난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허영자(1938~)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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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간섭 안하는 마법 지면기사
공기청정기 살균제·사드문제 등 곳곳에 '신뢰 위기'대중들 전문가 '피어리뷰' 안 믿고 음모론과 괴담만서로 소통 가능한 '공공의 과학참여'로 고비 넘겨야미국이 아폴로 계획으로 인간을 달에 보내려 할 때 모든 사람이 박수친 건 아니었다. 세기의 예산낭비로 보였으리라. 전문가들의 평가인 피어 리뷰 (peer review)로도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지만, 결국 기폭제가 된 건 냉전시대 적국의 최초 인공위성 발사였다. 이렇듯 과학연구 지원에서 '무엇을' 지원할지의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어떻게'의 문제도 만만찮다. '지원하되 간섭 안한다'라는 문구는 바람직한 지원 방식을 마법처럼 표현한다. 당연한 말이라서 누가 반대하랴 싶지만, 그게 꼭 그렇진 않다. 당장 '눈먼 돈' 아니냐는 냉소에 맞닥뜨린다. 툭하면 연구비 유용 사건이 터지니 무조건 믿어 달라 하기도 힘들다. 그렇다고 감시를 위해 만든 각종 서류를 끝도 없이 채우는 일에 연구자들을 몰아넣자고? 재능의 낭비고 국가적 손해다.결국 '신뢰의 부재'가 문제의 본질이고, 공공재의 투입 여부 결정과정부터 설득력을 담보해야 함을 깨닫는다. 전문성에 바탕하지 않은 지원 결정이 얼마나 무모한가의 사례로 수없이 인용된 게 황우석 사건이다. 당연히 공적 자금의 투자 결정에서 피어 리뷰의 중요성이 대두됐다. 하지만 피어 리뷰는 지원의 필요조건일 뿐이다. 동종의 전문가들끼리 벽을 치고 담을 세우면서 그들만의 리그를 구축하는 거라는 차가운 시각은 어쩔건가. 그러니까 전문가들의 평가를 통한 검증에서 살아남은 것 중에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다음 단계가 남아있다. 이건 전문가 집단을 훨씬 넘어서는, 실제 재원을 제공하는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를 요한다. 피어 리뷰 자체를 생략하고 공공자금을 지원한 황우석 사건의 경우에는, 필요조건부터 만족시키지 못했으니 결정과정의 결함이 분명히 있었다.과학 분야에서 이런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가리켜서 '공공의 과학참여(public engagement in science)'라고 한다. 원래 '과학대중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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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동반성장의 출발은 공정거래로부터 지면기사
브렉시트와 사드의 한반도 배치 등 대·내외적인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이처럼 계속되는 급속한 변화로 인해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중소기업인들은 생존을 위해 시시각각 고군분투하는 현실이 버겁기만 하다. 중소기업인들이 힘겨운 경영활동을 하는 데에는 불공정거래 행위도 한몫하고 있다. 필자는 최근 채널사용 사업권 재승인 과정에서 허위서류를 제출하여 심사를 통과한 A홈쇼핑사에 대한 미래창조과학부의 강력한 제재조치 발표를 보았다. 몇 년 전 A홈쇼핑의 대표이사와 임직원들이 자사에 납품하는 대가로 뇌물을 받는 등 갑의 지위를 이용한 횡포로 형사처벌을 받았음에도 재승인 심사 중 공정성 평가항목 통과를 위해 고의로 관련 직원을 누락시켜 승인을 득한 사실이 발각되어 내려진 강력한 제재이다. 기업 생존을 위해 A홈쇼핑사에 납품하고 방송을 해야 했던 중소기업인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웠고 이러한 현실을 비판했겠는가? 이처럼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 중소기업 간 거래에 있어 불공정거래 행위는 마치 뒤엉킨 실타래처럼 풀기 힘든 처지에 놓여있다. 필자는 원청업체의 횡포에 괴로워하며 전전긍긍하는 기업인들을 접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소위 말하는 을의 입장에서 원청업체와의 거래 계약서 작성을 요청해도 원청업체는 일단 구두로 계약하자고 하며 납품을 독촉해 최초 구두로 합의한 납품대금 금액을 부당하게 감액하는 경우도 있으며, 뿐만 아니라 부당한 대금 결정, 대금지급 지연, 결제대금 미지급, 부당 위탁취소, 부당 반품을 일삼는 악덕기업들도 있다고 한다. 이렇듯, 마치 '불공정 행위 없이는 기업 성장은 없다'라는 무한 이기주의를 슬로건으로 활동하는 기업이 있는 한 우리나라 경제 성장은 더디기만 할 것이다. 필자는 이번에 위의 사례와 반대되는 공정거래와 동반성장이 수평전개 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대기업 1차 벤더인 A사는 각종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PBA(Pcb Board Assembly)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협력사 240개사에서 제조한 부품들이 모여 완성된다. A사는 협력업체 간 동반성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철학을 갖고 있었기에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