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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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부자의 품격 지면기사
인천의 나눔문화를 이끌고 있는 개인 기부운동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클럽발족 4년만에 70번째 회원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아너소사이어티는 2007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개인 기부 활성화를 통한 나눔문화 발전을 위해 새롭게 이름을 붙인 개인기부 운동으로 ‘한국형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기부나 나눔은 그 형태와 내용이 어떻든 모두가 소중하고 의미가 있다. 나눔을 통해 더 어려운 이웃과 지역사회를 이해하고 동참하려는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의 법인 기부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이익을 나누고 함께하기보다는 정부나 언론 등 외부 요청에 의해 마지못해 나누는 그래서 세금은 아니지만 마치 세금과도 같이 매년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준조세’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공동모금회는 이러한 기부문화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나눔문화를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개인 기부의 활성화와 확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방안을 고민하던 중 미국의 ‘토크빌 소사이어티(미국 공동모금회의 개인 고액기부 클럽)’를 우리 실정에 맞게 도입한 것이 바로 아너소사이어티였다. 1984년, 단 4명의 회원으로 시작된 토크빌 소사이어티는 지금 2만7천명의 회원이 연간 약 5억7천만달러(약 6천억원)를 기부하는 미국 개인기부의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인천의 경우 2008년 9월, 당시 진성토건 정석태 회장이 ‘지역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많은 참여가 있기를 바란다’는 메시지와 함께 첫 번째 회원으로 가입함으로써 ‘아너소사이어티’ 운동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당시만 하더라도 5년간 1억원 이상의 개인 기부를 결정하기는 어려운 일이라 2010년까지 단 4명의 회원만이 가입을 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후, 인천의 나눔문화는 급물살을 타 2011년 한 해 4명의 회원이 가입한 것을 시작으로 2012년 8명으로 크게 늘어나더니 2013년과 2014년은 각각 18명의 회원이 가입해 전국에서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인천의 고액 기부는 타 지역에 비해 높은 여성가입자와 부자, 부부, 형제,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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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대] 세계 금융시장의 대격변 예고 지면기사
급변하는 세계 경제환경속에서계획대로 금리조정하긴 불가능미국영향 크게 받는 우리로선철저하게 준비할 수밖에 없다글로벌 금융시장 요동친다 해도기초경제력만 키우면 극복 가능재닛 옐렌(Yellen) 의장을 비롯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중앙은행)의 주요 인사들이 정책금리 인상을 예고한 이래 세계 금융시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와 그 영향을 놓고 많은 논쟁이 있었다. 오늘 새벽에 발표된 미국 중앙은행의 결정에 따라 이제 논쟁은 마무리되고 세계 경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었다. 아니, 세계 금융시장은 진작부터 격변에 휩싸여 있었다. 먼저 환율이다. 세계 중심국가인 미국의 금리가 조정되면 다른 나라의 환율은 즉각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 엄밀히 말해서 금리조정이 예상되는 순간부터 영향을 받는다. 사실 일부 국가의 환율은 작년부터 요동치기 시작했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경기가 호전되지만 이들 나라는 오히려 하향세를 보이고 있기에 이들 간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이는 환율로 나타나게 된다. 그러다가 임계치를 넘게 되면 그 나라는 국가부도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 지금 잘 나가는 국가들도 안심할 수 없다. 행여 한 순간만이라도 삐끗하면 바로 나락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클럽인 OECD에 가입하자마자 IMF사태가 발생하였던 것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도대체 지구상 어느 한 나라도 마음 놓을 수 없는, 이런 세계적인 어려움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미국이 금리 조정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자국의 경기 호전이 중요 요인이겠지만, 미국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국 달러화는 전 세계의 기축통화로서 양적으로 풍부해야 하지만 질적으로도 일정한 가치를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로 풀려나간 엄청난 달러를 그대로 둘 경우 그 가치의 하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 더구나 지난달 말 IMF이사회가 중국 위안화를 특별인출권(SDR) 구성통화에 편입하기로 결정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바야흐로 중국 위안화가 기축통화 자리를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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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노동개혁, 대한민국의 미래 지면기사
17년 만에 노사가 양보하여 국민이 기대하는 노사정 대타협이 이루어졌다. ‘9·15 노사정 대타협’은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2·6 대타협’만큼 역사적 의의를 지니고 있다. 이번 합의 정신을 잘 살려 나간다면 우리나라는 당면한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격차를 완화하는 것은 물론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이 경제사회 발전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면서 21세기 선진강국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번 노사정 대타협의 합의 정신이 실천된다면 우리 노동시장에는 1석 4조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현재 일하는 근로자들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저녁 있는 삶을 가지면서도 성실하게 일하면 60세까지 근무할 수 있는 고용안정을 이룰 것이다. 또한 임금이나 근로계약 등 노동시장의 핵심규율의 공정성, 투명성, 예측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기업들이 청년들을 직접 정규직으로 채용함으로써 청년고용이 크게 확대될 것이다. 이렇게 기업들이 직접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면 비정규직은 줄어들 것이고 처우도 개선되면서, 일하는 기간 동안 고용이 안정되고 일할 기회도 늘어날 것이다. 무엇보다도 기업들은 환경변화에 대한 대응력이 향상되면서 경쟁력이 강화된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그러나 실천은 구호보다 어렵다. 합의 정신의 충실한 이행이 중요한 이유이다. 이러한 합의 정신의 실천은 지역, 산업현장 등에서 함께 노력하여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우선, 지역에서는 사회적 대화를 활성화하고 협력을 통해 지역 노사관계 안정과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며, 산업현장에서는 고도성장기의 연공 주의 패러다임에 입각한 제도와 관행을 직무와 능력 중심으로 전환하며 원·하청, 비정규직 등에 대한 배려와 상생의 협력적 노사문화 실천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 인천, 경기지역은 공항, 항만이 있는 우리나라의 관문이면서 현재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앞으로 먹여 살릴 주력산업이 집중되어 있는 대한민국 경제와 산업의 중심지이다. 그만큼 노동개혁을 통한 일자리 창출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고 노동개혁의 성과가 쌓이면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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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112신고와 탐정 지면기사
‘음식점에서 구두가 없어졌다’, ‘지하철에 물건을 두고 내렸다’, ‘주차 중인데 뒤차에 막혀 나갈 수가 없다’ 등 어이없는 112신고를 받고 순찰차가 출동한 사이 ‘강도가 들었다’, ‘퍽치기 당했다’,‘살려주세요’ 등 절박한 신고 현장에 출동할 순찰차가 없는 경우가 간혹 있다.물론 지구대(파출소)순찰차나 형사기동대, 교통순찰차가 지원 출동하지만 먼거리 출동이나 교통체증 등으로 소위 골든타임(5분) 내 현장 도착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미국, 영국, 일본 등 OECD국가는 어떨까? 그들은 긴급을 요하는 출동은 경찰이, 그렇지 않은 민원 상담이나 비긴급, 비출동을 요하는 경미한 사건은 대부분 탐정에게 의뢰해 처리하고 있다. 그 근원에 OECD 33개국 공히 100~200년을 면면히 내려오는 합법적, 관습적, 국민지향적인 탐정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처럼 생명, 신체의 위해 등 중대범죄에 처한 시민들에게 제때에 경찰이 달려가지 못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결론부터 얘기하자면 112순찰차가 위험에 처한 신고자를 구호하거나 범인을 검거하기 위한 현장도착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OECD국가처럼 탐정이 비긴급, 비출동을 요하는 경미한 사건을 처리해 주는 시스템 도입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인탐정법제화는 거의 20여년 국회 본회의에 상정조차 못하고 있으며,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 중인 정부입법도 우리사회 ‘갑중의 갑’인 특수직역 집단이기주의에 매몰되어 표류되고 있다.지금 국회에는 윤재옥 의원이 대표 발의한 관련 법안(민간조사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 입법 대기 중에 있다. 이의 조속한 법제화를 촉구한다. 이 시기에 국무조정실도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입법안을 확정, 조속히 국회로 넘겨 양 법안의 미비점이 상호보완 되도록 만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그리고 탐정법제화를 반대하는 특수 직역도 탐정이 불법인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은 을이고 불법심부름 센터가 갑이며, 특히 탐정 법제화 지연으로 인한 방만한 112신고 실상과 날로 심각해질 수 있는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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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금쪽같은 시간, 보석 같은 물건들 지면기사
지난해 우리에게 큰 상처를 준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국민들 사이에 가장 널리 퍼진 단어는 아마 ‘골든타임(Golden Time)’일 것이다. 사고나 사건에서 인명구조를 위한 초반의 금쪽같은 시간을 뜻하는 ‘골든타임’. 가정에서는 어떨까? 집안에서 가장 큰 사고는 아마도 ‘화재’가 아닐까 싶다. 한순간에 보금자리와 사랑하는 가족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화재를 막기 위해 전기와 가스 안전하게 사용하기, 난방 등을 위한 화목 보일러나 전열 기구의 올바른 취급, 라이터나 담뱃불 등 불씨 조심 등 분야별로 점검하고 예방하는 것이 가정 안전관리의 핵심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막으려 해도 인간은 실수할 수 있고 설비는 제 기능을 못 할 수 있다.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얘기다.사고가 나면 초기 대응을 위한 금쪽같은 시간에 보석같이 빛나는 물건이 있다.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다. 감지기는 한밤중 잠들어 있다가도 불이 난 것을 알고 대피해 인명피해를 막고 재산피해를 줄일 수 있게 하는 기특한 물건이다. 생명을 구하고 재산피해를 줄일 수 있는 물건이면 금보다, 보석보다 귀하지 않을 수 없다.지난 2011년 소방시설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고 2012년부터 의무적으로 신규 주택에 기초 소방시설인 소화기구와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설치해야 했다. 또 경기도 주택 소방시설 설치기준 조례에 따라 기존 주택은 5년간 유예기간을 줘 2017년 2월 4일까지 설치를 완료해야 한다. 소화기는 세대별, 층별로 1개 이상 잘 보이는 곳에 비치하고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침실, 거실, 주방 등 구획된 실마다 1개 이상 천장에 부착하면 된다.가정은 내 가족이 편히 쉴 수 있도록 어떠한 위험으로부터도 보호받아야 할 절대 안전해야 할 공간이다. 법이 개정돼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집 안전은 내 손으로 지킨다”는 마음으로 가정 내 위험한 요소를 없애고 금쪽같은 시간에 빛을 발하는 보석 같은 물건인 소화기 하나(1)와 감지기 하나(1)로 가족의 생명을 구(9)하는 119의 첫걸음을 내디뎌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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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박’ 반전 가져다 준 ‘경기도 중동 통상촉진단’ 지면기사
국내시장을 넘어 해외시장을 개척한다는 것은 중소기업에게 많은 시간과 버거움이 따른다. 내수시장에서만 영업하던 중소기업에게는 특히 더 그렇다. 진흥식품도 마찬가지였다. 진흥식품은 지난 10년간 스시김과 김밥용 김을 생산·유통하고 있다. 회사 설립 이후 매년 10억원씩 매출을 늘리며 70억원 가까이 매출이 수직 상승했지만, 2013년부터 매출이 정체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세월호와 메르스 영향으로 타격이 컸다. 위기를 맞아 돌파구 마련이 절실해졌다.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된 이유다.해외시장 진출을 생각하며 준비도 많이 했다. 먼저 경기도 및 시에서 실시하는 해외전시회 및 통상촉진단에 도전해 상품의 경쟁력을 알아보기로 했다. 그렇게 지난 5월부터 지금까지 무려 10개국을 방문해 해외시장을 노크했다. 그러면서 우리 스시김이 해외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상품에 대한 자신감이 붙을 무렵인 지난 11월 경기도가 주최하고 경기FTA센터가 주관하는 ‘경기도 중동 통상촉진단’의 일원으로 이스라엘과 터키를 찾았다. 참여 업체로 선정되기까지 우여곡절도 있었다. 이스라엘에서는 우리를 찾아주는 바이어가 있었지만, 터키는 반대였다. 시장성 평가가 낮아 참여를 못하게 되는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경기FTA센터에서 스시김의 특수성 등을 해외무역관에 적극 어필하여 이스라엘과 터키 시장 모두를 공략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이렇게 참가한 중동 통상촉진단에서는 짜릿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찾는 바이어도 없고 상품성이 낮을 거라는 우려와 달리, 이스탄불 바이어들의 반응은 대단했다. 사전에 실시한 시장성 평가와 실제 바이어 미팅 내용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오자 중동 바이어들의 러브콜이 계속됐다. 이스라엘과 터키에서 우리 상품을 찾은 바이어 9명 중 6명이 계약을 요청했다. 계약 건에 관해 얘기를 하던 중 추가계약까지 맺는 경사도 이어졌다. 확정된 계약액만 25만달러에 이른다. 이처럼 빨리 계약이 성사된 이유 중 하나는 이스라엘, 터키시장에서 모두 필요한 청결식품인증(KOSHER MARK)을 사전 취득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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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인천의 방송, 그 문제를 푸는 방법 지면기사
방송콘텐츠, 철저하게 공공재 관점에서 접근시, 인큐베이팅 설립통해 인천관점 적극 반영지상파·유선·위성방송과 특정채널 사용 계약세계 4대 골프 국가대항전으로 꼽히는 ‘프레지던츠컵’ 대회가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지난 10월 인천 송도에서 치러졌다. 대회기간 골프 좀 친다는 전 세계 사람들의 이목이 인천 송도로 집중됐다. 하지만 이런 세계적인 이벤트가 내 땅에서 열리는데도 인천은 관련된 방송콘텐츠 하나 제대로 제작하지 못했다. 이것이 인천의 방송현실이다. 그래서일까. 뜻있는 이들은 방송주권을 외치고, 지상파 TV방송국의 설립 또는 유치를 주장한다. 그런데 그것이 말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2015년 11월 4일 경인칼럼 ‘KBS 인천지역국이 필요한가?’)나는 지난번 칼럼에서 ‘인천의 방송’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론으로서 논의의 초점을 플랫폼(platform)에서 콘텐츠(contents)로 옮기자고 제안했다. 지상파방송국을 새로 만들거나 유치하는 데 무리하게 힘을 쏟지 말자는 것이었다. 짚어보았듯이 현실적으로 적지 않은 난관들이 존재한다. 그 장애물들은 인천만의 노력으로 제거하거나 극복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래서 대안으로 방송콘텐츠를 만들자고 제안한 것이다. 지상파 TV방송국도 없이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가능하다. 생각만 바꾸면 가능한 일이다. 인천시가 방송콘텐츠 인큐베이터(incubator) 역할을 하면 된다.인큐베이터는 온도와 습도 등 생식과 성장에 필요한 모든 환경조건을 최적 수준으로 조절할 수 있는 공간이다. 요즘에는 주로 창업과 관련해 쓰이는 개념이지만 방송콘텐츠를 제외한 인천의 여타 문화산업부문에서 이미 적용되고 있다. 영화 부문에서는 인천영상위원회가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으며, 애니메이션과 웹콘텐츠 부문에서는 인천정보산업진흥원이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방송콘텐츠는 상업적 지향이 허용되는 영화나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철저하게 공공재(public goods)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방송콘텐츠가 본래 갖게 되는 공익성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인천시가 방송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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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로 읽는 고전] 선능지미: 맛을 아는 이가 적다 지면기사
어떤 음식이든지 배가 고파 먹는 음식은 그저 허기를 채우는 것만으로 고맙게 느껴진다. 그러다가 배가 불러지면 산해진미도 맛이 없으니 맛이라는 게 자신의 처지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는 음식의 맛을 전통적 오행관념에 따라 오미(五味)로 구분한다. 木에 해당하는 신맛, 火에 해당하는 쓴맛, 金에 해당하는 매운맛, 水에 해당하는 짠맛, 土에 해당하는 단맛이 그것이다. 입과 혀의 기능이 정상적이라면 누구든 이 다섯 가지 맛을 구분할 수 있다. 그런데 ‘중용’이란 책에서는 사람들이 모두 음식을 먹지만 그 맛을 아는 이는 드물다고 하였다.우리가 일상에서 먹는 사과를 가지고 이야기하면 달고 신 맛을 누구든 느끼는데 그건 일반적인 맛이고 깊은 맛을 보는 이가 있으니 바로 그 사과를 경작한 농부이다. 사과밭을 지나가는 나그네는 그저 달고 신 맛을 느낄 뿐이지만 농부가 맛보는 사과 하나에는 천지인(天地人) 삼재의 맛이 모두 함축되어있다. 사과 종자의 맛도 느껴지지만, 한 해 동안 겪었던 가뭄이나 홍수 등 하늘의 기후상황도 느껴지고, 땅에서 이루어지는 토양의 비옥도도 느껴지고, 농부로서 자기가 흘린 땀방울의 정도도 느껴진다.자신이 관심 없어서 정성을 기울이지 않으면 이런 맛을 느낄 수가 없다. 사과 하나의 맛을 보는 것도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맛에 대해서는 말해 무엇할까! 어느 분야든지 자기가 관심을 가지고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세월이 흘러도 그저 겉핥기로 맛을 보게 된다. 그래서 ‘주역’에는 대다수 사람들은 날마다 진리 속에서 그 진리를 쓰면서 살지만 그 맛을 알지 못한다고 하였다. 관심과 정성이 들어가면 맛은 점점 더 깊어질 것이다./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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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 실패가 주는 선물 지면기사
자만심으로 가득차 있었는데매사 겸손함을 배우게 되고절박함 속에서 내 자신을 발견모든게 감사하다는 교훈도 얻어지금 실패라는 고통 겪고 있다면모든 방법 동원해 이겨내 보세요요즘 경기가 IMF 직전의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는 평가를 많이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강의장에서 만나는 분들이 사업에 관해서 비관적인 얘기를 많이 합니다. 얼굴에 수심이 가득 차 있는 분들을 볼 때 남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도 사업을 하다가 망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는 자살을 결심할 정도로 심각했었습니다. 그 엄청난 심리적 절망감을 감당할 수가 없었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자주 가던 사우나에 갔는데 그 사우나 매장에서 반바지를 입고 면도기, 삶은 계란을 파는 사람이 갑자기 엄청 부럽게 느껴졌습니다. ‘아~ 저 사람은 월급날이 되면 월급을 받아서 사랑하는 가족과 행복하게 살 수 있겠구나. 나도 저 사람처럼 정기적으로 받을 수 있는 월급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지는 해를 보면서 눈물 흘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옥과 같은 절망의 터널을 뚫고 나와서 돌아보니 실패가 저한테 준 선물이 엄청난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실패를 통해서 다음과 같은 선물을 받게 되었습니다. 첫째, 겸손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토록 철저하게 준비했기 때문에 반드시 성공할 수 밖에 없다는 자만심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실패는 제게 자만심을 내려놓고 겸손을 갖도록 가르쳐주었습니다. 그 후로 저는 만나는 사람들의 얘기를 경청합니다. 만나는 모든 사람이 제 스승인 셈이죠. 매사를 겸손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선물을 받은 것입니다. 둘째, 맷집을 키웠습니다. 죽을 정도의 실패와 고통을 경험하고 나니 어지간한 상처는 제게 아픔을 주지 못합니다. 실패와 상처에 대한 내성, 단단한 맷집이라는 선물을 받게 된 것입니다. 셋째,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실패의 늪에 빠지면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뉩니다. 그곳에서 포기하고 멈춰있든지, 아니면 상황을 전환시키기 위해서 새로운 도전을 합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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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우 칼럼] ‘한 평짜리 삶’ 지면기사
장애인복지법 규정 시설기준1인당 침실면적 ‘3.3㎡’ 불과자립한 중증장애인 ‘서비스 사각’활동보조 신청 3개월후에나 제공정부, 시설과 지역사회 연결하는자립생활 지원체계 확립 시급우리나라의 장애인복지정책은 ‘탈 시설화’에 의한 지역사회로의 통합을 지향한다. 하지만 장애인의 사회통합은 결코 쉽지 않다. 우리 사회는 장애인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갖춰져 있지 못하다. 일례로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사회조사에서 교육과 고용 등 생활 전반에 걸친 장애인 차별 정도가 나타났는데 차별이 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직도 65.8%에 달했다. 특히 비장애인(66.0%)이 장애인(62.4%)보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더 심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런데도 장애인에게 지역사회에 무조건 나가서 살라고 하는 것은 상당히 무책임한 일이다.역설적으로 이는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 거주시설이 여전히 불가피함을 보여준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모든 사람이 가능하면 시설이 아닌 자신의 가정에서 가족과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회적 경험을 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국가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정책적 여건을 조성해야 하며 동시에 예산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그러나 장애인 거주시설에 대한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은 거의 1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그동안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최선을 다해 ‘서비스 이용인’과 함께 해 온 수많은 장애인 거주시설들은 그 수고와 노력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격려를 받지 못하고 있다.현재 국토교통부는 ‘주택법’에 근거해서 대한민국 국민에게 보장하는 최저주거기준(공고 제2011-490호)을 설정해 1인 가구의 총 주거면적을 14㎡로 제시하고 있다. 한편 ‘장애인복지법’에서 규정한 장애인 시설 기준은 1인당 침실 면적이 3.3㎡이다. 그러니까 시설 장애인의 삶은 한 마디로 ‘1평짜리’다. 1실 당 공동거주 인원이 성인 8명이니까 8명이 8평의 공간에 이불장, 옷장, 책상 등을 놓고 ‘생활재활교사’라고 불리는 사회복지 종사자와 함께 살아야 한다. 그 뿐만 아니라 2015년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의 최저생계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