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아침단상] 정조가 외면한 ‘삼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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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단상] 정조가 외면한 ‘삼남길’ 지면기사

    수레 통행 못하는 오솔길 수준화물은 사람이 짊어지고 운반정조는 경제혁명 길 건설위해‘패배와 가난의 길’을 없앴다개척할 근거도, 해서도 안되는‘삼남길 개발사업’ 중단돼야10여년 전쯤, ‘산티아고 순례길’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됐었다. 그 영향으로 제주도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이 개발됐다. 영혼이 지친 현대인들은 자기 성찰의 길을 걷는 도보여행에 열광했다. 코오롱그룹은 조선시대 한양과 충청·전라·경상의 삼남지방을 잇던 ‘삼남길’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1천리에 달하는 국내 최장의 트레일 워킹 코스를 만들겠다는 야심이었다. 민심이 기대감에 부풀자, 경기도는 전담공무원까지 배치하며 전폭 지원했다. 하지만 실패했다. 조선시대에는 도로다운 도로가 없었다. 장거리는 굽이굽이 산을 넘고 물을 건너 통행했다. 오솔길 수준이었고, 홍수나 산사태가 나면 길은 바뀌었다. ‘삼남길’이 그랬다. 당연히 수레는 통행하지 못했다. 화물은 말 잔등에 싣거나, 사람이 짊어지고 운반했다. 결과적으로 바퀴가 없는 잉카 문명의 교통과 운송이 다르지 않았다. 도로가 사라진 이유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당한 후 도로개설을 기피했기 때문이다. 도로망이 잘 정비되어 있으면, 외적이 신속하게 쳐들어온다는 것이 이유였다. 산성으로 달아날 시간을 벌기 위해서는 도로가 열악해야만 했다. 도로가 없는 편이 전쟁 피해를 최소화시킨다고 믿었다. 숙종의 ‘치도병가지대기治道兵家之大忌(도로를 건설하거나 보수하는 것을 금함)’라는 말은 조선 중·후기의 국방전략과 도로정책을 잘 대변하고 있다. ‘삼남길’의 숨은 비밀이다. 조선인 뇌리 속에서 사라졌던 도로가 다시 살아났다. 청나라의 선진문물을 견학한 홍대용·박제가·박지원·홍양호 등과 같은 북학파들은 낙후된 조선의 경제를 개혁·개발하기 위해서는 수레를 상용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도로개설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조선은 도로를 닦지 않았다. 산이 많다거나, 공사가 어렵다는 것은 부수적인 문제였다. 근본적인 문제는 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수구세력들의 반대였다.정조는 결단을 내렸다. 도로혁명은 현륭원 이장사업(17

  • [발언대] 복지사각지대 메우는 노력 ‘맞춤형 급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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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언대] 복지사각지대 메우는 노력 ‘맞춤형 급여’ 지면기사

    올해 7월부터 기초생활보장법이 개정되었다. 기존의 기초생활보장제는 최저생계비 이하 저소득층에게 생계, 의료, 주거 등 모든 급여를 지원하는 ‘통합급여 방식’을 유지하였으나 새로 개정된 맞춤형 급여는 급여별 선정기준을 정하여 개별급여로 지원하는 방식이다.이는 기준을 벗어나면 모든 급여에서 제외되는 현실에서 소득이 증가해도 필요한 지원을 계속 받을 수 있도록 급여별 선정기준을 달리하여 안정적 탈 수급 및 자립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맞춤형 급여의 기본 취지이다. 또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대폭 완화하여 자녀들의 소득으로 인해 수급을 받지 못하던 실제 생활이 어려우신 어르신들의 생계 지원 확대가 기대되었다.경기도는 이러한 맞춤형 급여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올 3월부터 맞춤형 복지급여 TF 구성과 종합계획을 수립하여 차질없이 제도가 개편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해 왔으며 담당공무원에 대한 교육과 더불어 일선 현장에 촘촘한 홍보까지 추진하여 제도를 몰라 신청하지 못하는 분들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다.또한 7월에 맞춤형 급여를 지원해드리기 위해서는 상담과 조사가 30일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해 이미 6월부터 집중신청기간을 운영하여 기존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서 탈락하거나 중지된 분들, 차상위 복지지원을 받고 계신 분들에게 가가호호 전화와 방문을 통하여 완화되고 확대된 맞춤형 급여에 대한 홍보와 신청 안내를 추진하여 혹여 확대된 기준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대상자를 한 분이라도 찾아내기 위해 주말도 반납하고 뛰어다녔다.도 자체 현장 방문을 나가보면 읍면동 직원들의 힘듦을 생생한 목소리로 들을 수 있었다. “도움이 필요 하실까 봐 일일이 안내해드려 신청을 하셨으나 지원기준이 초과해 탈락하신 분 중에는 번거롭게 시간 낭비 했다고 오히려 역정 내시는 분들도 있으세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혹시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이 받지 못하고 계신 것보단 낫잖아요”라면서 힘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는 직원을 보면서 “아~ 경기도의 복지는 희망복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그 결과 경기도는 16만여명의 대상자를 발굴하여 상담 및 조사

  • [자치단상] 자연친화적 內港 재개발 미래로 가는 비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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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치단상] 자연친화적 內港 재개발 미래로 가는 비상구 지면기사

    정부, 주민보다 항만업계 위한 개방 추진 ‘꼼수’중국관광객 유치위해 쇼핑시설 등 복합항 조성시, 구도심 도약·인천 미래 판가름할 사업 명심해야인천 중구는 대한민국과 인천지역 발전을 위해 수많은 희생을 치렀다. 내항 1·8부두로 인한 분진 소음 교통문제 등 각종 환경피해 속에서 생존권까지 위협을 받으면서도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오롯이 견뎌왔다. 하지만 정부는 중구 구민들의 희생과 고통을 살피기는커녕 끊임없는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 더 이상 참지 못한 우리 구민은 환경피해 보상과 생존권 보장, 내항 8부두 전면 개방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마침내 정부는 2013년 5월 내항 8부두를 2015년 6월까지 개방하고, 항만재개발 사업을 본격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2015년이 다 지나가도록 내항은 아직도 주민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화물차 회주도로 및 보안시설 등으로 폐쇄된 공간으로 조성하려는 꼼수마저 보이고 있다. 관련 예산뿐만 아니라 인천항 기능 재배치 및 항만근로자 고용방안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을 위한 개방이 아닌 항만업계를 위한 개방을 추진하고 있다. 꼼수와 거짓이 계속된다면 주민들의 원망과 슬픔은 종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질 것이다.인천 내항의 바람직한 재개발은 중구, 동구와 남구 등 인천 구도심의 지역 회생뿐만 아니라, 인천지역 나아가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원동력이라는 인식을 공감하고 사람 중심의 내항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선 현재의 물류단지 기능을 외항으로 이전시키고, 내항은 여객 중심의 친수공간(일상생활, 고용창출, 여가활동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그린항으로 조성해야 한다. 프랑스 마르세이유항, 일본의 요코하마항 등은 종래의 물류중심 항만에서 국제교류와 주민 친화적 항만으로 개발해 세계 최고의 항만도시로 재탄생한 바 있다. 멀리 외국 사례까지 볼 필요 없이 부산만 보더라도 정부의 적극적이고 파격적인 지원으로 부산 신항은 외항으로서 전문적인 상업항 기능을, 기존 북항은 도시재생 재개발 사업으로 구도심에서 벗어나 새롭게 태어난 깨끗한 항으로 변화해 가는 것을 볼

  • [기고] 중소마트 종사자들의 창업의지 창출 방안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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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중소마트 종사자들의 창업의지 창출 방안에 대해 지면기사

    최근 경기 침체와 고령 인력의 잉여, 청년 실업, 여성의 사회참여 욕구 강화 등 다양한 사회현상에 대응하는 최적의 전략으로 창업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따라 창업 촉진을 위한 다각적인 정책이 시도되고 있는데, 중소마트의 경우 소자본 생계형 창업에 적합하여 서민 창업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전국적 분포로 시장의 경제적 순환과정의 중추 기능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적 창업 전략 기획에 중소마트의 의미는 남다르고 할 수 있다. 특히 중소마트 창업의 상당수가 기존 마트에서 근무하던 종사자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중소마트 종사자들에 대한 조직 및 인사 차원의 관리를 통해 그들의 창업 의지를 강화시키고 그에 따라 창업정책 활성화를 촉진할 수 있다. 중소마트 종사자의 창업의지와 관련하여 선험적이고 실증적으로 제고해볼 수 있는 내용으로는, 첫째, 과업을 중시하는 문화가 충만한 마트에서 종사한 종사자들의 경우 창업에 관한 의지가 발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소마트 경영관리에 있어 종사자들에게 미션과 비전을 명확하게 인지시킬 필요가 있으며, 그에 부합하는 역할 부여 역시 이루어져야 한다. 역할은 조직구성원들이 수행하도록 기대되는 과업활동이며 역할을 분담한다는 것은 리더의 권력을 구조와 절차의 시스템으로 대체시켰다는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즉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역할 부여는 구성원들의 과업을 중시하는 문화를 강화하게 되고 그로 인해 건실한 창업의지도 확립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이러한 분위기를 억지로 조성하려고 강제하는 것은 태도가 형식적으로 변하거나 제반 저항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지양해야 한다. 둘째, 기존에 근무하던 마트의 총책임자가 정서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할수록 종사자들의 창업의지 또한 배양된다. 종사자들은 자기가 소속되어 있는 마트의 총책임자를 보고 자신의 미래 역할계획을 마련하게 되는데 정서적 리더십은 구성원들이 유쾌한 기분으로 직무에 임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주고 배려하는 리더십이기에 정서적 리더십을 경험한 종사자들은 자신들도 그러한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는 의지와 자신감을 기반으로 창

  • [월요논단] 전자발찌와 님비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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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논단] 전자발찌와 님비현상 지면기사

    언론통해 성폭력범 재범과전자발찌 훼손만 보도 됐을뿐보호관찰기관 실제적 성과는안 알려져 왜곡된 이미지만 난무주민들에 충분한 정보제공과올바른 이해 전달하는 소통 절실2013년 9월 어느 날,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에서 “보호관찰소 OUT!”, “우리 동네가 봉이냐! 목숨 걸고 지키자” 등의 현수막들을 내걸고 1천500여명의 주민들이 모여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이 시위는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받은 성폭력범들을 관리하는 보호관찰소를 지역의 안전을 해치는 위험시설로 간주하고 시설의 이전을 반대하는 집회였다. 주변에 900여명의 경찰관들이 배치될 정도로 혼란스러웠고, 지금까지도 시장, 국회의원, 장관들까지 나서 해결을 모색해야 하는 형국에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미 여러 지역의 보호관찰소가 유사한 상황을 겪었고, 향후에도 또 다른 지역에서 이 같은 갈등이 얼마든지 발생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처럼 범죄예방의 최전선에 있는 보호관찰소가 지역사회를 위협하는 혐오시설로서 갈등의 대상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보호관찰소 이전반대집회는 ‘내 집 뒷마당에서는 안 된다(Not In My Backyard)’는 님비(NIMBY)현상의 전형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주민들이 성폭력전과자에 대한 엄격한 관리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실행하는 기관은 그들의 이웃에는 설치하지 말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같은 반대시위는 핵폐기물 저장시설, 송전탑, 하수처리장, 화장장, 그리고 심지어는 장애인시설 까지를 포함한 다양한 영역에서 행해지고 있다. 대개 이러한 사태는 이해 당사자 간에 의사소통 체계가 이루어지지 않고 왜곡된 정보가 난무한 상태에서 행정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이 커지면서 생기는 갈등에서 비롯된다. 특히 보호관찰소의 경우는 무엇보다도 보호관찰업무에 대한 이해의 부족으로 인해 형성된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주민들이 청사를 방문해 성폭력범 유치장이 어디에 있는지를 질문할 정도로 왜곡된 정보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에서 성폭력 흉악범죄자에

  • [윤중강의 음악살롱] 응답하라 1988 & 이선희와 정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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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중강의 음악살롱] 응답하라 1988 & 이선희와 정서용 지면기사

    시대는 가도, 노래는 남는다. 응답하라 1988(응팔) 시청자라면, 더욱 공감하리라. 드라마를 통해, 대중가요를 만난다. 가요를 유행가라고 부르듯, 그 시대에 유행했던 노래를 만난다. 응팔의 가요가, 그런데 아쉽다. ‘너무’ 많다. 많으면, 좋다고? 아니다. 장년에겐 좋을 수 있다. 노래를 읊조리며, 기억 속의 내가 등장하니까. 응팔의 가요가, 신세대에게도 그럴까? 아니라고 본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시대의 문맥 속에서, 진정성을 획득해야 한다. 재미로 보는 드라마에서, 내가 너무 많은 걸 요구하는 걸까? ‘레트로마니아’란 책이 있다. 영국의 음악평론가 사이먼 레이놀즈가 지은 책이 번역되어 출판되었다. 표지엔 ‘과거에 중독된 대중문화’란 부제와 같은 문장이 보인다. 이 책과 연관지어서, 한국의 음악평론가 최유준은 이리 말한다. “디지털 음악 아카이브는 현재라는 평면 위에 과거의 음악을 뒤섞는다. 디지털 세대는 이 점에서 복고가 일상화된 세대다.” 복고는 이미 일상이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성공이 그대로 증명한다. 한국인은 이미 레트로시대를 살고 있다. 그런데, 아쉽다. 복고가, 복고 이상이 되지 못한다. 응팔에선 그 시대에 먹었던 음료와 과자도 등장하고, 전자제품과 승용차도 등장한다. 전자는 다시 소비될 가능성이 있지만, 후자는 전혀 그렇지 않다. 응팔에 등장하는 가요가 전자가 되어야 한다. 비유컨대,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그 시대의 노래가 이 시대의 노래로 잘 ‘번역’되어야 한다. 평생을 번역에 몰두한 불문학자 김화영 선생은 이리 말한다. “번역이란, 가장 오래된 것과 가장 싱싱한 것과의 만남이다.” 황현산 선생은 ‘어린 왕자’를 네 번이나 고쳐 번역했다. 그의 후기에선 번역에 있어서 ‘무리하게’는 부정적으로, ‘엄숙하게’는 긍정적인 단어로 사용된다. 내용을 자연스럽게 알리기 위해서 ‘무리하게’번역을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아울러 ‘어린왕자’의 번역은 궁극적으로 ‘때때로 ‘엄숙하게’ 말할 줄 아는 어린이를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응팔이 ‘1988년이란 오래된 시대에 관한 2015년의 싱싱한

  • [시인의 연인]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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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연인] 칼 지면기사

    도마 위의 생선을 토막내고칼은 자신이 만든 칼집 속으로 박힌다단칼에 삶의 단면을 드러내는칼의 힘은 단호하다한 번의 망설임도 없이생선을 잘라 먼 바다를 꺼내놓는 칼생선은 배가 갈리고 토막이 났어도눈 감지 못하고자신의 죽음을 바라보고 있다도마 위에 박힌 칼 한 자루예리하게 삶의 단면을 겨누고 있다토막난 생선의 건조한 눈망울을바라보고 있다 조동범(1970~)때로는 진실을 마주한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말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말해야 하는 강제 앞에서 침묵하지 못할 때가 있다. ‘단칼’에 온전히 벗겨져 ‘거짓의 표피’를 꺼내놓은 자신의 내면을 발견한다. ‘도마 위의 생선’처럼 현실에의 눈을 뜨고, 거짓의 입을 벌리고 살았던 ‘삶의 단면’을 바라본다는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먼 바다를 꺼내놓는” 해체된 내장은 비릴 수밖에 없다. ‘배’가 갈리고 ‘토막’이 났어도 ‘눈’ 감지 못하고 자신의 죽음을 바라보고 있는 당신을 상상해 보라. 수분이 빠져나간 ‘건조한 눈망울’같이 진실은 “도마 위에 박힌 칼 한 자루” 앞에서 엎드린 ‘고해성사의 표정’이 아니겠는가./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조동범(1970~)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 [풍경이 있는 에세이] 김대환과 오야마 토키코의 ‘깊은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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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경이 있는 에세이] 김대환과 오야마 토키코의 ‘깊은 우정’ 지면기사

    12년전 작고한 한국예술가 통해한국 알게 된 무조건적 한국팬86세 여인 ‘일본 행위예술가’아리랑의 감미로운 선율에 맞춰기모노 차림으로 추모공연하는그녀의 아름다운 몸짓에 ‘감동’하모니카가 우리 아리랑의 선율을 감미롭게 구슬프게 연주한다. 이에 맞춰 기모노로 성장한 여인이 온몸으로 존경하는 한국 예술가를 추모하는 마음을 담아 춤사위를 펼친다. 오야마 토키코가 하모니카 선율에 따라 펼치는 행위예술에 장내 50여명의 청중은 숨을 죽였다.86세의 노 행위예술가 오야마 토키코씨는 도쿄에서 백남준 전시회를 개최할 정도로 일본 예술계에서 인정 받는 예술가라고 한다. 일정한 높이의 대나무로 꼬부랑 길을 카페트 위에 연출한 설치예술이 독특했고, 그 길 사이를 춤추며 가는 86세의 노 행위예술가. 그녀는 최근에 센다이에서 12년전에 작고한 한국인 예술가 김대환을 추도하는 공연을 열었다. 토키코씨의 김대환 추모 공연은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이다. 김대환의 예술을 통해서 한국을 알게 된 그녀는 무조건적인 한국팬이 되었단다.김치를 비롯한 한국음식을 좋아하는 것은 물론 한글에 대한 관심도 대단해서 간단한 인사정도는 쉽게 하는 편이다. 내가 그녀를 알게된 것은 지난 9월 센다이 일한시민교류네트가 주최한 재일동포 강연회에서다 . 저 건너편에 앉아 있는 나를 찾아와서는 한국인 예술가 김대환을 추도하는 공연회가 있으니 꼭 참석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었다. 생면부지의 일본인이었으므로 그냥 얼버무려 대답했었다. 며칠 후 총영사관으로 초청장이 왔다. 공관대표 전화로 꼭 참석해 달라는 부탁도 있었다고 한다.결국 한국 예술가 추모공연에 총영사가 참석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참석했다. 일본전통악기 무형예술보유자, 샤미센 주자 등 수준높은 일본 예술가 5명의 공연이 있었다. 이날의 추도 공연을 보기 위해 도쿄, 오사카 등 타지에서 온 관중이 절반 이상이었다. 그중에는 전설적인 레슬링 선수 역도산의 부인도 있었다. 나중에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김대환이라는 분은 쌀알에 반야심경 265자를 새겨 기네스 북에 올랐을 뿐 만 아니라 센다이, 도쿄 등 일본에

  • [춘추칼럼] 조선왕릉의 세계유산적 가치와 현대적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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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칼럼] 조선왕릉의 세계유산적 가치와 현대적 활용 지면기사

    유교·동양사상 조화된 자연친화적 귀중한 유산과거·현재·미래 이어주는 시대정신 숭고함 느껴다양한 스토리로 재구성 청소년교육 활용해야올해로 조선왕릉 40기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지 6주년이 되었다. 그동안 조선왕릉이 세계적 유산이 되면서 국민적 자긍심과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계기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서울지역에 8기, 경기도 일원에 32기가 18개 지역으로 나누어 분포되어 있는데 연속유산으로서 위용이 돋보인다 하겠다.조선왕릉은 조상을 기리는 한국의 효 사상의 상징이고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유교사상을 기반으로 한 정통성의 표상이다. 풍수적 전통에 기인한 독특한 건축 및 자연과 어우러지는 경이로운 조경이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기준인 완전성과 진정성의 충분한 조건을 갖추었다. 한편 지금까지 이어져 행해지고 있는 제례의식 등 무형의 유산을 통해 역사적 전통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는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조선왕릉의 특성은 첫째, 유교와 동양 전통사상의 조화 속에서 발전해 온 역사적, 정신적 유산이라는 점이다. 조선왕릉은 당대 최고의 예술과 기술을 집약하여 조성되었으며 그 조형방식에서 역사적 변화를 담고 있는 귀중한 유산이다. 둘째, 자연 친화적인 독특한 장묘 전통이 보존되어 있다. 조선왕릉은 타 유교문화권 왕릉과는 다른 조선왕조 특유의 세계관, 종교관 및 자연관에 의해 자연친화적인 독특한 장묘문화와 전통을 갖고 있다. 셋째, 인류역사의 중요한 단계를 잘 보여주는 능원조성과 기록문화의 보고이다. 500년 이상 지속하여 만들어진 조선왕릉을 통해 당대의 시대정신과 통치자의 리더십, 문화의식, 예술관을 압축적으로 살펴 볼 수 있으며, 조선왕릉과 관련된 여러 기록 문헌들을 통해서 당시의 역사적 상황, 기술과 사상 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넷째, 조상숭배의 전통이 이어지고 있는 살아있는 유산이다. 조선왕릉 제례 문화는 조상숭배사상에 기인하며 한국만의 고유한 문화적 전통을 형성하여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음에 큰 의의를 가진다 하겠다. 다섯째, 자연과 인간의 조화, 하늘과

  • [발언대] 테러에 의한 건물 붕괴·참사 대비는?
    칼럼

    [발언대] 테러에 의한 건물 붕괴·참사 대비는? 지면기사

    최근에 발생한 프랑스 테러이후 전 세계가 테러의 위협과 직면하고 있다. 대도시에서 테러가 발생할 경우, 그 인명 피해와 사회적 혼란이 얼마나 큰지를 이번 프랑스 테러를 통해 전 세계가 다시 한 번 느꼈을 것이다.테러위협이 전 세계적 이목을 받게 된 사건은 뉴욕 세계무역센터 붕괴의 911테러라 할 수 있다. 이 사건은 테러에 의해 건물이 붕괴될 수 있다는 새로운 과제를 던졌다. 테러는 아니지만 과거 삼풍백화점 건물붕괴의 참사를 잠시 떠올려 보자. 폭탄테러가 건물 붕괴까지 일으킬 경우, 이로 인한 인명 피해와 혼란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폭발에 의한 건물의 피해는 두 단계로 볼 수 있다. 폭발하중을 직접 받은 기둥, 보 등의 일부 부재가 손상되는 단계와 기둥 한 두 개의 파손 후 건물 일부 또는 전체가 붕괴되는 단계이다. 기둥 한 두 개의 파손이 어떻게 건물 전체의 붕괴까지 일으킬까? 건물 붕괴메커니즘을 살펴보면, 폭발이 기둥을 급작스럽게 파손시키면서 큰 동적 하중이 인접한 보에 작용하고, 이로 인해 보와 인접 기둥을 연결하는 접합부가 파괴된다. 이러한 하중경로 파괴가 도미노처럼 연속적으로 발생하면 건물이 붕괴된다. 공학에서는 폭발이 직접적으로는 건물 일부만 파손하지만, 건물 붕괴라는 큰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폭발하중을 ‘비정상하중’이라고 부른다. 테러는 급작스럽게 발생하여 큰 동적 하중처럼 그 반향이 크고, 사회의 대 혼란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도 “비정상하중”이라 할 수 있다. 세계 주요 국가의 국가시설물, 국방시설물, 초고층건물 등은 이 두 단계 피해에 대비하는 구조설계가 이루어지고 있다. 폭탄테러가 발생할 경우, 최소한 건물 붕괴로 인한 대량 인명피해를 막기 위함이다. 그러나 테러를 사전에 막는 것이 건물 피해에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건축적으로도 ‘방어선’ 개념을 이용하여 2중, 3중으로 테러차량이 건물에 가까이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한 설계를 하기도 하지만 한계가 있다.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사전에 테러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일 것이다.이제 우리나라도 테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