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박인하의 만화세상] 삶을 돌아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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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인하의 만화세상] 삶을 돌아본다는 것 지면기사

    얼마 전 우편물을 뜯어 보고 깜짝 놀랐다. 1977년부터 1993년까지 월간지 ‘여성중앙’에 매달 4쪽씩 연재된 ‘와이프행진곡’ 전체를 묶은 두툼한 만화였다. 표지에는 금혼식 기념만화라고 적혀있었다. 박수동 작가가 결혼 50주년을 기념해 책을 묶었다. 매월 독자들을 울고 웃겼던, 작가의 표현대로 “자식 키우고 살림하고 남편 뒷바라지 하는 인생살이 만화”가 고운 옷을 입고 나타났다. 무려 17년간 연재되었으니 달동네 문간방에서 시작한 신혼부부는 아파트 전세를 거쳐, 1985년에 15평 아파트에 입주한다. 1988년 어린이날에는 ‘마이카’를 구입하고, 매번 승진에서 탈락한 남편은 1990년 10월 ‘드디어’ 차장으로 승진한다. 연재하는 동안 독자들이 바뀌기는 했어도, 작가는 작품과 함께 나이를 먹었을 터이니 연재분 전체를 묶은 ‘와이프행진곡’안에는 시대의 삶의 기억과 시간이 녹아있다. ‘와이프행진곡’은 ‘신혼행진곡’으로 연재된 막 결혼한 신혼 부부의 문간방 셋집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젊은 남녀의 밀고 당기는 신혼생활 사이로 가끔은 처연한 생활을 드러낸다. 너무 더운 여름날, 부엌에 다라이를 놓고 물을 받아 들어가 있으니 대번에 주인집 아주머니가 말한다. “수도물 아껴써요. 지난 달에 수도값이 8천원이 넘게 나왔어!” 이런 구박 끝에 억울해 적금타면 마이홈으로 가자고 이야기하자 아내가 말한다. “코딱지만한 집도 천만원이 다 넘어요.” 남편이 손가락으로 계산해 보니 “2년에 100만원씩 모은다치고 1천만원이면 20년”이 걸린다고 말한다. 아내는 “20년동안 집 값은 가만히 있는가요?”라고 소리 지르고, 남편도 “왜 나같은 놈에게 시집”왔냐고 화를 낸다. 둘은 울며 화해하고, ‘아마 날씨 탓인가 봅니다. 신랑도 울고 각시도 한참 울었습니다’는 내레이션이 깔린다. 문간방 에피소드 뿐만이 아니다. 승진을 위한 남편의 노력, 새벽 3시에 일어나 연탄불 갈기와 같은 오래전 풍경에서 시작해 최근 이야기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시대의 이야기가 구슬픈 엘레지처럼 깔려있다. 물론 당대에 사회적으로 규정된 성 역할에 충실한

  • [월요논단] 폭력적 복면 시위로 후퇴하는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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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논단] 폭력적 복면 시위로 후퇴하는 민주주의 지면기사

    여야와 ‘복면금지법이 집회·시위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인권위는대한민국의 안정과 성숙한민주주의를 위해 불분명한 것을명료하게 하는데 힘과 지혜를모으는게 중요한 일임을 깨달아야한국영화 ‘복면달호’에서 주인공 달호는 먹고 살기 위해 고상한(?) 록 뮤직 대신 저급한(?) 뽕짝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이것이 창피해 그는 복면을 한다. 여기서 복면은 자신의 치부를 숨기는 도구다. 도둑이나 강도도 복면을 한다. 이들은 절도·강탈·강간 행위 시 누군가 자신을 알아보면 나중에 잡힐 것을 우려해 복면을 한다. 이러한 복면행위는 검거 시 가중처벌 대상이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무장단체인 IS에 비유해 집회에서 폭력행위를 하는 사람들의 복면을 금지해야 한다고 말해 이슈가 되고 있다.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며 자신들의 가치를 강요하는 IS 테러리스트와 무고한 경찰을 상대로 폭력을 저지르고 시민들에 교통마비의 불편을 주는 폭력적 시위대의 외형적 공통점이 복면이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지적과 관련해 논란이 되는 여러 가지 이슈들은 몇 가지 관점에서 따져 볼 필요가 있다.첫째, 복면의 목적에 관한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복면은 다양한 이유로 인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복면이 불법행위를 위한 것이라면 처벌돼야 한다. 왜냐하면 그 결과가 국가가 법으로 보호해야 하는 무고한 국민의 불편과 사회질서를 지키게 하는 사람들을 다치게 하기 때문이다. 둘째, 헌법 21조 2항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조 (적법한 집회(集會) 및 시위(示威)를 최대한 보장하고 위법한 시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함으로써 집회 및 시위의 권리 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를 실현하는 과정에 관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2003년 10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대한 위헌소원 결정에서 집회 참가자는 복장을 자유로이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복면을 쓴 집회 참가자가 폭력 행위를 하지도 않았는데 처벌하는 것은 문

  • [시민기자의 눈] 남한산성 생태계 보존위해 숲관리 철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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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기자의 눈] 남한산성 생태계 보존위해 숲관리 철저 지면기사

    “소나무재선충병 확산을 막으려고 항공방제를 했는데 그 결과, 남한산성 계곡의 옆새우와 가재가 멸종되고 말았어요. 그러면 그 옆새우를 먹이로 하는 새들은 어떻게 될까요? ” 남한산성 지킴이이자 남한산성 새박사로 통하는 임봉덕(62·비영리단체인 남한산성 생태연구회 회장)씨의 말이다.온 나라가 소나무 에이즈라 불리는 재선충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항공방제로 인해 또다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남한산성 계곡에는 옆새우와 가재 등이 사라졌다고 한다. 물론 직접적 원인을 항공방제에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전혀 무관하다고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기도는 소나무 재선충병 확산을 막기 위해 2014년 4월 6개 시군에 3∼6회, 올해는 7개 시군 617ha에 3∼5회의 항공방제를 했다. 경기도에서 소나무 재선충을 죽이려고 약제를 살포한 이후 옆새우와 가재 등이 사라졌고 이로 인한 상위 먹이사슬의 개체수 변화도 우려되고 있다는 것이다.해발 500m의 분지형으로 돼 있는 남한산성은 생태계의 보고라 해도 손색이 없다. 지형특성상 고산식물이 자라고 1급수에서나 자라는 운문산반딧불이, 늦반딧불이, 파파리반딧불이, 옆새우, 가재 등이 살고 있다. 그 외에 참매, 새매, 붉은배새매, 황조롱이 등 15종의 천연기념물과 말똥가리, 벌매, 왕새매 등 환경부 지정 보호종 8종 등 조류만 총 150여 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남한산성의 생태계 보존을 위해서 좀 더 체계적으로 숲을 관리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려면 관·민 협력이 필요하다.2014년 4월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은 이후 남한산성 탐방객 추정 연인원은 500만명, 차량 120만대로 예측되고 있다. 세계문화유산 지정 이전보다 배가 넘는 수치다. 숲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생태계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우선 탐방객들은 정해진 등산로만 이용하고, 고사목도 자연천이현상이 발생할 수 있도록 일괄 처리하는 것을 개선, 다양한 수종이 식생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재선충과 관련해서는 항공·지상방제외에 친환경 방제방법인 ‘페로몬 유입트랩’이나

  • [시인의 연인] 꽃, 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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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연인] 꽃, 點 지면기사

    동백은 빈틈없이 꽃잎 포개고드디어 온점點이 된다바닥에 점點을 찍어 그대로 통꽃이다절벽이 동백을 받아준다어느 날 절벽 끝에선 한 사내처럼 고요 한 점이 절벽보다 깊다 김진돈(1960~)시선은 보이는 것만 고집하기에, 보이지 않는 것을 놓치기 쉽다. 눈에 보이는 것도 대부분 보이지 않는 세계에 놓여 있지만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동시에 응시 할 수 있는, 두 눈이 없는 존재는 미생(未生)일 수밖에 없다. 눈에 보이는 시선으로써 보이지 않는 세계에 집착하기 때문에 불안과 갈등을 겪는 것도, 거기에 있다. 완전하지 못한 한 쪽 눈으로는 미생을 완수 할 수 없지만 ‘동백’과 같이 ‘빈틈없이’ 자신 내면의 ’꽃잎을 포개고’ 끊임없이 바라볼 때, ‘온점點 하나’를 찍을 수 있다. 온점은 ‘마음의 눈’으로서 ‘육체의 눈’에서 독립하기 위해 고통스럽게 피워 올린 ‘통꽃’인 것이다. “절벽 끝에선 한 사내처럼” 아지랑이와 같은 고행의 막바지에 이르러 마음에 찍은 ‘고요 한 점’을 바라보라. 시선은 ‘절벽보다 깊은 응시’로 바뀌면서 완생(完生)에 가까워진다./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 경인일보 독자위 10월 모니터링 요지·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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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일보 독자위 10월 모니터링 요지·경기 지면기사

    창간호, 데이터 ‘성장중심 지표’ 아쉬움금요와이드 ‘한글…’ 기억에 남는 기획‘경기도 통합채용 강행’ 심층분석 필요10월 경인일보 독자위원회의가 지난 9일 경인일보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이민우(경기신용보증재단 영업부문 상근이사) 위원장, 박종강(경기도문화재단 경영전략실장) 위원, 이귀선(수원YWCA 사무총장) 위원, 장동빈(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위원, 천진(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수원용인화성지부장) 위원이 참석했다. 경인일보에서는 김성규 사회부장이 자리를 함께 했다.10월 독자위원회의는 창간 70주년을 맞아 7~8일자에 보도된 창간기획호에 대한 평가로 시작됐다.이귀선 위원은 “그때, 지금, 다음 이라는 3개 대분류로 나눠서 경인일보가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성장해 왔고, 현재는 어떤 모습이고,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에 대해 잘 정리해준 것 같다”고 말했고, 천진 위원은 “모든 기자들이 고생한 흔적이 엿보이는 창간호였다”고 칭찬했다.박종강 위원도 “우선 창간 70돌을 맞은 경인일보에 축하 인사를 전하고 싶다”며 “70주년을 맞아 기획된 ‘끝나지 않은 귀환, 사할린의 한인들’ 등과 같은 기획기사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좋은 기사였고, 창간과도 어울리는 주제였다고 생각한다”고 호평했다. 이어 “분야별로 옛사람과 새사람이 만나 소통하는 ‘신-구 통하다’는 신선했고, 의미도 있는 기획이었다”고 덧붙였다.위원들은 창간호에 대해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장동빈 위원은 “72면이나 되는 신문을 발행하느라 고생했을 테지만, 기사에 다룬 대부분의 데이터가 성장 중심의 지표였던 부분이 아쉽다”며 “눈에 띄는 성장을 드러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우리 사회가 눈에 띄게 성장하면서 반면 그 이면에는 어두운 단면이 많았을 텐데도 부정적인 내용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한편 독자위원들은 경인일보가 매주 금요일자 1~3면에 게재하는 ‘금요와이드’에 대해 항상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이달에도 역시 금요와이드에 대한 이야기가 회의의 주를 이뤘다.10월 9일 한글날을 맞아 기

  • 경인일보 독자위 10월 모니터링 요지·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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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일보 독자위 10월 모니터링 요지·인천 지면기사

    시민의 날 ‘엉뚱한 날짜 기념’ 잘 지적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치권 공방만 보도시민상수상자 구체적 내용 안다뤄 아쉬움경인일보 10월 지면을 살펴보는 독자위원회가 지난 9일 오전 11시 경인일보 인천본사 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독자위원회 회의에는 김하운 독자위원장(함께하는 인천사람들 이사)과 정현석(연수송도신협 전무)·이광수(인천교육과학연구원 교육연구사)·조경숙(공익활동가·사회적 협동조합 동행 사무처장) 독자위원이 참석했다. 경인일보에서는 이영재 사회부장이 나와 의견을 들었다.독자위원들은 인천공항 위험물 취급 실태를 지적한 연속 보도와 인천시민의 날 오류를 지적한 기사 등이 이달 눈길을 끌었다고 했다.경인일보는 <위험화물 관리 손놓은 인천공항>(12일 1면), <국내기준서 빠진 3개 물질 외국선 받아주지도 않아>(12일 3면), <위험물질 터져도 모르쇠 인천공항 위기대응체계 ‘구멍’>(13일 23면), <인천공항 위험물 방치 도로서 車사고 아찔>(16일 23면), <인천공항 위험물저장소… 국내법 안전 기준 ‘미달’>(20일 1면), <인천공항 위험물 처리시스템 개선 시급>(20일 3면) 등을 통해 인천공항 위험물 분류 기준 변경과 관련된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정 위원은 “국내·외 관련 법령이 다른 점과 화물 취급 현장 인력들이 가진 견해, 그리고 관련 기관의 반응과 태도에 대해 다각적으로 분석·비판했다”며 “인명을 해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를 주먹구구식으로 처리하는 공항 관련 기관들을 비판하는 중요한 기사였다”고 했다. 또 “대형 사고를 예방하자는 취지에서 이 문제에 대해 발 빠른 대책을 요구하는 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다”며 “경인일보가 이번 사안을 더 깊이 있게 다뤄야 한다”고 했다.인천시민의 날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엉뚱한 ‘시민의 날’ 바로잡자>(19일 1면), <1965년 첫 지정후 3차례 변경…5월10일→7월1일→10월15일>(19일 3면) 기사도 호평을 받았다. 정 위원은 “엉뚱

  • [춘추칼럼] 故김영삼 前대통령 정치적 유산
    칼럼

    [춘추칼럼] 故김영삼 前대통령 정치적 유산 지면기사

    야당 지도자로 한국민주화 주도한 뛰어난 정치가3당 합당과정서 영·호남 지역주의 고착화 ‘아쉬움’YS 공·과 재평가… 한국정치 발전 계기로 삼아야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22일 세상을 떠나며, 수많은 정치인이 그의 빈소를 찾아 소위 조문정치가 한창 진행 중이다. 대부분의 조문 정치인들은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찬사와 높은 평가를 아끼지 않고 있으며, 일부 정치인들은 자신이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임을 경쟁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고인에 대해서 좋은 평가를 하면서 추모하는 것은 우리의 좋은 관습이지만, 혹시 이들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신의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해 마음에도 없는 말과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하는 사람도 있다.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가능하며, 평가자의 입장과 관점에 따라 다른 평가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모든 정치인이 긍정적인 평가만 하고, 대부분 언론도 그러한 방향으로 보도를 하는 모습이 조금은 부자연스러워 보인다.물론 평범한 개인이라면 그의 사후에 나쁜 얘기는 덮어두고 좋은 얘기만 하는 것이 마땅하겠지만, 한 나라의 야당 지도자와 대통령을 지낸 공인에 대해서는 보다 객관적이고 다양한 평가가 필요하다. 그것이 향후 국가와 정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할 생각은 없다. 단지 그와 그의 시대가 한국 정치에 남긴 두 가지 중요한 유산을 오늘의 시점에서 검토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 유산은 민주화이다. 김 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뛰어난 정치인이었으며, 야당 지도자로서 한국 민주화에 커다란 공을 세운 점에 대해서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박정희, 전두환 두 권위주의 정부 아래에서 민주화 투쟁을 주도하고 결국 1987년 6월항쟁을 통해 6·29선언을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그가 보였던 용기와 카리스마, 그리고 정치적 리더십은 한국의 정치사에 길이 남게 될 것이다. 두 번째 유산은 3당 합당을 통한 영호남 지역주의 대결의 공고화이다. 1990년 1월 22일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3당 합당은 당시

  • [풍경이 있는 에세이] 불합리에 신음하는 박물관, 소통으로 극복하다
    칼럼

    [풍경이 있는 에세이] 불합리에 신음하는 박물관, 소통으로 극복하다 지면기사

    공익시설 불구 각종규제 발목문화발전 앞장 마을리더 조차경제적이유 부정적 의견 팽배국민 수준 운운 ‘불통’ 자초한문화전문가 스스로 반성 절실사회적 가치 알리기 나서야얼마 전 지인들과 사회 불합리에 대해 열띤 토론을 했던 기억이 난다. 각자 겪었던 불합리한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진실이 통하는 합리적인 사회를 디자인해 보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해되지 않는 여러 일들을 겪게 된다. 그 때마다 우리는 누군가를 탓하며 불합리에 대해 날선 비판을 하게 되고, 변화를 시도하며 목청을 높인다. 그러나 변화되지 않는 사회시스템에 스스로 지쳐 자신만의 보호막을 만들고 불통의 늪으로 빠져 들게 되는 듯하다. 서로 반목하고 갈등하는 사회는 이렇게 형성되어 가는 것이리라. 결국 합리적이고 갈등 없는 사회는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돌리고 진정한 소통을 위해 모두 노력할 때 가능한 것임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진정한 소통은 나의 말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자세에서 비롯됨을 언젠가 무심코 읽었던 ‘예수님은 온 몸이 귀였다’라는 글귀에서 새삼 깨닫게 된다. 우리에겐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고 경청하려는 귀는 없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타인을 비방하고, 불합리를 비판할 입만 있는 것은 아닐 는지. 모든 것을 비워내고 또 다른 채움을 위해 침묵으로 귀를 여는 자연의 움직임에서 진정한 소통을 배우게 된다.박물관을 운영하면서 불합리한 상황을 수없이 겪게 된다. 관람객 편의와 안전을 위해 진행되는 일들이 범법이 되고, 국민의 문화 향유와 발전을 위해 진행되는 일들이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터부시 되고, 개인이 설립해 운영하는 박물관은 공익을 위한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규제로 불이익을 당하는 등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이 심심찮게 펼쳐진다.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될 때 마다 이해와 소통을 위한 노력보다 국민의 문화수준을 비판하고, 불합리한 사회를 비난하는 것으로 상처 받은 마음을 위로하며 불통의 벽을 높였던 듯하다. 며칠 전 지역 문화발전의 일환으로 기록화 사업을 구상하는 마을 리더들이 자

  • [기고] 꿈·끼 있는 과학인재 위한 환경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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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꿈·끼 있는 과학인재 위한 환경 만들어야 지면기사

    우수한 인재 양성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말을 많이 하곤 한다. 인재는 학교 교육과 지역 사회의 지원으로 길러진다. 특히 과학에 대한 꿈과 끼를 펼치고 도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우리 사회의 인프라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일환으로 특수목적고가 있다. 특수목적고가 대학 진학을 위한 입시 위주의 교육기관으로 전락했다고 비판받고 있지만 우수한 인재 양성을 위한 과학고 설립이 타당하다는 주장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경기도에서 지정 고시해 운영되는 특수목적고는 경기과학(영재)고와 경기북과학고 2개교뿐이다. 전국 단위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경기과학영재고를 제외하면, 일반 과학고는 1개교당 모집 정원이 100명이다. 각 시·도의 과학고와 모집 정원을 보면 서울 2교에 300명, 인천 2교에 170명, 경기 1교에 100명, 대구·경북 3교 160명, 부산·울산·경남 5교 500명, 대전·충남 2교 155명, 전남 1교 80명, 전북 1교 60명, 강원 1교 60명, 충북 1교 60명, 제주 1교 40명이다. 학생 수 측면에서 보면 경기도 학생 수는 초등학생 총 73만2천여명이고 중학생 44만여명이다. 부산·울산·경남은 학생 수가 경기도의 70.4% 정도인데도 과학고 모집 정원은 400명이나 많다. 과학고는 학생이 거주하는 시·도 내에서 선발하는데, 그만큼 경기도 과학 꿈나무들이 교육적 차별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교육부가 일반고에 지정·운영하는 과학중점고 현황을 살펴봐도 경기도권 학교는 21개교로 20.1%에 불과하다. 또 과학·외국어·영재 교육 활성화 지원을 위한 올해 도교육청 예산이 지난 2013년도에 비해 48% 급감했다. 우리는 경기도 학생들의 과학에 대한 갈증과 희망을 너무 배려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이쯤 되면 경기도에 과학고가 추가로 설립돼야 한다는 명분이 충분하다. 기초 과학의 중요성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 문을 활짝 열어 주고 진로 선택의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야 기초과학이 육성될 수 있고 우리나라가 더 큰 과학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다. 특혜성 차별 교육 문

  • [발언대] ‘수질오염 차단’ 굴포천 국가하천 지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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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언대] ‘수질오염 차단’ 굴포천 국가하천 지정을 지면기사

    굴포천은 인천 부평구에 있는 금마산 칠성약수터에서 발원해 부평구와 경기도 부천시, 김포시를 거쳐 한강으로 흐르는 하천이다. 굴포천은 하천 유역 중 40%가 한강 수위 이하의 저지대로, 과거부터 집중호우 시 침수 피해가 되풀이되던 하천이다. 1987년 7월 사망 16명, 이재민 5천427명 등 굴포천 유역에서 집중호우 피해가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국가는 1992년 12월 굴포천 방수로 사업을 시작했으나, 여러 이유로 사업이 원활히 추진되지 못했다. 1999년 8월 집중호우로 또다시 이재민 2천539명, 농지 침수 21.72㎢, 주택·공장 침수 798개소 등 치수사업이 진행되는 기간에도 수해는 계속됐다. 2008년 이후 굴포천 방수로 사업은 4대강 사업의 하나인 경인아라뱃길 사업으로 변경됐다. 국가가 아라뱃길 사업을 통해 굴포천의 ‘홍수 예방’과 ‘뱃길 조성’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다 보니, 아라뱃길 오염 방지를 위해 굴포천의 물이 아라뱃길로 유입되지 못하도록 보(洑)가 설치됐다. 이 때문에 굴포천은 과거보다 유속의 흐름이 거의 없는 호수로 변모했다.굴포천의 물이 정체되면서 악취가 나기 시작했다. 비가 올 경우에는 홍수 예방을 위해 보를 여는데, 이 물이 아라뱃길 녹조 발생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염분 농도 차이에 의해 민물고기 떼죽음 사고도 발생하고 있다. 평상시에는 보 때문에 물이 썩고, 비가 올 때만 보를 열다 보니 굴포천과 아라뱃길 모두 수질오염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를 해소하고자 인천시는 2008년부터 현재까지 수십 차례 중앙정부에 굴포천을 국가하천으로 지정·관리해 달라고 건의했다. 하지만 중앙정부는 타 시·도와의 형평성과 예산 문제 등을 이유로 거절하고 있는 상태다.굴포천이 국가하천으로 지정되어야 하는 이유는 하천 길이가 15.31㎞, 유역 면적이 131.75㎢, 인구 200만이 넘는 도심지를 관류하는 하천으로 ‘하천법’ 제7조 규정의 요건을 충족하기 때문이다. 국가가 아라뱃길을 조성하면서 굴포천을 거대한 호수로 변모시킨 점, 굴포천과 아라뱃길을 함께 관리할 때 수질오염의 악순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