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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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장애인복지, 쌍끌이에 의해 침몰하다 지면기사
최근 사회보장위원회의 ‘지방자치단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 추진 계획’이 표면화됨에 따라 전국 장애인복지계가 들끓고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사회보장위원회는 전국 총 5천891개 사업 중 1천496개의 정비대상 리스트를 내놓았고, 경기도의 경우 244개 사업 총 2천732억3천200만원에 해당하는 대상 리스트에서 77개 사업(116억9천만원)을 정비하겠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경기도에 있어 장애인 사업의 정비계획 규모가 크지 않으나, 대상 사업이 당장 장애민원이 적거나 지자체의 행정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복지관 등이 수행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향후 리스트가 갱신될시 큰 소리를 내지 못하는 주변부 사업을 시작으로 점차 중심으로 이동되어 궁극에는 ‘냄비 속 개구리’의 장애인복지버전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가까운 인천시는 장애인 24시간 활동지원뿐 아니라 시 자체 특례지원(월 80시간)에 대해 유사 중복 사업으로 분류하여 내년부터 50%를 삭감하고 2017년에 완전 폐지 방침을 세웠다는 소식이 있고, 장애수당 역시 내년부터 3만원에서 1만5천원으로 삭감하고 2017년에 완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주변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충분히 비극적이다. 지방재정법은 또 어떠한가. 최근 1~2년 사이 법 개정 방향은 지방자치의 축소경향과 함께 현장을 위축시키는 내용이 많다. 법이나 조례에 의하지 않는 사업은 시행할 수 없게 되고 열악한 장애인단체 등을 육성하기 위한 운영비는 사업비로 전환하거나 통폐합하여 관련 법 취지를 살릴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이 법의 영향으로 지자체는 산하 연구기관 등을 활용한 자체평가를 통해 복지현장의 체감도나 수요와는 별개로 일몰사업을 지정, 종료하고 있는 형편이다. 바야흐로 현장은 ‘쌍끌이(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 추진, 지방재정법 개정)’로 파헤쳐지고 있다. 세수부족, 복지비용의 급증 등에 대한 무차별적인 언론플레이로 사회복지 현장은 구조조정의 낭떠러지로 내몰리고 있다. 한 때 필요에 의해 추진된 복지서비스와 사업이 ‘유사’하고 ‘중복’된다는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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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도시 브랜드와 도시 거버넌스 지면기사
‘I.SEOUL.U’ 독자적 의미 전달능력 못 갖춰 논란브랜드 제정할때 전문가·시민·외국인 참여 필수각 주체 소통하는 실용적 거버넌스체계 고민해야서울시가 2016년부터 사용할 새 도시브랜드로 ‘아이·서울·유(I.SEOUL.U)’를 선정 발표했으나, 곧바로 의미가 모호하다는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서울시는 9억원을 들여 개발한 새 브랜드에 대한 논란이 새로운 이름에 대한 관심의 표현으로 낙관하고 있지만 산통치고는 너무 커 보인다. 브랜드 슬로건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으며, 정치적 이해관계도 암암리에 작동되게 마련이다. 그런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겠지만, 몇가지 문제가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 새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는 국내 여러 도시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서울시의 새브랜드는 선정 과정과 조어 방식을 보면 혁신적 요소도 많다. 특히 브랜드 선정 과정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점이다. 새브랜드는 시민 사전투표, 시민심사단 1000명의 현장투표, 전문가 심사단 현장투표 결과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선정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10만명 이상의 서울 시민이 투표에 참여했다고 하니 거버넌스의 모범사례라 할만하다. 또 서울시의 새 브랜드는 도시명에다 ‘Dynamic’, ‘Colorful’ ‘Fly’ 과 같은 수식어를 붙이는 종래의 브랜딩 방식을 벗어나 시민(‘I’)을 브랜드의 핵심요소로 도입했다. 이런 명명법은 국제적 트렌드를 반영한 국내 첫 사례라 할 수 있다. 서울시의 새 브랜드가 논란의 대상이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브랜드가 독자적 의미 전달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도시 브랜드는 설명 없이도 전달될 수 있어야 한다. 직접적인 환기 효과를 위해 기업이나 도시들은 브랜드 제작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것이다. 뉴욕시의 브랜드 ‘I ♥ NY’에 무슨 설명이 필요한가. 하트가 뉴욕의 특산물인 사과를 의미한다는 설명이 추가되기도 하지만 이는 디자이너들의 주관적 스토리텔링으로 일종의 덤일 뿐 몰라도 그만이다. 암스테르담의 ‘I amsterd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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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로 읽는 고전] 유관무곽: 속널만 있고 덧널은 없다 지면기사
공자가 아낀 제자를 꼽으라면 顔淵을 이야기한다. 계강자가 공자에게 제자들 가운데 누가 배움을 좋아하느냐고 묻자 안회라는 제자가 있었지만 불행하게도 단명하였다고 하였다. 안연이 30대 초반의 나이에 죽을 당시 공자는 “하늘이 나를 망쳤다”고 통곡을 할 정도였다. 안연의 아버지인 顔路는 그의 아들이 죽자 공자에게 공자의 수레를 팔아서 자식의 외관(外棺)인 덧널(椁)을 만들어달라고 청했다. 관(棺)은 죽은 자의 시신을 넣는 속널, 곽(椁)은 관을 담는 덧널인데 관(棺)과 곽(椁)은 주역의 대과괘(大過卦)에서 착안한 장례 도구이다. 그러자 공자는 잘났든 못났든 누구든 각자 자기 자식을 말하기 마련이라며 아들 리(鯉)가 죽었을 때 이야기를 해주면서 거절하였다. 공자의 아들 리(鯉)가 죽었을 때도 관(棺)만 있고 곽(椁)은 없었는데 그것은 당시 大夫의 지위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공식적으로 大夫에게 주어진 수레를 팔아서 곽을 만들게 되면 걸어 다니게 되는데 그것은 이래저래 大夫의 예에 걸맞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들의 장사에 관(棺)만 쓰고 곽(椁)은 쓰지 못했다는 것이다. 안연이 죽자 문인들도 후하게 장사지내려고 하자 공자는 그러면 안 된다고 하였다. 그런데도 문인들이 후하게 장사를 지내자 공자가 “안회는 나를 아버지처럼 대했는데 나는 그를 아들처럼 대하지 못했구나!”라고 하였다. 자신의 아들은 실정에 맞는 장례를 치렀는데 안연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공자의 예(禮)에 대한 생각을 다시 읽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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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 의사가 생각하는 의사, 환자가 원하는 의사 지면기사
환자없는 의사는 ‘무의미’내게 주어진 인술의 사명을베풀수 있어 감사할 따름…같은 태양아래 기쁘건 슬프건힘든 인생 앞서거니 뒤서거니의지하는 사이이기에 ‘숙명’수술을 주업으로 하는 외과의사라 나는 월요일부터 수요일은 수술을 주로 하고 목·금요일은 외래방문환자를 보는데 만나는 환자분들은 하루에 30~50명 정도이다. 요즘은 지원자도 거의 없고 인기가 땅에 떨어진 지 오래되어 한숨도 말라버린 흉부외과지만 그래도 어려운 심장수술을 마치고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한 생명을 보고 있노라면 히말라야를 정복한 것만큼 뿌듯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외래는 수술상담을 하러 처음 오는 환자 분들도 있고 수술 후에 정기적으로 약을 타러 오시는 분들도 있는데 나는 특성상 환자분이 어디 사는데 자녀가 몇이 있고 올 때 사소한 선물이라도 사오면 감사를 표시하기 위해서 진료기록에 꼼꼼히 적는 편이어서 다음 방문할 때는 그 기록을 보고 항상 고맙다고 인사를 건넨다. 혹여 올 때가 된 환자가 오지 않으면 전화번호를 찾아서 집으로 전화하기도 하는데 가족으로부터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을 때는 몇 십 년 동안 나누었던 정 때문에 허전해지면서 제행무상(諸行無常)의 세월을 느끼기도 한다. 전문의가 된 지 30년이 넘었으니 오랫동안 보는 환자들은 어쩌면 가족처럼 정도 들어서 진료실에서 헤어질 때조차 아쉬운데 하물며 이제는 영영 볼 수 없을 때에랴. 그래서 나이가 드신 분일수록 손도 잡아주고 살포시 안아주기도 하면서 시간의 흐름을 서로 아쉬워하고 나면 어느새 하루해가 짙은 노을을 남기고 낙엽을 스치는 바람 소리와 함께 스러져 간다. 오늘 하루 나는 얼마나 의사로서 환자에게 필요한 사람이었는가를 돌아보면서 그만큼 존재가치를 되돌아보기도 한다. 의사는 환자 때문에 사는 것이다.“잘 지내셨지요? 무슨 증상이 새로 생기거나 약 부작용은 없으시지요? ” 종일 매번 같은 말을 물어보면서 오후 늦은 시간이 되면 정신이 혼미해지고 힘들기도 하지만 환자가 없는 의사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나에게 주어진 인술의 사명을 감당할 수 있음을 감사할 따름이다. 명절 때 선물을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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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상] 재창조 통해 도시에 활력 불어넣는 부천 지면기사
‘업사이클링 사업’ 소통·문화예술 공간 탈바꿈여월정수장 재정비 ‘사계절 테마공원’으로 꾸며친환경시설 재생 ‘시민에 유용한 공간제공’ 확산최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업사이클링(up-cycling)’이 화제가 되고 있다. 업사이클링(up-cycling)이란 재활용(recycling)과 업그레이드(upgrade)의 합성어이다. 기존에 버려지는 제품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디자인을 가미하는 등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세계 경제 산업 흐름에서도 업사이클링을 이미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부천시는 도시재생을 위해 기존시설의 단순한 리모델링을 넘어 공간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살린 다양한 업사이클링 사업으로 펼치고 있다. 기능을 상실하고 활동이 정지된 공간을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문화 예술이 가득한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버려진 유휴공간을 문화시설로 새롭게 재창조한 사례는 해외 유명도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 미술관은 폐발전소를 새롭게 탈바꿈했으며, 프랑스의 오르세미술관은 멈춘 기차역을 리모델링하여 세계인이 찾는 문화시설로 주목받고 있다. 해마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도 늘어나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수명을 다한 공간에 새 생명을 불어넣어 시민들에게 되돌려 줌으로써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게 된 것이다. 부천시의 도시재생사업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부천여월농업공원이 있다. 여월정수장은 2001년까지 20여 년 동안 부천시민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던 곳으로 까치울정수장이 대체 가동을 시작하면서 오랫동안 방치되었다. 이곳을 시민의 손으로 직접 재생하기 위해 여월정수장 재활용 정비계획을 세우고 그 과정에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토론을 통해 농업공원으로 확정하였다.정수장이라는 역사성을 살리기 위해 침전지, 정수지, 여과지, 회수조 등의 시설물을 허물지 않고 활용했으며 녹지 주변은 숲과 쉼터, 캠핑장으로 만들었다. 봄에는 모종심기, 여름에는 연향제와 수영장, 가을에는 가족힐링캠프 그리고 겨울에는 썰매장 개장 및 지푸라기 공예로 ‘사계절 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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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골프선수 김해림과 맨딩 재능기부 자원봉사단 지면기사
얼마 전 휴일은 국내 메이저 여자 골프 중계 시청에 시간을 모두 할애했다.필드에 서 본 적도, 골프 클럽을 잡아 본 적도 없는 필자가 골프 시청에 빠진 이유는 사심(?)이 담긴 응원 때문이다. 이미 기부천사로 잘 알려진 김해림 선수가 생애 첫 우승 상금 1억4천만 원을 모두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전날까지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기왕이면 상금이 더 큰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소감은 많은 사람을 미소 짓게 했다. 김해림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선수 가운데 유일한 ‘아너 소사이어티’ 멤버이다. ‘아너 소사이어티’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정한 1억원 이상 기부한 사람들의 모임이다. 이미 2009년부터 매년 상금의 10%씩 기부해온 김 선수의 기부액은 해마다 늘어나 작년 한해만 3천만원에 이른다. 심지어 적은 액수인 2부 투어 상금에서도 몇 십만원씩 떼어 군청 등에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낸 적도 있다. 이에 팬클럽 ‘해바라기’도 김해림이 버디를 할 때마다 1천원씩 돈을 내어 불우 이웃을 직접 찾아 봉사활동을 펼친다. 이 같은 기부행위는 어려운 가정 형편이지만 어려서부터 항상 타인에게 배려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가르친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몸에 항상 배어 있단다. 최근 필자가 멘토를 해주는 ‘맨딩 재능기부 자원봉사단’학생들이 416단원장학재단에 수익금 500만 원을 기부했다.(경인일보 10월 26일자 10면 보도) 세월호 참사로 안타깝게 희생된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못다 이룬 꿈이 우리 사회에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봉사단원들의 뜻을 모았다. ‘맨딩’은 특허청과 한국발명진흥회가 카이스트와 협력하여 진행하는 지식재산(IP)영재기업인교육원 출신들이 만든 사회적 기업이다. 삼일공고 2년 연희연 양이 단장을 맡고 경기 학생들의 주도로 전국에서 백여 명의 학생들이 활동하고 있다. 연 양은 지난해 교육기부로 대한민국인재상을 수상한 학생 발명가로 학교 기업 ‘코이스토리’의 대표이다. 올해 매출 1억원 가운데 순수익 2천800만원을 이미 모두 사회에 환원했다.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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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정치후원금 기부, 깨끗한 정치를 위한 첫걸음 지면기사
내년 4월 실시하는 제20회 국회의원 선거가 어느덧 6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현 시점에서 ‘지금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이 어떠한가?’라고 설문조사를 한다면 대부분의 국민은 암울하다는 평가를 내릴 것이다. 우리 정치는 국민들에게 희망과 기대감을 주지 못하고 있고, 국민들의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냉소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치 민주화 역사가 30년 정도밖에 안 돼 너무나도 짧고, 그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집중적으로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여야간 평화적인 정권 교체가 이뤄졌고 지방자치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정치인들의 부정부패도 감소 추세에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 정치 발전의 긍정적인 요소로 볼 수 있겠지만, 당장은 많은 국민들이 답답해하며 정치 현실이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그렇다면 국민들이 직접 나서서 정치 선진화를 이뤄낼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것일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소액 다수의 정치후원금 기부를 대표적인 방안으로 꼽고 싶다. 국민들이 기부한 기탁금을 각 정당에 국회의원 의석 수 비율로 나눠줘 깨끗한 정치 자금 조성에 이바지하는 제도다. 국회의원 개인한테 직접 기부하는 후원금과는 다른 것이며, 공무원이나 사립학교 교원도 기부가 가능하다. 세액공제도 받을 수 있다. 세금 혜택과 더불어 깨끗한 정치를 향한 염원을 각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확인시켜주고 각성시킬 수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 정치는 돈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됐지만 불법 정치 자금 수수로 국회의원들이 처벌을 받는 경우도 있다. 많은 국민들이 십시일반으로 정치후원금을 기부해 그 돈으로 국회의원들이 정치를 한다면 투명성은 분명 향상될 것이다. 굳이 큰 금액을 기부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중한 정성을 직접적으로 표출해 더 나은, 더 좋은 정치를 해달라는 염원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치후원금 기부 문화가 확산될 수록 정치 선진화·민주화는 더 빨라질 것이다. 바로 나부터 소액 다수의 정치후원금 기부에 참여한다면 우리 국민이 바라고 희망하는 정치가 좀 더 빨리 우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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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독자의 소리] 허위신고 처벌 강화 모르는 사람 많아 지면기사
긴급범죄신고 112는 이미 우리의 머릿속에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대중에게 널리 인식돼 있는 번호로 치자면 단연 으뜸으로, 이제 말을 막 시작하는 어린아이들도 알고 있을 정도다.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는 이 번호를 아직도 장난삼아 누르는 사례가 존재한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접수된 112신고 총 1천800만여 건 가운데 허위신고는 2천350건이며 그 중 1천913(81.4%)건이 형사입건, 즉결심판 처분됐다. 이와 같이 경찰은 허위신고자에 대해 형사처벌과 함께 경찰력 낭비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병행해 엄정하게 대응한다.지난 2013년 경범죄처벌법 개정으로 허위신고 행위의 처벌이 강화됐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많다. 기존에는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 형에 처해졌으나 개정안이 발효되면서 이제는 6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 형으로 처벌한다.또한 경범죄처벌법 제2조3의 2호(거짓신고) 적용 대상은 ‘있지 아니한 범죄나 재해사실을 공무원에게 거짓으로 신고한 사람’으로, 사안이 비교적 경미한 경우 경범죄를 적용하지만 거짓사실을 여러 차례 신고하는 등 상습성이 있을 때는 형법 제 137조(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한다. 한 번의 거짓신고일지라도 수십명의 경찰력이 동원돼 막대한 비용손실은 물론, 타 업무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면 5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112신고는 위급하고 긴박할 때만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국민의 비상벨’이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2조에 경찰관은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고 범죄를 예방·진압 및 수사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러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경찰관은 언제 어디서나 신고를 받으면 즉시 현장으로 출동한다. /김아영 남양주署 112종합상황실 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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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강의 음악살롱] 지휘는 있어야 하나? 지면기사
“국악관현악단 단원들은, 왜 지휘자를 잘 안 쳐다봐요?” “보게 되면, 오히려 틀리기 때문이야.” 관현악단의 단원이라면, 지휘로 인한 곤혹스러운 경험이 있다. 국악관현악단에 지휘자는 꼭 있어야 할까? 서양의 오케스트라는 필수적이다. 서구고전음악이 작곡의 역사라면, 한국전통음악은 연주의 역사다. 모두 창작이 존재하지만, 그의 주체와 방식이 다르다. 국악은 그간 연주자들에 의한 창작적 전통을 중시했다. 국악관현악단은 어떻게 더 생생한 연주를 통해 관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 국악관현악단의 단원들이 주체가 되면 가능하다. 지금처럼 지휘의 ‘통제’ 아래서 음악을 만드는 방식을 지양하면 가능하다. 비유컨대, 서구의 오케스트라가 과거 전근대적 연극의 제작방식이라면, 국악관현악단은 배우가 주체가 되는 현대적 방식이라 하겠다. 연출이 있지만 지시하기보다는 유도하는 ‘공동창작’의 형태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의 연주에서, 단원들이 만들어낸 관현악 형태의 산조가 이를 증명한다. 지휘자의 통제를 받은 곡과는 사뭇 달랐다. 음악적 생기와 활력이 객석에 그대로 전달되었다.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누군가는 단순한 악곡만이 지휘 없이 가능하다고 반문할지 모른다. 이건 편견이다. 국악관현악단에서 파트간의 호흡이 맞는다면, 오히려 이렇게 해서 만들어내는 음악을 들으면서 청중들은 더 큰 감동을 받는다. 국악관현악을 서구 오케스트라로만 바라보는 관습적 편견에서 벗어나자. 지휘봉의 통제를 따르는 국악관현악을 비(非) 전통적이고, 전(前) 근대적으로 단정 짓진 않겠다. 국악관현악단의 기존 레퍼토리를 제대로 모두 살려내고, 더 나가 국악관현악단의 새로운 양식을 만들어낼 사람은 누구인가? 현재 활동하고 있는 지휘자에게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서양음악을 전공한 지휘자들이 영입되면 해결될까? 음악적인 정교함은 상승될지라도, 한국을 대표할 국악관현악 형태를 만들어내리라는 보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지금 국악관현악단은 상임지휘자가 있다. 상임지휘자가 예술감독을 겸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악단의 경우,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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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연인] 느낌표 지면기사
나무 옆에다 느낌표 하나 심어놓고꽃 옆에다 느낌표 하나 피워놓고새소리 갈피에 느낌표 구르게 하고여자 옆에 느낌표 하나 벗겨놓고슬픔 옆에는 느낌표 하나 올려놓고기쁨 옆에는 느낌표 하나 웃겨놓고나는 거꾸로 된 느낌표 꼴로휘적휘적 또 걸어가야지 정현종(1939~)사람의 마음은 향기나 빛깔이 없어서 코로 냄새를 맡거나 눈으로 볼 수 없다. 또한 잡을 수도, 잡히지도 않으므로 소유하지 못한다. 오직 마음은 느낌으로 온다. 느낀다는 것은 개별적으로 감각하는 것이기 때문에, 서로의 느낌을 완전하게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나무’를 심듯 ‘꽃’을 피우듯 ‘새소리’를 듣듯 ‘여자’를 보듯 대상 속에서만 그 느낌을 공유할 수 있다. 마음의 실체는 없지만 사물의 구체성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깨닫는 것이다. ‘슬픔’과 ‘기쁨’도 울고 웃는 표정 속에서 그 느낌이 전달된다. “거꾸로 된 느낌표 꼴” 같이 머리를 하늘로 두었기에 ‘휘적휘적 또 걸어’가는, 우리는 ‘고독한 마음 꼴’을 위태롭게 달고 다닌다./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