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수요광장] 공무원 시험 광풍을 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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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요광장] 공무원 시험 광풍을 접하며 지면기사

    요즘 젊은이들 극심한 취업난불안정한 일자리·비싼 생활비로결혼·출산·꿈 포기하게 만드니공무원 열망은 지나치지 않아그들에게 무한경쟁 바라기보다기성세대 책임없는지 자성해야2015년도 7급 지방직 공무원 경쟁률이 전국 평균 125대 1을 나타냈다. 경기도는 무려 263대 1로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경기도 일반행정직 9급은 25.2대 1, 서울시 사서 9급은 무려 457대 1이다. 공무원 중 대통령의 경쟁률이 2012년 7대 1, 2007년 10대 1이니까 경쟁률로만 비교하면 대통령보다 7급, 9급 공무원 되기가 훨씬 어렵다. 이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의 열풍은 ‘광풍’이 되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전체 취업 준비생 63만여 명 중 공무원 시험 준비생은 22만여 명으로 34.9%에 이른다. 2014년 청소년통계에서는 직업선택의 주된 요인이 ‘적성·흥미(34.2%)’이고 선호하는 직장 1위가 ‘국가기관(28.6%)’ 이며 취업시험 준비 1위를 ‘일반직 공무원(31.9)’이 차지했다. 자료상으로만 보면 적성과 흥미를 바탕으로 한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선호 직장과 공무원 시험 준비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고 진로교육 또한 매우 성공적인 셈이라고 우겨볼만 하다.그런데 지난 4월 취업포털사이트 잡코리아가 대학생 87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발표한 보도를 보면 공무원을 준비하는 이유 중 ‘평생직장(56.9%)’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고 다음으로 ‘연금 등 노후보장(26.7%)’이 그 뒤를 이었다. 그리고 ‘국가를 위해 일하고자’하는 이유는 5.1%에 불과했다. 그러니 공무원을 원하는 주된 이유는 ‘적성과 흥미’ 보다는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일한 후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아 보인다.대개 어린 시절에는 잘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중심으로 미래의 희망을 꿈꾼다. 그래서 초등학생들의 장래 희망은 주로 과학자, 운동선수, 교사, 연예인 등이다. 그러나 시간이 잠시 흘러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면 그 자리를 공무원, 교사, 전문직 등이 차지하게 된다. 일부

  •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 유공유문:  혹시나 또 무슨 말을 듣게 될까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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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 유공유문: 혹시나 또 무슨 말을 듣게 될까 겁난다 지면기사

    공자의 제자 가운데 재여(宰予)가 낮잠을 자자 공자가 꾸짖었다. 나무에 조각을 할 때 나무가 썩어있으면 조각을 할 수 없고, 담장을 손질할 때 흙이 썩어있으면 역시 담장을 손질할 수 없다는 비유를 들었다. 낮잠이야 졸리면 잘 수도 있고 일정 시간 정해놓고 낮잠을 잤던 철학자도 있었으니 낮잠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그 다음의 언급이다. 예전엔 어떤 사람이 말을 하면 그의 말을 듣고 곧 그렇게 행할 것이라 믿었는데, 지금은 그의 말을 들으면 그의 행위를 관찰하게 되었는데 재여로 인하여 이렇게 바꾸었다는 것이다. 학문에 실제 힘쓰지 않고 말만 하고 게으름을 피우는 재여를 꾸짖은 대목이다.반면에 자로(子路)는 어떤 일을 하겠다고 대답하면 그 말을 묵히지 않았다(無宿諾)고 하였다. 선생으로부터 좋은 말을 듣고 그것을 아직 실천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 또 새로운 좋은 말을 듣게 될까봐 저어했다는 것이다(惟恐有聞). 재여가 게으른 성격인 반면 자로는 급한 성격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둘의 차이는 단지 성격의 문제로 돌릴 것만은 아니고 말과 행위라는 言行의 상관성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좋은 말은 하기 쉽지만 좋은 행위는 실천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늘 실천은 말을 따라가기 쉽지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말을 할 때는 그 말에 따르는 행위를 염두하고 말하며(言顧行), 행위를 할 때는 자기가 한 말과 부합하는 행위인지도 점검해보아야(行顧言) 언행간의 괴리가 크게 생기지 않아 심신이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하였다. 깊은 사려 없이 말만 해놓고 지키지 못하는 게으른 자신을 돌아보며 자로의 기상을 생각해본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 [자치단상] 길을 만들며 간다, 새로운 복지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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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치단상] 길을 만들며 간다, 새로운 복지를 향해 지면기사

    어르신들 당당하고 열정적인 일자리 ‘老NO카페’市전역 29개지점 182명 바리스타 ‘행복한 타임’세대간 소통 매개체로 창조적 복지 ‘자리매김’매일 아침 출근길, 향긋한 커피 향으로 기분 좋은 아침을 맞게 된다. 우리 시청 로비 한쪽에는 어르신 바리스타들이 능숙한 손길로 따뜻한 커피를 만들어내는 노노카페가 자리를 잡고 있다. 커피 한잔에 여유와 연륜을 함께 건네는 그 모습이 마치 국화 옆에 선 누이를 닮았다. 20, 30대 젊은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인사를 나누고 환한 미소로 커피를 내리는 어르신들을 보면 세대 간의 몰이해와 갈등이라곤 전혀 찾을 수 없다. 카페는 어르신들의 자부심과 젊은이들의 이웃을 보듬는 마음이 오고 가는 따듯한 현장이다. 행복한 노년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건강한 육체와 건강한 정신이 수반되어야 함은 자명하다. 미소 가득한 어르신 바리스타에서 보듯 고립되지 않은 주체적인 사회생활은 건강한 정신을 갖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과거 노년은 청춘을 뒤로 한 채 한발 물러나 있는 삶을 떠올리게 했지만, 이제는 60 청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여전히 ‘현역’의 마음으로 사시는 분들이 많다. 얼마 전 세계보건기구 WHO가 발표한 ‘노령화와 보건 2015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화 시대의 해답으로 노령층이 경제, 사회적 활동을 수반한 ‘건강한 늙음’을 유지할 수 있는 보건 정책과 노인 친화적 도시 만들기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 화성시는 어르신들이 당당하게 삶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우리 시 대표 노인일자리 브랜드로 ‘노노카페’를 만들었다. 노노카페는 영어의 ‘NO’와 한자의 ‘늙을 로 : 老’를 합친 말로 ‘늙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 이름 그대로 화성시 전역 29개 지점에서 182명의 어르신 바리스타들이 따듯한 활기로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내고 있다. 노노카페는 2017년까지 100개 지점에 1천명의 어르신 바리스타를 배출할 계획이다. 노노카페 사업은 지역사회의 크고 작은 도움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은 예산 후원으로 매장과 집기들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왔고,

  • [특별기고] 수도권지역 맞춤형 기상기후서비스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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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기고] 수도권지역 맞춤형 기상기후서비스 시작 지면기사

    오늘날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재해는 뉴스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을 정도로 빈번해졌다. 최근 가뭄과 엘니뇨로 인해 기후변화의 문제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도시화가 진행된 오늘날에는 도시 차원의 기후변화 대응이 시급하다. 기상청에서는 이러한 도시 기후변화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신속한 기상기후서비스 제공을 위해 수도권기상청을 신설하였다.수도권은 경기, 인천, 서울의 광범위한 지역을 포함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약 2천500만 명이 살고 있고 대부분 인구는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또한 수많은 기반시설이 집중되어 있으며 다양한 지역적 특성을 갖고 있다.수도권기상청은 이러한 복합적인 특성을 가진 수도권에 거주하는 국민에게 단방향의 서비스가 아닌 지역 특성 및 수요자 요구에 맞는 ‘맞춤형 기상기후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이러한 맞춤형 서비스 발굴을 위해 수도권 지역 34개 지자체를 선정해 발로 뛰어다니며 현장 목소리를 들었고, 260개 관련 부서를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시행하였다. 또한 지역 기상기후서비스 업무를 더욱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그동안 발굴한 각 지역의 핵심 서비스를 토대로 간담회, 포럼 등을 개최하였다. 수도권 각 지방자치단체의 부서장과 담당자, 그리고 분야별 전문가 등이 모인 포럼에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정보를 개방, 공유하고, 소통과 협력을 통하여 새로운 패러다임의 융합서비스로 전환함으로써 정부 3.0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기상기후서비스 융합 활용 과제와 발전방안에 대해 논의하였다.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 발굴된 과제를 바탕으로 수도권기상청에서는 수도권 지역의 도시화 특징을 반영하여 열섬지도 작성 및 쿨시티 바람길 확보를 위한 도시 미세기후 연구를 추진하고 있으며, 수도권기상청과 수원시 간 MOU를 체결하여 수원시 도시기상기후서비스 제공을 약속하고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원시와의 협력을 통해 완성될 도시 열섬 완화 및 3차원 바람길 구현 서비스는 지자체 도시계획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향후 다른 도시로 확대하여 제공할 예정이다.과거 정조임

  • [열린마당] 건축문화, 도시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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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마당] 건축문화, 도시의 얼굴 지면기사

    ‘3만 달러 넘는 길, 문화가 앞바퀴다’.이어령 선생이 유력 일간지에 쓴 글의 제목이다. “3만 달러 시대의 대문을 열려면 창조적 상상력과 생명의 고유한 가치를 앞세워 문화의 빗장부터 벗겨야 한다”는 게 선생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시지다.문화가 경제의 앞자리에 왜 서야 하고, 세계는 한류 문화에 왜 열광할까? 한류 문화는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을 크게 늘리고 한류가 국가 브랜드로 자리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건축의 경우는 어떤가. 흔히 ‘건축’을 말할 때, 폭넓은 사회·정치·문화적인 영향력을 갖고, 사회를 반영하거나 사회의 가치를 전달해 준다고 한다. 시공 기술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달했다. 말레이시아 트윈타워, 두바이 버즈두바이 등이 입증해 준다. 반면 ‘건축 문화’에 대한 인식과 평가는 기대 이하다.그렇지만 변화의 조짐이 곳곳에서 느껴지고 있다. 2014년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개막식에서 한국관이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17년 세계건축가대회가 서울에서 열린다. 물리적으로 드러내 보였던 건축에 의식과 가치를 결합시켜 균형을 갖추려는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 물리적 건축에서 문화적 건축으로의 변화를 뜻한다.내가 사는 집을 개성 있게 꾸미려는 셀프 인테리어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동호인들의 골목길 탐방이 이어지고, 도시라는 공간을 인문학적 시각으로 접근하려는 등 건축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단발성 호기심을 넘어 어엿한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인천시는 ‘인천건축문화제’를 매년 열고 있다. 1999년부터 시작했으니 올해로 17회. 사람 나이로 치면 머잖아 성년이다. ‘인천건축전’, ‘인천건축도시주간’으로 불리다가 2005년에서야 지금의 명칭으로 바뀌었다. 올해는 11월 6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1일까지 각종 전시회와 세미나 등을 개최한다.프로그램은 다양하다. 건축 백일장과 건축물 그리기는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이 참여한다. 우수한 건축물을 찾아내서 널리 알리는 ‘인천시 건축상’도 인천시민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학술세미나, 유명 건축가가 살았던 시

  • [월요논단] 국어교과서로 본 국정화 문제의 원인과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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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논단] 국어교과서로 본 국정화 문제의 원인과 책임 지면기사

    야권·일부 역사단체 등에서 진정 역사교과서 검정 상황이 문제없다고 생각한다면 헌재에 판결 맡기는것도 고민해야정치권은 교육부가 어떻게책임져야 하는지 머리 맞대야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격하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필요성을 강조할 정도로 정부의 국정화 의지는 강하다. 이는 역사 교과서 검정제 문제의 원인과 책임이 교육부에 있음을 자인한 것이다. 그런데 야당과 일부 사학자들은 교육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교과서에 정부가 개입하면 정치적 중립성에 영향을 미친다며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1992년 헌법재판소는 한 중등 교사가 제기한 국어 교과서 국정화 헌법소원에 대해 기각 결정(89헌마88)한 바 있다. 따라서 당시의 헌재 판결 내용을 살펴보면 어떤 경우에 교과서 국정화가 타당하다고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지난 1992년 헌법재판소는 국어 교과서 국정화가 헌법 제31조 등에 위배 되는지에 대해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헌재는 어떤 경우에 정부가 교과서 편찬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지 판단했다. 이를 살펴보면 첫째, 초·중·고교 교과서는 전문적인 지식의 습득이나 심오한 진리를 탐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므로 교과서 내용이 그렇게 구성될 경우 정부 개입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교과서는 사회 구성원 각자가 독자적인 생활영역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품성과 보편적인 자질을 배양하기 위한 것으로 교육과정에서 공사립, 지역, 교육환경, 교원 자질/능력 등에 의해 교과의 과목별·내용별 차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만약 현재의 역사 교과서가 색다른 역사관이나 한국사에 대한 다양한 이해와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면 이는 교과서로서 국가가 개입할 여지를 크게 한다고 할 수 있다. 둘째, 헌재는 교과서가 피교육자에게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균등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라면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일반 교육 과정에 있는 학생들은 사물의 시비, 선악을 합리적으로 분별할 능

  • [시인의 연인] 가랑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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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연인] 가랑비 지면기사

    가랑이 사이로 가랑비가 가랑가랑하다가랑이 사이사이 가랑잎이 굴러 간다가랑이 사이 가랑비에 옷소매가 닳는젖은 눈에 가망 없는 비 가랑가랑하다 최동호(1948~)부분을 전체로 바꾸며 빛바래 가는 계절이 깊이 들어와 있다. 가을이 전체 풍경이 되기 전에는 ‘가랑이’와 ‘가랑비’처럼 아슬아슬하면서 살짝살짝 비치는 ‘한 계절의 섬세한 여운’을 목격하기도 했다. 선연하게 대상에 접속하지 못하는 가랑이와 가랑비, 가랑가랑과 가랑잎은 가을이 거느리는 ‘소멸의 언어’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가랑이 사이에 오는 가랑비는 ‘가랑잎을 굴리고, 옷소매가 닳게’한다. 인간의 삶도 죽음 앞에서 ‘젖은 눈에 가망 없는 비’ 같이 조용히 임재하는 주체의 사라짐을 ‘젖은 눈’―삶의 필터로서 ‘가망 없는 비’―죽음을 포착한다. ‘가랑가랑’ 끊어졌다 이어졌다 하는 연약하고 절박한 소리는 생명을 탈락시키고 있지만 바깥에만 존재한다고 믿었던 죽음이, 누구에게나 당도해 ‘점멸하는 존재’를 ‘生과 死’의 ‘사이사이 언어’로 활성화시켜 드러낸다./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 [박인하의 만화세상] 우리를 만든 건 첫사랑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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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인하의 만화세상] 우리를 만든 건 첫사랑의 힘 지면기사

    갑자기 추워졌다. 새벽에 일어나면 서리가 내린다. 채 걷지 못했던 고추는 붉은 열매만을 남기고 말라붙었다. 추운 겨울을 맞이하려는 마음으로 아꼈던 다니구치 지로의 ‘겨울동물원’을 보았다. 이 겨울에 어울리는 만화다. 고등학교 졸업 후 고향 돗토리에서 교토로 이주해 직장을 다니던 주인공 하마구치 미쓰오는 의도치않게 사장 딸의 사랑의 도피를 돕게 된다. 도쿄에서 신문배달하며 야간 디자인학교에 다니는 친구 다무라에게 난처한 상황을 털어놓았더니, 상경해 인기 만화 곤도 선생의 화실에서 일하기를 권한다. 도쿄에 온 첫날부터 곤도 선생의 마감에 동참하게 된 하마구치. 그렇게 만화가의 길을 걷게 된다.다니구치 지로가 등장하는 자전만화는 아니지만, 자전만화로 읽힌다. 다니구치 지로도 돗토리의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교토의 섬유회사에서 근무하다, 도쿄로 상경해 잡지 ‘만화소년’ 등에 만화를 연재한 이시카와 큐타(石川球太)의 어시스턴트로 만화계에 발을 딛는다.‘겨울동물원’은 중의적 제목인데, 동물원은 주인공 하마구치가 즐겨 찾으며 동물을 그리던 곳이고, 교토 섬유회사 사장의 딸이 유부남 연인을 따라 도망간 곳이며, 마지막으로 아픈 연인과 데이트를 하던 곳이기도 하다. 사랑의 사정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동물을 즐겨 그렸던 건 분명하다. ‘겨울동물원’의 주인공 하마구치와 작가 다니구치의 삶의 여정의 큰 줄기는 동일하다. 디테일도 대부분 경험에서 나왔을 것으로 보인다. 60년대 후반 새로운 만화를 내세운 잡지 ‘가로’와 ‘COM’이 등장하고, 쯔게 요시하루의 ‘나사식(ねじ式)’을 보며 충격을 받은 만화가들의 분위기와 매주 정신없이 마감을 하는 주간소년잡지의 풍경도 생생하다. 일본의 학생운동이 가장 격렬하던 시대의 풍경도 얼핏 보여준다. 가부키초 뒷골목 지하의 스낵바에 모인 이들은 혁명의 노래를 부른다. “찢어라! 부숴라! 혁명전사!” 힘이 넘치는 60년대 후반 일본만화의 풍경을 만나는 것도 흥미롭지만,‘겨울동물원’의 진짜 재미는 첫 사랑의 풋풋한 이야기다. 하마구치는 지인의 부탁으로 도쿄에 요양온 마리와 데이트 아닌 데이트

  • [기고] 남한산성면의 새로운 출발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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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남한산성면의 새로운 출발을 기대하며 지면기사

    지난 16일 세계유산 ‘남한산성’이 위치한 광주시 중부면이 ‘남한산성면’으로 명칭 변경 선포식을 가졌다. 남한산성면으로 변경은 면민 설문조사를 한 결과 96.2%의 압도적인 찬성 속에 진행됐으며, 1907년 행정구역 명칭을 중부면으로 사용된 지 108년 만에 새 명칭으로 변경된 것이다. 지난 1907년 광주군의 산성리 소재당시 중부면은 남한산성을 중심으로 광주군의 가운데에 위치해 붙여진 지명이었으나, 수차례의 행정구역 개편으로 광주의 옛 관할구역이 서울·성남·하남시 등 인근 시군으로 분리·편입되는 등 중부면이란 명칭이 지금에 와서는 지리적 여건과 동떨어진 명칭이 됐다. 한편, 세계유산 남한산성은 해발 약 460m의 험준한 자연지형을 따라 성곽 둘레가 11.76㎞(본성 9.06㎞, 외성 2.70㎞)로 4대문과 옹성 5곳, 암문 16개 등으로 구성돼 있다. 국가 사적 57호로 지정된 성곽과 행궁을 비롯한 도지정문화재인 수어장대, 숭열전, 청량당, 현절사, 연무관, 침괘정, 장경사 동종 등 수많은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으며, 이를 포함한 남한산성 총면적중 21.5㎢는 광주시에 포함되어 있으나 많은 사람이 이를 잘 모르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것은 남한산성도립공원의 전체규모(35.1㎢)를 기준으로 광주 61.2%(21.5㎢), 하남 25.1%(8.8㎢), 성남 13.7%(4.8㎢)를 차지하고 있으나, 성남시에서 산성역, 남한산성유원지 등의 명칭을 사용하고 있어 남한산성이 성남시에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기 때문이다.이러한 남한산성이 속한 중부면을, 그 의미마저 퇴색된 옛 지명을 남한산성면으로 명칭 변경하는 것은 필연적이었는지 모른다.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시작된 면 명칭변경은 면민들의 지역에 대한 자존감과 긍지를 고취하고 역사성과 정체성을 되찾아 주는 뜻 깊은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변경한 남한산성면은 명칭 변경에만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남한산성면을 대내외에 널리 알리고 이를 원동력으로 삼아 지역발전을 꾀하는 일이 남아있다. 지난해 6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서 명실상부 지구촌 문화

  • [춘추칼럼] 농촌과 지방 대표성 보장을 위한 현실적 방안
    칼럼

    [춘추칼럼] 농촌과 지방 대표성 보장을 위한 현실적 방안 지면기사

    선거제도로 ‘지역대표성 보장 현실화’ 쉽지않아자치단체장들 ‘긴밀 협력’으로 목소리 키워야지방전체 이익위해선 ‘정치적 힘’ 결집이 중요국회의원 선거구획정 논의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정국이 냉각되면서 정치권은 선거구 획정에 대한 논의와 작업을 방치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 4.13 국회의원 선거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지경이다.선거구 획정 작업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표의 등가성 원칙, 그리고 농촌과 지방의 대표성, 이 두 가지 가치를 어떻게 균형 있게 담아내는가에 있다. 지난해 10월 30일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지역구 간 최대 편차가 3:1에서 2:1로 줄게 되었는데, 이러한 판결은 표의 등가성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거부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러한 새로운 기준에 따라 선거구를 획정할 경우 대도시에 비해서 농촌 지역, 그리고 수도권에 비해서 지방의 대표성이 상대적으로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이러한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안들이 제시되어 왔지만, 그 어떤 방안도 쉽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여야 간에, 각 지역 간에, 그리고 각 정치인 간에 정치적 계산이 다른 이유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의원 정수가 고정되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러한 난맥을 해결하는 가장 명쾌한 해결책은 의원 정수의 확대에 있으나, 주요 정당들은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이를 강력하게 주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게임을 하고 있는 듯도 하다.앞으로 의원 정수가 확대된다면 다행이겠지만,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결국 농촌과 지방의 대표성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하게 될 것이 뻔하다. 국회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고, 그렇다고 비례대표 의석을 줄여서 지역구 의석을 늘리는 퇴행적인 행태를 보이기도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훼손된 농촌과 지방의 대표성을 보상할 방안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돼야 하는 이유다. 선거제도 개혁을 통한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도입,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