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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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4·7 재보궐선거의 비용·편익 지면기사
932억원. 단 21명의 선출직 공직자를 뽑기 위한 4·7 재보궐선거에 들어가는 비용이다. 선출된 공직자의 임기는 다음 전국동시지방선거인 내년 6월까지 1년 2개월 남짓이라고 생각하면 지출비용이 상당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하지만 재보선 비용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휴일이 아닌 탓에 유권자들은 일과 중 따로 시간을 내 투표장까지 가는 데 들어가는 기회비용이 있을 것이고, 새로 선출된 공직자들이 그간 진행됐던 업무를 이해하기까지 불가피한 행정 공백도 비용에 포함돼야 한다. 게다가 정책 결정의 변화로 기존 정책이 폐기되거나 노선이 수정된다면 일정 부분 매몰 비용까지 생길 수 있어 유·무형의 비용을 모두 포함한다면 수천억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다.그럼에도 우리는 단 21명의 공직자를 뽑기 위해 투표를 한다. 단지 내년 대통령선거, 지방선거를 미리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어서? 그게 아니라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단 하나의 이유로 압축한다면 결국 수천억원의 비용을 뛰어넘는, 편익을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더 압축하자면 새로 선출되는 공직자들이 더 나은 방식으로 자원을 재분배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한정된 예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쓸 것인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공동체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가장 합리적으로 제시할 후보자가 이번 선거에 출마했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서울'특별시'나 부산'광역시'가 아니더라도, 상대적으로 예산 규모가 적은 시·군·구라 할지라도 어떻게 자원이 배분되느냐에 따라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삶의 질은 큰 차이가 날 수 있다.이제 유권자들은 각 후보자들이 제시하는 자원 분배의 기준을 살펴 투표장으로 향해야 한다. 부동산 문제, 사회적 갈등,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속 방역대책 및 경기부양책, 복지지출, 교육, 저출산 문제 등 다양한 이슈 속에서 어떤 문제가 우선 해결돼야 할 것인지 마음속에 품은 채. 당선증을 받는 후보는 기억해야 한다. 수천억원 이상의 가치를 실현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김성주 정치부 차장 ksj@kyeongin.com김성주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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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여주 제일시장 도시재생으로 거듭나길 지면기사
여주시의 최대 현안이며 낙후돼 시민들에게 외면받아 온 제일시장. 지난해 12월10일 여주시는 제일시장(주) 소유의 토지와 건물을 100억원 상당의 공유재산으로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제 마지막으로 4월 말까지 땅과 건물의 명도(인도)만을 남겨 놓고 있다. 2018년 8월 제일시장(주)가 여주시에 건물 등의 매입을 제안하면서 2년 8개월 동안 얼마나 수많은 고비를 넘어왔는가. 이제 제일시장은 시민의 품으로 그리고 여주시의 관광명소로 거듭날 것이다.아직도 경매가 38억원이면 매입 가능한 것을 100억원(감정평가액)에 매입한데 대한 혈세낭비 지적과 제일시장 내 점포주 또는 세입자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또한 그 자리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놓고 음해도 존재한다.1983년 준공된 제일시장은 2014년 재개발이 무산되면서 개발에 참여했던 용역사들과 손해배상청구소송 등 10여건의 송사에 휘말려 강제경매에 넘겨졌다. 두 번의 유찰로 매입가는 38억원까지 내려갔다. 다시 경매가 진행되면 부채 20억원과 15~20%에 달하는 지연 이자 등을 빼면 94동 상점의 이해관계자들 74명은 빈손으로 쫓겨날 처지였다. 우리는 2009년 '용산 참사'로 7명이 사망하며 얼마나 큰 희생과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는지 알고 있다. 이 같은 비극이 여주에서 발생하지 말란 법도 없다.그동안 여주시는 점포소유주 전원의 매각 동의와 매각 잔금 배분방식 합의를 위해 점포소유주 인터뷰와 설문조사, 수차례에 걸친 공동대표 회의, 비상대책위원회와 총회를 거쳐 최종제안중재의 시행을 결의했다. 제일시장 공유재산 매입은 이항진 시장의 남한강을 중심으로 한 친수기반형 도시재생사업의 하나다. 앞으로 사업 계획수립 용역과 함께 시민이 참여하는 주민협의체를 구성해 미래 청사진을 만들어 갈 방침이다.불확실성의 시대에 전국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 여주에서는 역사가 되고 있다. 진정한 시민을 위한 공적 자본(공유재산)이 만들어지고 있다. 잔인한 4월, 여주 제일시장이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 차장 coa007@kyeong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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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청소파업, 김포시가 간과했던 것은 지면기사
김포시 생활쓰레기 수거정책의 불합리함을 이유로 무기한 파업했던 청소노동자들이 협상 타결로 6일 만에 업무현장에 복귀한다.김포에는 8개 용역업체가 구역을 나눠 생활쓰레기를 처리해왔다. 노동자들은 시가 매년 사업구역을 변경하는 바람에 고용이 불안해졌다고 호소했다. 구역별 쓰레기 종류와 양이 달라 해마다 인원 조정이 불가피, 애꿎은 자신들만 피해를 본다는 것이었다.시의 인건비 산정도 파업의 주요 원인이었다. 8개 업체에 고용된 노동자 수가 총 141명인 상황에서 시는 연구용역을 근거로 필요 인원을 98명으로 못 박았다. 인건비를 98명분만 책정하자 노동자들의 임금이 삭감되는 결과가 초래됐다.그동안 김포에서는 생활쓰레기 업무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A환경 대표는 자신이 별도로 운영하는 회사 직원들을 A환경 직원인 것으로 조작, 시에서 수령한 노무비로 월급을 지급한 혐의(업무상 횡령)로 지난 2015년 징역형을 받았다. 이듬해 시는 대표자를 변경한 A환경에 업무를 재위탁했다. 2017년 말에는 적환장(쓰레기 임시 적치시설)조차 갖추지 않고 공모 3일 전 급조된 회사가 최고점으로 수집·운반대행업체에 선정돼 논란이 일었다.이후 시의회 지적 등에 따라 시는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업체 수를 8개로 늘리고 구역을 배분했다. 이번 연구용역은 관내 청소업무의 효율성을 최대로 끌어올리기보다 새로운 정책에 당위성을 부여하려는 것처럼 비쳐졌다. 노동자들은 현실이 무시됐다며 반발했다.양측은 이미 올해 초부터 갈등을 빚어왔다. 시는 행정의 궁극적인 지향점이 '시민편의'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한동안 원칙만 고수했다. 심지어 파업 직후에는 고발과 손해배상 카드를 꺼냈다. 시가 연구자료를 빌미로 급진적인 변화를 적용하기에 앞서, 업계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시민 편의에 대한 파장을 고려했더라면 파업이라는 극한까지 치달았을지 생각해볼 문제다. 비슷한 불씨는 다른 곳에서도 숨쉬고 있다. /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차장 wskim@kyeongin.com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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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체육인에 독배 국민체육진흥법 지면기사
민간체육회장 시대를 연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은 체육인을 위한 법이 결코 아니었다. 지난해 1월15일 경기도체육회 등 전국 지방체육회의 '정치와 체육의 분리'를 골자로 한 국회 주도의 법 개정 시행으로 인해 시·도지사 체제의 체육회가 민간 체제로 전환됐다. 도체육회장 선거에선 이원성 (주)TBBC 회장이 당선됐지만 당시 도체육회장 선거관리위원회는 그의 당선을 무효처리했다. 이 회장은 법원에 당선무효 등 가처분신청 및 본안소송을 진행했고 법원은 결국 이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갈등은 이어졌다. 경기도는 지난해 7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경기도생활체육회 시절부터 6년간 도비 보조금 중 사무처운영 관련 분야에 대한 특정감사를 시작, 위법·부당 및 부적정 행위 22건 적발 및 93명 징계 등을 도체육회에 요구했다. 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해 11월 행정사무감사에서 공용차 마구잡이 사용과 부적절한 법인카드 사용을 집중 추궁한데 이어 2021년도 예산 심의 시기에는 도체육회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도체육회의 고유 사업은 올해 초 관련 조례 개정으로 도 및 산하 기관으로 이양했다.체육인들은 경기도가 무너지면 전국에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하는데, 도와 도의회는 공공과 공익성을 내세우며 체육인 직접 지원 및 경기체육진흥센터 건립 등 체육회 힘 빼기에 집중하고 있다.도와 도의회는 체육회의 자체 자정 기간도 주지 않고 법 시행 1년 동안 모든 권한을 빼앗았다. 도체육회 한 관계자는 "공무원시험 준비하다가 공공 체육업무 분야에서 준공무원과 같이 일할 수 있게 돼 입사했는데, 이제는 줄 월급이 없어 구조조정설까지 나돈다"고 푸념했다. 모 국회의원의 주도로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의 시행은 예산 독립을 이루지 못한 지방체육회에겐 독이며 또 다른 정치화를 낳고 있다. /송수은 문화체육부 차장 sueun2@kyeongin.com송수은 문화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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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범죄와의 전쟁 지면기사
아파트 매매와 전세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에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일부 직원들의 신도시 예정지 투기로 불거진 부동산 불법 투기 문제가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무주택자들은 내 집 하나 얻고자 '영혼까지 끌어모아'도 마땅히 손에 잡히는 곳 하나 없는데, 공기업 직원들과 공직자들은 사전에 취득한 개발 정보를 통해 땅을 사고 몇 배에 달하는 부당이익을 취했다니 국민들의 상실감과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정부는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관련 공직자들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며 "불법 투기 적발 시 강력한 사법 처리와 투기 이익을 반드시 환수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러면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공정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탄생한 현 정부에서 공직자들의 부패와 부조리가 잇따라 드러나면서 민심 악화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사이 정부는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을 테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전쟁을 선포한 것으로 보여진다.그럼 과연 어느 쪽이 이길까?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수차례 부동산 시장 안정을 강조해 왔고 투기에 대한 강한 대처를 주문했지만 정작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의도대로 움직여주지 않고 있다.스무 차례가 넘는 부동산 대책이 무위로 끝난 상황에서 이번 공직자들의 부조리와 일탈은 정부의 공공택지 개발에 대한 반대 여론으로 번지고 있다. 쉽게 사그라들 것 같지 않은 국민들의 정책 불신이 앞으로 시장에 가져올 더 큰 혼란과 부작용에 걱정스러울 뿐이다.'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는 고사성어처럼 늦었다는 걸 알기에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 된다. 아무쪼록 어떤 부조리·부패와의 전쟁에서든 '공정과 정의'가 반드시 살아남길 바란다. /이성철 정치2부(서울) 차장 lee@kyeongin.com이성철 정치2부(서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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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화물차 '혐오' 대상 아니다 지면기사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코스트코. 창고형 마트로, 품질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다. 수입품 비중이 큰 코스트코 상품이 저렴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물류다. 상품을 대량으로 선박에 실어 인천항이나 부산항으로 들여온다. 항만 근처 물류창고에서 제품을 분류하는 등의 작업을 거쳐 화물차에 실려 코스트코로 간다.우리나라에서 '화물차'는 육상 물류의 중요 축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화물 중 도로가 차지하는 분담률은 90% 이상이다. 대부분의 화물이 도로를 통해 옮겨진다. 노르웨이산 연어도, 호주산 소고기도 화물차가 옮긴다. 화물차는 우리 생활에 필수적인 존재가 됐다.최근 송도국제도시 곳곳에 '주민 안전 포기', '주민 안전 위협' 등 거친 문구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정의당 소속 정치인이 붙인 게 대부분이다. 인천시가 화물차 주차장 최적지로 '아암물류2단지'라는 용역 결과를 발표하자 나온 반응이다. 아암물류2단지에 화물차 주차장을 설치하려던 계획은 2006년부터 있었다. 계획이 가시화되는 시기에 이르자 지역 정치인들은 앞다퉈 화물차 통행은 '주민 안전에 위협'이 되는 것이고, 인천시는 '주민 안전을 포기했다'고 주장한다. 화물차 운전사들을 모두 '주민 안전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규정해버렸다. 아무리 정치인이 표를 먹고 산다고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혐오'에 가까운 표현으로 주민들을 선동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화물차 운전사들도 주민이고, 그들의 역할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주차할 곳이 없어 주택가에 주·박차를 해야 했고 이는 주민·운전사의 위험 요소가 되기도 했다. 이번 사업의 목적은 화물차 운전사의 불편을 해소하고 주민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인천시는 화물차의 동선이 주거지와 겹치지 않게 한다고 설명했다. 정치인의 역할은 혐오 표현으로 주민 간 갈등을 조장할 게 아니라 두 가지 목적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정운 인천본사 경제팀 차장 jw33@kyeongin.com정운 인천본사 경제팀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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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흉흉한 안성민심, 해법은 '인디언식 기우제' 지면기사
미국의 원주민인 인디언이 지내는 기우제는 100% 성공률을 자랑한다. 그 이유는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이다.김보라 안성시장과 안성시에 흉흉해진 안성 동부권 민심을 달래기 위한 해법으로 이러한 '인디언식 기우제'를 추천하고 싶다.현재 안성 동부권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수해 피해와 가축전염병 창궐, 코로나19 집단감염 발생 등으로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19만 도농복합도시인 안성시에서도 동부권은 도심화가 형성된 서부권과 달리 산지와 농지가 많아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이 대다수다.이 때문에 지난해 장마철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극심한 수해 피해를 본 상황에서 겨울철부터 AI(조류인플루엔자) 등 가축전염병도 창궐해 동부권 주민들과 농·축산인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거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달 동부권에 위치한 축산물공판장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까지 발생해 지역경제가 꽝꽝 얼어붙으며 자영업자들까지 직격탄을 맞았다.이로 인해 동부권 주민들은 현재 '생업'과 '생존' 모두에 큰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김 시장과 시 또한 이런 동부권 민심을 읽고, 현재 다양한 지원책을 시행 중이지만 동부권 주민들의 입장에선 만족스럽지 못하게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그래서 더욱이 동부권 주민들이 만족했다고 느낄 때까지 김 시장과 시가 노력해야 하는 '인디언식 기우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주민들 모두가 100% 만족할 때까지 행정 지원이 뒷받침될 수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그래도 김 시장과 시가 노력하는 모습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보여준다면 성난 민심도 점차 수그러질 것이라 단언한다.지금 동부권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김 시장과 시가 주민 개개인이 감내하고 있는 고통을 이해해주고, 이를 엄마처럼 보듬어 줄 수 있는 행정지원임을 알아주길 바란다. /민웅기 지역사회부(안성) 차장 muk@kyeongin.com민웅기 지역사회부(안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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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참을 수 없는 단독의 가벼움 지면기사
초년생 시절, 단독을 붙일 수 있는 기사를 쓰는 일은 무척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이었다. 보도가 되기까지 사실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파장이 커질 것이니 후속보도를 위해 단단히 준비도 해야 한다. 이렇게 공을 들여 단독기사를 보도하고 나면 다음 날 타사 동료들의 전화가 쇄도했다. "저 단독했어요"라고 자랑하지 않아도 타사 동료들이 후속보도를 위해 취재배경을 묻고 취재원 등을 알려달라고 연락을 해오면 '선수들한테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했고 그 연락이 참 반가웠다. 흔쾌히 취재 소스를 공유하며 선의의 경쟁을 했던 기억도 있다.그래서일까. 단독 기사 앞에 굳이 '단독'을 달지 않았었다. 신문의 특성상 기사제목에 '단독'을 달지도 않고, 매일 지면 상위 부분을 차지하는 기사들은 새로운 것을 쓰는 게 당연했으니 단독을 붙이는 것이 낯간지러운 일이었다. 동료들의 인정을 받았고 내 기사를 발판삼아 함께 문제를 파고들며 진실로 나아가고 있는 것만으로 보람됐다.최근 들어 벌써 몇 번째 단독기사를 도둑맞았는지 모르겠다. 같은 업계이니 누워서 침 뱉는 것 같아 일일이 거론해 얼굴을 붉히고 싶진 않다. 그러나 기본적인 상도의조차 사라진 풍경은 솔직히 낯설기만 하다. 단독 기사를 그대로 베끼고 버젓이 '단독'을 굵고 진하게 달아두는 것은 양반이다. 더 잘 팔리는 기사를 만들기 위해 자극적인 것만 짜깁기해 사실을 왜곡하는 것을 볼 때마다 회의감마저 든다.요즘은 단독기사를 작성해도 오히려 단독을 달고 싶지 않다. 품격있게 일하고 싶은, 알량한 자존심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포털이 장악한 언론시장에 최약체인 지역지는 고생해서 발굴한 단독기사가 포털의 저 끄트머리로 밀리고 밀려 다른 이의 단독기사로 탈바꿈되는 꼴을 당하기 일쑤라, 단독임을 강조하고 또 강조해야 한다. 그럴 때마다 저급한 단독경쟁에 끼어야 하나 자괴감이 든다. 쓰다 보니 이 글에도 '단독'이 총 16번 들어갔다. 포털 알고리즘은 이 글을 상위에 올려두려나. 우스운 생각이다. /공지영 사회부 차장 jyg@kyeong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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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제2경춘국도 합리적 노선안 마련을 지면기사
예비타당성 면제사업인 제2경춘국도 건설공사 노선(안)을 두고 수년째 해당 지역이 들끓고 있다.도로의 80% 이상이 관통하는 가평 지역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다.이 건설공사는 남양주시 화도읍~가평군 청평면·가평읍~강원 춘천시 서면에 이르는 총 33.6㎞, 왕복 4차로 간선도로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관련 도·시·군은 광역도시 포함 5개 지자체에 이른다.때문에 예타 면제 대상지로 선정된 지난 2019년부터 기본 설계 노선계획(안)이 나온 현재에 이르기까지 2년여간 국토교통부와 지자체 등은 각각의 노선(안)을 제시하는 등 갈등을 빚어왔다.현재 국토부 노선계획(안)을 두고는 이견이 상당 부분 좁혀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가평 등 일부 지역의 불만 소리는 여전하다.이런 가운데 국토부는 지난 1~2월 제2경춘국도 건설공사 전략환경영향평가서(초안) 및 기본설계 노선계획(안) 공람 등을 공고하고 해당 시·군에서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가평군 설명회는 지난 2월8일 가평군청 대회의실에서 2회가 예정됐으나 주민 등이 대거 몰리면서 1회가 추가됐다. 그만큼 이 사안은 뜨거웠다. 하지만 매회 설명회는 싸늘했다. 주민들이 노선(안)에 대한 재검토 요구 등 반발 목소리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이날 주민들은 상색리 3개 마을 관통 노선, 역세권 내 IC, 가평고등학교 인근의 고가도로 등에 대해 각각 마을 간 단절, 교통혼잡, 학습권 침해 등을 이유로 들며 노선계획(안) 재검토를 요구했다.이번 설명회와 공람과정 등을 통한 주민들의 의견은 오는 6월 노선(안) 발표를 앞두고 절차에 따라 최근 국토부에 전달됐다. 이제 공은 국토부로 넘어갔다. 이로써 주민 의견수렴이라는 행정 절차는 끝났다. 국토부는 이 절차를 형식적, 의례적 절차가 아닌 그야말로 주민들의 의견임을 명심하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 합리적 노선(안)을 마련하길 기대해본다. /김민수 지역사회부(가평) 차장 kms@kyeongin.com김민수 지역사회부(가평)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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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인천시교육청의 '학교구성원 인권조례' 지면기사
인천시교육청이 학교구성원 인권증진 조례 제정을 추진 중이다. 도성훈 교육감 취임 후 지난 2년여간 조례안을 만들었다. 인천시의회 교육위원회 심사와 본회의 심의·의결 등의 절차가 남았다.개인적으로 이번 조례에서 가장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학교의 보호자에 대한 인권 교육을 의무화한 조항이다.이 조례안 33조는 "학교의 장은 보호자를 대상으로 학교구성원 인권에 관한 교육을 연 1회 이상 실시해야 한다. 학교의 장은 보호자들이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명시했다. 이 조례 2조는 '보호자'를 학생의 친권자, 후견인, 그 밖에 학생을 사실상 보호하고 있는 사람으로, '학교구성원'은 학생과 교직원, 보호자로 정의하고 있는데, 즉 학교는 보호자가 학생이나 교직원, 혹은 다른 보호자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가르치라는 것이다. 문구도 '할 수 있다'가 아니라 '실시해야 한다'고 강제화했다. 학생·교직원·보호자의 인권교육을 위해 1억8천만원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구체적인 내용의 비용 추계서도 조례안에 첨부됐다.최근 인천에서는 부모의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해 어린 학생들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은 사건이 유달리 자주 벌어졌다. 그때마다 가슴이 아팠고 화도 났다. 왜 이런 '부모'가 생겨났을까. 왜 '국가'는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인 '가정'의 책임자인 '부모'들을 가르치는 일에 소극적일까. 답답했다.그래서 이번 조례가 개인적으로 반갑다. 또 시의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권'에 대해 배운 경험이 있는 부모라면 적어도 제 자식의 생명이 소중하다는 것쯤은 배우지 않아도 알게 될 것이 아닌가.부모도 배워야 한다. 그리고 학교는 부모를 가르치는 일에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학교가 어떻게 부모를 가르칠지, 지역사회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기대가 된다. 이 조례가 꼭 의회의 문턱을 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성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ksh96@kyeongin.com김성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