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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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정인아 미안해 지면기사
마감이 끝날 무렵, 후배가 조심스레 물었다. "선배, 지난번에 함께 봤던 소영이(가명)가 어린 시절 학대받은 이야기를 말하고 싶답니다."지난해 보호종료 아동 기획취재를 준비하며 소영이를 처음 만났다. 방황했던 10대 시절을 담담하게 말하면서도 지금은 꿈을 향해 공부도 시작한 친구였다. 그런 소영이가 털어놓은 이야기(1월 8일자 5면 보도)는 충격이었다. 그 상처에 소영이는 아직도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조금은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정인이 사건'이 뉴스에 나올 때마다 학대 트라우마가 소영이를 괴롭혔다. 매일 밤 그때의 공포가 떠올라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영이는 "이런 제 이야기도 기사가 될 수 있나요?"라고 물었다.기사가 나온 이후 소영이는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고 했다. 그리고 당부했다. 정인이에게 정말로 미안하다면 지금 내 주변의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지속적인 관심이 학대받는 아이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전에도, 그 이전에도 정인이는 있었다. 하지만 항상 그때뿐이었다. 잔혹한 학대 수법만 나열돼 밤잠 이루지 못한 채 분노하다 금세 잊었다.그래도 다행인 건 묻힐 뻔했던 정인이 사건으로 다시 불씨가 살아나 정부가 대책을 세우고 국회가 법안을 통과시키며 나름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아직 멀었다'는 게 중론이다. 아동학대를 신고했던 학교 교사가 부모에게 멱살까지 잡히며 보복당한 이야기,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아동과 부모를 분리하려 하자 아이 아빠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협박을 일삼은 이야기는 취재과정에서 심심찮게 들은 것이다. 아무리 많은 정책과 법이 생겨도 주변의 지속적인 관심만은 못하다. 이웃어른이 아이에게 관심을 가지고 제대로 지켜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것이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가 구호로만 그치지 않을 방법이다. /공지영 사회부 차장 jyg@kyeongin.com공지영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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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수도권매립장 종료, 가평군의 대책은 지면기사
지난해 인천시는 2025년 수도권 매립지 3-1 매립장 반입을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폐기물은 발생지 처리 원칙에 따라 지자체가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 인천시의 입장이다.수도권 매립지가 반입을 종료할 경우 해당 지자체들의 쓰레기 대란이 우려된다. 가평군도 예외 일 수 없다.더군다나 수도권 매립장 종료가 군 매립시설 매립장 포화상태(조성용량 91%) 등과 맞물리면서 생활폐기물 처리를 두고 가평군의 고심이 한층 더 깊어지고 있다. 수도권 매립장 종료, 군 매립시설 용량 부족과 생활 폐기물 전처리(MBT)시설 노후화 등으로 생활폐기물 적정 처리에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현재 군은 생활폐기물 전처리시설, 매립시설, 재활용선별 시설과 수도권 매립지 반입 등으로 생활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다. 전처리시설을 통해 가연성·음식물 쓰레기는 중간처리 과정 등을 거쳐 각각 소성로 연료와 농가 보급용 퇴비로 활용된다.잔재물은 수도권 매립장과 군 매립장에 반입 처리하고 있다. 수도권 매립지 반입량은 연 2천700t 규모다. 군 매립시설은 3만3천800㎡ 면적에 45만7천㎥ 용량이다. 무게로 환산하면 연 3천여t에 이른다.수도권 매립장 종료 이후에는 기존 연 3천여t에 두 배인 연 6천여t이 군 매립시설 반입이 예상돼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에 군은 오는 2023년까지 기존 매립시설 4단 제방 증설과 소각시설 신설 타당성 용역을 추진한다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이 대책은 반대 의견 등을 의식해 마련한 미완의 대안으로 읽힐뿐 현실 직시의 해결 방안으론 보이지 않는다. 현실성이 결여된 대책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제라도 군은 '결자해지(結者解之)'의 각오로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여과 없이 드러내 매립장 확충, 소각장 조기 건설 등 현실에 맞는 해결책 마련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김민수 지역사회부(가평) 차장 kms@kyeongin.com김민수 지역사회부(가평)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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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인천시교육청 챗봇 '응다비' 지면기사
"응다비야 행복배움학교에 대해 알려줘." "제가 이해하기 어려워요."'응다비'는 지난해 11월부터 인천시교육청이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해 제공하는 민원 안내 '챗봇'(채팅로봇)이다. 방식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지역 공공기관도 챗봇을 도입해 운영하는 곳이 더러 있는데, 응다비도 그중 하나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민원안내의 필요성이 높아지자 구축했다는 것이 시교육청의 설명이다.최근 인공지능(AI) 챗봇인 '이루다'가 혐오발언, 개인정보 유출 등에 대한 논란이 일자 운영을 중단한 일이 있었다. 난 사실 '이루다'의 존재보다 논란을 먼저 접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지역에서 운영하는 챗봇은 어떤 수준인지, 문제는 없는지 살펴봤다. 이루다와 비슷한 문제라도 발견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과 함께.휴대전화 바탕화면의 노란색 메신저를 클릭해 인천시교육청을 검색, 응다비를 찾았다. 응다비에게 "안녕"하는 인사부터 건넸다. "반가워요. 저는 인천광역시교육청 챗봇 '응다비'에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신기한 마음에 두 번째 질문을 건넸다. 인천 혁신교육을 상징하는 "행복배움학교에 대해 알려 줘"라고 채팅창에 썼다. 흠. 이때부터는 실망의 연속이었다. 응다비는 "제가 이해하기 어렵다"며 "현재 학습 중입니다. 간단한 단어로 다시 문의해 주시거나 전화로 문의하실 수도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실망스런 마음에 다시 질문을 던졌다. "인천광역시교육감이 누구지?"라고 물었다.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시교육청이 주력하는 '동아시아교육과정'에 관해 물어도, 지역 학교명 등을 입력해도 대답은 '어렵다'였다. 반면 '학교설립', '검정고시', '졸업증명서' 등의 키워드에는 성실히 답했다.교육청 얘기를 들어봤다. 응다비 구축에 들인 비용은 550만원이 전부인데 인공지능이나 '딥러닝' 등과는 거리가 있다는 수준이라는 것. 시교육청 각 부서에서 제출받은 140개 키워드를 벗어나는 질문은 답변이 힘들단다. 혐오, 차별, 개인정보 유출 등의 걱정은 정말 '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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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조두순의 진심 어린 사과를 기다리며… 지면기사
조두순은 출소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저소득층에 지원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 맞춤형 급여를 신청했다. 극악무도한 죄를 지은 데다가 신상정보마저 모두 알려져 일자리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보니 최소한의 생계를 위해 신청한 것으로 풀이된다.게다가 그는 올해 68세로 기초생활보장수급자 기준 연령 65세를 넘어 근로 능력이 없는 노인으로 분류되고, 조씨의 배우자는 만 65세 이하이나 만성질환과 취업의 어려움 등을 호소하고 있어 이들 부부는 일정 기준 이상의 재산이 없으면 무난히 복지급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세금으로 매월 120만원 가량을 지원하는 셈이다.그러자 예상대로 청와대 게시판에 반대 청원이 올라왔다. 범죄자를 세금으로 먹여 살리는 꼴이 되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하지만 법이 그렇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범죄자에 대한 제한 규정은 따로 없기에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다면 가능하다. 보건복지부도 죄와 기초생활보장법은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이다.그간 동서양의 역사에서도 죄와 사람을 구분해 왔다. 공자의 9대손인 공부(孔駙)가 편찬한 것으로 전해지는 '공총자(孔叢子)'에서는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라는 너무나 익숙한 문구가 기록돼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힌 성경(마태복음 5장)에서도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해 기도하라'라고 적혀 있다.다 옳고 맞는 말이다. 다만 조두순을 놓고 봤을 때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되지만 왠지 모르게 가슴은 꽉 막힌다. 아마도 용서가 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극악무도한 죄를 지었지만 12년밖에 죗값을 받지 않았고 또 이 기간에 간절히 죄를 뉘우쳤다는 느낌도 전혀 받지 못했으니 말이다.어찌됐든 법의 테두리 안에서 죗값을 받았고 재범을 막기 위해서라도 일단 입에 풀칠을 해야 하니 전 국민의 피와 땀이 섞인 세금이라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세금이 투입되기 전에 진정한 뉘우침의 눈물은 보고 싶다. 조두순의 진심 어린 사과를 기다린다. /황준성 지역사회부(안산) 차장 yayajoon@kyeongin.com황준성 지역사회부(안산)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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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당신의 아파트는 안전합니까 지면기사
초등생 아들에게 물었다. "만약 아래층에서 불이 나면 어떻게 할거야?" 아들은 학교에서 배웠다며 자신있게 답했다. "당연히 옥상으로 대피해야죠." 지금 불이 났다고 가정하고 실제로 대피해 보자고 했다. 아이와 함께 계단 통로를 따라 계단이 끝나는 지점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그곳에 비상문은 없었다. 굳게 잠긴 문에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 팻말만 붙어있을 뿐이었다. 이곳은 권상기실이었다. 옥상 비상문은 한층 밑에 있었다.권상기실은 엘리베이터 기계를 관리하는 장소로 일반인은 들어갈 수 없다. 상당수 아파트가 권상기실이 옥상보다 한층 더 위에 위치해 있는 구조로 지어져 위기상황에서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대피시 계단이 끝나는 지점까지 올라갔다간 옥상 비상문이 아닌 권상기실과 마주치게 되는 구조다. 계단 끝까지 대피한다는 상식과 본능만으론 탈출에 실패하게 된다.실제 이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고가 최근 군포에서 발생했다. 한 달 전 군포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당시 인테리어 공사를 벌이던 근로자 2명 외에 옥상으로 대피하던 이웃주민 2명이 숨졌는데, 이들은 옥상보다 한층 위에 위치한 권상기실 문앞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현장 감식 결과에 따르면 당시 옥상 비상문은 열려 있었다. 다시 말해 실외로 대피가 가능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계단이 끝나는 지점에 비상문이 있을 것으로 판단해 열려있는 옥상 비상문을 지나친 채 권상기실까지 올라간 이들은 결국 탈출에 실패,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과연 이들의 잘못일까. 아파트 건축상의 구조적 문제는 차치하고 만약 권상기실로 향하는 계단 통로라도 차단돼 있었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계단이 끝나는 지점에 옥상 탈출구가 있다는 건 모두의 상식이다. 더욱이 실제 대피상황이라면 본능적으로도 그렇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최고 꼭대기층이 권상기실이란 걸 평소에 인지하고 그보다 한층 아래에 위치한 옥상으로 대피할 수 있는 주민이 몇이나 되겠는가. 제2, 제3의 인명피해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이유다. 지금 당장 자신의 아파트 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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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무상버스, 스토리를 입혀라 지면기사
지난해 말 화성시의회 본회의에서 있었던 시정 질의에서 서철모 화성시장과 국민의당 소속 구혁모 의원은 '무상교통'을 두고 격론을 벌였다. 구 의원은 화성시의 무상교통이 대도시에서는 적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재정상황상 우선 순위에 있을 사업이 아니라는 취지의 비판을, 서 시장은 "무상급식도 도입 초기엔 비판을 받았지만 지금은 모두 필요성을 인정한다. 무상교통도 이동권 보장을 위해 필요한 사업"이라며 반박했다. 이같은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무상교통'은 서 시장이 민선 7기 시정에서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이다. 단순히 복지 차원의 '공짜버스'가 아닌 시민이 무료로 버스를 이용함으로써 자가용 이용을 줄여 탄소 배출량을 낮추자는 환경정책이자 경제정책이기도 하다. 지난해 11월1일부터 시행한 만 7세 이상 18세 이하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시행에 들어갔지만 기대와 달리 아직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물론 지금의 부진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이 크다. 모임과 이동이 자제되다 보니 대중교통 이용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시민 공감대를 얻기 위한 스토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린 뉴딜 등 거대담론에만 정책에 대한 홍보가 집중돼 있으니 시민들이 실생활을 통해 누리고 기여할 수 있는 무상교통의 이점에 대한 공감이 후순위로 밀려져 있는 느낌이다. 동탄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무상교통을 타고 융건릉에 가 역사 공부를 하고 남양 지역 학생들은 향남으로 이동해 진로체험을 하며 태안지역 학생들이 동탄에서 수영을 배우는 청사진을 화성시가 구체적으로 그려주면 어떨까? 버스 노선도 과감하게 이동권 목적에 맞춰 변경한다면, 보다 시민들에게 체감되는 정책이 되지 않을까?.무상교통은 올 7월부터는 만 65세 이상, 10월 만 23세 이하로 이용 대상이 확대된다. 이용 대상이 전체 시민의 30% 수준으로 상향되는 만큼 사업의 성패가 결정되는 해라고도 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정책에 스토리를 입혀, 체감도를 높이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김태성 지역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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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독자의 관심이 기사로 작성된다 지면기사
매주 목요일이면 독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책과 관련된 기사를 쓴다. 적게는 3~4개 작품에서 많게는 10개의 작품까지 분야는 상관없다. 책을 고르는 기준은 나름 독자에게 알찬 정보로 이뤄졌는지, 재미가 있는지, 사회 현상을 잘 반영했는지를 꼼꼼하게 확인해 정한다.하지만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소비가 확대되면서 책을 선정하는 기준도 예년과는 달랐다. 2019년에는 사회적 관심사에 따라 '힐링'과 '소확행', '여행'을 주제로 한 책이 대거 소개됐다면 지난해에는 건강과 관련한 책들과 '부'와 '돈'에 집중된 책들이 많이 기사로 다뤄졌다.전 세계를 뒤흔든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집이 주된 생활 공간이 되고,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에서 부자가 되는 기회를 잡고자 하는 움직임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전망하는 도서가 독자들의 이목을 끌었기 때문이다. 또한 코로나19 영향으로 가속화된 사회적 대변혁에 빠르게 적응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반영된 도서의 출간이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기사화할 수 있는 책에 대한 선택의 기준도 출판계의 흐름을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다만 미디어콘텐츠 소비증가를 이끌었던 영화와 드라마 원작 소설에 대한 소개 기사는 간혹 작성됐다. 그러나 여행 관련 책 소개는 거의 다루지 못했다. 지난해 여행과 관련한 책이 많지 않은 점도 있지만 사회적 현상과 여행이란 주제가 서로 맞지 않다고 자체 판단돼 기사 작성 리스트에서 사실상 배제해왔다.올해 역시 코로나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기사 작성 리스트를 정할 계획이지만 코로나가 진정되지 않으면 당분간 여행과 관련된 책 소개 글은 쓰지 못할 듯 싶다. 책 기사는 정보 제공이 주요 목적이기는 하지만 독자와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지 못하면 글 자체가 외면받기 쉽다. 신축년 새해가 시작된 만큼 코로나가 하루빨리 종식돼 '여행' 관련 책이 신간 리스트 상위에 배치됐으면 한다. /김종찬 문화체육부 차장 chani@kyeongin.com김종찬 문화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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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평화의 소 지면기사
정축년(丁丑年)이 시작되던 지난 1997년 1월, 한강하구 중립수역에 위치한 조그만 무인도 김포 유도(留島)에서 대한민국 해병대까지 투입된 소(牛) 구출 작전이 펼쳐졌다. 앞서 1996년 여름 북에서 홍수로 휩쓸려 떠내려와 지내고 있는 소를 뒤늦게 구해내기 위해 어렵사리 UN 정전위원회로부터 상륙허가를 얻어 진행된 작전이었다.우리 해병대는 겨우내 굶은 데다 지뢰까지 밟아 한쪽 다리 발굽이 날아간 죽기 직전의 소를 구해내는 데 성공했다. 이 소는 치료를 끝내고 이듬해엔 제주도에서 건너온 '남한 신부'를 맞아 7마리의 새끼를 낳았다.'평화의 소'로 이름 붙여진 이 수소와 암소가 낳은 송아지들은 남북 평화의 상징이 돼 김포는 물론 어미의 고향인 제주도까지 건너가 '통일의 씨앗'을 뿌렸다.경인일보는 2017년 '평화의 소 20년 남북관계 돌파구 찾자'란 제목의 기획기사를 7차례에 걸쳐 보도했다. 북에서 떠내려온 평화의 소 핏줄이 어디서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확인해보고 남북 평화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보자는 취지의 보도였다. 김포는 물론 제주까지 오가며 발품을 판 끝에 김포의 한 농장에서 평화의 소 '손주' 격인 암소가 살아 있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신축년(辛丑年) 새해 아침, 회사 노트북을 뒤적거리다가 문득 그 평화의 소가 떠올랐다. 그간 남북 관계는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타듯 큰 부침을 겪었다.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손에 잡힐 것만 같았던 남북 평화의 희망은 저만치 날아가 버렸다. 이제는 그 희망의 염원마저도 온 세상을 뒤덮은 코로나19 공포 속에서 잊혀진 것 같다.희망의 빛을 향해 우직하게 전진하는 평화의 소. 남북 모두가 그 기운을 받아 신축년 한해 다시 평화를 노래하는 상상을 해본다. /김명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boq79@kyeongin.com김명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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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출범 앞둔 시·도 자치경찰위 인선 신중해야 지면기사
'방구멍'(연의 한복판에 둥글게 뚫은 구멍)을 특징으로 하는 방패연을 잘 날리려면 연을 지탱하는 5개 대나무 살을 쓰임에 맞게 잘 골라야 한다. 머릿살은 5개 중 가장 실한 것으로, 허릿살은 반대로 가는 것이 좋다고 한다. 중살과 장살은 중간 굵기를 선택하는 게 일반적이다. 때로는 크기나 위치에 맞게 다듬어야 한다. 이 작업이 잘못되면 방패연을 날리기가 쉽지 않다. 연이 빙글빙글 돌다 땅으로 곤두박질치기 일쑤다.경찰법 개정으로 내년 상반기 출범을 앞둔 '시·도 자치경찰위원회' 구성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총 7명으로 구성되는 시·도 자치경찰위원회는 교통, 생활안전, 여성청소년 등 분야 사건을 다루게 될 '자치경찰'을 지휘·감독하게 된다. 자치경찰의 인사와 예산 같은 주요 정책을 다루고 감찰요구권, 징계요구권 등 권한과 함께 중요 사건·사고에 대한 점검 업무도 맡는 등 상당한 역할이 기대된다. 시·도지사·교육감을 비롯해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회 의원 등 선출직들이 전체 위원의 절반 이상을 지명·추천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부에선 이를 매개로 외압, 이권개입, 청탁 등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식의 목소리마저 나온다.자치경찰 도입은 경찰행정의 분권과 민주성 반영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자치경찰을 지휘·감독할 시·도 자치경찰위원회의 역할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철저한 검증과 인선으로 위원회가 첫발을 제대로 내딛도록 해야 한다. 경찰조직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이 높고, 정치적 중립성을 갖춘 인물로 시·도 자치경찰위원회가 구성돼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위원회가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잘못 고른 대나무 살 때문에 애써 만든 방패연이 땅으로 곤두박질쳐서야 되겠나. 후회하면 늦는다. /이현준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uplhj@kyeongin.com이현준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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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버킷리스트 지면기사
지금 당신의 버킷리스트는 무엇입니까? 평생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일, 혹은 죽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을 적은 목록을 버킷리스트라고 합니다.버킷리스트는 새해 다짐처럼 한 해 안에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른 시간 안에 해결된다면 자신만의 또 다른 버킷리스트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버킷리스트 하나하나를 해결하는 것이 어쩌면 자신의 인생을 더 풍부하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지 않을까요?한 해를 마무리하는 요즈음 자신의 버킷리스트 가운데 하나를 달성하신 분들도 계시겠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버킷리스트를 떠나 올해 세운 목표를 지키지 못한 사람들이 태반일 겁니다.많은 사람들의 버킷리스트 가운데 하나는 나 홀로 해외여행인 사람이 꽤 있겠지요. 필자의 올해 새해 목표 그리고 버킷리스트 가운데 하나도 나 홀로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2020년 경자년 한 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여행 자체를 할 수 없는 해가 돼 버렸습니다.올 한 해는 코로나 때문에 그 어느 누구도 버킷리스트 가운데 하나 해소하기가 넉넉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특히 해외여행을 목표로 갖고 있던 사람들은 언감생심이겠죠. 이제는 국내 여행도 비슷한 상황이 돼 버렸습니다.여행은 복잡한 현실을 벗어나 기분 전환은 물론 힐링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합니다. 하지만 올 한 해 마음껏 편히 여행 다녀오신 분들 많으신가요?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상황이라 국내 여행도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하지만 이제 여행을 떠나야겠습니다! 여행이라는 것은 현재 자신의 자리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입니다. 2021년 신축년이 다가옵니다. 코로나가 바꾼 세상, 백신이 나오지 않는 이상 당분간 해외여행은 불가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젠 우리만의 여행을 떠날 때입니다. 코로나가 끝난 새롭게 시작되는 세상을…./최규원 지역사회부(오산) 차장 mirzstar@kyeongin.com최규원 지역사회부(오산)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