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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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달팽이(이공명) 지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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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 LP의 귀환 지면기사
LP판을 수집하고 앨범 커버를 아트(Art)라고 말하던 시대가 있었다. 턴테이블 위 '검은 도넛'에 바늘을 올려놓는 일은 감성이자 낭만이었다. LP(Long play Record)는 1948년 미국 컬럼비아레코드사가 처음 선보였는데, 45분 내외의 긴 수록 시간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당시 SP(Standard Playing Record), EP(Extended Playing Record)가 6~9분이었던 것에 비하면 놀라운 혁신이었다. 한국에서도 1950년대 말부터 LP음반이 생산돼 대중의 사랑을 꾸준히 받았다. 하지만 1980년대 휴대가 편하고 작동이 쉬운 카세트테이프, CD(Compact Disc)의 인기에 밀려 LP판은 먼지 쌓인 창고로 들어가는 듯했다.디지털의 역설이자 아날로그의 반격인가. 2000년대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으로 탄생한 MP3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CD를 밀어내자 사람들은 아날로그를 소환했다. IFPI(국제음반산업협회)의 '2023 음악 리포트'를 보면, 소비자들은 LP판을 구입하는 이유로 '음악을 물리적인 형태로 소유할 수 있어서'(22%), 레코드판을 재생하는 경험이 좋아서(19%)라고 답했다. 앨범 이너슬리브(속지)에서 LP를 조심스럽게 꺼내 레코드판에서 재생하는 것 자체가 특별한 의식이다. 말끔하게 정제된 음질 보다 따뜻한 노이즈를 품을 때 음악은 풍성해진다. 지금 LP는 복고의 상징이자 감각적인 '사운드힙(Sound-Hip)'이다.12일 인천 최대 LP 축제가 열린다. '2024 인천 레코드 플랫폼'은 '롱 플레이의 귀환'을 자축하는 이음마당이다. 싱어송라이터 연정과 김필선, 밴드 크랙샷·솔루션스·말레이시아 미드나잇 퓨직이 쇼케이스 무대에 올라 팬들과 소통한다. 또 우예린 신곡 상담회와 인디 케이팝 명반 가이드북 감상회도 있다. 야외 광장 디제잉 파티가 텐션을 책임진다. LP 애호가들은 노머시컴퍼니·마장뮤직앤픽처스·루비레코드 등 30여 셀러들이 보유한 희귀 LP와 CD가 가득한 음반장터에 솔깃하다. 1930~40년대 창고로 쓰였던 근대 건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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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이승엽 감독과 윤석열 대통령 지면기사
리더십 심판주기 빨라지고 눈높이 높아져 '정체성 혼란' 위기에 빠진 윤석열·이승엽존재 이유와 역할 잃은 권력, 모두에게 위험 미래, 준비·반성부터 시작… 국정쇄신해야가을 야구시즌이다. 하위팀에 업셋 당하거나 포스트시즌 문턱에서 탈락한 팀들은 "감독 나가"시위대와 만난다. 이숭용 감독은 사상 최초의 5위 결정전에서 3-1로 앞서다 8회말 3점 홈런 한방으로 역전패 당했다. 그때는 9월 '41타수 1피안타' 기록의 마무리 투수를 기용하지 않았다. 최종결정은 감독이었고 김광현 기용은 결국 5분 만에 패배로 돌아온 '시즌 마지막 승부수'였다. 냉혹한 승부 세계의 예외는 없다. 리더십 심판의 주기는 더 빨라졌고 팬들의 눈높이는 더 높아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평가도 마찬가지다. 그의 권력은 더 조급해지고 더 높아진 국민 수준에 맞추고 있을까? 최근 악화일로의 '김건희 리스크'는 임계점이 멀지 않았음을 상징한다.'매직'과 '뚝심'의 감독도 있다. 준플레이오프 명승부를 펼친 염경엽 감독과 이강철 감독이다. 두 감독의 공통점은 정체성이다. 그들은 자신의 야구 철학과 소신 그리고 개인과 팀 특징과 강점의 극대화를 통해 '이기는 야구'를 추구한다. '염경엽표 야구'는 공격야구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도루 실패가 게임의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되었음에도 그는 "같은 상황이 또 온다면 또 뛰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 뚝심의 공격야구다. "3 타자가 다 초구치고 죽어도 뭐라 안해요"라며 포스트시즌 최초 3 타자 연속 초구 아웃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내가 하던 야구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 패배에도 2차전에 동일한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도 염 감독은 모든 경기에 똑같은 타순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강철 야구는 직관과 집중력이다. 특히 그의 투수 교체 타이밍은 '예술의 경지'라는 평가다. 이 감독의 직감과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는 집중력이 핵심이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이 감독은 '10게임 1할3푼의 타자'를 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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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지금 할 일? 시행규칙 따져보기 지면기사
눈가리고 아웅이다. 민간소각시설이 있는 한 지자체는 서울시 생활폐기물이 경기도와 인천시로 오고 있다는 기사에 대해 '우리 지자체에는 생활폐기물이 안 온다. 그것은 사업장생활계폐기물이다'라고 항변했다. 지자체마다 폐기물을 덜어내는 방법이 각기 다르지만, 취재하는 동안 확인한 지자체 중에는 종량제폐기물을 걷어다 봉투를 뜯어 비닐류, 플라스틱류 등 재활용이 가능한 것들을 골라내고 그 나머지를 소각장으로 버렸다. 이 '나머지' 폐기물은 '사업장생활계폐기물'이란 이름을 얻는다. 이 지자체는 타 지자체 생활폐기물이 들어올까봐 별도 코드번호를 갖고 있는 생활폐기물은 허가 내주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폐기물중간처분업 소각전문' 허가를 갖고 있는 민간소각장들은 사업장생활계폐기물은 소각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종량제 봉투로는 소각 못하고, 일부를 덜어낸 '사업장생활계폐기물'로 형태를 바꾼 다음에는 소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서울시민이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린 쓰레기가 재활용처리장을 다녀오면 서울시민 게 아니라는 말인가. 눈가리고 아웅이다. 문제의 핵심은 '발생지 처리 원칙'을 무력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만든 쓰레기를 최대한 줄이는 것은 내 책임이고, 개인이 처리 못한 쓰레기를 처리하는 최종책임은 내가 뽑은 지자체장에게 있다. 그렇기에 지자체장은 님비를 넘어 소각장을 만들어 내야 할 의무가 부과되는 것이다.발생지 처리 원칙을 지켜내는데 최선을 다하되, 그럼에도 안되는 것들은 발생지 처리 원칙을 지향할 수 있게 무거운 책임을 지워야 한다. 허가를 내줬는가, 안내줬는가, 폐기물을 법 체계에서 무엇으로 분류하는가가 아니라 서울시 쓰레기가 경기도와 인천시로 올 때 서울시민에게 그 대가를 충분히 지웠는가가 문제다. 지금 지자체가 할 일은 반입협력금을 3년 유예한 시행규칙이 시행되기 전, '발생지 처리 원칙'을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가, 서울 바깥 경기도와 인천 시민이 느끼는 불공정을 풀어내려 노력하고 있는가를 따져보고 목소리를 내는 일이다. /권순정 정치2부(서울) 차장 sj@k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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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기형도와 심야극장 지면기사
누나 세상 떠난 무렵 시 쓰기 시작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29세 생일 엿새 앞두고 숨진채 발견처음이자 마지막 '입 속의 검은 잎' 한국 시 새로운 경향으로 자리 잡아기형도(1960~1989)는 1960년 3월13일 경기도 옹진군 안평리 392번지에서 태어났다. 3남4녀 중 막내였다. 부친 기우민의 고향은 연평도에서 건너다보이는 황해도 벽성군이었으나 6·25를 겪으며 당시 황해도 피란민의 주된 이동 경로인 연평도로 건너왔다. 면사무소에서 근무했던 아버지는 전쟁이 끝난 후에도 면사무소에 근무하며 정착했다.1964년 일가족이 연평을 떠나 경기도 시흥군 소하리, 현 광명시 소하동 701-6으로 이사했다. 소하리는 급속한 산업화에 밀린 철거민과 수재민들의 정착지가 되기도 하는 도시 배후의 근교 농업이 주를 이루는 농촌이었다. 1969년 부친이 중풍으로 쓰러져 전답을 팔아 약값으로 쓰고 모친이 생계를 책임지게 되었다. 그 때 기형도 나이 열살이었으니 가혹한 시절이었다. 1973년 신림중학교에 입학했다. 3년 내내 성적은 상위권이었다. 1975년 누나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깊은 슬픔을 갖게 되었으며 그 무렵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 1979년 2월 중앙고등학교를 우등으로 졸업했다. 3월에는 연세대학교 정법대 정법계열에 입학했다. 교내 문학 서클에 가입해서 본격적인 문학수업을 했다.그해 12월 교내 신문인 '연세춘추'에서 제정 시상하는 '박영준문학상'에 시 '영하의 바람'으로 가작에 입선되었다. 이어서 1980년 3월 정법계열에서 정치외교학과로 진학했다. '80년의 봄'이 시작되어 철야농성과 교내 시위에 가담하고 교내지에 '노마네 마을의 개'를 기고했다가 형사가 학교로 찾아오는 등 조사를 받기도 했다. 1981년 3월 병역관계로 휴학하고 부산과 대구 등지로 여행을 했다. 중학교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한 그는 연세대학교 교내 문학 서클인 '연세문학회'와 안양의 문학동인 '수리'에 참여하며 활발한 활동을 했다. 대학 재학 중에는 '연세문예춘추'에서 제정하고 시상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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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천의 미래를 위한 도시개발 제언 지면기사
도시개발, 총밀도 기준 수립 아쉬워 1인가구 증가세… 흐름 가속화 전망 인천시, 해외 선진사례 참고해야쾌적한 주거환경의 질적향상 위해 다차원적 밀도 관리체계 도입 필요인천의 미래 도시개발 정책은 시대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인천도시기본계획에 따르면, 신규 도시개발 사업에 대한 개발계획을 수립할 때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총밀도 기준을 핵심으로 반영하도록 운영하고 있어 많은 아쉬운 점이 있다. 이러한 일률적인 총밀도 기준은 개발 대상지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인천 주택 공급의 다양성과 도시개발 사업의 유연성 그리고 경제성을 저해하고 있다.도시개발 방향은 단순히 인구 밀도나 건축 밀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도시의 변화하는 토지이용, 기반시설, 인구 구조, 가구 유형, 주거 선호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유연하고 효율적인 밀도 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는 현대 도시들이 직면한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접근법이다.최근 인천시의 도시개발사업에서 드러난 문제점들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외 사례들을 살펴보면, 도시 관리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서울연구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런던과 미국 마이애미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런던은 2021년 런던플랜에서 지역의 맥락에 적합한 대상지별 최적 개발 규모를 적용하는 방식(Optimizing Site Capacity)으로 크게 개편했다. 주거 밀도를 관리하는 기준으로 대중교통 접근성과 대상지 입지 유형에 따른 주거 밀도 행렬을 활용하다가,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압축도시의 필요성 때문에 대상지 기반의 계획 수립 방향으로 전환했다.마이애미 역시 물리적 형태에 대한 도시 설계 지침을 도입해 밀도를 개발 밀도, 호수 밀도(호/㏊) 등 다각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단위 면적당 호수 밀도를 중심으로 높이, 용적률을 고려한 밀도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단순히 건축 규모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도심에서 고밀 주거 개발이 필요한 지역은 별도로 지정해 밀도와 도시경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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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달팽이(이공명) 지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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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재(人災)로 확인된 부천 호텔 화재 참사 지면기사
지난 8월 22일 초저녁에 발생한 부천시 원미구 중동의 코보스호텔 화재 참사는 100% 인재사고였다. 투숙객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는데 8일 경기남부청 부천 호텔 화재사고 수사본부의 최종 수사결과 발표로 인재의 전모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경찰은 해당 호텔 810호 객실의 벽걸이형 에어컨 실내기와 실외기 연결 전선의 아산화동 증식 과정에서 발생한 전기적 발열이 주변 가연물에 착화되어 불이 났다고 결론을 냈다. 아산화동 증식이란 도체의 접촉 저항 증가로 접촉부가 산화해 발열하는 현상이다. 이 호텔은 2004년 10월에 준공된 건물로 현 소유주는 호텔 인수 1년 뒤인 2018년 5월에 전 객실의 에어컨을 교체했다. 준공 이후 14년 만에 에어컨들을 바꾼 것이다.그런데 공사 과정에서 전체적인 배선 교체 대신 기존의 노후전선을 활용했다. 영업 지장 등 때문이었다. 전선 길이가 짧으면 기존 노후전선에 새 전선을 연결하면서 연결 부위를 절연 테이프로만 마감했다. 이후 에어컨 AS 기사가 전선에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수차례 경고했지만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전기설비기술기준에 따르면 에어컨 전선은 통선 사용이 원칙이며, 불가피하게 두 전선을 결선할 경우 접촉 저항을 최소화할 각종 안전 조치를 해야 한다.경찰은 화재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원인으로 자동닫힘장치, 즉 '도어클로저'의 미설치를 첫 번째로 꼽았다. 불이 난 810호의 객실문은 화재 당시 활짝 열려있었다. 설계 도면상에는 도어클로저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표시돼 있으나, 실제로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또한 환기를 이유로 복도의 비상구 방화문을 열어두어 피해를 키웠을 뿐 아니라, 전 객실에 의무적으로 비치해야 할 완강기가 63개의 객실 중 31개 객실에는 아예 없었다.더욱 기가 막힌 것은 화재 발생 직후 화재경보기가 울렸지만, 당시 근무 중인 호텔 매니저가 화재 여부를 확인 않고 경보기를 껐다는 사실이다. 이어 8층으로 올라가 객실 내 불을 목격하고는 1층으로 다시 내려가 경보기를 재작동했다. 사고 당일 오후 7시37분14초에 경보기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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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행정소송 악용하는 '전관업체' 두고만 볼 건가 지면기사
지난해 4월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시공 중이던 LH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하자 정부는 '원스트라이크 아웃'과 '전관업체 수주 원천배제'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LH 건설현장에서 철근배근 누락 등 주요 안전항목을 위반한 업체는 일정 기간 LH 사업의 수주를 제한하고, '전관'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2급 이상 고위 퇴직자가 취업한 업체의 LH 사업 입찰 참가 또한 제한한다는 내용이었다. LH 퇴직자의 재취업 심사를 대폭 강화해 이권 카르텔 형성 기반을 원천적으로 없애겠다고도 했다.문제의 핵심이 LH의 독점적 지위와 전관 카르텔 그리고 미흡한 감리체계 등 '부실의 3종 세트'에 있다고 진단하고 내린 처방이었다. 새 정부 집권 초기이기도 해서 또 한 번 속는 셈 치고 믿어보자 했다. 하지만 결국은 또 한 번 속은 꼴이 됐다. 당시 정부의 의지는 강고했을지 모르나 현장에선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이 밝힌 LH와 조달청 자료분석 결과를 보면 조달청이 LH의 요청으로 체결한 공사, 설계, 감리 등의 계약 65%가 LH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당시 부실시공 원인을 제공한 업체들과 한 것으로 드러났다.시민단체가 전관업체로 지목했던 A사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지난 2022년 붕괴된 광주 아이파크 아파트의 감리업체로 그해 9월 경기도로부터 영업정지 1년 처분을 받았다. A사는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검단신도시 LH 아파트의 감리업체 중 한 곳이기도 해 올해 3월 경기도로부터 다시 영업정지 6개월 처분을 받았다. 그럼에도 조달청이 진행한 감리업체 선정에서 지난달에만 68억원 상당의 공공발주 사업 계약 2건을 따냈다. 이런 사례가 비일비재하다.안전 위반업체 제한과 전관업체 배제 제도 등 강력한 규제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업체들에겐 빠져나갈 구멍이 존재한다. 해당 업체들은 행정소송을 걸어 영업정지 명령 등의 행정처분을 무력화시킨 뒤 최종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의 공백 기간을 악용해 LH 사업의 수주를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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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만평] 제발 안 보이셨으면 합니다 지면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