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참성단]국무(國巫) 김금화
    참성단

    [참성단]국무(國巫) 김금화 지면기사

    1982년 한미수교 100주년을 기념해 한국 정부가 미국에 파견한 문화사절단엔 만신(萬神·큰 무당) 김금화도 포함됐다. 공연 첫날 무대에 오르려는 김금화의 옷차림을 보고 주미 영사관 사람들이 "나라 망신 시킬 일 있느냐. 무슨 굿이냐. 당장 데리고 나가라"고 난리를 쳤다. 그녀를 데리고 간 고(故) 조자용 에밀레박물관장이 아랑곳 않고 그녀를 무대로 떠밀었다. 신명나게 굿거리를 펼치고 죽기살기로 작두를 탔다. 이번엔 미국 관객들이 춤추고 난리가 났다. 나라 만신, '국무(國巫) 김금화'가 탄생한 순간이었다.이후 김금화는 독일, 프랑스, 러시아 등 유럽에 대동굿과 진혼제를 선보였고, 2005년 교황 요한 바오로2세가 선종 직후엔 로마대학 앞에서 굿판을 벌이기도 했다. 백남준, 김대중 전 대통령 진혼제와 세월호 희생자 추모위령제도 주재했다. 2007년 사도세자 서거 245주년을 맞아 화성행궁 앞에서 펼친 진혼제에서는 사도세자와 접신해 "목말라. 목말라"라고 울부짖어 관객들의 마음을 찢어놓기도 했다. 김금화는 오방색의 마술사 내고 박생광의 무녀도 시리즈의 모델이기도 했다. 2004년 용인 이영미술관에서 열린 박생광 탄생 100주년 특별전에서 진혼굿을 벌인 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미국 공연 후 1985년 '서해안 배연신 굿 및 대동굿'으로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됐지만, 그 이전의 세월은 그녀의 말(경인일보 2005년 10월 25일) 처럼 "무당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험난했던 인생"이었다. 11살부터 무병을 앓다 14살에 시집에서 도망치고, 17살에 만신이던 외할머니 김천일에게 내림굿을 받아 19살부터 마을 대동굿을 주재했다. 무속을 미신으로 경멸하던 시류 때문에 동란 때는 좌익과 우익의 위협을 받았다. 1·4후퇴 때 고향인 황해도 연백을 떠나 인천 만석동에 자리잡았지만 새마을운동 시절의 사회적 멸시도 만만치 않았다.서해 어민들의 풍어를 빌어주고, 지역사회의 대동평안을 기원하고, 국태민안을 염원하던 국무이자, 굿을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으로 확장시킨 예인 김금화가 지난 23일

  • [참성단]변화하는 아카데미 상
    참성단

    [참성단]변화하는 아카데미 상 지면기사

    아카데미상을 왜 오스카(OSCAR)상이라고 부르는지 정확히 알려진 게 없다. 아카데미 상 트로피가 여배우 베티 데이비스 첫 남편 오스카 넬슨을 닮았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고,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AMPAS)의 도서관 직원이던 마거릿 헤릭 여사의 삼촌 오스카를 닮았다는 데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지만, 근거는 희박하다. 그러나 1934년 6회 아카데미 상에서 캐서린 헵번의 여우주연상 수상 글을 쓴 칼럼니스트 시드니 스콜스키가 처음으로 '오스카'를 거론한 것은 분명하다.아카데미상은 '백조의 잔치'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백인 우월주의에 편향됐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이는 1929년 1회 수상식이 시작된 이래 수여한 2천900여 개의 오스카 트로피 중 흑인의 품에 안긴 건 고작 32번에 불과했다는 데서 여실히 증명된다. 놀랍게도 흑진주 할리 벨리가 '몬스터 볼'로 첫 흑인 여우주연상 수상자가 된 게 그리 멀지 않은 2002년이었다. 심지어 2015년 시상식에는 남녀 주·조연상 후보 20명이 모두 백인으로 채워져 SNS에는 '오스카는 너무 하얗다' (#Oscars So White)라는 해시태그로 물드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하지만 이제 더 이상의 '하얀 오스카'는 없을 것 같다. 오늘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리는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전혀 다른 모습이 연출될 게 분명해서다. 우선 그동안 영화업계와 큰 갈등을 빚어온 넷플릭스에게 문호가 개방된 것은 큰 변화다. 멕시코 감독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자국 출신 배우들과 자국 언어로 촬영한 넷플릭스 영화 '로마'가 작품상· 감독상 등 10개 부문에 지명됐다. 흑인 히어로 영화 '블랙 팬서'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최초로 작품상 후보를 비롯 7개 부문에 오른 것도 놀랍다. 특히 이 영화는 출연진 90%가 흑인이다. 모두 아카데미가 시대적 변화에 대한 요구를 적극 수용한 결과다.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이번 아카데미 상만큼 말이 많은 적도 없다. 우선 1989년 제61회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 사회자 없이 진

  • [참성단]육체노동 가동연한
    참성단

    [참성단]육체노동 가동연한 지면기사

    '가동연한(稼動年限)'은 교통사고·산업재해 등 사고로 사망 또는 장애를 입었을 때 손해배상액 산정의 기준이 된다. 통상 해당 직종의 정년을 가동연한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정년이 없으면 동종업계 종사자의 나이를 기준으로 삼는다. 가동연한은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아 대부분 판례에 따르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르면 변호사와 법무사, 승려가 70세로 가동연한이 가장 길다. 의사와 한의사, 화가, 목사 등은 65세, 육체 노동자 등 대부분 업종은 60세를 정년으로 한다. 일반 술집 마담, 나이트클럽 웨이터, 잠수부 등은 50세, 프로야구 선수와 에어로빅 강사, 룸살롱 마담은 40세, 다방 여종업원과 골프장 캐디는 35세를 정년으로 본다.대법원이 노동자 가동연한을 60세가 아닌 65세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1989년 가동연한을 55세에서 60세로 상향한 지 30년 만에 다시 한 번 대법원 판례가 바뀐 것이다. 대법원은 "1989년 전원합의 판결 이후 가동연한이 만 60세로 됐지만, 그동안 평균 수명이 늘었고 경제 규모도 4배 이상 커졌다"며 "제반 사정이 현저하게 바뀌었기 때문에 이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동연한을 만 60세가 아닌 65세로 보는 게 합당하다"고 밝혔다.평균수명이 늘고 노인 취업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지금, 육체노동을 주로 하는 직업의 가동연한을 늘린 것은 너무도 당연한 판결이다. 이번 가동연한 연장으로 우리 사회는 큰 변화가 올 것이다. 손해배상액 산정은 물론 보험, 연금과 법정 정년 등을 판단하는 데도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 가동연한 상향에 따라 현행 정년 '만 60세 이상', 노인 '만 65세 이상'이라는 기준 변경 등 기존에 지속해서 제기돼 온 이슈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질 것이다. 문제도 있다. 가동연한 상향으로 정년이 65세로, 노인기준이 70세로 늘어날 경우 '노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간 누렸던 기득권을 모두 포기해야 한다. 물론 연금 수령 시기도 늦춰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노인의 절반이 빈곤층이란 점이 큰 골칫거리다. 은퇴 후에도 생계

  • [참성단]짝퉁 명사수
    참성단

    [참성단]짝퉁 명사수 지면기사

    미국 서부개척시대, 텍사스의 한 마을에 혜성과 같이 등장한 총잡이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벽과 마주하고 섰다. 이어 총을 꺼내더니 벽을 향해 마구 총을 쏴댄다. 이내 벽은 온통 탄환 자국 투성이이다. 수백 발의 탄환을 소진하고 나서 총잡이는 벽을 살펴본다. 자신의 사격 실력이 형편없음을 느꼈는지 실망한 표정이 역력하다. 잠시 생각에 잠긴 총잡이는 곧바로 창고에서 페인트와 붓을 가져오더니 탄환 자국이 가장 많이 모여있는 곳에 과녁을 그린다. 그제서야 그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잠시 후 동료 총잡이들이 나타나 벽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명사수네!"통계학과 심리학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인 '텍사스 명사수의 오류'를 약간 각색해 보았다. 텍사스 명사수의 오류는 '허위 상관관계'를 잘 설명해준다. 무수히 많은 차이점을 무시하고 몇몇 우연의 일치에 주목하는 '링컨과 케네디의 평행이론'도 '텍사스 명사수의 오류'다.대한민국에도 지만원이라는 희대의 명사수가 나타났다. 그는 5·18민주화운동이라는 숭고한 벽에 흠집을 내기 위해 총을 난사했다. 그런데 별 소득이 없었다. 기껏 찾아낸 게 '광수'라는 탄착군이다. 그는 탄착군 안에 있는 탄환 자국마다 '광수1호', '광수2호'식으로 번호를 매겼다. 600호까지 일련번호를 매긴 후에는 붉은색으로 과녁을 그렸다. 과녁에 '광주에 온 북한특수군'이라는 설명까지 덧붙이니 그럴싸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다른 사람들이 확인해보니 제대로 된 탄환 자국이 아니다. 단지 비슷하게 생겼을 뿐이다. '총알자국이 아니라 핏물, 눈물자국'이라며 울분을 토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급기야 허위 과녁임을 알리기 위한 토론회까지 열린단다. 결국 사격 실력을 인정받아 서부 활극의 주인공이 되고자 했던 '짝퉁 명사수'는 꿈을 접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래도 그는 낙심하지 않는다. 그의 허접한 사격 실력을 모르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척하는지는 모르지만 3명의 든든한 동료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활동무대가 국회이니 보통 동료가 아니다. 그 중 한 명인 김진

  • [참성단]이재명의 눈물
    참성단

    [참성단]이재명의 눈물 지면기사

    "이제 저는 정치를 떠나고자 합니다. 꿈을 이루지 못한 회한이 왜 없겠습니까. 그러나 깨끗이 물러나겠습니다." 15대에 이어 16대 대선에서 패한 새누리당 이회창 전 총재는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주변은 숙연했다. 이때 누군가 혼잣말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선거 때 좀 울지. 그러면 당선됐을지도 모르는데…."정치인은 위기상황이 닥쳤을 때 종종 눈물을 흘린다. 그 모습에 상대방은 마음이 움직이게 마련이다. 상황 반전을 시키는 데 있어 눈물만한 것도 없다. 하긴 정치뿐일까. 우리의 인생사가 모두 그렇다. 그래서 눈물을 '입이 말할 수 없는, 마음으로 드러내지도 못하는 것을 표현하는 단어'라고 한다.눈물의 덕을 가장 많이 본 정치인으로는 단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꼽힌다. 그는 '아무리 감명 깊은 연설이라 해도 한 방울의 눈물만 못하다'는 것을 실제 증명했다. 2002년 대선 때 존레논의 '이매진(Imagine)'을 배경음악으로 눈물 흘리는 그의 모습을 담은 광고가 TV 전파를 타자 국민의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노무현의 눈물에서 그저 평범한 한 인간의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이는 극적인 반전을 가져왔고, 노무현은 대통령이 되었다.잘 못 흘린 정치인의 눈물이 역효과를 불러오는 경우도 있다. 2014년 5월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정몽준 의원은 수락연설에서 폭풍 눈물을 흘렸다. 아들이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미개하다"고 언급해 사태가 악화하자 이를 사과하기 위해서였다. 이완구 국무총리도 아들의 병역 공개검증을 앞두고 "비정한 아버지가 됐다"며 울먹였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를 '악어의 눈물'로 받아들였다. 정치인의 눈물이 늘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 "정치인은 스스로 눈물을 흘릴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고 말했다.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눈물을 흘렸다. 그제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와 관련한 기자회견 자리에서 질문을 자청해 심경을 토로하면서다. "아무리 정치이고, 잔인한 판이라고 해도 죽은

  • [참성단]트럼프의 노벨평화상 집착증
    참성단

    [참성단]트럼프의 노벨평화상 집착증 지면기사

    못말리는 트럼프다. 이번엔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받은 사실과 추천자를 자기 입으로 자랑하고 나섰다. 지난 15일 "아베(일본) 총리가 노벨평화상을 주는 사람들에게 보낸 아름다운 서한을 내게 줬다"며 "내가 삼가 일본을 대표해서 노벨평화상을 당신에게 주라고 요청했다"고 서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다. 미-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예산을 의회 동의없이 쓰기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던 자리였다. 비인도적인 국경장벽 건설과 노벨 평화상 후보라는 대립적 의제를 섞어버린 무개념은 트럼프 다웠다.추천자인 아베가 머쓱해졌다. 의회에서 사실 여부를 질문하는 야당 의원에게 "노벨상위원회는 평화상 추천자와 피추천자를 50년간 밝히지 않는다"며 즉답을 피하다가 "아닌 것은 아니다"고 추천 사실을 실토했다. 아사이 신문은 아베가 트럼프의 노벨 평화상 추천 이유와 관련 '미국 정부의 비공식적 요청'을 확인 보도했다. 요청 시기는 지난해 6·12 북미정상회담 직후였단다.트럼프의 노벨상 욕심은 지난해부터 노골적이었다. 그해 4월 북미정상회담을 예고한 미시건주 공화당 집회에서 청중들이 "노벨"을 연호하자 애들처럼 좋아했다. 실제 지난해 외신들은 남북미 정상들을 노벨 평화상 유력후보로 꼽기도 했다. 남북미 회담만한 국제적 평화 이슈도 없었다. 그런데 매해 2월 1일 마감하는 노벨 평화상 후보 추천 시한을 넘겨서였는지 트럼프의 수상은 불발됐다. 올해엔 시한에 맞추어 일본에 청부 추천까지 완료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자격이 충분하다"고 추천사를 보탰으니, 트럼프는 노벨 평화상을 '따놓은 당상'으로 여길만하다.하지만 히틀러, 스탈린, 전두환도 후보로 추천됐던 노벨 평화상이다. 아웅산 수치는 대놓고 소수민족을 탄압해 상의 의미를 격하시켰다. 미국우선주의에 입각해 국경장벽을 세우고, 전세계와 무역전쟁을 벌이고, 미국내 갈등의 중심에 선 트럼프 대통령의 수상이 실현되면 노벨 평화상은 다시 한 번 논란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트럼프의 노벨 평화상 집착증을 바라보는 우리 심경은 착잡하다. 2·27 2차북미정상회담을 노

  • [참성단]고령 운전자
    참성단

    [참성단]고령 운전자 지면기사

    미국에서는 운전할 능력을 상실했음에도 운전대를 잡는 노인들을 가리켜 '살인자 할아버지(killing grandpa)'라고 부른다. 살인과 다름없다는 뜻이다. 애덤 한프트 같은 미래학자들은 2000년 초부터 고령운전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으로 보고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를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증후군'으로 명명했다. 영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에서 주인공인 71세의 데이지가 차 사고를 낸대서 착안한 것이다.우리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를 겪은 일본은 초보운전자에겐 새싹 마크를, 고령 운전자는 네 잎 클로버 마크를 뒷유리에 붙이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 스티커를 붙인 차량을 고의적으로 추월하거나 위협을 주는 행동을 하면 벌금과 벌점을 준다. 일본은 75세 이상 고령운전자가 운전면허를 갱신하고자 하는 경우 사전에 강습예비검사를 의무화했다. 인지기능 테스트에서 치매, 간질 등의 질환이 확인되면 면허가 취소된다.우리의 경우를 보자. 운전하다 차량에 붙어 있는 스티커 중 흔히 보이는 게 '초보운전' '아기가 타고 있어요'다. 때로 '나도 내가 무서워요' 같은 애교 섞인 문구 때문에 웃음이 터지는 경우도 있다. 운전에 미숙한 초보 운전자로 돌발사태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할 수 있으니 알아서 대비하라는 당부다. 하지만 실제 도로에서 초보운전자보다 더 무서운 건 고령 운전자들이다. 그러나 "나 고령 운전자요"라고 스스로 밝히는 스티커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지난달 98세인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 필립공이 직접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일으켰다는 해외 토픽을 접하며 이게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96세의 노인이 운전하는 차량에 행인이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런데 이 고령의 운전자는 지난해 시력과 청력 등 기초적인 신체검사로 구성된 적성검사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인터넷 상에서는 고령자 운전의 위험성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뜨겁게 진행 중이다. 교통 전문가들은 앞으로 고령 운전자들에 의한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음주운전에

  • [참성단]"서로 사랑하세요"
    참성단

    [참성단]"서로 사랑하세요" 지면기사

    2007년 5월 추기경은 모교 100주년 행사 미술전시회를 준비 중인 후배로부터 '자화상' 한점을 그려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추기경은 그 자리에서 검정 유성 파스텔로 쓱쓱 자화상을 그렸다. 그리고 그림 밑에 '바보야'라고 적었다. 이 그림이 다음 날 일간지 1면에 실리자 큰 반향이 일었다. 너무도 단순해 무심하기까지 한 그림에서 많은 사람이 '바보처럼 살았던' 자신의 모습을 보았던 모양이다. 기자가 왜 '바보야'라고 썼는지 묻자 추기경은 이렇게 말했다. "있는 그대로 인간으로서, 제가 잘났으면 뭐 그리 잘났고 크면 얼마나 크며, 알면 얼마나 알겠습니까. 안다고 나대고, 어디 가서 대접받길 바라는 게 바보지. 그러고 보면 내가 제일 바보같이 산 것 같아요."사람들이 자신을 '바보 신부'로 불러주길 진심으로 바라던 추기경은 그러나, 불의(不義)에 대해선 단호했다. 1980년 정월 전두환이 새해 인사차 추기경을 찾아오자 면전에서 12· 12사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마치 서부활극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서부영화를 보면 총을 먼저 빼 든 사람이 이기잖아요." 추기경은 원래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로 시작하는 윤동주의 '서시'를 좋아했지만, 감히 읊어 볼 생각을 하기가 두려웠다고 한다. 이유를 묻자 "하늘을 우러러 너무 부끄러운 게 많아서…"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좋아하는 시를 '별 헤는 밤'으로 바꿨다. 추기경은 2004년 4월 '21세기의 지도자상'이라는 주제로 강연한 적이 있었다. 이날 추기경은 "자기와 생각이 다르더라도 그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것"을 새 시대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최고의 덕목으로 꼽았다. 추기경은 또 "누군가가 사랑하지 못하는 마음을 바꾸어 사랑할 수 있게 된다면 이것이야말로 가장 큰 기적"이라며 이 기적 말고는 다른 어떤 것도 이 세상을 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16일은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善終)한 지 10주년 되는 날이다. 지금 주위에는 아무리 둘러봐도 '존경할 만한 어른' '의

  • [참성단]'밸런타인 데이' 스트레스
    참성단

    [참성단]'밸런타인 데이' 스트레스 지면기사

    오늘은 여성이 연인과 남성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밸런타인 데이다. 결혼이 금지된 로마 군단병들의 비밀 혼례를 집전하다가 사형당한 사제 밸런티노를 기리기 위한 성(聖) 밸런티노 축일이 기원이라지만 유력한 설(說)일 뿐이다. 여성이 연인이나 남성에게 초콜릿 등을 선물하는 문화가 일본의 한 제과회사 마케팅에서 비롯됐다는 사실 만큼은 분명하다. 당당하게 남성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여성상이 페미니즘 운동과 맞물리면서 확산됐다고도 한다. 밸런타인 데이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끊이지 않는 건 바로 상업성 때문이다. 실제로 밸런타인 데이 특수는 무시할 규모가 아니다. 최근 미국의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밸런타인 데이의 미국인 지출 규모가 207억 달러(23조2천700억원)로 추정됐다. 선물 구입 지출항목은 보석(39억 달러), 외출(35억 달러), 의류(21억 달러), 꽃(19억 달러), 사탕(18억 달러) 순이다. 국내에서도 밸런타인 데이 마케팅은 제과업체에서 외식, 숙박, 유통업으로 확산되면서 선물 품목도 보석, 와인, 숙박권, 상품권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제과·유통 대기업 롯데의 신동빈 회장은 생일이 밸런타인 데이와 겹쳐, 해마다 생일선물로 밸런타인 특수를 받는다 해서 화제다. 기업들은 받았으면 줘야한다는 인지상정도 마케팅에 활용했다. 남성들은 출처 불명의 '화이트 데이(3월 14일)'라는 유탄을 맞았다.밸런타인 데이와 관련해 최근 몇 해 동안 '의리 초코'가 논란이다. 여성이 연인이 아닌 직장 상사나 동료에게 돌리는 초콜릿이 '의리 초코'인데, 여성들의 고민이 보통이 아닌 모양이다. 의리 초코를 돌리자니 대상과 비용이 고민이요, 외면하자니 상사나 동료에게 미운 털 박힐까 노심초사란다. '의리 초코' 대신 '갑질 초코'라는 불만이 나올 정도란다. '의리 초코'의 발상지인 일본에서도 여성들의 스트레스가 심각했던지 밸런타인 데이 초콜릿 상납문화를 폐지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고, 직장인 70%가 직장내 초콜릿 금지령을 지지했다고 한다.일제의 안중근 의사 사형 선고일(1910년 2월 14

  • [참성단]1,300만 관객 한국영화
    참성단

    [참성단]1,300만 관객 한국영화 지면기사

    "영화를 찍으면서도 흥행은 생각도 안 했다. 제작자 이태원 사장도 이런 영화가 무슨 흥행이 되겠느냐며 저예산으로 찍자고 했다. 그러자고 했다.그런데 뜻밖에 대 히트를 쳤다. 덕분에 보너스도 받았다." 100만 관객 동원의 역사를 쓴 임권택 감독은 훗날 이렇게 회상했다. 100만 관객이 뭐 대수냐고 하겠지만, 당시에는 한 영화관에서의 단독 상영이 관행이었다. 개봉관에서 먼저 상영을 하고 난 뒤 2번, 3번 관으로 넘어갔다. '서편제'는 서울 단성사에서만 1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제작비는 고작 3억 원이었다.1993년 10월 29일이 100만 관객을 돌파한 날이라면, 2004년 2월 19일은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가 한국 영화 최초로 1천만 관객을 넘어선 기념비적인 날이다. '서편제'가 1993년 4월부터 196일간 상영돼 100만 명을 동원한 데 비해 '실미도'는 상영 58일 만에 1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처럼 단시간 내 관객 동원의 비결은 여러 개의 스크린을 가진 멀티 플렉스 영화관 덕이 컸다. 만일 임권택 감독 시절에도 이런 영화관이 있었다면 '서편제'는 몇 명을 동원했을까.멀티 플렉스 영화관은 우리 영화에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왔다. 1997년 연간 영화 관객이 5천만 명도 채 안 됐지만 멀티플렉스가 등장한 후 2002년 1억 명, 2013년 2억 명을 돌파했다. 실미도 이후 1천만 관객 이상 한국 영화는 2014년 1천761만 명으로 단일 영화로는 최고 기록을 가진 '명량'을 비롯해 모두 15편이다. '신과 함께-죄와 벌'(1천441만) '국제시장'(1천426만)과 '베테랑'(1천341만) '7번 방의 선물'(1천281만) 등이 이에 속한다.영화 '극한직업'이 개봉한 지 19일 만인 11일 현재, 관객 1천300만 명을 넘었다. 역대 박스 오피스 6위다.'7번 방의 선물'을 누르고 역대 코미디 영화 흥행 기록도 갈아치웠다. 순 제작비 65억 원 매출액 1천130억 원. 말 그대로 '초대박'이다. '위기의 한국영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