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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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명태(明太) 지면기사
'검푸른 바다 바다 밑에서/줄지어 떼지어 찬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대로 컸을 때/내 사랑하는 짝들과 노상/꼬리 치며 춤추며 밀려다니다가/어떤 어진 어부의 그물에 걸리어/살기 좋다는 원산 구경이나 한 후/에집트의 왕처럼 미이라가 됐을 때/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밤늦게 시를 쓰다가 쇠주를 마실 때 카~/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짝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내 이름만 남아 있으리라 허허허/명태 허허허 명태라고 음 허허허 쯔쯔쯔/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인용이 길었다. 그래도 어쩔 수가 없다. 명태에 버릴 부위가 하나도 없듯, 이 시 역시 하나라도 잘라내면 참 맛이 사라져서다. 1연부터 마지막까지 온전할 때, 그리고 노래로 불릴 때 양명문의 시 '명태'는 영롱한 빛을 발한다. 여기에 곡을 붙인 건 '떠나가는 배' 작곡가 변훈이었다. 1952년 피난지 부산에서 열린 '한국 가곡의 밤'에 바리톤 오현명에 의해 초연됐다. 관객의 반응은 냉랭했다. 음악평론가 이성삼의 "이것도 노래냐"라는 노골적 비판에 충격받은 변훈은 작곡가의 길을 포기하고 외무부에 들어갔다. 이 곡이 한국 가곡 최고봉으로 우뚝 선 건 70년대 들어서면서였다. 그후 강산에는 이 곡을 모티브로 '명태'를 작곡해 7집 타이틀곡으로 삼고 이렇게 불러 제꼈다. '피가 되고/살이 되고/노래 되고/시가 되고/약이 되고/안주 되고/내가 되고/니가 되고/그댄 너무 아름다워요/그댄 너무 부드러워요/그댄 너무 맛있어요'.어린 시절 어머니는 동태찌개를 질리도록 밥상에 올렸다. 다음 날에도 꽁꽁 언 동태를 내리치던 어머니를 보면서 "또 동태찌개군"이라 푸념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지천에 널린 명태는 '시인의 안주'가 될 만큼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이런 명태가 우리 근해에서 완전히 사라진 건 2008년이었다. 기후 탓이 크지만 무분별한 남획이 문제였다. 요즘 명태가 관심을 끄는 건 소량이지만 근해에서 다시 잡혀서다. 정부는 모처럼 찾아온 명태를 보호하기 위해 포획을 금지했다. 이제야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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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대한제국 고종황제 100주기 지면기사
"그대는 나의 신민이 아니다. 허니 명할 수 없고, 명할 수 없으니 잡을 수도 없다."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 고종이 대한제국 무관학교 교관을 거절하는 유진 초이를 보내며 한 대사다. 결국 유진 초이는 교관직을 수락했지만, 역사적 고종의 무기력은 드라마의 고종과 크게 다르지 않다.1864년 조선의 마지막 국왕으로 즉위해 1897년 대한제국 초대 황제에 이르기까지 고종의 43년 재위기간은 망국으로 치닫는 비극으로 점철돼 있다. 12세에 왕위에 올라 아버지 흥선대원군과 아내인 명성황후의 민씨 일족과의 권력투쟁을 벌여야 했다. 왕권을 회복했지만 임오군란, 갑신정변, 동학농민운동, 청일전쟁, 갑오개혁, 을미사변, 아관파천, 러일전쟁, 을사늑약, 경술국치(망국)로 이어진 역사의 전개는 힘없는 나라의 군주에게는 너무 벅찼다. 아내인 명성황후를 일본 사무라이에 잃고, 일제의 강제로 아들 순조에게 황위를 물려주는 수모를 당했다.고종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대한제국 군대를 한번도 출병시키지 못한 채 일제와 매국노에 휘둘려 망국에 이르게 한 유약한 혼군이라는 냉정한 시선이 대세다. 그러나 헤이그 밀사 파견, 의병 비자금 지원, 블라디보스톡 망명설 등 일제로부터 제국을 지키려던 황제의 행적으로 인해 동정론도 만만치 않다.다만 그의 죽음이 3·1운동의 기폭제가 된 것만은 모두가 인정하는 정설이다. 1919년 1월 21일 그가 승하하자 독살설이 전국에 퍼졌다. 지금까지도 '설'이지만 강제로 퇴위당한 황제의 독살설에 격분한 조선민중은 만세독립운동으로 저항했고, 임시정부 수립 등 본격적인 항일투쟁 역사가 시작됐다.어제가 고종황제 승하 100주기였다. 고종과 명성황후가 합장된 남양주시 홍릉에서 대한제국 고종황제 100주기 제향이 봉행됐다. 역사가 흘러 황제의 나라인 '대한제국'은 국민의 나라인 '대한민국'이 됐다.그러나 우리 운명에 관여하는 외세의 존재는 여전하다. 제국이나 민국이나 나라를 지키려면 외세의 영향을 압도하는 '국력'이 있어야 한다. 형편없는 군사력과 매국관료의 각자도생, 도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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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3년 차 징크스 지면기사
아이돌 그룹엔 '7년 차 징크스'란 게 있다. 전속계약을 체결할 때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시한 표준전속계약 권고기간이 7년으로, 이때 팀이 해체되거나 멤버 일부가 탈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붙여졌다. 실제 씨스타, 레인보우, 포미닛 등 인기 걸그룹도 '7년 차 징크스'를 넘지 못했다. 올해 7년째가 되는 EXID에 관심이 쏠린 것도 그런 이유다. 보이그룹도 예외는 아니다. B1A4는 진영과 산들이 팀을 떠나며 팀 재편이 이뤄졌고 인피니트, 블락비 등도 팀원의 일부와 작별했다. 그렇다고 7년째 팀이 모두 깨지는 건 아니다. 에이핑크는 올해 9년째를 맞는다.스포츠 쪽은 '2년 차 징크스'란 게 있다. 프로 생활 첫해 뛰어난 성적을 올린 선수들 상당수가 이듬해 성적이 내림세를 보인다. 징크스가 실제 존재하는지 통계적으로 증명되진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2년 차에 들어서면 상대 팀의 집중 견제와 주변 기대치에 대한 부담으로 성적이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대통령에겐 '6년 차 징크스'가 있다. 재선에 성공한 루스벨트 아이젠하워 닉슨 레이건 클린턴 오바마 대통령은 모두 6년 차 징크스를 겪었다. 유일하게 3선에 성공했던 루스벨트도 6년 차였던 1938년 뉴딜정책의 입법화에 대한 반발 여론과 대공황으로 큰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아이젠하워는 비서실장의 뇌물 스캔들에 경기침체까지 겹쳐 고전했다. 닉슨은 6년 차에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했고, 레이건은 이란-콘트라 사건으로 곤경에 처했다. 클린턴도 6년 차에 '르윈스키 스캔들'로 곤혹을 치렀으며 오바마 역시 중간선거에서 패배하며 국정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우리 정치엔 '3년 차 징크스'가 있다. 김영삼 정부는 대구 지하철 사고,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 김대중 정부는 '정현준·진승현·이용호 게이트' 등 권력형 비리로 레임덕을 겪었고,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값 폭등으로 위기에 직면했다. 이명박 정부는 민간인 불법 사찰 논란으로 위기를 맞았다. 박근혜 정부는 '비선 실세' 파동으로 '돌아올 수 없는 길'로 접어들었다.문재인 정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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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공인의 품격 지면기사
우리도 그렇지만, 미국 의회에도 '막말'로 공인(公人)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골치 아픈 의원이 한두 명쯤은 있는 모양이다. 요즘 백인우월주의 발언으로 뉴스의 중심에 있는 9선의 스티브 킹 하원의원이 그런 경우다. 공화당 소속 킹 의원이 지난 10일 NYT와의 인터뷰에서 "백인 민족주의, 백인 우월주의, 서구 문명이 어떻게 모욕적인 말이 됐는가"라며 백인우월주의를 편드는 발언으로 미국이 온통 시끄럽다. 그는 지난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백인 우월주의 후보자를 지지하고, 유대인 몰살을 주장하는 책을 홍보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불법 이민을 "서서히 진행되는 홀로코스트"로, 백인이 아닌 인종의 이민자 유입을 "백인 학살"이라고 비난한 것이다.미국 내 여론은 킹의 언행이 공인으로서 매우 부적절했다는 비난으로 도배됐다. 민주당은 킹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을 제출했고,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여론이 갈수록 험악해지자 공화당도 14일 스티브 킹 의원을 상임위원회 활동에서 배제했다. 그를 후원했던 인텔과 네슬레 자회사 퓨리나 펫케어, 유가공기업 랜드 오 레이크스는 킹의 발언으로 파장이 커지자 후원 중단을 발표하기도 했다.요즘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매입'과 서영교 의원의 '판결 청탁' 논란 등 국회의원들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손 의원은 목포시 '문화재 거리'가 등록 문화재로 지정되기 전, 가족과 지인 등의 명의로 일대 건물 10채를 사들여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서영교 의원의 경우, 4년 전 국회로 파견 나온 판사를 불러 지인 아들의 '강제추행미수사건'재판에 청탁을 넣어 벌금 500만원으로 낮춘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더 조사해야 알겠지만, "공인이 꼭 그랬어야 했나"로 민심이 들끓고 있다. 특히 이들은 '남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숱한 발언으로 '내로남불의 끝판왕'이란 소리를 들어왔던 의원들이다.조선의 선비들은 수기치인(修己治人)을 좌우명으로 삼고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했다. 오얏나무 아래선 갓끈도 매지 않았다. 로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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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송영길의 충언 지면기사
당 태종 이세민은 고구려 정벌에 나섰다가 안시성주 양만춘에게 대패해 군사를 물리면서 "위징이 살아있었다면 원정을 말렸을 것"이라며 뒤늦게 후회했다. 태종의 명재상 위징은 살아생전 직언을 아끼지 않았다. 위징의 직언이 얼마나 심했던지 태종의 스트레스가 엄청났다고 한다. 그 위징이 죽자 태종은 자신의 허물을 막아주었던 구리 거울, 역사 거울, 사람 거울 중 '사람 거울'을 잃었다고 탄식했다. 정사의 득실을 가려주었던 위징의 간언을 귀중하게 여긴 당 태종 역시 비범한 군주였다.백제 의자왕은 나당연합군의 침략을 경고한 성충의 충언이 지겨워 귀를 닫은 건 물론 그를 옥에 가두어 굶겨 죽였다. 성충은 죽어가면서도 한 말씀 아뢰겠다며 백제 방어전략을 상소했다. 그의 충언을 물리친 의자왕은 나라를 잃고 전쟁포로로 당에 끌려갔다.직언을 무시해 신세를 망친 최근의 지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박근혜는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자신을 자문하던 새누리당 원로그룹 7인회의 좌장인 김용환 전 재무부장관으로 부터 '최태민의 그림자를 지우고 정윤회를 멀리하라'는 충언을 듣는다. "이런 말씀 하시려고 저를 지지하셨나요?" 박근혜의 반응을 싸늘했다. 토사구팽 당한 김용환의 예언은 적중했다. 최태민의 사위 정윤회는 비선실세 파문을 일으켰고, 최태민의 딸 최순실은 비선실세로 드러났다. 최태민의 그림자가 박근혜를 몰락시켰다.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의 '충심의 제안'이 화제다. 충언의 핵심은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재개 결단이다. 논리는 명쾌하다. 산허리를 깎아 조성하는 태양광 발전은 대체에너지로 한계가 있으니, 석탄화력 발전의 공해를 줄이려면 원자력발전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때마침 전국을 강타한 미세먼지 공포로 인해 송 의원의 '충언'이 더욱 빛났다.그런데 당내는 물론 대통령의 반응이 차갑다. 3선인 우원식 의원은 4선인 송 의원에게 "시대의 변화를 잘못 읽었다"고 비난했다. 충언에 담긴 메시지는 외면한 채 '시대 난독'이라니, 이런 모욕이 없다.송 의원의 충언은 민주당뿐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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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한국당의 공개오디션 지면기사
2009년 한 케이블 방송의 '슈퍼스타 K'는 리얼리티 오디션 프로그램의 붐을 일으키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특히 2010년 시즌2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이 오디션 직접 참가자만 130만명이 넘었다. 케이블TV 사상 처음으로 10%대 시청률도 기록했다. 특히 최종 우승자를 결정하는 마지막 방송은 시청률이 무려 18%를 넘었다. 케이블 TV가 그것도 드라마가 아닌 음악방송에서 믿기지 않은 기록이 세워진 것이다. 특히 최종 우승자 허각의 인생스토리는 장안의 화제였다. 중학교 졸업생에 환풍기 수리공이었던 그는 "상금으로 아버지, 형과 같이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하고 싶다"는 수상 소감으로 전 국민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다.오디션 프로그램이 감동적인 것은 출연진 개개인의 나름의 스토리가 담겨 있어서다. 허각이라는 스타가 탄생하기 2년 전, '브리튼스 갓 탤런트'라는 영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폴 포츠'의 성공기가 전 세계인의 심금을 울렸다. 보잘 것 없는 외모의 소유자였던 휴대전화 판매원 폴 포츠는 이 프로에서 푸치니의 가곡 투란도트의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불러 일약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그는 오디션 프로 덕분에 꿈에 그리던 테너 가수가 됐다. 여러 가지 이유로 좌절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던 그의 성공기는 영화로도 제작됐다. 자유한국당이 공개오디션을 통해 국민에게 감동을 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슈퍼스타K를 당협위원장 선출에 접목했다. 15곳의 당협위원장을 사흘에 걸친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출한 것이다. 이 과정은 유튜브로 고스란히 생중계됐다. 중국 대사를 지낸 3선의 권영세 전 의원이 탈락하는 등 정치 중진들이 고배를 마셨다. 강남, 송파 등 주요 지역엔 30대 초반 후보가 선출되는 등 정치 신인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이를 두고 단발성 이벤트로 유권자를 현혹한다는 비판의 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그동안 공천 과정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밀실인사' '계파공천'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공개오디션을 통해 그런 악습과 구태를 걷어낸 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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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스텔스 전투기 지면기사
미 공군은 2006년 알래스카에서 스텔스 전투기의 위력을 검증했다. 블루포스가 가상적군 레드포스와 모의 공중전을 벌인 것인데, 블루포스에는 막 실전에 배치된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 12대가 참가했다. 결과는 경이로웠다. 랩터들이 수차례 모의 공중전에서 격추시킨 가상적기가 108대나 됐고, 블루포스와 레드포스의 격추대결은 241 대 2였다. 랩터의 피해는 전무했다.F-22 랩터는 한미 연합훈련에도 자주 등장했다. 몇 대만 출현해도 북한은 노발대발했다. 스텔스 전투기가 북한의 방공망을 무력화 시킨 뒤 전략폭격기들이 폭탄세례를 퍼붓는 한미 연합군의 전략은 북한에게 실제적인 위협이다. 70~80년대 김일성 주석은 북한 상공을 안방 처럼 드나드는 미 초음속 정찰기 블랙버드(SR-71)로 인해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다. 북한이 대공 미사일 개발에 총력전을 펼친 이유다. 랩터를 비롯한 한미 연합군의 스텔스 전력으로, 김 주석의 노이로제는 김정일과 김정은으로 이어졌다.사실 스텔스 시스템은 완벽한 투명망토가 아니다. 레이더 탐지 면적을 최대한 줄여 방공망을 무력화한다. 랩터는 레이더상에 골프공 정도의 흔적은 남긴다고 하니 비행체로 감지하기가 불가능하다. 2017년 북한이 미국의 괌 기지를 겨냥한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미국은 일명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전략폭격기 B-1B 랜서를 비무장지대 최북단 까지 발진시키는 무력시위로 대응했다. B-1B랜서는 초보적인 스텔스 무장만으로도 자신의 정체를 숨길 수 있다고 한다.대한민국도 스텔스 전투기 보유국이 된다. 미국에게 구매한 F-35A 스텔스 전투기 2대가 3월말에 도착해 늦어도 5월까지 실전에 배치된다. 올해 까지 10대, 2021년 까지 40대가 들어온다. 7조4천억원의 국민혈세가 들어간 차세대 공군 핵심전력이다. F-35A는 유사시 북한의 핵·미사일 기지, 이동식 미사일 발사차량 등 북한의 전략자산을 타격하는 우리 군 전략인 '킬체인'의 핵심전력이다.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완료한 북한이 미국과 대등한 외교적 위상으로 한반도 정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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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수원의 떼까마귀 지면기사
"'까마귀라도 내 땅 까마귀라면 반갑다'는 말이 있는데 여러분도 이렇게 만나게 되니 반가우시죠?" 지난해 11월 G20 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동포 200여 명을 초청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비록 '흉조'라 해도 고향에서 날아온 것이라면 반가운 마음부터 든다는 뜻으로 고향에 대해 한없는 그리움을 문 대통령은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까마귀는 독특한 울음소리 때문에 죽음의 전조(前兆)로 알려졌다. 일본에선 길조(吉鳥)지만 우리에겐 여전히 흉조(凶鳥)다. 전쟁터에서 미처 수습하지 못한 시신을 가리켜 '까마귀 밥이 됐다'고 한다. 죽은 동물의 사체를 먹어 자연을 청소하는 '송장새'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까마귀는 다른 새에 비해 대뇌가 발달해 학습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생각보다 영리하고 효심도 뛰어나다. '반포보은(反哺報恩)'이라는 말처럼 새끼 까마귀는 자란 뒤에 자신을 키워준 어미 새에게 먹이를 물어다 준다. 그래서 '반포조(反哺鳥)' '효조(孝鳥)'라고도 한다.울산 태화강 일대에는 10월부터 3월까지 아침저녁으로 수만 마리의 까마귀가 하늘을 날며 화려한 군무를 펼친다. 그 장관을 보러 많은 관광객이 몰려 온다고 한다. 울산시는 이 까마귀를 '겨울 진객(珍客)'으로 여기고 있다. 찾아오는 관광객으로 지역경제까지 좋아지니, 진정한 일석이조(一石二鳥)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오래전 이 소식을 접했을 때 태화강 노을을 배경으로 까마귀 떼가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부럽기까지 했다.하지만 '말이 씨가 된다'고 3년 전부터 수원 인계동 권선동 곡선동 일대에 무리를 지어 까마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신기했다. 하지만 어스름한 저녁 전깃줄에 무리 지어 있는 까마귀를 보노라면 섬뜩한 느낌마저 든다. 길을 걷다가도 머리나 어깨에 무언가 '툭' 떨어지기라도 하면 소스라치게 놀란다. 앨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새'가 떠오르기도 한다. 노상에 주차했다가 아침이면 까마귀 배설물을 닦느라 동네 사람들의 고생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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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Mr.Toilet 심재덕 지면기사
지난달 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화장실 개선 사업 박람회'에서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 소프트 회장이 연사로 나섰다. 그의 손엔 인분이 든 유리병이 들려있었다. 제대로 된 화장실이 없어 세균이 득실거리는 인분에 그대로 노출된 후진국 위생 문제를 지적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자급 자족형 화장실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게이츠는 회사를 그만두고 전 세계를 여행하던 중, 더러운 화장실과 오염된 물 등 불결한 위생에 노출된 후진국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 후 '물, 위생, 보건 프로그램'을 위해 '빌&멜린다 게이츠'재단을 만들었다.하지만 게이츠보다 훨씬 앞서 '화장실 혁명이 인류의 미래를 바꾼다'는 확신으로 일생을 깨끗한 화장실 보급에 열정과 노력을 바친 이가 있었다. "내 꿈은 모든 사람이 화장실에서 나오며 미소 짓는 것"이라고 말했던 '미스터 토일렛' 고(故) 심재덕 전 수원시장이다. 그의 주도로 2007년 설립된 '세계화장실협회'(WTA)는 저개발국에 화장실을 보급하고 위생 시설을 개선하는 일을 핵심사업으로 삼아 그동안 가나, 케냐, 라오스, 몽골, 캄보디아 등 개발도상국 15개국에 현대식 화장실 30개를 만들어줬다.심 전 시장이 화장실 문화 개선에 뛰어든 것은 1996년 '2002 한·일 월드컵 수원경기' 유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누군가 "제대로 된 화장실 하나 없는데 국제 경기를 유치할 수 있느냐?"는 조롱 섞인 말을 던지자, 그날부터 화장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금 수원 전역의 공중화장실에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집안 욕실 바닥만큼이나 깨끗한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은 그때부터다. 당시 그가 얼마나 화장실에 푹 빠져 있었던지 AP통신 버트 허먼기자는 그에게 Mr. Toilet이란 별명을 붙여주었다.불행히도 그는 2009년 1월 14일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단언컨대 그가 살아 있었다면 WTA는 지금쯤 유엔 산하 하나의 기구가 되었을 것이다. 오는 14일은 심재덕 전 시장 10주기가 되는 날이다. 그는 두 번의 민선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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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성단]김정은의 베이징 생일만찬 지면기사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008년 초 북한 주재 중국 대사관을 찾아 "북·중 관계가 한 집안 관계나 다름없어 이번 방문은 친척 집에 온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덕담을 했다. 류야오밍 중국 대사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방문이었는데 중국 외교부가 홈페이지에 자세히 알렸다. 2006년 북한 1차 핵실험 이후 어긋났던 양국 관계의 복원을 알리는 이벤트로 여긴 것이다.북·중 관계가 악화된 결정적 이유는 북한 핵폐기를 위한 6자회담이 한창이던 중 강행한 북한의 핵실험이었다. 북한의 대부를 자처하다가 체면을 구긴 중국과 핵실험에 성공한 북한은 서로 외면했다. 앞서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시인한 2002년 2차 북핵위기 때도 북한과 중국은 대립했다. 중국은 6자회담으로 풀자고 달랬지만 북한은 미국과 담판짓겠다고 맞섰다. 화가 난 중국은 2003년 3일간 원유공급 중단으로 겁박했고, 북한은 꼬리를 내리고 6자회담에 복귀했다.중국에도 북한의 핵무장은 골칫거리였다. 역내 안정을 통해 경제패권을 추구하는 중국의 국가 목표를 방해하는 걸림돌로 여겼다. 북한이 핵무장 국가로 중국의 통제를 벗어난다면 이 또한 심각한 문제다. 2017년 김정일의 후계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격노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에도 중국내에서 대북 원유공급 중단이 거론됐고, 국제사회도 이를 예상했다.하지만 지난해 신년사를 통해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한 김 위원장을 향한 중국의 태도는 일변했다. 지난해 김 위원장은 4·27 남북정상회담 전후, 6·12 미북정상회담 직후 세차례나 중국을 방문했다. 급기야 2019년 새해 벽두, 그것도 김 위원장이 생일에 맞추어 8일 중국을 찾았다. 중국의 환대는 극진했다. 시진핑 주석은 인민대회당 대연회장에 생일만찬을 펼쳤다. 중국 최고위층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10개월 사이에 이루어진 김 위원장의 네차례 방중으로 북·중 관계는 꿀이 흐르는 밀월을 구가하고 있다.시진핑은 김정은의 생일잔치를 열어주고, 트럼프는 김정은을 상대로 외교성과를 내려 안달이며, 대한민국 정부는